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제로 - 내장지방과 한판 승부
야마다 요코 지음, 진현미 옮김 / 영진팝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비닐 포장이 된 책이었다.(이런 류들은 보통 만화이거나, 아니면 30분 정도면 주요 내용을 살필 수 있는 책이다.) 어느 용감한 아줌마가 뜯었는지 비닐 포장이 벗겨진 책 한 권이 거의 걸레 수준으로 낡아 있어서 얼마나 관심있는 책인지 알 수 있었다. 나도 수년간 뱃살을 보존하고 있는지라, 관심있게 읽어 보았다. 돈 내고 사기엔 참으로 아까운 책이지만 한 번 읽어볼만은 하다.

뱃살이 건강에 나쁜 건 누구나 다 안다. 외모 지상주의가 판치는 현대에 뱃살의 지방을 흡입하기도 한다지만, 그건 왠지 인간에게 베푸는 시술이 아니라, 소나 돼지에게 물먹이는 짓이나 비슷한 짓거리 같아 상쾌하지 않다.

혈압이 높아서 고민인 나로서는 살과의 전쟁을 해야 하는데, 살은 스트레스와 정비례하니 스트레스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아, 그러고 보니 혈압이 오르는 것과 비례하는 것이 많구나. 살, 스트레스 외에도 과로, 술... 그런데 스트레스가 많으면 과로하게 되고, 술 마시면 폭음하게 되고, 그게 다 살로 가고, 운동할 에너지는 부족하고, 건강은 나빠지다보면 그게 도 스트레스고... 부조리의 연속.

림프 드레니지 마사지로 림프액을 밀어 올리라는 내용이다. 그러면 만사 형통한단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기도 하다. 살을 빼기 이전에 림프액을 심장으로 보내는 것은 다리를 주물러 주는 효과나 마찬가지이니깐.

림프액은 지구의 중력에 의해서 낮은 곳에 고여 있기 마련이다. 장시간 않아 있으면 다리가 붓는 것도 림프관에 림프액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중력은 참 무서운 놈이다. 하긴 나를 70킬로그램의 힘으로 당기는 걸 보면 대단하다. 림프액을 심장으로 보내면 뱃살이 빠진다는 건 좀 이해가 안 가지만, 믿거나 말거나다.

요즘 태어나서 처음으로 저녁나절에 운동을 한다. 한 시간 정도 걷거나 뛰는 건데, 세 식구가 손 잡고 바람쐬는 기분도 쏠쏠하고, 열대야를 식히기에도 그럴 듯 하다. 상상 외로 밤에 운동하는 사람이 많았다. 밤 열 시에 가도 백 명 가까운 사람들이 학교 운동장을 돈다. 이게 웰빙인가보다. 몸에 투자하는만큼 삶에 투자하는 것이란 의식의 변화.

일벌레에서 탈출하고, 나를 찾고, 내 몸을 응시하는 방향으로 나를 변화시킬 때이다. 때를 알고 실천에 옮기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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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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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어렵다? 이 글의 지은이는 이걸 고정관념이라고 한다. 영화를 통해서 과학을 만나는 물리학자.

그의 글에는 어렵지 않은 과학이 있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정말 어렵지 않은 것 같아 보이는 과학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내겐 과학이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과학하는 마음과 과학의 정신을 나는 존경한다.

과학이 옳다는 말이 아니다. 과학도 틀릴 수 있다. 진정한 과학 정신은 항상 상대적이다. 절대적인 것은 과학이 아니다.

현대 과학의 흐름을 쉽게 풀어 보려고 노력한 책이지만, 아직 그가 어림이 보인다.

그가 정말 삼사십 년 더 뒤에는 내 손자들이 쉽게 읽을 책을 써 줄 것으로 믿는다.

제목은 쉬워 보이지만, 하긴, 콘서트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만 들으란 법 없듯이, 좀 어려운 것도 있을 법 하지.

하지만, 우리 후세들에게 쉬운 과학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으로 그를 꼽고싶다.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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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디 -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정연식 지음 / 애니북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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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산다는 건 뭔지, 그리고 사랑은 또 뭔지... 이런 걸 잔잔하게 보여주는 만화다. 어떤 부분은 적나라하게 어떤 부분은 가슴 아리게 우리네 살림의 조각들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주인공 또디는 별로 주인공이 아니다. 또디의 시각으로 우리를 보는 것도 아니다. 이팔육과  아내 백숙의 잔잔한 살림살이가 우리의 웃음과 눈물을 자아낸다.

역시 사람의 눈은 속일 수 없는가. 지옥에 가니 나쁜 놈은 지옥에 삼년, 더 나쁜 놈은 군대를 삼년, 제일 나쁜 놈은 한국의 입시 지옥을 3년 보낸다는 말에 아연실색. 그렇다. 한국의 고등학교는 지옥보다 군대보다 더 나쁜 곳이다.

군대를 가기 싫으면 감옥에 가고, 학교에 가기 싫으면 이민을 가라?

한국에 과연 교육은 있는가?  한국 교육에 과연 미래가 있는가? 0교시 폐지에 반발하며 바르르 떠는 단말마의 비명을 들으며 난 참으로 썸뜩함을 느낀다. 그 부패 세력의 부정적 보수의 뿌리 깊음에 대하여. 그리고 개혁의 앞날에 드리워진 머나먼 그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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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 1
카미오 요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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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화가 났다.

이유없는 신경질은 아니었다. 꽃보다 남자를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지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여러 핑계로 안 읽다가 요즘 책도 손에 잘 안 잡히고 해서 우연히 보았는데, 읽는 동안 내내 기분이 나쁘다.

이지메를 아무 생각없이 저지르는 인간들. 그들은 정말 인간적이지 못한 것들이다. 약자의 사물함에 레드 카드를 꽂고 상댈 계속 괴롭히는 저질 인간들. 이 만화가 우리 나라에 이지메를 수입한 게 아닐까?

그리고 제일 화가 났던 건, 이 만화를 읽으면서 계속 눈에 밟히는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

전에 그놈... 을 읽고 귀여니는 싹수가 있는데 차근차근 글공부 좀 하라고 충고를 했지만, 그 아이에겐 그런 충고를 해 줄 것이 아니라, 표절은 범죄임을 가르쳐 줬어야 했다. 부잣집 도련님들로 이루어진 F4와 지은성의 사대천왕은 표절이다. 그리고 가난한 집의 츠쿠시와 부유한 츠카사는 표절이다. 귀여니가 작가로 거듭 나길 은근히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다. 천박한 자본주의의 논리에 순응한 멍청한 돈벌이에 감탄했다니. 우물안 개구리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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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1 - 인도로 가는 길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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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에게서 나는 현학을 느낀다.

그는 잡학박식하다. 물론 깊이와 학문적 고집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 도올이라는 현상 앞에서 나는 학문의 차분한 자연스러움을 찾을 수 없다. 왠지 불편하고 밸이 꼬이다가 결국은 졸린다.

특히나 이 책은 그의 현학의 극치를 보여준다.

불교에 대한 이해나, 인도에 대한 이해나 다른 이들의 맛깔스런 글에 비해 입맛이 텁텁하다. 내가  입맛이 까다로운 탓일게다. 아니라면 불교 이론을 설파하면서, 세상에 너무 발을 깊숙이 들여 놓은 문화일보 기자이자, 노무현 대통령을 독대하였다가 저지른 해프닝 들이 내 머리속에 너무 강하게 자리잡은 탓일 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다가 한 지인을 잃었다. 영안실에서 그리고 그분의 무덤 자리에서도 부처님은 찾을 수 없었다. 부처는 세상 어디에도 없더라. 그리고, 어디서나 찾을 수 있었다. 아무 것도 아닌 인간의 육신을 바라보는 장례의 냉혹함. 거기도 부처는 우리 어깨를 짚으며 서 있었다. 하루라도 바르게 살고 가라고. 어차피 숨 나가면 짐짝 신세일 우리에게 하루라도 즐겁게 살다 가라고 보람있게 살다 가라고, 나답게 살고 가라고 부처는 일깨우고 있었다.

신불산 아늑한 양지녘에 누우신 선배님. 이제 새 환경에 적응 되셨나요. 시간 나면 한 번 들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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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isticmd 2006-09-08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찡하네요.

아폴리네르 2007-01-17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그렇군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