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을 전공한 사람들은 직업상 일정한 질서의 습관, 형식을 좋아하는 취향 및 조리정연한 사고를 좋아하는 일종의 본능적 성향을 얻는다. 이런 자세는 당연하게 그들을 대중의 혁명정신과 무사려한 감정에 적대적으로 만든다. 자신들의 전공에서 얻는 법률가들의 특별한 지식 때문에 그들에게는 사회에서 특권적 지위가 부여된다. 그리고 그들은 지식의 측면에서 일종의 특권집단을 형성한다. 이와 같은 그들의 특권의식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언제나 그들을 떠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법률가들의 성격에는 귀족들의 습관과 취향의 일부가 보일 것이다.(p353) <미국의 민주주의 1> 中


 토크빌(Alexis Charles Henri Clerel, 1805 ~ 1859)는 <미국의 민주주의 1 De la democratie en Amerique>에서 법률가들이 전문지식을 활용하여 특권집단을 형성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일반 대중과 다르다는 엘리트 의식은 오늘날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셈이다. 


 이러한 엘리트들이 구성하는 권력기관인 사법부(司法府)의 현재 문제점은 검찰의 권력집중 해소와 사법부의 독립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검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한홍구 교수의 <사법부>를 참고해 보자.


  군사독재 시절 "권력의 시녀"였던 검찰은 민주화 이후에는 시녀가 아니라 '권력 그 자체'로 등장했다. 민주화로 안기부와 군이 정치의 전면에서 물러나고 청와대의 군력은 임기라는 덫에 걸려 힘이 약해진 반면, 검찰은 '삼성'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는 막강한 권력으로 부상했다.... 과거 안기부가 기세등등하던 시절에 아무리 검찰이 보기 흉하게 찌그러졌었다 해도 이렇게까지 썩은 것은 아니었다. 외부의 견제와 감시가 일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민주화로 큰 권한을 누리게 된 뒤 검찰은 자정기능을 수립하지 못했고, 민주정권은 검찰개혁에도 문민통제에도 모두 실패했다.(p398) <사법부> 中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듯 검찰 권력의 과도한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사권 조정 문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설치가 필수적이라 여겨진다. 이미 200여년 전 미국에서 보완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견제가 우리에게 없는 것은 아쉽게 느껴진다.


 아메리카와 같은 자유 국가에서 모든 시민은 일반법원에 관리를 고발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판사들은 공직자들을 유죄판결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거의 말할 필요도 없다. 행정부의 관리들이 법률을 어길 경우 그들을 처벌하도록 사법부에 부여된 권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예외적인 특권으로 간주할 수 없다.(p167) <미국의 민주주의 1> 中


 여기에 더해 행정부에 의한 사법부 지배가 이루어져 온것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라 생각된다. 때문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하루라도 빨리 사법부의 개혁을 바라는 것은 우리 대다수의 열망일 것이다.


 합중국의 대법원은 그 나라의 유일한 법원이다. 국가권력에서 나온 법률과 조약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사건, 해사에 관한 모든 사건, 그리고 전반적으로 국제법에 관한 모든 사항에 대해서 대법원은 권한을 미친다.(p216)... 제한된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은 잘못을 저질러도 국가에 엄청난 위난을 일으키지 않는다. 의회는 잘못 판단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연방정부를 파멸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법원이 신중하지 못하거나 나쁜 인물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합중국은 무정부상태나 내란에 휩쓸려 들어갈 것이다... 연방국가들에서는 특히 사법권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살핀 바 있다... 그러나 어느 권력이 강화될 필요가 있으면 있을수록 그 권력은 더욱 광범하고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권력의 남용으로 일어날 위험성은 그 권력의 독립성과 힘 때문에 더욱 높아진다.(p217) <미국의 민주주의 1> 中


 사법부에 대한 "중정(중앙정보부)-안기부"의 부당한 압력과 개입 문제를 조사하면서 조금 당혹스러웠던 부분은 중정- 안기부가 그 험한 시절에도 시국 사건과 관련해 현직 법관을 잡아가거나 고문을 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차라리 중정-안기부가 법관들을 잡아다 협박하고 고문해서 사법부가 저 지경이 되었다는 덜 슬펐을 것이다.(p21)... 사법부의 불행했던 과거는 결코 외압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p382) <사법부> 中


 2019년 9월 9일.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었다. 임명까지 과정이 험난했었고, 한동안 거센 임명 후폭풍이 예상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 과제인 사법부 개혁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잘 풀어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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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9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雨香 2019-09-09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권력의 시녀가 권력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이번 조국 관련 사태를 보면서 조국 그 자체 보다는 검찰이 자신의 입맛에 따라 자신의 상관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검찰 권력의 심각함을 느낍니다.

겨울호랑이 2019-09-09 22:40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우향님 말씀처럼 권력에서 중요한 것은 계급이 아니라 실권임을 이번 검찰 쿠데타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또한, 과거 5.16과 12.12 당시 쿠데타의 주역들이 사단장(소장)임을 생각하면 일선 담당자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느낍니다. 진정한 변화가 뿌리내리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요...

북다이제스터 2019-09-10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법학을 전공한 사람은 질서의 습관이 있다는 토크빌 말에 공감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무질서가 필요한데 말이죠. ^^

겨울호랑이 2019-09-10 06:09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토크빌은 법률가들이 일의 특성상 일관성을 중시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듯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법률가들은 정권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요‘가 되니 문제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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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9-11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서 많이 거론되는 저자 중 한 사람이라서 마치 제가 읽은 책의 저자 같습니다. ㅋ
저는 <한나 아렌트의 말>을 읽으려 했어요. ㅋ

겨울호랑이 2019-09-11 15:22   좋아요 0 | URL
<한나 아렌트의 말> <수전 손택의 말> 등은 저자의 생각을 정리해서 우리의 삶과 바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전집과는 또다른 위치와 중요성을 가진 책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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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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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정치에서 거짓말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사용되었음을 지적하는 한나 아렌트의 「정치에서의 거짓말」은 어두운 현실을 알려주는 한편, 진리의 부정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거짓말의 한계 또한 보여준다. 그리고 독자들은 ‘정치철학이 주는 위안‘을 따스하게 건네받는다...

착각이나 오류, 계산착오 등과 같은 것이 아니라 은폐와 거짓, 그리고 교묘한 거짓말의 역할이 「펜타곤 문서」의 주요 주제가 되었던 것의 핵심은 거짓말 정책이 적을 향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주로 미국 국내용으로 특히 의회를 기만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적은 모든 사실을 알지만 상원 국제협력위원회는 전혀 알지 못한 통킹만 사건이 바로 이 예에 해당한다.(p46)

사실들, 어떤 결정이 마침내 이루어질 때 의존하게 되는 전제, 이론, 가설들은 서로 전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적인 차이를 확실히 염두에 둘 때에만 우리의 실패와 재앙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p58)

속임수가 아무리 정교하다 하더라도 기만의 온전한 작동은 결국 좌초하거나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한 채 그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왜냐하면 거짓과 기만의 난점은 그 효과가 거짓말쟁이와 기만자가 숨기고자 하는 명백한 진리 관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사실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진리는 비록 공적으로 명백히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모든 거짓에 대해 확고한 우선성을 갖고 있다.(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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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9-10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제, 이론, 가설이 전적으로 서로 다른 말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앞뒤 문장 읽어봐야 하겠지만, 세 가지 모두 그냥 믿음일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

겨울호랑이 2019-09-10 06:17   좋아요 1 | URL
제가 부분인용한 것이 오해를 드린 듯 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이들 모두 진리가 아닌 ‘증명‘이라는 과정과 관련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만, 가설의 증명과정에서 이들이 하는 역할은 각기 다르기에,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도 미세하게나마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7 - 소돔과 고모라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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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불길을 면한 소돔 주민의 후예. 남자-여자의 첫 출현. ˝여인은 고모라를 가지고 남자는 소돔을 가지리니˝ - 알프레드 드 비니 (p15)

「창세기」가 말하듯,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하느님에게까지 닿았으므로 소돔 주민이 정말로 온갖 잘못된 짓을 저질렀는지를 알기 위해 두 명의 천사를 성문에 보낸 것은 매우 잘못된 선택이었으며, 하느님은 그 임무를 차라리 소도미스트에게 맡겼어야 했기 때문이다. 소도미스트라면, 변명에도 그 번쩍이는 불 칼을 관대하게 거두지 않고 형벌도 감해 주지 않았으리라.(p67)

알베르틴이 내게 불어넣을 그 지속적이고 고통스러운 의혹, 게다가 그 의혹이 띠게 될 특별한 성격, 특히 고모라적인 성격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한다면, 내가 거짓을 말하는 것일까.(p331)

또다른 사건이 고모라쪽으로 나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나는 해변에서 날씬하고 창백한 아름다운 젊은 여자를 한 사람 보았다... 내 눈에는 그 아가씨가 알베르틴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였고, 그래서 알베르틴을 단념하는 편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p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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