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아 사랑해
이지선 지음 / 이레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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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예전으로 돌아가고픈 생각이야 없을까마는... 고난을 이길 수 있는 낙천적인 그가 훌륭하다. 텔레비전에서 유명해 졌다는데, 나는 천성적으로 텔레비전 기피증이 있어서 책을 보고야 알았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텔레비전을 거치면 상품화 되기 때문에 본질이 왜곡되기 마련이다. 두 번의 생일을 가진 그가 하느님의 도구로 살아가기까지, 얼마나 어마어마한 마음 고생을 거쳤을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모리 선생님 생각이 난다. 삶의 연장선 끝에는 죽음이 있고, 어쩌면 삶과 죽음은 끝점이 있는 선분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저 거치른 파도의 해원에 부유하는 우리 삶이 사는 것이 곧 죽는 것이고, 죽는 것도 곧 사는 것임을 증명한다. 그의 홈페이지에 접속 인원 수를 보고 텔레비전의 거품을 새삼 느낀다. 잠시 관심을 두었다 금세 식어 버리는 냄비같은 거품. 그의 삶이 조금씩 조금씩 행복해지는 그것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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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1 한길그레이트북스 128
홋타 요시에 지음 / 한길사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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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타 요시에란 작가를 처음 접하면서, 시오노 나나미 생각이 많이 났고, 일본의 '오타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역시 선진국이란 다양한 분야의 인프라가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겐 낯선 나라 에스파냐.
우리는 플라멩고와 투우로 유명하지만, 플라멩고도 에스파냐의 정통은 아니란다. 하기야 그 나라의 전통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마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에 대한 애정이나 홋타 요시에의 에스파냐에 대한 집착은 유사한 측면이 많다.

다른 점이라면 시오노 나나미의 글이 맛깔스런데 비해 홋타 요시에의 글은 다소간 현학적이고 파편적이다. 글에서 우러나는 맛이 좀 떫떠름하다.

에스파냐의 지도를 한 장 그렸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읽으면서 들었던 북부지방의 지명들이 그나마 친숙했다. 아라곤 지방과 카스티야, 레온과 갈리시아 지방이 나오고, 순례길이 나오면 반가웠다.

지적 허영이라고 할까. 허영이란 질병은 인간을 다소간 행복하게 만든다.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욕망은 또 다른 허영을 만들고...

고야의 그림은 좀 우울하다. 그의 아내 그림은 더 우울하다. 스무 명의 아이를 낳아 한 명만 성장한 어머니의 마음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질병과 귀먹은 이의 짜증이 그의 자화상에서 배어나온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고, 실제로도 분명히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 결과가 되는 수수께끼 그 자체인 에스파냐의 역사'를 읽으면서 우리와 흡사한 일면이 읽는 맛은 씁쓸하다.

영어를 잘 해야 되고, 컴퓨터를 잘 해야 되고, 집집마다 인터넷으로 게임 중독에 빠지고, 휴대폰을 귀에 달고 다니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그림자에 가려진 밑빠진 독 같은 우리 나라에는 없는 인문학의 인프라가 새삼 부러워지는 책이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돈 안 되는 분야에도 오타쿠가 많아지고 그것이 인프라가 되어야 '양적 증가를 통한 질적 변환'을 이룰 때도 올 것인데... 정지용의 말마따나 메마른 입술만 쓰디쓰다.

홋타 요시에와 따가운 햇살과 황야를 배경으로 노천카페에서 한담을 나누듯 읽어야 하는데, 좀 지루하고 졸리고 어렵기도 했다. 간혹 매혹적인 통찰력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네 권을 읽는 동안 경쾌함보다는 늘어진 느낌이고 적당히 자리를 마무리하고픈 생각이 드는, 궁합이 맞지 않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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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기행 - INDIA
강석경 지음 / 민음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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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 2학년 때 강석경의 소설이 무슨 상을 받았다. 그런데, 난 그 소설이 너무 싫었다.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아는 이들은 알 것이다. 나는 그 아름다운 청춘의 대학 생활을 최루탄 가스 아래서 질식할듯이 병들었던 젊음이었다. 그래서 어떤이가 이 책을 권해 주었을 때, 작가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책은 상당히 예뻤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특징, 쥐뿔도 없는 것이 겉모습은 그럴 듯 한 거.

사진도 시원스레 색상도 예쁘다. 그런데, 막상 기행문과 딱 들어맞는 사진은 거의 없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어 보라,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읽어 보라. 설명에 적합한 사진이 바로 옆에 착 붙어 있어 글을 얼마나 살려 주는지를... 그의 글을 읽다가 짜증이 책 밖으로 튀어나왔는지, 며칠을 읽지 않고 꽂아 두었다. 그 동안 인도사학자 김옥순님의 글을 읽었고, 근 열흘만에 마무리를 지으려고 잡은 책은 술술 넘어 갔다. 그새 익숙해 진 탓이리라. 우리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이렇게 얼마나 잘 익숙해 지는가. 악담은 길수록 나쁜 법.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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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가 있는 풍경 - 인도사학자 이옥순의 인도문화기행
이옥순 지음 / 책세상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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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이란 것의 기준은 정하기 어렵지만, 인도에 대해서는 편견이 많다는 것이 객관적인 의견 같다. 인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천민 자본주의의 못살고, 더럽고, 끈적거리는 인간들의 나라로 여기는 시각과, 상당한 철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행복한 나라라고 여기는 감상적 시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읽은 책은 류시화의 책이 몇 권 있었는데, 그는 인도와 같이 살 수 있기에 인도를 후자의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거 같다. <강석경의 인도 기행>은 한편으론 객관적으로 보이면서도 시야가 좀 좁아보였다.

이옥순의 기행은 어느 정도 개인적인 시각을 유지하지만, 역사학자의 글 답게 역사에서 추출한 객관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인도 사람들과 살갑게 나눈 정감들이 부족함을 본다면 이것도 객관적이라는 말을 붙이기엔 함량미달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1984년 12월 3일, 미국 국적의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실수로 가스 누출 사고로 7000여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아직도 수십만이 고통받고 있으나, '운있는 자는 죽었고 운없는 자는 살았다'고 할 정도로 지독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도에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배터리가 활발히 유통되는 것을 본다면 맥베스의 말마따나, 인간에게는 진지함이 없는 것일까.

스와데시가 없는 스와라지(자치)는 의미가 없다면서 물레를 돌리던 간디의 저항이 아직도 계속되어 콜라를 이긴다는 인도에서 비록 쌀알로 새긴 예술(콜람)은 사라져 가지만, 그들의 천천히 가는 역사에서, 그동안 너무 빨리 달려와 이젠 지향점도 속도감도 잊어버린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도 많지 않을까.

인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지는 몰라도 인도를 향한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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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블루스 1
정철연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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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할인매장의 밤 늦은 시각은 도시 생활의 또 하나의 재미다. 조용한 시골의 한적함을 즐기지 못할 바에는 이런 공간의 틈새를 이용할 법도 하다. 아들 녀석과 주온2 영화를 보고 나니 열한시가 넘었다. 둘이서 사람이 거의 없는 할인매장에 가서 한 시간 너무 책을 읽는다. 낮이면 시끌벅적하던 아이들의 공간에 높이가 낮아 마음 편한 푹신한 의자에 앉아 읽기엔 역시 만화가 최고다. 동화를 읽든지...

요즘들어 포엠툰, 스노우캣, 파페포포 같은 만화류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각기 다른 강점들을 갖고 있다. 마린 블루스 2권은 아직 할인 매장에 없다. 1권을 읽은 소감은 '아직'이다. 역시 인터넷에 오른 그림 답게, 재치있기는 하지만, 뭔지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허공을 짚은 것일까?

空 그 자체인 생각을 인식하려 하는 나의 '오온'이 어리석은 탓일까...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그려내긴 했지만, 성게군, 불가사리, 선인장 양 등의 형상화는 그다지 탐탁하지 못하다. 그 성격에 딱 어울리는 소재라야 하는데.. 그중 선인장 양은 조금 맘에 든다. 성게군은 남들 곁에 가기 힘들다는 건지.. 좀 어색하기도 하고...

그러나 시작만 보고 장래를 점치기 어려운 법, 마린 블루스의 2권을 보고 싶다. 작가의 가능성을 보고 싶은 것이다. 젊은이의 힘을 보고 싶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시대가 힘들어 그렇지, 다들 깊은 생각을 갖고 살아간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진다. 청춘이 아니면 누리지 못할 정열과 열정과 이상의 세계를 구체화시켜 주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을 한 켠으로 접으면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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