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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초롱꽃'
서재 처마밑에 피어 불 밝히던 초롱꽃들이 데크를 놓으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였다. 세럭이 많이 줄었는데 그나마 이번 우박으로 꽃대가 꺾이고 말았다. 아쉬움이 컷는데 길가다 어느집 담벼락에서 먼저 보았다. 초롱꽃 키우는 집주인의 마음에 불 밝히듯 환하다.


흰색 또는 연한 홍자색 바탕에 짙은 반점이 있으며 긴 꽃줄기 끝에서 밑을 향하여 달린다. 초롱불을 켜는 초롱을 닮았다고 초롱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달뜨는 밤 은은한 달빛에 어울리는 꽃이다.


종모양을 보이기도 하니 내 서재에서 건너다 보이는 담벼락 밑에 초롱꽃과 처마밑에 소리로 호응하는 풍경과 어울림이 제법이다. 눈 돌려 창밖에 어리는 산그림자도 봐달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불밝히는 마음 한구석엔 각기 처지가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마음이 담겼으리라. '감사', '기도', 성실' 등 여러가지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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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풀'
여름으로 들어서며 초록으로 물든 들판에 유독 돋보이는 보랏빛 꽃이 피었다. 꽃 하나 따서 입에 넣고 빨면 달콤한 꿀이 군침을 돌게 한다. 얼마나 많은 꿀을 담고 있으멷 이름에 꿀자를 달았을까. 꽃 중에서 '꿀'자가 들어간 꽃은 꿀풀 뿐이라고 한다.


산기슭이나 들의 양지바른 곳에 입술처럼 생긴 꽃이 다닥다닥 붙어서 많이도 피었다. 붉은색을 띤 보라색으로 피는 꽃이 층을 이루고 있다. 하얀색으로 피는 꽃도 드물게 보인다고 한다.


한 여름 무더워지면 꽃은 떨어지며 시들게 된다고 하여 하고초라고도 부른다. 흔하지만 볼수록 매력적인 꽃이다. '너를 위한 사랑',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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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비싸리'
계절이 여름으로 옮겨가는 숲에는 특유의 빛이 있다. 초록이 짙어져 무게를 더하고 그 사이로 파고드는 햇빛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색의 향연이 그것이다. 여름으로 건너가기 위해 분주한 숲에서 유독 땅 가까이에서 빛나는 식물들이 있어 허리를 숙여 눈맞춤 한다.


연자주색의 꽃이 햇살을 머금었다. 붉은 것이 더 붉어져 자태를 뽑낸다. 가녀리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식물이다. 햇볕이 잘드는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는 식물이다.


싸리 닮은 것이 땅 가까이 자란다고 해서 땅비싸리일까. 다양한 싸리 종류 중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이렇게 부지런한 이유는 키큰 식물들이 자라 햇살을 막아버리기 전에 씨앗을 맺기 위함이라고 하니 안쓰럽기도 하다.


볕이 좋은 날 하루를 마무리하는 햇살에 드러낸 땅비싸리의 붉은 속내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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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삭줄'
네 앞에 서면 바람이 되어야 한다. 평생 발묶여 늘 제자리인 내게 필요한 바람처럼 너에게 바람으로 다가가 딱 한번이라도 좋으니 바람을 맞아 도는걸 보고 싶다. 오늘도 난 네 앞에서 힘없는 입김을 불어본다.


멀리서도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는 모양으로 핀다. 흰 바람개비를 닮았다. 모양도 독특하지만 향기도 일품이다. 새로 나는 햇가지 끝에 흰색으로 피며 점차 노란색이 된다.


마삭줄의 '마삭麻索'이란 삼으로 꼰 밧줄을 뜻하는 삼밧줄의 한자식 말이다. 마삭줄은 삼밧줄 같은 줄이 있는 덩굴나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줄기와 잎에 털이 없는 것을 민마삭줄, 전체가 대형인 것을 백화등이라고 하지만 구분이 쉽지 않고 의미도 없어 보인다.


'하얀웃음'이라는 꽃말처럼 꽃 앞에서면 저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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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06-01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통영가는 길에 학섬휴게소에 가면 이 마삭줄을 보게 됩니다... 한참을 보다가지요...
그런데 내 주변엔 잘 없어 보질 못합니다.^^

무진無盡 2017-06-02 00:01   좋아요 0 | URL
여긴 시골이라도 있는 곳만 있으니 일부러 찾아가서 봅니다. 향기와 모습 모두 이쁜 식물이라서요.
 

용주사 바위에 앉았다. 저 멀리 동악산 능선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연화봉이 따로 없다. 어께를 나란히 한 산들이 이어지며 연꽃세상을 만들었다. 그 안에 연화리가 내 보금자리다.

마을에서 숲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잠시 걷다보면 산만큼이나 큰 바위 위에 설 수 있다. 해를 등지고 생명이 깃들어 숨쉬는 들판을 바라보기에 참 좋은 곳이다. 이곳에 서면 때론 가부좌를 틀고 먼 산을 바라보는 여유로움을 찾아보곤 한다. 잠시 앉아 생각이 멈추는 찰라의 순간을 맛보는 것도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맑은 하늘에 하루를 건너온 햇살의 여운이 길게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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