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책 중의 하나는 '새로운 여자의 탄생'이란 부제를 가진, 댄 킨들런의 <알파걸>(미래의창, 2007)이다. 지난주 구내서점에서 책이 나온 걸 보고 한번 들춰봤었는데, 다시 확인해보니까 상당히 저렴한 책이다. 364쪽에 10,000원(할인가 9,000원)이면 짐작엔 신간들 가운데 분량 대비 최저가가 아닌가 싶다.
대개 이런 종류의 책은 그냥 리뷰들 몇 개 읽는 걸로 대신하는데(사실 그걸로 충분할 때가 많다) 그 '책값'이 특이해서 한번 관심을 가져본다. 내가 읽은 리뷰들이 정리하고 있는 내용을 옮겨놓는다.
국민일보(07. 01. 27) ‘알파걸’… 거칠 것 없는 그녀들의 야망·파워!
미국에서 여성들이 처음 투표권을 얻은 것은 1920년이다. 그리고 여성이 자신의 몸의 주인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피임의 합법화는 1965년에 이뤄졌다. 백 년여 동안 페미니스트들이 힘들게 쟁취한 남녀평등이라는 토대 위에서 요즘 미국 10대 딸들은 역사상 최초의 신천지를 경험하고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여자와 남자의 출발선이 똑같아진 것. 이 아이들은 남녀구분 없이 동등하게 부모의 관심을 받고,교육을 받고,사회진출 기회를 갖게 됐다. 그 결과 놀라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우수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하바드대 아동심리학과 교수인 저자 댄 킨들런은 “완전히 새로운 사회계층이 출현하고 있다”고 선언한다. 저자가 ‘알파걸’이라고 명명한 이 소녀들은 ‘여자들은 사춘기가 되면 자신감을 잃고 자신이 부족하다는 느낌에 휩싸이게 된다’는 심리학계의 유력한 학설과 달리 대다수 남학생들보다 더 씩씩하고 경쟁도 겁내지 않는다. 이들은 여성이 관리직에 오르는 것을 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장벽,소위 유리천장도 얼마든지 분쇄해버릴 태세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또다른 특징은 페미니즘의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저는 여권주의자가 아닌 평등주의자에요. 페미니즘은 여성평등이 아니라 남성 적대적으로 보이거든요”라고 말하는 이들은 사실 페미니스트가 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미 남자를 추월했기 때문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과학이나 수학에 약하다는 편견에 대해 저자는 “같은 땅에 두 식물을 심고 수분,햇빛,영양분 공급 등 모든 조건을 똑같이 해주고도 한 식물이 더 크게 자랐다면 유전적 차이 때문”이지만 “현실에선 하버드대학이건 월가건 남녀에게 같은 토양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면서 토양이 갖춰지지 않는 한 유전적 차이에 대한 논쟁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미래 지도자가 될 알파걸들의 등장은 역할 모델이 되는 ‘알파우먼’의 수가 늘어난데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정계에는 힐러리 클린턴과 콘돌리자 라이스가 버티고 있고,대중문화에서는 오프라 윈프리와 마돈나가 있다. 이외에도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저자인 JK롤링이나 미녀 테니스 스타인 마리아 샤라포바 그리고 골프스타 미셸 위 등이 알파걸들의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저자가 알파걸과 관련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딸과 아버지의 친근한 관계. 신세대 아버지들은 구세대 아버지들이 아들에게 그랬듯이 딸들에게 열심히 도전의식을 심어준다. 그리고 딸들은 여성적 혹은 남성적으로 규정됐던 다양한 기능들을 습득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장시켜 나간다. 이에 따라 딸들은 여전히 사회에 남아있는 남녀간 차별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이 책의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는 “학교가 알파걸로 넘쳐나는데,왜 알파우먼이 미국을 지배하지 못하는가?”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직장 여성들의 월급은 남성에 비해 평균 23%가 작으며 대기업 임원이나 의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20% 안팎에 불과하다.
엄밀히 말해 저자의 ‘알파걸’은 모든 소녀라기 보다는 장래 권력과 영향력 있는 사회계층으로 진출할 소녀 집단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계층과 인종을 넘어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이같은 사례는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초 판·검사 임용 대상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으며 각종 고시의 수석은 물론 공군사관학교,경찰대 수석 졸업도 여성이 휩쓸고 있는 것을 볼때 우리도 새로운 계층의 출현이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알파걸의 출현에 불안해 하는 남성들에 대해서 저자는 긍정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여자들이 운영하는 세상에서 남자들은 스트레스도 덜 받고 장수할 수 있다. 그리고 미처 개발하지 못했던 다른 면들을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기르며 집안 살림도 할 수 있다…남자다워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더 사랑스러워질 수 있다.”(장지영 기자)
한국일보(07. 01. 27) 새로운 슈퍼파워 계층의 탄생 '알파걸'
“여성들에게 책임을 맡겨라. 그러면 감당할 능력이 생긴다.(…) 조만간 여성들이 완전한 경제적ㆍ사회적 평등에 도달하리라는 것은 확실해 보이며, 이를 통해 내면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가 1949년 <제2의 성>(1949)에서 낙관적 의지를 담아 예견했던 ‘내면의 변화’가 이미 시작됐고, 그 중심에 “완전히 새로운 사회계층”인 ‘알파걸(Alpha Girls)’이 있다는 게 심리학자 댄 킨들런의 논쟁적인 저서 <알파걸>의 요지다.
저자는 미국과 캐나다의 15개 학교를 방문해 “재능 있고 성적이 우수하며 리더이거나 앞으로 리더가 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인종ㆍ계층의 야심만만한 소녀 113명을 인터뷰하고 900여 명의 소녀들을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그가 확인한 이들이 알파걸이다.
●알파걸: 성실하고, 낙천적이고, 실용적이고, 이상주의적이며, 개인주의자이면서 동시에 평등주의자인, 그러면서 관심 영역이 광범위해 인생의 모든 가능성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유능한 소녀집단.(203쪽)
이들은 ‘혁명의 딸’이다. 참정권과 스포츠 참여권, 낙태 합법화를 위해 싸운 여성해방운동가들의 딸이자 손녀로 그 투쟁의 열매를 쥐고 태어난 첫 세대다. “순응 아니면 반항, 억압 아니면 저항. 이것이 알파걸 세대 엄마에게 주어진 선택”이었다면, 알파걸은 “1980~90년대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배타적이고 호전적인 페미니스트의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저는 여권주의자가 아닌 평등주의자예요.”(몰리ㆍ17세)
알파걸은 또 과거 아버지들이 아들에게나 쏟았을 관심을 받고 자라며,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전통적인 남성적 가치관을 전수 받았다. 어머니만이 더 이상 딸의 역할모델이 아닌 것이다. 직업관 역시 ‘여성적’ 관습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들은 계란 거품기와 전기톱 둘 다 능숙하게 다룬다.”(202쪽)
저자는 전통적인 심리학과 지능, 신체적 특징 등을 둘러싼 성(Gender) 편견을 다양한 연구성과와 인터뷰를 통해 논박한다. 과거 심리학이 규정했던 사춘기 소녀의 특징들, 즉 낮은 자부심과 정서장애(우울증/불안), 타인 위주 가치관, 관계 지향, 감정적 스타일은, 적어도 알파걸에게는 낯선 가치관이다. 이들이 이끌고 있는 다양한 변화들, 이를테면 고등교육에서의 여성 우위, 직종 성역(性域) 파괴, 성 소득격차의 급격한 해소, 사랑ㆍ결혼관의 변화와 가정의 변화 등은 더 멀리 깊숙이 전개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이들의 진군으로 위축된 남성에게 저자는 “알파걸 세대가 성인이 되는 미래 세계에서 우리 아들들은, 혁명의 딸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름대로의 ‘내면 변화’를 거쳐 전통적인 남자의 핵심적 특성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위로한다. “세계를 운영해야 하는 부담, 골칫거리들을 알파우먼들한테 해보라고 하면 될 것 아닌가.(…) 여자들이 운영하는 세상에서 남자들은 더 오래, 스트레스도 덜 받으며 살 수 있고, 아직까지 미처 개발하지 못했던 남성의 다른 면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199쪽)이기 때문이다.
보부아르는 위 책에서 “자유만이 (억압의) 굴레를 깨뜨릴 수 있다”고 적었다. 그리고 <알파걸>의 저자는 책의 말미에 “알파걸 정신은 우리 역사의 중심이자 존재 이유이기도 한 자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물론 어느 사회에도 여전히 “너무 똑똑하면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없을까 봐 자신의 학습능력을 드러내기를 주저한다”고 했던, 페기 오렌스타인의 책 <여학생>(1994) 속의 여학생들이 있다.
그러므로 ‘알파걸’을 10대 소녀의 상징으로 미화할 수도 없고, 일반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들이 사회에 나와 머리 위에 얹힌 ‘유리천장’(소수자의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천장)을 과연 효과적으로 해체할지 낙관할 수 없고, 그 과정에 무수한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 새롭고 야무진 계층은 지금 여기 우리 곁에서 희망처럼 자라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최윤필 기자)
07. 01. 28.
P.S. 원저는 작년 9월에 나온 걸로 돼 있다. 번역이 초스피드로 이루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물론 사전 계약을 통해 국내 출판사에서는 원고를 미리 건네받을 수 있다). 분량도 352쪽으로 만만찮다. 국역본의 분량이 그보다 10여쪽 늘어난 데 그친 것은 놀랄 만하다(혹 참고문헌이나 후주가 빠진 것일까?). 그럼에도 역시나 놀랄 만한 건 책값이다. 번개같이 책을 출간한 걸 보면 판권료가 저렴하진 않았을 듯한데, 여하튼 궁금하긴 하다. 참고로, 국역본의 부제는 '새로운 여성의 탄생이지만, 원서의 부제는 'Understanding the New American Girl and How She Is Changing the World'이다. 그러니까 이 '알파걸'들은 일단 '뉴 어메리컨 걸'들이다. 한국적 현실과 얼만큼 관련되는지는 좀더 따져봐야 하는 것. 하지만 이미 '알파걸'을 인용하고 있는 시평들이 씌어지고 있다. 가령, 다음과 같은 칼럼들.
노컷뉴스(07. 01. 27) '알파걸' 세상 접수… 공부·운동·리더십 '남성' 능가
서울 은평구의 S고교는 남녀공학이다. 이 학교는 그동안 남녀학생을 구별하지 않고 내신등급을 매겼다. 하지만 지난해 신입생부터는 남학생은 남학생끼리, 여학생은 여학생끼리 각기 내신등급을 산출하고 있다.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의 성적이 워낙 뛰어나 같이 묶어서 등급을 매기면 남학생들은 좀처럼 1등급을 받기가 힘들었고, 따라서 남학생 학부모들의 반발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자 신입생들은 이 같은 학교의 조치에 당연히 항의했다. 또다른 ‘남녀차별’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학까지 서슴지 않는 남학생 학부모들의 반발을 우려한 학교측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여학생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남녀를 구분해 내신 등급을 받는 ‘역차별’을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이 학교 남학생 1등급과 여학생 1등급의 차이가 너무 현저하게 난다는 것. 수학의 경우 여학생이 1등급을 받기 위해선 80점대 이상을 받아야 했지만, 남학생은 60점대 이상이면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과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남녀학생의 학력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고교 내신성적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진출은 이미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16일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사법연수생 중 판사 임용이 예정된 여성은 전체(90명)의 64.4%인 58명이었다. 검사 임용이 예정된 연수생 100명 중 여성이 차지한 비율은 44%(44명)로 나타났다. 판·검사 임용을 앞둔 여성 비율이 전체 190명 중 102명(53.7%)으로 사상 처음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이처럼 급격히 커지고 있는 ‘여성 파워’의 현상을 최근 출간된 책 ‘알파걸’(댄 킨들런 지음, 미래의 창)은 ‘새로운 여자의 탄생’으로 파악하고 있다. 저명한 아동심리학자로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1000여명의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미국의 신세대 소녀들이 이전 세대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완전히 새로운 사회계층”이라며 이들을 ‘알파걸’로 선언했다.
미국 여학생중 약 20%에 해당하는 알파걸은 공부, 운동, 리더십 모든 면에서 남학생들을 능가하는 엘리트 소녀들이다. 재능과 욕심, 자신감이 넘치는 이들은 여자라는 사실 때문에 제약을 느끼지 않는다. ‘소녀들은 자부심이 별로 없고 외모 때문에 비틀린 심리를 갖고 있다’는 통념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자신만만한 이들은 섹스와 남녀역할, 의존과 독립, 지배와 복종 같은 전통적인 사회구도에서 완전히 벗어나 전혀 새로운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로 무장하고 있다.
“우리 세대는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과 동등하다는 것을 당연한 사실로 여기고 있다”고 이들은 당당하게 말한다. 장래 희망하는 직업에서도 이들은 전혀 여성으로서의 제약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장래 일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알파걸들의 응답을 보면, ▲의학·과학 분야 25.4% ▲수학분야 13.0% ▲공학·기업분야 12.3% ▲법·정치 분야 9.4% 순이다
알파걸이 탄생한 배경은 간단하다. 그동안 여성들이 힘들게 쟁취한 남녀평등이라는 토대 위에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여자와 남자의 출발선이 똑같은 조건에서 자란 첫 세대라는 것. 이 아이들은 남녀 구분없이 동등하게 부모의 관심을 받고, 동등한 교육을 받았으며, 동등한 사회진출 기회를 갖게 됐다. 그 결과 여자가 남자보다 더 우수해진, 놀라운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알파걸 집단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축은 1980년대 말에 태어난 아이들로, 이때가 전환기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80년대 말부터 미국 대학에선 여학생 수가 남학생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알파걸들은 급격한 여성 상승세 속에서 성장한 것이다. 지난 2004~2005학년도엔 미국 전체 학위 취득자의 59%가 여자였다.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포함한 비즈니스계 영역에서도 여성의 리더십 역할은 상승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지 ‘포춘’ 선정 500대 기업에서 여성 기업간부는 15.7%, 여성 CEO는 1.4%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CEO 비율은 기업세계에서 여성들이 남자와 진정한 동격을 이루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알파걸들의 급속한 진출은 비즈니스계에서도 남녀의 역전 현상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다.(문화일보 김영번기자)
경향신문(07. 01. 29) 딸
딸의 일생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직접 설계하지 못했다. 운전보조석에 앉아 운전수가 가는 대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삼종지의(三從之義)의 길이 숙명이었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은 후에는 아들을 따르고. 여자 팔자가 뒤웅박팔자인 이유였다. 선택에 따라 운명이 크게 바뀌었다. 그 선택도 자신이 한 것은 아니었다.
딸의 인생은 흔적이 없다. 이름 없이 살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그 스스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이의 아내로, 어느 누구의 어머니로만 존재했다. 총명한 것이 오히려 걱정이었다. 과거시험을 볼 수 없었고 벼슬도 할 수 없었다. 시경 사간편(斯干編)도 그래서인지 “계집아이가 태어나거든/ 맨바닥 땅바닥에 잠자게 하고/ 실감개나 주어서 놀게 하고/ 술 데우고 밥짓기나 익히게 하라”고 읊었다.
어머니가 된 딸은 딸이 걸어가야 하는 그 기구한 인생길을 알기에 딸을 낳고 남몰래 서러운 눈물을 쏟아냈고, 출가외인(出嫁外人)에 여필종부(女必從夫)였던 그 어머니를 보면서 딸은 ‘난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항변했지만 여자의 일생은 오랫동안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 풍습도 변하는 것. 그저 나이만 먹었던 올드미스는 인생을 황금빛으로 설계하는 ‘골드미스’가 되고, 일찍이 시몬 드 보부아르가 ‘제2의 성’에서 예견했듯 가능성 무한대의 ‘알파걸’이 등장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오랜 남아선호 사상도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국정홍보처가 전국의 성인남녀 25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자녀를 한 명만 가져야 할 경우 아들을 원한다는 응답이 1996년 40.4%, 2001년 31.2%에서 2006년 24.8%로 줄었다. 특히 출산을 가장 많이 하는 30대 부부의 경우 아들(17.3%)보다 딸(21%)을 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이같은 세태변화는 여성들이 당당한 인격체로서 사회의 많은 영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젊은 세대들이 노후를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함으로써 이루어졌다. 반쪽 사회에서 양쪽 사회로의 전환, 사회의 양대 축이 함께 뛰는 미래는 아마도 더욱 활기찬 시대가 될 듯하다.(이영만 논설위원)
해서,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딸아이를 위해서 한번 읽어볼까 생각중이다. 가격도 저렴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