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독서의 해 - 내 인생을 구한 걸작 50권 (그리고 그저 그런 2권)
앤디 밀러 지음, 신소희 옮김 / 책세상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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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캬~ 오랜만에 만나는 시원한 맥주같은 책이었습니다. 때론 톡쏘고, 때론 달콤하고, 때론 발칙한 매력적인 책을 만났습니다. 저자 앤디 밀러도 앞으로가 기대되고 그의 책이 나온다면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전직 서점 직원, 현직 작가 겸 출판 편집자인 그는 본래 책쟁이였습니다. 하지만, 어느새부턴가 일과 육아에 치여서 책을 멀리하고 통근 열차에서 피로와 스도쿠와 씨름하는 생활을 반복하게 됩니다. '달라지고 싶다' 는 마음이 싹트고 그는 예전부터 읽고 싶던(혹은 읽었다고 뻥쳤던) 걸작들을 읽기 시작합니다. 리스트를 만들고 힘들어도, 어려워도 도통 책이 쓰레기 같아서 던져버리고 싶을 때에도 끝까지 버티며 50권의 걸작을 완주합니다. 그리고 그는 바뀝니다. 사표를 쓰고 작가가 되기로 합니다.


 일 년에 50권. 일주일에 1권,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50p 이상 읽기. 트레이닝은 항상 무언가를 변화시키고 또 성장시킵니다. <원펀맨>이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굉장히 재밌습니다.) 원펀맨은 히어로물입니다. 그런데 기존의 히어로물과 달리 상당히 독특합니다. 보통 만화는 주인공이 악당들과 분투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런데 <원펀맨>의 주인공은 1권부터(1화부터) 무적입니다. 어떤 괴수든지 원펀치 한방이면 끝입니다. 모두가 어떻게 그렇게 강할수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주인공은 이렇게 말합니다. "매일 팔굽혀펴기 100회, 윗몸 일으키기 100회, 스쿼트 100회, 런닝 10km를 빼먹지 않고 한다. 삼시세끼는 꼭 먹는다. 3년간 꾸준히 한다." 


 앤디 밀러는 다시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고전들을, 걸작들을 읽어나갔습니다. 책들이 살아나서 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가 읽은 책은 대부분 소설입니다. <공산당 선언> 외에 몇 권을 빼면 그가 읽은 50권 중 대부분이 소설입니다. 첫번째 책은 <거장과 마르가리타> 였습니다. 그 책이 터닝포인트가 됩니다. 그 책을 읽고 앤디 밀러는 작정하고 책을 읽기로 결심합니다. 이 책은 독서에세이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변화해가는 앤디 밀러의 모습과 책이야기, 일상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앤디 밀러의 괴짜스러움과 유머, 수다가 이 책을 재미있고 풍요롭게 만듭니다. 


 멋진 작가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 좋은 책을 소개받고 시시콜콜한 일상이야기를 듣는 재미. 애서가로써 동병상련과 함께 많은 감정들을 공유했습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 강추합니다. 저도 '위험한 독서의 해'를 보내고 싶습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읽고 있습니다. 1부를 읽었습니다. 미친 소설입니다. (제게 '미친'(crazy)이란 최고의 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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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동안 꼭 읽어야 할 46권의 교양 고전 - 국부론에서 자본론까지, 니체에서 드러커까지
김정환 옮김, 나루케 마코토 감수 / 예인(플루토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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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고전에 관한 책입니다. 46권의 고전을 아주 가볍게 집고 넘어가는 책입니다. 고전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고전에 담긴 뜻과 거기에서 배울점들이 간략하게 다뤄집니다.


 이런 책을 보면, '참 어떻게 이런 고전들을 다 읽었을까?'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개된 고전들은 익히 알려진 유명한 책들이 대부분이고, 처음 들어본 책들도 몇 권 있었습니다. 모두 읽다보면 '흐음, 이런 내용이군. 읽어보고 싶군.' 하며 읽게 됩니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좋은 책, 좋은 영화가 많은 걸까요? 


 많은 양을 상대할때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그냥 무작위로 보는 방법입니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봐야할까요? 뭔가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따라 한 권씩 읽어나간다는게 책을 읽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하지만, 시카고 대학 학생들이나 <위험한 독서의 해>의 저자는 그렇게 고전을 읽었습니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 하나씩 하나씩, 힘들어도 그만 두고 싶어도. 도저히 이 책은 나랑 안 맞아서 던져버리고 싶을 때도 참고 읽었습니다. 마치 고행하는 수도승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묵묵히요. 


 고전 읽고 싶습니다.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이 고전입니다. 무엇이 두려운 걸까요? 어려울까봐? 지루할까봐? 마치 병목현상처럼 책읽는 속도가 느려질까봐? 가장 큰 이유는 재미도 없는 책을 꼭 읽을 필요가 없어서가 아닐까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꼭 읽어야하는지 왜 읽어야하는지 물어보면 할말이 없습니다. 굳이 안 읽어도 사는데 아무 지장도 없습니다. 그리고 대충 '보이지 않는 손' 어쩌고 저쩌고 아는 내용같습니다. 


 제게 고전에 관한 고정관념, 선입견을 깨준 책은 플라톤의 <국가> 였습니다. 약 600페이지의 두꺼운 책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하는데 그 엄청난 두께와 무게감에 절로 뒷걸음쳐지더군요. 왠지 지금 물러서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저는 소크라테스를 굉장히 좋아해서 용기를 내서 책을 빌렸습니다. 그리고 읽었습니다.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왜 고전이 고전이라 불리는지요. <국가>는 약 2500년 전에 지어진 책입니다. 하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 긴긴 시간에 흠짓하나 나지 않고 당당히 서있었습니다. 놀랄만큼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시대를 넘어 지혜가 가득 담긴 책이었습니다. 600페이지를 읽어나갔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다시 읽어보고 그래도 이해가 안되면 넘어가면서 읽었습니다. <국가>는 다시 읽어보고 싶은 고전 중 하나입니다.  


 모든 고전이 이처럼 재미있고 훌륭하진 않겠지만, 대체로 고전은 훌륭합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지혜가 꿈틀거립니다. 그리고 재밌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재미가 없으면 누가 책을 읽겠습니까? 아무리 고전이라도요. 지적 자극도 커다란 유희 중에 하나입니다. 아마 제가 고전을 멀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읽는데 시간이 오래걸리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고전은 술술 읽히지 않습니다. 정신은 바짝 차리고 집중해서 읽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부분을 다시 읽게 됩니다. 


 <국부론>은 고맙게도 1100 페이지 입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면 다른 책 3~5 권을 읽을 수 있습니다. 과연 <국부론>이 다른책 3~5권 만큼의 가치가 저에게 있을까요?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야겠습니다. 고전 중에서도 꼭 읽고 싶은 책, 그리고 얇은 책 위주로 읽어가야겠습니다. 읽었다고 말하고 싶은 책이 아닌 진짜 읽고 싶은 책을 찾아서 읽어야겠습니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저도 한 번 리스트를 만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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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9-28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첫 레포트가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이였는데.. 갑자기 잊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네요^^

고양이라디오 2016-09-28 21:06   좋아요 0 | URL
레포트로 <방법서설>을 쓰시다니 대단하십니다ㅎ

북다이제스터 2016-09-28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법서설 강추 합니다.
제 인생을 바꾼 책 중 한 권입니다.
진짜루요. ^^

고양이라디오 2016-09-28 21:04   좋아요 0 | URL
어디 출판사가 좋나요? 추천부탁드립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9-28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부라서 급검색해 봤는데요,
제가 읽은 출판사는 오래되었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두껍지 않은 방법서설이 부가 및 부록을 포함하지 않아 읽기 좋았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9-28 21:56   좋아요 0 | URL
찾아봐주시고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9-29 00:07   좋아요 1 | URL
집에 와서 찾아 봤는데, 어디 있는지
결국 책을 찾지 못했습니다. ㅠㅠ
비록 제가 <방법서설> 내용을 파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긴 하지만,
그걸 떠나서 정말 좋은 책이란걸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9-29 09:00   좋아요 0 | URL
<방법서설>이 좋은 책이란 것은 익히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나저마 <방법서설> 내용이 뭔지 몰라서 무슨 직업에 종사하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ㅎ

syo 2016-09-28 2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 소개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에티카를 한 번 추천해 봅니다.

요건 또 제 인생의 책 중 한권이지요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09-28 22:53   좋아요 0 | URL
<에티카> 추천 감사합니다^^ 인생의 책 생각나실때 한 권씩 던져주세요ㅎ

syo 2016-09-28 23:00   좋아요 1 | URL
강영계 선생님 번역으로 읽으시면 엉엉 우시게 될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28 23:09   좋아요 0 | URL
잊고 있었는데 번역자까지 추천해주셔 정말 감사드립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9-28 23:13   좋아요 1 | URL
저도 감사합니다.
저도 스피노자의 <에티카> 꼭 읽어 보겠습니다. ^^

syo 2016-09-28 23:17   좋아요 1 | URL
오해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강영계 선생님 번역이 너무 어렵습니다. 17세기 라틴어를 그대로 살리신걸까요?
다른 번역본을 권합니다. 그래봐야 한 분밖에 더 안계십니다만은.

고양이라디오 2016-09-29 09:00   좋아요 0 | URL
오해할뻔했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ㅎ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북프리쿠키 2016-09-28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플라톤의 국가와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글구 에티카...좋은 추천 감사드립니다. ^^; 읽고 있는 책에 등록시키기가 겁이 나긴 합니다ㅎㅎ몇개월을 달고 있지나 않을까 해서요~

syo 2016-09-28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우연히 북플을 돌아다니다가 고양이라디오님과 쌍둥이들이 여기저기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프로필 사진이 혹시 북플에서 제공하는 거였습니까? 전 고양이라디오 그림이라 고양이라디오님인 줄 알고 있었는데요..... 뭘까요 이 서운함은.

고양이라디오 2016-09-28 23:11   좋아요 1 | URL
사실 고백건데 다중독서술과 함께 다중분신술도 쓰고 있습니다. 제가 본체고 분신들은 다른 아이디로 활동중입니다. 다들 자신이 본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요... 그정도는 눈감아주고 있습니다.

syo 2016-09-28 23: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세상에! 다 합치면 일 년에 삼천 육백권도 읽으시겠군요.....핵부럽.

고양이라디오 2016-09-29 08:59   좋아요 0 | URL
김병완 작가는 혼자서도 1년에 삼천 육백권을 읽으시는데, 다중분신술을 쓰는데 그정도는 읽어야죠ㅎ

혹시 <나루토> 보셨습니까? 사실 분신들하고 다시 합쳐야 읽은 책이 제 것이 되는데 아직 합체하는 법을 못 익혔습니다. 지금은 서로 연락처도 모르고 지냅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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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글러스 애덤스는 제가 꼽는 최고의 코믹 작가 중에 한 명입니다. <마지막 기회라니?>는 꼭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기회라니?>는 더글러스 애덤스가 조류학자?와 함께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찾아다닌 여행에세이입니다. 읽는 내내 배꼽찾다가 마지막에는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더글러스 애덤스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로 코믹SF 장르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의 유머는 최고입니다. 약을 빨지 않고 어떻게 이런 글과 소설을 쓸 수 있는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작년 12월에 1권을 읽고 9개월 만에 2권을 읽었습니다. 1권의 리뷰를 확인해보니 저 이후에는 리뷰가 없네요. 리뷰를 쓰는 사람이 적은건지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적은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둘다 일지도요. 


 이 책은 영미권의 사람들에게는 초대형 베스트셀러였습니다. TV드라마, 영화, 게임으로 까지 만들어진 하나의 문화였습니다. 더글러스 애덤스는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분명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을겁니다. 저도 늦었지만 안타깝습니다. 따뜻한 심장과 유쾌함, 유머러스함, 거기에 풍부한 과학적 지식을 가진 작가는 흔치 않습니다. 아니 없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더글러스 애덤스를 잇는 SF작가가 누가 있을까요?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2권을 왜 이렇게 늦게 읽게 되었나하면, 1권을 꽤 재미있게 읽고 연달아 영화를 찾아봤습니다. 영화도 나쁘진 않았지만, 영화가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이라고 착각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개그콘서트를 연달아 그것도 같은 회차를 두 번 본듯이 지겨워졌습니다. 그러다 다시 애덤스의 유머가 그리워졌습니다. 도대체가 유머있는 글을 쓰는 작가들이 없습니다. 때문에 저는 유머에 너무 목말랐습니다. 이 책은 제겐 오아시스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시리즈를 다시 읽고 싶어진 계기는 <위험한 독서의 해>를 읽고 난 이후입니다. <위험한 독서의 해>의 저자는 더글러스 애덤스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팬입니다. 그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저자와 더글러스 애덤스와의 만남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 부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더글러스 애덤스가 저도 무척이나 그리워졌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어쩌면 2권부터 읽지 않고 남겨놓은 것이 잘한 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작품은 안타깝게도 많지 않으니까요.


 정신없이 우주를 헤매고 시간을 헤매었습니다. 우주의 끝에 자리잡은 레스토랑도 가보고, 200만년 전의 지구에도 불시착했습니다. 무엇보다 압권은 레스토랑의 한 장면입니다. 레스토랑에서 소 한마리가 걸어와서 자신이 오늘의 요리라고 말합니다. 맛있어지기 위해서 운동도 열심히 했다고 자랑합니다. 자신의 어느 부위를 먹을지 말해달라고 합니다. 철학적이면서도 괴기스럽고 독특하면서 유머러스한 한 장면입니다. 결국 소는 인간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하겠다고 윙크를 날리며 레스토랑을 걸어나갑니다. 음, 원래 제가 이야기하면 재밌는 내용도 다큐가 되어버립니다. 직접 읽어 보시면 주인공 일행과 소가 나누는 대화는 기막히게 웃기면서 묘하게 풍자적입니다. 


 SF는 싫다. 이상할 것 같아서 싫다. 나랑 안맞을 것 같다. 하시는 분들도 한 번 '범우주적이고 거대한 농담' 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DON'T PANIC (겁먹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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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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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씨가 잡지 <앙앙>에 연재한 에세이를 모은 책입니다.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책입니다. 예전에 보았던 책인데 다시 봐도 역시 좋습니다. 


 <앙앙>의 주요 독자는 젊은 여성층입니다. 하루키씨와는 공통된 화제따위는 거의 없습니다. 때문에 오히려 하루키씨는 공통된 화제 따위는 없기 때문에 편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이 즐겁고 편안하게 쓴 글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도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이 책을 읽는 느낌은 마치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하루키씨가 저를 초대해서 소박한 밥상을 차려주는 것입니다. 하루키씨는 냉장고에 있는 음식 재료들로 적당히 아무거나 즐겁게 요리해서 음식을 내놓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집밥처럼요. 밥을 먹으면서 하루키씨는 이런 저런 잡담도 하고, 농담도 섞어가면서 이야기합니다. 하루키씨와 저도 공통된 화제따위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루키씨가 즐겁게 이야기하니 저도 즐겁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대화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굳이 공통된 화제따위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대신, 서로 아무 이야기나 아무렇게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전혀 모르는 이야기도 재밌게 이야기하고 재밌게 듣는 것. 이게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담없이', 이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하루키씨에게 즐겁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나 고민하는 대신에, 편안한 마음으로 기분좋은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으면 합니다.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기분좋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군요. 도무지 그런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역시 작가란 할 이야기도 많고, 그 이야기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저는 듣는 쪽이 편합니다. 물론 재밌는 이야기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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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6-09-28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좋아하는 무라카미라디오 삼부작^^

고양이라디오 2016-09-28 21:47   좋아요 0 | URL
고양이라디오도 무라카미라디오를 좋아합니다ㅎ
 
집행인의 귀향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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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스피어의 중단편 시리즈 중 첫번째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는 총 10권까지 있습니다.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를 제외하고는 판매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도서 시장에서 과학과 SF는 아직 불모지같습니다. 과학과 SF에도 뛰어난 작품, 재밌는 작품, 감동적인 작품이 많은데 아쉽습니다. 과학 강국 미국이나 일본은 과학과 SF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큰 것에 비해서 아쉬운 대목입니다. 우리나라도 영화에 있어서는 SF 작품들이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차츰 나아지리라 생각이 듭니다. 


 일단 북스피어 출판사와 이 시리즈, 이름하여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에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도 괜찮았지만,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를 만나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는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지적 자극과 문학적 감동을 함께 맛보실 수 있습니다.


 로저 젤라즈니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SF 작가라고 출판사에서 소개하는데... 진위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은 SF 문학계에서 최고 권위의 상인 네뷸러 상과 휴고 상 최우수 중편상 수상작입니다. 과학과 신학, 인공지능, 탐정, 추리를 잘 버무린 수작입니다. 


 주인공은 미래 세계에서 자신의 신분을 지우고 프리랜서 탐정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인공지능 로봇 '행맨' 을 회수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됩니다. 로봇 행맨은 우주탐사용 인공지능 로봇으로 자아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되는 로봇입니다. 행맨은 우주탐사 도중 연락을 끊고 잠적하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로 돌아옵니다. 그와 동시에 행맨 개발에 참여했던 4명 중 한 명이 살해됩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3명 중 한 명은 자신의 주위에 경호원을 붙이고 주인공에게 행맨을 회수해달라고 의뢰합니다. 


 우연찮게 이 책을 빌렸는데, 인공지능에 관한 SF 소설이었습니다. 요즘은 도서관에서 검색한 후 책을 찾다가 주변에 괜찮아 보이는 책이 있으면 함께 빌립니다. 아는 작가, 아는 작품이 많아져서 검색 안해도 책장 한군데를 둘러보면 보고 싶은 책이 많습니다. 애써 눈을 안마주치려 조심합니다. 


  (아래에 스포 약간 있습니다)


 신학적인 부분을 잘 버무린 점은 인공지능의 자아 형성의 큰 원인을 죄의식에서 찾고 있는 점입니다. 마치 기독교에서 인간의 원죄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죄의식이 없이는 인간의 의식도 성숙할 수 없다는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죄의식이 없는 인간이라니 생각만해도 끔찍하지 않습니까? 이처럼 죄의식은 우리의 도덕과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합니다. 죄의식이 없다면 도덕심도 있을 수 없습니다. 인간의 죄의식과 도덕심은 함께 형성되는듯 합니다. 이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침팬지에겐 아마 죄의식이나 도덕심같은 개념이 없을 것입니다. 아직 침팬지에게 이타주의가 발견되진 않았습니다. 최초로 죄의식에 눈을 뜬 원숭이는 누구였을까요? 그가 혹시 인류의 시초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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