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파티에서 그리고 그 후에도 왜 여자들만, 마르가리타만 알몸으로 있는지 너무 신경쓰였다. 심지어 반지하 집으로 돌아온 다음, 거장은 누가 문을 두드려서 나가려는 마르가리타에게 옷 좀 여며 입으라며 ... 


이런 의문은 러시아 문학 전공자도 가질 법한 것이었다! 이상한 의문 아니었다! (그런데 4월에 굴 먹은 빌라도의 배탈 대신 두통에 관한 건 못 찾았음) 제가 따끈하게 프린트 한 거 읽고 오겠습니다. 


방금 안톤 허 엣세이집 다 읽은 거 맞고요, 리뷰 쓰려다 이 논문 찾아서 다시 러씨아로 방향을 틀었고요. 그런데 이 논문의 저자 한연서 님의 2019년 연세대 석사 논문 심사 위원에 누가 있게요? 바로 정보라 작가/번역가/투쟁 중이신 대학 강사님 입니다. 


이걸 왜 찾고 있었냐고요? 마르가리타가 너무 이상한 여자라서요. 그리고 담주에 추석이라서요. 아 미치겠다. 도망가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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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쪽 짜리라서 금방 읽고 왔다. 지난 페이퍼에 언급한 마네 그림을 저자도 짚어주어서 기뻤고. 알몸이 남성 시선의 '수동적 객체'로만 머물지 않고 주체적 개성과 생명력으로 바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딱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제겐. 옷을 벗는 마녀의 의식이라는 게 결국 남성 중의 나쁜쪽의 최고봉 악마에게 봉사하는 거였고 이상한 마녀의 장신구만 걸치고 알몸의 마르가리타가 행한 역할은 악마 파티의 여주인, 주인을 보좌하며 손님을 받는 거였으니까. 그리고 그 파티에선 다들 그런 알몸이 너무나 당연하고 마르가리타나 나타샤의 알몸에 불편한 건 현실(헷갈리지만) 속 인물들 뿐이다. 물론 21세기의 독자도 아, 옷 좀 입지 ... 라며 불편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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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9-24 0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옷을 벗는다. 는 의미가 이런 거였군요?
전 좀 다르게 상상...ㅋㅋ
추석 명절...
모쪼록 맘 편하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유부만두 2023-09-25 22:48   좋아요 1 | URL
여기서 옷을 벗는건 마녀가 되는거에요. ㅎㅎㅎ
추석 명절에 맘 편하기는 어렵겠지요. 제 포스팅들 보시면 명절 직전에 아주 난리를 피우고 있습니다. 아 정말 짜증나고요.... 우리 잘 살아냅시다.

cyh7401 2023-09-25 0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노안이 와서...제목 잘못 봤네요. 8월에 러시아 문학 관련 책들을 한보따리 구입할 때 구입했던 책이네요.

유부만두 2023-09-25 22:48   좋아요 0 | URL
러시아 문학 책을 하나씩 읽으시면서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
 

정보라 번역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읽고 다음 책으로 안톤 허 번역가 앳세이를 집는다. 뒷면의 추천사는 안톤 허가 영역한 소설 <저주 토끼>의 작가 정보라의 글.

이렇게 기막힌 연결로 책 읽기는 계속된다!!
명절 다가오니 불안증+조급증이 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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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9-22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분 궁금하더라고요 :)

유부만두 2023-09-22 20:23   좋아요 1 | URL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개인사도 독특하고 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진. 그리고 문장이 아주 깔끔합니다.

단발머리 2023-09-22 1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커상 후보되었을 때 정보라 작가님과 둘이 티셔츠 맞춰 입었다 해서 저는 일단 그 때부터 이 분을 눈여겨 봐왔습니다요 😜😜😜

유부만두 2023-09-22 20:23   좋아요 1 | URL
그럼 이 책 읽어보세요! 눈도장 확실히 찍으시는 걸로.
 

<엉뚱한 음료 나와도 “괜찮아요”…日서 인기 끈 ‘주문 틀리는 카페’>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788920?cds=news_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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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보다 김겨울 저자의 문장이, 당분 절제된 건강함이 보인다. 책엔 여러 떡볶이 추억, 단짠과 극도의 매운맛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어쩐지 풍기는 분위기는 불량식품/소울푸드와 거리가 있다. 책 말미의 비건 이야기는 반가웠고 (나도 6년차 비건 지향) 그만큼 떡볶이 충동이 약해서 섭섭했다.

맛있는 떡볶이집은 끝이 없고 인생은 하릴없이짧다. - P71

처음 이 프랜차이즈를 만든 대표가 철학과 출신이라던데, 이 목록만 보면 서양철학을 편애했던 것이 틀림없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소개글부터 전공자의 포스가 풍긴다. "떡볶이의 이데아, 네 맛을 알라." - P113

[오디오북 녹음을 할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떡볶이를 끊는 것이었다. 떡볶이만 안 먹어도 일단 어느 정도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한 일이 커피를 끊는것. 일상을 지켜주는 두 가지를 기꺼이 중단하고 최선을 다해 녹음했다. 출판사와 제안한 회사 모두 만족했지만, 나는 성우라는 직업이 괜히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다시 한번 절감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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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 빼고 664쪽 소설의 194쪽까지 읽었다. 아직 거장도 마르가리타도 안 나왔다. 작품을 안 태운다는 (태우나??? 아직 모름) 웅장한 예술 거장 대신 버스 값 잘 챙겨들고 버스 타(려고 시도하)는 통통한 검정 고양이는 나온다. 이 고양이는 악당 삼/사 인조에 속해서 직립보행에 말도 하면서 사람도 팬다. 작가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의 개-인간이 자연스레 생각났다. 2년 전에 읽으면서 곧 거장을 만나겠다고 했었네? https://blog.aladin.co.kr/yubumandoo/12476900



예수아와 빌라도의 선문답 장면, 부동산 사기와 뒷거래, 정신병원, 텔레포트가 현란하게 (뻔뻔하게 마법 같은 장면들도) 펼쳐진다. 그런데 환상적 리얼리즘보다는 블랙유머 포함한 현실 풍자 느낌. 빌라도 장면이 더 건조하게 그려진다는 게 흥미롭다. 작중 현대인 1920년대 러시아는 (작가는 1940년 사망할 때까지 수정을 계속하지만 출판 허가를 받지 못하고 책은 1962년에야 나온다) 처음부터 문인협회장 모가지를 자르고 주택조합장 목도 따버린다. 방금 읽은 익숙한 교훈 하나, 중요한 서류 들고 가는 길에 절대 공공 화장실에 들르지 않는다.

얼마전 본 영화 <오토라는 남자>에서 여주인공(dvd커버의 여자 아님)이 기차 플랫폼에서 떨어뜨리는 책이 바로 이 <거장과 마르가리타>이다. 민음사 책은 총 695쪽 짜리라 들고 가다 흘리고 모를 수가 없다. 영문판 페퍼백은 절반 두께인듯. 아직은 생판 남인 (책 안 읽는) 남주인공(젊은 시절의 오토- 톰 행크스의 아들이 연기함)이 공식처럼 책을 주워주며 둘은 연결되는데… 그가 책 읽는 사람이라 이 책 내용을 알았더라면? 책 건네며 어떤 말을 했을까? 아 이 영화에도 고양이 나온다. 말은 못하지만 엄청 귀여운 야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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