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이 24주년 기념으로 당신의 독서기록 행사를 했다. 매년 하는 행사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좀 더 보기 좋고 감각적인 느낌이 든다. 잊을만 하면 나타나서 기분을 좋게 해주지만 그렇게 내가 한 살을 더 먹어 좀 더 죽음에 가까워졌고, 얼마 안되는 인생에서 생각보다 많은 지분을 책에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돈도 물론이다. 

 작가 유시민의 책을 비교적 꼬박꼬박 보는 편인데 의외로 알라딘 기록에 의하면 내가 구입한 유시민 책은 고작 4권 뿐이었다. 그의 책을 직접 사기도 샀지만 내 계정이 아닌 다른 경로로 샀거나 아주 일부는 도서관, 그리고 역시 극히 일부는 알라딘을 이용하기 이전에 직접 서점에서 샀던 것 같다. 이런 불일치는 대충 그렇게 설명이 된다. 

 이번에 나온 그의 '문과남자의 과학공부'를 보면서 유작가가 나보다 훨씬 대단한 분이지만 나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되어 무척 좋았다. 나 역시 전형적인 문과생이지만 과학책을 꾸준히 보고 이젠 인문학 책보다 과학교양서가 인간 이해에 대해 더 대단하고 얻을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비유적으로 나는 인간이라는 학문이 있다면 그것의 뼈대와 주요 근간을 이루는 총론은 과학이 설명하고 있으며 다양하게 나타나는 문명을 비롯한 인간이 만들어낸 학문과 각종 현상의 구체적 설명은 다른 학문영역들이 각론으로 채워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양자는 물론 동등하지만 총론을 벗어난 각론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며, 때론 각론도 총론에 유의미한 방향성이나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유시민과 내가 과학책을 보게 된 계기도 비슷하다. 어디까지나 우연과 약간의 필요성 때문이었는데 막상 읽고 나니 사회과학과 철학에서 채워주지 못한 인간 근본에 대한 이해욕망을 채워주어 향후 독서 비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도 그렇다. 이렇게 생각보다 많이 본 유시민의 책을 이번에 정리해보았다.


1. 부자의 경제학과 빈민의 경제학

 유시민은 지금은 작가이자, 주요 시사 프로그램의 논객이지만 원래는 정치인이었으며 그보다 전에는 학생운동가였고 원래는 대학의 경제학도였다. 그런 유시민이니 당연히 경제학 책이 한 권쯤 있을 만하다. 젊어서 빈부격차와 독재정권의 폐해에 대해 고민했던 그였기에 부자를 위한 경제학과 빈자를 위한 경제학을 구분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했다. 이 책은 그런 성향을 가지 경제학자들의 삶과 그들의 경제학을 정리한 것이다. 대학 초년때 읽은 책으로 무척 오래되었다. 개정판으론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2.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의 책 중 초창기에 가장 성공한 책이란 생각이다. 지금이야 잘 드러나있지만 20-30년전 만해도 숨겨진 역사는 대중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숨겨진 역사란 국가권력이나 서구열강국가들에 희생된 그 국가의 사람들이나 피해국가의 상황들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통해 드레퓌스 사건을 알게 되었고 젊은 날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베트남전 역시 충격이었다. 베트남은 공산국가로 그들의 승리는 한국 주류 정치와 역사에 부정적 사건이었기 때문이며 한국은 그들의 통일전쟁에 대항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상당히 오랜기간 많은 병력을 파병했기 때문이다. 


3. 청춘의 독서

 나온지 오래된 책이지만 난 최근에 읽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눈에 띄었던 듯 하다. 유시민이 인상 깊게 본 책과 저자들의 소개가 쭉 나오는 책이다. 뛰어난 독서가 분들은 굳이 볼 필요는 없고 대학초년생들이나 독서에 관심이 많은 고교생 정도가 보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막 대학에 들어가서 교양을 쌓고 싶은 새내기에게 선물로 딱이란 생각이다. 난 나이가 들어 봤지만 역시 유작가의 책이라 빠르면서도 즐겁게 보았다. 당연히 그가 추천해준 작품과 작가 중 처음 접하는 사람도 많았다.


4.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이 정치인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고 본격적으로 작가로 전업하면서 쓴 책이다. 유시민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그것들과 부딪히며 치열하게 살았지만 그것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 가는게 행복이지 고민도 많았다. 그런 생각을 집대성 한게 이 책이라 볼 수 있다. 유시민 책 중 수필 느낌이 나는 책으로 좀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며 미워하는 사람도 많고, 옳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많았던 그 시기에 뭔가를 놓은 것 같은 관조의 느낌이 나는 책이다. 이건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즈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서 진보와 보수의 특징을 구분하는데 이 성향을 상당히 선천적으로 보고 있어 이미 이즈음에도 과학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5.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의 책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을 꼽으로면 난 이 책을 꼽는다.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불과 2-300년전에 형성된 국민국가에 소속되어 살기에 이를 당연시 하지만 실제 그 역사는 오래지 않았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독재정권에 의한 국가의 폭압이 가득한데 한편으로 사회계약론 같은 것을 살펴보면 국가는 국민을 위한 일종의 합의적 계약체이고 헙법도 그런 면을 많이 보인다. 이런 이중적인 국가의 면을 바라보며 유시민은 국가를 책에서 4종류로 구분한다. 국가주의적 국가, 자유주의적 국가, 마르크스적 국가, 목적론적 국가다. 국가가 존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시민의 공동체의 선으로서의 목적을 중시하는 목적론적 국가를 가장 중시하며 이를 지향점으로 제시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을 준 책이었다.


6. 나의 한국 현대사

 이 책은 유작가의 책 중 두 번째로 인상 깊은 책이다. 그는 독재탄압과 노무현의 상실이라는 개인사에도 불구하고 다소 놀랍게도 한국의 보수주의를 인정한다. 그들이 옳지 않다고는 생각하지만 하나의 입장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의 입장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게 이 책이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산업화로 상징되는데 그래서 그는 한국의 양 세력을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으로 나눈다. 그리고 한국사에서 그들이 한 일을 잔잔히 짚어내고 보여준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다.


7.후불제 민주주의

 한국은 서구열강을 제외한다면 거의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다. 이런 한국의 길은 다른 나라들도 쉽게 밣을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었지만 다른 후속 주자는 전무하며 4차산업혁명이 도래하는 미래엔 아예 어려울지도 모른다. 한국의 불타는 기질과 남에게 쉽게 굴종하지 않으면서도 권력에 잘 순응하는 복잡한 면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강력한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형식적 민주화를 이뤄냈음에도 아직 그것을 내실있게 뒷받침할만한 서구 사회 수준의 지역적, 풀뿌리적 시민성을 갖추질 못했다. 그렇게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부침을 거듭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론 잘못된 선택으로 그 대가를 치루곤 하는데 그게 바로 후불제 민주주의다. 웬지 지금도 그런 것 같다.\\


8.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작가의 책 중 가장 의외다 라면 읽은 책이다. 그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기에 글을 쓰는 법에 대한 책을 냈는데 그것이 이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여기저기서 오염된 일본식 표현, 미국식 표현등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됐다. 그는 우리 말을 잘 쓰게 의식을 심어준 분으로 이오덕 선생을 꼽는다. 글쓰기 뿐만 아니라 교육계에서 유명한 분으로 따지고 보면 지금의 혁신교육의 뿌리라고도 볼 수 있는 사람이다. 하여튼 이 책을 보고 더 짧고 단순하게 한국식으로 쓰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하게 된게 큰 소득이다. 짧게나마 유시민이 쓴 소설도 볼 수 있다. 단락 수준이지만.


9.역사란 무엇인가

유시민의 책을 사면 거의 바로 보는 편이지만 이 책만큼은 일 이년을 서재에 묶혀두었다 읽었다. 그만큼 좀 어려운 느낌의 책이었다. 역사 서술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의 방식과 사람들을 망라했다. 헤로도토스의 투키디데스, 사마천, 이븐할둔, 맑스, 토인비, 에드워드카 등이 언급된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역사서술방식으로 인류사가 거론되는데 그 유명한 사피엔스나 총균쇠등이 그것이다. 인간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서술하며 변천했는지를 알고 싶다면 보기 좋은 책으로 정리가 잘 되어있다. 물론 읽기 쉽진 않았다.


10.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가장 최근 나온 책으로 인문학도인 그가 과학의 영향을 받고 생각을 바꾸고 지평을 넓히게 된 계기를 밝힌 책이다. 그가 읽은 과학책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이를 인문학적 생각들과 연결시키고 그만의 생각을 제시하는 부분이 좋다. 교양서라고 하지만 상당히 수준 높은 어려운 과학책을 많이 보았고 과학 내용도 독자가 알기 쉽게 정리했다. 책 말미에 유시민이 읽은 과학책 목록을 정리했다면 참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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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까지, 즉 상반기엔 총 51권의 책을 읽었다. 작년 1년 100권 읽기에 실패했는데 아무래도 직장 환경이 크게 바뀐 탓이 영향을 많이 미쳤다. 직장에서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보다 많이 소모되다 보니 책에 잘 손이 가지 않았다. 올핸 그래도 같은 곳에서 2년째라 적응해서인지 책 읽기가 조금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가장 많이 본 책은 교육 부분이고 과학과 사회 분야의 책도 많이 본 편이었다. 


예술 건축[2권]-컬러의 말, 우리의 첫 미술사 수업


사회[9권]-포르노 판타지, 반도체 삼국지, 미스터 프레지던트, 동자동 사람들,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표류하는 세계, GEN Z,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 세계질서, 검찰국가의 탄생


경영 투자[2권]-기후 위기 부의 대전환, k배터리 레볼루션


과학[9권]-빛의 물리학, 협력의 유전자, 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기후미식, 기후위기 인간, 생물은 왜 죽는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별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문학[6권]-원청, 쿼런틴, 당신 인생의 이야기, 백조와 박쥐, 매니페스토,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교육[14권]-왜 지금 국제바깔로레아인가, 미래학교 수업 생각의 힘 기르기, 다시 그리는 학교 공간, 2022년 이후 한국 교육을 말하다, 교사에게 강요된 침묵, 교사 수업하며 책을 쓰다, 블렌디드 수업디자인, 우리가 교문을 바꿨어요, 챗GPT 교육혁명, 비폭력대화, 그림책으로 펼치는 회복적 생활교육, 학습하는 학교, 미래교육, 학생중심수업을 위한 협력적 수업 설계


역사[1권]-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 


인문철학[3권]-현대 철학의 최전선, 문학이 필요한 시간, 줌인 러시아


지리[2권]-심장지대,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


미래[2권]-로봇의 지배, GPT제너레이션


경제[1권]-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10. 학습하는 학교

 이 책은 학습하는 조직으로 학교를 변모하고자 하는 책이다. 5가지 원칙이 나오는데 개인적 숙련, 공유비전, 정신모델, 팀학습, 시스템 사고다. 이를 통해 지역, 학교, 학부모의 모든 구성원들이 시스템 사고를 하고 이를 통해 학교가 지역, 가정과 더불어 학습하는 조직으로 변모하여 스스로를 개선해나가는 조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게 책의 골자다. 무려 900쪽에 가까운 책으로 소속된 연구회에서 3개월 간 같이 읽었다. 이런 계기가 아니었다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9. K배터리 레볼루션

한국 2차전지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미래 가능성을 잘 짚어준 책이다. 배터리가 주력 산업인 나라에서 전기차를 끌고 다니면서도 배터리에 대해 잘 몰랐는데 많은 걸 알 수 있게 해 준책이다. 한국 배터리 기업의 초 경쟁력과 희소광물의 중요성, 향후 2차 전지 기업 주식의 큰 성장을 주장한다.




8. 반도체 삼국지

미중 갈등의 본격화로 반도체는 미국이 중국의 성장세를 제어하는 주요 수단이 되고 말았다. 반도체는 컴퓨터의 역사만큼 오래되어 다른 4차 산업혁명의 주력 기술만큼 중요하단 생각이 안들지만 사실 그것들의 가장 근간에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없는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차, 첨단 기술 및 무기는 없다. 미중갈등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 그리고 현 상황을 잘 짚어준다. 반도체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7. 심장지대

거의 100년 전 영국의 존 매킨더가 쓴 책이다. 지리 고전 3대작 중 하나다. 심장지대는 유라사아의 중심부다. 심장지대라 할 만한 곳은 유로아시아아프리카 대륙에서 러시아가 차지한 시베리아, 그리고 아프라카 사하라 남단이다. 이중 심장지대를 차지산 러시아에 주목하고 이 지역의 중요성을 서술한 책이다. 100년 전이라 지금만큼 해군과 공군의 위력에 주목하지 못해 육상의 중요성을 다소 과장하는 면이 있지만 아직까지 주요 설명은 유효한 편이다.


6.줌인러시아

2016년에 나온 책으로 조금 오래되었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사람들은 러시아에 대해 거의 매일 뉴스에 나오는 만큼 자주 접하지만 정작 아는 것은 드물다. 이런 러시아의 종교, 문학, 예술, 정치, 경제에 대해서 전문가가 집대성한 책이다. 러시아에 어떻게든 발을 담그고 싶다면 꼭 봐야할 책이 아닐지.





5. 비폭력대화

아직도 유효하기에 재판에 재판을 거듭하여 계속 독자를 모으는 책이다. 혁신교육 생활 부분에서 중요했던 회복적 생활 교육 같은 것들은 사실 모두 이 책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비폭력대화는 상대방을 대함에 있어 그의 욕구와 나의 욕구에 기반에 그것을 인정해주는 대화다. 상대방의 자극적 반응에 즉각 대응하지 않고 그가 왜 그러는지 욕구를 살피고 내가 왜 언짢은지 나의 욕구를 살펴 서로를 어려 만진다. 저자는 유태인으로 인종차별적 언행을 하는 택시기사를 만났음에도 화내지 않고 그의 심리에 자리한 신분과 경제적 불안, 불공평에 대한 욕구를 읽어내고 성공적으로 대화해 나간다. 모두가 비폭력 대화를 해나간다면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가정과 학교의 구성원이 모두 꼭 봐야할 책이다.


4.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기후위기로 농축산업, 교통, 산업 등이 지적 되지만 디지털은 잘 주목 받지 않는다. 기기는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렇다할 에너지가 필요해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 실제 디지털은 그 인프라가 상당한 에너지와 물적 자원을 소모함으로써 엄청나게 탄소를 내뿜고 있다. IT기업들의 방대한 데이터 센터, 그것을 연결하는 거대한 통신망, 수신장치, 단말기 등은 그 자체로 상당한 물자를 소모하며, 유지를 위해 엄청난 전기를 사용한다. 무료이기에 우린 디지털을 마구 쓰지만 그 행위 자체는 많은 탄소를 양산한다. 시간이 되면 쌓여 있는 메일과 클라우드의 파일을 정리하자. 그것도 탄소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3.협력의 유전자

70년대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내용과는 무관하게 순수하게 제목 때문에 인간을 지나치게 이기적 존재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과학계에선 인간의 협력성에 집중한다. 개체로서의 이기심과 집단에서의 협력성은 양자 모두가 적합도를 높이기에 채택되었고 그렇기에 인간은 본연적으로 협력적인 존재다. 이런 협력의 긍정성과 더불어 협력이 불러오는 부정적 측면도 서술한다. 이는 집단의 크기 때문인데 자신이 속한 집단에만 충성하는 나머지 외부 집단, 그리고 집단이 올바로 나아가기 위한 판단 등에서 문제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매우 재미난 책으로 꼭 읽어볼만 하다.


2.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질서

이 전쟁으로 안그래도 문제 국가인 러시아와 푸틴은 악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 반면 전쟁 이전에 문제가 있던 지도자였던 젤렌스키는 평화를 지키는 약소국의 영웅이 되어 버렸는데 이런 잘못된 시각에 균형을 잡아주는 책이다. 러시아는 소련이 붕괴하며 미국과 서구로부터 나토의 동진방지에 대한 확약을 받았고, 배신당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다민족 국가로 러시아인과 러시아의 영향이 상당함에도 다문화국가로 나아가지 못하고 서구로 향하는 민족주의 국가로 나아가 갈등이 심했다. 전쟁은 이런 것들의 중첩의 결과인 셈인데 여기서도 한국 정부의 선택은 아쉽기만 하다. 


1. 리 스몰린 시간의 물리학

상대성 이론 이후 시간은 절대적이기보다는 상대적인 존재로 취급받았고 그 존재도 의심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시간에 절대성을 부여하고 공간에게 그 위치를 넘기려고 시도하는 책이 이 책이다. 관점이 상당히 신선했고 독특했다. 특히 우주전체를 눈에 보이지 않는 격자가 가득한 공간을 보고 그 격자에만 물질이 위치하고 에너지가 있다는 생각이 독특했다. 그렇게 설정하면 빛의 속도에 한계가 있다는 점, 원자에서 전자가 특정 궤도에만 머물고 불연속적으로 점프하는 점, 빛의 전달 속도를 넘어 양자가 얽히는 현상등이 설명된다. 이 격자는 여러 방향으로 연결되어 멀리 떨어진 것도 연결된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를 마치 누군가 설계해 놓은 게임 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는데 하여튼 무척이나 재미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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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비롯한 생물의 삶의 본질적 목적은 유전자 운반이라는 매우 기능적인 것이다. 유전자 운반을 위해서는 생존과 번식을 잘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환경에 잘 적응을 해야 한다. 그래서 생물은 감정을 느낀다.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것에는 쾌감 좋은 감정을 그리고 불리한 것에는 무서워하거나 혐오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을 갖는다. 감정은 본능적인 것으로 사전 프로그램 된 것이지만 어떤 것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서는 후천적으로 학습하기도 한다. 

 생물은 자신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환경에 둘러 싸이게 되면 당연히 좋은 감정이 넘쳐 흐르게 되며 이로 인해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많은 철학자들이나 심리학자, 진화 생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주장하는 것처럼 행복을 느끼는 것은 나의 생존과 번식에 성공적인 상태이므로 생물체의 목적이 되며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누구나 왜 사냐고 물으면 다소 간의 차이는 있어도 대답은 본질적으로 행복으로 귀결된다.

 인간에게 행복은 개인적이기도 하지만 매우 사회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지구 상의 그 어떤 생물보다도 협력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협력은 당연히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보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기에 선택되었고 그래서 인간은 다른 사람과 잘 협력하고 관계가 좋을 때 행복을 느낀다. 그러한 환경이 유전자 운반에 매우 좋기 때문이다. 책 '행복의 기원'은 여러 가지 행복 요건을 고찰하고 인간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좋을 때 가장 강한 행복을 느낀다고 결론 짓는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 사회는 전체적으로 행복할까? 사회 학자 오찬호는 한국 사회의 불안정성을 여러 책을 통해서 드러냈는데 책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에서는 한국 만큼 결혼과 육아, 교육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각자 도생의 원리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즉, 한국은 개인에게 매우 비협력적인 사회인 것이다. 한국은 이처럼 사회적인 협력이 부족해 생존과 번식이 개인에게 달린 매우 불리한 환경이기에 한국인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태이며 출산율 역시 0.8정도로 압도적 꼴찌다. 

 이처럼 행복과 관련한 주요 문제는 사회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대부분의 설파는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소확행이나 가심비, 워라밸 등의 용어들은 이래서 모두 힘을 잃는다. 근본적인 원인인 사회 문제는 뒤로 하고 개인적 차원에서의 해결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제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전쟁터의 군인에게 전쟁이란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술을 마시든, 잠시 휴가를 떠나든, 동료들과 진한 전우애를 나눠도 그 모든 것들이 일시적 해결책이 불과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책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는 이런 문제에 대해 심리학과 자본주의의 영합을 지적한다. 행복에 대한 생각은 크게 쾌락주의와 금욕주의로 나뉜다. 금욕주의는 종교적이거나 철학적인 것으로 과거 서양의 중세시대에는 현세의 모든 욕망을 금지하고 내세에서의 구원을 통한 즐거움을 강조했다. 그러던 것이 계몽주의 시대에 행복을 인간의 손으로 내려다 놓았고, 자본주의가 되면서부터는 돈이 곧 행복이 되었다. 

 초기 자본주의에서 생산수단이 없는 노동자들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렸다. 이는 생산성에 상당한 손실을 가져왔고 노동력의 재생산에도 문제를 초래했다. 특히 시장측면에서 수요창출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사회복지의 확충과 임금상승을 허용한다. 그리고 여기엔 사회주의의 대두라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구소련권의 붕괴로 신자유주의가 유일의 이데올로기가 되자 이런 측면이 약화되었다. 또한 신자유주의는 부익부 빈익빈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매우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으며 제조업 일자리의 이동과 서비스 직종으로 내몰리며 불안정성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서비스 직종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기에 제조업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 이처럼 불행이 매우 커져 생산성이 더욱 떨어지자 행복이나, 웰빙. 힐링 같은 말이 마구잡이로 등장하게 되었다. 사회구조는 그대로 두다 개인을 행복하게 하는 해결책을 자본주의가 제시하기 시작한 것이며 이렇게 자본주의와 심리학이 영합하게 된다.

 이처럼 주류 심리학은 행복을 사회적인 것이 아닌 개인주의 적인 것으로 은폐하는데 이는 세 가지 문제점을 야기하게 된다. 우선 행복 개념을 왜곡하여 사람들을 진정한 행복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한다. 다음은 불행한 이들의 일을 그들 개인의 문제로 귀결시켜 불행을 그들 개인의 탓으로 만들게 한다. 마지막은 행복 경쟁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행복 개념이 개인으로 귀결되어 사람들은 사회적, 국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개인의 물질적 혹은 정신적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게 되며, 불행한 사람은 이런 개인적 노력이 부족한 사람이 되고, 서로 간에 더욱 행복해지기 위해 물질적으로 과시하며 실제로는 불행한데도 경쟁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실제로는 매우 사회적인 것이다. 미국 갤럽은 150개국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행복은 다섯 가지 영역으로 분류되었다. 직업에서의 행복, 인간관계에 의한 사회적 행복, 경제적 행복, 육체적 행복, 공동체 행복이다. 그리고 이들 중 세 가지는 사회와 매우 직접적으로 관련되며 사실상 다섯 가지 모두 사회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저자는 사회와 국가의 구조 변화가 행복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가나 사회가 개인의 생존을 책임지고 사회가 평등할수록 행복함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는 이런 부분을 책임지는 북유럽 사회의 행복함이 잘 드러난다. 

 저자는 책을 정리하며 행복은 개개인이 삶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매우 관련이 깊으며 인간은 이를 실현해야 만족감을 느껴 진정한 행복을 달성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삶의 목적인 개인이 공동체 속에 소속되며 이 공동체를 위해 기여하는 무언가를 하는 것을 통해 타인으로부터 존중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각 개인에게 인간의 주요 본성 중 하나로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 이 자유는 세계 혹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에 대한 통제력을 의미한다. 때문에 최소한의 물질이 필요한데 이는 자신의 육체적 생명을 유지하고 사회생활의 자유를 위한 정도이다. 또한 사회적 자유도 필요하다. 인간은 다른 인간에 의해 착취되고 압박당하면 자유를 잃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권과 생산수단이 그런 상황을 만드는데 따라서 모든 사람이 정권과 생산수단을 공유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상, 문화적 자유도 중요하다. 극단주의, 혐오주의, 차별주의, 인종주의, 개인이기주의에 빠지거나 천착하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파괴하여 자기 자신의 행복과 자유를 저해한다.

 이런 자유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주어질 때 사람은 다른 사람과 연대하고 창조활동을 할 수 있다. 창조활동은 개인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무형, 유형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이것의 달성을 통해 개인은 강력한 보람을 갖게 되며 이를 통해 만족감과 진정한 행복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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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지구상의 생명체는 생겨난 36억년 전부터 태어나고 죽음을 반복해왔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늘 왜 태어났으며, 기왕 태어났는데 어째서 죽을 수 밖에 없는지를 늘 고민한다. 이렇듯 삶과 죽음은 당연해 보이나 엄밀히 그 뜻을 정의해본 다면 생각만큼 규정짓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죽음의 정의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살아 있는 것이 생명활동을 영구적으로 멈추고 그 체조직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그것이 죽음이기 때문이다. 즉, 죽음의 정의가 생명의 뜻에 의존하기에 살아 있는 것이 명확히 정의되면 죽음의 설명은 간단해진다.하지만 살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좀 정의하는 것은 고민스럽다. 

 우주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아주 좁은 곳에서 뭉쳐진 상태에서 아주 작은 요동으로 빅뱅이 일어나 퍼지게 되었다. 우주의 초기상태는 우주배경복사 등의 증거에 의하면 묘하게도 상당히 균일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다 빅뱅으로 매우 불균일해졌는데 다시 물질이나 에너지가 확률상 가장 경우의 수가 많아지는 가장 균일하고 무질서한 상태로 퍼져나가 엔트로피를 다시 최대로 높여놓는 것이 마치 우주의 최종 모습인 것처럼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즉, 어찌보면 공간의 차이는 어마어마하 엔트로피 측면에서 보자면 처음 상태로 다시 돌아가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어 우주가 다시 완성되면 다시 빅뱅이 일어나는 무한 반복이 우주의 생애라고 보는 이도 있다.

 하여튼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법칙에 의해 우주는 엔트로피가 커지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책 '암흑물질과 공룡'에서 언급된 것처럼 우주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가득차 있으며 이들이 뭉쳐서 상대적으로 약간 높은 중력을 보이는 것에 보이는 물질들도 뭉쳐 은하계와 항성계를 이루게 된다. 이들은 열역한 제2법칙을 어기는 것 같지만 사실 외곽 지역의 엔트로피는 자신들이 낮춘 것보다 더 높여놓기에 사실상 이 법칙을 더 잘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항성계의 혹성에서 스스로의 유지를 위해 외부의 엔트로피는 높이고 자신의 엔트로피는 낮추는 존재가 생겨났으니 그것이 생명체다. 즉, 엔트로피라는 관점에서 생명체는 자신의 유지를 위해 외부의 엔트로피를 높이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생명자체의 목적과 현상에 주목하면 정의는 좀 더 세밀해진다. 폴 너스는 그의 저서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생명의 요건으로 3가지를 제시한다. 번식이 가능하고, 유전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진화를 위해 그 유전체계가 다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생명이란 결국 유전자를 계속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번성 및 존속시키기 위해 그 유전자 자체나 그것을 운반하는 유기체가 자손을 이어가며 다양하게 변화하여 환경에 적응해 진화하는 존재정도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죽음은 이 모든 활동이 멈추는 즉, 생명체가 유전자 전달을 위해 자신의 유지 빛 번식을 멈추는 행위가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엔트로피를 낮춰 주변의 엔트로피를 높이는 행위가 멈추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생명의 목적은 유전자의 존속과 지속적 번영이며 이를 위해 유전자를 변형하고 그 운반자의 모습도 변이를 통해 어떤 환경에 맞게끔 변형시킨다. 제법 분명하다. 하지만 죽음의 목적은 생각할 여지가 많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죽음도 진화과정에서의 하나의 선택이었음을 분명히 입증한다. 즉 생명체는 존속과 더불어 죽기위해서 태어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죽음이 진화상의 충분한 이점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책 '생물은 왜 죽는가?'에서는 죽음이 갖는 진화상의 이점을 설명한다. 지구상에서 제법 진화한 생명체는 다세포생물이다.(하지만 아직도 상당수가 단세포 상태인 세균으로 남아있다.) 다세포생물의 경우 세포분열을 통해 꾸준히 세포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데 이는 세포가 오래되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부작용은 분열과정에서의 치명적 오류 발생 가능성, 그리고 활성산소의 발생, 사이토카인의 분비다. 세포는 분열과정에서 10억분의 1정도로 아주 작은 염기 복사 오류를 일으킨다. 그리고 심지어 이를 수선하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분열의 횟수가 길어질수록 스트레스와 거친 환경에 노출되어 오류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다세포 생물 최대의 적인 암세포로 이어질수 있다. 또한 세포는 오래되면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데 이는 노화를 촉진한다. 그리고 제거되지 않은 오래된 세포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주변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주변 조직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때문에 인체는 이런 오래된 세포를 꾸준히 제거하나 이 역시 노화, 즉 생명체가 존속을 오래함에 따라 그 기능이 저하된다. 즉, 인체는 상당기간은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나 결국에는 이 기능이 떨어져 노화가 되도록 설계된 것으로 죽음은 애초에 계획된 것이 된다.

 이는 애써 만들어내 생존한 생명체가 죽음으로써 얻는 진화상의 이점이 충분하기에 발생하는 일이다. 첫 번째는 기존 생물체가 영구히 존속한 상태에서 다음 생명체가 태어나면 지구의 자원의 한정되어 있기에 결국 모두가 존속하고 번식할만한 식량과 생활공간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부모 생명체가 죽어야만 다음 생명체가 존속하고 번식을 할 수 있다. 아마 자신들이 죽지 않는다면 부모개체는 굳이 다음 개체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이 태어나더라도 아마 경쟁하여 제거하려 들 것이다. 다른 이점은 생물의 진화를 위해서다. 기존 생명체가 영구히 존속하도록 설계되었따면 굳이 부모개체는 굳이 자손을 낳으려는 욕구나 기능자체가 아예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오래살고 자신이 나름 환경에 적응하더라도 부모의 형질은 결국 변하지 않으므로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대응력은 당연히 떨어질 것이고 종이 끝나버릴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변이를 일으키기 위한 자손도 없으니 당연히 해당 종에서는 진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즉, 종이 멸종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때문에 진화를 위해 죽음은 선택된 것이다. 

 노화는 죽음이 설계된 생명체가 탄생에서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노화는 신체의 기능들이 점점 떨어져서 결국 기능하지 않게 되는 과정이다. 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의 말단 부분인 텔로미어가 점점 줄어든다. DNA는 상보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복제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한 부분은 순방향이 되고 자연히 상보적이라서 반대쪽 부분은 역방향이다. 희안하게도 복제의 방향은 정해져 있어 역방향 부분을 복제하는 경우 매우 짧은 부분마다 순방향으로 복제에 사슬처럼 연결해서 붙여야 한다. 때문에 염색체 말단까지 복제가 일어날 경우 이 부분에 짧은 사슬을 넣기가 어려워져 복제가 되지 않아 없어지는데 그래서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이다. 이것이 반복되면 결국 염색체가 짧아져 기능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래서 개체가 건강할 땐 이 부분에 대한 수리가 일어난다. 하지만 결국 나이가 들면 이 기능이 떨어져 점점 신체기능이 약화된다. 

 인간에게 노화와 관련한 유전자는 크게 세 가지가 알려져있다. GPR1, FOB1, SIR2다. GPR1은 당센서로 당이 세포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세포는 당을 이용할 준비를 하게 된다. 이것이 망가지면 세포는 외부 영양분을 잘 쓰지 못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이러면 세포는 발육이 줄고 크기도 줄지만 수명은 늘어난다. 책 노화의 종말에서는 영양분이 줄경우 세포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영양분의 결핍은 번식을 위한 주변 환경이 좋지 못함을 의미하고 번식을 미루기 위해 수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설명한다. 실제 영양분 부족, 추위, 가혹한 신체적 고통(운동)은 개체의 수명을 늘려준다. FOB1은 망가지면 수명이 무려 60%가 늘어나며, SIR2는 유전자 수선과 관련한 거승로 이것이 망가지면 수명이 50%나 감소한다. 물론 이는 효모의 경우라 사람에게 일괄 적용하기는 힘들다.

 정리하면 생명은 지구상에서 우연히 생겨난 화학물질이며 이것이 RNA등의 구조를 갖추며 복제에 능해졌다. 그리고 세포를 형성하여 자신의 복제를 더욱 활발히 하게 되었고 세포가 집단을 이뤄 다양한 기능을 갖춘 생명체를 형성했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이 생명체는 우주의 방향과 다르게 엔트로피는 적극적으로 낮춘다. 하지만 주변의 엔트로피를 더욱 높이기에 전체적으로 열역학 2법칙을 위해하지는 않는다. 생명체의 목적인 유전자의 번성으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이를 일으켜 진화를 하고, 생명체는 그 목적만큼만 살아 다음 세대의 진화를 위해 죽게끔 설게 되었다. 그리고 이 죽음을 서서히 일으키는 과정이 노화인 것이다.  

 인간이 노화를 정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인공지능이 과학기술을 연구하게 되면 신약개발과 유전자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노화를 극복할지도 모른다. 혹은 신체의 상당부분을 기계와 결합하여 오래도록 존속할 수 도 있으며 가상세계에 의식을 올리는 것이 가능해지면 거기서 영구히 살아갈 수도 있다. 어떤 부분이 되었던 죽음의 정지는 곧 생물학적으로는 진화의 정지를 의미하게 된다. 하지만 과학기술로 자신의 적응도를 계속 높인다면 유전자가 계속 존속되므로 이 또한 다른 의미의 진화라고 볼 수 있을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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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중 추리 소설과 과학 소설을 조금 보는 편이다. 그 중 재밌고 읽기도 상대적으로 쉬우며 과학이 관심이 좀 있어서 SF 소설은 상대적으로 더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얼마 전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새로 나와 보게 되었다. 테드 창은 유명한 작가인데 그 전에 읽었던 '숨'은 생각만 큼 인상적이진 않았다.

 읽은 과학소설 중 최고봉은 단연 '삼체'다. 중국 작가 류츠신의 책으로 제목이 삼체라 그런지 총 3권인데다가 1에서 3권으로 갈수록 더욱 두꺼워진다. 각 권은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중심인물이 마치 세대교체하듯 모두 다르며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삼체행성이 지구 문명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지구를 차지하기 위해 오는 이야기로 그들이 오게된 경위와 오는 과정에서 자신들보다 잠재력이 높은 지구 문명의 발전을 저해하기 위한 공작 등이 매우 재밌게 펼쳐진다. 결국 지구는 이들에게 당하게 되는데 그 가정도 자못 흥미롭다.

 '멀리가는 이야기'는 한국 작가의 책으로 과학소설을 읽기 시작한 무렵 막 읽어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광속으로 여행하며 어떤 문명엔 유전자 단계부터 자신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기제를 넣어놓기도 하며 몸에 나노머신이 있어 웬만한 치명상엔 죽지도 않는 사람의 이야기, 인간의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되어 인간의 육신을 초월해 인공지능과 결합해 영생을 누릴 단계에서 자녀는 그러한 삶은 선택하고 부모는 인간으로써 죽는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자녀는 받아드리지 못하는 이야기 등이 기억에 남는다. 

 역시 한국 작품으로 김초월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수 없다면'과 '지구 끝의 온실'도 좋았다. 사실 장편인 지구온실 보단 빛의 속도가 더 좋았는데 단편집이어서 그런지 기발한 이야기들의 엮임과 과학소설이지만 그걸 소재로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부분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쿼런틴'은 최근 읽은 것으로 나온지 오래되었지만 역시 소재는 매우 창의적이다. 양자역학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며 인간이 관측하기 시작하면 확률이 무너지고 대상이 고정되는 매우 당연하면서도 이상한 사실이 오직 인간에게만 가능한 것이란 생각에서 소설은 출발한다. 때문에 인간의 과학기술이 발전해 우주의 관측 범위가 넓어질 수록 우주는 다양하고 혼재된 세계에서 하나의 고정된 대상만 남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한 외계문명이 태양계를 둘러싼 거대한 막을 쳐서 제목처럼 인간을 '격리'시켜 버린다.

 '멸망' 3부작 시리즈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 모든 것이 불에 타고 모든 것이 크리스털로 결정화되고, 모든 것이 물에 잠겨 세계가 각각 멸망으로 향하는 3가지 책이다. 제목은 시리즈 느낌이 드나 사실 전혀 연결되지 않고 각각의 책이 모두 독립적이다. 이 중 가장 재미난 것은 물 시리즈로 오래전 나온 책임에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상당 부문 수몰되고 기온이 크게 올라 극지방에서 밖에는 살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낮이 너무 뜨거워 기온이 겨우 30도 정도인 새벽이나 아침에만 일하는데 한 낮엔 온도가 거의 50-60도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그 지역이 런던이란게 기막힌 설정이다.  

 사람들은 뭔가가 현격히 다른 수준을 보이면 흔히 차원이 다르단 말을 많이 한다. 이 말을 가장 잘 보여주는게 소설 '플랫 랜드'다. 제목처럼 이차원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3차원이 얼마나 대단한 존쟁임을 보여준다. 이차원 세계가 있는데 한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다면 모든 것들이 그 쪽으로 쏠리는 힘을 받게 된다. 이들은 이걸 중력처럼 받아들인다. 이차원엔 오각형도 삼각형도 원도, 사각형도 있다. 사람들은 정면만을 볼 수 있기에 이들을 모두 비슷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이차원에서도 이들의 다른 모습을 어렴풋이 여긴다. 3차원에선 이차원 도화지의 어느 곳이나 순식간에 갈 수 있다. 또한 이차원을 구부려 서로 만나게 할 수도 있다. 이들에게 이것은 마치 웜홀 같은 일이다. 하여튼 오래되었음에도 정말 재미난 설정의 책이었다. 4차원 세계의 외계인이 있다면 우리 인간은 플랫랜드 사람들 같은 것이다.

 '더 로드'는 크리스천 베일 주연으로 영화화 된적도 있는 작품이다. 아마도 핵전쟁이나 소행성 충돌 혹은 거대 화산 분출 같은 거대한 불로 인해 세계는 망해버린다. 인간들은 초기 잘 모이기도 했지만 결국 야만화한다. 약탈자들이 곳곳에 산재하고 이 와중에 주인공 부부는 아이를 낳는다. 엄마는 견딜 수 없는 현실에 세상을 등져 버리고 아버지 홀로 이 아이를 키워 나간다. 영화에선 벙커, 소설에선 한 주택에서 아들과 아버지가 모처럼 괜찮은 비상식량을 얻어 만찬을 즐기며 잠시만의 평안을 누리고 그 와중에 이들을 노리는 약탈자들의 모습이 긴장감이 넘친다. 

 '숨'은 마치 증기기관 처럼 인간의 뇌와 인지가 기압에 의해 유지되는 세계를 묘사한다. 그런데 인지능력이 저하되는 사람이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조사 결과 이는 대기압이 점차 변화하기 때문으로 밝혀진다. 인간 내외부의 기압차가 사라지면 공기의 흐름은 멈추고 인간의 뇌도 멈춰 결국 세계는 지적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이고 만 것이다. 

 '종이 동물원'은 여러 단편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야기들이 전체적으로 기발하고 매우 재밌으며 과학소설로의 장점도 놓치지 않으면서 인간적인 부분을 잘 후벼판다. 최근 시류와 맞물려 기억에 남는 부분은 먼 미래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해지며 인류 역사상 일어났던 잔혹한 학살이나 전쟁범죄등에 대한 확인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역사를 부정하던 가해국가들은 초기 충격을 받지만 곧 이조차도 부인하는 놀라운 정신승리를 보여준다. 일본과 한국 보수층의 만행을 보고 있으면 가끔 그들의 머리에 그들 조상이 친일했거나 조선인을 학살하고 괴롭히는 모습을 재생시켜 주고 싶다는 충동에 빠지는데 소설을 보다보니 어쩌면 이조차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sf의 힘'은 과학소설 자체는 아니지만 인공지능, 외계인등 과학기술에 대한 인간의 논의를 전개시키며 이들을 다룬 과학소설을 소개하고 등장시키며 인간의 생각을 조망한다. 한국 작가가 쓴 책인데 많은 과학소설을 추천 받을 수 있고 이런 시도 자체가 독특하고 인상깊었다.

 마지막은 이번에 본 책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다. 역시 과학소설 단편 모음집으로 바벨탑을 다룬 이야기, 강화 인간 이야기 등이 있다.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칼리란 도구에 관한 책이다. 이는 인간 뇌 신경 일부를 마비시켜 상대방의 외모에 대한 성적 반응을 사실상 제거하는 것이다. 그래서 칼리를 장착한 인간은 어떤 외모를 보아도 어떤 감흥이 없고 철저히 상대방의 내적인 면에 의해 이끌리게 된다. 그래서 외모가 출중한 영화배우, 탤런트, 모델등을 보아도 감흥이 없다. 일부는 칼리를 중단하고 이런 것을 느끼며 처음으로 자신의 외모가 어떤지에 대해 신경쓰게 된다. 

 과학소설을 늘 읽어도 어려지만 재밌고 술술 읽힌다. 소설에 따라 과학적인 부분에 더욱 신경을 써서 그것 자체가 주제인 경우도 있으며 과학은 그저 외피이고 인간적인 이야기에 치중하는 것들도 있다. 모두 재밌고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더 많은 양질의 과학 소설이 한국에서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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