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 (양장)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이은재 그림 / 애플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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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 학교는 마치 계급사회 같아요.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

힘센 아이와 약한 아이.(160)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가끔 되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폭력은 사회의 구조적 결함을 잘 반영한다.

최고위층이라는 검사들조차도 여검사의 엉덩이를 쓰다듬고는 조용히 무마하려는 행태가 뉴스가 된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에 반영되었듯,

1894년 갑오개혁에서 천명된 <계급 타파>는 아직도 여전하다.

가끔은 갑질이라는 용어로, 가끔은 성추행이나 성폭력이라는 용어로 등장하지만,

계급사회가 해소되지 않았고,

인권의 평등은 요원한 모양새다.

 

재석이 시리즈를 기획하노라니 재미보다는 교훈이 앞선 모양새다.

청소년 소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좋기는 하지만,

재석이의 만사형통 캐릭터는

여느 드라마의 회장님 캐릭터와 별다르지 않다.

 

삶은 강한자가 한순간에 문제를 해결해나가기보다는

약자들이 우여곡절을 겪어내면서 성장하는 스토리에 가깝다.

이것이 인생이다~나 인생극장~ 같은 프로그램을 봐도

간난신고 끝에서 쓴웃음이나마 지을 수 있는 것이 삶의 현실이다.

 

폭력적인 사회, 폭력적인 정치들이 좀 사라지고,

하루하루 사는 일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학교도 소소한 성장의 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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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와 나 - 2017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이기호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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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학교 폭력은 어떤 지점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어른들은 그것을 얼마나 오해하고 있는지를

성찰하고 있는 이기호의 작품이다.

 

그의 장편들이 가지고 있는 해학적인 비극성보다는

리얼리티로 독자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권여선의 '손톱'은 읽으면서 아픔이 전해지는 명작이다.

걸어도 걸어도 캄캄한 어둠인 거리

집에 도착해 따스한 빛과 온기를 기대하며 걷지 못하는 삶.

피곤과 곤난만이 점철되는 삶에 대한 비극성을 쓰는 일은

극복의 단초가 될 것이다.

 

이기호, 권여선, 김애란, 최은영

젊은 작가들이 있어

이 어두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햇살이 비치는 날을 기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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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흑발 민음의 시 239
김이듬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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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하늘을 보지만 하늘은 나를 보지 않는다

모양은 달라졌으나 구름에는 언제나 죽은 이들과 함께 흐르려는 취지가 있다

 

네 방의 불이 꺼지기를 기다리면서

반지하에서 자라나는 기대와 좌절의 밀도를 나는 모른다

동정하지 않는다

어깨에 손을 얹을 일 없다

너는 잘 수 없어도 나는 돌아가 잠들 것이다

 

외따로 떨어지는 사람을 안도하여

나는 답을 못 썼다

 

그것이 정련과정인 줄 알고 나아갔으나

마모 한계선을 넘은 바퀴는 방향을 잃는다

지난 생이 내 마지막 실감이었다는 걸 나만 모르는 것 같다(노량진, 부분)

 

대학시절 장승배기에 산 적이있다.

조금만 걸어가면 노량진이었다.

맛있는 식당이 제법 있어 데이트를 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 동네는 입시, 고시 학원가의 대명사가 되었다.

막연한 젊음들...

찬란함은 보이지 않는 웃음 잃은 젊음들이 가득할 것 같은 지명, 노량진...

시 제목에서도 인정이 묻어난다.

 

전철은 끊어졌으니까

쥐가 돌아다니던 복도에 신문지 깔고 잔다

모르는 이들의 숨소리는 비슷하다

우리는 웃는 동안에도 덜 삶은 국수를 씹듯 인상을 찌푸리지만

조금 모자라게 살아 있지만

가끔은 새처럼 돌진한다

 

'예술과 직업'이라는 이름의 지하철역 앞에서

신호등을 바라보았다(예술과 직업, 부분)

 

배낭여행을 하면서 겪은 심정인가보다.

'예술과 직업'이라는 이름이라니...

 

오늘 뉴스에

스물 둘인가 어린 엄마가

술에 취해 담배를 이불에 껐다가

아이 셋을 저세상을 보냈다는 소릴 들었다.

 

아직 아이인데... 아이 셋을 어찌 감당했을까.

젊은 나이라고 희망이 가득하고 눈빛이 열정으로 반짝이진 않는다.

표류하는 시대의 젊음들은 더욱 가엾다.

 

다만, 세상이 조금 나아지길...

이렇게 시로 쓰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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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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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검색하노라니 '웃는 남자'라는 제목의 빅토르 위고의 책이 있었다.

위고의 '레 미제라불'처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굴절되는지가

이 소설에서도 등장한다.

그런데, 황정은의 동명 단편이 <아무도 아닌>에선가 있었고,

이번엔 중편인데, 그의 다른 글들과 비슷하면서 다른 느낌을 받는다.

 

내내 이어질 것이다.

더는 아름답지 않고

솔직하지도 않은, 삶이,

거기엔 망함조차 없고...

그냥 다만 적나라한 채 이어질 뿐.(94)

 

오늘도 크레인이 쓰러지는 사고가 일어나 버스에서 한 명이 비명횡사를 했고,

문대통령은 위안부 협의 파기 발언을 했으며,

한나라당 떨거지들은 또 개소리를 왈왈거렸다.

공대생의 취향인 듯, 진공관 스피커 이야기와 어우러진 낙원상가 사람들 이야기와

'레벌루션'을 듣는 사람과 차벽으로 막힌 불통의 청계천 이야기는

적나라한 삶이, 젊음같지 않은 비루함이 가득했다.

 

난 김숨의 <이혼>이 가장 좋았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날, 그녀는 생각했다.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그 신은 아버지에게 가장 존귀한 사람을 보내주었다고.

그런데 아버지가 그 사람을 가장 비천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고.(144)

 

텔레비전엔 늘 짝짓기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인기인들의 열애설은 설왕설래가 된다.

그리고 결혼이 정말 행복한 일인지 다들 결혼에는 축하를 보내지만,

이혼에 대해서는 쉬쉬한다.

 

이 땅에서 비혼 여성으로 사는 일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 짧은 단편 하나로 김숨은 참 많은 이야기를 던진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의 이야기를

연속극에서는 하지 않는다.

연속극에 등장하는 비혼 여성은,

성질이 지랄같아서 이혼했거나 바람피워 이혼당한 케이스로

대가족의 부속물로 얹혀 살고 있거나,

얼굴이 예뻐서 어떤 부족한 상황도 극복하고

재벌집 도련님이 미친듯이 쫓아다니는 스토리일 뿐이다.

 

결혼하는 것에서 아직도 환상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는 봉건 시대에 머무른 것이다.

마지막회에서는 결혼식 장에서 쫑파티를 하는 것을 무슨 공식처럼 읊어대는 배후에는

결혼은 미친 짓을지도 모른다는 일반인들의 생각과

이혼은 정말 미칠 지경인 노릇이라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

 

네가 날 버리는 건

한 인간의 영혼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므로 앞으로 네가 쓰는 시는 거짓이고, 쓰레기야.(이혼, 141)

 

이런 쓰레기 남편이랑 사는 일은 참 비루하겠다.

 

나는 이혼이라는 통과의례가

내게 불행이 아니기를 바라... 당신에게는 더더구나...(이혼, 146)

 

이혼이라는 통과의례가 불행이 아닌 사회가 되기를

그러려면 아직 먼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밝아지기를...

나는 바라고 바라는 마음으로 김숨을 읽었다.

 

이기호는 언제나 좋다.

황순원 문학상을 받은 '한정희와 나'도 참 좋았다.

'최미진은 어디로'도 좋다.

 

윤고은의 표고영과

윤성희의 이병자는 평범한 비애를 보여주는 삶들이다.

'알 수 없는 형식'이라는 오류 메시지처럼,

삶의 정형에서 벗어난 삶들에 애정을 보내는 눈길이 다스하다.

 

우연히 김언수와 편혜영에서는 개가 등장한다.

개팔자가 상팔자인 시대가 오더니,

급기야 개가 사람을 물어 뉴스가 되는 시대가 왔다.

사람이 개를 물어야 할 시대가 오고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상황을 봐라.

얼마나 투명하고... 얼마나 좆같냐.

그리고 그 좆같음이 눈에 보이잖아?

그냥 조용히 아닌 척하고 망해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웃는 남자, 91)

 

황정은의 이런 말이,

시대를 함축하는 말이다.

 

내년 6월 선거가 몹시 기다려진다.

이미 방송에서는 경기 지사로 이재명이 2위를 3배 차이로 앞서고 있다고 하고,

부산 시장도 무소속 오거돈이 자유당을 훨씬 앞서고 있다고도 한다.

 

작년의 그 좆같음이 새삼 떠오르면서,

이제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육감이 무언가 하려면

시의원, 구의원이 몽니를 부리지 못하도록 선거를 똑바로 해야한다는 걸 알겠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새해에는 선거가 있어 희망이 있다.

국회의원 선거가 2020년 4월이라는 일은 슬프지만,

내년 6월의 기초선거로 국회의원 보궐선거 역시 제법 커질 것이다.

 

'레 미제라불'의 시대가 '웃는 남자'들의 시대로 옮아가면 좋겠다.

오늘 뉴스에 <개성공단>도 <위안부 합의>도 등장했다.

그야말로 미저러블했던 시대였다.

미저러블한 사람들의 시대였다.

대통령이 <균형>의 상도 수상했다 한다.

촛불 시민이 <민주주의> 상도 받았다.

 

MBC가 정상화되고 있다. KBS도 곧 될 것이다.

개띠해 밝은 해에는 '무술년' 뜻 그대로,

황금빛 희망이 가득한 해가 되면 좋겠다.

'무'와 '기'는 중앙으로 황금빛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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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창비시선 417
장석남 지음 / 창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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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의 사고는

조금씩 조금씩 번짐이지.

 

배를 매며가 그렇듯,

이 시집에서는

모닥불이,

꽃이,

그리고... 고대가 번지지.

 

그의 古代는 일부러 한자로 쓰고 있지만,

어찌 보면 '접때'나 '곧'의 의미인 '고대'로 나는 자꾸 읽고 있지.

 

입춘, 동지, 오후 세 시...

봄과 가을, 세한... 그리고 명년 봄...

 

쉰이 넘어가면서

악기를 한가지 새로 배워야겠다는 발심을 하지.

가뿐한 것으로,

혼을 닮은 것으로,

어깨 위 빛 같은 무게로...

 

나이가 들면

개두릅을 데치거나

모과를 자르는 일처럼

먹는 일에도 무심할 수 없는 게지.

 

그저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한 해가 가고

절기가 무심결에 지나는 것이 삶인 것을

'고대' 있던 일이라도 기억해 두려는 듯,

쓰고 또 쓰는 게지.

 

그러노라면

한소식을 들을지도 모르는 게지만,

짧은 시 형식으로 만나는 장석남은

지나치게 무겁지 않지만, 생각을 살포시 내려놓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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