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과 한 통화에서손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강남과 비강남, 수도권과 비수도권 수능 성적의 격차가 사교육 탓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 학생 성적과 가장 밀접한 건 부모 유전자다. 강남 지역 학부모들 가운데에는명문대 출신 고소득자가 많다. 이들의 자녀가 성적이 잘 나오는 건 당연하다." - P13

‘집단지성‘이 어떻게 수능을 공략할수 있었을까? 아무리 수험에 익숙한들 학부도 졸업하지 않은 대학생들이, 대학에서 해당 과목을 전공하고 십수 년간 출제경향을 연구한 사교육 강사들보다 수능에 더 가까운 문항을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할까? A 학원 대표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강사들보다 학생 출제자의 ‘주관‘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P14

정부가 대입제도를 개편한다면 이상적인 방식은?
나는 (수능, 내신 반영 비율 등에서)정부가 손을 떼고 대학 자율로 하는 게가장 좋다고 본다. 입시 문제는 아무리 정부가 여론을 수렴해 반영비율을 조정한들 이해당사자인 학생 절반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원칙적으로도 학생을 가르칠 사람이 뽑는 게 맞다. 학생의 어떤 역량이 대학 수학능력에 필요한지는 정부나 평가원, 대중보다 대학이 제일 잘 안다. 정치가 이끌어내야 하는 사회적 합의는 세부 요강이 아니라 더 큰 주제들이다. 경쟁을 완화할 것인지 강화할 것인지 능력주의를 따를지 평등을 도모할지 등이다. 숙의가 필요한 건 이런 논쟁이다. - P19

한·일 양국의 현안은 얼마든지 논의해야 한다. 그와 별개로 한·일 사이 과거사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양국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격려가 아니라 ‘더 이상 논의하지 마라‘ ‘발목 잡는다‘라고 대응한다. 3월말 일본을 갔다 왔는데 개인적으로 좀 창피하더라. 일본 사람들이 한국을 어떻게 볼까 싶어서다. ‘저렇게 빈손으로 항복할 거면서 그동안 왜 그렇게 난리를 쳤나‘ 하는 식으로 바라보는 게 아닐까 하는 시쳇말로 찝찝함이 생기더라.  - P22

한국 코로나19 대응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K방역은 팬데믹 기본 대응을 ①방역 ②의료 역량 확충 ③집단면역으로 나누었을 때 ‘①방역‘의 기능과 강도를 고도화한 전략이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된 방역 수단은 ‘개인위생‘ ‘확진자 자가격리‘ ‘구역 봉쇄‘ 정도로 정리된다. 전파 차단의 효과면에서 느슨하고 뭉뚝한 방식이다. 반면 한국은 대규모 진단검사로 확진자를 가려내고(Test), 추적조사로 접촉자를 샅샅이 찾아내어 (Tracing), 확진자는 물론 밀접접촉자까지 물샐 틈 없이 격리시키는(Isolation) 일명 TTI 전략을 구사했다. 엄청난 물량과 인력이 투입되었지만 그만큼 강력한 전파 차단 효과를 발휘했다. - P39

다시, 서울광장은 누구의 것일까? 2기 시민위 위원 (2012년 3월~2014년3월)으로 활동했던 이원재 문화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시민위의 가장 핵심적인원칙은 ‘시민들이 광장을 사용할 권리를제재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위는 행사 자체의종교·정치적 내용에 대해서는 판단하거나 관여할 권한이 없다. 사람들이 불쾌해할 것이다‘ ‘공익적이지 않을 것이다‘ 같은 주관적 추정으로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심의가 아니라 검열이다. 지금 오세훈 시장의 시민위는 집회를 차별적인기준으로 허락하는, 과거의 오세훈식 행정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 P46

사실 공무원이나 교원은 공직 또는 교육자이자 사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자연인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 그래서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 명령은 당연히 전자에 국한되어야 한다. 자연인으로서의 공무원이나 교원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시민사회 일원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민주국가에서는 이들이 공무나 수업과 무관한 시간과 장소에서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가로막지 않는다. - P51

 글로벌 공급망에서 ‘최대 수요처‘라는 중국만의 무기를 휘두른것이다. 중국이 마이크론을 대체할 반도체 공급업체로 꼽은 곳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마이크론 대체 수요를 채워주지 말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과연, 디리스킹이란 슬로건 아래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을까? 이는 일본의 대중 장비 수출이 끊어질 것이 유력한 올해 하반기에 한국에 닥칠 임박한 위기다. - P55

그러나 자사주에다음과 같은 상상을 한번 펼쳐보자.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다. 이는 저평가 신호로 해석되어 주가가 오른다. 주가가 오르니 보유한 자사주 가치도 상승한다. 자사주를 매각해 시세차익을 얻는다. 이렇게 벌어들인 차익을 다시 자사주매입에 쓴다. 그럼 주가가 오른다. 자사주를 매각해 시세차익을 얻는다. 이 차익을다시 자사주 매입에 쓴다…이처럼 기업은 순전히 자사주 매입의 ‘신호 효과‘를 이용한 꼼수로도 주가를 편더멘털 이상으로 밀어 올릴 수 있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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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준법투쟁은 그동안 은폐돼온 병원 내 불법을 폭로한다는 취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려는 간호법 제정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행위와 관련한간호사의 임무를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정의하고 있다. 보조를 넘어서는 의료행위는 간호사 단독으로 할 수 없다. - P12

간호법 제정이 급물살을 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다. 간호사들의 헌신이 널리 알려지면서 간호·돌봄 시스템 구축과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다. 2021년 여야 모두에서 간호 법안이 발의됐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각각간호사와 약사 출신인 국민의힘 최연숙·서정숙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 세 개 중 두 개가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세법안의 공통점은 간호사의 임무에서 기존 의료법에 있는 ‘진료의 보조‘라는 문구를 들어냈다는 점이다. 대신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같은 문구로 바꿨다. ‘보조‘의 기준이 불명확한 데다가 의사와 간호사 사이 관계를 협력보다는 종속적으로 규정한다는 이유에서였다. - P15

간호사들 처지에서 마지막으로 건진 것이 바로 최근 간호법 논란의 핵심 쟁점인 ‘지역사회‘ 네 글자였다. 간호사의 임무를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의 보조‘로묶어둔 채 활동공간을 의료기관과 함께 ‘지역사회‘로 넓힌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이마저도 반대 측에서는 간호사들이지역사회에서 단독으로 의원을 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 P15

다시 말하지만, 이번 간호법은 차·포를 뗀 법이었다. 간호인력 전체의 처우 개선과 돌봄 시스템 구축에 턱없이 모자란 법이다. 진보 성향인 ‘행동하는 간호사회‘
의 경우 거부권 행사 직후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의 ‘행정 독재‘를 비판하면서도이번 법안에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같은 실질 내용이 빠졌다고 지적했다.‘지역사회‘ 네 글자만으로도 첨예하게 대립할 만큼 의료계에 불신과 갈등의 골이깊음을 확인했다는 점이 어쩌면 이번 사태의 교훈인지도 모른다. - P17

섣부른 탈중국 선언의 결과는 참혹하다. 올해 1분기에만 한국의 대중국 수출감소 폭이 28.2%이다. 주요 23개국 가운데 가장 많이 감소했다. 올해 4월까지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101.1억 달러이다. 4월 대중 무역수지 적자만 22.7억 달러인데, 전체 4월 무역수지 적자인 26.2억 달러와 비슷하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은 중국과 무역에서 흑자를 내 미국·일본과 무역에서 생긴 적자를 극복해왔다. 한국의 경제성장 배경이다. 이제는 거꾸로다.
다른 나라에서 번 돈을 모두 중국에 갖다 바치고 있다는 곡소리가 들린다. G7 정상회의가 확산시킨 디리스킹이라는 신조어를 단순하게 공급망 다변화로만 받아들일일이 아니다. - P20

한·미·일 핵확장억제협의체 논의는 미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에서 먼저 진행되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워싱턴 선언 이후 한·미·일 핵협의그룹 설치에 대해 부인했다. 어쩌면 미·일 사이에 이미 논의가 진행 중인 사실을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동북아 핵확장억제 논의에서 한국을 ‘디커플링‘한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한 것도 배경이 되었을수 있다. - P21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표방했으나 지지율의 상당 부분을, 검찰을 통해서만 추진 가능한 ‘적폐 청산‘에서 얻었다. 검찰의 위세가 역대 정권 최고수준으로 막강해졌다. 검찰이 역사상 최초로 대법원을 수사하고, 대통령(박근혜)을 구속했다. 그러나 ‘검찰은 검찰의편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뒤늦게 검찰개혁에 나서지만, 이에 검찰이 반발하면서 시민들도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결국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 공정하게
‘수사하는 집단‘이라는 착시 현상이 발생했다. 윤석열 당선의 배경이다. - P25

SG증권의 대량 매도 배경에는 차액결제거래 (CFD·Contract For Difference)가 있었다. 8개 회사 주식 모두 SG증권을 통해 CFD 계약이 맺어져 있었다. CFD는말 그대로 차액으로 수익을 내는 장외파생상품이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정해진증거금을 내면, 증권사는 투자자 대신 주식을 사주고 추후 차액만 정산한다.  - P36

그럼 이번 사건의 핵심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일차적 원인은 라덕연 호안스탁 대표의 주가조작 행위다. 그리고 라덕연 대표의 불법행위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금융감독원의 책임이 핵심이다. 사실상 ‘주식 리딩방‘ 형식으로 운영되는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주가조작 행위에 대응해야 할 주체는 금융감독원이다. - P39

노키즈존 논란은 여러 각도에서 볼수 있다. 경제활동의 자유에 주목할 수도있고, 아동 배제 정책이 필연적으로 이들의 보호자, 특히 엄마인 여성을 함께 차별하는 효과에 집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인주의적 관점에 대한 비판은 그동안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주린이‘ 같은 말이 농담으로 쓰이는 사회에서 어린이 정체성을 가진 시민의 삶은 어떨까. 성인 누구나 한때 아동이었음을 생각하면 더 씁쓸한 일이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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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와 윤석열 정부 직제 개편시기 및 내용을 비교하면, 윤석열 정부는 집권 2년 차에 접어들 때까지 사실상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부조직개편안 확정과 정부의 핵심 정책 선정 (3+1개혁)이 늦어졌기 때문인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들은 출범과 더불어 핵심 정책을 내걸고 취임 전후로 대통령령을 통한 직제 개편을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된다.  - P14

윤석열 정부의 직제 개편과 역대 정부의 직제 개편의 차이점은 법무부와 검찰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정부가 ‘시행령 정치‘ ‘법위의 시행령‘ 지적을 받게 된 계기도 법무부와 검찰의 직제 개편이었다.  - P15

‘시행령 정치‘ 논란이 역대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불거지고 있지만 통제장치는 부족하다. 입법예고와 법제처심사, 차관·국무회의는 일종의 행정부 내부 통제장치이지만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어렵다.  - P19

복잡하고 위험한 투자 방식을 택하면서도 김남국 의원은 과감했다. 투자 액수만 컸던 게 아니다.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웃돈을 얹어 급하게 샀다. 그는 클레이페이 전체 유통량의 약 10%를 한 번에 매수했다. 이를 위해 김 의원은, 쉽게 말해 ‘시가‘ 이상의 비싼 코인까지 사들였다. 결과적으로 33억원어치 위믹스로 그가 얻은 클레이페이 가치는 33억원이 아니라약 25억원에 그쳤다. 김동환 대표의 말이다.  - P21

윤태범 교수는 김남국 의원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은 ‘공직자가 수행하는 직무가 공직자의재산상 이해와 관련돼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해당 법은 처벌 조항이 없기에 이것을 형사처벌로 연결해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의무와 책임을 묻기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 P23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제한 조치에 대한 일본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당시 한국 승소를 이끌어낸송진호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연구교수(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영년직 연구원)는 "과장은 경계해야겠지만, 시민들의 공포가 비과학적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연간 1mSv가 법적인 허용치라고 해도 시민들은 더 높은 수준의 안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특히 한국이 볼 때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으면 가장 좋고, 되도록 천천히 하는 게 더 좋다. 일본은 ‘다른 나라들도 원전에서 삼중수소를 내보내고, 기준치 이하로 방류한다는데 왜 시비를 거느냐‘는 식의 태도를 보이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불안정한 상황을 고려할 때 단순 비교는 어렵다. - P27

인간의 판단으로 합사하거나, 정작 혼자있지 말아야  할 동물이 고립되면서 숱한문제가 발생했다. "동물끼리 서로공격해서 죽는 경우도 있다. 좁은 우리에가둬두면 당연히 싸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데 동물이 원래 포악하고 사납다며문제를 동물의 책임으로 돌렸다." 동물의질병과 사망, 그리고 번식이 끝없이반복되었다. 어느 순간 ‘이건 폭력이 아닌가 되물었다. 청주동물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 P55

누군가에게 이름을 준다는 것은 계속해서 말을걸기로 하겠다는 의미다. 그 관계 맺음을 지속해 나가겠노라는 약속이기도하고, 살아 있는 모든 개체의 고유성을 다시 한번 되짚어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문득 전에 없던 묵직함을 안고서 고양이들의 이름을불러본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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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 부문에서는 한국·일본·타이완·중국·유럽연합등 주요국들이 거의 어김없이 관련 법률을 이미 제정했거나 추진 중이다. 그러나이런 나라들은 보조금 수혜 기업들에 ‘누구와 거래하면 안 된다‘ 같은 조건을 달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은 특별하다. 지정학적 목표를 노골적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 P17

미국과 기술 측면에서 경쟁하며 다음시대의 주역이 되려는 자는 누구인가? 중국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설리번이 말했듯, 중국의 기술 역량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이 오히려 퇴보하도록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야 한다. 반도체법과 10-7 조치의핵심이다. - P19

한편 중국의 약점은 강점이기도 하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수요의 80% 정도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2020년의 반도체수입액이 무려 3500억 달러를 웃돈다. 반도체 제조 장비 부문에서도 중국은 전세계 수요의 25~30%를 점유한다. 이 정도의 고객을 무시할 수 있는 공급업체는 없다. 미국의 ‘중국 포위망‘에 참여한 국가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당장은 바이든정부의 위세에 휘둘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발심이 강해질 것이다. 내부분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 P21

설계부터 제조,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생산의 전 과정을 모두 수행할 수있는 나라는 없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팹리스, 제조 장비 등 고부가가치 부문에서 여전히 최대 강자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한국과 타이완이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재 부문에서 상당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의 지식재산과 네덜란드의 노광장비가 없다면 전 세계의 반도체 생산이 중단될 것이다. 최근 격화되기 시작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반도체 전쟁은 지난 30여 년 동안 형성되어온 이 같은 글로벌공급망의 미래를 오리무중으로 몰아넣을 전망이다. - P25

<요미우리 신문>은 이렇게 한·일 사이에 있는 입장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즉, 일본은 미국의 핵 사용 판단에
‘소극적 관여‘라는 입장이지만, 한국은 실천적 핵억지력 구축 차원에서 핵 사용 협의에 ‘적극적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일본이 ‘소극적 관여‘의입장을 취하는 것은 일본이 피폭 국가이고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고향이 히로시마이기 때문이다. 핵 협의체에 참석은 하되, 피폭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는 교묘한 태도이다. - P31

지금 한·미·일이 논의 중인 군사협력의 수준은 무한 군비경쟁을 통해서 안보 딜레마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3국 군사협력 강화가 도리어 주변국들과 충돌하여 우리의 안보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의군사화에 백지수표를 내어주는 듯한 상황은 미래의 안보 불안 요소가 될 것이다. - P32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양 지대장의 죽음을 두고 ‘혐오 살인‘이라고 표현했다. "건설 현장에 노동조합이름을 쓰는 조폭도 있는 건 사실이다. 건설 노동자들을 ‘노가다‘라고 해서, 천대시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말로 자부심을 가지고 현장을 바꿔보려고 열심히 활동하는 노조원들이 있다. 그런데 대통령과 장관이 이런 사람들까지도 하루아침에 조폭과 동일시하고,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지 않았을까. 구속영장도 정부기관의 공적 문서인데, 노동조합 이름 대신 ‘무슨무슨 파‘라고 넣어도 전혀 어색함이없다. 경찰이 노조 활동을 조폭과 똑같이 바라보고 있다. 당사자가 읽었다면 충격이 컸을 것이다." - P37

간협이 보기에, 간호법은 고령화 대책이다. 고령화에 따라 만성질환자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이들 다수는 긴급한 치료가 아니라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펴낸 ‘2022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 중 79.6%다. 의료법상 간호사의 업무인 ‘간호 판단‘ ‘간호 요구자에 대한 상담 요양을 위한 간호‘를 병원 밖에서 하도록 유도하자고 간협은 주장한다. ‘돌봄‘의 질 향상이다. - P39

지난 30여 년간 세계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목도해온 것은 투자할 자본의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과잉화된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기업은 성장하지만, 국민은 안정적인 일자리의 부족에 시달리며 언제든 가난해질 수 있다는점이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합리성이 경제를 통해 추구해야 할 국민적 이해와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둘 사이의 괴리가 점점 커져왔다. - P43

여야 정치권이 합작한 강원특별법은 중요한 선례가 될 수밖에 없다. 지방분권이라는 명분 아래, 중앙정부가 개입해야할 ‘의무‘를 놓아버린 첫 번째 사례가 될수 있다. 거꾸로 지역 입장에서는 최초의성공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 5월10일 국회 공청회 이후 특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법안이 수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국회 통과를 장담한다. 심각한 것은 이것이 강원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 P47

원래부터도 소아과 의사들은 그런 상담을 다 해왔어요. 아이는 아픈 곳만 특정해서가 아니라 통으로 봐줘야 해요. 소청과 수련 과정에서 제일 중요하게 배우는 내용이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라 독립적인 주체이다. 아이의 성장 발달은 어른과 다르다. 아이는 어른 환자처럼 현재 증상만이 아니라 변화를 봐줘야 한다‘라는 거예요. 소아과 진료실에 있으면 예방접종 때 보호자와 가장 많은 대화를 해요.  - P49

어느 역사가나 사회과학자도 역사적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온전히 도달하는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역설적으로 그것은 학문 탐구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단일한 시각과 내러티브로는 불가능합니다. 인간의 감각이나 기억의 불완전성, 트라우마에 의한 왜곡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스스로 의심하고 질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시각, 각자의 내러티브가 있습니다. 우선은 많은 내러티브들을 모으는 것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데 중요할 것입니다. 이 글이 1980년 5월을 밝히는 데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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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도 신학기와 환절기가 겹친 3·4·5월은 소아과가 붐빈다. 올해는 차원이 다르다. 마스크 착용이 전면 해제되고 지난 3년간 코로나19 유행으로 주춤했던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단체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감기 바이러스 7~8종이 일시에유행하고 있다. RS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나을 즈음이면 보카 바이러스에 보카 치료를 끝내면 아데노바이러스에 다시 걸리는 식이다. 3월부터 두 달째 약을달고 사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치료 시기를 놓쳐 폐렴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생긴다. - P13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제자리를 찾을 문제까? 이 ‘특수 시즌‘이 지나면 지금 당장 목도하는 극단적 형태의 소아과대란은 약간 풀리겠지만 소아과 의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은 앞으로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몇 년째 전공의를 확보하지못한 진료 과목은 전공의 확보율을 반등시키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 전공의 정원이 비었던 그 병원, 그 과에 전공의로 들어가면 1년 차 레지던트가 2~3년 차 레지던트의 일까지 모두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팔라지는 저출생 기조도 예비의사들의 소아과 선택을 주저하게 한다. - P17

숨겨진 비밀은 바로, 이 빛 좋은 개살구 같은 핵협의그룹에 있다. 정부는 핵협의그룹을 강화된 확장억제의 알맹이로꼽고, 심지어 제2의 한·미 방위조약이라고까지 칭한다. 정작 차관보급 회의체에불과한데도 말이다. 그래서 빛 좋은 개살구같지만, 한·미 핵협의그룹은 한·미·일3자 핵협의그룹으로 변신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숨겨진 비밀이다. 나아가 오스트레일리아까지 포함한 아시아 핵협의그룹으로 확대해갈 것이다. - P27

정부 관계자들은 국제정세가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이 아닌 ‘전략적 명확성‘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러시아와 각을 세우더라도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미·일 핵협의그룹이 만들어지면 동북아시아에서 이 전략적 명확성이 가시화되는 조치가 될 것이다.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중국·러시아 2개 나라가 한국에 대한 위협을 전략적으로 명확하게 하는 시기가 눈앞에 닥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무역, 한반도비핵화와 평화 체제, 그리고 미래의 한반도 통일 등 우리의 국가이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나라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 P28

그런데 AI가 개를 포함한 온갖 동식물과 물건과 풍경과 개념의 이미지를 텍스트에 연결 지어 ‘복원 (생성) ‘해내려면, 수많은 이미지와 텍스트의 쌍이 필요하다. 스테이블 디퓨전은 인터넷상에서 긁어모은 50억 개가 넘는 이미지 - 텍스트쌍을 학습했다. 출처는 워드프레스 같은개인 블로그 플랫폼, 디비언트 아트 같은아트플랫폼, 게티이미지 같은 이미지 플랫폼 등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따로 동의를 구하거나 대가를 지불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 P35

논란의 핵심에 ‘화풍‘이 있다. 인간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하는 데인생의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런데 국내외적으로 화풍(그림체·스타일)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법이 보호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표현‘이다.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장려하는 취지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화풍이고, 어디부터가 표현인가? 생성 AI의 등장으로 누구나 짧은시간에 특정 아티스트 스타일의 작품을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누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해당 예술가에게 작품을의뢰할까?  - P38

생성 AI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공들이는 걸 포착해주는 독자들이 있길 바란다. 번역가로서 엄밀한 표현을 쓰려고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시간을 들인다. 그런데 요즘 신문을 보면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문장들, 특히정치 영역에서 의도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하는 말들이 난무한다. 거기에 대해서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다. 당연하다고 여기고 넘어간다. 말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 자체가사회적으로 의미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으면, 특히 기자들이 끝까지 질문했으면 좋겠다. 말의 의미에 대해서. - P41

반면 정부는 피해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돕는 데에는 선을 긋는다. 주거까지는 정부가 지원하겠지만, 재산 손해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세 사기도 단지 사기의 일종일 뿐이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 P44

대통령의 연설은 눈앞의 청중을 기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서 질문을 한 단계 더 들어가보자. ‘그런데 한국 대통령은 왜 미국 의회에서 연설했나?‘ 청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만족한 상대를 대상으로 우리 몫을 얻어와야 한다. 그 지점에서 윤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을 따져봐야한다. 외교에는 국적이 있기 때문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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