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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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했다. 채사장의 역량을 나는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거 같다. 나는 그의 팟캐스트를 즐겨 듣고 그의 저서들도 모두 보았다. 그는 <지대넓얕>과 <시민의 교양>에서 넓고 얕은 지식을 보여줬다. 그런데 돌연 이번 책에서 그는 문학적이고 서사적인 면을 보여주었다. 사실 <시민의 교양>도 약간 서사적인 구조를 띠고 있긴 하지만 그는 이번 책에서 잘 짜여진 서사구조를 보여줬다. 이 책은 한 개인의 성장, 나아가 인간의 성장과 영혼의 성장을 보여주는 책이다.


 <열한 계단>은 채사장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기력하고 모자라보이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6개의 고전과 두 명의 인물, 하나의 상상, 하나의 노래, 하나의 여행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언제 성장하는가? 채사장은 정신의 성장을 헤겔의 변증법을 통해서 이야기한다. 정반합의 변증법. 헤겔의 변증법에 따르면 정신의 성장이란 모순을 통합하면서 한 단계 오르는 과정이다. '정'이라는 기존의 지식 혹은 정신이 있다. '정' 은 반대되는 지식과 정신인 '반'을 만난다. 모순이 발생하지만 좀 더 높은 단계에서 해소되며 통합된다. 이 과정이 '합' 이다. 그렇게 정신은 성장해간다. 이는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산타클로스가 존재한다고 믿는 아이가 있다(정). 어느 순간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반). 아이의 믿음은 깨지지만 산타클로스 이야기를 하나의 이야기 혹은 교훈으로 통합하고 한 걸음 나아간다. 산타클로스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마음 속에, 혹은 이야기 속에, 혹은 하나의 비유나 상징으로서 아이의 정신에 통합된다.(합)


 우리는 언제 성장했는가? 채사장은 문학, 기독교, 불교, 철학, 과학, 이상, 현실, 삶, 죽음, 나를 만남으로써 초월의 경계까지 왔고 초월 너머로 나아가고 싶어 한다. 나또한 살아오면서 분명 많은 변화를 혹은 성장을 겪었다. 문학, 철학, 과학이 나의 정신을 성장시켰다. 삶과 죽음, 이상과 현실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내게 무엇보다 큰 성장은 나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를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를 관찰하고 관조하게 되었다. 


 나를 가장 성장시킨건 사랑이었다. 그리고 책이었다. 어찌보면 책 또한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면서 접하게 되었으니 나를 성장시킨건 사랑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달라진 부분도 있다. 사랑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삶이 무너지고 죽음의 근처에서 나를 만났다. 형편없는 나지만 크게 한 번 조건없이 용서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용서를 배웠다.


 이 과정에서 많은 책들이 도움이 되었다. 사랑, 이별, 그리고 수용의 과정을 겪으며 나는 전과 다른 인간이 되었다.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변했다. 사랑에 실패하고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너무나 많이 상처 입히고 힘들게 했다. 뒤늦게 깨달았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죄책감이 나를 옮아맸다. 달라이 라마의 <용서>가 나를 용서해주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상실의 아픔을 달래주었다. 이지성씨를 통해서 독서와 꿈을 얻게 되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씨를 통해 지식의 쾌락을 맛봤다. 그 후에도 수많은 작가, 책들을 만났다. 


 수많은 작가와 책들을 만나며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성장했다. 뒤를 돌아보니 벌써 꽤 온 것 같다. 앞을 보니 아직 갈 길이 멀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즐겁게 계속 걷고 싶다. 이 길의 끝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지만 중요하지 않다. 한 걸음, 한 걸음 즐겁게.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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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2-21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래 구입할려고 했었습니다.
결코 고양이라디오님의 지름신 시전에
당해서 장바구니 담은 건 아니예요ㅠ.ㅠ

고양이라디오 2017-02-21 18:55   좋아요 1 | URL
최근에 이렇게 재밌게 읽었던 책은 없는거 같습니다ㅎ 이번 달 베스트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스토너>가 있었네요. 둘 다 한 남자의 일생을 다룬 책이네요ㅎ 아마 후회안하실겁니다^^

북프리쿠키님이 겨우 저의 시전에 장바구니에 담으셨겠습니까ㅎㅎ

북프리쿠키 2017-02-21 18:57   좋아요 1 | URL
결국 스토너까지 당했네요ㅠ.ㅠ

고양이라디오 2017-02-21 19:11   좋아요 0 | URL
앗ㅎ;; 저도 <유혹하는 글쓰기> 당했으니깐 비긴 걸로 하죠ㅠㅠㅋ

자강 2017-02-21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한계단!! 최고죠~~ 채사장님 짱이랍니다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7-02-21 22:29   좋아요 0 | URL
<열한 계단>, 채사장 짱입니다ㅎ

2017-02-21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2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캐모마일 2017-02-22 0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안 읽은 책(비밀...)이었는데, 라디오님 서평을 접하고 책장을 펼쳤습니다. 물론 교수나 제도권 인문학자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채사장님께 관심이 가고 저서를 구매하게 되는 듯 합니다. 저자가 인문학을 접하고 체득해서 책으로 출간하는 점이 대단해 보이고, 덕분에 알기 쉬운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요. 그냥 자전적 성격의 인문 에세이로 생각했는데, 서평을 읽어보니 저자의 지적 성장 일대기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2-22 11:44   좋아요 1 | URL
글도 생각보다 문학성 높고 좋았습니다. 글을 참 잘 쓰시는 거 같아요. 저자 개인의 지적 성장 뿐만아니라 인간, 인류의 보편적 정신의 성장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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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소설입니다. 한 남자의 삶과 죽음을 한 권의 책을 통해 목도했습니다. 삶이란 참 아련하고 서글픕니다. 마치 나의 인생을 혹은 우리의 인생을 보는 듯 먹먹했습니다. 소설은 담담한 어조로 한 남자의 일생을 서술합니다. 


 살면서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원합니다. 무언가와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슬퍼하고 고통받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하면 행복할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때론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쉽게 무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묵묵히 참고 견디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갑니다. 때론 꿈꾸던 학교, 직장에 들어갑니다. 간절히 원해서 선택했는데도 막상 현실은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자신과 맞지 않는 공부, 너무나 고달프고 힘든 직장생활. 하루 하루 영혼은 좀먹어 갑니다. 


 우리는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함을 무기로 우리를 흔듭니다. 아무것도 잘못한게 없는데도 시련은 닥쳐옵니다.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지켰을 뿐인데도 남에게 미움을 받습니다. 나는 정의롭고 순수한데 세상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부조리하고 혼탁합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앞에 우리는 무릎 꿇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이, 진정 일생동안 원했던 사랑이 불현듯 예고없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삶의 여건이 사랑을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불륜. 진정한 사랑이라도 남들 눈에는 불륜일 뿐입니다. 


 주인공 스토너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습니다. 부모님의 권유로 농업을 배우기 위해 그는 대학에 진학합니다.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선택했던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영문학개론 수업에서 그는 셰익스피어의 일흔세 번째 소네트를 듣게 됩니다. 창문틈 사이로 햇살이 강의실을 환히 비추듯 500년의 시간을 거쳐 셰익스피어가 그에게 말을 겁니다. 그는 문학과 사랑에 빠집니다. 농부가 아닌 영문학도의 길을 선택합니다. 


 삶에서 많은 것들이 그를 배신하고 슬프게 했습니다. 하지만 문학만큼은 그의 삶에서 영원토록 빛났습니다. 문학만큼은 그의 사랑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스토너는 결혼을 하고 대학교수로써 살아갑니다. 결혼생활은 원만하지 않았으며 딱히 학문적 업적이나 성취가 있지도 않았습니다. 친구관계가 좋지도 않고 사랑에도 실패하고 자식도 잘 키우지 못했습니다. 혹자는 그의 인생이 실패처럼 보인다고 말합니다. 작가는 이런 독자의 말을 듣고 놀랐다고 합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그는 실패한 인생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는 자신의 의지로 인생을 살아갔습니다. 물론 실패와 시련도 있었지만 그는 그 모든 것을 견디고 통과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지켜냈습니다. 세상과 불의와 결코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그를 힘들게 하였지만 그는 용기있게 맞섰습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그는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영혼의 기준으로 볼 때 그는 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낸 승리자입니다. 


 아니, 인생을 단순히 승리나 패배로 보기에는 인생은 너무도 복잡하고 다채롭습니다. 인생에는 그 모든 것이 녹아있습니다. 그래서 서글프고 아름답습니다. 마치 문학처럼, 셰익스피어의 일흔세번째 소네트처럼요.  


그대 내게서 계절을 보리

추위에 떠는 나뭇가지에

노란 이파리들이 몇 잎 또는 하나도 없는 계절

얼마 전 예쁜 새들이 노래했으나 살풍경한 폐허가 된 성가대석을

내게서 그대 그 날의 황혼을 보리

석양이 서쪽에서 희미해졌을 때처럼

머지않아 암흑의 밤이 가져갈 황혼

모든 것을 안식에 봉인하는 죽음의 두 번째 자아

그 암흑의 밤이 닥쳐올 황혼을.

내게서 그대 그렇게 타는 불꽃의 빛을 보리.

양분이 되었던 것과 함께 소진되어

반드시 목숨을 다해야 할 죽음의 침상처럼

젊음이 타고 남은 재 위에 놓인 불꽃

 그대 이것을 알아차리면 그대의 사랑이 더욱 강해져

 머지않아 떠나야 하는 것을 잘 사랑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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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2-20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세익스피어 소네트, 음미하며 다시 읽어보고 갑니다. 비유의 극치네요 ^^

고양이라디오 2017-02-20 21:55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은유와 비유는 언어를 풍유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
 
세계문학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브런치 시리즈 3
정시몬 지음 / 부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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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시몬씨의 카테고리를 만들었는데 <세계 문학 브런치> 리뷰를 쓰지 않았었네요. YES24 서평단에 당첨된 책이라 YES24 블로그에만 올리고 알라딘에서는 쓰지 않았습니다. YES24 측에서 동일한 리뷰를 올리지 말라고 하셔서, 재밌게 읽고 알라딘에 리뷰를 쓰지 않은 책이 몇 권 있습니다. 이 책은 리뷰는 안 써도 페이퍼는 썼습니다. 544p 의 두꺼운 책, 처음 만나는 저자라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금새 책에 빠져들어서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세계사 브런치>는 더 빨리 읽었던 것 같습니다. 정시몬씨의 책 너무 재미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이 한 가득 늘어난다는 단점을 제외하고는 완벽합니다. 

 <세계 문학 브런치>는 50명의 작가와 80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의 고전 중의 고전부터 시작합니다. 원전을 적절히 인용해서 보여주고 작가와 작품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도 들려줍니다.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책입니다. 그리고 소개된 책들이 무척 읽고 싶어져서 견디기 힘듭니다. 제가 쓴 페이퍼를 보니 읽고 싶다고 생각한 많은 책들이 있더군요. 그중에 <셜록 홈즈 전집>을 현재 즐겁게 읽고 싶습니다. 문학작품이 읽고 싶으면 제가 쓴 페이퍼를 찾아봐야겠습니다.
 
 단테의 <신곡>, 괴테의 <파우스트>를 넘어 장르 문학들을 소개해줍니다. 장르 문학은 주로 추리 소설과 SF 소설들의 걸작들을 소개해줍니다. 그 중 당연 우리의 셜록 홈즈와 애드거 앨런 포, 애거사 크리스티, 미국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의 레이먼드 카버까지 풍부합니다. 

 셰익스피어. 굳이 셰익스피어를 피하는 것은 아닌데 아직까지 못 만나봤습니다. 언제 제게 셰익스피어를 읽는 시간이 찾아올까요? 

 근대 소설의 거인들을 소개합니다. <레 미제라블>의 빅토르 위고, <보바리 부인>의 플로베르,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 <위대한 유산>의 디킨스 등과 러시아 문학의 거장들과 미국의 대가들을 소개합니다. 

 세계문학의 악동들도 소개합니다. <돈 키호테>, <걸리버 여행기>와 <변신>, <심판>, <성>의 카프카, <1984>의 조지 오웰 등을 소개합니다. 모두 만나보고 싶은 작가들입니다. 

 마지막 챕터는 시를 소개하는데 역시 저게 소설은 가깝고 시는 멀었습니다. 

 <세계 문학 브런치>에서 소개해준 작가와 작품들을 만나봐야 되는데, <세계 문학 브런치>를 다시 한 번 읽고 싶네요. 세계문학 길잡이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 추천합니다. 다양한 작품과 그 배경과 의의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가 없기 때문에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작가가 아주 감질맛나게 소개를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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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2017-02-17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려왔는데 기대되네요~~

고양이라디오 2017-02-17 13:59   좋아요 0 | URL
전 재미있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시길^^
 
세계사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2016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브런치 시리즈 2
정시몬 지음 / 부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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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는 무릇 재밌어야 합니다. 역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역사는 재미있습니다. 역사는 단순한 연대 순 암기가 아닙니다. 스펙타클한 스토리가 가득한 이야기 창고입니다. 역사 속 인물들의 생생한 모습과 어록들. 혁명의 순간들. 인류의 획을 그은 사건들. 정시몬 씨는 역사의 재미를 맘껏 즐기게 해줍니다. 재미있는 역사를 더욱 재미있게 이야기해줍니다. 해박한 지식, 고전을 인용하고, 자신의 생각까지 가미해서 맛좋은 브런치를 제공합니다. 가볍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브런치. 정시몬씨의 <세계사 브런치>입니다.


 정시몬씨의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세계 문학 브런치>도 별점 다섯개. 이번 <세계사 브런치>도 별점 다섯개입니다. 3종 세트 중 하나인 <철학 브런치>도 기대됩니다. 그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작가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간서치인 그는 엄청난 독서량을 보여줍니다. 어쩜 이렇게 많은 그리고 좋은 책을 읽었을까 부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도 술술 잘합니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 책 쓸 시간이 부족하다는 간서치 정시몬씨의 마음이 절절히 공감갑니다. 읽고 싶은 책은 너무 많고 시간은 부족합니다. 


 이 책은 동서양의 역사를 모두 비중있게 다룹니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문명인 고대 3대 문명으로 시작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특히, 스파르타인들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로마 제국! 찬란한 문화를 꽃 피우고 가장 오랫동안 번성한 제국, 로마 제국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의 이야기 또한 재밌습니다. 다음으로 동양으로 넘어 와서 중국의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사마천의 <사기>. 꼭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이어서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영국의 의회 혁명, 미국 혁명,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독자들을 끌고 갑니다. 혁명당시의 세계 정세를 섬세하게 다뤄서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집니다. 마지막 챕터는 우리 시대의 역사 고전들을 소개해줍니다. 모두가 아는 역사가 E.H.카 부터 토인비, 그리고 인도의 네루까지 모두 접해보고 싶은 역사가입니다. 


 우리는 왜 역사를 알아야 할까요? 정시몬씨는 역사의 중요성을 한 개인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한 사람을 온전히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과거의 모든 것을 살펴보면 됩니다. 그가 겪은 일들, 그가 보고 듣고 말한 모든 것을 살펴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이는 사랑과도 유사합니다. 사랑이란 결국 누군가를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요? 역사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지금 현재의 우리 사회의 모습들을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아야합니다. 과거의 문명과 문화들이 어떤 식으로 현재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이해하면 현재를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동양을 알려면 중국의 역사를 비롯하여 유교, 불교, 도교 등을 알면 동양의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양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 그리스, 로마를 알아야 하고 그리스 신화와 성서를 알아야 합니다. 


 사실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안다 같은 이유는 부수적인 요인입니다. 역사는 그자체로 재미있습니다. 역사 속에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영화나 책으로 다뤄집니다. 왜냐?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인간의 비천한 상상력보다 스펙터클합니다. 흥미진진한 역사 속으로 정시몬씨가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맛있는 브런치에 디저트까지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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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2-17 1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브런치 시리즈는 파도타기 지름신 총출동 시킬듯ㅠ.ㅠ

고양이라디오 2017-02-17 12:19   좋아요 2 | URL
네ㅠ 브런치 시리즈 정말 위험합니다. 책 지름신 강림을 조심해야합니다. 소개된 책들 읽고 싶다고 전부 사면... 댕저러스ㅠ 그냥 저처럼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올려놓고 만족을 하는게 좋지 않을까합니다ㅎㅎ ㅠ.ㅠ

singri 2017-02-17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대기중인 책인데 리뷰 읽으니 조급증을 내게 됩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2-17 18:37   좋아요 0 | URL
재밌습니다! 후회안하실겁니다ㅎ

북다이제스터 2017-03-04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Thanks to 했습니다. ^^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7-03-04 14:08   좋아요 0 | URL
앗 북다이제스터님 감사합니다^^ 살림에 보태쓰겠습니다ㅋ 북다이제스터님에겐 너무 가벼울지 모르겠습니다만 전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b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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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를 쓰기 전에 책을 한 번 훑어보았다. 책을 읽은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한 편 한 편이 기억이 생생했다. 문듯, 기억이 생생한 이유가 그가 쓴 이야기들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아주, 재미있었다. 읽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다시 되돌아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는 느낌. 마치 지나간 추억을 되새기는 듯한 감각. 

 이 책은 과거에 한 번 읽었었다. 예전에 사귀던 여자친구와 대학교 도서관에 놀러갔을때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가 떠올랐다. 그 때도 재미있게 읽었고, 재미있었던 부분을 여자친구에게 이야기해줬다. 

 다시 한 번 감탄하며 읽었다. 하루키는 어떻게 이렇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까? 그는 기억의 천재인가? 나는 작가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의 글들을 읽을 때 이런 생각을 한다. '어떻게 저런 걸 다 기억하지?' 나는 기억력이 좋지 못하다. 대부분의 것들은 망각의 강에 가라앉는다. 최근에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떠올려보려해도 어두운 빈방을 더듬거릴 뿐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다. 아니, 분명히 있다.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말할 이야기가 없다. 나는 나의 냉장고를 열어보아도 비어있고, 요리도 할 줄 모른다. 하지만 하루키씨는 다르다. 

 하루키씨의 에세이가 재미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의 세상을 보는 관점이 사뭇 독창적이기 때문이다. 하루키씨가 책에서 한 말인데, 그는 사소한 것에서도 재미를 찾아내는 재주가 있다고 한다. 나도 있다. 다만 나는 그것을 기억해서 글로 전달하지 못할 뿐이다. 나도 혼자서 재미난 생각이 떠올라 웃음 지을 때가 많다. 세상에는 참으로 재미난 일들이 많다. 하루키씨는 그런 일상의 소소한 재미난 이야기들을 확실하게 낚아채서 잘 조리해서 척하고 내놓는다. 단순한 요리라고 생각하고 한 입 먹으면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요리다. 화려하진 않지만 확실히 맛있다. MSG를 치지 않았는데도 감칠맛이 난다. 오래 우려낸 깊은 맛이 난다. 그래서 자꾸 또 그의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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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7-02-02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좋아하는 에세이에요~♥ 리뷰를 읽다보니 그 즐거움이 새록새록 되살아 나네요

고양이라디오 2017-02-02 10:56   좋아요 0 | URL
저도 어서 무라카미 라디오 3권을 읽고 싶어요^^ 하루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 재미있어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