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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무 6 - 완결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중학교 때 만화방에서 대본소용 책으로 10권짜리였던 이 만화를 처음 만났다. 그 이후로 몇 번씩이나 다시 빌려보다가 고등학교 때 소장용으로 출간된 것을 냉큼 샀다. 6권에서 진하와 성이 만나는 장면 하나가 잘려나가서 아쉬웠지만. - 실수로 원고 한 장이 빠졌다 한다.-

'생을 함께하지 못했다면 죽음이라도 함께...'는 설리와 진하의 사랑을 나타낸 말이기도 하다. 신분과 오해와 숱한 역경으로 인해 사랑하지만 서로를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야했던 두 사람... 어린 시절 떠돌이 악사의 조카로 이 곳 저 곳 다니던 진하는 말리꽃이 만발하는 산매에 잠시 정착하게 된다. 이 곳에서 만난 설리는 어머니는 한족이며, 아버지는 몽고족인 혼혈소녀.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아픔을 나누는 애틋한 사이가 되었지만, 설리의 아버지가 나타나 그녀를 데려가는 바람에 둘은 헤어진다. 때는 원 말. 몽고인이 쫓겨가기 직전에 반쪽자리 몽고족의 피를 가진 설리는 귀족인 아버지 밑에서 하녀와 같은 생활을 하다가 남궁세가의 후계자 준광의 눈에 든다. 우여곡절 끝에 설리와 진하는 도망치지만 결국 진하는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설리는 준광과 혼인을 한다. 이렇게 저렇게 설키고 설킨 그들의 운명은 십 여년의 세월이 지나 풀리기 시작한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 했던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무수히 반복되는 이별과 그리움 속에서 둘은 이 세상에서 맺어온 인연들을 하나씩 떠나보내고 오롯이 둘만 남아 죽음을 맞이한다.

비천무는 진하와 설리만을 부각시키지 않는다. 세상에서 약한 자로 태어나 설움을 당하는 이들의 이야기와 온갖 권세를 다 부리지만 인간다운 삶을 원하는 이들, 야망이 지나쳐 파멸하는 이들, 사랑하는 이와 동족을 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 작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빼곡하게, 진실되게 그리고 애잔한 심정으로 전하고 있다. 이 세상에 아프지 않고, 괴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다만 다들 극복하고 전진하고자 할 뿐... 패배자는 없다.

진하는 설리의 원수다. 설리의 아버지는 진하의 아버지를 제거하는 음모에 가담한 사람이다. 진하는 설리의 아버지와 의붓 오라비를 죽였다. 그러나 둘은 서로 사랑한다.

진하는 세도가의 자식이었으나 더러운 음모로 그 지위를 잃은 자다. 그러나 그는 자유인이었고, 후에 주원장에게도 그런 자신의 뜻을 소박하지만 진실되게 이야기한다. 물을 얻지 못한 불운한 용으로 살아가던 그는 결국 설리와 함께 죽는다.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영화와는 많이 틀리다. 스케일 크고, 등장인물들 멋있고, 줄거리 훌륭하고...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는 만화... 그것이 바로 비천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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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7-1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진짜 억지로 이 영화 보면서 거품을 물었다니까요. 내 참. 원작을 그렇게나 훼손시키다니..

꼬마요정 2004-07-19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나 말이죠~~ㅡ.ㅜ 김혜린님의 마음은 어땠겠어요...
정말 영화관을 폭파시키고 싶은 지경이었다니까요...ㅡㅡ

비연 2004-07-1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아예 볼 수가 없더라구요...이 만화, 정말 두말하면 잔소리인 만화인데..
영화를 그렇게 만들다니. 아예 만들지를 말든가. 흑흑~~

꼬마요정 2004-07-19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얼마나 화가 나던지~~칫칫!!!
 
아르미안의 네딸들 14 - 완결
신일숙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5년 6월
평점 :
절판


첫번째의 운명은 왕관과 명예와 아픔, 두번째의 운명은 고귀함과 슬픔과 사랑, 세번째의 운명은 인내와 총명과 진실, 네번째의 운명은 방랑과 파멸과 기적속에서 그 의미를 찾으리라-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운명은 저 말로 집약된다. 네번째 딸인 레 샤르휘나의 아버지인 음유시인 플레니스가 노래하는 그들의 운명은 너무나 정확하다. 갈데아 지방의 한 소국으로 설정된 아르미안은 작가의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있음직한 나라가 되었다. 실제로 세번째 딸인 아스파샤의 경우, 그리스의 전설적인 정치가인 페리클레스가 말년에 사랑한 유녀의 이름과 동일하며, 실제로 이 만화에서도 그렇게 그려진다. 또한 페르시아의 황제였던 크세르크세스의 황후 중 한 명이었던 아르미안의 두번째 딸인 스와르다 와스디 역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불새를 시조로 가지는 신비의 나라 아르미안. 불새는 자신이 뿌린 씨앗을 스스로 거두러 다시 올지니, 레 샤르휘나는 불새가 되어 아르미안을 거두어간다. 그렇다면 첫번째 딸인 레 마누아의 운명은 남긴 것이 없는걸까. 자신의 연인, 자식, 동생까지 이용해가며 아르미안을 부강하게 만들고자 했으나 막내이자 배다른 여동생인 샤르휘나 대에서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면... 아픔과 절제의 삶을 산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타게 노력했던가. 레 마누아의 옆에 케네스만 있었다면, 샤르휘나의 옆에는 미카엘, 글라우커스, 에일레스 등 뛰어난 능력과 헌신을 바치는 인물들이 있다. 레 마누아의 사랑은 일장춘몽이었으나, 샤르휘나의 사랑은 영원이었다. 스와르다는 비록 마누아의 운명의 상대인 리할을 사랑하여 아픔을 겪었지만, 크세르크세스가 엄청난 사랑을 쏟아부었었다. 아스파샤는 어린 시절 페리클레스와 사랑을 나누다 몇 십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말년에 그들의 사랑을 이룬다. 그들의 사랑은 작가의 말처럼 운명으로 만나 사랑했지만 운명보다 더 사랑했다. 마누아는 리할을 사랑했고, 케네스는 마누아를 사랑한다. 그러나 리할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의 곁을 떠났고, 케네스는 그녀가 그를 가장 필요로 하는 때에 그녀의 곁을 떠난다.

레 마누아란 캐릭터는 말 그대로 연민의 대상이다. 절대권력과 명예, 자존심을 지키며 꿋꿋이 살아가지만, 인간적인 삶은 봉인당한다. 죽을 때에야 비로소 아들을 만나 봉인은 해제되지만, 결국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픔... 이 만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이자 연민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그러나 결코 그 연민을 있는 그대로 쏟아부을 수 없는 캐릭터..레 마누아.

나는 그녀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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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검 10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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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검의 내용이 점점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느낌이다. 이제 아라를 되찾은 산마로는 자신의 야망이자 꿈인 아무르의 옛 땅을 찾아 그동안 아파하고 고통받던 아무르인들 -특히 아라와 같은 여성들, 자신처럼 유년을 난도질 당하고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안식을 주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남쪽나라의 농간에도 휘둘리지 않고 온전한 자신의 방법으로. 소서노와 천궁 역시 산마로와 함께 거대한 극적 결말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

항상 느끼지만 불의 검이 아닌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로 김혜린 님의 작품에는 뛰어난 영웅도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도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높은 위치에 있고 부와 공명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사람에게는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다. 김혜린 님은 그걸 너무나 생생하고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그런 사람들이 주축이 되는 것처럼 보여도 주변인들을 부각시키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김혜린 님의 작품 속 사람들은 모두가 영웅이며 모두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평범한 사람이 위대한 사람이며 위대한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게다가 불의 검은 소수의 지배층보다는 다수의 피지배층의 생활과 생각 등을 잘 표현하여 보통의 순정만화에서는 소외되는 민중들을 잘 다룬 것 같다. 결국 민중들이 없으면 영웅도 지배층도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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