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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꽃나무'
꽃을 보기 위해 하루를 투자하고 7시간을 걸어 해발 1100m를 올랐다. 동에서 서로, 북에서 남으로 하루에 수백 km를 달리는 꽃쟁이들의 수고와 정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꽃을 향한 마음은 비슷할 것이라 짐작만 한다.


곱다. 하얀 꽃잎도 그 꽃잎에 쌓인 붉디붉은 꽃술도 적절한 어울림으로 한눈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흰 꽃이 잎이 난 다음에 밑을 향해 달려 피는데 향기가 좋다. 꽃그늘아래 있다보면 꽃향기에 취해 나무 곁을 벗어나기 힘들 정도다. 함박꽃나무, 입안에 머무는 이름이 꽃만큼이나 좋은 여운을 남긴다.


크고 화사한 꽃의 모습이 함박웃음 또는 함지박 같다 하여 함박꽃으로 불리는 꽃이다. 함백이꽃, 개목련, 산목련, 옥란, 천녀목란, 대백화, 천녀화라고도 한다.


깨끗하고 순결한 모습은 앳띤 소녀라기 보다는 이제 갖 중년으로 접어드는 여인이 곱게 단장하고 옅은 미소를 띈 모습으로 연상된다. 보는 이가 나이든 탓인지도 모르겠다. '수줍음'이라는 꽃말이 이해되고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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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구슬나무'
매년 같은 때 같은 자리를 찾아가 안부를 묻는 나무가 있다. 때마춰 어김없이 피는 꽃은 환상적인 색과 그보다 더 황홀한 향기에 취해 좀처럼 꽃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빛과 꽃 사이에서 벌어지는 빛과 색의 향연이 아찔하다.


가지 끝에 연보랏빛의 조그만 꽃들이 무더기로 모여 핀다. 보라색이 흔치 않은 나무꽃 중에 더욱 돋보이며, 진한 향기가 매우 향기롭기까지 하다. 과한듯 진한 꽃향기지만 꽃그늘 아래로 모여드는 생명들을 내치지 않을 정도로 너그럽게 품어준다.


열매는 가을에 들어서면 노랗게 익는다. 바깥은 말랑말랑하고 가운데에 딱딱한 씨가 들어 있다. 모양은 둥글거나 약간 타원형이고, 긴 열매 자루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겨울철 남도를 여행하는 길가에 자주 보인다. 멀구슬나무라는 이름은 이 열매에서 비롯된 듯하다.


"비 개인 방죽에 서늘한 기운 몰려오고
멀구슬나무 꽃바람 멎고 나니 해가 처음 길어지네
보리이삭 밤사이 부쩍 자라서
들 언덕엔 초록빛이 무색해졌네"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03년에 쓴 '농가의 늦봄田家晩春'이란 시에도 멀구슬나무가 등장한다. 친숙한 농촌마을의 늦봄의 정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멀구슬나무는 목재, 수피, 열매 등이 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이는데 나무 입장에서 보면 모두 주의를 살펴야할 일들이다. '경계'라는 꽃말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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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닭개비'
국도 15호선,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에서 담양군 담양읍에 이르는 길 어디쯤이다. 담장 아래 소박하게 가꾼 작은 꽃밭에 주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꽃들이 핀다. 일부러 조금 서둘러 나온 출근길은 그 담장 아래를 서성이고 싶어서다.


자줏빛 꽃잎을 활짝 열고 아침해를 맞이한다. 샛노란 꽃술이 꽃잎과 어우러지며 자태를 한껏 뽑낸다. 색의 대비가 주는 강렬함에 이끌려 눈맞춤하지만 내치는 법이 없이 반긴다. 자연색이 주는 포근함이다.


닭의장풀과 비슷하지만 닭의장풀은 꽃잎이 푸른색과 흰색인데 비해 자주닭개비는 꽃잎 모두가 푸른색이고 꽃색이 보다 짙기 때문에 자주닭개비라고 한다.


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흐리거나 오후에는 시들기 때문에 부지런한 사람만 활짝핀 꽃을 볼 수 있다. 퇴근길에 꽃을 보지 못한 이유가 이것이다. '외로운 추억', '짧은 즐거움'이라는 꽃말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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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랑 2017-06-09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진 님 덕분에 궁금해 하던 작고 예쁜 꽃의 이름을 하나 더 배웠어요.
정말 오전에 짧게 피었다가 꽃잎을 닫아버리는 아이라 알려주신 꽃말중에 ‘짧은 즐거움‘이란 말이 확 와닿네요.
오늘도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무진無盡 2017-06-10 21:44   좋아요 1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때죽나무'
초록이 짙어지는 숲을 은은한 향기로 가득 채워가는 나무다. 무수히 달고 있는 꽃은 고개를 아래로만 향한다. 과한듯 보이는 꽃들이기에 향기를 팔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듯이 유유자적이다.


봄이 전하는 마지막 선물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만발한 꽃그늘 아래 서고야 만다. 넉넉한 향기는 눈으로 보일듯이 가깝고, 하얀색이어서 더 고운 꽃잎은 코끝을 스치며 환하게 빛난다. 꽃이 피기전 꽃봉우리와 꽃 진 후 맺힌 열매가 닮은 것도 독특하다.


나무가 지닌 독성으로 물고기가 떼로 죽어서인지 까까머리 중이 떼로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을 얻었다고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떼로 모여 피는 모습이 풍성함으로 보는 맛을 더한다.


제주도에서는 옛날 때죽나무 가지로 빗물을 받았는데 이 참받음물은 오래 간직해도 썩지도 않고 물맛도 좋았다고 한다. 하얀 꽃과 앙증맞은 열매가 무더기로 열리는 나무 자체의 매력으로 정원수로 심기도 한다.


이쁜 꽃을 많이도 달았으면서 스스로를 뽐내지 않고 다소곳이 고개숙이인 모습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겸손'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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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나무'
첫만남은 늘 버벅대고 어렵다. 한번 눈맞춤한 이후로는 쉽게 눈에 띄고 또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만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알면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혀 다른 맛으로 기억에 자리 잡는다.


'박쥐나무'는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 숲에서 자라는 낙엽지는 작은키나무로 흔하게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겐 만나기 쉽지 않다. 올해는 가물어서 그런지 꽃의 상태가 부실하다.


박쥐나무는 잎 모양도 특이하지만 꽃이 피면 나무에서 피는 꽃이라 하기 힘들 만큼 귀엽고 앙증맞기도 하지만 귀티도 흐른다. 색감 또한 선명하여 눈을 사로잡는다. 무리지어서도 혼자라도 그 독특함에 흠뻑 빠지게하는 나무다.


박쥐나무라는 이름은 넓은 잎이 다섯개의 갈래가 있어서 박쥐의 펼친 날개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연유는 딱히 연상되지 않지만 보고 싶은 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겼을 것이다. '부귀'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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