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놀자 > 제갈공명의 인물감정법

 

[제갈공명의 인물감정법]




    제갈공명은 생전에 [제갈씨집]이란
    10만 자가 넘은 자신의 저작물을 남겼으나
    오늘에는 전하지 않고 있다.
    또 소설 삼국지로서는 그의 전모를 파익할 수가 없다.
    그에 관한 책들이 많이 있어오기는 했어도
    청나라 때 '장주'란 사람이 편집한 [제갈량집]이
    제일 뛰어나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 문집에 수록된 내용 중에서
    제갈공명의 인물감정법을 살펴보면...

    제갈공명은 조직의 화합을 깨뜨리는 인간을 가장 싫어했는데
    그런 부류를 다음의 다섯 종류로 열거했다.

    1. 의식적으로 사람들 눈에 띄일만한 화려한 의복을 입는 자
    2. 동료들과 속삭이며 도당을 만들어 능력있는 사람을 비방하는 자
    3.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상론을 내세워
        주위 사람들의 판단을 현혹시키는 자
    4. 공적인 규율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판단하여 사람들을 선동하는 자
    5. 손익 계산하여 몰래 적과 내통하는 자

    이런 인간을 미리 감별해 내지 않으면 조직은 무너지기 때문에
    지도자는 거기에 필요한 감식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제갈공명이 제시한, 그 판단의 기준이 되는 포인트는...

    * 술을 취하도록 먹여서 그 본성을 관찰한다.
    * 일을 시켜보면서 지시대로 하는가 않는가에 의해 신뢰도를 판단한다.
    * 어떤 일에 관하여 선악의 판단을 요구하여
       의지가 어디에 있는가를 관찰한다.
    * 말로 무섭게 다그쳐서 상대의 태도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관찰한다.
    * 특정 계략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물어보아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를 관찰한다.
    * 곤란한 사테에 넣어 대처시켜 봄으로써 상대의 용기를 관찰한다.
    * 이익을 주겠다고 유혹하여 어느 정도 청렴한지를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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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클리오 > 김혜린 '북해의 별', '불의 검' 의 여주인공 비교

                                                     vs               

                       <북해의 별, 아니타 아델라이드>                                   <불의 검, 아라>


최근에 '북해의 별'을 다시 보다가 문득, 같은 작가의 작품이지만 여주인공의 이미지가 참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둘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두 여주인공 모두, 그보다 더 이상적이고 모든 것을 갖출 수가 없다. 미모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헌신, 꿋꿋한 마음, 주위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 등 이상적인 여성상이라는 것을 놓고 보면 둘다 매우 적합하다.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미움받지 않을 아주 여리고 따뜻한 여인들인 것이다. 그러나 두 여주인공은, 거의 혁명가에 가까운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찾아간다는 똑같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다르다. 그것은 1983년(북해의 별 출간 연도)과 2005년(불의 검 완간 연도) 만큼이나 멀리 떨어져있다. 이것은 김혜린이 바라는 여성상이 그만큼 바뀌었다는 말도 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그 시대가 바라는 이상적 여성상이 바뀌었다는 말과도 통한다고 생각한다.

 

 

운동권 학생들에게 학습교재로까지 읽혔다는 북해의 별은 멤피스가 너무 이상적인 영웅으로 나와서 지금으로봐선 낯설긴 하지만, 혁명이 성공하려면 어떤 조건이 이상적인가 하는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주인공 멤피스가 더이상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나는 것까지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이상적 혁명가의 사랑을 받는 사람의 조건은 어떠해야 했나? 어차피 궁정 중심 줄거리이긴 하지만 아니타는 공주인데다가, 모든 사람의 추앙을 한 몸에 받는 미모. 권력 투쟁 속에서도 오직 청순가련한 한떨기 꽃이다. 그저 겸손하고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일 뿐. 어느 남자와 사랑에 빠져도 결코 나쁜 여자가 되지는 않겠지만, 권력욕에 가득찬 대귀족과 사랑에 빠졌더라도 민중의 편, 혁명의 편에 자신을 헌신할 수 있었을까. 그런 면에서 아니타는 자신의 선택이이 그렇게 강한 여자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한번 사랑에 빠져 청혼을 받은 남자를 마음 속에서 끝까지 기다린다. (이건 좀 남성 판타지의 실현같다.)

 

그러나 아니타는 오빠가 명령하는 결혼을 거절하지는 않는다. 선택받은 자신의 삶을 버리고 소박하게 민중 속으로 갈 것을 결정했던 것도 오직, 사랑하는 남자의 곁으로 가는 길, 말하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남자가 가장 좋아할 길이 그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공주로 호화롭게만 살아온 그녀가, 오직 착한 마음 하나로 이전과 완전히 달라질 그 삶을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리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하기야, 멤피스는 계속 부자로 살 것 같긴하다...) 한 마디로, 주인공이지만 이 만화에서 주체적, 능동적으로 아니타가 해내는 일은 거의 없다. 물론 굉장히 자기 의지가 강하고 정신적으로 현명한 여성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쩐지 혁명을 이끄는 남자 주인공 머리 속에 그려지는 이상형인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한마디로, "희생하는 여성")

 

불의 검의 아라는 아니타와 출생배경부터가 다르다. 깊은 산 속에 대장장이인 아버지와 숨어살던 이름도 없던 소녀가 아라이다. 그녀는 기억상실증에 빠지고, 적일지도 모르는 이름모를 남자 산마로와 사랑에 빠진 후, 헤어진 그를 다시 만나는 일, 그리고 일족의 가장 큰 소원이었던 강철검을 만드는 일에 평생을 바친다. 그 과정에서 적의 대장에게 잡혀가 그의 아이를 낳는 질곡의 삶을 살고, 당연히 동족에게서 멸시당하고, 사랑하는 남자는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힘든 삶을 살지만... 그녀는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오직 묵묵히 자신의 판단에 따라 사랑하는 남자와, 그리고 자신의 일족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며, 어느 한 순간도 자신의 삶을 함부로 팽개치지 않는다. 집념과 끈기로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결국 자신의 동족의 역사적 운명까지도 바꾸어나가는 힘을 보여주는 강한 여인이 바로 아라이다.(한마디로, 여성적으로 "힘있는 여성") 또한 불의 검에는 사랑하지만 사랑에 매몰되어 모든 것을 걸지는 않는, 이상적 여성 정신지도자 '소서노'가 등장하기도 한다.

 


한 10년 정도 사이에도 사람들의 삶은 많이 바뀌었다. 진보 운동의 물결 속에서도 여성들은 거칠고 험한 임무를 띄고 떠나는 남자들의 뒤를 묵묵히 쳐다보며 삶을 지키는 그런 것만이 이상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자신이 앞으로 나가는 것은 상상도 못했고(하기야 상상해봤댔자 허용될 수도 없었고), 사랑하는 남자의 사상에 스스로 자신을 일치시킬 때에만 이상적인 여자로 생각되었었다. 유명한 여성혁명가들은 누구누구의 부인..으로 유명하거나, 혹은 권력투쟁 속에서 제거되었다. 이제 여자들의 생각도 많이 변하고 있다. 이제는 남자들의 생각에 뒤를 받쳐주고 그 일이 성사되면 나의 몫이 저절로 이루어지겠다는 것이 얼마나 환상인지를, 지난 시간들 속에서 이미 느껴버린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움직여야 이루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때로 주변 사람들과의 원치않은 충돌을 일으켜 내가 상처받기도 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가 움직여 얻은 것만이 진정한 내 것이라는 것을 눈치채버린 것이다. 그 거리는 끊임없이 멤피스의 그늘과 그의 기억 속의 이상형과 똑같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아니타와, 아버지와 사랑하는 남자 산마로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비극을 겼지만 그들이 가장 원하던 것을 결국은 자신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내는 아라 만큼의 시간적 거리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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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딸기엄마 > (아침 신문을 읽다가) 어찌 이리 옳은 말만 골라 하나

여성의원 50%의 꿈

세상읽기

 
저는 공적인 회의든 사적인 동문회든 여성이 없는 모임이라면 잘 참석하지 않습니다. 그게 술자리라면 더욱 피하는 편입니다. 지나친 일반화인지 모르지만, 남성들만의 모임은 은근한 잘난 척과 정치평론말고 화제랄 것이 거의 없습니다.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모임일수록 그렇습니다. 그래서 할 말이 없어지면 폭탄주가 돌기 시작하지요. 서열까지 매겨진 남성들의 모임이라면 화제 고갈에도 가속도가 붙습니다. 주로 ‘넘버 원’만 말하고, ‘넘버 투’는 맞장구를 치며, ‘넘버 쓰리’ 밑으로는 웃기만 해야 하니, 화제가 금방 동이 날 수밖에요. 내면의 깊은 나눔 없이 밤새 술만 마시고도 친구가 되었다고 믿는 분들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좋아서 술을 마신다는 남성은 하나도 없으니,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술자리는 ‘업무의 연장’이지 않습니까.^^

그걸 알기 때문일까요. 최근 벌어진 술집 폭언 사건의 이른바 ‘진실’에 대해 저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주성영 의원의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고, “그 당은 여성 표를 포기했나?” 하는 의문을 잠시 가졌을 뿐입니다. 오히려 제가 주목한 것은 그 자리에 여성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그 술자리가 남성들만의 모임이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화제 빈곤형’ 남성일수록 심지어 욕설을 통해서라도 불평등관계의 여종업원을 ‘대화’에 동참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므로, ‘동석’과 ‘서빙’의 경계 자체가 모호할 때가 많으니까요. 어쨌든 그날의 남성들은 사장과 종업원을 자신과 동등한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뱉어낸 말은 동료에게라면 결코 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여성 의원, 검사가 한 명이라도 동석했더라면 처음부터 그럴 수 없었겠지요.

술자리에서는 얼마든지 “♧♧년”이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 이번 기회에 인생관을 좀 바꿔야 할 겁니다, 세상이 바뀌고 있거든요. 그러나 우리 유권자들의 생각까지 거기 멈춰서는 안 됩니다. 흔히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예술이라고 하지요. 그런데도 이 땅에서는 대화의 훈련이 전혀 안 된 남성들이 주로 국회의원을 합니다. 지역구도보다도, 카트리나보다도, 그게 훨씬 심각한 재앙입니다. 우리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부패, 무능력, 비효율, 폭력의 문제 대부분은 여성이 국회의 50%를 점유하게 되는 날, 말끔히 해결될 겁니다. 최소한 대구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추태는 없겠지요. 여성들이 술을 못 마셔서가 아니라, 그렇게 더럽게는 안 마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다음 선거에는 제발 여성들을 국회로 보냅시다. 그게 바로 개혁입니다.

이쯤 되면 불쑥, “군대도 안 가는 여성들에게 어떻게 의석 절반을 주냐”고 되묻는 ‘절대 평등파’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분들께는 “여성이 아기를 낳지 않느냐”는 반론이 주로 제시되곤 합니다. 저출산의 위기 속에서는 출산이 곧 국력인 까닭입니다. 그러나 저는 같은 남성으로서 오래 전부터, 논리를 떠나, 꼭 한 번 이렇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여성들이 술 따르는 이상한 술집들로 넘쳐나는 나라, 국회의원과 검사가 성적인 욕설과 희롱을 하고도 멀쩡할 수 있는 나라, 가정과 직장에서 남녀 불평등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는 나라, 그런 차별 공화국에서 여성들이 (주 의원을 포함한) 우리 남성들과,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주는 것 자체’가 국가를 위한 봉사 아닙니까. 군 복무 못지않게 고통스러운, 그러나 만기제대도 없는 끔찍한 의무입니다. 국가를 위한 봉사는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요.

김두식/ 한동대 교수. 변호사

[한겨레신문] 기사등록 : 2005-10-02 오후 05:25:20 / 기사수정 : 2005-10-02 오후 05: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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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 이리 옳은 말만 하시나...... 신문 읽다 알라딘 들어와 글남기기는 두 번째다.
 
 대화의 훈련이 전혀 안 된 남성들이 주로 국회의원을 하는 나라에서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주시는 것만으로도 이 땅의 여성들은 엄청난 봉사를 하는 거지.
그럼..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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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태우스 > 팔 다섯개 이벤트

 

 

 

 

본 책은 이 페이퍼의 내용과 하등의 관계가 없습니다

 

88888, ‘8’이 다섯 개나 됩니다. 2003년 말 제가 서재를 연 이후, 제 서재를 방문해주신 분들이 곧 88888분이 됩니다. 과분한 사랑을 주신 것에 늘 감사드리며, 말로만 감사하는 것보다 뭔가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마구 생겨서 이벤트를 엽니다. 방식은 제가 선호하는 퀴즈로 하겠구요, 정답을 아시는 분은 주인보기로 댓글을 달아 주시면 됩니다. 저 스스로는 무지하게 어렵다고 생각을 하지만, 대상이 알라딘 분들이니 만점자가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선착순으로 순위를 정하도록 하겠으니 양해 바랍니다. 보기에 나오는 구절이 어느 책에서 연유된 것인지, 책 제목을 써주시면 됩니다. (단편집인 경우 해당 단편소설을 맞추셔도 되고 묶음집 이름을 써주셔도 됩니다)


기간: 9월 27일 오후 3시 반부터 9월 28일 오후 4시까지 24시간 30분

상품: 1등 4만원어치 책

      2등 3만원어치 책

      3등 2만원어치 책


1번. [어느날 옷을 입으려다보니 내게 후드 달린 트레이닝복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어보니 다섯벌이나 된다. 무슨 운동선수도, 날마다 조깅을 하는 사람도 아닌데, 이 정도면 한가지 스타일의 옷이 너무 많다. 집사람에게 “이런 옷이 왜 이렇게 많지?”라고 물으니 이것이야말로 내 페이버릿 싱스란다](난이도 하)


2번. [올해 초...기껏해야 다리 두짝에 달리기밖에 못하는 간단한 로봇을 고안했었다. 이 로봇을 얼마나 빨리 달리게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했던 이들은 로봇의 다리 길이를 조절하고 잘 휘어지게 만들어 시속 12.8마일까지 달리게 할 수 있었다](난이도 중)


3번. [“저 혹시 위층 천이백사호에 사시지 않으세요?”

경의선 서울역발 막차를 타고오던 나는 능곡역을 지날 때쯤 읽고 있던 신문을 주섬주섬 챙긴 다음 앞에 앉은 아가씨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바로 그 에어로빅 강사를 한다는 여자였다. 퇴근길인 모양이었다. 창가 쪽에서 눈길을 거둔 그녀가 씨익 웃어 보였다](난이도 상)


4번. [삶이란, 잊어버린다는 일을 배우지 못한 오입쟁이의 계집들, 그게 삶이야. 이거다 싶게 마음에 드는 계집을 만났을 때만, 오입쟁이는 고단한 옷치장을 그치고 파자마로 갈아입을 것이며, 으뜸가는 아이를 낳았을 때만, 외로움은 씨뿌리기를 그칠 것이며, 공간은 몸푸는 괴로움을 벗을 거야. 삶이란...애 잘 낳는 여자의 아랫배 같은 것](난이도 하)


5번. [좋으면서 나쁜 책의 가장 훌륭한 예는 아마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일 것이다. 이 책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멜로드라마적인 사건들로 가득 찬 작품으로, 은연중에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본질적으로 사실적이며, 우리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난이도 상)


6번. [본 영화는 소식 영화 말고도 예고편 셋이 나오고서야 시작되었다. 줄거리가 꼭 통속소설의 그것이었다-게이조우의 명문 대학에 다니는 내지인 학생 후지와라 사이가꾸와 조선인 여학생 가네다 하쯔요는 서로 사랑하는 처지였다. 커다란 운수회사를 경영하는 후지와라의 아버지가 파산하는 바람에 후지와라는 대학에 다니기 어렵게 되었다](난이도 중)


7번. [나는 마약 상습범을 한 명 안다. 그녀의 이름은 엠마 로우리이다. 지금 예순세 살인 그녀는 뉴잉글랜드에 위치한 어느 작은 대학의 자연과학대 학장으로 있다. 그녀는 사무실에 나가지 않아도 옷을 항상 멋지게 차려입는 여성이다...몇달 전 그녀의 등뼈에 이상이 생겼다. 척추가 끊어져 버린 것이다](난이도 중)


8번. [그 십자가의 배후에서 색색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선명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윽고 부제가 다시 나타났다. 나는 그의 안내를 받아 성당 밖으로 나섰다.

부제는, 영접에 시간이 걸려 미안하다는 변명 비슷한 말을 두세마디 입 속에서 중얼거렸지만, 나는 그가 늦은 것에 대해서는 마음이 쓰이지 않았다. 대신 그때 내 감각이 집중된 것은 그의 옷자락에서 풍기는 포도주 냄새였다. 달콤하기는 했으나 어딘가 한물간, 콧속에 들큰하게 괴어드는 그런 종류의 냄새, 그것이...주변을 떠돌고 있었다](난이도 중)


9번. [그렇게 계속 기억을 따라갔다. 벌써 오래전에 밤이 되었고 바깥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 기억 속에서도 빗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마로니에 나무들 밑, 그가 언젠가 프란츠 크로머 때문에 나한테 캐어묻고 나의 첫 비밀들을 알아맞혔던 때였다](난이도 하)


10번. [“빌어먹을 할미년”

그는 뾰로퉁해져서 가버렸다. 곧 시엔흥 술집의 주인도 가버렸다. 밤에 돌아온 그는 관이 없어 지금 맞추어야 하므로 밤늦게나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엔흥 술집의 주인이 돌아왔을 때는 일손을 돕던 자들은 이미 밥을 다 먹고 난 뒤였다](난이도 상)


11번. [그들은 한참 동안이나 말없이 모닥불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마치 엄숙하고 경건한 성전에 들어온 것처럼 진지했다. 잠시 후 닐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듯 또박또박 말했다.

“지금부터...중략...”](난이도 하)


12번.[“물론 그 콧수염 사내도 챔피언한테 당해서 길게 드러누웠겠지? 그렇게 해서 그 시합이 끝났다는 말이냐?”

예수님이 혀를 차며 물으셨다.

“아닙니다! 그 사내는 금고처럼 단단했답니다. 공산연맹 챔피언이 가볍게 뛰며 기습공격을 노렸답니다. 그러다가 퍽!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날렸다지 뭡니까? 그래서 제가 왼손으로 막고 오른손으로 번개처럼 주먹을 날렸습니다. 챔피언은 넉다운됐죠”](난이도 하)


13번. [그의 집은 빌머스도르프에 있는 삼층짜리 아파트였어요. 역시 천장이 높은 구식건물이었어요. 침실이 하나 있고 거실과 주방 공간이 넓은 그런 방이죠. 커다란 책상 겸 식탁 앞에 앉았습니다. 컴퓨터와 책장이 있고 가구는 단출했어요. 이선생은 셔츠바람에 가슴까지 올라오는 앞치마를 두르고 오븐 앞에서 씨름하고 있었어요.

뭘 하는 거예요?

내가 그의 등뒤로 다가서며 물었더니 그가 나를 가볍게 밀어냈어요](난이도 중)


* 문제를 내면서도 계속 불안합니다. 여러분들은 다 맞추고 말 것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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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부리 > 상대를 잘못 택한 진중권

 

 

 

 

KBS에서 하는 <책을 말한다>라는 프로,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자부하면서도 난 그 프로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책은 말하는 게 아니라 읽는 것이라는 고루한 생각 때문은 물론 아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 프로가 방영되는 목요일 밤 10시 경에는 언제나 술잔을 들이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방송의 <느낌표>를 한번밖에 안본 이유도 마찬가지다. 술을 마시느라 안보고, 그러다보니 술을 안마시고 집에 있는 날에도 그 프로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으니. 그랬던 내가 지난 목요일날 <책을 말한다>를 보게 된 이유는 라주미힌님이 올려놓은 글로 인해 장하준 박사가 나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의 저서 <쾌도난마 한국경제>가 주제였는데, 상대편으로 진중권 씨가 나오는 것도 흥밋거리였다. 그날따라 늦은 퇴근을 했지만 다행히 밤 10시에는 TV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난 그 책을 읽음으로써 박정희의 경제발전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었다. 난 진중권이 이런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경제발전에 있어서 박정희의 공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로서는 진중권이 장하준의 논지를 멋지게 격파하기를 더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지나친 기대였다. 미학자로서는 탁월한 진중권이 경제는 몰라도 너무 몰랐다. 잘 모르면서도 반박을 하자니 어거지를 쓸 수밖에 없었고, 그럴수록 전문가인 장하준과 장하준이 천재라고 부러워하는 정승일의 논리정연한 말들이 더 빛이 났다.


-박정희가 사회주의적 정책을 썼다고 하니까 진중권은 무솔리니와 히틀러를 들먹이며 핀잔을 줬지만, 별로 공감은 안됐다. 박정희가 사회주의자라는 얘기가 아니라 정책 자체가 사회주의적이라고 얘기한 건데 무슨 헛소리?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자는 장하준의 말에 대해 진중권은 이렇게 말한다. “그 말을 누가 하는 줄 아세요? 자유기업원이 합니다”

말인즉슨 자유기업원이 하면 다 나쁜 말이란 뜻, 이런 흑백논리는 딴지일보 김어준이 잘 정리해준 적이 있다. “알리와 포먼이 권투를 한다. 김일성이 알리를 응원한다. 너도 알리를 응원한다. 고록 너는 빨갱이다”

극우들이 잘 쓰는 전형적인 흑백논리, 세상에, 그토록 명석한 진중권이 겨우 이런 논리에 기대어 토론을 하다니. 조선일보 기사 중에도 진실이 있듯이, “자유기업원이 하는 말에도 맞는 게 있습니다”라는 장하준의 말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였다.


-나중에는 이런 말까지 한다. “댁들, 그러면서 왜 좌파라고 합니까?”

황당해진 장하준은 정승일을 돌아본다. “우리가 좌파라고 했나요?”

정승일, “(웃음) 아니요”

이때 알았다. 진중권이 왜 그렇게 허황된 주장을 하는지. 경제학을 모르는 것과는 별개로 그는 테마가 된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책의 서문에, “남들은 우리를 좌파라고 하고, 어떤 이는 극우라고 한다...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우리 경제가 발전하는 것이다”라고 씌어 있기 때문이다.


진중권은 그간 ‘쾌도난마’였다. 아무리 복잡한 일도 본질을 꿰뚫은 그의 언변에 의해 박살이 나곤 했다. 유머와 냉소, 비아냥 등을 동원한 그의 말들은 그 자체가 예술이었다. 하지만 그의 칼날은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캠브리지 교수인 세계적인 경제학자, 그리고 천재로 알려진 정승일, 그 둘의 논리 앞에 진중권은 너무도 무력하기만 했다. 그렇다. 그는 상대를 잘못 고른 거였다. 그가 쓴 방법은 무식한 극우들과 싸울 때나 효과가 있는 것이지, 이번에는 아니었다. 아무리 잘 드는 칼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써야 한다는 것을 내 스승 진중권은 <책을 말한다>를 통해 잘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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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교수 팬 2012-07-17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는 진중권교수가 오히려 장하준 그리고 정승일교수와 토론을 내심 즐거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단지 토론을 위한 토론을 기대하셨던 것 같은데.. 진교수가 가진 나름의 큰 그림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셔야 할것 같습니다.

꼬마요정 2012-07-17 10:2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저도 팬입니다.^^ 진중권 교수, 장하준 교수 모두 자기 주장을 일관성 있고 논리적으로 펼치시니 멋지시죠. 그리고 부리님 글도 좋아합니다.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재밌게 읽었기에 관련글을 퍼온 것이구요. 토론을 위한 토론을 기대한 건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