'히어리'
수많은 식물들 중에는 보고 또 봐도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있고, 어떤 것은 스치듯 한번의 눈맞춤으로 뇌리에 각인되어 잊히지 않은 것도 있다. 그 식물이 갖는 특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보는 이의 감정과 의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첫 눈맞춤 이후 내 뜰에 들여왔는데 올해 첫 꽃이 피었다.
히어리, 잎도 나오지 않고 아직 찬기운이 남아 있는 봄날 가느다란 가지에 땅을 보고 길게 자라듯 피는 꽃을 셀 수도 없을만큼 많이도 달았다. 연노랑인듯 연녹색이듯 오묘함 색감에 역사 속 옛사람들의 귀걸이를 닮은 듯 생긴 모양도 독특하다. 여기에 가을 단풍까지 한몫 단단히 하는 나무다.
히어리라는 이름은 순수한 우리 이름으로 발견 당시 마을 사람들이 뜻을 알 수 없는 사투리로 '히어리'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이것이 그대로 정식 이름이 됐다고 한다. '송광납판화松廣蠟瓣花'라고도 하는데 이는 처음 발견한 곳이 송광사 부근이어서 그대로 따왔고, 꽃받침이나 턱잎은 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이 특징인데, 밀랍을 먹인 것 같아 납판蠟瓣이라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지리산을 대표하는 깃대종이기도 하다. 특산식물이다. 봄 숲속에서 새들이 노래하듯 봄 소식을 전해준다. '봄의 노래'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