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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영이의 이슬람 여행 - 세계사에서 숨은그림 찾기
정다영 지음 / 창비 / 2003년 1월
평점 :
2001년 9.11 사태로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이슬람 세계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오사마 빈 라덴이란 낯선 이름도 듣게 되었고, 성전 '지하드'라든지, 비행기를 납치해 쌍둥이 빌딩에 묻게 된 깊은 한과 철저한 준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고등학생이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 요르단 - 터키 - 이집트를 방문하고 나름대로 깊숙한 공부를 하고 돌아온 보고서이다.
좀 아쉽다면 전문가이 글이 아닌 만큼 자료 화면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재동 화백의 실크로드 기행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가의 인상에 남은 것을 선 몇 개의 스케치로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깊은 한에 대한 이야기는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피부로 느낀 요르단의 후쎄인 왕가의 중립 정책, 과거 투르크 민족의 영광이 남아 있는 터키, 인류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의 다양한 신전, 유물들을 바라보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깊이를 갖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이런 수준의 글을 만들어 낼 정도라면, 정말 기특한 일이다. 아니, 존경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우선은 아버지거나 주변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 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일 것이고, 쉽지 않은 이슬람 관련 서적들을 소화해 낸 다영이의 능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나도 막연히 한 손엔 코란, 한 손엔 칼을 든 무지막지하고 무식한 그리고 무식해서 용감한 이슬람 교도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헐리우드에서 만든 잔혹한 인디언 이야기의 다른 에디션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일부 다처제는 불공평한 제도가 아니라, 십자군 전쟁 이후 부족한 남자들을 대신하여 여러 가족을 책임지던 제도라는 것과, 차도르를 입고, 히자브를 써야 하는 여인들이 얼마나 답답할까... 하고 여성 차별을 생각했는데, 사실 벗으면 벗을수록 인간은 차별받게 된다는 깊은 사실도 깨달았다. 우리의 두루뭉술한 한복은 얼마나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가. 날씬한 허리를 드러 내고, 배꼽에 피어싱 하고, 허벅다리를 다 내 놓고 다니니깐, 못생긴 수많은 정상인들이 극소수 이상하게 생긴 돌연변이들 때문에 고통받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네루의 세계사 편력의 한 구절... 인도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 왕은 정복 전쟁에 나선다.그러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경험하며, 전쟁과 학살 등 모든 행위를 혐오하게 된다. 아소카 왕은 승리를 거둔 뒤에 전쟁을 포기한 역사상 유일한 군주다. 그의 말. '참되고 유일한 정복이란, 자아의 극복이며, 다르마(진리, 법, 의무, 덕 등)로 인간의 마음을 정복하는 것이다.'
세계는 아직도 전쟁의 포화로 얼룩져 있는데... 이 단순한 진리는 어디에 파묻힌 것일까. 다영이 덕택에 새로운 세계에 눈을 돌린 계기가 되어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혹시 이 서평을 읽을 기회가 있을까 해서 부탁 한 마디. 인터넷 소설을 썼던데... 귀여니처럼 재주가 승하면 이름을 더럽힐 수 있단다. 이 좋은 종합적 사고력의 재주를 그런 곳으로 흐트리지 않도록 적당한 절필이 필요할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