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EBS에서 위대한 수업을 진행중이다. 세계 유명한 석학을 분야별로 모아 인터뷰한 프로그램인데 우연히 제프리 삭스 편을 보고 이번 책을 보게되었다. 작년엔 피터싱어를 보는 바람에 그의책실천윤리학과 동물해방을 보았는데 쉽지 않았었다. 제프리 삭스는 환경을 무척 강조하는데 그런 경향은 이번 책에서도 잘 드러났다.

 인류 역사를 쭉 나름의 관점으로 다룬 책들은 많다. 총균쇠, 사피엔스, 오리진, 악의 번영,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문명과 식량, 엔드오브타임, 마빈해리스인류3부작, 채사장의 지대넓얕 제로편, 남경태의 역사등 같은 책들이 그런 것들이다. 총균쇠는 지리적 우연으로 동서양의 지형차로 서양에 적절한 분열이 일어나 경쟁관계 및 수평적 정치체제가 등장했고, 유라시아의 연결성과 동서방향으로의 이동성 용이가 가축과, 식량의 전파를 낳아 돌이킬수 없는 차이를 아메리카와 벌여놓았음을 보여준다. 마빈해리스의 인류문명3부작도 총균쇠와 매우 비슷한다. 더 나은 논의를 미리 제시했다는 점에서 총균쇠의 아버지격인 책이다. 사피엔스는 인간이 만들어낸 여러 사상과 종교등의 허구의 힘 그리고 지금은 이것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오리진은 우주에서부터 지구의 지질학적 변형, 그리고 인간진화와 사회전개를 보여준다. 악의 번영은 경제사적 관점에서 인류를 서술하고, 왜 서양이 지배한는가는 동서양의 최대도시의 인구차를 차례로 보여주며 이유보다는 다소 결과에 집중한다. 문명과 식량은 인류 문명이 기술발전으로 식량확보성을 늘리고 그 한계를 매번 돌파하여 계속 인구를 늘려 지금에 도달했음을, 채사장의 지대넓얕은 특이하게도 일원론과 이원론의 등장을 번갈아가며 전개하며 다시 일원론의 시대를 보여준다. 남경태의 종횡무진 역사는 서구에서 일어난 세계화가 지구를 한바퀴 돌아 전세계를 수백년간 휫쓸며 마지막 지역으로 서구와 가장 가까운 중동을 남겨두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관점의 이런 책들은 하나같이 재밌고 지성을 갖춘 인간으로 한번은 꼭 읽어봐야 하는 책들이다.

 제프리 삭스가 그의 책에서 주목한 것은 지리와 기술, 제도이며 이것을 축으로 7번의 전세계적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리는 자연지리로 가축이나 동식물, 질병, 지형, 토양, 에너지자원, 광물자원, 생명의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지구의 과정을 말한다. 기술은 우리의 생산체계와 관련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이며 제도는 정치 법률 사회에 적용되는 문화적 사상과 실천이다. 이 지리 기술 제도가 서로 어우러지며 신축성과 가변성을 갖고 서로 강력하게 상호작용하여 시간과 공간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낸다는게 삭스의 주장이다. 

 그가 이런 관점으로 정리한 일곱번의 세계화는 다음과 같다.

1.구석기 시대

 시기는 기원전 7만에서 1만년전으로 에너지로 인력과 해력을 쓰고 언어와 돌에 새기는 형태의 미디어를 쓴다. 수렵과 채집 사회고 석기를 쓰며 걷거나 카누, 뗏목으로 이동했다. 무기는 석기무기, 활, 화살이 있으며 씨족 정도의 행정체계를가졌다.


2. 신석기 시대

 기우너전 10만에서 3만년 전으로 소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상형문자가 생겨났고 곡식과 목축을 개발했다. 청동을 사용했으며 해상에선 돛이 생겨났다. 무기는 청동무기이고 마을정도의 행정단위가 생겨났다.


3. 기마시대

기원전 3천년에서 1천년 정도의 시기다. 말을 가축화하여 사용했고 이로 인해 범위가 넓어져 이를 통솔할 초기문자와 체계, 석비등이 생겨났다. 쟁기를 사용했고 쇠, 바퀴, 수레등을 썼다. 말과 당나귀, 돛을 사용했고, 기병이 생겨났으며 국가의 시대를 열었다.


4. 고전시대

기원전 1천년에서 서기 1500년의 시기다. 풍차와 수차를 썼고, 알파벳과 책이 생겨났다. 대규모의 곡식 교역이 생겨 부족한 식량을 채웠고, 엔지니어링 기반시설이 있었다. 말과 도로망, 돛을 사용해 이동했고, 보병, 기병, 화약으로 전쟁을 수행했다. 나라가 매우 커져 제국이 생겨났다. 로마나 중국의 한나라, 알렉산더, 원제국등이다.


5. 해양시대

1500년에서 1800년의 시기다. 지금의 세계의 밑그림을 그린 시기다. 바다바람으로 이동했고 원양항해를 위한 범선이 생겨났다. 인쇄기가 생겨 사상이 폭발했고, 대양항해를 했고 곡물의 글로벌 교역이 촉진되었다. 대포와 머스킷을 무장해 세계를 정복해나갔고 그 결과 글로벌 제국이 탄생한다. 초기 포르투갈, 스페인제국이나 훗날의 대영제국이다. 


6. 산업시대

1800-2000년의 시기다. 화석연료, 석탄, 석유, 천연가스, 수력, 원자력을 사용한다. 전선과 전차, 방송등이 생겨났고 화학비료로 인구부양력이 크게 늘었다. 증기기관과, 직물, 쇠를 수용해고, 원양증기선과 철도가 생겼다. 기관총과 항공기, 탱크, 전투기등 무기의 개선되었고 글로벌 제국이 여전히 유지되었다. 그리고 입헌정부와 난만한 자본주이가 생겼다. 


7. 디지털 시대

21세기다. 태양력과 풍력에 의존할 것으로 여겨지며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시대다. 정밀 농업으로 이전처럼 물과 비료를 낭비하지 않는 친환경 농업이 좁을 땅에서 이뤄질 것이다. 디지털 네트워크로 서로 통신하고 가상공간이 생겨나며 전쟁은 사이버 전쟁의 형태를 띌 것이다. 글로벌 협치를 기대해보지만 가능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책에서 제프리 삭스는 이런 7차례의 세계화를 불러온 요인으로 지리 기술 제도의 근본적 영향을 미치는 규모에 대해 설명한다. 규모는 인구가 많아져 생산력이 증가하고 경제규모와 교역의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규모가 확대되면 행정과 지정학의 성격마저 바꾸게 되는데 이 규모에는 자연지리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인구가 늘어나기 어려운 기후라면 규모는 생겨나기 어려우며, 기후가 적당하더라도 상대편과의 교역이 용이한 강이나 해안, 혹은 평지에 위치하고 있지 않다면 역시 규모의 상승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리적 요소는 고정되지 않고 시대 변화에 따른 기술발전에 따라 달라진다. 경제는 물질자원과 그 자원을 활용하는 기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실제 구석기, 신석기엔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석탄 석유는 현대시대에는 엄청난 의미릴 가지며, 말의 목축에 적합한 스텝지역은 기마시대에 엄청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런 지리상의 요건을 고려할 때 다른 사람들도 지적하는 것처럼 가장 유리한 지역은 유라시아다. 유라시아는 육지의 43%정도지만 인구는 무려 70%다. 식량의 생산과 목축에 유리한 온대기후지역이 유라시아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동서방향으로 길게 발달하여 기술의 이동에 매우 유리했다. 또한 해안가가 많아 상호간의 이동 및 교역도 유리했으며 식량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만한 곡물과 가축이 많았던 점도 상당한 이점이었다. 반면 아메리카를 베링해가 생겨나며 오랜 기간 격리되었고 결정적으로 말이 멸종하여 이렇다할 견인력을 얻지 못했다. 사하라 이남은 광대한 사하라로 인해 유라시아와 분리되었고 풍토병이 많아 동물이 잘 견뎌내지 못했다. 오세아니아 역시 상당기간 격리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인 북미지역은 조금 다르다. 북미는 온대기후대이며 광대하고 비옥한 토지를 갖고 있고, 항행 가능한 하천이 많으며, 엄청난 광물과 교역과 방어에 유리한 긴 해안선, 막대한 에너지 매장량을 자랑한다. 물론 이것도 기술력이 바탕이 되어야 의미가 있기에 이지역에서 최강대국이 탄생한 것은 산업화 기술력을 가진 유럽 세력이 이지역을 차지하고 나서야 가능했다. 실제 유럽인의 이주 전 북미지역은 이렇다할 행정체계가 발달하지 못한 낙후된 기술지역이었다. 

 자연지리의 요소로 기후는 매우 결정적이다. 쾨펜 가이허 기후구분에 의하면 지구상 기후는 열대, 건조, 냉대, 한대, 고산기후로 나뉜다. 열대기후는 연간 높은 기온으로 사람과 가축의 신체에 엄청난 부담을 주어 장기적 경제발전이 어렵다. 그래서 한국 사장들이 동남아 인을 쓰면서 게으르다는 편견을 갖게 되는 것이다. 풍토병이 많아 인간과 가축에 질병이 전파되고 음식과 물에의해 병원균이 빠르게 전파된다. 거기에 열대토양 유기물은 아주 빠르게 부패하여 토양영양분이 신속히 고갈되어 농경에 부적합하다. 실제로 해양시대에 이르러서도 서구 세력은 열대에 좀처럼 침투하지 못하였고 거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하라 이남이 식민화된 것도 말라리아를 극본할 키니네가 칠레에서 발견된 이후였다. 열대는 이렇다할 문명이 건설되지 못했고 현대과학 기술이 도입되고 나서야 인구가 크게 증가했다.

 건조기후는 너무 건조해 곡식 생산이 적어 인구밀도가 매우 낮다. 규모가 생기기 어렵단 뜻이다. 대부분 농업은 나일강 같은 하천 계곡지대를 제외하면 스텝이나 초지 같은 다소 습한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이 지역에서 가축이 이뤄지고 야생말의 고향이며 평평한 지역에선 실크로드 같은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나무가 잘 없어 지형만 평탄하다면 말에 의한 빠른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냉대기후는 여름이 짧고 겨울이 매우 춥다. 캐나다 러시아 지역이 냉대기후이며 일부 지역에서만 좋은 농업생산성을 보인다. 우크라이나 지역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농경에 적합치 않아 역시 인구밀도가 낮고 주로 벌목과 모피, 어업, 순록, 목축을 한다. 

 고산기후는 높은 지역의 기후로 일년내내 봄이라 하여 상춘기후라 하기도 한다. 커피나 차같은 특수작물이 잘 자라는 경우도 있지만 곡식생산 가능 지역 자체가 매우 좁다. 산지라 광물이 종종 풍부하며 역시 산지라 저지대로부터의 방어가 용이하다. 이로 인해 저지대에 통합되지 않아 강한 독립정신을 갖고 있으며 소규모 인구집단이고 언어가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다. 

 제프리 삭스는 이런 관점으로 일곱 번의 세계화 시대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다. 마지막 디지털 시대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면 지금 시대 세계의 내생적 성장의 중심지는 미국과 유럽 연합, 한중일의 동북아 지역이다. 이 지역은 인구와 생산력, 특허등 기술적 조건에서 타 지역을 압도한다. 디지털 시대인 지금에는 세 가지 위험성이 상존하는데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글로벌 환경 위기의 심화, 전세계적 무장으로 인한 전쟁 발발 가능성이다. 새로운 기술이 마구 등장하여 기술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계층과 쉽게 대체될 계층 간의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과거 산업화 시절에는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으로 경제규모와 기술을  늘려 선진사회를 따라잡는 공식이 어느정도 존재했지만 모든것이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대체될 미래에는 이런 단순한 작업은 기계가 할 가능성이 높다. 즉, 개발도상국의 따라잡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이며 이는 세계적 격차를 더욱 벌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년간의 경제적 성장으로 인구는 10배, 1인당 GDP는 10배가 늘어났다. 즉 세계경제가 100배가 되었다는 의미이며 지구가 받는 부담도 100배가 되었다는 셈이다. 이는 이번 세기에도 지속될 것인데 다만 인간의 기술요소로 지구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나 육식위주의 식단을 채식으로 바꾸는 것, 그리고 개선된 건물디자인으로 건물이 소모하는 에너지를 크게 낮추기, 정밀농업으로 물과 비료의 소모를 줄이는 것등이다. 

 UN은 이런 의미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17가지를 제시하였는데 경제적 목표와 사회적 목표, 환경적 목표이다. 경제적 목표는 극빈의 종식, 배고픔의 종식, 보편적 치료혜택, 학교교육, 안전한 물에 대한 접근, 전기의 공급, 좋은 직장, 현대적 하부기간시설이다. 사회적 목표는 젠더 평등, 소득 불평등의 저감, 평화롭게 준법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다. 환경적 목표는 지속 가능한 도시, 시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기후 변화의 통제, 해양 생태계의 보호, 지상 생태계의 보호이다. 하지만 이를 수행할 UN은 사실 매우 무력한 상태다. 미국은 이를 주도하여 설립했지만 이후 자신의 이익과 반할때마다 UN의 결정에 반대표를 행사해 무력해왔다. 

 때문에 제프리 삭스는 지금의 UN이 개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안전보장 이사회는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의 비상임이사국인데 10개의 비상임이사국은 2년임기고 아시아2, 라틴아메리카2, 아프리카3, 서유럽 및 기타지역2, 동유럽 1이다. 이는 인구와 국가가 많은 아시아의 비중에 전혀 반영되어 있지 못하다. 따라서 이사회국은 21개로 늘리고 아시아는 6석을 갖는 쪽으로 개편해야 한다. 상임이사국이 6개국 더필요한데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독일, 나이지리아를 거론한다. 

 이런 제프리 삭스의 주장은 결국 디지털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세계공동의 노력의 필요성, 그리고 이를 주도할 만한 기구로 현실적으로 UN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듯 하다. 그리고 이같은 노력의 성과가 얼마나 가시적인지가 이번 세기 인류의 성패의 핵심사안이 될듯 하다. 현재 세계는 서로 매우 의존하고 영햐력을 미치면서도 매우 각자도생이다. 서로를 확증파괴하기 위해 들이는 세계적 군사비는 엄청나지만 지구 전체를 지키기 위한 환경비나 혹은 소혹성 같은 것을 방어하기 위한 예산은 제로이거나 턱없이 적다. 정말 하나가 되기 위해 외계로부터의 위협이라도 일어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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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10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당선 정말 정말 축하드립니다 *^^*

닷슈 2022-02-11 00:5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2-10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2-02-11 00:59   좋아요 1 | URL
늘 감사드립니다.

서니데이 2022-02-10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닷슈 2022-02-11 00:5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지구 온난화가 매우 심각하다. 대륙 서안에 자리잡아 연간 강수량과 기온이 안정적이던 유럽도 극심한 고온과 추위, 홍수를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유럽연합은 작년 그리고 올해부터 기후대책에 상당한 힘을 쓰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는 물론이고 유럽연합에 물건을 팔거나 투자를 받기 위해서 다른 나라의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탄소를 적게 사용하여 만든 것임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아직도 곳곳에 화력발전소(이명박정권이 추진한 짓이다.)를 새로 짓고 있는 한국으로선 상당히 신경써야하는 일이다. 그리고 한국의 포스코는 이런 이유로 인해 세계 여러 연기금이나 투자회사 및 금융권으로부터 투자철회를 당하고 있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내에 인간윤리의 확립과 환경 문제 해결의 하나로 대규모 가축사육에 대한 문제가 거론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실 잘 인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가축이 일으키는 탄소배출과, 식량낭비, 오염은 그 자체로 매우 심각하다. 가축은 그 생산 과정에서 냉방과 난방, 대규모 도축과 운송, 가공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 또한 가축을 먹이는데 사용되는 많은 식량작물을 키우는데는 역시 화석연료를 이용한 막대한 비료가 사용되며 전 세계 엄청난 수의 가축은 그 자체로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온실가스를 대규모로 방출한다. 참고로 세계의 가축수는 230억 마리에 달한다. 포식자인 인간의 수가 80억이나 되니 당연히 그 수보다 많은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자연상태에서 이렇게 많아 질 수는 없는 것이기에 환경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수라 하겠다. 

 그리고 인간은 이런 대규모의 가축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다. 사자처럼 얼룩말이나 사슴을 먹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잡식성 동물로써 인간은 채식만으로도 충분히 연명이 가능하며, 과학기술의 발달로 과거처럼 탄수화물 위주의 곡식만 주로 먹게 되어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도 아니다. 우리에겐 이미 충분한 식물성 단백질이 존재하고 이를 충분히 싼 가격으로 대규모 공급도 할 수 있다.  

 거기에 인간의 대규모 공장식 가축 사육은 필요이상으로 가축에게 상당한 고통을 준다. 수평아리는 태어나자마자 큰 박스에 갇혀 서로에게 압사당하거나 질식사당하거나 혹은 산채로 가루가 되어 동료의 먹이가 되거나 비료로 쓰인다. 암탉은 평생을 좁은 케이지에 갇혀 살아야 하며, 육계는 성장호르몬으로 인해 비균형적으로 자라 인간으로 해당하면 관절염환자 같은 고통속에 걷지도 못하다 도축된다. 돼지 역시 서로가 비좁은 곳에 갇혀 꼬리를 씹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꼬리를 잘리며 어미 돼지는 평생 뒤를 돌아보지 못하며 새끼만 낳다가 생산력이 떨어지면 도축된다. 소 역시 뿔이 잘리고, 거세되며,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헤어진다. 젖소는 계속 우유를 생산해야하므로 새끼를 키우지 못하고 생이별, 임신이 반복되다 쓸모없어지면 결국 도축된다. 

 사실 과거 고기는 왕족이나 부유층이나 먹을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서민들은 고깃국에 들어간 한점조차도 얼마나 갈망했던가. 이런 고기가 싸진 것은 현대문명에 들어서인데 책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은 고기가격이 실제로는 전혀 싸지 않음을 잘 설명했다. 여기엔 대규모의 사료가 들어가고 이 사료는 화석연료에 의해 재배되며 막대한 정부보조금도 포함된다. 환경에 대한 부담까지 생각한다면 사실 고기는 여전히 비싼 것이며 우리는 이를 알아채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고기로 태어나서'는 한국의 공장식 농장의 실태를 매우 잘 드러낸다. 소, 돼지, 닭 농장에 저자가 취직해서 직접 경험한 것이므로 르포식이며 매우 적나라하게 실태를 드러낸다. 읽으면서 적잖이 놀랐다. 평생 케이지에 갇혀 있는 산란계는 저자가 보기에 털하나 없고 흉측해 닭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스트레스 환경과 거듭된 산란으로 너무나 약해져 꺼내기 위해 날개만 만져도 쉽사리 뼈가 부러졌다. 한국이다보니 식용 개에 대한 취급도 다루어졌는데 그 도살과정이 적잖이 끔찍했다. 

인간의 힘이 강해지며 그 도덕 적용대상이 확대되고, 논리적 일관성으로 인해 동물에게도 인간의 윤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인간도 진화상 동물의 하나이고 같은 과정에서 진화했기에 상당히 다르지만 인간은 동물과 많은 특성을 공유한다. 무리를 이루어살고자하는 것, 움직임 욕구, 본능에 충실하고자 하는 갈망, 가족을 이루는 것,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것들로 인해 고통과 쾌락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에서 인간과 동물을 엄밀히 구분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기에 피터 싱어 같은 공리주의자들은 도덕적 대상으로 쾌고 감수능력이 있는 동물을 넣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책' 동물 해방'은 그러한 내용이 잘 집대성 된 책이다. 우리가 쾌고 감수능력이 있는 동물을 같은 윤리적 대상으로 삼고 그들의 이익을 고려해야하므로 채식을 해야하는 이유 그리고 인간이 식용, 그리고 연구용으로 동물을 대하며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사실 식용으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좀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연구용은 덜 알려져 있는 편이다. 또한 동물실험은 인간에게 많은 의학적 혜택을 준다는 포장으로 쉽게 정당화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동물실험은 의학만의 것이 아니다. 여러 화학제품의 위험성에 대한 임상실험과 놀랍게도 상당히 많은 심리학 동물실험이 이루어진다. 

 원숭이의 모성에 대한 심리학 실험을 위해 심리학자들은 새끼 원숭이가 천으로 만든 어미 원숭이에게 안길 때마다 전기충격을 주었다. 새끼가 안을 때마다 전기가 발생하는 식이다. 그럼에도 새끼는 천으로 만든 가짜 어미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새끼가 안을 때마다 날카로운 철사가 나와 새끼를 찌르게 하였는데 역시 별효과가 없었다. 대체 동기와 목표를 알 수 없는 실험이다. 반대로 어미의 모성을 시험하는 실험도 있었다. 모성을 박탈하기 위해 어미가 될 암컷은 무리에게 격리되어 키워졌고 정상적인 사랑을 나누는 것도 방지하기 위해 강간대라는 곳에 묶인체 강제로 임신되었다. 이 어미 원숭이들 중 일부는 결국 모성이 자라나지 않았는데 그들은 충격적이게도 자기 새끼의 두개골을 부수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뻔한 결과인데 굳이 이런 일을 하는 저의가 궁금할 지경이다. 

 토끼에 대한 트레이즈 실험은 오래되었고 유명하다. 토끼를 못 움직이기게 고정시키고 화학제품이 눈에 미치는 악영향을 보기 위해 꾸준히 화학 물질을 토끼의 눈에 투여하는 식이다. 이 경우 토끼는 대개 10일 정도면 극도의 고통과 함께 눈이 멀어버린다. 

 의학분야에서의 실험도 심각하다. 마약 중독의 효과를 알기 위해 동물들에게 코카인을 투입하여 일부로 중독시켜 뻔히 아는 그 결말을 본다. 암을 발생시키기도 하며 인간의 각종 성인병을 일부로 유발하기도 한다. 그나마 의학발전에 도움이 되면 모르겠는데 인간과 동물은 비슷하지만 다르기에 아무런 효용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일부 약품들은 동물에겐 해가 발생했지만 결국 인간에겐 무해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동물실험은 이미 기업화되었는데 미국의 여러 기업들이 심리학 연구소나 의학 연구소, 화학연구소가 원하는데로 동물을 가공하여 공급한다. 털이 없거나 색을 조절하거나, 여러 생태적 조건을 조절하는 형태다. 

 다음은 식용동물의 고통이다. 우선 닭이다. 미국에서는 매우 1억 200만 마리의 닭이 도축되며 연간 53억마리가 도축된다. 육계의 경우 태어난지 하루된 병아리가 창문없는 긴 닭장에서 자라나게 된다. 지붕에 달린 깔대기에서 모이와 물이 공급되며 초반 1-2주는 성장을 빨리 하기 위해 하루 24시간 밝은 조명을 유지한다. 하지만 자라나면 점차 조명을 줄여 거의 어둡게 하는데 이는 서로간의 공격을 줄이기 위함이다. 이들은 서로 공격하여 상처내어 상품성을 떨어뜨리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뜨거운 칼로 부리를 잘라낸다. 육계는 좁은 사육장에서 자신들의 배설물로 인해 공기가 오염되어 질식사하거나 자기들 무리에 깔려 죽기도 한다. 이들은 앉기도 어려운데 바닥이 배설물로 가득하여 앉을 경우 다리엔 궤양이 가슴엔 물집이 무릎에는 화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리는 가공과정에서 잘리게 되므로 큰 상관은 없다. 이렇게 세월을 보낸후 6-7주후 이들은 도축된다. 전기충격으로 기절된뒤 두 다리가 조임쇠에 묶여 거꾸로 들린채 칼날에 목이 잘려 죽게 된다. 피가 모두 빠지고 뜨거운 물에 빠져 털이 뽑힌후 배가 갈려 내장이 제거되고 우리가 아는 포장형태로 가공되는데 간혼 기절하지 않고 산채로 뜨거운 물에 닭이 들어가 쪄죽거나 질식사하는 경우도 많다. 

 산란계의 고통도 만만찮다. 이들은 태어난 후, 그리고 어느 정도 자란 후 두차례 같은 이유로 부리가 제거된다. 산란계는 매우 좁은 새장에 갇히는데 이는 경사진 철사바닥이다. 닭은 본능적으로 흙은 발로 긁거나 몸을 바닥에 문대 흙목욕을 하는데 새장에선 이게 모두 불가능하다. 마찰이 없어 발톱이 계속 자라나 바닥 철사와 얽혀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흙목욕을 하려고 철사에 몸을 문대는 바람에 털이 몽땅 빠지기도 한다. 자리는 매우 좁아 날개를 펴거나 앞뒤고 움직이지 못하며 그 와중에서도 서열이 낮은 녀석은 평생 다른 녀석에게 깔려지내기도 한다. 닭은 마땅히 둥지를 짓고 그안에 비밀리 알을 낳고 싶어하는데 알다시피 새장에선 모두에게 공개된채 알을 낳아야 한다. 인간으로 따지자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변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피터싱어는 말한다. 

 돼지는 자연상태에서 안정된 사회집단을 형성하고, 공동보금자리를 만들며, 보금자리에서 꽤 떨어진 곳에서 대소변을 처리한다. 활동적이며 거의 하루종일 땅에 코를 박고 먹이탐색을 한다. 특히, 암퇘지는 출산이 임박하면 잠시 공동체를 떠나 땅을 파고 그곳을 풀과 가지로 가득 채운 후 새끼를 낳는다. 출산후 10일 정도가 지나면 새끼를 데리고 공동체로 복귀한다. 하지만 공장식 축사의 돼지는 단단한 콘크리트나 작은 널빤지 바닥에 수용된다. 다리에 쉽게 상처가 난다. 암퇘지는 돈사에서 출산하면 새끼를 일찍 떼어놓는데 이로 인해 젖을 빨리 떼게 되어 더 빠르게 임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과거 돼지들은 연간 평균 16마리를 출산하는데 그쳤지만 지금은 무려 45마리까지 출산한다. 고기돼지는 몸무게를 불리는게 중요하므로 평소 마음껏 먹는 편이다. 하지만 출산돼지는 그렇지 못하다. 그들은 굳이 살을 찔 필요가 없으므로 적정 사료양의 60% 정도만 공급한다. 그래서 항상 배고픔에 시달리게 된다. 

 소는 송아지의 고통이 끔찍하다. 빌이란 어린 송아지의 고기는 과거부터 사치품이었다. 풀을 먹기 전의 송아지는 그 고기가 매우 연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현재 빌용 송아지를 공급하기 위해 수송아지를 낙농계에서 빠르게 도축한다. 하지만 무게가 얼마 나가지 않기에 인위적으로 빌상태를 유지하면서 무게를 충분히 불린 다음 도축하는 형태가 많다. 일단 송아지가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떼어 감금장치에 움직일수 없게 가둔다. 이들에겐 젖이나 풀이 아닌 비타민, 미네랄, 성진촉진제가 포함된 액체사료가 젖병도 아닌 통의 형태로 공급된다. 이렇게 16주를 가두어 키우면 빌 상태로 181kg까지 무게가 늘어 상당히 수익성이 좋다. 빌용 송아지는 고에너지의 사료로 인해 빨리 크고 열을 많이 방출하는데 태어난지 10주면 털갈이가 시작되어 몸손질 충동경향이 많아지지만 움직일수 없어 방법이 없다. 또한 소처럼 발굽이 있는 동물은 틈이 없는 단단한 바닥이 좋지만 빌송아지는 움직이면 안되므로 배설물이 빠지게 틈이 있는 바닥을 만들어 송아지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건초사료를 먹지 못해 송아지는 위가 정상발달하지 못하고 만성 소화불량과 만성설사에 시달린다. 빌송아지의 고기가 색이 연하고 부드러운 것은 사실 철분이 부족해서다. 소는 풀을 통해 철분을 얻는데 빌송아지의 액체사료에는 당연히 철분이 없다. 그리고 혹여 철분을 얻을까 빌송아지의 우리는 철저히 철제가 아닌 나무로 제작된다. 빌송아지란 결국 어려서 어미와 떨어져 젖을 한번 빨지 못하고, 제대로 된 밥을 먹지 못해 소화관도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데다가 평생 움직여 보지 못하고 살만쪄서 몸은 크나 빈혈에 시달리는 소인 셈이다. 

 소들은 대개 뿔이 잘리고, 거세당하고, 소인이 찍힌다. 하지만 닭의 부리처럼 소의 뿔은 인간의 손톱과는 달리 동맥이 흐르고 신경과 조직이 얽힌 곳이다. 이런 곳을 잘라내는 건 소에게 큰 고통과 출혈을 유발한다. 거세는 더욱 심하다. 소의 거세는 소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날카로운 칼로 음낭을 찢어발기고 고환을 손으로 뜯어내는 작업이다. 소인 역시 달궈진 인두로 수초간 소의 피부를 지지는 일이다. 

 이렇게 험난한 공장식 사육장에서 자라난 가축들에게 다음으로 기다리는 것은 도축장으로의 운송이다. 미국처럼 큰 국가에서는 도축장으로 이동하는데 2-3일이 소요되기도 한다. 과거 이것이 너무 가혹하다고 하여 철도로 운송하는데는 시간 제한이 주어졌지만 지금처럼 트럭으로 주로 운송하는 방법이 이 법에서 벗어난다. 대부분의 트럭기사들은 운송이 시간싸움이기에 운송하는 가축에게 관심을 쏟지 않는다. 돼지나 소들은 대부분 당연히 트럭을 처음 탄다. 흔들림과 굉음에 겁이 질리기 마련인데 운송하는 트럭은 외부로 노출되어 겨울엔 추위, 여름엔 더위에 시달리게 된다. 가축들은 운송후 체중감소와 수송열이 발생한다. 소들은 대개 체중이 무려 9% 가 줄어든다. 1986년의 기록에 의하면 7400마리의 소, 3100마리의 송아지, 5500마리의 돼지가 수송중 죽거나 심각한 상처로 폐기되었다고 한다. 운송중 서로 놀라 한 곳으로 물려 깔려 죽는 녀석들도 있다.   

 도축은 대개 전기 충격으로 시작된다. 전기충격으로 기절시킨후 뒷다리를 매달아 공중에 띄운후 칼로 도축하는 식이다. 이는 소, 돼지, 닭이 같다. 전기충격은 기절을 유발하는데 기절했다고 해서 고통이 없을리 만무하다. 한번에 고통을 느끼지 못할 사이 죽인다면 모르지만 이런 일도 쉽지 않다. 최근의 도축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데 1981년 한 시간에 225마리 도축에서 1986년 275마리 도축으로 빨라졌을 정도다. 1988년엔 5만 8천면의 도축장 피고용인이 부상을 당했는데 이른 빠른 도축 때문에 칼을 다루거나 기계를 다루나 다친 것이다. 사람이 이정도인데 동물은 어떨까, 거기에 정신적 스트레스와 살인적 강도의 노동, 부상으로 이 업계의 이직률은 무려 60%에서 100%에 달한다. 숙련되지 못한 사람이 빠른 속도로 부상의 우려속에 도축한다면 과연 동물이 고통없이 한번에 도축되는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거기에 미국에선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경우 동물이 정신을 잃고 도축하는게 교리상 금지다. 손상을 입은 동물은 도축하면 안된다는게 그들의 교리인데 여기에 기절도 포함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과거처럼 동물을 맨정신인체로 거대한 쇠도끼로 도축한다. 이 도끼는 사실상 망치에 가까운데 한방에 정수리를 부수어야 빠른 그리고 그나마 고통이 덜한 즉사가 가능하다. 

 이처럼 동물에 엄청난 고통을 주는 공장식 사육장이지만 그 생산성은 형편없다. 동물단백질 1파운드를 생산하기 위해 인간은 동물에게 21파운드에 달하는 단백질을 먹여야 한다. 모든 생물이 먹는 것이 다 그대로 살로 가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100%소화흡수는 모든 생물이 하지 못하며, 자신의 몸의 생명유지와 활동에 에너지가 소모되고, 남는게 성장에 이용된다.), 1에이커의 땅에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이나 완두를 심으면 300-500파운드의 단백질이 생산되지만 가축의 경우는 40-50파운드의 단백질 생산에 그친다. 대충 식물성 식품이 10배 효율을 갖고 있는 셈이다. 가축 중엔 그래도 소보단 돼지가 단백질 생산이 높은 편인데 이런 돼지보다도 귀리는 6배의 칼로리, 브로콜리도 3배의 칼로리를 같은 면적에서 생산한다. 그리고 낭비가 심한 소보다는 귀리는 무려 25배의 칼로리 생산이 가능하다. 가축은 물과 에너지도 많이 소모한다. 미국 물 사용량의 절반을 가축이 사용한다. 소고기 1파운드를 생산하려면 같은 양의 밀보다 무려 50배의 물이 필요하다. 이로인해 미국과 호주등의 건조지역에서의 가축생산은 해당 지역의 지하수를 빠르게 고갈시키고 있다. 가축 생산은 에너지도 많이 소모한다. 1칼로리의 화석연료당 귀리는 2.5칼로리, 감자는 2칼로리가 나오고, 밀과 콩도 1.5칼로리가 나와 채산성이 있다. 하지만 고기는 3칼로리의 화석연료를 투입해도 1칼로리의 고기 생산에 불과하다. 특히 소는 1칼로리당 무려 33칼로리의 화석연료가 필요하다. 

 환경오염도 문제다. 가축은 그 수많은 엄청난 양의 분뇨를 만들어낸다. 가축의 수가 이미 자연이 허용하는 수를 넘어선 만큼 분뇨의 양도 그러하다. 네덜란드의 예를 들면 농장에서 매년 9400만톤의 분뇨가 발생하는데 땅이 자연적으로 수용할수 있는 양은 5000만톤 정도다. 나머지는 오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미국에선 매년 수자원 관련 문제를 대부분 축사가 일으킨다. 그리고 고기수요는 산림도 파괴한다. 지난 25년간 고기를 탐닉하는 북미로의 고기 공급을 위해 중미에서는 거의 절반 가량의 열대우림이 파괴되었다. 이 열대우림은 많은 동식물의 서식지이자,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존재였다. 열대우림의 파괴로 지금 대규모의 멸종과, 땅의 침식과 강의 범람, 강우량과 나무의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동물에 대한 공장식 가축 사용방식은 에너지 측면, 그리고 식량생산면에서 모두 매우 비효율적이다. 거기에 생산과 유통 소비과정에서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많은 수의 가축 자체가 온실가스를 생성해며, 분뇨등으로 많은 수질, 토양오염을 일으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동물의 본능과 사회성, 개별성을 완전히 무시함으로써 그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야기한다. 때문에 동물해방에서 피터싱어는 이러한 동물을 먹지 않아야 함을 주장하다.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것이다. 에너지를 스스로 얻을 수 없는 동물의 하나로써 인간은 결국 무언가를 먹어야만 한다. 그래서 피터싱어는 쾌고를 감수하는 능력을 가진 동물들만을 먹이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쾌고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식물전체와 일부 동물은 식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동물일부의 경우 결국 감각을 느끼는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도 있기에 동물전반에 대한 식용을 금지하는 쪽으로 가자는 것이다. 

 언젠가 연구가 되어 동물 전체 및 식물마저 감각을 느끼는 존재로 판명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썬 현실적인 주장이란 생각이다.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인간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미 최상위 포식자라는 지위자체를 아득히 넘어섰다. 개체수면에서도 그렇고 자원활용능력이나 다른 생물들과의 힘의 차이에서도 그렇다. 때문에 다른 최상위 포식자들이 필요시만 식량자원으로 다른 동식물을 활용하는데 반해 인간은 다양한 이유로 동식물, 특히 동물을 활용한다. 사냥의 즐거움, 불필요한 연구의 이용, 사치와 탐닉으로써의 고기음식등이 그러하다. 이는 충분한 힘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피터싱어가 말한 것처럼 우리의 윤리체계를 일관되게 완성하지 못하는 하나의 중대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윤리체계는 좋은 결과를 불러일이키고자 하는 행동양식과 그 행동의 대상이 일관되어야 하는데 동물에 대한 우리의 행동은 대상에 대한 문제를 반드시 일으킨다. 동물과 인간의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적절한 인간중심의 윤리체계를 가진 인간이 먼훗날 과학기술이 더 발달하여,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가 낸 미약한 신호가 운이 없게도 발견되어 훨씬 강한 외계의 존재를 만났다고 생각해보자. 그들은 인간보다 훨씬 강하게 그 행성 및 항성계 자체의 지배자로 진화한 존재다. 과학기술은 인간과 비교가 안되며 더욱 강한 존재다. 그들이 인간보다 훨씬 발달하여 더 강한 이성과 과학기술로 곧이 다른 존재를 해할 필요가 없다. 에너지를 원시적으로 포식의 형태로 소화시키지 않고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기계 혹은 인공지능과 결합하여 생물학적 형태도 별로 남아있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우연히 인간의 고기가 자신들의 미각을 즐거운 방향으로 엄청나게 자극한다는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들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인간 문명을 파괴하고 그들의 공장식 사육장에서 맛을 강화하는 형태로 멋대로 진화시키고, 인간 사회와 가족을 해체하고, 여성에겐 새끼만을 낳게 하고, 수컷은 그저 죽이거나 고기로 쓰기 위해 폭력성을 줄이기 위해 강제로 중성화하기로 결정한다면 사람은 뭐라고 말할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 행성의 다른 존재와 다르게 더욱 이성적이고, 말을 할 수 있으며, 사회를 이루고, 도구도 쓸수 있으며, 문화와 양식이 있고, 가족과 사랑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특성을 일부 공유하는 외계인들에게 있어 그건 자신들의 그것들보다 매우 수준이 떨어지는 원시적인 형태의 양식이다. 이미 그들은에게 인간의 그것은 어느 정도 공유하지만 진화과정과 과학기술의 발달을 통해 오래전에 지나온 과정에 불과하다. 즉, 인간은 그들에게 동물정도에 불과해지는 것이다. 고통이나 쾌락을 느끼고 가족과 사회를 이루고, 본능과 생각이 있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미치지 못하고 힘이 훨씬 미약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말이다. 그런 그들에게 인간이 윤리체계를 제대로 완성해놓았다면 조금은 그들이 어느정도 들을 수 있을 만한 할말이 생길 것이다. 당신들이나 우리나 생존을 위한 에너지를 먹기 위해 다른 존재를 죽여야하지만 괘락과 고통을 느끼는 존재에겐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을 땐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아마도 이말이 유일하게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인간의 문명이 좀더 발달하여 배양육 기술이 보편화하고 싼 값에 고기를 공급하는 날이 온다면 사실 굳이 우리가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더라도 고기에 대한 윤리와 비생산성, 환경 파괴의 문제는 해결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물에 대한 태도를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른 분야에서의 동물에 대한 행동에서 큰 차이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식량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윤리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인간은 여러 형태로 동물을 괴롭히고 죽일 것이라는 말이다. 

 피터싱어는 책에서 자신은 동물을 먹는 사람은 존경할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채식은 무엇보다도 건강에 좋고, 우리의 미각을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것이라고 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고기의 섭취를 줄이려고 하는 노력은 동물을 고통에서 해방하고, 지구의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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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이미지]

선행이 대개 선행을 부르고, 악행은 대개 악행을 불러오는 것처럼, 차별은 차별을 부른다. 군대에서 느끼던 미스테리가 있었다. 군을 필한 다른 남성들도 느끼는 것이지만 이등병 일병 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괴롭히던 선임병을 정작 훗날 자신이 그 위치가 되면 놀랍도록 닮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은 개인이 그 조직의 문제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히 괴로워만 하다 결국 그 조직의 문제 구조 자체를 내면화하여 오히려 지지하게 됨으로써 발생한다. 

 군에서는 윗선이 일선 병사의 노동을 착취하고 그를 위해 인격을 말살하며 수단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병사전체를 괴롭히기보다는 바로 윗선을 괴롭힌다. 그 윗선 역시 마찬가지로 아래 전체를 피곤하게 다루기보다는 바로 아랫선을 괴롭히며 이 과정은 최하단까지 전달된다. 물론 민주사회로 접어든지 한참임에도 많은 희생을 젊은 남성에 강요하는 한국의 군대를 과감히 모병제로 전환하거나 병사를 막사에 가두지 말고 출퇴근을 시키거나 최저급여조차 제대로 주자는 여론은 아직도 과반을 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개인이 군을 구조적으로 어찌하기는 힘들고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그 악순환을 적어도 나에서는 끝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막아준 나의 아랫선이 훗날 적어도 자기가 받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런 한국군대 같은 차별, 아니 더한 차별이 1960년대 미국에도 있었다. 사실 미국의 인종차별은 아직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과거, 특히 미국 남부의 모습은 사실 매우 추악하다. 책 '헬프'를 보면서 이러한 차별의 극렬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저자가 책에서 충분히 의도한 것처럼 이런 차별은 여러 층위를 띤다. 

 책 헬프의 배경은 1960년대 초반 미국 남부 미시시피로 매우 더운 지역이고 오래전부터 농장지역으로 남북전쟁의 상흔이 아직 남아있으며 그 상징물도 남아있는 지역이다. 사람들은 대개 농업에 종사하고 흑인들도 많이 거주하며 남북전쟁때처럼 이 지역의 흑인들이 여전히 극심한 차별과 위협속에 살고 있다. 책의 배경은 구체적으로 미시시피주의 잭슨 시인데 잭슨 시장은 기가막히게도 흑인과 백인더러 '평등하되 분리한다'.라는 말도 안되는 기치를 내건다. 

 이 잭슨에서 차별은 여러 층위를 갖는다. 가장 최상위층엔 당연히 백인 남성이 있다. 이들은 바깥일을 하고 가정에 아내를 두며 아내는 무조건 아이를 많이 낳고, 대개 전업주부로 경제활동을 하거나 직업을 갖기 않는다. 여자들도 대학을 가지만 대부분 재학중에 남자를 만나 졸업과 취업을 하지 않고 결혼한다. 어찌보면 대학은 좋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가는 장소에 불과해보인다. 그들은 20대 초반에 결혼하며 집에서 안주인 노릇을 받지만 이렇게 집안에만 갇혀 가계를 운영하며 남편의 성공만을 뒷바라지 하는 차별을 겪는다. 

 그리고 이 안주인 백인 여성은 흑인 가정부를 차별한다. 백인 여성은 흑인 가정부 덕에 아이를 많이 낳아도 육아의 고통에서 해방된다. 집안의 청소와 요리, 심지어 장보기까지 모든 살림이 흑인 가정부의 몫이다. 아이가 아기때부터 기고, 일어서며, 기저귀를 떼고, 이유식을 먹는 모든 일을 흑인 가정부가 한다. 백인 안주인은 그저 아이를 가끔 혼내거나 교육적 지도를 하거나 옷등을 사주고 학교를 보낼 뿐이다. 그래서 많은 백인 아기들은 흑인 가정부를 먼저 엄마라고 부른다. 서로가 매우 곤란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흑인 가정부를 엄마처럼 따른던 백인 아기들은 이상스럽게도 모두 커서 자신의 부모와 똑같은 인종차별주의자가 된다. 

 흑인 가정부는 집으로 돌아가 흑인 남편에게도 차별받는다. 흑인 남편은 자신의 아내 흑인 가정부처럼 차별받는 처지지만 집에서는 가부장적 남편으로 모든 육아와 살림을 자신처럼 일하는 또는 심지어 돈을 더 많이 벌어오기도 하는 아내에게 전가한다.  

이들은 아내를 폭행하기도 하는데 영화 컬러 퍼플에서는 자신의 친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우리 골드버그가 아이를 둘이나 낳게 된다. 그는 어리고 가난했으며 백인과 흑인 남편에 의한 폭력과 차별이 만연한 이 나라에서 도무지 아이들을 키울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백인 목사 부부에 의해 아프리카로 떠나게 된다. 우피골드버그는 마치 아버지처럼 자신의 동생을 넘보는 대니글로버와 대신 결혼한다. 그리고 동생은 피신시킨다. 그렇게 남편에게 차별받고 폭행당하며 살던 그녀는 말년이 되어서야 아프리카에서 자유롭게 자유민으로 자란 자신의 아이들 그리고 동생 네티와 재회한다. 컬러퍼플엔 백인들이 흑인을 괴롭히는 장면이 좀처럼 나오지 않지만 백인들에게 파생되어 흑인들 스스로가 서로를 차별하는 끔찍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책 헬프에서는 독특한 백인 여성 유지니아가 등장한다. 그녀는 친구들과는 다르게 남자와 결혼하지 않았고 대학도 졸업했으며 감히 일자리를 갖고자 한다. 그런 그녀이니 흑인 가정부들과 통할 수 있었다. 어릴적 유지니아를 키워준 흑인 가정부의 역할도 컸다. 그리고 미스 셀리아가 있다. 미스 셀리아는 잭슨시의 여성중 우두머리 격인 미스 힐리의 전 남자친구와 결혼하면서 잭슨에 정착하게 되었다. 원래 타향사람인데다 힐리에게 찍힌 상태이기에 사실상 왕따상태다. 이런 사회에서 이단아 같은 미스 셀리아도 유지니아 처럼 가정부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고 친구처럼 지낸다. 사회의 지배적 차별 구조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백인 여성들은 모든 살림과 육아를 흑인 가정부에게 맡기고 자신들을 놀면서 담배를 피우고 카드놀이를 즐기며, 이런 저런 모임을 운영한다. 재밌게도 그들은 아프리카 흑인 아이들을 돕은 자선 후원회도 운영하는데 자신들의 옆에 있는 가정부는 같은 흑인으로 보이지 않았던 듯 하다. 이런 흑인 가정부들에 관심을 갖던 유지니아는 뉴욕의 한 여성 편집장에게 그들의 삶을 책으로 내는 것을 제안한다. 

 이 제안에 편집장이 관심을 가지며 유지니아와 잭슨 시의 흑인 가정부들과의 밀회가 시작되다. 이 밀회는 매우 위험하다. 아직 잭슨시는 인종차별이 만연한 지역으로 백인 안주인에게 찍힌 흑인 가정부는 금새 소문이 나 잭슨 시내에서 다시 일자리를 갖기 어려운 지경에 놓인다. 이 불똥은 남편과 자식들에게 튀어 그들 역시 실직하게 되며 폭행의 대상이 된다. 책에 등장하는 이웃을 잘 돕던 건실한 흑인 청년은 단지 분리 표시가 되어 있지 않던 백인 화장실을 이용했다 집단 린치를 당해 실명한다. 물론 처벌받은 사람은 없다. 이런 위험한 곳에서 그들은 인터뷰를 통해 그리고 자신의 글을 유지니아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통해 책을 써낸다. 

 물론 그들은 책을 익명으로 써내고 진실이 알려져도 자신들이 무사할만한 장치도 책에 넣지만 곧 잭슨 시내의 백인 안주인들은 이 책의 주인공들이 자신들임을 알게 된다. 화가난 미스힐리는 흑인 가정부 에이블린을 공격해 친구가 그를 결국 해고하게 만든다. 

이 장면은 영화로 만들어진 책 헬프에서 에이블린이 해고되는 장면이다. 에이블린은 해고되면서도 백인 아이에게 자존감을 심어준다. 어쩌면 이런 자존감을 가진 아이가 먼 훗날 자라나 자신의 부모같은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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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 본성에 대한 것이다. 책 파리대왕과 홉스는 인간의 본성을 기본적으로 악하다고 본다. 파리대왕에선 섬에 갇힌 아이들이 처음엔 젠틀하고 규칙이 있지만 상황이 악화될수록 야만에 가까워져가는 모습을 그렸고, 홉스 역시 인간의 자연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루소는 다르다. 루소는 자연상태의 인간을 선으로 보며 오히려 문명으로 인해 인간의 본성이 악해진다고 본다. 

 이처럼 인간 본성에 대해선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과 악의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많았다. 루소나 공자, 맹자, 장자는 선성설에 기반하며, 홉스나 순자, 한비자등은 성악설에 기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인간의 양면을 강조하고 후천적 환경을 중시하는 백지설과 성무성악설도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인간의 본성은 선악으로 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인간 생의 목표는 본연적으로 생존과 번식, 그리고 행복의 추구에 있고 이것들에 대한 적합성을 높이는 방향이 때론 선할수도 있고 악할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선악보다는 생존과 번식, 행복의 추구를 본성으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거기에 선악의 구분은 사실 매우 모호하다. 유기체는 자신의 생존과 번식, 행복을 추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나 행동이라면 가치를 선하다고 부여하고 그 반대의 작용을 하는 것이라면 악하다고 부여한다. 하지만 선한 가치를 부여하는 행동이라도 그것이 다른 유기체에게 악한 가치로 작용한다면 역시 선하다고 보기는 어려워진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에겐 손해가 되는 악한 행동이 다른 유기체에게 선하게 작용한다면 어떻게 보아야할까? 그리고 매우 힘들겠지만 양방향의 작용이 등가적이라면 어떻게 판단해야할까?

 이처럼 선악은 판단하기가 매우 모호하고 복잡한 문제지만 놀랍게도 인간이나 다른 유기체들은 개체간의 다소 혹은 큰 차이가 있겠지만 이를 어떻게든 빠르게 판단해낸다. 그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론적인 혹은 기준의 모호함에도 인간이 판단하는 선악을 대부분 분명히 판단되며 실생활에 존재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간은 이토록 놀랍게 번성하고 생존과 행복추구에 다른 어떤종보다도 인상적으로 성공하고 있음에도 스스로의 본성을 매우 부정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현대사회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민주주의로 이념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이 세 가지 사상은 인간 본성에 대한 부정적인 가정에 기반한다. 자본주의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매우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라는 생각에 기반하며, 사회주의 역시 계급투쟁적인 면에서 그러하며, 민주주의 역시 권력은 기본적으로 부패한다고 보기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중시한다.

 책 휴먼 카인드는 이런 인간의 본성의 선한 측면에 주목하고 사실 우린 생각보다 선한 존재이며 이런 선함에 주목하여 사회조직과 원리를 개편해나갈때 더욱 생존에 성공할수 있음을 주장하는 책이다. 워낙 이런 책이 희귀하기에 무척 인상적이었다. 

 




1. 인간은 선하게 진화했다.

 책은 인간을 호모 퍼피로 명명한다. 강아지 인간이란 뜻이다. 이는 인간이 강아지처럼 스스로를 가축화하고 호전성보다는 협력성과 그를 위한 선함을 갖는 방향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구소련의 류트밀라에 의한 은여우 실험은 야생의 동물을 짧은 시간안에 가축화하는데 성공한 실험으로 유명하다. 시베리아의 은여우는 매우 사납고 호전적인 동물로 은여우를 대하는 사람들은 두께 5cm가량의 장갑이 필요할 정도로 무는 힘이 강하다. 류트밀라는 이 은여우들 중 그나마 덜 호전적인 개체들을 교배시켰는데 불과 4-5세대가 지나자 가축화가 진행되었다. 가축화한 은여우들은 개처럼 변화했다. 꼬리가 말려올라가고 크기는 작아졌으며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고 사람에게 친근하게 굴었다. 

 책은 인간 역시 스스로를 가축화했다고 본다. 가축화하면 우호적 행동이 증가하고,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의 분비가 증가하며, 청소년기가 매우 길어지고, 외모가 더욱 여성스러워지고 젊어지며 소통능력이 증대하는데 네안데르탈인과 비교할때 호모사피엔스의 이런 성향은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가축화가 되면 동물은 뇌가 작아진다.(실제 인간은 네안데르탈보다 뇌가 작다) 과거 이는 야생에서 필요할 능력을 상실하며 지능이 낮아진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오히려 은여우 실험결과 가축화한 은여우는 여러 지표면에서 지능이 야생상태의 은여우보다 나았다. 이외에도 협력적으로 진화한 증거로 인간만의 특별한 신체적 특징도 있는데 서로의 표정을 잘 알수 있게 얼굴에 털이 사라진 것과, 협응을 위해 흰자위가 생겨나 서로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눈썹뼈가 낮아져 다양한 표현의 구현이 가능해진 점 등이 있다. 

 호모사피엔스는 호모퍼피로 진화한 20만년간 매우 평화적이었다. 문명 이전의 동굴 벽화는 수천점이 발굴되는데 이 그림 중 동물사냥이나 여러가지 제의 등을 묘사한 것은 많지만 이상하게도 전쟁을 나타낸 그림은 단 한점도 없다. 인류문명사에서 전쟁의 중요성, 그리고 유사 이래 여려 역사나 문화재에 전쟁이 주요소재란 점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문명 이전의 인간 역사에서 이렇다할 전쟁이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농경 이전 정착생활을 시작한 경우 거대 조형물이 나타나 이것이 문명이전의 수평사회가 아닌 계급사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로 생각되지만 쾨페클리 테페의 오래된 사원은 조사 결과 수천명이 힘을 합쳐 수평적인 사회구조에서 건설 된 것으로 생각된다. 

 

2. 인간이 악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이처럼 선한 인간이 악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인류 역사는 상대방을 정복하고 말살하기 위한 전쟁과 침략, 그리고 종교적, 인종적, 문화적 차이로 인한 학살로 점철된다. 호모퍼피라는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며 이는 과거에 비해 규모가 크게 줄긴 했지만 현재도 진행중이다. 

 책은 인간이 악해진 이유, 아니 착한 호모퍼피가 악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문명사회로의 전환과 정착,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진 농경에서 원인을 찾는다. 실제로 고고학 연구에서는 인류가 정착한 이래로 최초의 군사요새 시설이 발견되었고, 이 시기의 동굴벽화에서는 궁수들이 서로를 겨누어 쏘아죽이는 장면도 등장한다. 또한 정착초기 시기 수많은 유골들이 과거와는 다르게 인간의 무기에 의한 상흔이 뼈에서 발견되기 시작한다.

 이는 정착과 농경의 시작으로 사적 소유물이 생성되고 이로 인해 전쟁이 시작되면서 권위적이고 압도적인 지도자가 나타난 것이 원인이다. 정착과 농경으로 사람들이 정착하게되면서 사적 소유물이 발생한다. 초기 정착지는 매우 윤택하며 주변의 동물들도 많지만 책 문명과 식량에 언급된 것처

사람은 식량의 한계선까지 자손을 낳아 기른다. 즉, 주변 환경의 한계까지 최대한 번식하는 것이다. 자연히 정착지는 점점 주변으로 성장하게 되고, 자연히 다른 정착지와 경계를 맞닥뜨리는 시점이 오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한 편은 상대적으로 어떻게든 부유할 것이고 다른 한 편은 어떻게든 상대적으로 가난할 것이다. 이는 경쟁과 불신으로 이어지게 되고 다른 편 공동체에 대한 혐오로 번져나가기 쉽상이다. 경계심은 높아지고 서로간에 공격과 방어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자연히 전쟁영웅이 탄생한다. 

 문명 이전 사회의 지도자나 영웅은 오래가지 못했으며 이를 잘 알기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가 권위를 내려놓고 사려깊었으며 시혜적이었다. 실제 아직 수렵 채집사회의 지도자인 빅맨은 그러한 성향을 강하게 보인다. 이러한 수렵채집 사회의 지도자가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은 인간 자체가 가진 불평등에 대한 강한 불쾌감 때문이다. 또한 수렵채집 사회의 지도자의 권위는 쉽게 허물어 질수 있다. 약간의 방심과 시기가 부른 가십과 상대편의 협력공격 혹은 기습공격으로 지도자는 쉽게 제거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과 방어가 일상화 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카리스마 있는 전쟁 영웅은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할 여러번의 기회를 얻었고 영구적 추종자가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자리를 웬만한 가십과 공격에서 지켜낼 군사력을 얻게 되었다. 이런 군사적 지도자들 중 일부는 과거 수렵채집사회의 지도자처럼 물러나지 않기 시작했으며 결국 영구적 지도자의 자리를 얻게 된다. 왕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처럼 강해진 지도자에 사람들은 더이상 불평등을 느끼기도 쉽지 않아졌으며 저항하기도 어려워졌다. 왕이 된 지도자와 지배계층이 된 그 추종자들은 다른 사람들을 영구적으로 지배하고 착취하기 위한 여러장치를 개발한다. 우선 자신의 신격화다. 사람들이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갖지 않기 위해 군사력이라는 무력으로 누름과 동시에 자신의 지배를 신에 의한 것, 혹은 자신을 신격화 함으로써 정당화한다. 다음은 문자와, 화폐, 법률, 종교이다. 정착 이전 대부분의 종교의 신은 인간의 삶에 관심이 없고, 규칙위반에도 무관심 하거나 관대한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정착 이후 신은 그 성격이 돌변하여 도덕적 규칙을 매우 강조하고 인간의 규칙 위반에 강한 처벌을 내리기 시작한다. 공동체가 커지며 지배자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을 구속하기 위한 장치다. 마찬가지로 화폐는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금 징수의 효율화 때문에 생겨났으며 글쓰기는 다른 사람들을 노예나 국가를 위한 세금징수 및 병력의 대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생겨났다. 법률도 마찬가지인데 과거 법전은 그 내용이 노예관련한것이 무려 2/3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문명은 개인의 삶의 구속시켰을 뿐만 아니라 매우 불행하게 만들었다. 농경과 정착으로 전환한 후 거의 1만년간, 즉 1800년 이전까지 인구의 90%가 농지에 묶여 있었으며, 80%가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고, 80%가 부유한 영주에 착취당하며 속박되어 있었다. 문명이 인류전반적으로 혜택이 되기 시작한 것은 극적인 생산력의 증가를 불러온 산업혁명 이후의 일이다. 


3. 우리가 인간이 악하다고 여기는 이유

 이처럼 호모퍼피는 정착으로 인해 19만년 간의 평화를 뒤로하고 갈등과 혐오의 1만년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 이외에도 다양한 현대사회과학과 심리학의 실험과 사건들이 호모퍼피의 본성이 악할을 우리에게 입증하기도 했다. 소설 '파리대왕', 밀그램의 스탠퍼드 교도서 실험, 2차대전으로 심판 받은 아이히만, 방관자 효과로 유명한 키티 제노비스 살해 사건, 모아이 섬의 비극이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 책은 이 모든 사건과 실험등이 인간의 악한 본성을 부각하기 위해 조작되거나 특정부분만 부각한 잘못된 사례라 지적한다.

 우선 모아이 섬이다. 책 문명의 붕괴에서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우리 인간의 환경파괴적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모아이 섬 사건을 다루었다. 개요는 한때 숲이 울창했고, 인구도 무려 2만에 이르렀던 모아이 섬에서 모아이 경쟁으로 자원이 고갈되고, 두 부족이 식량과 자원 부족으로 살육과 전쟁을 일삼으면서 섬이 인구가 2000명으로 줄어들고 숲조차 모두 사라진 황량한 지역이 되었다는 것이다. 책은 이 이론의 허점을 지적한다. 우선 모아이 섬의 인구가 정착한 시기다. 대충 100명정도가 섬에 정착한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엔 900년경 섬에 정착이 이루어 진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실은 1100년경이라는 것이다. 산업화 이전의 인구성장률이 0.5%라는 것으 감안하면 모아이의 인구는 기존의 1만5천이 아니라 2200명 정도로 급감하게 된다. 즉 살육과 전쟁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애초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실제 섬에서는 대량학살에 의한 유골흔적이 없다. 숲이 줄어든 것은 대륙에서 설치류가 침입한 것으로 설명한다. 기존에 없던 설치류가 침입하고 크게 번식하면서 나무의 씨앗을 먹어치워 숲이 서서히 전멸했다는 것이다. 또한 숲의 사라짐은 개간이 가능한 옥토를 넓혀 오히려 원주민의 식량생산을 늘렸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다음은 키티 제노비스 살해사건이다. 키티는 여러번의 구원요청에 30가구의 집이 그녀가 곤경에 처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도움을 주지 않아 살해되어 방관자 효과의 시초로 불린다. 하지만 저자가 사건을 연구해보니 실상을 달랐다. 키티의 도움 요청으로 해당시간 비슷한 수의 가구가 깨어난 것은 맞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로가 누군가 신고를 했을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키티에게 직접 도움을 준 사람도 있었다. 우선 키티와 동거하던 여성과 관계된 한 남성이 있었는데 그는 키티를 발견하고 즉각, 키티의 친구를 부르러갔다. 그 남성은 직접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는 동성연애자로 자신이 사건에 관련되어 주목받게 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상황이었다. 이런 시간적 차이로 키티는 이미 부상을 당한체 친구에게 발견되었다. 그리고 친구의 품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여러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허상인 셈이다.

 아이히만 사건도 그렇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아이히만이 남긴 많은 인터뷰자료에서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것으로 드러난다. 그는 유대인 학살에 대해 스스로 선을 행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으며 생각없는 관료라기 보다는 나치즘의 신봉자에 가까웠다. 그리고 저자는 아렌트의 경우 문체가 상당히 함의적이어서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평한 것은 악한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무지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은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다. 밀그램의 전기충격실험이다. 교도소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재소자와 교도관으로 나누어져 생활하게 되었고, 그 결과 교도관 그룹은 진짜 교도관처럼 재소자 그룹을 마구잡이로 대하기 시작하며 실험이 중지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실험은 조작된 것이다. 우선 교도관으로 참여한 사람 중 하나였던 재피는 대학원생으로 이 실험의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실제로 그는 실험기간중 재소자를 제재하기 위한 방법 17가지중 무려 11가지를 고안해냈다. 상당한 의도성을 가진 참여자가 있었던 셈이다. 이런 의도적 진행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평화적이었다. 교도관 역할을 맡은 사람의 2/3은 거친 행동을 일삼는 것을 주저했으며 1/3은 심지어 수감자를 친절히 대했다. 심지어 교도관 중 1인은 제법 큰 보수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실험 시작전 내용을 알고 그만두었다.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은 1961년으로 마침 전범재판이라는 시대적 분위기와 함께했다. 밀그램 자신도 유대인으로 자신의 연구를 홀로코스트에 대한 최고의 설명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가 있었다. 밀그램은 모든 것은 권위에 달려있다고 믿었으므로 실험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는 실험의 대본에서 벗어나고 하는 사람에게는 강한 압력으 행사하였으며 존 윌리엄스라는 생물학 교사를 고용했고, 그는 다른 사람에게 강압적으로 강도높은 전기스위치를 누르게 하였다.

그는 심지어 말을 듣지 않는 46세 여성을 실험과정에서 폭행하기도 하였따.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실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참여한 사람들 역시 선의로 참여하였다. 그들은 사후 인터뷰 결과 실험상황이 실제가 아님을 인지하고 있었다.(56%나 이걸 눈치챘다. 실험이 상당히 엉성했음을 보이는 반증이다.) 또한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도 실험 과정 자체는 악하지만 이것이 향후 선한 결과를 인류에게 가져온다는 선의를 갖고 실험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많은 실험과 사건들이 조작 왜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을들 인간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직도 상당히 많은 책들에게 이 결과들이 인용되고 있으며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인간이 스스로에게 부정적 편견을 갖는 것은 뉴스들의 역할도 큰데 뉴스는 기본적으로 늘 일어나는 평화적이고 선의적인 사건들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어쩌다 일어나는 전쟁이나 테러, 살인 등의 범죄를 주로 다룬다. 이는 인간의 부정적 편향때문인데 인간은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서 만에 하나 조심하지 않고 잘못판단할 경우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기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경향을 보인다. 때문에 이런 부정적 소식과 뉴스에 관심을 갖게되고 세상이 온통 이런 일로 가득찬 것처럼 느끼며 인간 자신에 대한 불신과 악한 본성에 대한 믿음이 더욱 커지게 된다. 최근 SNS는 이런 경향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데 클릭수에 의한 광고에 의존하는 이런 매체들은 어느 정도 공영상을 담보하는 뉴스보다 더욱 부정적 뉴스에 힘을 싣고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4. 어떻게 하면 선한 본성에 기반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책에서 언급한 것츠럼 현대사회의 기본 원리인 민주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는 모두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가정한다. 때문에 이 제도들은 인간을 믿지 않고 주체적으로 여기지 않으며 감시와 관리의 대상으로 여긴다. 

 자본주의를 예로 들면 근대 경영향의 아버지인 테일러는 사람을 믿지 않고 그들의 1분 1초까지 감시하고 이를 보상하는 관리시스템을 만들어내었다. 놀랍게도 이는 오늘날까지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여전히 많은 기업과 관리조직들이 하부 직원을 감시하는 관리체제와 관리자를 두고, 그들에게 관리체제에 순응한 대가를 돈으로 보상한다. 하지만 보너스 같은 경제적 동기는 오히려 사람들의 자발적인 동기와 도덕적 잣대를 둔화시킨다. 보육기관에서 아이를 늦게 찾아가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한 이래로 오히려 벌금으로 대신하며 아이를 늦게 찾아가는 부모가 늘어났다는 소식은 이를 잘 반영한다. 또한 많은 직종의 사람들, 의사나, 교사, 변호사등은 단지 돈 때문에 자신의 직종에 헌신하지 않는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을 발전시키기 위해 억울한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일하는 경우도 많다. 

 네덜란드의 드 블로는 돌봄기관의 관리시스템을 없애버림으로써 조직의 구성원과 수요자들을 모두 만족시켰다. 그는 관리 자체를 없애면 업무수행이 이전과 같거나 훨씬 좋아진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드 블로는 관리자, 콜센터, 기획자, 목표, 보너스등을 조직에서 없애버렸다. 간접비도 크게 줄였고, 회의 소요시간도 크게 줄였다. 조직은 12명으로 구성된 50개의 팀으로 각 팀의 자율성을 최대한 높였고, 각 팀은 스스로 일정을 정하고 심지어 동료도 스스로 고용했다. 팀은 개별독립예산을 갖고 있었으며 난관에 부딪힐 경우 호출할 수 있는 코치가 있었다. 이 조직은 인사팀이 없음에도 5회에 걸쳐 네덜란드 최고 고용주로 선정되었으며 직원과 고객의 만족도가 크게 신장되었다. 

 교육에도 마찬가지다. 근대교육 이후로 학생은 수동적으로 교육을 받고 무엇보다도 놀이기회가 크게 박탈되었다. 이는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로 돌아서며 경쟁이 심화되자 더욱 강화되었다. 아이는 부모의 감독없이 야외에서 활동하면서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위험과 약간의 허술함을 감수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다듬고 동기를 부여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현대의 교육은 이를 박탈한다. 학교는 놀이 시간 자체를 결코 허용치 않고 제공하는 놀이터도 매우 정형적이다. 거기에 안전규칙을 들먹이며 안전업자만 배불리는 더욱 정형화되고 놀이방법이 정해진 놀이기구만을 제공한다. 유럽엔 무정형놀이터인 정크놀이터가 있다. 그냥 언덕이 있거나 올라가고 뛰어내리고 매달릴수 있는 놀이 방법이 정해져있지 않은 형태다. 과거 우리가 그네 미끄럼틀이 있는 곳보다는 자재가 쌓인 공사장에서 노는 것을 더 재밌어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놀이터는 위험해보이지만 오히려 정형적인 놀이터 보다 안전사고 위험이 낮고 부상정도도 약해 유럽의 일부 보험사는 이 놀이터에 대한 보험료를 낮추기까지 했다. 

 현대 민주주의도 문제다. 현대 민주주의는 인간에 대한 부정적 견해로 다수의 대중이 올바르게 스스로를 정치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을 갖고 있다. 그 결과 현대 민주주의에는 7가지 재앙이 일어났는데 정당의 무력화, 시민들 사이의 정치 불신, 소수의 배제, 유권자의 무관심, 정치인의 부패, 부자의 탈세, 현대 민주주의가 불평등하다는 자각의 확산이다.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국민과 정치기구사이에 깊은 단절이 일어나고 있는데 책은 극복방안으로 시민 참여형 정치를 제시한다.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는 우파도 좌파도 아닌 시민운동가가 시장으로 당선되었는데 당선과 동시에 그는 많은 시 예산을 주민들이 직접 사용하게 하였다.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주민들은 자체회의를 통해 예산을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합리적으로 집행해나갔고, 그 결과 시의 고용률, 교육률, 복지률등 많은 지표들이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제 막 매우 적은 액수를 시민참여예산으로 편성되고 있는데 더욱 과감하게 해나갈 필요가 있다. 코로나로 인한 지원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해야하는지는 피해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탁상행정가가 아니란 말이다. 

 책은 마지막으로 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거 선원들에 대한 연구에서 백인들의 원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정도는 그 선원들이 원주민과 함께 항해한 횟수에 비례하여 극적으로 감소하였다. 또한 미국이 치룬 전쟁에서 흑인 병사와 함께 전우애를 나누며 복무한 병사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정도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실제 심리학자 올포트는 편견, 증오, 인종차별이 접촉 부족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했으며 접촉은 더 많은 신뢰와 연대, 상호친절을 낳으며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만든다. 

 하지만 접촉이 전부는 아니다. 서로에게 익숙해지는데는 일단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며 단순히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선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한국 군대를 절대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한국에 있는 지역과 학력, 계층이 매우 다른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서로 이해할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걸 억지로 꼽고 싶다. 물론 정말 그게 필요한 진짜 권력층의 아들들을 오지 않는다는 점이 아이러니긴 하다. 

 또한 타인에게 공감이 아닌 연민을 같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책 공감의 배신에서는 공감을 도

의 기반으로 하는 것을 경계했다. 공감은 좁은 스포트라이트로 자신과 유사하거나 비슷한 사람에게 작용하고, 공감하는 사람을 정신적으로 소모시키며, 올바른 수학적 계산에 의한 도덕적 계산을 어렵게 만든다. 때문에 저자는 책 공감의 배신에서 제시한 것처럼 연민을 중시한다. 연민은 더 통제되고 더 거리를 두고 있으며 더 건설적이다. 또한 타인의 고통, 공유,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고 행동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책은 문명이전 인간은 상당히 오랜 시간을 평화적으로 진화했고 이는 우리 유전자에 새겨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음을 주장한다. 우리의 악함은 문명으로 인해 정착하며 지도자가 생겨나고 그 체제에 묶이게 되면서 나타났으며 많은 경우 지도자들은 자신의 야욕을 이루기 위해 상대편을 자신들과는 다른 야만적이거나 혐오적인 대상으로 취급하였다. (실제 일본인도 식민지 한국인을 그렇게 대했으며 그 잔상은 아직도 남아 한국이 자신들만큼 성장했음에도 일본인은 그걸 인식하지 못한다. ) 또한 우리의 악은 몇몇 역사적 증거의 과잉해석과 가짜 심리학 실험들에 의해 더욱 퍼지게 되었고 현대에 와서는 뉴스와 SNS가 이를 더욱 강화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본성의 선함을 믿고 인간의 어두운 부분에 근거하는 사회체제를 바꾸어나간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좋아질 것으로 저자는 믿고 있다. 하나하나 옳은 말이며 그런 사회게 오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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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8-27 18: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말씀에 공감합니다.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선할수도 악할수도 있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

닷슈 2021-08-28 18:16   좋아요 2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Falstaff 2021-08-27 1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 글은 서재에서 읽으면 검정 바탕에 흰 글씨라서, 눈 아파 읽지 못한답니다. ^^;;

닷슈 2021-08-28 18:17   좋아요 1 | URL
들어와보니 진짜 그렇네요.

붕붕툐툐 2021-08-27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저는 선하다에 한 표욤^^

닷슈 2021-08-28 18:17   좋아요 2 | URL
선과악이 다 있는 존재입니다만 그래도 선하기를 바라고 선한면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여럿이 모여 사니까요.

서니데이 2021-09-10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1-09-10 19:3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9-10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엄청 긴 글!@@
축하합니다 ~!

닷슈 2021-09-10 19:3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9-10 1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닷슈 2021-09-10 21: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초딩 2021-09-1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페이퍼 당선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인간의 뛰어난 두뇌는 만드는 주체조차도 이것이 허상인지 실상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가상의 세계를 이미 하나 만들어냈다. 바로 꿈이다. 꿈은 가끔 끔찍하니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상당히 매력적인경우가 많다. 평소 소망하던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이상향이나 이상형이 나오기도 하며, 정말 현실같기도 하고, 완전히 엉뚱한 상상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런 꿈이 왜 있는지는 아직도 연구대상이다. 프로이드는 무의식의 반영이라 보았는데 그런면도 분명 있어보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그리고 우린 거의 매일 꿈을 꾸는데 제대로 수면단계를 밟는 경우엔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 꿈은 간혹 너무 매력적이기에 깨어나서도 다시 그 꿈을 꾸기 위해 잠들고 싶은 경우도 있고, 여운이 강하게 남는 경우도 있으며, 현실세계의 나를 공포에 빠뜨릴 정도로 끔찍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꿈같은 세계를 우리가 완전하게 의지를 갖고 창조해내고 원해는데로 조정하며 즐길수만 있다면 어떨까? 최근 가장 가까운 답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는 글자그대로 현실의 세계를 뛰어넘는 완전한 가상의 세계 또는 현실을 증강시킨 세계를 말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메타버스가 구현된 영화도 제법있는데 우선 '레디플레이어 원'이 있다.

 영화는 가상의 세계 '오아시스'를 마치 스티브잡스 같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발명해내고 전세계 사람들이 이 메타버스에 완전히 빠져사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사람들은 항상  VR기기를 가정과 바깥에서 착용하고 다니며 메타버스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 실제 걷거나 뛰는 느낌을 주는 트레드밀같은 장치와 촉감과 통증은 주는 장갑과 슈트를 착용한다. 영화는 이런 오아시스를 장악해서 전세계를 장악하려는 악덕기업과 오아이스를 사랑하고 즐기려는 주인공과의 대결을 그린다.

 

 메타버스가 구현된 또 다른 예도 있다. 영화 '써로게이트'와 '매트릭스'다. 써로게이트에서는 인간들이 자신의 실제 안드로이드 아바타에 접속해 자신들은 집안의 조종장치 안에서만 생활한다. 실제 직업활동 및 사회활동은 자신을 이상화한 안드로이드 아바타가 대신한다. 경찰활동도, 연애도 심지어 부부간의 결혼생활도 그렇다. 사람들은 실제 늙고 추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겁내하며 사회가 위험하기에 안드로이드를 대신 출근시킨다.

 매트릭스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전쟁 끝에 인간을 지배하게 된 인공지능들은 기계가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지구의 하늘을 EMP구름으로 뒤덮자 정복한 인간의 생체에너지를 배터리로 쓰기시작한다. 인간이 가축처럼 얌전할수는 없기에 인공지능은 인간들을 모조리 태어나자마자 재우고 에너지를 뽑아먹으며 그들이 얌전히 자도록 가상의 세계를 실제세계로 착각하며 살게 만든다. 이것이 매트릭스다. 

 영화가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일본에서 만든 드래곤퀘스트 유어 스토리도 메타버스를 소재로 한다. 유명한 드래곤 퀘스트5의 게임을 실제 세계의 사람이 자신의 게임의 주인공이 되어 진행해나간다. 물론 유저는 게임중 자신이 실제 세계의 사람인지 자각하지 못하고 완전히 게임의 주인공으로 태어나 게임에 몰두한다. 이런 게임의 중독성은 대체 어느정도일까?

 

메타버스에 대해 최근 많은 책이 나오고 있지만 이번엔 본 책은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이다. 메타버스의 최근 동향과 주요 기업, 특징에 대해 잘 정리한 책이다. 

 메타버스는 7가지 핵심 요소가 있는데 

1.상시 인터넷 연결을 기반으로 하고

2. 현실과 연결된 디지털 구현 무한세계이므로 가상과 물리적 현실세계의 경계가 무척 혼재되며

3.유저들과 공유되는 가상의 컨텍스트가 있어 그 안에서 유저가 상호작용하며

4.멀티 아이덴터티를 통한 멀티 프레즌스가 가능하고

5.물리적으로 멈추지 않는 시간계가 있고 자체적인 주기에 따라 시간이 흐르며 지속되는 공간이며

6.멀티입력, 출력장치로 구성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는 세계이고

7. 디지털 가상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다중 평행세계라는 것이다. 


 이런 메타버스는 활성화 될 것이 분명한데 인간에게 줄 영향이 상당하다. 주로 가상세계만을 생각하지만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혼재될 것이 분명한데 소매업의 경우도 많은 영향을 줄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쇼핑시대에도 사람드이 물리적 쇼핑센터를 찾는 것은 실제 물성을 가진 제품을 체험하는 것과 화면상의 경험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쇼핑몰은 실제세계의 쇼핑몰보다 월등한 체험을 제공한다. 자신의 실제 모습과 같은 아바타로 순식간에 매장안의 다양한 옷을 입어 볼수 있고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스토어 내비게이션과 고객 참여도 극대화된다. 이는 증강현실인데 이를 통해 실제 매장에 방문해 넓은 지역에서도 실시간으로 원하는 제품이 있는 목적지로의 내비 기능과 쇼핑플래너 기능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실시간으로 각종 설문과 이벤트 참여도 가능해지고 매장에 숨겨진 쿠폰이나 이벤트찾기등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는 완전 가상세계에서도 가능하다.

 그리고 경험비즈니스도 제공한다. 최근 소비는 직접체험하고 즐기는 것이 중요해지는데 증강가상현실은 이에 매우 적합하며 체험에 비용과 위험도 없다. 

 메타버스가 미칠 영향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저널리즘의 경우 공간과 시간에 담긴 스토리를 중시하는 스페이스 저널리즘이 현실화한다. 단순 자료화면으로 사고현장이나 축제현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로 구현된 체험형 저널리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지금 한창인 도쿄 올림픽 개막식을 구현된 메타버스로 선수단의 하나로 같이 입장하며 즐기거나 vip석을 차지해 스가 총리 옆에서 보는 것도 가능하고, 심지어 개막식을 진행하는 스태프의 입장에서도 즐길 수 있다. 또한 지구촌의 각종 축제나 사고현장에 직접 가 있는 느낌을 주는 뉴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잘 만들어진 영화를 수동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영화에 한 인물로써 혹은 실제 같은 몰입감으로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영화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거나 전쟁을 치루는 영화라면 이것이 게임과 뭐가 다를까. 여기에 라이브 VR 스포츠 중계, 영화, 드라마, 오락등도 가능하다.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며 몰입감을 엄청날 것이고 참여형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공부방이나 직장도 메타버스에 생겨날 것이다. 사람들은 공부하면서 카페를 가고 한다. 커피향과 쾌적한 자리와 좋은 경치, 약간의 소음이 공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메타버스에 구현한다면 어떨까. 실제 세계의 나는 독서를 하고 싶지만 도서관은 가기 멀고, 자리도 좋지 못하다. 그런데 메타버스의 나의 독서공간은 울창하고 시원한 숲속 나무위의 한적한 오두막이다. 바깥은 눈이 내리고 안에는 모닥불이 있으며 커피가 있다. 여기서 책을 읽게 될 것이다. 공부방도 마찬가지고 직장도 마찬가지다. 가상에 만들어진 더 편한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효율이 높다면 그것을 택할 것이다. 

 메타버스의 경제는 반드시 현실 세계와도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안에서도 여러 직업이 생겨나고 메타버스를 참여하는 사람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바타가 생겨날 것이며 그 안의 다양한 아이템이나 재화자체가 돈이 될 것이다. 그리고 현실세계와 혼재될것인 만큼 이 경제가 현실경제와 통합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메타버스에 사용되는 버츄얼 커런시는 네가지 타입이 있다. 우선 표준형인데 단순한 포인트다. 가상세계에서만 획득 사용이 가능하다. 유저간 교환도 없고 실제 화폐 교환도 없다. 다음은 프리미엄형으로 표준형과 같지만 실제 화폐로 교환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아이템형은 실제 화폐로 가상화폐를 구입하기도 하고 판매나 교환이 모두 가능한 백화점 상품 같은 형이다. 마지막 화폐형은 최종형으로 기존 암호화폐처럼 네트워크 내외부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하고 자유롭게 환전, 교환이 가능한 형태다. 아무래도 화폐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메타버스가 생겨나면 인간이 어찌될지 고민해 본다. 사람들이 메타버스를 즐기며 현실세계에서 얻기 어려운 작업 효율성과 학습효율성을 얻기도 하고, 역시 현실에서 어려운 스포츠나 드라마, 오락, 정치참여를 즐기면서 현실은 더욱 아름답고 강하게 하는 보완재로 메타버스를 즐긴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강한 중독성에 모두가 빠져 메타버스를 현실보다 중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실이 어려운 이는 메타버스에서 살아가기를 택할수도 있을 것이고, 메타버스에서의 실패로 좌절해 현실에서 생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며 메타버스상에서의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메타버스 미래가 올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나이든 세대든 자신의 문화감수성이 가장 예민했떤 10대20대시절을 그리워한다. 그걸 메타버스로 구현하면 참 재미날것 같다. 20-30년후에 과거 BTS의 노래가 유행하고 들리던 그 시절 한국의 거리를 메타버스로 구현한 세계를 살아간다면 재밌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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