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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의 흥망성쇠 원인론
몽테스키외 지음, 박광순 옮김 / 종합출판범우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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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혁명사 2
로널드 사임 지음, 허승일.김덕수 옮김 / 한길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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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혁명사 1
로널드 사임 지음, 허승일.김덕수 옮김 / 한길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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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 쇠망사 세트 - 전6권
에드워드 기번 지음, 송은주 외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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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 이론에 따르면 다양한 통치 형태는 제각기 장점을 갖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안에서 가장 압제적인 형태로 바뀌다가 급기야 전복된다. 그러므로 군주정은 독재정이 되어 진보적 귀족들에게 전복당하고, 귀족정은 억압적인 과두제로 빠져들다가 민중 민주주의가 과두제 집권층을 타도하며, 민주정은 무정부 상태로의 문을 열어 또다시 상황을 안정시킬 군주정에 기회가 돌아오는 것이다... 로마 정치 체제에서 군주정 요소는 행정을 맡은 집정관들이었다.(p38)... 귀족정 요소는 당연히 원로원이었다... 마지막으로 민주정 요소는 모든 로마 시민에게 열려 있던 민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p39) <폭풍 전의 폭풍> 中


 <폭풍 전의 폭풍 The storm before the storm>은 로마 공화정이 붕괴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구체적인 시간 배경은 BC 146에 일어난 카르타고의 멸망부터 BC 78의  술라 죽음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작품은 공화정 말기 혼란한 상황에서 공화정의 토대가 흔들리는 과정을 흥미롭게 서술한다. 이 시기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 322)가 <정치학 Politika>에서 말한 혼합정체의 요소를 가진 로마가 체제가 바뀌게 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한 답(答)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구해본다.


 관직에 있는 자들이 오만을 부리면서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할 때, 시민들은 서로에 맞서, 또 관직을 가진 자들에게 그런 권위를 준 정치체제에 맞서 파당을 형성하기 때문에(정치체제의 변화가 일어난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함, 즉 탐욕(pleonexia)은 어떤 때는 사적인 재산으로부터, 어떤 때는 공공의 재산으로부터 생겨난다. 명예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파당의 원인이 되는지도 또한 분명하다.(1302b 5 ~ 10) <정치학 제5권> 中


 포에니 전쟁(Bella Punica, BC 264 ~ BC 146) 결과 카르타고(Carthago)는 멸망하게 되었고, 넓어진 식민지로부터 제국의 중심으로 사람과 물자가 전에 없이 들어오면서 로마는 극심한 빈부격차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부의 불평등한 분배는 로마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사회규범을 무너뜨리게 된다. 새로운 시대 변화를 요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라쿠스 형제 - 티베리우스 셈프로니우스 그라쿠스(Tiberius Sempronius Gracchus, BC 163 ~ BC 132)와 가이우스 그라쿠스(Gaius Gracchus, BC 154 ~ BC 121) - 의 개혁이 시작된다.


 귀족과 평민 간의 갈등이 공화정 초기를 규정짓는 요소로 작용하기는 했지만, 로마 정치는 계급 전쟁이 아니었다. 로마의 여러 가문은 엘리트층 귀족 보호자로부터 다수의 평민층 피호민들로 밀접하게 연결되는 복잡한 관계망을 구축했다... 그렇지만 진정 로마인을 하나로 묶어준 것은 암묵적인 사회/정치 행동규범이었다. 성문화되지 않은 규율, 전통, 상호 기대가 로마인들의 삶을 에워싸고 있는데 이를 통칭하여 '선조들의 관습'을 뜻하는 모스 마이오룸 mos maiorum이라 했다.(p32) <폭풍 전의 폭풍> 中


 <폭풍 전의 폭풍>의 시작은 그라쿠스의 개혁으로부터 시작되는데, 먼저 저자가 이 시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이 책의 저자 마이크 덩컨은 사임의 로마 혁명론을 따르고 있다. 세상에 느닷없이 불쑥 일어나는 혁명은 없으며,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순전히 야망의 힘으로 파괴한 정치체계는 분명 출발부터 건전하지 않았다.(p8) <폭풍전의 폭풍> -추천사- 中


 해제를 통해 우리는 저자가 역사가 로널드 사임(Ronald Syme, 1903 ~ 1989)의 역사관을 따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임의 역사관은 무엇일까. 이는 그의 주저 <로마혁명사 The Roman Revolution>을 통해 살펴본다.


 사임은 과두 정치를 로마사에서 가장 중심적이고 영속적인 주제로 생각했다. "정부의 형태와 명칭이 군주정이든 공화정이든 민주정이든 상관없이 어느 시대에나 그러한 외관의 배후에는 과두 지배층이 숨어 있다. 그리고 공화정이었든 군주정이었든, 로마의 역사는 통치 계급의 역사이다. 혁명기의 대장군들, 외교가들, 금융가들은 아우구스투스의 공화정에서 사람은 같지만 다른 옷을 입은 권력의 집행자와 대리인으로 또다시 확인될 수 있다. 그들이 신(新)국가의 정부이다."(p30) <로마혁명사 1> - 해제 - 中


  사임의 역사관에서 로마사는 과두 집단의 의지가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인물들을 통해 나타난 구체적인 결과다. 이러한 이유로 사임은 인물 집단 전기(prosopography) 방식을 통해 <로마 혁명사>를 기술했고, 이 안에서 수많은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역사를 끌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라쿠스 형제와 마리우스(Gaius Marius, BC 157 ~ BC 86), 술라(Lucius Cornelius Sulla Felix, BC 138 ~ BC 78) 역시 이러한 인물들 중 하나로 자리매김된다.


 그라쿠스 형제 때문에 제국에나 속하는 모든 결과들이 로마 국가에서 터져나와 혁명의 한 세기를 열었다. 귀족 가문 간의 전통적인 경쟁이 사라지기는커녕, 주로 경제적 이해 관계에 기초한 당파 간의, 심지어는 계급 간의, 그리고 군사 지도자간의 알력으로 복잡해졌다. 이탈리아 전쟁(Bellum Italicum)에 이어서 내전이 일어났다. 마리우스와 킨나 그리고 카르보가 이끄는 당파가 패배했다. 코르넬리우스 술라(L. Cornelius Sulla)가 승리를 거두었고, 폭력과 유혈 덕분에 로마는 질서를 회복하였다. 술라는 기사들을 많이 죽이고, 호민관의 입을 막고, 콘술들에게는 재갈을 물렸다. 그러나 술루조차 그 자신의 사례가 재현되는 것을 막지 못했고, 한 후계자가 그의 지배권을 계승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p85) <로마혁명사 1> 中


 여기서 우리는 이 시기를 다룬 비슷한 유형의 책 하나를 <폭풍 전의 폭풍>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 1937 ~ )의 <로마인 이야기 3 : 승자의 혼미 ロ-マ人の 物語>가 그것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바라보는 로마의 역사의 중심은 인물(人物)이며, 특히 카이사르(Gaius Iulius Caesar, BC 100 ~ BC 44)다. 로마 이전의 유럽사가 모두 로마라는 지중해로 흘러든다라면, 시오노 나나미의 세계에서 로마사는 카이사르라는 인물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로마인 이야기> 전 15권 중 카이사르에게 할당된 분량이 2권에 이르는 점이 저자의 카이사르 사랑을 뒷받침한다. 이런 시오노 나나미에게 이 시기 역사는 카이사르를 준비하는 시기에 불과하다. 일종의 대림시기(Advent)라 할까.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이 좌절한 요인을 대부분의 후세 연구자들은 시기상조론으로 돌린다. 인간은 사실을 눈앞에 들이대지 않는 한 눈을 뜨지 못하는 법이다... 실제로 그라쿠스 형제의 생각이 70년 뒤에나마 실현된 것은 무기를 가진, 즉 인간에게 눈을 뜨도록 강요할 수 있을 만한 권력을 가진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통해서였기 때문이다.(p86) <로마인 이야기 3> 中


 다분히 인물 중심의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관(歷史觀)에서 우리는 다른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le, 1795 ~ 1881)이 <영웅숭배론 On Heroes, Hero-Worship and the Heroic in HIstory>의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


 

 영웅숭배 및 영웅정신은 큰 주제입니다. 그것은 실로 큰 주제이며, 무한대한 주제로서, 세계 역사 그 자체만큼이나 광대한 주제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볼 때, 세계 역사, 즉 인간이 이 세계에서 이룩해온 역사는 근본적으로 이 땅에서 활동한 위인들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이룩되어 있는 모든 것들은 정당히 말해서 이 세계에 보내졌던 위인들에게 깃들여 있던 사상의 외적/물질적 결과요, 실질적인 구현이자 체현입니다. 전세계 역사의 본질은 이들의 역사였다고 생각해도 틀림이 없습니다. 분명 그것은 이 자리에서 온당하게 다룰 수 없는 주제입니다.(p28) <영웅숭배론> 中


 개인적으로 <폭풍 속의 폭풍> 속 인물들은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1770 ~ 1831)의 시대정신(時代精神, Zeitgeist)의 구현이라 여겨지는 반면, <로마인 이야기>  속 인물들은 카이사르 라는 메시아를 맞이하기 위한 세례자 요한을 비롯한 예언자들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저자들의 역사관 차이는 두 책에서 어떻게 표현될까. 술라가 폰투스 군을 맞아 싸운 카이로네이아 전투를 예로 살펴보자. <로마인 이야기>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마치 열띤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캐스터의 목소리로 전투를 설명한다. 박진감있게 전투를 설명하는 능력은 시오노 나나미의 장점이기도 한데, 카이사르를 주인공으로 한 <로마인이야기 4> <로마인 이야기 5>에 이르면 거의 국방 TV의 토크멘터리 전쟁사의 대본같다는 인상을 남긴다.



[그림] Battle of Chaeronea(출처 : https://www.pinterest.co.kr/pin/301530137522876802/)


 폰투스군과 로마군 사이에 벌어진 최초의 본격적인 전투 결과는 폰투스 쪽의 전사자와 포로가 10만 명 이상, 도망친 병사가 1만 명 남짓한 반면, 로마 쪽의 전사자는 12명에 불과했다. 전투가 끝난 뒤 점호에 대답하지 않은 병사는 14명이었지만, 해가 진 뒤에 진영으로 돌아온 병사가 두 명 있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나 한니발의 전과를 웃도는 신기록이었다.(p172) <로마인 이야기 3> 中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에 대해 우호적인 자신의 인식을 바탕으로 사료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반해, <폭풍 속의 폭풍> 속의 카이로네이아 전투 모습은 한결 차분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점을 비교해볼 때 두 책 모두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 이야기지만, 차분하게 사실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폭풍 속의 폭풍>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폭풍 속의 폭풍>이 다루는 시기는 공화정의 말기 일부를 다루기에 로마 전체 역사를 바라볼 수 없다는 점은 한계다.


 고대 사료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과장법을 맛보기로 살펴보자면, 술라는 카이로네이아 전투에서 10만 명 넘는 폰토스 병사가 죽은 반면 그 자신은 단 14명만 잃었다고 보고했다. 이는 뻔뻔스러운 거짓말이지만, 술라가 놀라운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은 사실이다.(p373) <폭풍 전의 폭풍> 中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폭풍 전의 폭풍> 관점 역시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었다. 사임의 말처럼 로마 역사를 움직인 시대정신은 과두정으로 대표되는 지배계층으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례로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 ~ 1527)가 <로마사론 Discorsi sopra la prima deca di Tito Livio>에서 조명한 성산사건(聖山事件, BC 494)을 살펴보자. 평민들이 귀족의 독재에 대항하여 일으킨 성산사건에서 마키아벨리와 리비우스(Titus Livius Patavinus, BC 59 ~ AD 17)는 무엇을 보았는가.

 

 로마의 평민들은 비르기니아 사건 때문에 무장을 하고 성산(聖山)으로 몰려갔다. 원로원은 사절을 보내어 그들이 무슨 권위로 사령관을 내팽개치고 제멋대로 성산으로 이탈했느냐고 물어왔다. 원로원의 권위는 높이 존중되었고 또 평민들은 그들 중에 지도자가 없었으므로, 아무도 감히 대답을 하려 들지 않았다. 리비우스는 그들이 대답할 말이 없는 게 아니라 그 대답을 해줄 사람이 없었다고 논평한다. 이것은 지도자가 없는 군중은 위력이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p215) <로마사론> 中


 성산사건을 통해 평민과 귀족들은 다시 화해하게 되지만, 평민들은 성산사건을 통해 자신들의 부족함을 깨닫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들의 깨달음이 구체적으로 이들을 대표할 인물을 찾게 되는 노력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그라쿠스, 마리우스, 술라,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등이 시대의 요청에 따라 나타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평민들의 시대정신은 공화정이 붕괴된 오랜 시간이 지나 군인 황제 시대(軍人皇帝時代, AD 235 ~ 284)에도 이어졌던 것은 아닐까하는 추론을 해본다. 이의 근거로 율리아누스(Flavius Claudius Iulianus, AD 331 ~ 363)가 갈리아 군단에 의해 황제에 옹립된 사건을 기번(Edward Gibbo, 1737 ~ 1794)의 <로마제국 쇠망사 Gibbon's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를 통해 살펴보자. 


[사진] Flavius Claudius Iulianus (출처 : https://hellenicfaith.com/zeus-helios/)

 

 무장한 병사들의 슬픔은 곧 분노로 바뀌었으며, 거칠 것 없이 터져 나오는 불만스러운 웅얼거림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대담하게 막사 전체로 퍼져 나가면서 과격한 선동이라도 일으킬 듯한 기세로 치달았다. 또한 지휘관들의 묵인 속에서 율리아누스가 받은 치욕, 갈리아 군데애 데한 억압, 아시아 군주의 악덕을 생생하게 묘사한 비방의 글이 비밀스럽게 유포되었다.... 군대는 '율리아누스 황제 만세!'를 소리 높여 외쳤다. 이렇게 갈리아 군단은 율리아누스를 황제로 선포했다.(p271) <로마제국 쇠망사 2> 中


  페이퍼의 처음으로 돌아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체제의 변동이 탐욕과 명예라는 동기를 통해 파벌의 형성되고 이는 체제의 변동으로 이어졌음을 지적한다. 그렇지만, 로마의 경우 파벌의 형성된 원인이 민중들의 깨달음에서 비롯되었다면 이를 단순하게 탐욕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개인의견으로 그렇지 않다 생각된다. 


 정리하면, 로마의 정체(政體)가 과두정이었으며, 공화정과 제정 전반에 걸쳐 과두정이라는 시대정신에 초점을 두고 역사를 서술한 사임의 역사관, 그리고 이를 반영한 <로마 혁명사> <폭풍 전의 폭풍>이 <영웅숭배론>과 <로마인 이야기>보다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과두정 이면에 위치한 로마 시민, 병사들의 관점있다는 전제 하에, <로마 혁명사>에서는 이 점이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한 부분은 한계라 여겨지며, 대중 역사서인 <폭풍 전의 폭풍> 또한 마찬가지라 여겨진다. <폭풍 속의 폭풍>안에서 대중 교양서로서 가지는 즐거움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하면서 이번 페어퍼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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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위안부 - 식민지지배와 기억의 투쟁, 제2판 34곳 삭제판
박유하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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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에 대한 ‘강제성‘을 묻는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식민지주의와 국가와 가부장제의 강제성을 무엇보다 먼저 물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구조의 실천과 유지에 가담한 이들의 강제성도 함께 추궁되어야 한다.(p26)... 하지만 위안부들의 불행을 만든 주체가 일본군뿐 아니라 그녀들을 보낸 사람이나 학대한 사림들이기도 한 이상, 그런 그들의 죄나 범죄를 묻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p27)... 위안부의 불행을 만든 것은 민족 요인보다도 먼저, 가난과 남성우월주의적 가부장제와 국가주의였다.(p33)... 그렇게 된 배경에는 한국의 식민지화와 식민지로 이식된 공창 제도가 있었고, 중간매개자들은 그런 과정에서 생겨난 존재였다.(p34)

「제국의 위안부」에서 저자는 위안부 문제를 일본 제국주의 문제만이 아닌 가부장제와 경제문제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위안부에 대한 인식이 전체를 바라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렇지만, 위안부 사건을 ‘국가에 의한 폭력‘ 아닌 새로운 틀 - 가부장제, 가난 - 로 바라봤다는 저자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게 힘든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조선인 위안부‘들은 분명 피해자였지만, 그러면서도 ‘일본 제국‘안에서 ‘두 번째 일본인‘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식민지인의 모순이었다.(p90)

전쟁터에서 강간의 대상이 된 ‘적의 여자‘와 위안부는 군과의 관계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였다. 가족과 떨어져 전방에 나가 있는 군인들을 ‘부인‘처럼 신체적•정신적으로 위무하고 사기를 북돋는 역할, 그것이 위안부의 원래 역할이었다.(p57)

저자는 「제국의 위안부」를 통해 조선의 위안부는 제국의 2등 민족으로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의 동반자였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위안부의 모습은 실제가 아니며, 위안부들과 일본군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좋았음을 일본군 생존자의 말을 통해 뒷받침한다.

증언한 ‘위안부‘들의 대부분이 십대에 강간당하거나 위안부 생활을 시작해야 했으니 일본군이 ‘어린 소녀까지도‘ 상대했다는 것은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소녀 위안부‘가 위안부의 평균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보는 일은 중요하다.(p51)

눈앞에 주어진 ‘거짓 애국‘과 ‘위안‘에 몰두하는 것은 그녀들에겐 하나의 선택일 수 있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일본군과의 연애나 결혼이 가능했던 것은 그런 딜레마를 안을 것을 포기한 이들의 선택이었다고 보아야 한다.(p62)

저자는 ‘무자비한 일본군‘의 모습은 왜곡되었으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오히려 이들을 일본인에게 팔아 넘긴 ‘조선인‘과 ‘식민 조선 사회‘에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본의 책임을 줄이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가.
책 전반부에 미담(?)으로 가득한 일본군과 위안부 이야기는 둘째로 하더라도, 저자는 위안부 문제에서 남성(가부장제) 책임을 지적하면서도 거의 일본군의 증언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피해자 이야기는 이미 정형화되었다고 판단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해자 입장만 강조된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또한, 가부장제의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치기에 저자의 주장을 명확하게 판단하기 힘들다.

˝면장을 맡게 된 게 불운˝이라기보다는 한국이 병합된 것이 불운이었다. 2000만 명이 넘는 조선인들이 일본의 지배하에 놓이면서, ‘면장‘이건 ‘읍장‘이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구조적으로 국가정책에 대한 ‘협력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p41)

위안부 강제 동원과 관련하여 국가에 의한 강압이 있었다는 저자의 말은 위안부 문제에 있어 부동의 ‘제1원인‘이 일제에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일제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에 대해 다른 원인을 들고 나오는 태도는 세대, 젠더 이슈로 본질을 가리려는 현대 정치권과 언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현대사 문제는 사건의 당사자들이 살아있는 오늘날의 문제이며,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분야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제국의 위안부」는 신중하지 못했다 여겨진다. 피해자들이 한 목소리로 당대의 사건을 증언하는데, 객관적이고 과학적, 실증적 접근이라는 방식으로 이를 부인하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

‘모든 백조가 하얗다‘는 명제를 깨뜨리는 것은 한 마리의 검은 백조면 충분하다. 여기에 대부분의 백조가 하얗기 때문에 위의 명제가 완전히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말은 과 같은 ‘일제의 책임 물타기‘는 논리적이지 않다.

또한, 저자의 말처럼 ‘자발적인 위안부‘가 평균적인 모습이라면,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은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에도 맞지 않는다. ‘자발적인 집단‘과 ‘피해자 집단‘의 기대수명이 다를 요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 생존자가 발생할 확률은 거의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위안부 생존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이 소수라는 반증이 아닐까. 소수의 피해자 집단에서 주로 위안부 생존자의 증언이 나온다는 측면에서도 저자의 주장은 과학적이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제국의 위안부」는 저자의 doxa가 강한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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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5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mGiKim 2019-09-22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아줌마 최근에 보니 이영훈 옹호하는 글 쓰고, 정규재 TV에도 나오며, 수많은 수꼴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전 이 인간이 이영훈이나 류석춘보다 더 악질적이라 봅니다. 딱 이렇게 비유하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이성을 이용하여 중립인 척 하면서, 대뇌는 엄청나게 우측으로 가 있는 철면피. 과도한 민족주의는 당연히 잘못됏지만, 박유하는 탈역사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정체를 모르는 자칭 진보주의자들 은근 많네요.ㅠㅡㅠ

겨울호랑이 2019-09-22 20:49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사실 뉴라이트 식민사관을 가진 이들이 이영훈 교수뿐이겠습니까.. 연세대 류석춘 교수 역시 며칠전 망언을 한 것을 보면 이 시대의 지식인 모두가 양심을 갖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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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학 - 주권론에 관한 네 개의 장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12
칼 슈미트 지음, 김항 옮김 / 그린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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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사적으로 생각해 볼 때 19세기 국가론의 전개는 두 가지 특징적 요소를 보여준다. 즉 한편에서는 모든 유신론적이고 초월적인 표상이 제거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정통성 개념이 형성되는 것이다... 1848년 이래 공법학은 실정적인 것이 되어, 통상 이 말 뒤에 숨어 스스로의 자기 붕괴를 은폐해 버리든지, 아니면 모든 권력을 인민의 제헌권력에 귀속시킨다. 즉 군주제적인 정통성 관념을 대신하여 민주주의적인 정통성 관념이 등장하는 것이다.(p72)

모든 법학 개념 중에서 주권은 가장 강력한 현실적 관심하에 놓인 개념이다.(p30)... 저항할 수 없고 자연법칙적 안전성에 의해 기능하는 지고의 힘, 즉 최대 권력은 정치적 현실에서는 존재 하지 않는다. 권력이란 법의 존립에 아무런 증거가 되지 못하는데, 이는 루소(Jean - Jacques Rousseau)가 자신의 시대와 의견일치를 보면서 정식화한 범속한 이유 때문이다. 강제력이란 물리적 권력이며, 강도가 쏜 총 또한 권력이라는 명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사실상의 촤고권력과 법적인 최고 권력을 결합시키는 것이 주권 개념의 핵심 문제이다.(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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