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대에 태어난, 불안한 사람이 쓴 '불안의 책'이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었는데 읽어보니 그는 포르투갈 사람이고 20세기 초반을 살았고, 수도인 리스본에 거주했다. 도라도레스 거리가 직장과 집이 있는 곳이며 집은 4층의 방이다. 그는 책의 500개에 가까운 단상 대부분을 여기서 썼다, 직업은 지금은 아마도 거의 모든 직장에서 엑셀이 하고 있을 회계사무원이었다. 사장은 바스케스란 사람이였고, 결혼은 안했으며 당연히 아이도 없었을 그의 이름은 '페르난두 페소아'다.

 그가 태어나고 살아간 시대는 1차대전도 있었지만 불안한 시대였다. 한 철학자가 신이 죽었다고 선언했고 과학은 물질적 증거로 신의 부재를 증명하고 있었으며 시대는 빠르게 변화했다. 이런 불안한 시대에 페소아는 심지어 가정도 불안했다. 어머니가 일찍 죽었고, 아버지도 그랬다. 어린 나이에 숙부에게 맡겨져 고아처럼 자랐다. 예술도 불안했는데 그래서인지 책에서 그는 여러차례 낭만주의를 비판한다.

 이런 시대적 가정적 배경도 있었지만 사실 그의 불안은 자신의 내면에서 기인하는 걸로 보인다. 바로 남들보다 예민한 감각과 이에 반응하는 그의 지성과 감성이다. 그는 항상 자연이든 사람이든 물건이든 사상이든 무언가를 경험하면서 민감하게 반응했고 그에 대해 자신의 지성과 감성이 얽혀 무수한 단상을 만들어냈다. 그게 이 책으로 엮인 것인데 단상의 수는 무려 481개다.

 단상의 주제는 다 다르고 장면도 다양하지만 크게 종합해보면 '자신을 알려는 일', '다른 사람들', '예술'인듯하다. 페소아는 평생 자기 자신을 알아내려는 시도를 하는데 사실 처음부터 그는 이게 불가능한 일임을 알고 있다. 나라는 존재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각각 변화하고 이전의 나와 최종적으로 합치하기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나라는 존재는 생물학적으로 설계된 무의식적인 부분이 있기에 의식이 이를 파악하기 어렵고, 사회나 문화, 그리고 같이 살아가는 타인들의 다양한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변형된다. 그렇기에 진정한 나를 안다는 것은 결국 불가능하며 진리조차 없다. 신이 없고, 과학이 있지만 그것조차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평생 나라는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알려고하는데 무척이나 모순되면서도 맞는 방향으로의 충동이기에 부정하기 어렵다.

 나라는 존재가 이렇기에 타인을 알고 진정한 이해를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진정한 나를 아는 것이 어렵기에 이런 상황은 타인 역시 마찬가지고 결국 우리가 서로 맺는 교류나 관계라는 것들은 진정한 나를 포기한 상태에서 모두 이루어지는 것들이 된다. 특히, 페소아는 다른 사람들을 경명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알수 없다는 것도 알지 못한체 그저 동물처럼 주어진대로만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찌보면 사회구조나 정치나 민족주의 같은 여러 허상속에세 그것이 진리인마냥 살아가는데 호모데우스에서 하라리가 말한 허구와 같은 개념이다. 페소아는 이런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경멸하지만 정작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을 느낀다는 점에서 부러워하기도 한다.

  일전에 본 책 '행복의 기원'에서는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낄수 있는 여러가지의 것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오는 행복이란 결론을 내렸다. 이는 의외로 내성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 양자에게 모두 해당이 되었는데 적극성과 소극성에서의 차이만 있을 뿐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존재이며 여기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 책의 골자였다.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한 측면이 있다. 생존과 번식이 생물의 목표라면 사회성을 갖는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갖고 있을때 이것들에 성공할 확률이 현저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가 계속되어야 하기에 행복이란 감정은 유난히 휘발성이 강하기도 하다는 점이다. 즉 행복은 계속 될 수 없고 아무리 달려도 쉽게 잡히지 않는 눈눈앞에 매달려 나와 같이 움직이는 당근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페소아는 사람의 이런 측면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페소아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동물들과 같다고 보았는데 설계된 본능적 측면에 매달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에 의존해서 살고 자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는 행복이 행복 바깥에 있다고 말한 점은 이런 의미로생각된다.

 이렇게 알수 없는 나 자신과 이룰수 없는 타인들의 이해나 관계맺기에서 일종의 해방구처럼 느껴지는게 예술이다. 페소아는 예술의 역할이 우리가 느끼는 바를 타인들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술을 통한 어느정도의 관계맺기는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페소아는 우리의 개별성을 제공하여 이를 통해 타인이 스스로에게서 해방되도록 한다고 말했는데 이 개별성은 또 역설적이게도 완전하 나 자신이나 진리도 아니다. 그것은 도달될수 없는 것이기에 당연하고 우리가 서로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도 불가능하기에 예술을 통한 전달에서는 내 느낌의 진정한 본질을 다소 왜곡하더라도 나의 감정을 전형적인 인간 감정으로 전환하는 일이 필요하다. 즉, 우리가 남들과 함께 느끼는 동일성을 만들어내 전달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페소아의 많은 생각에 동의가 들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사회적 운동이나 다른 사람과의 연대를 부정하는 부분은 동의하기 어려웠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나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맺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주창하는 부분은 공감되지만 그래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이런 부분에서 의미를 찾고 자신도 더 잘 이해하는 부분이 있지않을까나. 물론 페소아 자신도 책에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꾸준히 타인을 갈구한다. 아예 관심이 없어다면 그리 많은 단상으로 다루지도 않았을 것이다.

 페소아는 책에서 다른 사람과의 공통적인 경험, 나와 그 사람과의 접점, 그리고 상상력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데 아무래도 페소아와 나와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솔직히 내겐 무척 어려운 책이었고, 단상들의 상당부분도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때그때 쓴 단상이기에 읽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면도 많다. 시간을 두고 좀더 이해해봐야할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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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등장으로 케인즈 주의가 한계에 부딪힌 후 경제 패러다임은 신자유주의로 넘어갔다. 이후 세계 경제는 가난한 나라건 부자 나라 건 할 것 없이 극심한 빈부격차에 시달리게 되었다. 빈부격차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능력에 따른 정당한 차별의 결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기엔 굳이 사회적 차원이 아닌 개인적 차원만 보더라도 자신의 태생적 능력과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사회적 지위로 인한 출발점 차이, 거기에 생산수단을 갖추고 있느냐 아니냐등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많은 것들이 작용한다. 그래서 어찌보면 빈부격차는 애초에 공정하지 못한 게임이면 결국 강자에 의한 '약탈'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의 생산성 증가로 이룬 공통의 부를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일부가 차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빈부격차는 상대적 박탈감 등 여러가지 갈등을 일으키며 심해지면 사회의 정치 경제 체제가 붕괴하며 새로운 체제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는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던 일이다.

 과거엔 주요 생산수단이 땅이었으니 땅의 소유 여부가 곧 빈부격차였다. 남경태는 그의 책 '역사'에서 우리나라나 중국의 역사흐름을 이 땅의 소유여부와 수취체제의 건정성에 따라 살펴보았다. 그에 따라면 통일신라나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은 빈부격차의 심화로 인한 사회 붕괴와 재건의 연속에 불과하다. 일단 한 왕조가 새로 들어서면 비교적 우호적이고 공평하며 건전한 토지 체계가 확립되고 이에 수혜를 보는 새로운 계층이 들어선다. 그리고 이들은 초기에 진취적이고 비교적 합리적이다. 이로 인해 나라의 부가 증가하고 왕국은 곧 전성기를 맞는다. 하지만 대를 지나며 수취체계에 틈을 노려 토지의 병합이나 약탈이 일어나고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와 욕심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진다. 견디지 못한 피지배층의 불만과 반란이 곧곧에서 일어나고 나라가 약해져 외침도 잦아진다. 그리고 반세력들을 규합하는 새로운 세력이 일어나 정권을 무너뜨린다. 새로운 왕조의 탄생인 것이다. 그리고 이 왕조는 그래도 이전보다는 조금 더 좋아진 새로운 토지체계를 세운다. 그리고 반란에 공을 세운 진취적이고 합리적인 새로운 지도층이 수혜를 보고 성장하며 백성도 좋아한다. 이후 시기가 지나면 쳇바퀴처럼 반복인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생산수단이 땅에서 자본이나 노동으로 이동한 이후 빈부격차는 통화로 인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을 다룬 책이 '인플레이션'과 '거대한 약탈'이다. 미국은 1971년 33달러당 1온스의 금으로 고정되어 있던 자신들의 태환화폐를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재정적자로 인해 하루아침에 불태환 지폐로 바꿔버렸다. 이는 공교롭게도 신자유주의 시점과 맞물려 각국의 중앙은행은 국채나 채권을 파는 형태로 돈을 마구잡이로 찍어낼수 있게 되었다.

 이 돈을 받아 각국의 상업은행들은 겨우 2%미만의 지급준비율로 담보대출을 마구잡이로 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실물의 가치는 엄청나게 올라가고 종이돈의 가치는 대거 하락했다. 지난 100년간 달러의 가치는 무려 96%나 상실되었다고 한다. 마구잡이 대출로 경제는 부동산 위기로 이어졌고, 파생상품등을 통해 묻지마 투자를 행한 금융기업들이 대거 무너졌다. 하지만 이들을 살린 것은 사람들의 세금인 공적자금이었으며 정부는 공적자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세금을 올리기 까지 한다. 이익은 사유화하되 손실은 사회화하는 것이다. 결국 일반 시민들은 부동산의 지나친 폭등이나 하락으로 재산의 직접적 혹은 상대적 손실은 입고, 세금을 뜯겼으며 생산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통화로 급여를 받아 저절로 약탈을 당한 셈인 것이다.

 

 

 

 

 

 

 

 

 

 

 하지만 약탈은 통화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땅과 집을 통해서도 약탈은 이루어졌다. 책 땅과 집값의 경제학은 그것을 다룬다.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는 아메리카 토착민 부족의 한 추장이 땅을 팔 것을 요구한 백인들에게 보낸 답서가 나온다. 내용은 땅이란게 나도 쓰고 다른 부족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동물과 자연이 공유하는 것인데 어찌 팔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내게 아닌데 어떻게 파냐는 말이다. 과거 인구가 적어 땅이 좀 널려 있긴 했지만 인류역사에서 오래도록 땅은 이처럼 공유지의 개념이었다. 물론 땅을 점유하거나 이용하는 등의 권리(경작권이나 수취권)등은 옛부터 있었지만 지금처럼 철저히 배타적인 소유권의 개념이 등장한 것은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경제학은 생긴 이래로 여러가지 이론을 만들고 발달을 해왔지만 유독 땅과 집에는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책의 저자는 바로 이런 경제학의 패착이 지금의 약탈경제를 불러온 주 이유라고 보고 있다. 즉, 지금의 빈부격차를 강화해나가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성이 꾸준히 올라감에도 경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집과 땅에서 비롯된다라고 보는 것이다.

 책은 이를 논증하기 위해 우선 땅과 집의 과거를 살핀다. 그리고 책에서 다루는 사례는 유럽이며 그 중에서도 영국이다. (읽다보니 한국과 너무나 비슷해 놀랐다) 다른 유럽국가처럼 영국역시 봉건사회에서는 땅의 대부분을 왕과 귀족, 교회가 소유했다. 그러던 것이 르네상스와 민주주의 혁명, 산업혁명등이 어우러지며 땅의 소유권이 공업이나 상업에 종사하는 중상류층이로 이전되게 된다. 토지에 대한 소유개념은 토지에 대한 안정적인 확보가 필요했던 이들 계층의 요구에 맞게 발생했다.

 초기의 토지소유권은 이처럼 긍정적으로 작용해 새로운 계층이 등장하고 이들이 경제를 발전시켜나가며 인권의 개념이 태동하는데도 일조하는등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곧 이들은 새로운 가진자로 등장하여 토지를 대규모로 병합하거나 소유하는등 부작용을 발생시키기 시작했다. 이에 고전경제학에서는 경제의 3가지 요소로 노동, 자본, 토지를 포함시키며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와 개발로 인한 토지의 가치상승에 주목했다.

 그래서 등장한게 토지가치세란 개념이다. 토지가치세는 주변의 개발로 토지의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이에 대해 과세하는 개념이다. 이는 매우 도덕적이면서 합당했는데 사실 개발이라는 것이 토지주인의 노력이라기 보다는 사회기반시설이 들어서는 등 국가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토지가치세는 실현되지 못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산업혁명 이후 토지의 사용이 농업생산에서 산업자본의 생산현장으로 용도가 변경되고, 토지가치세를 주장하던 경제학파가 유럽의 사회주의자들과 연합에 정략적으로 실패하였다. 거기에 신고전경제학이 대두하면서 땅을 자본에 포함시키는등 경제의 주요 생산과 분배이론에서 땅과 지대의 역할이 과소평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각국의 정부는 땅과 부동산에 과세하기 보다는 소득과 지출에 과세를 하기 시작했으며 이 같은 흐름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 영국정부는 1차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이 끝나며 참전군인들과 공습으로 대규모로 파괴된 국토와 엉망이 된 민간경제사정으로 인해 대규모의 공영주택을 건설하게 된다. 이 때만해도 나라의 주택 정책은 국가위주의 공급형태였다. 이때부터 1970년대까지 집과 땅의 가격은 사회의 생산성 증가로 거의 동일한 정도로만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후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은행 금융이 다양화하면서 사태는 급변한다.

 영국의 대처는 부동산을 공급하는 것에서 수요를 창출하는 것으로 정책을 급 선회한다. 저가주택이나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보다는 사람들로 하여금 집을 사게 도와주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민영주택이 대규모로 개발되었고 사람들에게는 주택보유를 위한 대출의 편의성을 돕는 정책과 주택 보유시의 각종 감면정책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 30%정도에 불과하던 영국의 자가보유율은 21세기 초반 60%까지 치솟았으며 쉬운 대출로 자금을 풀리자 집과 땅의 가격도 급등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너도나도 사용가치보다는 재산의 증식수단으로 주택을 보유하기를 원하였고 이로 인해 가격은 더욱 오르게된다.

 이렇게 되면 집을 갖지 못한 상당수의 사람들을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집이 없으므로 집을 통한 담보가 어려우며 이미 집값이 상당히높아져 결국 주택을 사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들에게 남은 선택은 임대뿐인데 높아진 집값으로 인해 임대료도 상당히 비싸진다. 이래저래 갈곳이 없게 되는 셈이며 이들이 사회의 생산성을 높여 얻어진 부가 집과 땅값의 증가로 약탈되는 셈이다.

 책은 21세기 들어 오래도록 생산성은 계속 증가하여 경제가 성장함에도 일반 시민들의 부가 증가하지 않고 오래도록 선진국 경제가 저성장의 국면에 빠진 원인도 집과 땅값의 급증에서 찾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은행은 사회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기업에 대출하기보다는 주택담보대출에 열을 올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이 하락하며 고용역시 줄어든다. 또한 가계에서도 자신들의 자산중 상당수를 부동산에 몰아넣음으로써 가처분소득이 크게 줄어 소비여력이 감소한다. 즉, 기업과 가계가 모두 어려움에 처해 기술혁신과 과학의 발달로 생산성이 증가하여 경제가 꾸준히 성장함에도 고용과 소비가 모두 부진한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즉, 부동산 가격의 급증이 사회생산성의 증가로 이룩한 부를 약탈해가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런 암울한 진단을 마친 후 책은 몇 가지 해결책도 제시한다. 토지를 사적으로 놔두기보다는 싱가포르처럼 공유화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땅의 90%가 국유지로 기업과 가계는 국가로부터 토지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여한다. 때문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사회기반 시설로 토지의 가치가 증가하더라도 이는 고스란히 국유화되어 다른 곳에 투자된다.

 토지의 국유화나 공유화가 어려운 곳에는 랜드풀링 같은 기법도 추천한다. 이는 기반시설을 구축한뒤 남은 땅을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방식인데 이 때 땅주인은 본래 자기토지보다 적은 땅을 돌려받게 된다. 하지만 개발효과로 이미 땅값이 크게 오른만큼 그는 이득을 보았기에 별 불만이 없이 이와 같은 방식을 수용한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회적 주택이다. 공영주택, 임대주택의 건설 역시 추천하며 개발이익 환수제 같은 방식 역시 다룬다.

 마지막으로 독톡한 방식은 금융의 변화였다. 현재의 금융은 트랜잭션 뱅킹 모형인데 이는 대출결정이 중앙집권적으로 이루어지고 자동화된 신용평가 방식을 갖춰져있다. 분기별로 높은 자기자본 수익을 요구하기에 담보가 확실한 대출을 선호한다. 즉, 지금의 주택담보형태에 적합한 금융방식이다. 책은 여기서 관계형 금융으로의 전환을 추천한다. 이 방식은 지역주민이나 기업이 소유한 협동조합이나 공영저축은행이다. 이들은 기업대출에 주력하고 담보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대출의 의사결정이 지점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즉, 대출시 담보보다는 관계에 주력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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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01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명절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맛난거 많이 드시고 늘 평온한 나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총 106권의 책을 읽었다. 작년 처음으로 개념상의 목표로만 존재하던 100권을 넘어 봤는데 그걸 유지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권수도 자연스레 맞춰진 것 같다. 작년과 비교한다면 올핸 확연히 문학의 비중이 늘었다. 너무 더운 여름에 쉽게 쉽게 추리 소설류에 몰두한 탓이다. 평소 과학책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음에도 올핸 과학책이 예전에 비해 적었다. 반성할 부분이다. 작은 애가 태어나고 직장의 지점도 바뀌어 힘들었다는게 핑계다.

 그리고 교육분야 책도 좀 더 많이 보았는데 요새 고민하는 부분이 있어서다. 항상 그렇듯 대단친 않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다양하게 읽으려는 노력이 막상 정리해보니 나타나는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다. 책을 매일같이 씹어먹는 맹수들이 드글대는 알라딘의 정글에서 이 정도 독서량으로 살아남는 것은 요행에 가까운 일이니 내년엔 더 노력해야 할 듯하다.

 

2018 독서목록

사회[11권]-개천에서 용나면 안된다. 검사내전,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 오래된 미래, 권력과 검찰, 권력과 언론, 권력과 교회, 조선자본주의 공화국, 다라야의 지하비밀도서관,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과학[13권]-인포메이션, 빅히스토리. 지능의 탄생, 우연에 가려진 세상,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과학이라는 헛소리, 게놈혁명, 헤어, 컴패니언 사이언스, 매일매일의 진화생물학, 뉴코스모스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걷는 고래

 

문학[28권]-시를 잊은 그대에게, 아몬드, 아르테미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검은꽃,

포르투갈의 높은 산, 모모, 진주귀고리 소녀, 우리는 사랑일까, 로드,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당선합격계급,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7년의 밤

종의 기원, 살인을 예고합니다. 사악한 여왕, 고양이1-2권, 해리1-2권, 저주 받은 야수, 제0호

알제리의 유령들, 꾸뻬씨의 핑크색 안경, 당신의 아주 먼섬

 

인문[12권]-우리 음식의 언어,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 어떻게 살 것인가

사피엔스의 식탁, 걷기 예찬, 문명과 식량,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생각의 시대

20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 법

 

교육[10권]-에듀테크, 왜 학교는 질문을 가르치지 않는가, 온작품 읽기, 미래 교육이 시작되다.

초등자치, 교육과정수업평가 기록의 일체화, 교육과정수업평가 기록의 일체화 실천편

최고의 교육, 작은 학교 학교의 길을 묻다 ,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 혁명

 

지리[3권]-지리의 복수, 삼국지 100년 도감, 서울 선언

 

경제[7권]-인플레이션, 레버리지, 거대한 약탈, 돈을 배우다, 인구가 줄면 경제가 망할까

1대 99를 넘어서, 폴크루그먼의 지리경제학 

 

경영투자[4권]-그래서 어디를 살까요, 오를 지역만 짚어주는 투자전략, 부의 추월차선 언스크립티드, 초격차

 

예술건축[4권]-대중문화의 기만 혹은 해방, 위대한 미술책,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어디서 살것인가

 

역사[7권]-모멸의 조선사,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35년, 그것은 참호전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반중국역사, 난중일기, 대담한 작전

 

철학, 윤리학[5권]-과학자의 철학노트, 더 나은 세상, 신의 위대한 질문, 종교 없는 삶, 장자

 

미래[2권]-한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4.0, 트렌드코리아2019

 

2018 나만의 best 10

 

10. 인포메이션

올해 초에 본 책인데 표지와 다르게 무척 두껍고 내용도 어려웠다. 인간에게 있어 역사적으로 정보가 의미하는 것, 그리고 세계가 정보로 가득차 있으며 인간 역사의 발전이란 이런 정보를 다루는 능력의 발전과 같음을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큰 의미를 줄 듯 했는데 정보기술의 발전 나열로 가는게 좀 아쉬운 면이 있고, 무엇보다도 올해 읽은 책중 가장 소화를 못했다는 점에서 10위다.

어쩌면 소화를 못해서 10위일런지도.....

 

9. 생각의 시대

인터넷 혁명으로 지식이 폭발하는 시대이기에 과거 인간이 오랜세월 갈고 닦아온 생각의 도구들이 이 시대에 새롭게 필요하다는 주장의 책. 그 생각의 도구는 다름 아닌 은유와 원리, 가추법등이다. 이 두가지 도구를 익히기 위해서 인간에겐 먼저 범주화가 필요한데 범주화는 생물에게 있어 자신에게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을 기본적으로 구분하는 능력이다. 범주화에서 시작된 사물의 유사성과 패턴, 혹은 차이점에서 찾는 창조성은 인간 생각 도구의 기본이다. 좀 어렵지만 재밌는 책이었고, 의외로 생각의 도구들을 교육과 관련시키는 점도 재밌었다.

 

8.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하라리의 인류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사실상 이야기는 호모데우스에게 끝났다고 봤는데 굳이 하나를 더 낸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서 읽은 책이었다. 하라리는 인공지능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존재를 넘어설 강력한 힘을 갖게 될 불완전한 우리 인간존재가 걱정되어서 이 책을 썼다. 책에 나오는 21가지는 모두 지금시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이며 폭발적인 힘을 인간이 갖게 된다면 더 문제가 증폭될 우려가 있는 것들이다. 하나하나 시사점이 있어서 곱씹을만하며 무엇보다도 인간 내부의 이해를 방해하는 것이자 오늘날의 우리를 있게 한 허구라는 도구를 이제는 버릴때가 되었음을 주장하는게 인상깊다.

 

7. 사피엔스의 식탁

별로 주목받지 못해서 아쉬운 책. 인간 역사에서 먹을 거리가 미친 영향을 드러낸 책이다. [밀, 쌀, 옥수수], 감자, 콩, 소금, 향신료, 설탕, 생선, [커피, 카카오, 차], 바나나의 9가지를 다룬 책으로 이 식량들의 발견과 발전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이 잘 드러나 있다. 각 식량들의 특징의 현대적 의미등도 알 수 있어 여러모로 많이 배운 책이다.

 

6.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단순한 아름다움과 실리적 기능을 떠나서 진화심리학과 심리학, 건축을 관련시킨 책이다. 덕분에 심리지리학이나 신경건축학들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책에 의하면 건축은 죽음이라는 유한성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된 것이며, 그후 이루어진 대개의 건축은 인간의 생존률을 높여주는 기능과 상당히 밀접히 관련한다. 구석지거나 높은 곳에 있는 집에 대한 만족이 높은 것이 그 예다. 책은 이와 같은 재밌는 사례들로 시종일관 재미를 떨구지 않는다.

 

5. 지리의 복수

작년에 지리의 힘도 상당히 재밌게 봤지만 이 책도 그에 못지 않다. 지리 책은 워낙 드물게 나오는지라 좀 괜찮아보이면 바로 잡곤 하는데 이 책도 기대에 걸맞았다. 현대 과학기술 문명의 발전에도 여전히 지리적 장벽은 중요하게 작용하며 세력권을 나누고 분쟁을 불러 일으키는 작용을 한다. 유럽이나, 아라비아 반도, 터키, 러시아, 인도, 중국등을 지리적 측면에서 자세히 다룬다. 특히, 러시아의 고질적 팽창주의가 주변에 어떠한 지리적 방벽도 없어 침략의 두려움에 항상 떨었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해석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4. 문명과 식량

 인간이나 다른 생물들은 항상 환경조건이 좋으면 그 한계까지 번식을 지속한다. 그리고 개체수가 환경이 허용하지 않는 수준이 되면 위기를 맞으며 개체수가 조절되는데 인간의 역사는 상당히 예외라 할 수 있다. 개체수의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새로운 창의성과 기술 개발로 식량 생산을 늘려 개체수를 꾸준히 늘려 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 역사를 이러한 관점에서 서술 한 책으로 제법 뻔하면서도 재밌는 관점이 인상적이었다.

 

3. 지능의 탄생 

생명체에게 환경에의 적응이란 지상 최대의 과제다. 죽고 살며 번식하는게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생명체의 대응은 여러가지다. 가장 단순하게 대응방법을 유전자에 남겨 대응하는 것과 개체에게 환경에 대한 대응을 위한 선택과 전략을 맞기는것이다.  전자는 본능과 반응이라면 후자는 지능이다. 책에 의하면 지능은 어떤 문제를 맞딱뜨렸을때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능력으로 지능의 탄생은 곧 생존을 위한 방안이었음을 책을 말한다. 무척 재밌다.

 

2.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

우리는 산업화된 농업과 축산업에서 생산한 곡물과 고기가 동물의 복지에 문제가 있고 환경적 문제가 있지만 싸다는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시스템의 생산품들이 사실전혀 싸지 않음을 말한다. 그 싼 가격엔 적지 않은 비용이 숨어 있는데, 바로 개도국의 자생적 농업을 망가뜨리는 비용, 선진국에서 농업을 보조하는

 

비용, 환경파괴 비용, 동물의 복지 파괴비용, 인간의 건강문제, 과도한 겉보기 품질을 위해 흠이 난 음식을 쉽게 버리는 비용등이다. 때문에 우리가 싸다고 생각하는 음식은 실제로 충분한 대가를 치루고 있는 비싼 음식이라는 게 책의 골자다. 재밌었고 두께도 적당하지만 웬지 모를 번역의 문제가 느껴지는 책. 그게 유일한 흠이다.

 

1. 당선, 합격, 계급

한국 사회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폐해를 하나 든다면 바로 신뢰도가 타당도를 앞도한다는 점일 것이다. 신뢰도는 평가에 있어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우선하는 것으로 우리의 수능시험이나 객관식 시험, 대규모 공채시험이 그것들이다. 반면 타당도는 실제 능력을 우선하는 것으로 질적 평가나, 인터뷰, 수시채용의 형태가 그것들이다. 한국은 신뢰도 우선 사회로 개천에서 용난다는 신화가 이를 강하게 뒷받침 하며 모든 평가에 신뢰도가 우선적으로 자리한다. 심지어 최순실을 끌어내린 것도 그 딸 정유라가 대학입시에서 신뢰도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공채에 의한 연공서열과 기수라는 수직적 문화가 자리하고 이는 창의성과 자유의 말살, 그리고 비능력주의를 불러온다. 책은 문학상을 소재로 이런 신뢰도와 타당도의 문제를 매우 잘 집어낸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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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31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품을 넣어주셔야 보관함에 넣는데 ㅜㅜ ㅋㅋ감사합미다 닷슈님 전 언제 정리하죠!!!???ㅎㅎㅎ

닷슈 2018-12-31 22:47   좋아요 1 | URL
이미지로 넣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북플을 잘 못다뤄서요 워낙대단하시니 정리글 기대하겠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2-31 22:49   좋아요 1 | URL
닷슈님~과분한 칭찬입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은까페 2018-12-31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닷슈 2018-12-31 22:47   좋아요 0 | URL
복 많이 받으세요

붕붕툐툐 2019-01-01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리의 힘이 느껴지는 페이퍼네요~ 2019년에도 힘차게 달려보아요:)

닷슈 2019-01-01 10:57   좋아요 0 | URL
네 올해도 같이 즐독해요 토토님

봄밤 2019-01-01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 분야를 골고루 읽으시네요! 배울만한 부분이네요! :) 항상 피드 잘 보고 있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닷슈 2019-01-01 15: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새해복많이받으세요

cyrus 2019-01-01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도 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권수가 중요한가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는 게 좋다고 봐요. ^^

닷슈 2019-01-01 15:18   좋아요 0 | URL
그래도 여기선 남들? 만큼 하기힘드네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9-01-01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닷슈 2019-01-01 16:3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새해복많이 받으시고 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강나루 2019-01-03 0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0권!!
대단하세요 분야도 다양하게 읽으시네요
부럽네요

닷슈 2019-01-03 09: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1392년에 성립한 조선을 가장 크게 뒤흔든 사건은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이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조선을 임진왜란 이전과 이후로 나누곤 한다. 그리고 그 임진왜란의 한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이순신이다. 어려서 누구나 이순신 전기를 한번쯤 읽었을 것이고 그를 다룬 많은 드라마나 영화를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을 깊이 있게 다룬 책을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깊게 다가가지 않는 느낌이랄까. 

 

 이순신을 다룬 책 중 내가 처음 본 제대로 된 책은 바로 이 책이다. 지금은 어느새 나온지 거의 20년이 되어가는 고전이지만 군대에서 무척 재미나게 읽은 기억이 있다. 칼의 노래는 이순신의 백의종군 후 명량해전을 다룬 책이며, 오래된 기억이지만 음식을 먹는 장면과 음식의 묘사, 그리고 이순신의 인간미와 고뇌, 명량해전의 대단함을 느낄수 있는 책이었다. 교과서엔 고작 12척의 배로 적선 133척을 물리친 것으로 나오지만 이 건조한 문장만으론 그 싸움의 비장함과 대단함을 느끼긴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본 책은 징비록이다. 이순신을 천거하여 선조로 하여금 신의 한수를 두게 만든 서애 유성룡의 저작이다. 징비록은 사실상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문서였음에도 이후에 일본과 중국으로 넘어갔고, 그 덕에 임진왜란의 주인공이 일본과 중국이라고만 생각했던 양국에게 조선이 전란의 중심국 역할을 당연히 했음을 주지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한 책이다. 징비록을 보면 전란의 참혹함이 느껴지며 이순신의 제외한 거의 모든 장수와 대신들이 유성룡의 날카로운 비판을 받는다. 선조도 욕하고 싶지만 주상이므로 애써 참는 모습이 애처롭다.

다음은 이순신의 7년이다. 소설인데 이순신의 전공이외에도 의병장이나 다른 전투들도 다루어서 임진왜란을 총체적으로 느낄수 있다. 전체적으로 재밌지만 이순신을 다루지 않은 다른 부분들은 좀 지루한 면도 없지 않다. 통제사와 다른 휘하 장수들이 사투리를 쓰는게 재밌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것이 바로 이순신의 원전이라 할 수 있는 난중일기다. 난중일기를 읽기전 전쟁을 직접 지휘한 이순신의 생동감 넘치는 전쟁묘사를 기대했건만 큰 오산이었다. 이순신의 전과가 집중된 임진년의 전투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순신의 전과가 임진년에 집중되어 있기에 이는 몹시 안타까운 일이었는데 계속된 패전에 임진년 이후 왜군은 수군전력에 한하여 매우 수세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순신의 3대첩중 오직 명량해전만이 난중일기에 수록되었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한창 전쟁을 치루느라 여러가지를 관리하고 전략에 골몰하고 있는 이순신이 일기까지 남긴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중일기에 수록되지 않았음에도 이순신의 전과나 전투장면은 매우 자세한 기록이 남아있는데 아무래도 이순신이 전투 후 올린 장계가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난중일기엔 주로 이순신의 일과 생활이 등장한다. 그리고 무척이나 많은 관직과 인물들이 등장하며 의외로 이들의 교체는 전시임에도 무척이나 잦았다. 전시였으므로 전사나 질병으로 인함도 있었지만 이보다는 주로 중앙에서 내려온 어사나 선전관 등에 의해서 징계를 받거나 압송당해 교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시였음에도 중앙에서의 중상모략과 세력다툼이 계속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순신 자체도 이 부분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오랜 전우인 권준이나 신호등이 파직되었을땐 특히 그러했다.

 장수들은 통제사인 이순신을 무척이나 자주 방문했다. 그리고 이순신도 부하 장수들의 진영을 자주 방문했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인간관계는 중요한 법이니  그렇다. 선물을 주고 받는 경우도 무척이나 많은데 통제사는 많이 받기도 하였으며 그만큼 많이 주기도 하였다. 서로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잦았고, 활쏘기로 내기를 하거나 종정도 놀이를 하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다소 의외인 부분은 이순신이 무척이나 많은 형벌과 처형을 명했다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순신의 인간적인 부분을 많이 미화하다보니 이런 부분이 의외로 느껴지는 것인데 1만이 넘는 군사를 책임지는 자리다 보니 형벌도 많아짐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전란 1-2년차에 목을 베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초기 왜군의 우세로 도망병이 많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항복한 왜군들 중 순순히 투항하지 않거나 거짓을 일사는 경우에 목을 베는 일이 많았으며 부하장수들중 죄가 중하면 목을 베기도 하였다. 곤장을 치는 일도 많았는데 부하 장수가 죄를 짓거나 군기 관리가 헤이하면 군장을 치곤 했으며 재밌는 부분은 직급이 높은 장수가 잘못을 하면 그 부하는 곤장을 치는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순신은 난중일기에 공무를 했다는 기록을 많이 남겼는데 이 공무를 쉬는 날도 의외로 적지 않았다. 이는 조선의 법도 때문이었는데 역대 왕들의 제삿날은 공무를 쉬는 날이었다. 또한 이순신 자신의 가족 제삿날에도 공무를 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매월 1일과 보름에는 망궐례를 하였는데 이는 중앙의 임금에 인사의 예를 올리는 것으로 법적으로 정해진 것 같았다.

 또한 이순신은 무척이나 자주 아팠다. 생각보다 몸이 건강하지 않은듯 한데 적어도 2-3달에 한번은 몸이 아팠으며 일단 아프면 1주일 이상을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50대로 당시론 고령이었고, 전쟁 초기에 어깨에 총을 맞았기 때문일수도 있다. 또한 난중일기에 보면 남해안은 무척이나 비가 자주 내리고 바람이 거센 날이 많았는데 이 역시 이순신의 건강에 좋지 못한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순신은 난중일기에서 여러 사람에 대한 평을 남겼는데 가장 많은 평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원균이었다. 원균에 대한 이순신의 감정은 매우 좋지 못한데 원균과 함께 전쟁을 치루거나 통제사로 근무하면서 같이 있었던 몇년간은 거의 2-3일에 한번 꼴로 원균에 대한 비난이 수록되었을 정도다. 원균에 대한 이순신의 평은 대개 '가소롭다' '우습다' '흉악하다' '괴이하다' 등이다. 초기엔 원수사나 원공으로 불러주기도 했지만 부정적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땐 '원흉'이란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오래 함께한 전우인 권준이나 신호, 이영남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지만 이들 역시 잘못을 저지르면 비판하는 공정한 모습도 보인다. 부하들 중에는 원균의 수하였던 남해현련 기효근을 무척 싫어한듯 하다.

 이순신의 일기이니 난중일기에선 그의 인간적인 면도 느낄수 있었는데 비교적 냉정하고 차분한 그의 글에서도 감정이 복받쳐 오른 부분은 1597년 정유년이었다. 그 해는 이순신에겐 최악의 해라 말할 수 있는 해로 파직당해 백의중군을 당했고 원균의 미숙함으로 7년간 육성한 군의 대부분을 잃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개인적으로는 이순신의 어머니가 죽고, 왜군에 의해 아들 면이 전사하기도 했다. 어머니와 아들 면의 죽음에서 이순신은 슬픈 감정을 숨기지 않고 토로한다.

 책 난중일기는 사실 재미난 책이라곤 말하기 어렵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날씨에 대한 묘사 많은 등장인물과 이해하기 어려운 관직등이 열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인간 이순신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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