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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색'
세상엔 같은 게 하나도 없다. 꽃을 보는 동안 생김새가 오묘한 것 뿐아니라 색깔 역시 천차만별 임을 늘 확인하며 놀란다. 같은 종류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한 범주안에 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꽃쟁이들 사이에서는 멸치 또는 종달새라는 애칭을 가진 현호색이다. 연하늘색에서 농담을 달리하며 간혹 하얀색도 보인다. 어찌 이런 모양을 가지게 되었을까. 알 수 없는 식물의 신비로운 세계다.


현호색은 양지 혹은 반그늘의 물 빠짐이 좋고 토양이 비옥한 숲에서 자란다. 군락을 형성하여 피기 때문에 무리를 만나면 장관을 이룬 모습 앞에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현호색玄胡索이란 이름은 씨앗이 검은 데에서 유래한다. 작고 가녀린 꽃대에 비해 제법 큰 꽃을 피운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작은 물고기가 유영하는듯 보이기도 한다.


찬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 숲에서 신비로운 모습으로 피어 이를 봄 소식을 전해주는 현호색은 '보물주머니',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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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흔하게 볼 수 있어 정을 쌓아갔던 것들이 사라져간다. 때되면 피고지며 사람들 이웃에서 함께 있던 그 때를 기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으로 바뀌어 간다. 누구 탓할 것도 없이 나와 우리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이곳 저곳 발품팔며 꽃보러 다니는 몇년 사이에 못 보다가 올해 집 가까운 무덤가에서 딱 한개체 마주했다. 어찌나 반갑던지 꽃 피고 지는 동안 몇차례나 눈맞춤 했다. 사람 손 타지 말고 다음해에도 볼 수 있길 기원한다.


양지바른 곳, 무덤가에 흔하게 볼 수 있던 할미꽃이다. 집주인이 옛기억이 꽃집에서 구해 뜰 한쪽에 심게 했나 보다. 그 정성이 깃들어 해마다 때를 놓치지 않고 피었다.


양지바른 무덤가에 보송보송한 털로 감싸고 빠알간 꽃을 피운 할미꽃을 보노라면 누구에게나 그렇듯 할미꽃은 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올해는 내게 유별나게 더 친근했던 할머니를 생각하며 할미꽃을 얻어다 심었다. 꽃을 나눠준 이의 마음까지 더하여 꼭 다시 피어나길 기다린다.


손녀를 찾아가다 쓰러져 죽은다음 할머니의 꼬부라진 허리처럼 꽃대가 구부러진 꽃으로 피었다는 전설처럼 '슬픔', '추억' 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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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암나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는 말을 세삼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들꽃을 만나면서 낮게 허리를 굽히고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면서 눈맞춤하는 동안 식물이 보여준 세계는 예쁜 것을 넘어서 신비롭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 다시 꽃을 보게 되는 중요한 이유다.


덩치 큰 숫꽃만을 보아오다가 잘 보이지 않은 암꽃이 눈에 들어와 전혀 새로운 세계를 펼쳐보인다. 작고 가늘고 붉은 꽃술이 펼쳐지는 모양이 이채롭다. 수꽃은 작년에 만들어진 가지에서 밑으로 처진 꽃차례에 피며, 암꽃은 겨울눈처럼 생겼고 암술대만 꽃 밖으로 나와 있다.


개암나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래동화에 나오는 도깨비방망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 나무다. 이 나무의 열매를 '개암'이라 하며, 9~10월에 갈색으로 익는다.


어린시절 천방지축 산과 들로 놀러다니던 때 달콤하고 고소하므로 간식거리로 그만이었던 추억 속 나무다. '화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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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리'
수많은 식물들 중에는 보고 또 봐도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있고, 어떤 것은 스치듯 한번의 눈맞춤으로 뇌리에 각인되어 잊히지 않은 것도 있다. 그 식물이 갖는 특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보는 이의 감정과 의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첫 눈맞춤 이후 내 뜰에 들여왔는데 올해 첫 꽃이 피었다.


히어리, 잎도 나오지 않고 아직 찬기운이 남아 있는 봄날 가느다란 가지에 땅을 보고 길게 자라듯 피는 꽃을 셀 수도 없을만큼 많이도 달았다. 연노랑인듯 연녹색이듯 오묘함 색감에 역사 속 옛사람들의 귀걸이를 닮은 듯 생긴 모양도 독특하다. 여기에 가을 단풍까지 한몫 단단히 하는 나무다.


히어리라는 이름은 순수한 우리 이름으로 발견 당시 마을 사람들이 뜻을 알 수 없는 사투리로 '히어리'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이것이 그대로 정식 이름이 됐다고 한다. '송광납판화松廣蠟瓣花'라고도 하는데 이는 처음 발견한 곳이 송광사 부근이어서 그대로 따왔고, 꽃받침이나 턱잎은 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이 특징인데, 밀랍을 먹인 것 같아 납판蠟瓣이라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지리산을 대표하는 깃대종이기도 하다. 특산식물이다. 봄 숲속에서 새들이 노래하듯 봄 소식을 전해준다. '봄의 노래'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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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발톱'
논둑에 쪼그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이 묻는다. 무얼 보고 있나요? 개구리발톱이요. 예? 뭘 본다구요?? 개구리발톱이요. 묻는이나 대답하는 이나 서로 보고 웃을 뿐이다.


신경쓰고 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조그마한 크기다. 햇볕 좋은날 무리지어 살고 있는 곳을 찾아 꽃잎을 살포시 열고 있는 모습을 만난다. 여러번 발품 팔아 겨우 만났다.


'개구리발톱' 이름 한번 독특하다. 가지에서 나온 잎의 모양이 개구리의 물갈퀴를 닮았고, 씨방이 발톱을 닮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지만, 재미있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꽃은 3-5월에 꽃자루가 아래로 구부러져 밑을 향해 피며, 종 모양이다. 분홍빛이 조금 도는 흰색이고, 활짝 벌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볼수록 신기하다. 작은 것을 바라보며 생명의 신비로움을 본다. '위안'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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