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거리 -하
진여진 지음 / 환상미디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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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한 건 나의 일상이 그만큼 지루하다는 걸까. 이들의 사랑을 보며 정열과 냉정이 교차함을 느끼며 일탈을 꿈꾸게 되었다. 내가 살고, 뿌리 내린 이 땅이 아닌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속에서 발견한 단 한명의 사람. 그만을 바라보고, 그만을 따라다니는 카스미의 가슴 속엔 그가 낙인처럼 찍혀 있었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시련을 동반하는 법. 오해와 음모 속에 헤어진 두 연인은 각자의 심장이 너덜너덜해져 극단으로 치닫는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하얀 안개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앞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그 속에서도 각자를 알아보는 두 사람. 서로를 보면서도 다가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그들의 실루엣이 계속 떠올라 가슴이 시려왔다. 엄청난 흡입력으로 나를 이야기 속에 빠지게 한 그들의 사랑은 험난한 산행을 하듯, 깊은 계곡을 건너듯 그렇게 아슬아슬하면서도 짜릿했다.

우연 같은 만남과 불꽃 같은 사랑, 깊은 상처를 남긴 이별과 복수의 날을 세운 재회.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처연하기만 했다. 음모가 드러나면서 속이 시원하긴 했지만, 그들이 상처받은 시간들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이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내내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따뜻한 한 줄기 빛을 보았을 때의 그 환희. 그들도 그런 환희를 경험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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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향 -하 - 완결
홍예 지음 / 발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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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하권 단숨에 다 읽었다. 술술 읽히는 것도 그렇고 문장도 그렇고 깔끔하고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하지만 읽으면서 내내 예전에 읽었던 로설들을 되짚어 보게 되는 건 왜일까.

연록흔, 은비현, 화홍 등... 여러가지 로설들이 뒤섞인 느낌을 받았다. 독립적인 소설인 건 확실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성품이나 능력 등을 찬찬히 보면 여주인 신혜는 은비현과 비슷하고, 남주인 제휘영은 연록흔의 가륜과 비슷하고, 가희는 저지른 짓을 보면 화홍의 그 나쁜 희빈과 비슷하다. 그래도 뭐 한 나라의 황제가 기틀을 잡아가면서 운명의 여인을 지켜주는 건 흔한 스토리이니까. 딱히 문제될 건 없겠지...

어린 시절 어긋나버린 사랑의 대가로 태어난 휘영은 어미의 정이란 걸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 아픈 상처가 그의 감성을 뒤틀어 놓았고, 그래서 자신의 운명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운명을 알아봤으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는 게 더 정확하겠지. 덕분에 그의 운명인 신혜는 어린 나이에 자자형을 받아 어깨에 문신이 새겨진다. 휘영의 것이라는. 둘 다 서로에게 이끌리면서도 발버둥친다. 그런 감정을 인정하기에 그들이 살아온 나날들이 너무 험난했으니까. 그러나 휘영은 용감했다.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녀도 그의 사랑을 깨닫고 그를 사랑하는 자신을 알게 됐다. 그러나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는 사랑과 어울리지 않는 법. 시시각각 그들을 조여오는 온갖 음모와 핍박에도 한줄기 애틋한 연모의 정을 지켜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저 모두가 행복하기를...

이게 첫 작품이라는데, 이 작가 글을 잘 쓴다. 앞으로 계속 나올 책들이 기대된다고나 할까. 고전고설을 좋아하는 내겐 큰 발견이다. 재밌고 참신한 책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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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향각 이야기 2 - 안개의 덫, 완결
이지환 지음 / 마루&마야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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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어리다고 사랑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열일 곱, 그 아리따운 나이에 학교 선생님을 향한 연정으로 매일을 행복하게 보냈으니. 지금 돌이켜 생각했을 때 그게 동경이었다 하더라도 그 한 때의 열정은 나를 들뜨게 했었다. 내가 대학엘 가고 대등한 위치에서 남녀 사이를 정립하게 되면서 사랑은 그 때와 다른 의미를 가지게 했다. 학교 선생님이나 아이돌 스타를 향한 무한동경과 실제 남녀 간의 사랑은 다른 거란 것을.

앞에 애잔하게 애피타이저처럼 나온 매향각 이야기는 너무 애처롭고 애틋하고 비정하여 몰입해 읽었더랬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난 혼란스러웠다. 여주가 천재라는 건 알겠다. 최연소 등단에, 그 '흑암의 사육'이란 작품의 대단함까지 알겠다. 그러나 남주를 향한 그 과도한 집착은 이해 못하겠다. 고등학생 입에서 같이 살래란 말이 나오다니.. 그거 너무 상식 밖이지 않은가. 남주 역시 한참 어린 고등학생을 그렇게 대하면 안 되지 않나. 충분히 기다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이야기는 진전되지 않았을까. 오히려 더 애틋하게 말이다. 누구나 겪는 이별을 혼자만 겪는 것도 아닌데, 남주와 헤어지고 그녀의 변신은 좀 지나치다 싶다.

또 맘에 안 드는 점은... 기생에 대한 태도이다. 계속 모순되는 입장을 보인다. 여전히 남존여비가 깔려있는데, 확실히 기생과 게이샤는 다르다. 이 책에선 기생을 높이는 듯 하다가도 몸 파는 창녀 쯤으로 나온다. 여주가 그렇게 생각하니 남들이 아니라고 해도 뭐 그게 먹히겠나.

둘의 절절한 사랑 보다는 끔찍한 집착이 느껴져 거슬렸다. 특히 남주!! 자기만 생활 있나... 여자가 사랑을 하면 오롯이 그 남자만 보고 그 남자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 답답해!!! 여주는 대학생이다. 거기다 등단까지 했으니 글도 쓰고 학교 생활도 해야지. 무작정 가두고 나만 생각해라니.. 그게 말이 되나. 고마의 여인이고 국선의 후예고 뭐고 맘에 안 든다. 화홍 같은 경우에나 맞을만한 전개라고나 할까.

여주의 사랑을 수동적으로 그려놓은 그 오만함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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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베일 2 - 완결
서미선 지음 / 마루&마야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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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난 뒤 든 생각은... 흡입력이 대단하구나..란 감탄사. 사실 내용은 좀 억지스럽기도 하고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사건의 전개가 비약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읽는 도중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빨려들어가버려 단숨에 다 읽게 했다. 정말 내용은 그냥 카리스마 왕, 대단한 재력, 멋진 외모를 갖춘 남주와 불꽃처럼 섹시하다가 지나치게 평범하다가 뚜껑을 열어보면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당찬 여주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이다. 간간이 평생 정부가 되라느니, 노예가 되라느니 이런 시덥잖은 소리들이 나오기는 하는데, 중요한 건 오해가 오해답지 않는 거나, 그런 오해가 밝혀지는 과정이 어설프다거나 뭐 그런거.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모른 채 자존심을 내세우며 틱틱대는 장면들은 사실적이면서 두근거리게 했다. 싫은 소리 해 놓고 뒤에서 후회하고, 잠들었을 때나 몰래 훔쳐보고, 사과해야지..해놓고 다시 싸우고..

그런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에는 여러가지 사건이 많이 일어나야만 했다. 경영권 방어나 예기치 않은 임신, 부모님과의 만남, 사소한 오해들...

그래도 저녁 시간 선선한 바람소리 들으면 집중해서 읽었다. 어깨가 다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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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휴가
김경미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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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씨 작품이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왜 이 책을 빨리 발견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뒤로 한 채 책장을 넘겼다. 앉은 자리에서 다 보고 책을 덮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별 세개!

같은 내용이라도 누가 글을 쓰냐에 따라 평가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김경미씨 글솜씨는 멋지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내용을 이 정도로 쓸 수 있었을까... 내용은 어쩌면 평이하다. 

한국의 특무국 요원 화랑 염화와 미국 군수산업체의 거장 카를로스. 둘은 동류의 삶을 살고 있었다. 아프고 상처받은 과거로부터 도망쳐 마음의 벽을 쌓고 누구보다 강철같은 삶을 사는. 그런 그들이 서로에게 이끌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그렇게 우연처럼 사진 전시회장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서로에게 이끌리는 마음을 한시적으로 풀어놓는다. 그러나 둘 모두 영원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서로를 떠날 준비를 하지만...

연속해서 일어나는 사건들로 인해 카를로스가 먼저 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여전히 부정하는 염화, 진후의 맘을 돌리는 건 쉽지 않은 일...

오랜만에 두근두근 재미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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