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보고서 이전에, 국제앰네스티는 러시아 관련 90여 건의 ‘신규‘ 보도자료와 캠페인을 사이트에 게재했다. 2021년 초반 이후 자료만 봐도, 모두 러시아를  비판하고 있다.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구속, 언론 및 시위의 자유 침해, 정적인 알렉산더  나발니(Alexandre Navalny)의 숙명, 페미니즘 운동가 억압, 전쟁 포로 핍박 등을 고발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관련 문서는 올해초부터 약 30여 건을 발표했으며 그중 단 1건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에 전쟁포로들의 권리존중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제외하면, 모든 자료가 러시아의 침공, 전쟁범죄, 점령군의 인권침해를 비난하는 것들이다. 결국 국제앰네스티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완전한 중립‘도 지키지 못한 채, ‘과도한 중립‘으로 가해자를 편든 셈이 됐다. - P5

당시 소수였던 칠레 거주 외국인 참관인들은 "부정선거"라고 외쳤다. 약 200개의 수정안에도 불구하고 군부독재의 헌법은 작성 때부터 신자유주의를 국가 경영방식을 채택했으며, 실상 달라진 게 없었다.
이후 대규모의 개혁 시도가 있었다. 사회민주 진영의 리카르도 라고스 전 대통령은 권좌에 오르자 과거 피노체트도 누린 국가안전보장회의의 특권, ‘종신  상원의원직‘을 없애고,국가원수가 군 통수권자의 임명권과  해임권을 갖게 했다.
2020년 10월 개헌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는 결정적이었다. 결과는 찬성이 78%, 특히 의회 개입 없이 선출된 제헌의회 ‘찬성‘은 80%였다. 몇 달 동안 누적된 사회적 긴장상태가완화되면서, 국회와 피녜라 정권의 정통성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에서 피녜라의 지지도 역시 곤두박질쳤다.
- P17

국가가 경제를 운영함으로써 생산을 다각화하고 사회통합 부문을 강화한다는 게 이 법안의 골자다. 부정부패를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하나의 죄로 규정하고, 이 죄를 지은사람은 다시는 공무원을 하거나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한다. 인권법 위반, 성범죄 또는 가정폭력에 대해서도 같은규정을 적용한다. 특히, ‘보편성, 연대의식, 자존 및 지지의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보장 시스템 설치도 그 내용으로 한다. 최종적으로, 기후위기 상황을 받아들이고 국가에모든 대비책, 적응대책 등을 마련하라고 지시할 최초의 현법이 탄생할 수 있다. - P19

이처럼 러시아에 열광하는 모습이 뚜렷하지만, 전쟁에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남자들도 있다고 몇 사람이 우리에게 귀띔했다. 익명을 원한 대학 직원 나탈리아 M. 은 "숨어있는 남학생들이 많다"라고 털어놓았다.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이 병력을 얼마나 잃었는지는 알 수 없다. 공식 수치에 따르면 2022년 전투 초기 이후 2,650 명의 군인이 사망했는데,
이것은 전쟁 전) 약 220만 명의 인구에 비하면 상당히 큰손실이다. 도네츠크 도심의 마트에서 일하는 한 여성이 계산대 뒤에서 "우리는 전쟁이 지겨워요"라고 넌더리를 쳤다.
"우리는 8년이나 전쟁을 겪었고, 나도 우크라이나인이에요! 그냥 그렇다고요."  - P25

우크라이나가 이 요구를 수용할 경우, 나토 가입 추진을 명시한 자국 헌법을 수정해야 한다. 러시아는 또한 극우민족주의 및 ‘신나치주의‘ 정당, 조직, 기업을 금지하고 러시아 입장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역사적 인물을 추앙하는법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어를 제2국어로 인정하도록 요구했다. 요컨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요구한 셈이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요구 사항은 러시아군이 전투를 즉각 중단하고 크름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 국토에서 철수하는 것이었다. - P27

결국 푸틴은 유럽에서 발을 빼려던 미국을 다시 유럽으로 끌어들였다. 나토의 축소를 원하던 푸틴의 바람과는 반대로, 더욱 확대됐다. 지난 7월 1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정상회의는 "나토는 여전히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동맹"임을재확인하는 최종 선언문을 채택하고 동맹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심지어 러시아의 ‘특수작전‘은 동서로 분열됐던 나토를 재결합시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충격에 빠진 30여 개회원국은 ‘대부‘ 미국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  - P31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작부터 두 개의 전쟁이었다. 하나가 미국 유럽 등 서방의 대대적 무기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라면, 다른 하나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유례없는 대대적인 제재로 촉발된 ‘경제전쟁‘이다. 이제 6개월을 넘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이 된 상황에서 전쟁의 향방, 즉 힘의 균형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이 경제전쟁에 달려있다. 워싱턴과 브뤼셀은 러시아 탱크가국경을 넘은 지 불과 며칠 만에 대규모 제재로 러시아를 겨냥한 경제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과소평가했듯, 서방은 러시아를 과소평가했다. - P38

세계 가스시장의 긴장 고조와 말람파야(팔라완섬 부근) 가스전의 고갈 문제로 리드뱅크 가스 매장지 (스플래틀리 군도)가 필리핀-중국 관계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현재 말람파야 가스전은 루손섬 전력수요의 40%를 공급하고 있다.
스티븐 제임스 로빈슨 필리핀 주재 호주 대사에 따르면, 마르코스 주니어 신임 대통령은 중국과의 분쟁문제에
‘매우 신중하고 균형 있게 접근할 것이다.  아버지가 고이 물려준 스프래틀리 군도를 1인치라도 뺏기는 건 용납할수 없을 테니 말이다. - P50

국가와 자본은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두 개념이 서로의 경계를 심각하게 침범해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돼버렸다면? 은행가가 대통령이 되고, 같은 인물들이 정·재계 요직을 구분 없이 자유롭게 오간다. 그 결과 이해관계의 충돌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컨설팅 회사가 공공정책에 손을 뻗칠 때, 이는 자본인가, 국가인가? 아니면 국가자본? 극신자유주의?
적절한 단어를 찾기 어렵다. - P58

한편, 극단적인 기업주의와 극단적인 파시즘, 두 부류의 돼지들은 상호보완을 위해 맞닿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파시즘은 기업화된 사회의 부수적 속성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사회를 원자화하고 완전히 고독한 상태로 몰아넣는다. 이로써 정체성주의가 만들어낸 가공의 생존방법을 확산시킬 이상적인 환경이 구축된다. 인종차별에 집착하고 이슬람을 혐오한다. ‘기업‘에서 실제 벌어지는 일에서 눈을 돌리게 하려고 공개 토론에서 강한 발언으로 토론을 극단으로 몰고 간 정부 인사만 몇 명인가? 대선의 삼각구도는 가속화됐다. - P62

미국 지질연구원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세르비아의 리튬보유량은 전 지구의 1.3%로, 볼리비아의 23.5%, 아르헨티나의 21%, 독일의 3%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스위스바젤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사이의 라인 지구 광맥의 온천에서 광물을 추출해도 세르비아에서 리튬을 채굴해 처리하는것보다 이산화탄소가 훨씬 적게 배출된다.
그러나 독일 정부에 있는 환경운동가들은 이에 반대한다. 실상 이는 환경오염 피해를 EU 외부로 밀어내는 것이다.
오염의 원인이 되는 생산업을 외주화해, 다국적기업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중앙 정부의 위험 요인을 축소하는 것이다. - P69

원자력산업은 대부분 민영화됐지만, 폐기물관리는 여전히 공적인 문제로 남아있다. 1982년, 미국 의회는 연방정부가 민간 원전 운영사들에 폐기물 매립 해결책을 의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실상 원전에서 멀리 운송된 폐기물은 거의 없다. 연방정부는 일시적으로 네바다 주의 유카 산을 매립지로 선정했으나, 라스베가스에서 북서쪽으로 두 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문제가 얽혀서 현재 보류된 상태다.
그 결과, 폐기물은 40년째 60여 개의 원전부지에 그대로 묻혀있다. 연방정부는 계약위반을 이유로 원전 운영사들에 매년 수억 달러를 징수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는 현실성없는 문제로 여겨지며, 영속적인 해결책도 논의되지 않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더즈 포 뉴클리어는 맹목적일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페기물은 원전부지에 매우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 폐기물 저장용기는 그 위에 누워서 잠을 자도 될 만큼 안전하게 밀폐돼 있다. 이처럼 폐기물을 외부로부터 완벽히 격리시킬 기업이 또 있는가?" 제니퍼 클레이는 이렇게 반문했다. - P78

더 많은 예를 들 수 있다. 결코 혁명적이지 않은 예들이다. 오늘날 가장 명망 있는 교육 이념가들조차도 부인하지않는 사실이 있다. 프랑스의 공교육은 거듭된 개혁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급을 사회의 상승 동력으로 통합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양 진영 정치인들에서부터 학계에 이르기까지 널리 공유돼있다. 그런 만큼, "학교의위기"라는 수십 년간의 주장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학교는 항상 노동계급을 강등시키는 과제를 떠맡았고, 학교 시스템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고용주의 요구사항이 이런 과제를 방해한 적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입증됐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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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의 이용에 있어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 부식腐蝕과 녹는점이다. 금속의 약점은 녹스는 거다. 공기 중에 존재하는 반응성 높은 원자인 산소와 금속이 결합하여 산화물이 되는 것을 말한다. 산소는 전자를 좋아한다. 결국 금속이 쉽게 녹스는지 여부는 얼마나 전자를 잃기 좋아하느냐에 달려 있다.

또 하나의 관건은 녹는점이다. 금속은 제련, 제강을 통해 더욱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은 모두 금속을 녹여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높은 온도를 얻는 것은 어렵다. 섭씨 1084도의 녹는점을 갖는 구리가 1535도의 철보다 먼저 사용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제 드레이크 방정식의 모든 계수에 대한 토론이 끝났다. 일곱 개의 계수를 곱하면 우리은하 내의 교신 가능한 문명체의 수(N)를 결정할 수 있다. 가장 작은 값들끼리 그냥 곱하면 N 값은 20이 된다. 우리은하 안에 20개 정도의 교신 가능한 문명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한편 가장 큰 값들을 곱하면 N 값은 50,000,000에 이른다. 문명의 지속 시간에 대한 의견에 따라서 외계문명의 수가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경을 시작하기 5백 년 전에 괴베클리 테페 유적이 건축되었다는 사실은 핸콕의 주장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어떤 경우든 핸콕의 그릇된 믿음처럼 고대 문명의 생존자들이 이 지역 수렵채집인에게 거석 유적의 건축술을 가르쳤다면, 농경뿐만 아니라 문자도 가르쳤을 것이며 덧붙여서 토기 제작도 가르치지 않았을까?

아틀란티스 이야기를 반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증명의 부담은 이 이야기가 역사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측이 지고 있다. 아틀란티스의 역사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그저 아틀란티스가 존재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플라톤이 유일한 근거라는 점만 지적할 수밖에 없다. (다른 고대 작가가 기록한 아틀란티스 이야기는 모두 플라톤에서 인용했으며 모든 인용 문헌도 플라톤으로 소급된다.) 만약 아틀란티스가 영거 드라이아스기가 끝날 무렵 일어난 홍수로 멸망한 문명 중 하나임을 주장한다면, 핸콕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한 아름 가져와야 한다.

핸콕이 간과한 사실 하나는 문자가 없던 석기시대 수렵채집인부터 문자와 야금술을 갖춘 문명인까지 모든 고대인에게는 그들에게 모든 기술을 전수해주고 때로는 신에게서 불도 훔쳐다 주는 신성한 존재 혹은 반신반인의 영웅 신화가 있다는 점이다.

요약하자면, 핸콕의 이론은 증거가 부족한 것뿐만 아니라 초기 문명들 사이의 연대기나 문자 체계와 기술의 차이점도 설명하지 못하며, 인류 초기 문명이 위대한 빙하시대 문명의 유산을 공통으로 물려받았음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핸콕은 주기적인 홍수가 일어났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혜성 충돌 때문에 일어난 영거 드라이아스기의 대재앙적인 홍수의 증거를 지질학자들이 놓쳤다고 주장한다. 이는 다시 핸콕의 잃어버린 문명을 파괴한 세계적인 대홍수의 증거로 이용된다. 여기서 말하는 대홍수는 제한된 지역에 일어나는 화산 용암지대 홍수와 상당히 대조적이다. 그러면 전 세계적인 대홍수를 입증하는 핸콕의 증거는 무엇일까? 다시 한번, 핸콕은 노아의 홍수 같은 홍수 신화를 끌어온다.

《신의 사람들》은 분명 흡입력 있는 책이다. 잃어버린 문명을 소환하여 인류의 ‘황금시대’ 신화를 되살리는 자극적인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이 책의 실체는 편향되고 비틀렸다. 핸콕은 신화에서 발췌한 내용을 한가득 제시하며 숨겨진 진실을 인정하라고 주장한다. 신의 사람들이 메시지를 애매한 은유로 전해야 했던 이유를 우리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그러나 핸콕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가장 인기 있는 잃어버린 문명인 아틀란티스 문명, 기술적으로 발달한 이 문명은 영거 드라이아스기에 지구에 충돌한 혜성 때문에 멸망했고, 이 일은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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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 실재하는 시간을 찾아 떠나는 물리학의 모험
리 스몰린 지음, 강형구 옮김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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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가 비시간적이라는 형이상학적 관점에 따라 행해진 가장 큰 해악은 경제학에 끼친 영향일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의 사고에서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오류는 시장이 단일한 평형 상태에 있는 계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이 상태는 가격이 조정되어 상품의 공급이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서 수요와 정확히 일치하는 상태다. 더 나아가 그와 같은 상태는 모든 사람의 만족을 최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으로 기술된다. 심지어 펑형 상태에서는 다른 누군가를 덜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 한 누군가가 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수학적 정리마저 존재한다. _ 리 스몰린, <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 p216/259

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은 시공간(時空間 Space-Time)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룬다. 공간의 다른 차원으로서의 시간, 사건(event)가 일어나는 절대적인 배경으로서의 시간, 수학적인 법칙의 공간으로서 시간을 바라보는 뉴턴적 패러다임에 저자는 반대한다. 대신, 관계론적인 관점에서 상대적인 관점, 동적인 개념으로서의 시간을 해석한다.

이러한 저자의 관점을 통해 우리는 수학과 물리학의 차이점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 공리(axiom)와 공준(postulate)에 의해 법칙을 증명해내는 수학의 방식은 기본적으로 플라톤의 <메논>에서처럼 이미 존재하는 사실(또는 결정된 결과)에 대한 증명으로 마무리되지만, 물리학에서는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법칙은 오컴의 면도날에 의해 잘라져 버리게 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는 두 학문의 세계가 하나는 이데아(Idea)의 세계를, 다른 하나는 관찰가능한 현실을 대상으로 하는 차이에서 오는 차이이기도 하겠지만. 저자 리 스몰린의 본문을 통해 절대적인 신(神)의 관점에서 작도된 법칙의 한계에 대해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풀어 설명한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러한 저자의 설명을 읽으며 시간 뿐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대한 생각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느낄 수 있다... 상세한 내용은 독자들이 직접 느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간략하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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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도 마찬가지이다. 인간 정신이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자부심은, 적개심에서건 경쟁심에서건 다른 사람들에게 인간 정신이 할 줄 아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견해를 갖게 했다. 한쪽에서 앎에 대해 극단으로 갈 때, 다른 쪽에서는 무지에 대해 극단으로 가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만사에 절제를 모른다는 것, 그리고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지점이 아니면 멈추기를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게끔 말이다.



그토록 무심하고 고요하게 자기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는 확실히 후세가 그를 그만큼 더 평가하게 할 만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정의 가운데 운명의 여신이 그의 죽음을 위해 마련한 영광만큼 정의로운 것도 없다. 왜냐하면 아테네인들은 그의 죽음을 야기한 자들을 너무 혐오한 나머지 마치 파문당한 자들을 대하듯 그들을 피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래 고통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있겠지만, 죽음을 죽음 자체 때문에 두려워할 것은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죽음은 삶 못지않게 우리 존재의 본질적인 일부분이다. 죽음은 대자연의 작업이 다채로이 펼쳐져 가는 것을 보장해 주며, 이 세계라고 하는 공동체 안에서 상실과 파멸보다 생성과 증식에 더 기여하는 것을 볼 때, 대자연이 무엇을 위해 우리 안에 죽음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심어 놓았겠는가?

자연이 준 앎을 넘어서는 저 모든 학문이란 다소 공허하고 군더더기 같은 것이다. 우리에게 소용되는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 짐이 되거나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셈이다. C "건강한 정신은 대단한 학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세네카) B 그것은 칠칠맞지 못한 하인이 공연한 흥분 상태인 듯, 우리를 섬겨야 할 정신이 과도하게 열에 들떠 있는 상태이다.

마음을 모아 보라. 당신은 당신 안에서 대자연의 논거를 보게 되리니, 그것이야말로 필요한 때가 되면 당신에게 가장 적절하게 소용이 될 진실한 것이다. 바로 이 논거를 빌려 농부도, 또 어떤 민족들은 그 전체가 철학자처럼 담담하게 죽음을 맞는다.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강력하고 유리한 자질을 내가 얼마나 높이 평가하는지는 아무리 되풀이 말해도 부족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아름다움을 짧은 폭정이라 했고, 플라톤은 자연의 특혜라고 불렀다. 신뢰도에 있어서 아름다움을 능가하는 자질은 어디에도 없다. 인간들의 사귐에 있어서 그것은 최고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아름다움은 앞으로 치고 나서며, 대단한 권위와 경이로운 인상으로써 우리의 판단력을 유혹하고 점령해 버린다.

우리 용기를 북돋기 위해 학문이 주는 가르침은 대부분 굳건함보다는 겉치레이며 내실이기보다는 과시용이다. 우리는 대자연을 버렸으며, 그에게 선생 노릇을 하려 드는데, 우리를 그토록 운 좋게 또 안전하게 이끌어 온 것은 대자연이 아니던가.

어떤 학문이건 간에 그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사람들만이 그 어려움과 모호함을 깨달을 수 있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 수 있으려면 일정 수준의 지력이 필요하며, 문을 밀어 봐야 비로소 그 문이 닫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너는 아픈 것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기 때문에 죽는 것이다. 병의 도움 없이도 죽음은 너를 능히 처분한다. 어떤 이들은 병이 죽음을 멀리 떼어 놓기도 하는데, 자기들은 이제 다 끝나 죽어 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더 오래 살았던 것이다. 더 나아가 어떤 상처들이 그렇듯, 치료해 주고 건강을 돌려 주는 병들도 있다.

젊은이들에게 충고해 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움직일 것, 그리고 조심할 것, 두 가지이다. 우리의 삶이란 그저 움직임일 뿐이다. 나는 어렵사리 몸을 일으키며 무슨 일에나 꾸물거린다. 일어나는 것도 잠자리에 드는 것도 식사하는 것도 다 그렇다. 7시는 내게 너무 이르며, 내 뜻대로 일과를 정하는 곳에서는 11시 전에 아침을 드는 일도 없고, 6시가 넘어야만 저녁을 먹는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자기에게 일어났다고 해서 불평한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너 한 사람에게만 불의한 법을 적용하려 들면 그때는 투덜대라."(세네카)321) 어떤 노인이 완벽하고 힘찬 건강을 계속 누릴 수 있게 해 달라고, 다시 말해 청춘으로 돌려 달라고 신에게 빌고 있는 모습을 그려 보라.

피할 수 없는 것은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 삶이란 이 세상의 조화로움이 그렇듯이 서로 모순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고, 감미로운 소리와 거친 소리, 날카로운 소리와 나지막한 소리, 여릿한 소리, 장엄한 소리 같은 갖가지 음조들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그중 한 가지 방향으로만 좋아하는 음악가가 있다면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되겠는가? 그는 마땅히 양쪽 모두를 함께 쓸 줄 알고 또 섞어서 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 역시 우리 삶과 떨어질 수 없이 함께 있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함께 쓸 줄 알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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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과 감사를 받아 마땅했던 이들은 이 세상에 있지 않다고 해서 그 자격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내 앞에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 그들이 계시니 나는 더 잘, 그리고 더 정성스럽게 그분들에게 갚아 드리는 셈이다.

옛날 저 델프의 신이 우리에게 했던 명령은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그대 내면을 바라보라, 그대를 알고자 하라, 그대에게 집중하라. 그대의 정신과 그대의 의지는 지금 다른 곳에서 소모되고 있는데, 그것을 그대 안으로 가져오라. 그대는 그대 자신을 흘려보내고 흩뿌리고 있다. 그대의 밀도를 높이라, 그대의 고삐를 죄라. 사람들은 그대를 속이고 있고, 산만하게 하고 있으며 그대에게서 그대를 훔쳐 가는 중이다. 이 세계는 그 모든 시선을 늘 안으로 향하고 있으며, 자기를 명상하기 위해 늘 눈뜨고 있다는 것이 너는 보이지 않는가? 안으로건 밖으로건 너에게는 늘 헛됨뿐이지만 외부로 덜 뻗으려 할수록 그 헛됨은 줄어들리라.

아무도 자기 돈을 남에게 나눠 주지는 않지만 누구나 자기 시간과 자기 삶은 나누어 준다. 이런 것에 대해서만큼 우리가 후하게 구는 것도 없지만, 이런 것을 인색하게 아끼는 일이야말로 우리에게 유익하고 또 칭찬할 만한 태도일 것이다.

날카롭고 격렬한 욕망은 우리의 기획을 수행해 가는데 도움이 되기보다 방해가 되며, 결과가 지체되거나 불리할 때 우리를 초조함으로 가득 채우고, 우리의 협상 상대들을 향해 앙심과 불신에 사로잡히게 한다.

반면 자신의 분별력과 자질만으로 일을 처리하는 자는 훨씬 즐겁게 임한다. 그는 경우에 따라 필요하면 아닌 척하기도 하고 슬쩍 피하기도 하며 마음껏 미루기도 한다. 실패를 하더라도 괴로워하거나 아파하지 않으며, 온전히 새로운 계획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항상 고삐를 제 손에 쥐고 간다.

우리의 필요와 소유를 더 확장할수록 그만큼 더 우리는 우리를 운명과 역경의 타격 앞에 드러내놓게 된다. 우리 욕망의 무대는 가장 손쉽고 바로 인접해 있는 즐거움들의 좁은 테두리 속에 제한되고 한정되어야 한다.

우리 시대 사람들은 너무도 선동과 과시를 위해 만들어진 탓에 선함, 절제, 평정심, 지조 같은 고요하고 눈에 띄지 않는 자질들에 대한 감각을 잃고 말았다. 거친 물체는 느껴지지만 매끄러운 것은 다룰 때 아무런 감각이 없다. 병은 느껴지지만 건강은 거의 혹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진실과 허위는 얼굴도 비슷하고, 태도나 맛, 거동도 닮아 있다. 우리는 그것들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내 생각에 우리는 속임수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데 느슨할 뿐만 아니라, 우리를 그 칼에 찔리게 하려고 부러 애를 쓰고 있다. 우리는 허공에 섞여 들기를 좋아하니 우리 자신의 존재가 허공과 닮아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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