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전쟁 - 내 냄비 속에 독이 들어 있다고?
주자네 셰퍼 지음, 마정현 옮김 / 알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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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건강을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바로 음식이다. 무엇을 먹는지가 우리의 건강을 결정한다. 때문에 현대인들은 괴롭다. 너무도 많은 먹거리가 존재하고, 음식에 관한 영양학적, 의학적 정보들이 범람한다. 당장 TV 프로그램만 해도 "어떤 음식이 어디에 좋다더라." 하는 건강관련프로그램이 즐비하다. 특정 음식만 먹으면 암도 낫고, 당뇨병도 낫는다고 한다. 의학적 정보 속에 끼어든 상업적 정보를 가려낼 혜안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없다. 각종 건강식품, 건강기능식품을 비싼 값에 구입하게 된다. 비싼 유기농 식품을 찾는다. MSG는 몸에 해롭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들은 검증된 지식들인가? 음식에 민감한 사람들은 꼭 이 책을 볼 필요가 있다. 나또한 음식에 민감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말이 나온김에 우리가 흔히 쓰는 화학조미료 MSG(글루탐산)은 인체에 유해한지 알아보자.


 세계 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모두 글루탐산을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분류했다. -p40


 이것이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팩트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MSG가 왠지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인식은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적인 것이 좋다는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왠지 화학적, 인공적인 것은 우리 신체에 좋지 않을 것 같다. WHO와 FDA의 입장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일이 아닌가. 그만큼 음식에 관한 영향을 추적하고 관찰해서 판단하기란 많은 시간과 비용을 잡아먹는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음식들이 좋다고 했다가 나쁘다고 했다가 입장이 바뀌었는가? 그 논란의 중심에 선 음식 중 대표적인 것으로 계란 노른자와 우유가 있다. 계란 노른자는 콜레스테롤을 높인다고 해서 혜악시 되었다가 요즘에는 괜찮다는 분위기다. 우유는 여전히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담배는 또 어떤가? 담배는 처음에 건강에 좋은 기호식품으로 평가받았다!!! 담배가 폐암과 각종 암의 유발인자로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나는 최근에 <그레인 브레인>이란 책을 읽고 있었다. 곡식 속의 단백질 글루텐이 위장 장애뿐만 아니라 뇌 질환까지 일으킨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삽시간에 미국을 강타했다. 미국인의 1/3 가량이 글루텐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본 영화 <라라 랜드>에서도 카페에서 한 여인이 빵을 주문하면서 "이 빵은 글루텐프리인가요?" 라고 물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영향력이 미약하지만 영미권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는 글루텐프리에 대한 선호도가 크고 이는 새로운 식품산업을 이끌고 있다. 


 이 책에서 주로 비판하는 부분도 바로 글루텐에 대한 내용이다. 글루텐을 비롯하여, 유당, 과당, 히스타민불내증에 대해 비판한다. 몇몇 의사들이 편향되고 선출된 정보를 가지고 자신의 주장들을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전히 의학계에서는 검증되지 않고 논란 중인 내용이 너무 삽시간에 퍼져버렸고 음식에 민감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나또한 <그레인 브레인>을 보면서 나의 복부팽만, 피로감이 밀가루음식 때문이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왠지 밀가루 음식을 자제하면 컨디션이 나아지는 것 같다. 아직은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책의 주장대로 너무 유난떨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을 즐겁게 먹는 것이 최선인 듯 싶다.   

 

 물론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확실한 영양의학적 지식들은 있다. 이제 그것들을 알아보자.


  우리는 몇 안 되지만 아주 확실한 영양의학의 지식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채소 많이 먹기, 버터보다 오일을 사용할 것, 트랜스지방 피하기, 설탕은 되도록 적게, 매일 통곡물을 섭취하고 소고기, 돼지고기와 양고기는 적당히 먹으며, 봉지에 담긴 인스턴트 대신 직접 요리하기 같은. -p161

 


 이 책의 장점은 책이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이다. 저자의 필력이 잘 들어난다. 옮긴이의 평을 들어보자.


 셰퍼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들을 식품영양학과 의학이란 주재료에 넣은 뒤 사회학, 문학, 심리학, 대중문화 등의 다양한 토핑을 얹어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었고, 여기에 그녀 특유의 발랄함이란 감미료를 살짝 뿌려 책 읽는 맛을 더했다. -p280

 

 워런 버핏은 나이에 비해 여전히 건강하다. 그는 햄버거, 스테이크, 콜라를 즐긴다. 건강의 최고 비결은 음식보다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과 행복한 삶에 있지 않은가 싶다. 그리고 충분한 수면과 운동이 곁들여 진다면 음식에 그렇게 예민하게 굴 필요가 없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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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12-20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손맛은 MW이라는 속설이 있습니다. 나물을 무치는데 도저히 엄마의 손맛이 안 나서 맛소금을 살짝 넣었더니 엄마의 손맛이 났다는 전설이....

고양이라디오 2016-12-20 21:30   좋아요 0 | URL
역시 맛의 비결은 조미료인가요ㅎㅎ? MW는 무슨 뜻인가요?

지금행복하자 2016-12-20 21:39   좋아요 1 | URL
미원이요 요즘은 아이돌이 광고도 하더군요 ㅎㅎ pick me pick me one 하면서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2-21 09:15   좋아요 0 | URL
미원이군요ㅎ 광고 보고 싶네요ㅋ

쉐기쉐기몽쉐기 2016-12-20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담배가 건강에 좋은 기호식품로 평가 받았다니 처음 들었어요! 놀랍네요@@

고양이라디오 2016-12-20 21:29   좋아요 0 | URL
검증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존층 파괴의 프레온가스, 온실효과의 이산화탄소 등 훗날 그 악영향이 알려진 물질들이 많이 있습니다.

재는재로 2016-12-20 2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었는데 공감가는말이 너무많이알아서 문제이라는 그리고그지식이꼭올바르다고할수없다는거죠 이책에서중요하게말하는게 free인데 뭘먹야할지에 속시원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따지면 먹을수있는게없는 수

고양이라디오 2016-12-21 09:06   좋아요 0 | URL
그냥 유난 떨지 말고 잘 먹으란 이야기같아요ㅎ

그냥 2016-12-20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에게는 MSG 가 확실하게 나빠요. MSG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나면 거의 대부분 편두통이 발생합니다.
이것도 최근에야 스스로 깨달은 건데요. 그 전에는 이유없는 두통 때문에 고생깨나 했답니다.
다른사람은 뭘먹어도 괜찮은데 유난히 두드러기가 발생하는 사람이 있는것 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일없지만
나만 그렇게 편두통이 생기는걸 보면 내가 특별히 예민해서 그렇다고 봅니다
MSG 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12-21 09:07   좋아요 0 | URL
특정 음식이나 약물 등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관리하는게 중요한 거 같습니다^^
 
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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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베스트셀러 소설은 왠지 읽어보고 싶고, 어떤 베스트셀러 소설은 베스트셀러라서 읽기가 싫다. 그 미묘한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지 모르겠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는 베스트셀러 소설이라서 읽어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소설의 장점은 이미 많은 사람이 읽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읽으면 왠지 더 많은 사람이 읽게 된다. 소위 '맛집 효과' 다. <오베라는 남자> 또한 북플에서 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보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이다. 기대이상이었다. 한동안 '오베' 라는 캐릭터가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다. 오베는 멋진 남자였다. 


 <오베라는 남자>를 재미있게 읽어서 작가의 세번째 작품 <브릿마리 여기 있다>도 읽어보고 싶었다. 브릿마리는 작가의 두번째 작품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래요>에 등장한 재수없는 깐깐한 노인네이다. 두번째 작품에서 브릿마리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읽어보고 싶다.

 

 서론이 길었다. 바로 결론을 말하자면, <브릿마리 여기 있다>는 재미도 감동도 있었다. 하지만 <오베라는 남자>에는 못 미쳤다. 아마도 내가 같은 남자인 '오베' 라는 캐릭터에 더 많이 감정이입되서 그런것 같다. '브릿마리' 도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그러나 왠지 그녀가 입버릇처럼 내뱉은 '하' 라는 단어는 끝까지 적응되지 않았다. 문장자체도 좋은 문장이 많았지만, 너무 수사가 길고 장황한 설명이 늘어졌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작가가 읽어보지 않은 것 같다. 부디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스티븐 킹은 가능한한 최대한 간결하게 서술하라고 말한다. 누군가 말을 하면, 단지 짧게 '누구누가 말했다.' 라고 표현하라고 한다. 하지만 프레드릭 배크만은 예를 들면 '누구누가 미안해하며 말했다.' 라던지 '누구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라던지 더 나아가서는 '누구누가 무엇무엇하듯이 말했다.' 처럼 길고 장황한 수사를 반복한다. 작가는 유머를 가미하기 위한 수사였지만 나는 글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아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거침없이 빠르게 읽힌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느낌이다. 숨 고를틈도 주지 않는다. 소설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하지만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속으로는 빨려들어갈 수 없었다. 작가의 서술과 설명이 몰입을 방해한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 소설을 읽는 느낌만 든다. 드물게 극적이고 몰입되는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적었다.


 뭔가 요나스 요나손도 그렇고 프레드릭 배크만도 그렇고 스웨덴 작가들에게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유머를 깃들여서 상황이나 인물들을 설명하려고 한다. 요나스 요나손은 성공했는데 프레드릭 배크만은 실패한 느낌이다. 그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소설이 나쁘진 않았는데, 계속 비판만하고 있다. 분명 재미도 감동도 있었다. 그러나 나를 유혹하지는 못했다. 갑자기 시원한 맥주와 스티븐 킹의 소설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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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찾기 2016-12-15 16: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나를 유혹하지 못하는 소설에 대한 글에 제가 유혹당한 듯,, 리뷰의 글이 너무, 재밌게, 잘 읽혔네요. 잘 읽고 갑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12-15 18:56   좋아요 1 | URL
마르케스 찾기님이 칭찬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많아서 다시 고쳤습니다. 부족한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백 그리고 고발 - 대한민국의 사법현실을 모두 고발하다!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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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 어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우리 나라 사법정의의 현주소를 알게 되었다. 불신이 더욱 깊어졌다. 제도적으로 사법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든다. 고의적으로 잘못된 판결을 내리는 법조인들은 그에 상응하는 심판을 받아야한다.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 법조인들은 돈과 권력에 눈멀었다.

 

 <고백 그리고 고발>을 보기 전에 <윌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란 책을 보았다. 그 책은 미국의 한 변호사가 사형제도에 맞서 싸워온 기록을 담은 책이다. 그 책을 볼 때도 충격이 컸다. 비단 이러한 사법현실의 문제는 미국과 한국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 쓰라리고 안타깝다.

 

 <고백 그리고 고발>은 한 가지 사례만을 다룬다. 10여 년에 걸쳐 열여덟 번의 법정싸움의 기록이 담겨있다. 기을호씨는 시가 40억 원이 넘는 부동산을 헐값에 빼앗기고, 몸과 마음까지 만신창이가 되었다. 기을호씨의 문제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일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10여 년에 걸친 열여덟 번의 송사. 계속된 패배와 증인들의 위증과 그 터무니없는 위증을 근거로 판결을 내리는 판사와 검사. 저자는 <증인C>의 위증에 대하여 또 다시 고소를 하자고 권유한다. 기을호는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 사건의 계약서가 위조되었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안 변호사도 알고 있고, H건설도 알고 있으며, 재판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판결은 이렇게 났어요!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더 이상의 소송을 하란 말입니까? 여기에서 어떻게 또 <증인C>를 고소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란 말인가요? 나도 연로하신 어머님을 부양하고 처작실들과 어떻게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p228


 저자도 변호사 일에 회의를 느끼고 변호사업을 정리하려고 마음 먹었다. 그러다 다시 상대측의 역고발에 다시 변호를 준비하게 된다.

 

 저자는 결국 패배했다. 이미 승부가 결정난 싸움이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판에서 기을호씨와 저자는 희생양이었다. 하지만 그 패배가 패배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나라 사법현실을 알리는 계기, 자성의 목소리가 되어 울려 퍼지길 바란다.

 

 "지난 10여 년간의 거듭되는 고된 시련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진실이고, 마땅히 나아가야 할 길이요, 정의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미련하였을지언정 그 믿음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p404

 

 나도 정의는 결국 승리하리라는 것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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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12-12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의는 때로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와요..

고양이라디오 2016-12-13 09:11   좋아요 0 | URL
억울하게 피해보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정의가 제대로 작동했으면 좋겠습니다.
 
바퀴, 세계를 굴리다 - 바퀴의 탄생, 몰락, 그리고 부활 사소한 이야기
리처드 불리엣 지음, 소슬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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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역사를 견인해온 것 중 하나가 바퀴이다. 인류 역사 속에서 최고의 발명품 1위로 거론되는 바퀴의 중요성은 누구나 동의할 듯 싶다. 운송수단부터 생활용품, 장난감, 기계 속 어디에도 바퀴는 존재한다. 이 책은 그런 바퀴의 역사에 대한 책이다. 기존의 통념과는 조금 다른 저자의 참신한 주장이 담긴 책이다. 기존의 단순한 통념에 맞서 실증적으로 증거를 제기한다. 사소한 부분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저자는 진정한 바퀴 덕후가 아닐까 생각된다. 


 바퀴가 어떻게 발명되었고 발달해왔는지 이 책은 보여준다. 바퀴가 어떻게 문화적, 심리적으로 인류와 연결되어 왔는지, 그리고 어디에 수요가 존재했는지 밝혀준다. 저자의 주장을 보자면 이렇다. 먼저 바퀴의 탄생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바퀴의 개념에 대해 설명을 해보겠다. 그래야 아래 글들이 이해가 쉽다. 먼저 바퀴는 세번 발명되었다. 바퀴에는 윤축, 독립차륜, 캐스터 세 가지가 있다. 윤축은 바퀴 두개가 하나의 축에 고정되어 있는 바퀴이다. 열차나 광산에서 광차의 바퀴가 윤축이다. 독립차륜의 자동차같이 하나의 바퀴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바퀴이다. 캐스터는 우리가 마트 카트의 앞 바퀴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이다. 바퀴뿐만 아니라 바퀴의 축도 함께 회전한다. 방향전환이 360도로 자유롭다. 우리가 앉아있는 의자의 바퀴도 캐스터이다. 


 바퀴가 탄생한 세 지역은 각각 바퀴에 대한 세 가지 생각이 있다. 

 첫째, 카르파티아 산맥에서 광부들은 석조 터널을 따라서 사륜광차를 밀었다. 광차의 바퀴는 차축과 함께 회전했는데, 유럽에서는 철도시대의 서광이 비치기 전까지 5,000년 동안이나 계속해서 윤축이 달린 광차를 만들었다. 

 둘째, 흑해 평야부터 동쪽으로 이어지는 지역에서는 소가 끄는 사륜수레가 유목민의 주거지를 싣고 스텝 지역을 천천히 횡단했다. 사륜수레의 바퀴는 속이 꽉 차고, 두꺼운 바퀴통이 있으며, 차축 양 끝에서 제각기 회전했다. 

 셋째, 수메르에서는 경외감에 젖은 신자들이 소가 끌고 가는 썰매 위의 사당을 구경했는데, 썰매에는 바퀴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다. 한편 지배층 전사들은 거창하지만 어설픈 전투용 사륜수레를 타고 행진했고, 사막을 아주 위험하게 질주하며 완전히 길들지 않은 야생당나귀와 씨름했다. -p137


 다음은 바퀴의 역사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다.


1. 기원전 3000년에 사륜수레를 타고 가족이 이동하는 전통은 흑해 평야에서 유럽 북부로 퍼졌다.

2. 기원전 2000년 이후 이륜 이동수단은 대부분의 용도에서 사륜수레를 대신했다. 전차는 전장을 지배했지만 이후 들어서면서 시대에 뒤떨어져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소작농의 경제에서는 이륜수레가 만연했지만, 로마제국에서는 주로 상류층 승객이 사륜 이동수단을 사용하는 모습이 여전히 가끔씩 보였다.

3. 기원후 800년 이후 기사가 갑옷을 입고 전마에 탄 모습은 점점 더 유럽의 귀족 남성을 규정하기 시작했다. 승객용 사륜수레는 상류층 여성과 그녀의 여성 수행원을 나르는 용도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4. 16세기에 유럽의 귀족남성은 점차 바퀴 달린 운송수단을 무시했던 태도를 버리고 마차를 타기 시작했다.

5. 바퀴에 대한 귀족 남성 태도가 호감을 보이는 쪽으로 변하는 현상은 유럽 중부에서 서쪽으로 퍼져갔다. 이는 유럽 중부가 대륙의 가장 치열한 전쟁터로 부상하는 현상에 기반했다.

6. 헝가리 단어 kosci와 화약 무기를 가리키는 체코 단어는 서쪽의 다른 유럽언어로 퍼져서 뿌리를 내렸다. 이 현상은 15세기 들어 약 30년 동안 이어진 후스 전쟁이야말로 상류층 남성의 사고에 방대한 변화를 가져온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p196


 바퀴는 수레, 전차 등에 쓰였다. 짐과 사람을 실어나르는 운송수단에도 쓰이고 대포나 전사를 실어나르는 전쟁터에도 쓰였다. 바퀴에 대한 인식과 개념, 심리적 요인은 시대를 따라 점차 변화했다.


 마지막은 이 책에 대한 요약글이다. 


 윤축과 독립차륜을 딱 한 번만 발명했을 리 없어 보이는 것처럼, 캐스터도 확인할 수 없는 영국의 어느 가구 공장에서 한 번만 발명했을 리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채택하지 않은 발명은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발명품을 채택하느냐의 문제는 우리도 보았다시피 많은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경제성, 군사적 효용성, 사회 계급, 성별, 미학, 종교 등 광범위한 고려요소가 있는가 하면, 나무 이용 가능성과 지형의 험한 정도처럼 지엽적인 것도 있다. 다양한 고려요소들 사이의 여러 가지 상호연관성을 분명히 하면서, 바퀴의 이야기는 발명이 누가 무엇을 처음으로 생각했느냐 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한다. -p260


 바퀴가 오래 전에 발명되었으에도 불구하고 문화나 심리적 요소에 의해 지역별로 사용이 제한되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바퀴는 단독으로 발전한 것이 아닌 도로와 바닥같은 요소들과도 상호적으로 발전했다.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바퀴와 바퀴의 역사에 대해 폭넓게 알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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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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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리가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과 후가 같을 순 없으리라. 나는 정리유전자가 부족하다. 매우 부끄럽다. 나는 아무렇지 않지만 나의 집이나 방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럽다. 과거에는 특히 심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정리력' 이 아직도 얼마나 부족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과거에 비해 장족의 발전이 있긴 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정리에 관련된 책을 2권째 읽었다. 이 책은 앞서 읽은 책보다 좋았다. 일단 저자가 정말 무시무시한 분이다. 마치 18년째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소설 <편의점 인간>의 주인공같았다. 저자는 유치원 다닐 때부터 정리에 푹 빠졌고 15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정리에 대해 연구했다. 현재는 일본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로서 일하고 있다. 편의점 인간의 머릿 속에 편의점 밖에 없었듯이 저자의 머릿 속에는 정리 생각뿐이다. 그런 저자가 자신의 생애의 반에 걸쳐서 깨닫은 노하우와 정리에 대한 철학을 전해준다. 정리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책이다.

 정리의 기본은 버리기와 수납이다. 핵심은 버리기다. 일단 버려야 한다. 자신을 설레게 하는 물건을 빼고는 모두 버리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물건을 떠나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 버리기를 잘 못한다. 우리 부모님도 잘 못한다. 저자는 물건 종류별로 하나하나 꼼꼼하게 이야기해준다. 물건별로 왜 버려야 하는지 알려준다. 저자의 말을 들으면서 소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정리를 했을 때 버렸어야 하는 물건들이 떠올랐다. 다음에 정리를 하면 더 잘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정리에 대한 기존의 통념과 상식에 대해 반기를 든다. 확실히 저자의 말이 훨씬 설득력 있고 수긍이 간다. 정리는 매일 조금씩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확실히 끝내야 한다. 단기간에 정리를 끝내고 그 후에는 그것을 계속 유지시켜야 한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물건별로 정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나도 정리를 할 때는 오늘은 책상 위, 내일은 작은 방, 이렇게 장소별로 정리를 했는데 물건별로 정리를 하는 것이 훨씬 올바른 방법같다. 장소별로 정리를 하면 같은 종류의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게 된다. 하지만 물건별로 정리를 하면 같은 종류의 물건을 자연히 모아서 수납할 수 있다. 물건별로 정리와 수납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책은 단순히 정리의 방법론에 관한 책이 아니다. 정말로 인생을 빛나게 하는 마법같은 정리의 힘을 알려주는 책이다. 정리에 대한 철학과 애정이 듬뿍 담겨있는 책이다. 정리의 끝판왕이다. 정리가 잘 안되시는 분들, TV에서 나오는 것처럼 깔끔한 집, 방에서 생활하시고 싶은 분들,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정리 습관은 대물림된다. 앞으로 자녀에게 좋은 정리 습관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꼭 읽어보고 실천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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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6-12-06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건별로 정리 수납하기. 이거였군요.

고양이라디오 2016-12-06 17:10   좋아요 1 | URL
네! 저자는 물건별로 모아서 정리하라고 말합니다. 의류, 책, 서류, 소품, 추억의 물건 순으로 정리하라고 합니다. 정리하기 쉬운 순서부터 정리하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