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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

 
신라 제8 대 아사달 이사금(서기154-184)때 일이었다. 동해 바닷가 조그마한 오막살이에 연오랑과 세오녀라는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 연오랑은 가난하지만 부지런한 어부였다. 그는 아침밥만 먹으면 바다로 나가, 고기를 낚거나 조개를 캐거나, 미역을 따며 하루종일 일을 했다.

남편이 이렇게 바다에서 하루 종일 해가 지도록 일하는 동안 ,아내 세오녀는 밭을 매거나 길쌈을 했다.세오녀의 배 짜는 솜씨는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아줄 정도로 꼼꼼했다.  이렇게 연오랑과 세오녀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정답게 살았다. 어느 날 아침 연오랑은 늘 하듯이 낚시대를 들고 고기를 낚으러 바다로 나갔다.

연오랑은 해변을 거닐며 낚시하기에 알맞은 곳을 찾다가 거북처럼 엎드려 있는 바위하나를 발견하여 신을 벗어 놓고 그리로 올라가 낚시대를 드리웠다. 그런데 그날 따라 고기가 통 잡히지 않았다.

"그거 참 이상하다. 오늘은 고기들이 배가 고프지 않은 모양이지?"

점심때까지 헛손질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몸이 기우뚱했다. 깜짝 놀라 주위를 살펴보니 놀랍게도 바위가 통째 두둥실 떠가고 있었다.

'아니, 이게 웬일이람?"

연오랑을 태운 바위는 둥실둥실 해뜨는 쪽으로 흘러갔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태양이 연오랑의 머리 위에 바짝 붙어 따라 오고 있는 것이었다.  연오랑을 실은 바위는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쏜살 같이 푸른 물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한편 점심을 지어놓고 남편을 기다리던 세오녀는 아무리 기다려도 연오랑이 다녀오지 않자 근심이 되어 바다로 나갔다.

"오늘은 낚시를 하겠다고 했으니까 저 바위 쪽으로 갔을 텐데."

세오녀는 모래를 밟으며 남편이 자주 가는 바위가 있는 해변가로 갔다. 그러나 남편의 모습은 거기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세오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남편을 불렀으나, 아무데서도 대답이 없었다. 그러던 중 그녀는 한 곳에 나란히 놓여 있는 신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아무리 보아도 남편의 것이 분명했다.세오녀는 바위를 다 훑어보았으나,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어? 저 바위는 꼭 거북이가 엎디어 있는 것 같은데!"

세오녀가 신을 벗어 놓고 그 바위에 오르자, 이번에도 바위가 둥둥 떠내려가기 시작했다.세오녀를 태운 바위는 점점 빨라지면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흘러갔다.

한편 머리에 해를 이고 동으로 흘러갔던 연오랑은 이윽고 어떤 섬에 도착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일본의 서쪽 해안이었다.  당시 일본은 채 나라를 이루지 못해 부락마다 싸움이 심했다. 전체를 휘어잡는 지도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판국에 연오랑이 바위를 타고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바위를 타고 온 손님을 보자.

"저 분은 하늘에서 오신 분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들의 왕으로 받들자."  하며 연오랑을 환영했다.

일본사람들의 간절한 부탁에 못 이겨 임금이 된 연오랑은 마음이 무거웠다. 신라에 두고 온 아내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한 신하가 바삐 달려오더니 연오랑에게 아뢰었다.

"서쪽 해안에 거북 바위를 탄 왠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연오랑이 나가보니 놀랍게도 그것은 세오녀였다.그리하여 세오녀는 일본의 왕비가 되었다.  연오랑이 일본을 다스리게 되면서 일본에는 태평세월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반대로 신라에는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연오랑과 세오녀는가 떠난 이후 신라에는 해도 뜨지 않고 달도 뜨지 않았다. 또 곳곳에서 여우가 나타나 사람들을 놀리고 도망갔으며, 갑자기 도독이 날뛰었다.  아달라 이사금은 갑자기 들이닥친 이변에 고심 하다가 점장이를 불러 그 까닭을 물어 보았다.점장이의 대답은 이러했다.

"우리 나라에 갑자기 이런 괴변이 일어나는 것은 얼마 전까지 해와 달의 정기를 지닌 두 분이 함께 동해안에 살고 있었는데, 그 분들이 한꺼번에 왜국으로 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신라임금은 그 말을 듣고 일본으로 사신을 보내 연오랑에게 그 사정을 하소연하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연오랑은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 나라로 와 임금이 된 것은 하늘이 시켜서 한 일이므로 내가 도로 신라로 돌아 갈 수 없는 일이오. 그러나 신라라면 바로 내가 태어난 나라이므로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없소. 여기 내 아내가 짠 비단이 있소. 이것을 줄 테니 이것을 제물로 놓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 다시 해와 달이 나타날 것이오."

사신이 돌아와 그대로 아뢰자 아달라 이사금은 제단을 차려 그 위에 세오녀가 짠 비단을 올려놓고 ,해와 달을 다시 보게 달라고 하늘에 빌었다.  제사가 끝나자 아닌게 아니라 사라졌던 해와 달이 다시 나타나 온 누리를 밝게 비추었다.세오녀의 정성이 깃든 비단이 하늘을 움직였던 것이다.  해와 달을 되찾은 신라 사람들은 그 뒤로 동해 벌판을 영일(迎日) 이라고 불렀으며,비단을 제물로 바치고 제사 지내던 곳을 도기야 (都祈野)라고 했다. 지금의 영일군 오천면 도구동이 바로 그곳이다.

아달라 이사금은 貴妃庫라는 이름의 창고를 짓게 하고는, 해와 달을 불러낸 신비한 비단을 거기에 보관시켰다. 지금은 그 귀비고는 없어지고 그 자리에 日月池라는 커다란 못이 남아 있는데, 신라 사람들은 가뭄이 들거나 병이 나돌면 으레 이 일월지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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