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한시 산책 1
김용택 엮음 / 화니북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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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시를 필사하며 감상했다.

한자라는 어려운 관문을 거쳐야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는데,

한시가 가지는 함축과 은근함을 만끽하려면

역시 해설자와 번역가가 있어야 한다.

 

오랜만에 읽는 유종원의 '강설'의 유유자적한 분위기도 있고,

난 이달의 산사 분위기가 더 좋다.

임제의  '규원'같은 아련함도 좋지만,

아무래도 이옥봉의 '증운강' 같은 시를 따를 수는 없다.

 

한문을 가르쳐야 한다.

번역으로 배울 수 없는 맛이 그 안에는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배울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인문과정 학생이라도 한문을 배워서

역사 속 인물들의 생각을 전해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초등학생에게 한자 교육을 시키자는 조선일보의 생각에는 반대하지만,

고등학생에게 한문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입장에는 적극 찬성이다.

 

한시같은 게 적성에 맞는 걸 보면,

나는 아무래도 보수적인 사람이다.

더러운 세상을 만나 꼴보수를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성질이 되었지만...

 

틀린 곳 한 군데...

 

15쪽. 이옥봉의 시에서 문여하...를 문하여로 적었다.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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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꽃말을 읽다
안상학 엮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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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에 '밴드'가 깔려있는데,

초등, 고등학교 동창회, 반창회 소식을 간혹 전해듣는다.

초창기엔 꽤나 열심히 글을 올리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요즘 시들하다.

사시사철 변함없는 꼭지 하나가 '모까'라는 밴드다.

 

꽃이나 나무, 풀의 이름을 몰라 사진을 찍어 올리면

온갖 전문가, 고수들이 그 이름을 알려준다.

처음 듣는 외국종 풀들도 많고, 이름도 다양한데,

간혹 아름다운 이름들도 알게 되고, 궁금증이 풀려 유익한 밴드란 생각이 든다.

 

요즘 한창 피고지는 핫립세이지나, 황금달맞이꽃,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를 떠오르게 하는 클레우스란 식물도 만났다.

아파트를 돌다가 찍어올린 태산목 꽃에도 사람들이 금세 이름을 붙여 준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 꽃만한 것도 없다.

다양하기가 그럴 수 없고,

향기와 아름다운 자태가 그러하고,

묵묵히 웃지도 말씀도 없으나 생김이 다른대로 모두 향기롭다.

 

황홀한 절정은 오르는 과정이 출실하고 내리는 과정이 성실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인생은 화병에 꽂아둔 꽃이 아니다.

꽃이 어떻게 오고 가는지를 알뜰하게 살피는 마음이 동반될 때 향기와 빛깔을 더욱 소중하게 보듬게 되는 것.(133)

 

그래서 시를 갈무리하고

멋진 생각들을 첨언한다.

좋은 글들이 많다.

 

시는 겨울을 건너가는 방식에 대한 깨달음이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에 처했을 때

자가 격리와 자발적 소외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삶을 그러안는다.(139)

 

엄원태의 '강 건너는 누떼처럼'을 읽으며

'이 시는 전폭적이다'라는 글을 덧붙였다.

고통스러워보이는 현실 역시 삶이므로,

그것을 그려 보여주는 것이 전폭적인 지지의 이유다.

 

아주 좋은 난해시는

문자와 문장 앞에 진퇴양난이고

아주 좋은 이해시는

속뜻과 여백에 들어서는 속수무책이다.

난해시는 길이 보이지 않는 무중이고

이해시는 여러 갈래 길이 저마다 뚜렷해 아연하다.(103)

 

신문에 연재한 글들이라는데,

신문에서 이런 글을 만나면 하루는 행복할 게다.

 

난해시든, 이해시든 간에 '아주 좋은'이 조건부다.

 

유홍준의 '오므린 것들'을 읽으면서 그의 시를 '상형 문자'라 부른다.

 

유홍준의 주특기인 '상형 문자'가 빛나는 시다.

형상을 보고 삶의 숨결을 끄집어내는 솜씨가 참으로 유감없다.(87)

 

둥글다는 건/ 공 같다는 것이 아니라/ 툭,/ 트였다는 것.(오서산, 장철문)

 

김해자의 '데드 슬로우'에 덧붙인 말.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큰사랑의 탄생 지점이 나타난다.

바로 지배이데올로기의 반대쪽에서 태어난 것.

서로 사랑하는 것을 제거해온 것이 지배쪽이요,

서로 사랑하며 살자고 움직여온 것이 지배를 받는 쪽.

시에 큰사랑이 깔린 것을 보면

시의 생산 지점을 알 수 있다.(25)

 

서안나의 '병산 서원'의 첫구절은 멋지다.

 

지상에서 남은 일이란

한여름 팔작지붕 홑처마 그늘 따라 옮겨 앉는 일.(16)

 

사는 일도 그렇고,

자연의 일도 그렇고,

시를 읽는 일도 그렇다.

 

꽃은 매번 피는 것 같지만,

스스로 최선을 다한 결과이고,

금세 지는 듯 하지만, 열매맺음에는 변함이 없다.

 

꽃을 보면서 즐거워만 할 수 없듯,

자연을 보면서 읊은 시들을 통해

배우기도 하고, 졸기도 하면서 한나절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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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슈가젤리 - 2학년 1반 416 단원고 약전 짧은, 그리고 영원한 1
416 단원고 약전 작가단 지음, 경기도교육청 엮음 / 굿플러스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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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하나 하나 별이 되었다.

누구나 살펴 보면 아름답다.

 

나태주 의 들꽃같은 존재들임을,

책을 읽으며 알게 된다.

 

잃고 애석해 하지 말고,

누구나

오래 보고

사랑스런 맘으로 보면

소중한 존재라는 걸

배우면 좋겠다.

 

그래서

안타까워하지만 말고

아이들이 읽으면서

자신들의 힘을 느끼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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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컬렉션
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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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오정희 컬렉션을 주문해서 꽂아두고

첫 책을 <새>를 빌려왔다.

 

그의 책은 읽은 것들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필사 筆寫의 유혹을 느낀다.

 

가난한 세상.

어미는 없고 아비도 허수아비같은 누나와 앓는 동생.

차가운 세상은 그들의 방 안에 햇살 한 줌 나누어주지 않는다.

 

할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바람이었다.

바람을 맞으면 살도 피도 뼈도 혀도 차갑고 딱딱하게 죽어버린다고 했다.

죽은 나뭇가지같이 비틀린 팔과 다리를 늘어뜨린 채

양지쪽에 나와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바람 맞은 늙은이들은 무서웠다.

고개를 숙이고 뜀박질하듯 빨리빨리 그 앞을 지나쳐 한참 떨어진 뒤에도,

뒤를 돌아보면 뿌연 눈빛이 머리 뛰꼭지까지 바짝 따라와 있곤 했다.(8)

 

별것 아닌 문장들인데,

문장들이 명료하고 정확하다.

단어들이 삐걱거리지 않고 제자리를 잡아 착 달라붙는다.

 

컬렉션으로 좋은 책들이다.

 

인생살이가 소꿉놀이 같아.

한바탕 살림 늘어놓고 재미나게 놀다 보면

어느새 날이 저물어오지.

그러면 놀던 것 그대로 그 자리에 놓아두고

뿔뿔이 흩어져 제집으로 가버리는 거야.

사람 한평생이 꼭 그래.(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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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기쁨
금정연.정지돈 지음 / 루페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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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으면서 가장 기쁘지 않은 부분은

해설 부분을 읽어야 할 때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문학에서 기쁨을 느낄 때는 이렇다.

시집을 읽는데, 마음에 박히는 시가 몇 편 확 달려드는 때,

그런데 다른 사람의 리뷰를 읽다가 시집을 다시 읽으면,

완전히 다른 시들이 또 고개를 들 때,

 

소설을 읽으면서도 인물의 생생한 삶이 오롯이 마음을 울리고,

그가 지구 위에서 나와 같은 생명체로 살아가는 존재의 비애를 느낀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을 언어로 이렇게 전달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행복을 느끼게 된다.

 

반면, 기쁘지 못할 때는,

시집 한 권을 다 읽었는데도,

유명한 이의 소문난 시집인데도,

마음을 끄는 시를 한 편도 만나지 못했거나,

도대체 이 작자가 뭔 소리를 하려는 건지를

아예 생각조차 맞추어볼 수 없을 때...

 

어린 시절에는 해설을 읽으면서 어떤 것을 느껴야했던지를 돌아보았지만,

이제 해설을 붙인 것 자체를 가증스럽게 생각하고 염증을 낸다.

 

좋지 않다는 말을 하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좋지 않다는 말도 좋다는 말도

한줌의 사람들만 듣는다는 것,(28)

 

그런 글을 읽으면 안타깝다가 화가 나기도 한다.

김현의 글 같은 데서 느낄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울분,

아름답고 쉽게 적혀있는 문장론, 이런 것에 반하게 되는가 하면,

어떤 이의 문학론~인체 하는 해설에서는

서양의 어떤 어휘들을 끄집어 들여서

억지로 시를 해설하려 틀 속에 욱여넣는 모습을 볼 때 화가 난다.

더더군다나 국문학과를 나와서

그런 일 자체를 업으로 삼는 이들의 아름답지 않은 글을 자주 만나면...

 

외국의 경우

잡지에 실린 단편이나 출판사 출간 소설은

모두 투고를 통해 선정됩니다.

한국처럼 상을 받으며 등단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아요.(48)

 

연고 주의가 문학에도 파고든 것이다.

외국이 어떤가는 모르겠고, 관심도 없지만,

기다려지는 작가가 점점 드물어지고,

멋진 작품도 귀하게 되는 풍조는 아쉽고 안타깝다.

 

지금은 사막에 창비, 문동 같은 오아시스 몇 개 있고

그 부근에서 지지고 볶는 느낌.

내가 생각하는 문학은

사막을 가로질러서 사람사는 도시로 가는 것.

오아시스 부근 생태계에 머무는 건 작가의 임무도 아니고,

좋은 전략도 아니다.

문단 권력 논쟁은 오아시스 너머를 안 보는 사람들이 하는 것 같다.

나는 사막을 건너고 싶다.

내가, 누군가 사막을 건너고 나면

지금의 문단 권력 논쟁은 되게 웃기는 거였다고 알게 될 거.(65)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의 장강명이 한 말이다.

 

그는 올해 이것을 '계급'으로 명명하는 책을 내기도 했다. 멋지다.

 

 

 

<관료제 유토피아>라는 책을 인용하면서 이런 이야기도 나눈다.

 

관료주의에서 결정적인 특징 하나는,

특정 개인과 무관한 공식적 기준 - 필기시험 - 에 따른 선발이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그들은 실력자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그 시스템이 수천 가지 다른 방법들 중에서 타협 줄충된 것임을 안다.

조직에 대한 충성의 첫번째 기준은 공범이 되는 것이다.(152)

 

멋진 구절을 가끔 만나기 위해

금정연과 정지돈의 이야기를 다 읽을 수는 없었다.

내가 꼼꼼하게 다 읽지 않았지만,

그들이 떠드는 위상수학을 빌려 말하자면,

장강명이 목소리 높여 외친 원기둥이나

그들이 떠드는 내용이나 같다는 것 아닌가 싶다.

 

지들은 도너츠나 츄러스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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