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내혁명 - 뇌 분비 호르몬이 당신의 인생을 바꾼다
하루야마 시게오 지음, 반광식 옮김 / 사람과책 / 199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존재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당시엔 '뇌'라는 대상에 별로 관심이 없어 무시해 왔다. 무시했다기 보다 읽을 기회를 미뤄 두고 있었다. 속으로는 자기 계발과 관련된 책 쯤으로 치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론을 읽으면서 인간의 '뇌'에 대해 알고 싶어져서, 예전에 보았던 이 책을 떠 올려 서점에서 찾아 보았더니 특이하게도 '건강' 코너에 꽂혀 있었다. 그때부터 책을 읽으면서 '내가 추측했던 내용의 책이 아니었구나...'하는 실망을 거둘 수가 없었다.

간단히 이 책은, 인간의 뇌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급격한 운동을 하면 다양한 독성 물질들을 방출하므로 긍정적인 사고를 해서 베타 엔돌핀을 만들고, 체조같은 운동을 통해 군살(지방)을 빼고 근육을 유지하며, 식이 요법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면 100살도 더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의 건강과 장수는 누구나의 희망사항이라 하지만, 진정한 희망 사항은 <행복한 삶>이 아닐까. 행복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물론 건강과 살아있음이 필요조건이 되겠지만 우리 현대인들이 '먹기 위해'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만 비만으로 빠져드는 현대인의 정신 세계야 말로 하유야마의 '미병' 상태의 치료가 필요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기행 1
박재동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바리데기와 함께 가는 서역 삼만리... 비단길.. 실크로드.. 예전에 비단을 서역으로 전달하던 길이었다는 피상적인 의미 이상으로 아름다운 비단길. 실크로드. 화백의 말마따나 둘 다 참으로 함부로 쓰기 아까운 낱말들이다.

삼십사일간의 서역 여행길을, 밀양 배내골 원불교 수련원에서 콸콸 쏟아 내리는 계곡 물소리와 매암매암 한창 마지막 피치를 올리는 매미 울음 소리와 선선한 늦여름 밤중의 보름달(이제 한 달이면 한가위니 가을도 다 되었다)을 느릿느릿 감상하며 잘 읽어 내렸다.
원래 박재동 화백의 그림을 좋아하는 데다가, 실크로드 라는 꿈의 길에 얽힘 글이라 한 장 한 장 넘기기 아쉽게 읽었다

우리와 같은 스키타이 계통의 말들이라 그런지, 참 곰살맞은 단어들이 많다. 등장인물들의 멋대로식 어원 풀이도 그럴듯하게 들리고, 광막한 광야와 사막과 설산과,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사람, 사람, 사람들... 그리고, 아이들, 아이들, 가장 순수한 아이들.

화백이 그린 인간의 종류는 이렇게 두 종류였다. 아이들과 사람들... 등장인물들이 '절대론'과 '상황론'으로 풀이하곤 했던 많은 현상들... 시대와 환경에 상관 없이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있는가? 있다. 바로 아이들의 눈망울. 그걸 내려다 보는 사람의 마음이 순수해 질 수 밖에 없을 것. 더욱이 부모임에랴... 어른들은 상황론에 맞게 변화하겠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차이,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눈매와 퍼주는 인심이랑 관광지의 닳아 빠진 상인들...

그러나 그곳에 사람들이 있었음을 보고 온 박재동 화백의 이야기 속에서 가 보지 않은 그 길들이 오롯이 살아 있다. 나도 고산 지대를 오르는 듯이 숨가빴고, 국경을 넘어 긴장했고, 수없이 크게 박힌 별들과 쏟아져 내리는 달빛에 마음이 녹아 내렸고, 가도가도 끝없는 강물 줄기 따라 마음도 덜컹거렸고, 넓은 초원과 호수 속에 눈길 아스라이 던졌던 머나먼 여행.

중원의 하나됨을 역설하는 중국인의 포용력과, 깨끗한 사람들이 사는 파키스탄... 어디서나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때묻지 않은 세상이 있음을 읽으면서 나 또한 행복해 졌다.

'행복하고 싶은가? 남을 행복하게 해 줘라!' 바리공주가 서천서역 수만리 험하고 험한 길을 달려온 그들에게 줄 감로수가 바로 이 말인지 모른다. 몇 년 전, 류시화의 인도 기행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의 '노 프라블럼'이 떠오른다. '돈 워리, 비 해피' 아닌가. 하쿠나 마타타(라이온 킹에 나오는 걱정할 거 하나 없다는 말)

달라이 라마처럼 행복하려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읽으면서도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문명인으로서의 나와, 나처럼 많이 읽지도 보지도 않았으면서, 자신이 행복함을 서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그이들 중, 과연 누가 더 행복할 수 있는가. 행복에 가까이 있을까. 과연 나는 행복할 수 있는 것인가.

수많은 화두를 던져주었던 이 책을 덮으면서, 다시 한 번 삶과 나의 존재에 대해 명상에 잠긴다. 도서실에서 빌려 본 이 책은, 정말 오랜만에 가지고 싶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쪽이, 세계오지를 가다 - 만화 오지 탐험, 이색 문화 체험 반쪽이 시리즈 2
최정현 글 그림 / 한겨레출판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역시 지옥이 아닐까. 심심한 천국 사람들이 자원해서 지옥을 간다니까 말이다. 평등 부부로 유명한 반쪽이가 세계의 오지를 갔다 왔다. 우리 아들 이야기로 오지가 다섯 나라냐고 묻던데, 글쎄, 다섯 나라 이상이긴 하지만, 정말 우리 삶과는 다른 단순한 삶은 사는 나라들의 이야기였다.

아직도 수천년 전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파푸아뉴기니나 탄자니아 등의 원시적 생명력, 그리고 신화 속의 아마존을 본딴 인류의 허파, 밀림의 젖줄 아마존 강, 이과수 폭포와 미션, 공산주의와 식민지의 고난의 역사를 기록한 우즈베키스탄의 조선족도 한국인도 아닌 '고려인'들... 수많은 동서 냉전과 독재자의 핏자욱이 아직도 남아 있는 많은 국가와 많은 부족들의 이야기.

역시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바라본 시각을 읽을 수도 있었지만, 미술 전공자의 재치있는 그림과, 여행이 주는 들뜬 기분이 차분한 기록 정신으로 남아있는 좋은 책이었다. 세계를 돌아 볼 기회를 가진 그에게 부러움이 느껴진다. 어떤 면은 위험을 감수하고 다니기엔 좀 무서운 곳이라 이렇게 만화 속의 저편에 두고 읽기가 맘 편한 오지들...

아쉬운 점이라면, 너무나도 여러 문화의 남성들이 전쟁을 빙자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여성들이 노동과 육아를 담당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반쪽이는 이것을 독재국가(우리 나라는 무슨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공산당이 쳐들어 온다'고 하는 양치기 소년의 습성을 가진 대표적 국가 아닌가)이 횡포에 비유하곤 했다.

가능하다면, 작가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우리 나라의 여성 정책의 등대가 될 밑그림을 보여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그러려면, 중국이나 일본, 스칸디나비아 등의 여성 선진국의 면모들을 그려주는 것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철학적인 하루
피에르 이브 부르딜 지음, 강주헌 옮김 / 소학사(사피엔티아)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그래. 프랑스의 고등학생은 철학을 배우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치자. 그럴 수 있을까? 글쎄. 이런 책도 이해 못하는 프랑스 고등학생이 바까로레아에서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내 생각은 불. 가. 능. 우리 나라 대학 신입생이 면접 고사에서 아주 사소한 문제라도 이런 문제를 질문 받았다고 치자. 어느 한 놈, 대답할 수 있는 놈이 있을까. 있다면, 그 놈은 떨어질 지도 모른다. 그리고 , 아마도 없을 거다. 필 이라는 놈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자신이 어떤 녀석인지, 존재론적 질문을 떠올린다.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을까.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대학 시절. 최루탄 가득한 학교 정문을 지나다가, 실루엣으로 비친 삼봉산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진실은 뒤에 감춰져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고. 그러나 그 당시 그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고, 물어 볼 수도 없었다. 당시에는 정답으로 일컬어지능 한 무리의 집단이 있었기에. 철학이란, 과연 정답이란 있는 것일까? 하고 자꾸 따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철학에 무지한가. 아주 무식한 질문. 너는 누구인가. 에 답할 수 있는 누가 있는가. 다들 자기가 잘났다고 고집만 부리는 어리석은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씨- 익 웃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일 따름인 것을... 정말 인간이 싫을 때가 있다. 인간의 냄새가 싫으 ㄹ때가 있다. 그러나 그 인간들은 그 독한 냄새를 풍기면서, 같은 종족임을 확인하러 자꾸 가까이 다가 선다. 독한 인간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자유롭게 자기 생각이 옳은 것이 아닐까, 하고 질문할 날이 언제나 올까. 우리 아이들은 영원히 병신처럼, 멍청하게, 주는 밥도 못 처먹는 정답찾아 헤매는 하이에나들이 되는 건 아닐까. 우리 나라는 언제나 아이들이 정말 공부하는 놈만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될가. 비극적인 상황만 떠올리는 비극적인 이야기였다. 불행히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읽히고 싶지 않은... 철... 학.. 이 야 기. 우리 아이들에게 철학은 너무 비참한 이야기이므로.

왜냐. 사치를 모르는 상놈들에겐 사치란, 별천지의 천국 이야기이므로, 듣는 것 만으로도 우리 세상의 비극을 지옥 스러움을 처절히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에 이 책을 집어 들 때는 독후감 에세이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서론을 읽으면서부터 뭔가 잘못 접어 든 길에서 당황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환갑을 넘긴 일본인의 독서 편력과 책에 대한 집착을 바라보면서, 정말 대단한 책벌레이구나, 그리고 세계에서 제일이라는 일본의 독서 환경을 부럽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요즘 우리 텔레비전에 나오는 책을 읽읍시다 라든지, 도서관을 세웁시다 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꼈던 우리 독서 문화의 후진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일본에 수십년 뒤져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가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다느니, 업다느니 이야기들이 많다. 그러나, 도서관이 없고, 책 읽는 사람이 없는 우리 사회를 보면 어두운 건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서점에 가서 쪼그리고 앉아 책을 읽는 어린 아이들을 보라. 희망의 불빛이 보이는가? 절망의 미래가 보인다. 전부 귀신 이야기에 머리 쳐박고 몰두한다. 그나마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아이들은 훨씬 나은 편이다.

그의 독서 지도는 독특하다. 일단 돈을 아끼지 않고 책을 산다는 점은 부럽다. 나는 이사다닐 게 두려워서 책을 못 사고 있는데... 그리고 그의 책을 읽는 게 재미있다는 삶이 부럽다. 나는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책을 잡지 못하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든다. '나를 찾는 시간'을 갖고 싶은 요즘. 피아노를 바이엘부터 치기 시작했다. 한 달만에 바이엘 상권을 떼고 이제 하권으로 들어간다. 숨쉬기 운동도 하면서 소화가 훨씬 가볍게 된 것을 느낀다. 그리고 책을 종일 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찬물에 발 담그고 책 읽고 있는 순간만큼은 내가 '나'임을 느낄 수 있다. Ich bin Ich.

내가 나라고 느낄 수 없는 시간도 많다. 아이들이 재미없어하는 수업 시간. 쓰잘데기 없이 인간들이 모여서 지껄여대는 회의시간(나는 직원 회의, 전체 조례 이런 것을 선천적으로 증오한다), 별 일도 아닌데 모여서 마셔야 하는 술자리(많은 사람들은 술 자리에 꾸준히 참석 하는 것이 인간성과 비례한다고 착각하고 있다), 술의 후유증으로 아무 것도 못하는 비인간적 상태, 지독한 잡무와 쓰잘데 없는 연구 등등..., 속썩이는 학생들과 아무 교감없는 지도로 신경을 상할 때..., 운전대 잡고 앞차 꽁무니나 쳐다 볼 때(시간이라도 느긋하면 틈틈이 호흡 연습이라도 하지만, 시간이 빠듯하면 정신 나간 운전수가 된다)

느긋하게 책을 잡고 있는 즐거움. 책 속에서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한 시공을 초월한 선배들을 만나면, 반갑고, 설레이고, 고맙고, 눈물이 나려 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 편력을 보며, 나의 빈약하던 어린 시절을 안타까워하였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도서실에 간 건 '공산당의 잔인함, 남북의 다른 생활' 조사하러 한 번 갔었다. 그 당시 도서실에는 엄청난 분량의 반공 도서가 즐비했다. 또 한 번 가서는 닐스와 기러기? 라는 책을 한 권 보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성서 이야기 보다가 포기했고, 안데르센 동화집(글씨가 8포인트 정도 되는) 2학년 때 읽었고, 서유기 4학년, 셜록 홈즈 5학년, 장발장 6학년 이게 거의 다 인 것 같다. 아, 누나가 보던 공상 과학 소설도 몇 권 읽었다.

중고교 시절에도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의 분량(한국 단편은 거의 섭렵했지만, 국어 교사인 지금도 그걸 읽은 게 무슨 도움이 된 것인지 아무 느낌이 없다.) 갈수록 도서 환경이 열악해 지는 비쥬얼 시대의 후세들에게 속히 독서 풍토를 물려주려는 운동이 일었으면 한다. 아파트 도서실 운영 등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지역 도서실 활성화도 함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