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넥스트 도어
알렉스 마우드 지음, 이한이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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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나무 아래』라는 책의 서두를 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서양의 어느 소설가가 말한 바에 의하면 오백 명에 한 명 꼴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살인범이 우리들 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오백 명 중에 한 명은 살안자이지만 평범한 사람들 속에 섞여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킬러 넥스트 도어』에는 이름만 아파트인 다가구 주택 속에 살아가는 여섯 명의 평범한 이웃 중에 살인마가 살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의 영국에서 점차 지역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런던 남부의 노스본에 위치한 아파트 23번지는 낡고 방범도 취약했으나 집주인에인 로이 프리스는 입주자를 들일 때 필요한 신원 보증서 등의 서류를 받지 않는 대신 사람들을 받았고 그로 인해 이곳은 마치 잠시 머물다가는 장소처럼 많은 이들이 거쳐간다.

 

이곳에 사는 사람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는데 독신남이자 세입자들 중에서도 실제로는 유일한 고용 상태인 토머스 던비를 비롯해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는 이란인 망명자 호세인 잔자니, 매일 거의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놓는 제라드 브라이트, 연금을 수령하고 있고 이곳에서 거의 칠십 평생을 살아온 노부인 베스타 콜린스와 각종 물건을 훔쳐 되팔면서 월세를 마련하고 생활을 꾸려나가는 셰릴 패럴이 있다.

 

여기에 니키라는 여성이 살고 있었으나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지고 곧이서 거금을 들고 도망중인 콜레트라는 여성이 니키의 짐을 다 치우기도 전에 입주를 하게 된다. 짐도 챙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니키지만 아무도 이에 개의치 않는다. 그저 집세를 내기 힘들어서 몰래 떠나버린게 아닐까하고 생각할 정도로 이 곳은 마치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감춰야 하는 사람들이 머물다 가는 곳처럼 느껴진다.

 

콜레트(원래 이름은 리사다)는 자신이 일하던 곳에서 사장이 저지르는 끔찍한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되고 도망치게 되는데 이때 사장이 불법적으로 축적한 10만 파운드를 들고 도망치는 신세가 되어 이 아파트로 오게 되었다.

 

처음 음침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주인과 전체적으로 보안과 관리가 허술한 집 상태에 마음을 놓지 못하지만 점차 자신을 챙겨주고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주는 이웃으로 인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그들과의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이 죽게 되는데...

 

이야기는 처음 경찰서에서 사회복지사와 변호사를 곁에 두고 경찰에게 진술을 하는 셰릴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도망자 신분으로 치매를 비롯한 다른 병까지 걸린 엄마를 지켜보기 위해 결국 뒤쫓는 무리들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런던으로 돌아와 살인마가 정체를 감추고 살아가는 아파트에 입주하게 된 콜레트, 그리고 그녀가 살게 된 호실의 니키라는 여성의 실종, 그리고 자신이 살해한 여성들을 마치 고대 이집트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비좁은 자신의 집에서 미라로 만드는 사람.

 

희생자인 여성은 한 두명이 아니다. 그는 주도면밀하게 필요한 물건을 사고 관련된 지식을 얻기 위해 많은 책을 읽는다. 집안에서 느껴지는 악취는 분명 이 연쇄살인마의 시체 해부와 처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죽인 여성들을 마치 영원히 살아있는 것처럼 컬렉션으로 모으는 과정이 섬뜩함을 넘어서는 공포를 자애내고 버젓이 다른 사람들 속에 섞여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사실은 자신의 집안에서 이토록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두려움을 자아낸다. 그렇기에 이 장르의 작품으로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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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 1 - 보라 부인의 암호 사건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 1
트롤 글.그림,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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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 1』은 제목 그대로 추리 천재이자 명탐정인 엉덩이 탐정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로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라 더 많은 시리즈가 출간되기를 바라게 되는것 같다. 1권에서는 총 2건의 사건 발생과 의뢰, 추리를 거친 해결이 등장한다.

 

먼저 주요 등장인물인 엉덩이 탐정과 그의 조수인 브라운에 대한 소개를 보면 추리 천재라는 말에 실감하게 되는데 엉덩이 탐정은 아이큐가 무려 1,104의 천재로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는데 그런 그가 좋아하는 것은 따뜻한 차와 달달한 과자(특히 고구마 파이)라고 한다. 취미는 차 마시기와 독서이며 말버릇은 탐정에 걸맞게 “흠흠, 냄새가 나는군.”이다. 아마도 어떤 사건에서 이상함을 감지했다는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아울러 엉덩이 탐정의 조수인 브라운은 사건 해결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존재라기 보다는 적어도 1권에서는 감초 역할이 더 어울리는 설정으로 나온다.

 

 
 

 

복잡한 거리 한 가운데에 행운 고양이라는 찻집 위층에 자리한 엉덩이 탐정 사무소에는 아이큐 1,104의 천재 엉덩이 탐정과 조수 브라운이 살고 있다.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갓 우려낸 홍차와 고구마 파이를 먹으며 신문을 읽고 있던 엉덩이 탐정은 연속 빈집털이 사건을 읽게 된다.

 

곧이어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보라색으로 차려입은 한 여자가 탐정 사무소를 찾아와서는 자신을 대박농원에서 온 홍감자자라 소개하며 사람들은 자신을 보라 부인이라고 부른다며 말한다. 그녀는 바로 신문에 소개된 바 있는 화제의 인물로 고구마 농사만 20년을 해온 고구마를 너무 좋아해서 고구마랑 똑같은 보라색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였다.

 

그런 그녀 역시도 최근 빈집털이의 피해를 입었는데 흥미롭게도 그녀가 의뢰한 사건은 금고에서 발견한 조상님이 남긴 보물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것 같은 편지의 암호를 해독하는 것이였다. 이에 엉덩이 탐정은 너무나 쉽게 암호를 해독하고 보라 부인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함께 대박 농원으로 향한다.

 

암호가 가리키는 곳의 땅을 파보았지만 보물은 없고 작은 상자에는 낙서 같은 그림으로 다시 한번 보물이 묻힌 장소를 가리키고 이렇게 몇 번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헛간 같은 곳의 지하로 이어지는 비밀의 문을 발견한다.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보물이 있는 문 앞에서 엉덩이 탐정은 그동안 줄곧 어딘가 모르게 미심쩍어하는 모습을 보이던 행동을 끝내고 그들에게 사건을 의뢰한 보라 부인의 정체를 밝혀내는데...

 

 

뛰어난 추리력으로 몇 번의 암호를 풀어가는 것도 흥미롭지만 사실은 보라 부인이 탐정 사무소에 왔을 때부터 가짜라고 확신했던 엉덩이 탐정의 통쾌한 사건 해결이 돋보이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는 암호 해독, 숨은 엉덩이 모양 이파리 찾기, 미로찾기 등을 할 수 있어서 단순히 책을 읽는 재미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책 커버를 벗겨내면 커버 뒷면에는 '서론 다른 그림 찾기'가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재미를 제공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위의  <보라 부인의 암호 사건> 이외에도 간략하지만 역시나 추리력이 돋보이는 사건이 하나 더 소개되는데 필요한 물건을 사러 외출했던 엉덩이 탐정이 탐정 사무소로 돌아오던 중 듣게 되는 유리 깨지는 소리와 보라 부인에게서 받은 달걀 푸딩이 사라지는 사건을 평소 엉덩이 탐정이 강조했던 '추리를 잘하기 위한 세 가지 항목'을 활용해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간식 도둑은 누구?>가 나온다.

 

재미난 이야기와 내용 구성과 함께 얼굴이 엉덩이 모양인 엉덩이 탐정이라는 전대미문의 캐릭터, 그가 보여주는 놀라운 추리력과 사건 해결능력 등이 잘 결합되어 전체적으로 즐거운 독서가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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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콘도 2016-11-25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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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 - 건강한 나를 위한 따뜻한 철학 아우름 14
백승영 지음 / 샘터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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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는 '건강한 나를 위한 따뜻한 철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샘터에서 출간된 아우름 열네 번째 책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아우름’‘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를 담은 인문교양 시리즈를 의미하는 것으로 각계의 유명인사들로부터 드는 인문학 강의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아마도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진지한 조언일 것이다. 저자인 백승영 박사는 현재 대학교의 학술연교수이자 강의도 하고 있으며 특이하게도 한국 니체학회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인물로 자신의 분야와 관련한 다수의 책을 출판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지구상에는 60억이 넘는 인구가 있고 이들은 모두 제각각의 삶을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는게 현실이다. 각자 고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질문은 아마도 행복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일텐데 이것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생각하는 부분일 것이다.

 

다양한 삶의 양태,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존재하지만 결국 위의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를텐데 이 과정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삶의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삶에서 경제 논리인 에너지 효율을 주장하는 것이 다소 특이하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삶에 이 논리를 적용해 일상의 작은 지혜 몇 가지를 담아냄으로써 우리의 삶에 큰 힘을 발휘해 에너지가 소멸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오히려 에너지와 힘을 강화시키는 방법이 된다고 하니 다소 어색한 두 조합이 흥미롭게 생각하며 그러한 일상의 작은 지혜들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장 먼저 주장하고 있는 바는 사랑이다.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을 넘어서는 좀더 포괄적인 의미의 사랑이 지닌 가치와 긍정적 힘을 통해서 스스로를 사랑하되 자신의 주변인들도 사랑하며 결국 사회란 것이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함께 어울어진 삶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또한 행복해지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삶의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를 말하기도 하는데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 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올바른 정의를 위해서라도 거쳐야 하는 과정일 것이다. 내 삶은 결국 내가 선택한 것들이 모여서 하나를 이룬 것처럼 삶이라는 작품을 어떤 재료를 선택해서 어떤 모습으로 만들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기에 이에 초점을 맞춰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읽는다면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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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첫사랑
빌헬름 마이어푀르스터 지음, 염정용 옮김 / 로그아웃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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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첫사랑』은 상당히 유명한 작품이지만 작가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고, 대략적인 이야기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었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책을 읽어보질 못해서 전혀 몰랐다. 그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하이델베르크를 주무대로 황태자와 요즘으로 치자면 음식점 웨이트리스의 짧지만 강렬했던 첫사랑을 다루고 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왠지 여러 면에서 왠지 로맨틱한 분위기가 기대되어 언제고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였는데 이번에 로그아웃에서 출간된 원작소설의 완역본으로 만날 수 있게 되어 반가웠고 책 중간중간 예쁜 일러스트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잠깐이나마 독일과 하이델베르크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던것 같다.

 

 

카를부르크의 황태자인 카를 하인리히는 최근 졸업시험에 최종 합격한 뒤로 황제에 의해 1년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입학해 학업을 할 계획이였고 이 유학길에 황태자의 개인 교수이자 황태자를 잘 가르쳐 최종 합격을 할 수 있게 한 업적을 인정받아 신임 궁정 고문관이 된 위트너 박사와 왕족의 시중을 드는 루츠 씨와 함께 하이델베르크로 향한다.

 

이제 스무 살이 된 하인리히는 그동안 자식이 없던 백부이자 지금의 황제에 의해서 엄격한 궁중 예법에 따라 키워졌고 하이델베르크로 향하는 기차행은 그에게 있어서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 된다. 그리고 동행한 박사의 경우에는 궁중에서 근 10년 가까이 지냈던 이유로 건강이 다소 나빠져 하이델베르크에서 산책을 하며 다시금 날씬하고 건강했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루츠씨만이 그동안 지켜져 온 궁중 생활과는 다른 행동을 연이어 보이며 일반적인 시종과는 다른 자신을 몸종처럼 취급하는 박사와 황태자에 조금씩 불만이 생긴다. 게다가 힘들게 도착한 하이델베르크에서 황태자가 묵을 숙소는 고급 호텔이 아닌 허름한 하숙집과도 같았고 루츠씨는 자신이 골방같은 곳에서 앞으로 1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우울해진다.

 

모든 것이 신기한 황태자는 바로 이곳에서 살림살이를 도와주는 케티라는 여성을 만나 운명적인 첫사랑에 빠진다. 부모가 없는 두 사람의 처지는 곧 어딘가 모르게 슬픈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오스트리아에서 온 케티에겐 프란첼이라는 삼십대의 약혼자가 있음을 알게 되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급속도로 빠져든다.

 

게다가 황태자가 궁중에서처럼 생활하는 동시에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함께 보내진 박사는 오히려 황태자에게 그가 지금까지 결코 맛볼 수 없었던 자유와 일탈을 몸소 실천해 보인다. 여기에 황태자가 학우회에 가입까지 하게 되면서 수업에는 출석하지 않고 점점 더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학우회 회원들과 결투를 하고 케티와의 연애를 이어가고 그 사이 박사는 점점 더 몸이 쇠락해가면서 결국엔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제껏 꿈꾸지 못했던 자유로운, 20대의 청년 같은 자유를 누리던 생활은 그에게 카를부르크에서 전보가 도착하면서 막을 내린다.

 

 

카를부르크를 떠나오기 전에도 좋지 않았던 황제의 건강이 더욱 나빠져 황태자가 급히 돌아가야 했던 것이다. 결국 함께 돌아갈 수 없는 박사와는 어딘가 모르게 마지막이 될 인사를 하고, 케티에겐 돌아오겠다는 인사를 남긴 채 카를부르크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돌아온 궁중에서는 역시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황제를 대신해 사실상 황제나 다름없는 업무를 보게 되고 곧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점차 해를 넘기게 된다. 그 사이 박사와 황제는 운명을 달리하고 자신은 사촌과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동시에 점차 하이델베르크로 떠나기 전보다, 백부이자 전황제보다 어딘가 모르게 냉담해지는 나날들 속에서 우연히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인연이 있던 노인이 그를 찾아오면서 그는 어쩌면 생애 마지막이 될 자유를 누리고자 다시 그때처럼 하이델베르크로 향한다.

 

박사는 그에게 카를부르크에 가더라도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자유와 젊은이다움을 잊지 말라고 했지만 황태자는 이미 예전의 소년이였을 때보다 더 엄격하고 냉기가 흐르는 사람이 되었고 다시 만나게 된 박사의 무덤 앞에서도, 학우회 사람들에게도 이는 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시간이 흘러 그가 변하는 것처럼 하이델베르크에 있던 사람들도 이제는 곳곳으로 떠났고 드디어 만나게 된 케티 역시도 곧 약혼자와의 결혼을 위해 오스트리아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두 사람은 그렇게 첫사랑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는 마지막 약속을 끝으로 어쩌면 그 결과가 정해져 있었던 자신들의 삶을 향해 걸어가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마치 한 여름의 밤의 꿈 같은 이야기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박사는 그토록 황태자에게 당부를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시대에, 한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운명에 맞춰 살아 온 황태자에게 있어서 그것은 정말 한 때의 추억과도 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져 해피엔딩이 아님에도 꼭 새드엔딩 같지도 않은 그런 이야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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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자유가 필요해 - 낭랑 오십 해직 기자 미친 척 남미로 떠나다
우장균 지음 / 북플래닛(BookPlanet)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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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자유가 필요해』라고 말하는 이 책의 주인공은 어쩌면 많은 중년 남성들의 로망 같은 인물일지도 모른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시간과 돈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인데 이를 생각하면 중년 남성은 특히나 이 제약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점점 커가는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어쩌면 은퇴 후의 언젠가 떠나리라는 생각으로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감히(?) 자유를 외치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저자가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이 모든 것들이 어쩌면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 스물아홉의 나이에 제주도를 처음 가봤을 정도로 여행과는 인연이 없던 그가 어떻게 국내도 아닌 남미를 무려 30일간 여행할 수 있었을까?

 

그는 YTN 개국방송 앵커를 비롯해 청와대 출입 기자를 거치며 소위 잘나가던 때가 있었는데 2008년 신임 사장 임명에 반대해 결국 6년 넘게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다. 이 시기에 여러 일을 하던 중 남미로의 30일 동안 여행을 떠나게 되었던 것인데 여행에서 돌아온 지 한 달만에 대법원의 해고 무효소송 최종심에서 승소하며 회사로 복귀를 했다니 어쩌면 평생에 있어서 누구도 누리기 힘든 자유를 제대로 누릴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에서는 저자가 30일 동안 여행한 남미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을텐데 저자에게 있어서 남미는 '힐링 여행'이었다고 한다. 날벼락 같은 해고 통지 이후 무려 2200일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여러모로 힘들었을 그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어쩌면 '휴식'과 '힐링'이였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앞으로의 시간을 위해서도 이 남미 여행은 좋은 선택이였을것 같다.

 

화려한 여행이라기 보다는 뒤늦은 배낭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의 남미 여행에서 사서 고생도 하며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남미의 관광 명소와 문명과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서 그곳을 보면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니 이 시간은 참으로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꿈 같은 30일 간의 남미 여행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나게 되는 한 사람으로서 남는게 시간이라고 해서 모두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어찌됐든 용기있는 실천으로 스스로 자유를 쟁취한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남미의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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