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월 2
이서윤 지음 / 가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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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로 키워졌다. 버림받은 왕비의 애증을 가슴에 품고서 작디 작은 아이는 남자로서, 왕으로서 홀로 서야 했다.

 

남자는 끊임없이 의심 받으며 자라났다. 어머니인 황후가 낳았고, 아버지인 황제가 자신의 아들임을 인정했지만, 세간의 소문은 끝이 없었다. 어머니의 집안을 몰락시킨 녹황비의 가문은 녹황비의 아들인 천후를 황위에 올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더럽혔다.

 

그렇게 그들은 만났다. 한 쪽은 왕위를 잃고 도망자 신세였고, 한 쪽은 자신을 노린 독에 동생이 당하여 그 해독제를 찾기 위해 유람을 핑계로 나선 길이었다.

 

그리하여 서로는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사랑하게 된다. 슬프게도 끝을 알 수 없는 그런 사랑을.

 

서로의 어깨에 걸쳐 진 나라라는 무게가 없었다면 그들은 오히려 행복했을텐데. 오직 서로만을 바라볼 수 있었다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았을텐데. 지척에 두고도 아닌 척, 모른 척 그렇게 그들은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많은 이야기들이 몇 문장으로만 지나쳐서 아쉬웠다. 천후의 어머니와 아버지, 율아의 어머니와 아버지, 녹황비의 이야기, 한씨 가문의 몰락... 이 이야기들이 두루뭉실로 그러져서 서로의 안타까움을 덜어버린 것이 안타깝다고나 할까.

 

새벽달... 해가 가리기 직전 마지막 힘을 내어 내는 그 빛마냥 그렇게 애처롭게 시작된 인연은 왠지 아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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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色 로맨스 : 일상 혹은 환상
연두.정지원.이지환.채현 지음 / 가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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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영은 프리랜서다. 일단은 가난한 프리랜서. 통잔잔고가... 만원이 되지 않는. 왜냐.. 괜히 설레이면서 기대하던 짝 있는 줄 몰랐던 동창 앞에서 쪽팔리기 싫어 3만원만 하려던 부조를 5만원 했으니까. 웃음이 났다. 나 역시 그런 적이 있었다. 난 결국 3만원 넣었지만, 그 친구는 부산에서 수원까지 와 준 (물론 기차표도 친구가 끊어줬다.ㅜㅜ)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내 사정 뻔히 다 아니까.

 

결혼식장에서 저마다 보영보고 늘씬하고 우아하다며 칭찬한다. 보영은 도도하게 웃으며 속으로 흐느낀다. 돈이 없어 굶다보면 살이 빠진단다... 그런 그녀에게 카드대금이 빠져나가는 날은 마치 13일의 금요일에 제이슨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공포를 준다. 카피를 써 주고 들어와야 할 돈이 밀렸다. 그녀는 은행에서 걸려오는 전화 앞에서 갈등한다. 받고 싶지 않다... 비참하게 느껴지는 자신을 저주하며. 그래도 보영은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우습게도 위안을 얻는다. 로맨스의 시작이라고나 할까.

 

쌈장녀는 매우 처절한 상황을 유쾌하고 담백하게 끌어나간다. 곳곳에 웃음기가 배어나와 읽는 동안 씁쓸하지만 즐거웠다.

 

결혼이 다가오면 신부들이 느낀다는 우울한 기분들... 메리지 블루. 연서는 말 그래도 흘러가는대로 사는 여자다. 딱히 절절한 연애를 한 기억도 없고, 되는대로 대학을 가서 취업이 안 되니 남들 가는대로 대학원을 가고, 선배들이 잔뜩 있는 제약회사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엄마가 선보라는 남자와 선을 보고 이제 그 남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이제 연서는 고민한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

 

누구나 한 번쯤 느낄만한 감정들을 연서의 마음과 상황을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다른 남자를 돌아본다던가, 결혼 자체를 늦추고 싶어한다던가, 이 남자가 나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 고민한다던가, 시어머니에 대해 생각해보고, 엄마에 대해 생각해보고, 내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렇게 보영과 연서가 자신이 살고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그에 반해 우민과 느와는 일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완전 어린 나이에 미술계의 신이라 불리던 우민이라는 존재 자체가 환상이라고나 할까. 딱 맞춰 느와 역시 보랏빛 눈동자에 환상을 간직한 여자이고.

 

사고로 오른손이 망가져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우민은 우연히 들어가게 된 가게에서 비통한 음색을 내는 첼로 연주자 느와를 만난다. 운명의 반쪽을 만났다고 자신하는 우민에게 느와는 정말 신비로운 환상이었다. 사라진 그녀와 그녀를 기다리는 우민, 그리고 그녀를 찾아나서는 우민.

 

나는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여자다. 이 꾸진 아파트로 이사오고 난 뒤 생겨난 불면증, 쓸고 쓸어도 계속 나오는 노란털, 밑에 층에서 계속 울어대는 개 때문에 이사온 걸 후회하는 중. 그러던 어느 날 새벽 3시. 나는 자는 걸 포기하고 편의점에 먹을 걸 사러 간다. 가는 길에 만난 검은 고양이는 "이 년이" 라는 말에 발끈하여 자랑스러운 자신의 명란젓을 보여주고, 온통 검은 옷을 입은 남자와 엘레베이터를 타고 같은 층에 내리며 공포에 질린다. 옆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남자를 보며 괜히 겁 먹었다며 안도하지만, 역시 기분 나쁘다.

 

윗층에는 마녀가 산다. 그리고 아래층에는 늑대인간이 살고, 옆집 남자는 뱀파이어이고, 내가 사는 호의 전주인은 여우란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 이 아파트가 싼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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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2-01-1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같네요. 개인적으로는 굶는다고 살이 안찌는 건 아니라는 편인데요^^; 요즘은 못사는 사람이 뚱뚱하다잖아요.. 어쨌거나, 이 책의 그녀들은 책 현실과는 괴리된 느낌이네요. 그런데 뭐랄까? 이 리뷰 하나로 몇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다는...ㅋㅋㅋ

꼬마요정 2012-01-19 12:22   좋아요 0 | URL
ㅋㅋ 재미나게 읽었어요. 겨울만 되면 찾아오는 무기력증 때문에 우울한데 의외로 가볍고 유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죠~~^^ 잘 지내시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칭동 2 - 황태자의 달, 완결
은태경(계란토스트) 지음 / 가하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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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감정이 자리를 잡아버리는 때가 있다. 달이 흔들리던 그 순간... 유성의 마음에 아현이 자리잡았다. 결코 뒷면을 보여주지 않는 달과 같이 사연을 숨긴 채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안쓰러운 여자. 감정을 드러내면 죽거나 다치는 궁궐에서 홀로 외로이 살아남은 유성에게 그 여자는 유일하게 쉬고 싶은 안식처였다. 비록 그녀가 자신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황제의 첩자라 할지라도.

 

어릴 때 그녀가 알던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단 노인이었다. 그녀를 키워주는 부모였고, 무예를 가르치는 스승이었다. 단 둘이 사람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산중에서 살며 그렇게 첩자로 키워진 그녀는 단노인의 죽음 이후 황제에게서 제의를 받는다. 부모를 보고 싶으면 황태자 곁에서 그를 감시하라.

 

이무도 모르게 자신의 형과 형수인 황제와 황후를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유백은 남들이 의심할까 그 당시 한 살이던 유성을 죽이지 못했다. 자식이라고는 후궁에게서 낳은 악독한 궁주 한 명이 전부인 유백은 유성이 황태자 자리에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실패하는 유성을 암살하고자 하는 시도.

 

한 번 지펴진 증오는 거대한 산을 태울만큼 강렬했고, 한 번 느껴버린 사랑은 한 생애 전체를 흔들만큼 거대했다. 사랑한다, 은애한다, 죽지마라... 이런 말들을 채 내뱉지 못하고 서로를 마음에 담았던 그들 앞에 있는 시련은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우리의 남주는 강하니까, 우리의 여주는 또랑또랑하니까 행복해질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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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2
진해림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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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내려진 축복.. 망각.

 

사람은 잊을 수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 만약 살아온 날들을 전부 잊지 못하고 기억하게 된다면 삶은 훨씬 더 고통스럽고 무거워질 것이다. 그래서 도유에게 내려진 저주는 실로 처절하고 끔찍한 일이었다. 저주는 무참했다. 기억해야 할 사랑하던 순간들은 배신의 상처로만 기억될 뿐. 잊혀지지 않고서 말이다.

 

사랑하였기에 행복했건만, 행복을 가르쳐 준 사랑은 놀리듯이 행복을 빼앗아버렸다. 사탕이 단 줄 모르고 살던 그에게 사탕이 얼마나 달콤한지 맛을 보여주고 각인시켜 놓고 욕심내게 해놓고 사탕에 독을 발라놓다니... 독이 든 사탕을 삼킨 까닭에 도유는 련을 찾아 헤매이며 그녀를 죽이기 위해 칼을 간다.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힘을 타고 났지만 스스로를 숨기며 살던 련은 달콤한 사탕이었다. 움켜쥐고 있어도 사라질 것만 같던 분위기를 가진 그녀는 극단의 상황에서 스스로를 가뒀다. 기억하리라. 사랑하는 그 사람만 아프게 하지는 않을거라고.

 

삼백 년의 시간을 돌고 돌면서 사랑은 잊혀져 갔다. 그 애틋하고 아름답던 순간들은 배신감으로 인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대체되어 먼지처럼 날아갔다. 남은 것은 사랑하던 순간들이 아니라 사랑을 배신했다는 잘못된 진실의 잔상들 뿐...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어그러지고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련은 진심을 다해 도유를 사랑했다. 그랬기에 자신의 몸에 화인을 새겼다. 사랑하는 이를 아프게 했다는 죄책감과 그를 혼자 두고 싶지 않다는 절실한 마음이 담긴 화인을. 그리고 그녀는 끊임없이 죽임을 당할 때마다 기억해냈고, 사랑하는 이를 눈에 담고 속죄의 눈물을 흘렸다. 이제 그가 편안해지기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탐내던 련의 이복오빠의 집착은 실로 무서운 것이었다. 물론 누구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는 게 좀 맥이 빠지긴 했지만.

 

역경과 고난으로 담금질 되지 않아도 빛이 날 그들의 사랑이건만, 시련은 계속된다. 오해는 풀리지 않고, 이유가 있는 배신 아닌 배신으로 괴로워한다. 결자해지라 했던가. 이런 안타까운 상황들의 당사자들은 모두가 매듭을 풀기 위해 희생하게 되고...

 

그들은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삼백년의 복수가 끝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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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의 검 2
김경미 지음 / 여우비(학산문화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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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음악을 연주하는 이울 하룸.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만큼 아름다운 음율을 자아내는 악사다. 물론 다른 직업도 갖고 있긴 하지만 일단 기예단을 이끄는 단장이면서 유명한 악사라고 알고 있자. 이스타니아의 라자인 라지드에게 생일 때문에 일정 기간 연주해 줄 의무를 지게 된 이울 하룸, 미아는 수도 아말파에 오자마자 노예 상인들에게 납치된다. 때마침 납치 사건을 조사하고 있던 라지드에 의해 구출되는데... 그들은 그렇게 만났다. 

차가운 심장을 가진 남자와 무거운 책임감이 짓누르는 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 그리고 반드시 지켜야 할 맹약.  

마음 준 여자도 아니고 그저 정혼자에게 한 번 배신당했다고 여자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한 남자는 상처받은 적도 없으면서 여자들에게 상처를 주기 시작한다. 하룻밤의 정사가 끝나고 나면 여자들은 죽지는 않지만 내쳐진다. 그녀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그래 니가 왕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남자는 사랑을 모른다. 사랑이란 감정 자체를 무시하기에, 그저 막연한 호기심이나 욕정 쯤으로 치부하고 만다. 그러면서 소중하게 대해야 할 애틋한 이에게 씻지 못할 오명을 안기기도 하고, 모욕을 주기도 한다. 결국 다 자기가 감당해야 할 잘못들인 것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런 바보 같고 오만한 남자를 상대하게 된 운 없는 여자는 사실 엄청난 여자다. 남자가 우월하다고 행세하는 시대에 남자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여자. 검술도 뛰어난데다 한 부족의 족장이기까지 하다. 정치적으로도 계산이 뛰어나고 리더십과 카리스마까지 장난 아니다. 다만.. 남자를 모른다. 연애감정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이런 젠장... 

무슨 아프리카 사바나도 아니고, 정글도 아닌데 쫓고 쫓기는 달리기가 시작된다. 둘 다 필사적이다. 둘 다 서로를 마음에 품고서는 아닌 척 한다. 지들 마음을 지들이 모른다. 뭐하는 짓거들이냐. 차라리 그렇다면 미아가 라지드를 좀 더 애태우고 괴롭혔어야지. 너무 쉽게 마음을 줬다.  

릴라 차벨라... 신의 뜻대로.. 둘은 서로를 사랑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이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사랑한다면 끝까지 잡아야한다.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는 말처럼 가슴 아픈 말은 없다. 사랑하니까 함께해야지. 그 사랑이 없이도 살 수 있다면 미칠만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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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06-28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취향이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반가워요~ ㅎㅎ
<매의 검> 관심이 있었는데 구매할 기회가 없었어요.ㅜ.ㅜ
언젠가는 꼭 볼거라고 생각해요.ㅋㅋ

꼬마요정 2011-06-28 14:52   좋아요 0 | URL
꼭 보세요~^^ 정말 재밌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