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문학과지성 시인선 508
유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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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 읽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런데도 시인은 참 많다.

그런데도 읽을만한 시 만나기는 힘들다.

 

표지의 컷이 '재수'의 그림이라 인상적이다.

페이스북에선가, 재수의 그림을 보면 익숙해질 정도로 만났다.

특히 그의 고양이가 좋다.

고양이는 인간보가 선이 아름답다. 아무래도 몸짓이 풍부하기 때문일게다.

 

  하루 그리고 하루, 내 곁에는 울 수 있는 사람들이 너

무 흔했다. 나는 지워지고 싶었다. 지워짐을 남기고 싶었

다. 그는 내 세계에 없었다. 밤이 찾아올 때마다 낮을 기

다렸으나

 

  태양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때가 오면, 나는 무기력했

다. 막다른 골목에 닿으면 새를 상상하게 되는 것처럼 무

심코 계절을 넘기는 神 그리고 神, 펜 끝이 닳아갔다. 매

일같이

 

  나는 지문을 지우기 위해 애썼고 그러나 다음 날이면

다시 돋아나는 생의 증거. 그는 말이 없었으므로, 다시는

그의 글을 읽지 않았다. 그는 죽었다. 매일

 

  점점 늘어가는 무덤들. 메말라가는 적요. 밤마다 일기

를 쓰며 사라져가는, 쓰고 싶은 것도 쓸 수 있는 것도 없

는 시절에 대한 이야기다.(작가, 전문)

 

작가라는 사람의 심사가 잘 드러난다.

그의 시집을 읽으면 너무 심심한 맛이 난다.

슴슴한 맛을 담백한 맛이라 한다면

심심한 맛은 무미건조에 가깝다 할까.

 

세상 소식이 너무 맵고 짠 것 투성이여서,

내 입맛이 어지간한 자극으론 감각이 무뎌져 그런지도 모른다.

 

  어떤 인칭이 나타날 때 그 순간을 어둠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어둠을 모래에 비유할 수 있다면 어떤 인칭은

눈빛부터 얼굴 손 무릎의 순서로 작은 것이 무너져 내리

는 소리를 내며 드러나 내 앞에 서는 것인데 나는 순서

따위 신경쓰지 않고 사실은 제멋대로 손 발 무릎과 같이

헐벗은 것들을 먼저 보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인칭이

성별과 이름을 갖게될 때에 나는 또 어둠이 어떻게 얼마

나 밀려났는지를 계산해보며 그들이 내는 소리를 그 인

칭의 무게로 생각한다. 당신이 드러나고 있다 나는 당신

을 듣는다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지(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전문)

 

시집 제목이 된 표제시다.

막연하다.

당신을 만났는데, 안개 속의 그림자처럼 흐리다.

나는 그런 게 맘에 안 든다.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중이다 영원히, 영원

이라는 것이 있다는 바로 그곳이다 가라앉고 있다 나도

당신도 아니고 우리의 중간쯤에서 어딘가로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부분)

 

그에게 '잠시' 느껴진 감상들은 밍밍한 맛이다.

세상엔 홍준표처럼, 이재명처럼 화끈한 맛이 많고,

남북 정상의 포옹처럼 미더운 장면도 많다.

'중간쯤 어딘가로' 가는 언어들을 사서 읽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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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 1 - 풍계리 수소폭탄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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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풍계리 수소 폭탄은 해체되었다.

사실 진위에 물음표를 찍는 자도 있지만..

 

이 책의 제목이 '한미'관계나 '남북' 전쟁이 아니라, '미중' 전쟁인 점은 의미심장하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갈등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협상과 교착 상황, 그리고 다시 희망을 던지는 메시지나,

김정은과 문대통령의 2차에 걸친 회담 등은,

소설보다 훨씬 긴박하게 돌아간다.

 

공격 초기

한국 대통령이 막지만 않는다면

겁낼 일이 없습니다.(134)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군의 우세임은 누구나 안다.

그렇지만, 자주적인 대통령이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무기가 된다.

 

 

허생전에서 이완대장에게 허생이 충고하는 것처럼,

나라의 어려운 업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고졸 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청년들을 집중적으로 도와주면...

위로금이라기보다는 청년과 저소득층을 돕는...

고졸 후 1년 후 취직하면 좀 적게,

2년 후 취직하면 좀더 적게,

대학을 졸업하면 안 도와주는...(255)

 

이전의 두 대통들이

촛불들고 극력 반대했던 사학법의 요지가 이것이다.

어차피 한국의 대학 80% 이상이 사학이고,

그들은 돈벌이로 전락했다면,

거기 안가면 된다.

묘책이랄 것도 없지만, 결단이 필요하다.

 

대기업만 잘 사는 풍토 역시 일갈.

 

돈의 관점에서만 평가하는 무디스와 달리,

가치의 관점에서 보고 포인트를 주면

경영자들은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필사적으로 하게 됩니다.(259)

 

이 작은 나라에서

삼성이 권력을 좌지우지 해서야 안 된다.

삼성도 살고 나라도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삼성의 권력을 박살내야 한다.

삼성은 공화국보다 아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도 좋고 평가기관도 좋지만,

거기 더해 국민 참여도 좋습니다.

우리 국민의 집단 지성 수준이 매우 높은 데다

그렇게 하면 기업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 경영을 하게 되고,

기업과 국민 사이도 급속히 좋아지게...(260)

 

백악관과 베이징, 모스크바의 움직임을 살펴 보노라면,

매일의 뉴스를 보는 것 같다.

김진명의 눈이 매섭고 미더운 점이다.

그의 '싸드'에서 우려했던 점을 박근혜 정부는 그대로 저질러버렸으니...

 

명견만리라고...

이런 작가들의 밝은 견해를 이해하는 국가가 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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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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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좁은 나라에서 문학상 같은 것들이 '등단'의 관문이 된다.

좀 웃기는 일이다.

 

중요한 국회의원, 대통령을 하는데도 '인간'이면 되는데,

기껏 소설가 따위가 되는데 '등단'이 필요한 것은 웃기는 노릇이다.

시인이 가장 가난한 직업으로 분류된 판에 등단이 권력이라니 한심한 나라다.

 

그러니 고은처럼 겁없이 후배들 앞에서 자지를 흔든 인간도 있었던 게다.

무소불위의 권력인 줄 알고 말이다.

 

인터넷의 시대, 새로운 형식의 문학이 나타났다.

그 문학에서는 외계인, 요괴가 인간과 대결한다.

아마도 전문 작가들은 김동식을 까고 싶어 입이 근질거릴 것이다.

 

저런 것을 문학이라고 하면 안된다~~!!고 소리치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요괴는 인간을 끝없이 잡아먹고,

똥을 퍽퍽 싸대는데... 그 똥을 먹어보면 인간들이 미남, 미녀가 된다.

 

김동식의 이야기는 우아하지는 않다.

갈고 닦은 맛은 없이 날것 그대로의 스토리다.

그렇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문제 의식은 깊다.

 

1990년대 노동자 문학패들은 기존 문학을 패러디하면서 성장했다.

베르나르같은 창의력이 돋보이지만,

문장은 아직 거칠다.

 

괴물이 탄생했다. 그 괴물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아직 젊은 작가다. 85년 생이라 하니, 멋진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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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민정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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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에서 해마다 젊은작가상을 발표한다.

도서관에서 어찌어찌 빌려다 읽고 있는데,

최근 몇 년간은 참 풍성한 작가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황정은, 손보미, 김애란, 최은영, 김금희 등의 소설은 오래 여운이 남는다.

 

이번 권에서는 좀 아쉽다.

젊음의 방황들을 절절하게 묘사하고 있는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김세희의 <가만한 나날>이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일을 잘 못한다고 평가되는 것,

그것도 첫 직장에서 일을 잘 못한다고 낙인찍히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다.(186)

 

나도 그런 사람들을 몇 보아왔다.

그들은 직장을 옮기고는 멀쩡하게 살아냈다.

평가와 낙인은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준다.

 

그런데,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던 주인공은,

자신이 하던 일이 야기했을 수도 있을 결과를 생각하며 끔찍해하는 부분에서

바른 일을 하고있는지 정신차리지 않으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를 것이란 깨달음을 얻는다.

 

요즘 고엔타의 위빳사나를 보고 있는데,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며 사는 일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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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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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245)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아이가 있다.

아몬드같이 생긴 뇌 속의 편도체가 정상발달되지 않은 탓이라 한다.

그런데...

느끼는 인간들 역시 진짜가 아닌 삶을 살아간다.

남들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와 정치적 입장이 좀 다르다고 하여,

세월호를 어묵에 빗대는 짐승같은 것들도 있다.

 

사람들은 원래 남과 다른 걸 배기지 못하거든.(21)

 

이 소설은 알렉시티미아(감정표현 불능증)를 가진 한 소년의 이야기다.

장애아에 대한 이야기면서,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관한 이야기다.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127)

 

아이들을 늘 접하는 교사들 중에서도

아이들의 일탈에 유독 가혹한 사람들이 있다.

툭하면 잘라버리려고 촉각을 세우는 사람들...

 

좋아하는 걸 말할 때

사람들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빛낸다(186)

 

인간의 감정은 다양하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이의 감정에 민감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이를 이렇다 저렇다 재단하기 좋아한다.

 

이 소설은 그런 비관적인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의지를 가지려는 시도다.

구하려는 노력을 시도하는 사람이다.

크지 않은 아몬드만한 노력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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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8-05-11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다고 추천하니 남편이 책내용이 너무 가혹하다며 싫다하다가 끝까지 읽고는 이 책의 메시지를 찾았노라며 뒤적뒤적 읽어줍니다. 그리고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내용이 글샘님 글 첫머리에 있네요. 부산원북원도서를 도서관에 네 권 들여놓고 얼마나 뿌듯하던지요! 지나가다 반가운 맘 들어 인사 드립니다.

글샘 2018-05-12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재미있기보다는
인생의 의미를, 교육한다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죠.
오랜만에 원북도서가 맘에 듭니다.
우리학교도 사서샘이 센스있게 3권 사셨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