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
리콴유 지음, 유민봉 옮김 / 박영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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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콴유는 싱가포르 초대 총리를 지낸 분으로 오늘 날의 싱가포르를 만든 위대한 지도자이다. 그는 세계 정치 지도자 중 최고의 지도자 중 한 분으로 꼽힌다. 수많은 다른 국가 지도자들이 그를 스승으로 생각하며 자문을 구한다. 그의 시각으로 세계를 볼 수 있다니 이보다 큰 행운이 있을까?

 

 책을 통해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고 그의 통찰에 많은 부분 공감했다. 세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마간산으로 둘러보고 싶으신 분께 추천드린다.

 

 그는 복지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지도자다. 그랬기 때문에 1960대에 400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GDP가 현재는 5만 달러에 달하는 지도 모르겠다. 유럽은 복지의 늪에 빠져있다. 복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만 성장의 늪에 빠진 것은 분명하다. 복지와 성장을 이분법으로 바라보지 말고 조율해야할 문제로 바라봐야겠다. 리콴유는 성장에 초점을 맞췄지만 균형발전, 불평등 해소를 위해 복지에도 힘을 쓰신 분이다. 그 덕분에 싱가포르는 국민의 80% 이상에게 공공주택을 제공한다.

 

 아래는 유럽의 복지정책을 비판한 글이다.

 

  불행하게도 법과 정책은 글로벌 환경의 변화에 쉽게 따라가지 못한다. 복지 혜택은 한번 제공되면 되돌리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중략) 이들 많은 유럽 국가에서 문제는 점점 더 깊게 자리를 잡아갔다. -p93

 

 혹자는 북유럽에서는 사회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나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리콴유의 분석을 들으니 확실히 북유럽은 특수한 환경인듯 하다. 일단 북유럽의 나라들은 인구가 많지 않다. 그리고 인구의 동질성이 높아서 공동체의식이 굉장히 높다. 그들은 다른 국민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기꺼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한다. 우리나라는 공동체의식보다는 경쟁의식이 더 큰 거 같다.

 

 아래는 일본인들에 대한 리콴유의 평가이다. 그가 아래처럼 생각하는 근거와 어떤 민족성 때문에 일본인들은 그토록 팀워크가 좋은지 궁금하다.

 

  특히 작업현장에서의 팀워크 감각은 일본이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선 부분이다. 한국인과 중국인도 개인 차원에서는 대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팀 차원에서 일본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p121

 

 

 아래는 리콴유와 서독 총리를 지낸 헬무트 슈미트의 대화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처질과 시진핑에 대한 평가가 흥미로웠다.

 

  리콴유: 처칠은 대단한 연설가였지요. 영국 국민이 힘들고 냉혹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영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지요. 그가 남긴 아주 유명한 말이 있지요. "우리는 해변에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비행장에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들판과 거리에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야산에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왜 자신의 연설은 처질의 것처럼 안되는지를 비서에게 물었더니 비서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지요: "예 각하, 처칠 총리께서는 자신의 시가를 직접 말아피십니다." 그것이 영국 국민에게 영감을 주었고 전장에 나가 싸우도록 한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미국의 참전을 이끌어내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 수가 있었지요. -p299

 

 헬무트 슈미트: 당시 덩샤오핑은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외에 다른 공식적인 직함은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요?

 

 리콴유: 자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덩샤오핑이었으니까요. 군과 상당한 행정기관이 덩샤오핑이 중국을 구할 거라고 믿은 것이지요.

 

헬무트 슈미트: 저 같은 외부인이 볼 때, 덩샤오핑이 어떻게 권력을 키워가고 결국 확실한 통치력을 얻게 되는지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리콴유: 그게, 그는 배울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p304 

 

 

 배울 준비가 되어있었다라. 위대한 지도자들은 모두 그렇다. 남들의 말을 경청한다. 심지어 칭키스칸조차도 그랬다. 알면서도 자신의 생각에만 빠져서 남들의 조언들을 무시할 때가 많다. 이는 참 어려운 부분이다. 내 생각이 옳은지 남의 생각이 옳은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주위에서 많이 배울 수 있도록 귀와 마음을 열어둬야겠다.

 

 

 이 책을 시작으로 리콴유의 저서들을 계속 읽어볼 생각이다. <리콴유 자서전>과 <리콴유가 말한다>를 구입했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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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 서울편 1 -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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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대부분 읽어본 적은 없어도 많이들 들어보신 책일 것이다. 지난번 독서모임 책으로 이 책이 선정되어서 읽었다. 그다지 끌리는 책이 아니어서 미루다가 모임이 임박해서 책을 집어들었다.

 

 내가 읽은 책은 시리즈의 9편이며 서울편 중 첫번째이다. 이 책의 첫 부분에서 종묘를 다루며, 이어 창덕궁, 창경궁을 다룬다. 큰 기대없이 종묘편을 읽었는데 바로 매료되었다. 저자의 내공과 담담하면서도 자신감있는 필치가 느껴졌다.

 

 서울에서 산지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 서울에 어떤 문화유산들이 있는지 거의 몰랐었다. 조선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무관심했다.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진데 비해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문화사대주의를 체험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에 대해 몰랐던 부분에 죄송한 마음도 들고 알게 되자 자부심도 느껴졌다. 특히나 종묘 부분에서 더욱 그러했다.

 

 책을 읽으면서 종묘도 가보고 창덕궁도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책 속의 사진으로만 감상하기에는 아쉬웠다. 눈 내린 다음날 오전에 종묘를 가보고 꽃 피는 봄에는 창덕궁에 가보고 싶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조선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좋은 책을 찾아봐야겠다.

 

 종묘는 조선의 왕들을 모신 곳이다. 외국의 유명한 건축가들이 극찬을 마지 않는다고 하니 더욱 가보고 싶고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렇게 외국인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문화사대주의의 하나이지만 어쩔 수 없다.

 

 책 읽을 시간이 촉박해서 앞부분만 정독으로 읽고 그 후로는 속독으로 읽었다. 내게 속독이란 대충 눈으로 읽으면서 흥미로운 부분만 정독하는 독서법이다. 이 책에서 대부분은 지루했지만 종묘에 관한 앞부분과 영조, 사도세자, 정조에 얽힌 이야기는 재밌었다. 특히나 세종대왕 다음의 성군으로 추앙받는 정조에 대해 많이 알게되었다.

 

 박시백의 만화 <조선왕조실록>이 눈에 띈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도 볼만할 거 같다. 그 다음에 무적핑크님의 <조선왕조실톡>을 보면 어느 정도 조선의 역사와 왕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바로 <조선왕족실록>에 도전하는 것도 좋을 거 같지만 역시 만화로 보는게 재밌을 거 같다.

 

 아래는 종묘와 창덕궁 후원을 관람할 때의 팁이다.

 

 현재 종묘는 평소에는 시간대별로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해설자가 안내하는 단체 관람을 시행하고 화요일은 휴관이며 토요일과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만 자유관람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늦가을의 토요일 오후, 눈 내린 겨울날의 토요일 오전이 제격이다. -p54

 

 후원의 관람 코스는 낙선재 옆 출입구에서 시작하여 부용정, 애련정, 존덕정, 옥류천, 연경당을 두루 관람하고 규장각 위쪽 산길로 해서 출구로 돌아나가는 한 시간 반 정도의 즐거운 산책이 된다.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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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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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본격적으로 독서에 빠지기 전에 주로 만화나 영화를 좋아했다. 나는 영화 장르 중에 스릴러 영화를 좋아한다. 추리,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좋아한다. 미스터리가 있어야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고 이야기에 몰입도 잘 된다. 종종 호기심과 궁금증이 끝까지 그 작품을 따라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는 작품을 왜 끝까지 읽겠는가?

 

 독서를 하게 되고 점차 소설을 읽게 되고 그러다 SF장르를 넘어 추리소설도 읽게 되었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 몇몇 기억에 남는 재밌는 작품들이 있다. 그런 재미를 찾아서 나는 요즘도 가끔 추리소설을 읽는다. 그런데 요즘은 번번이 허탕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몇몇 작품이 그랬고 요 네스뵈의 <네메시스>가 그랬다. 최근에 북플에서 요 네스뵈 씨의 작품들이 자주 눈에 보였다. 그래서 궁금하던 차에 중고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베스트셀러 작가라 기대하고 봤는데 기대 이하였다.

 

 소설이 어느정도 재밌기는 했다. 뚜꺼운 책인데도 제법 술술 읽혔고 뒷 이야기가 궁금하기 때문에 계속 읽었다. 하지만 큰 만족감을 느끼긴 어려웠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의 결말이나 전개를 예상하고 소설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맞춰서 인물들이 선택하고 행동하게 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전개된다. 하지만 애거서 크리스티나 요 네스뵈 처럼 전문적인 추리소설 작가들은 한 작품을 쓰기 위해 플롯을 세심하게 다듬는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소설을 쓴다. 때문에 거기에 삶은 없고 인공적인 구조물만이 자리 잡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에 '너무 작위적이다.' '너무 소설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 스포 있습니다.) 그 예 중에 하나를 소개하면 이렇다. 이 소설의 살인범은 피를 보지 못한다. 피를 보면 구토와 같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아내를 살해했을 때 피를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주인공이 그에게 묻는다. 그때는 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 않았느냐고. 그 살인범은 이렇게 대단한다. "누구의 피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아... 그렇구나.

 

 요 네스뵈 작가도 바보는 아닌지라 자신의 소설 속에서 이런 부분들에서 빈틈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럴 때마다 저런 억지를 부리면서 넘어간다. 그걸 보면서 나는 점점 소설 속에서 빠져나와 소설을 평가하게 된다.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가 없다.

 

 내가 소설을 읽는 가장 큰 목적 중에 하나는 소설 속의 세계에 몰입하고 등장인물들에 공감하고 나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보는 것이다. 그러려면 소설이 굉장히 현실감있게 마치 진짜처럼 다가와야 한다. 그런 느낌을 주는 소설가들은 흔치 않다. 그런 느낌을 주는 소설가들을 나는 위대한 소설가라 생각한다. 하루키나 도스토옙스키처럼.

 

 요 네스뵈의 <네메시스> 괜찮기는 했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을 읽을 것 같지는 않다. 예전이라면 별 네개는 줬을텐데 요즘은 별점이 굉장히 짜졌다. 그래서 3개를 준다.

 

 

p.s 혹시 요 네스뵈의 작품 중 추천할만한 작품있으시면 추천부탁드립니다. 그의 다른 작품을 한 번 더 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인생에서 최악의 사건은 죽는 것이 아닙니다." 해리는 그다음 말이 무엇일지 알고 이미 알고 있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죠."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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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었던 책인지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중간에 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좋은 책은 다시 읽어도 좋다.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누군가는 '2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1번 읽을 가치도 없다' 라고 했다. 100% 동의하지는 않지만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내가 2번 이상 읽은 책들은 정말 좋아하는 책들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2번 이상 읽은 책은 평생 읽을 가치가 있다."

 

 

 

 

 

 

 

 

 

 

 

 

 

 

 

 <돈 좀 굴려봅시다>는 추천의 글을 쓴 홍춘욱씨의 책이다. 이 책은 탈레브의 자산 배분 전략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책이다. 한국 주식과 미국채에 대한 분산 투자 전략이 담긴 책이라 하니 꼭 읽어보고 싶다. 탈레브는 90%는 안전 자산인 미국국채에 투자한다고 한다. 미국국채만큼 안전한 자산이 또 있을까? 미국채 투자에 대해 알아와야겠다.

 

 

 아래에는 탈레브의 사상의 뿌리와 그의 사상에 대한 요약이 담긴 글이다.

 

 다른 한편에는 인류를 비극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원래부터 한계와 결함이 있으며, 개인 및 집단적 행동에 앞서 이런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으로 칼 포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밀턴 프리드먼, 애덤 스미스, 허퍼트 사이먼,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 투기꾼 조지 소로스 등이 있다. 특히 찰스 샌더스 퍼스는 가장 간과되는 인물인데, 그는 100년쯤 너무 일찍 태어났다(그는 '교황 무오설'의 반대 개념으로 과학적 '오류주의' 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이 책에 담긴 생각이 비극적 부류에 속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원래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애써 결함을 고치려고 수고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결점이 많은데다 자연 환경과도 어울리지 않아서, 이러한 결함의 주변을 맴돌 뿐이다. 이것이 내가 (행운에 속지 않는) 두뇌와 (행운에 완전히 속아 넘어가는) 감정 사이에서 평생 치열한 싸움을 벌인 끝에 확신하게 된 사실이다. 회의적 경험론자로서 나는 세상 누구보다도 설교만 해대는 도덕 선생님을 경멸한다. 효과도 없는 기법을 그들이 왜 맹신하는지 나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들은 우리의 행동을 유효하게 통제하는 것은 감정보다는 인식 기관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런 주장이 완전히 틀렸음을 현대 행동과학을 통해서 확인할 것이다. -p36

 

 나도 한 때는 도덕 선생님처럼 계몽과 설교의 힘을 믿었다. 물론 그것이 전혀 쓸모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계몽과 설교로 인간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그리고 그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훨씬 편해진다.

 

 

 

 

 

 

 

 

 

 

 

 

 

 

 

 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는 몹시 재미있는 책이라고 한다. 이 책도 여기저기서 많이 소개되는 책이라 얼마나 재미있을지 궁금하다. 탈레브는 비행기에서 이 책을 읽으며, 너무 자주 웃음보를 터뜨려서 승객들이 그를 쳐다보며 수근댔다고 한다.

 

 

 아래는 모든 사람들이 명심해야 될 말이다. 과학자 뿐만이 아니라.

 

  이들은 대담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이들은 우선 자신의 아이디어가 틀리지 않았는지 확인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추측을 반박하려고 대담한 추측과 엄격한 검증을 시도한다. -p175

 

 한의학은 비과학적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실상 과학이 무엇인지 모르며 비과학적인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과학적인 사고를 잘 못한다.) 비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한의사들이 있을 뿐이다. (비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의사도 똑같이 존재한다. 나는 거의 같은 비율일 것으로 예상한다) 한의학 자체는 충분히 실험으로 검증 가능한 학문이다. 침의 효과나 한약의 효과 모두 이중맹검 실험을 통해 검증 가능하다. 아직 본격적인 연구들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렇지 계속 연구되고 있고 효과들이 입증되고 있다. '증거가 없다' 고 해서 '없음의 증거' 가 되지는 않는다. 부디 이것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살인용의자의 살인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해서 그 용의자가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증해주지는 못한다. 물론 법정에서는 무죄가 선고 되겠지만 그 사람이 살인자인지 아닌지를 100% 확신할 수는 없다.  

 

 

 

 

 

 

 

 

 

 

 

 

 

 

 

 

 

 

 

  

 

 

 

 

 

 

 

 

 

 

 카프카의 소설들도 항상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보지 않는 소설 중 하나이다. 그의 명성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아직 <변신> 밖에 보지 못했다. <심판>, <성> 등의 책들은 언젠가 꼭 보고 싶은 책이다. 삶은 부조리하다. 카프카의 소설은 그것을 보여준다.

 

 

 아마 아래의 글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사람들이 내게 어떻게 처신해야 한다며 훈계할 때 가장 화가 난다.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아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매일 치실로 치아 사이를 청소하고, 사과를 먹고, 운동을 해야 한다는 따위의 낡아빠진 설교를 늘어놓는 멍청한 사람을 보면 넌더리가 난다. 이는 실적에서 소음 부분을 무시하라는 말과 같다. 그러나 소음을 무시하려면 우리가 단지 동물에 불과하므로 설교가 아니라 저급한 요령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p287

 

 나 역시 그렇다. 나도 어떻게 처신해야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나쁜 습관 탓에 그렇게 하기가 무척 힘들다. 올바르게 처신하기 위해서는 항상 매순간 의식해야하고 노력해야 한다.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특히 청소와 정리정돈이 내겐 그렇다. 자기 전에 스마트 폰을 보는 습관도 그렇다.) 그런데 나도 환자 분들에게 낡아빠진 설교를 늘어놓고 있다. 걷기 운동을 하세요. 스트레칭을 자주 하세요.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드세요. 물론 멍청한 설교라는 것을 나도 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하지만 알고 있더라도 도덕적 의무감(이 또한 감정이다) 때문에 이런 설교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아래는 매우 멋진 글이라 꼭 소개하고 싶다. 인생에 지침으로 삼을 만하다. "품위를 지키라."

 

  서사시의 영웅들은 결과가 아니라 행동으로 평가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우리가 아무리 정교하게 선택하고, 운을 잘 지배할 수 있다고 자만해도 결국 최후는 운이 결정할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해결책은 품위뿐이다. 품위란 환경에 직접적으로 얽매이지 않고 계획된 행동을 실행한다는 뜻이다. 그 행동은 최선이 아닐 수도 있지만, 분명히 최상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이다. 억압 속에서 품위를 유지하라. 이는 아무리 보상이 크더라도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태도다. 또는 체면을 지키려고 결투를 하는 것이다. 배우자감에게 이렇게 구혼할 수 있다.

 "나는 당신에게 반했소. 당신에게 완전히 사로잡혔소. 그러내 내 품위를 떨어뜨리는 짓은 하지 않겠소. 당신이 나를 조금이라도 모욕한다면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오." -p302

 

 

 

 

 

 

 

 

 

 

 

 

 

 

 

 

 스토아 철학자인 세네카의 <세네카 삶의 지혜를 위한 편지>는 탈레브가 주위 동료 들에게 나눠준 책이라고 한다. 위안을 주면서도 놀랍도록 쉬운 책이라고 한다. 세네카의 책들을 읽다가 요즘 안 읽고 있는데 다시 읽어보고 싶다.

 

 

 아래의 글은 내게 많은 교훈을 준 글이다. 앞으로는 나도 효율성보다는 불확실성을 즐겨야 겠다.

 

  일정을 조금만 무작위로 바꾸면 지나치게 효율성을 높이려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불확실성을 조금만 더하면 시간 압박을 잊어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그는 극대화가 아니라 충족을 추구하게 된다. 행복에 관한 어떤 연구에 따르면, 최적화를 추구하면서 자신을 압박하는 사람들은 즐기는 동안에도 어느 정도 고통을 받는다. -p314

 

 혹시 당신은 어플로 버스 도착 시간을 일일이 확인하는지? 나는 그렇다. 시간 낭비를 싫어하기 때문에 최적화 효율성을 지나치게 추구한다.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시간을 확인하고 뛰기도 한다. 그런데 실상 그 버스의 배차 간격은 5~7분인 경우도 많다.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느긋하게 주위를 구경하며 걷다가 정류장에 도착해도 기다리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깨닫는 것은 항상 즐겁다.

 

 

 

 나는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들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누군가를 비판하기는 어렵다. 비판 받는 사람의 마음을 해칠까 두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성인이 되면 주위에서 비판을 받기가 힘들다. 우리는 과연 비판받지 않을 만큼 완벽한가? 나의 어리석음을 비판해주는 탈레브가 고맙다. 멍청한 사람이라 말해줘서 고맙다. 품위가 없다고 말해줘서 고맙다. 멍청하고 품위없는 사람이라 비판받고 싶은 분께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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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신탁 - 생각은 남이 하고 성공은 내가 한다
이즈미 마사토 지음, 이선희 옮김 / 알렉스앤북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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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시 한 번 훑어보고 싶은 책이다. 사고신탁이란 좀 더 쉽게 표현하면 '벤치마칭'에 가깝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사고신탁을 잘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번째로 자신이 옳다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아마도 이것이 가장 힘든 일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자아에 사고잡혀 있고 우리의 경험과 습관, 고정관념, 편견 등등에 사로잡혀 있다. 이것을 벗어나는 것은 위대한 지성에서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생각이 자신이 옳지 않는데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항상 자신의 생각과 신념, 방식들을 잘 점검해보자. 더 나은 방식이 있을지도 모른다.

 

 두번째로는 사고신탁할 만한 사람을 찾는 것이다. 우리는 고래로 이런 분을 스승이라 불렀다. 요즘은 멘토니 머니하고 표현하지만 말이다. 보고 배울만한 사람을 선정하는 것. 그 사람을 통해 우리는 배우면서 한층 성장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는 것은 행운이다. 그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안목이다. 그런 사람이 없으면 찾아 나서야 한다. 책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항상 보고 만나고 배울 수 있는 현실에 있는 사람이 좋을 듯 싶다. 물론 책에서의 스승도 항상 함께해야 한다.

 

 세번째로는 스승이 당신을 가르치고 싶게끔 만들어야 한다. 이 부분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당연히 스승의 맘에 들게 행동해야 한다.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네번째로는 실천이다. 일단 해보자! 그 방식이 자신에게 안맞는 거 같고 아닌거 같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실천해보기 전에는 하나의 의견일뿐이다. 막상 사고나 실행방식을 바꿨더니 더 나은 성과를 내거나 자신과 잘 맞을지도 모른다. 해보기 전에 쉽게 판단하지 말자.

 

 

 나는 고집이 쎄다. 남들이 뭐라하건 내 방식을 따르고 내 방식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성향은 더하다. 뭐 나는 이런 부분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틀려도 내 방식대로 해보고 싶다. 남의 방식을 따라하든 내 방식을 고집하든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틀렸을 때는 바로 개선하고 바꿀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아무튼 남의 말을 귀담아 듣자. 새로운 것을 귀찮아 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자. 스승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듣자. 물론 스승이 하는 말이 틀릴 수도 있다. 모든 것을 쉽게 판단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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