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한국 SF'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창작 SF를 기준으로 한 건 아니고 SF소설이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 해를 기준으로 하면 그렇다고. 장르소설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나의 관심은 장르가 아니라 작가이다) 흥미를 끌기에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지난 2002년 쥘 베른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컬렉션 가운데 완역판 <해저 2만리>는 벌써 절판이다. 완역본에 대한 수요가 이렇게 없는 것인가?). 

문화일보(07. 01. 03) 꿈과 상상력 키워준 ‘한국 SF’ 100주년 맞다

한국 과학소설(Science Fiction·SF)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다. 1907년 프랑스 작가 쥘 베른 원작의 ‘해저 2만리’가 ‘해저여행기담’이란 제목으로 재일유학생 학술지인 태극학보에 번안, 연재된 것이 본격 한국 SF의 효시. 한국의 저명한 과학자들 중에는 1950, 1960년대에 인기를 끈 SF 만화 ‘라이파이’(김산 작)를 보며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일본의 세계적 로봇 공학자들이 어린 시절 공상과학만화 ‘아톰’을 보며 꿈을 키웠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 최초의 산업용 로봇 제작회사 ‘유니메이션’의 대표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소설을 보며 상상력을 길렀다고 고백했다(*예전에 언급한 바 있지만 아시모프의 자서전은 그의 소설들 이상으로 재미있다). 이처럼 과학을 주제로 한 허구적 이야기, 즉 SF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미래의 과학을 가늠해볼 수 있는 꿈의 놀이터다. 만화, 영화, 드라마 등으로 변주되고 있는 SF의 본 바탕은 물론 소설이다.

한국 SF의 역사가 100년으로 결코 짧지는 않지만 그동안 창작물이 거의 없이 번역물에 의존, 소수의 마니아 독자에 의해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 SF 전문가들은 올해가 국내 SF의 사활을 좌우하는 중요한 전기로 보고 있다. 창작 SF가 쏟아지는 한편 월간 전문잡지가 탄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출판사들이 수지 타산을 이유로 SF 출간을 속속 포기하고 있고, 신인 발굴 등용문에 대한 지원 기금도 폐지될 위기여서 향후 SF의 활로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한국의 척박한 땅에 긴 생명력 = 1907년 ‘해저여행기담’에 이어 1908년 이해조가 역시 번안작품 ‘철세계’를 출간했다. 1925년엔 박영희가 세계 최초로 ‘로봇’이라는 말이 나타난 카렐 차페크의 작품 ‘R.U.R’를 번역한 작품을 선보였다(*차페크의 <로봇>이 그렇게 일찍 소개되었다는 건 이번에 알았다! 한데 이 책 또한 품절이군).

1929년에 김동인이 ‘K박사의 연구’라는 SF단편을 발표했으나,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해방 이후 청소년용 과학소설인 한낙원의 ‘금성탐험대’와 문윤성의 ‘완전사회’가 인기를 끌었으나, SF 전체로 보면 순수문학작품에 비해 문학계뿐만 아니라 대중적 주목도가 크게 떨어졌다.



1987년에 나온 대체역사소설 ‘비명을 찾아서’(복거일 작)는 국내 창작 SF의 전기를 이룬 작품. 이후 1990년대 PC통신을 통해 아마추어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활발히 진행됐다. 요즘도 각광을 받고 있는 ‘듀나’가 이때 등장한 SF 작가다.


그러나 국내 독자들은 여전히 소수 마니아에 불과해서 창작물 시장이 활성화하지 못했다. SF를 주로 펴낸 출판사 행복한책읽기 대표 임형욱씨는 “2004년에 SF잡지 ‘해피 에스에프(HAPPY SF)’를 냈는데, 창작물 작가와 독자가 없어서 결국 2년 만에야 2호를 냈다”고 전했다. 그는 “20세기 말까지는 국내 SF출판물이 90% 이상을 번역물에 의존했다고 보면 된다”며 “21세기 들어서 국내 창작 작가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국내 창작 SF가 잇달아 나와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지난달 말 배명훈, 김보영, 박애진씨 등 신예작가의 작품집 ‘누군가를 만나서’가 나왔다. 내달에는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교수가 편집주간으로 있는 웹진 ‘크로스로드’(http://crossroads.apcp.org/)가 출판사 황금가지를 통해 창작 SF단편집을 펴낸다.

◆“사느냐, 죽느냐” 올해가 기점 = 올해 국내 SF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SF전문잡지인 월간 ‘판타스틱’의 창간이다. ‘판타스틱’은 SF 작가이자 편집자인 박상준씨가 창간 준비팀장을 맡아 3월말 창간을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팀장은 “황우석 스캔들에 이어 우주인 선발, 한국형 인공위성 개발 등의 소식으로 과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SF 독자층도 두꺼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SF 중흥의 요인들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로 비관적인 조짐들도 있다. 3년 전부터 시행해 온 ‘과학기술창작문예’가 올해 과학기술부의 예산 삭감으로 폐지된 것이 SF계를 낙담시켰다. 한 SF작가는 “신예 작가의 산실인 ‘과기문예’가 부활되지 않는다면, 작가 지망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나쁜 조짐은, 그동안 SF소설을 출간해 왔던 15, 16개의 출판사들 중 일부 대형사가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판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 대형사의 출판 포기는 다른 중소형사에도 영향을 미쳐 창작물 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임형욱 대표는 “월간 발행이라는 모험을 감행하는 ‘판타스틱’이 성공한다면 국내 창작 SF뿐만 아니라 해외 우수 작품의 수입도 활발해질 것이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아무도 이 분야에 투자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SF계는 암흑기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장재선기자)

07. 02. 03.

P.S. 러시아 SF하면 생각나는 작품은 내 경우엔 단연 타르코프스키의 <잠입자(Stalker)>(1979)이다. 스트루가츠키(스뜨루가쯔끼) 형제의 SF소설 <길가의 피크닉>(1971)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이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열린책들)은 작년 여름에 재판이 나왔다.

소개를 옮겨오자면, "스뜨루가쯔끼 형제는 일본 문학을 전공한 형 아르까지(1925-1991)와 천체 물리학자인 보리스(1933- )로, 둘은 반유토피아(디스토피아)적 SF소설의 걸작을 잇달아 발표하며 1960년대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 구소련 정부의 냉대로 침묵을 강요받고, 작품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들의 1974년작인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은 현대의 레닌그라드를 배경으로 외계로부터의 압력을 받는 과학자들을 그렸다. 학자들이 정체모를 외계의 압력을 받는다는 것은 학문이 정치의 지배를 받는 구소련의 상황을 풍자한 것. 생존을 위해 타협할 것인가, 자신과 가족을 희생해가며 학자적 양심을 지킬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러므로 단순한 픽션만은 아니다."

그들 형제의 또다른 대표작 <길가의 피크닉>도 그런 의미에서 소개됨 직하다. 한번 강력히 추천해봐야겠다.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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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는 신간들에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지만 (인터넷)서점이 아닌 언론리뷰를 통해서 '새로 나온 책'을 접할 때가 있다. 츨판사에서 책을 서점에 깔기 전에 보통은 언론사에 먼저 돌리는 것이 상례라서 그런 듯하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그런 게 일반적인 관행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그런 경우 책의 실물은 (아직) 없고 그 존재에 대한 리뷰(풍문)만이 떠도는 셈이어서 말 그대로 유령적인 책, 유령으로서의 책을 접하는 기분이 든다. 한겨레의 이번주 북리뷰를 미리 읽어보다가 발견한 <자크 데리다의 유령들>(앨피, 2007)도 바로 그런 책이다.

한겨레(07. 02. 02) 하나뿐인 진리란 없다

2004년 타계한 자크 데리다는 1930년 알제리에서 유대계 후손으로 태어나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활동한 철학자다. 이 문장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명료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하나의 뿌리, 하나의 정체성으로 수렴할 수 없는 모호하고 복합적이고 이질적인 것들이 이미 그 안에 들어 있다. 확정적이고 고정된 자기동일성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데리다가 자신의 존재에서 확인하고 70권에 이르는 저작에서 무수히 되풀이한 주제였다. 정체성을 규정하는 단 하나의 근거, 단 하나의 중심, 단 하나의 원천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그는 ‘해체’ ‘차연’ ‘흔적’ ‘산포’ 같은 수많은 용어로 설명하려 했다.

니컬러스 로일(영국 서섹스대학 영문학 교수)이 쓴 <자크 데리다의 유령들>은 데리다라는 철학자가 만들어낸 유령들, 다시 말해 데리다의 서명이 들어간 용어들을 그의 사상 속에서 설명하는 책이다. 유령이란 붙잡기 어려운 것이고 난데없이 출몰하는 섬뜩한 어떤 것이다. 정체성이 불분명한 것이 유령이다. 데리다는 의도적으로 유령을 불러내 세상을 어지럽히려 한다. 단단한 지반 위에 튼튼하게 지어올린 건축물이라고 여겼던 모든 사상, 세계관, 형이상학, 나아가 세계 그 자체가 사실은 그리 단단한 것도 튼튼한 것도 아님을 보여주려 한다. 이를테면, 1967년 그가 <그라마톨로지에 관하여> <목소리와 현상> <글쓰기와 차이>라는 세 권의 저서를 거의 동시에 폭탄처럼 세상에 내던졌을 때 이 유령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지식세계는 이제 어떻게든 이 유령들과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로일의 이 책 또한 그런 싸움의 하나다.

데리다의 유령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해체’(de-construction)라는 유령일 것이다. 데리다의 다른 용어들처럼 이 말도 그가 새로 만들어낸 말이다. 해체란 구조(construction)를 분해(de-)하는 것인데, 이것은 단순히 건물을 부수는 것과는 다른 뜻이다. 하나의 구조로 이해되는 언어적 구성물, 곧 텍스트를 면밀히 살펴 그 내부의 자기모순, 자기배반을 드러냄으로써 그 구조물이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 해체의 전략이다. 어떤 구조물도, 어떤 텍스트도 내적 모순이 없는 것이 없고 따라서 해체를 피해갈 수 없다. 애초에 자기 완결적 구조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구조가 없다면 그 구조를 구조로 만들어주고 지탱해주는 중심도 없을 것이다. 지은이는 데리다에게 핵심 관념이 하나 있다면 ‘어떤 중심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심이 없으므로 주체 중심주의나 이성 중심주의 같은 모든 형태의 중심주의도 토대 없이세워진 것일 수밖에 없다.

데리다의 명제 중에 ‘텍스트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라는 명제만큼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도 없다. 이 명제는 텍스트 바깥에서 텍스트를 설명해주는 사상적 구조물을 찾아선 안 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바꿔 말하면, 텍스트는 자기 완결적이지 않고 언제나 열려 있으며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데리다는 자신의 명제가 불러일으킨 오해를 풀어보려고 뒷날 그 ‘텍스트 명제’를 ‘컨텍스트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명제로 바꿨다. 지은이는 그 명제를 더 줄여 ‘컨텍스트밖에 아무것도 없다’라고 표현한다. 모든 텍스트는 자기 완결적이지 않고 열려 있으므로 컨텍스트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새 명제에 담겨 있다. 그러나 데리다에게는 그 컨텍스트조차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것이다. “어떤 의미도 컨텍스트 바깥에서는 결정될 수 없지만, 어떤 컨텍스트도 (그 의미를) 충족시킬 수 없다.” 모든 규정은 다만 잠정적이고 보완적인 것일 뿐 영원하고도 완전한 규정은 없는 것이다. 데리다는 삶이, 세상이, 역사가 그렇다고 말한다. 단 하나의 고정된 중심에 들어앉아 오직 하나뿐인 진리를 호령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진리도 없고 그런 중심도 없다고 데리다는 말한다.(고명섭 기자)

07. 02. 02.

P.S. 알다시피 루틀리지의 '크리티컬 씽커즈' 중의 하나인 이 책은 이미 진작부터 '근간'이 예고돼 있엇고, 나름대로 기다리고 있던 책이다. 지난 2004년 10월 데리다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모스크바에 있었고, 그 사망소식에 접하여 내가 가장 먼저 완독한 책이 바로 니컬러스 로일의 <자크 데리다>(2003)였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언급한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데리다에 관한 가장 쉬운 입문서가 될 책이 출간되어 반갑다. 나로선 '잉여적인' 책이지만(그런 점에서도 유령적이군!) 모스크바의 가을 어느 날들을 보존하고 있는 책이기도 해서 '기념적인' 책이기도 하다. 다음주면 아마 손에 집어들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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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기계 2007-02-02 01:54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고대하던 책이 나와 정말 기쁩니다.^^ 데리다 만세!! 그런데 요즘 유령 같은 책들이 출몰해서 좀 당황(?)스럽네요. 보그의 <들뢰즈와 시네마>는 서점에서 보고 깜짝 놀라고(이상하게 알라딘엔 없군요), 짐멜 선집(3권)도 뜻밖에 출간되고...지젝의 신간과 함께 2월은 축복의 달입니다. 만세!! (넘 야단인가요? ^^)

로쟈 2007-02-02 01:55   좋아요 0 | URL
로널드 보그의 <들뢰즈와 시네마>가 나왔군요. 원서는 진작부터 갖고 있는 책인데, 역시나 번역서가 훨씬 더 비싸네요.^^; 한데, 알라딘에는 책을 아직 안 풀었나 보군요. 흠...

읽는기계 2007-02-02 02:08   좋아요 0 | URL
실시간 댓글이군요 ^^ 보그의 책은 좀 이상한 것이 출간일이 작년 성탄절인데, 알라딘이나 예스24 등에는 도통 찾을 수가 없네요 -.-; 믄 일이 있는지...쩝. 데리다는 실물이 떴네요^^

로쟈 2007-02-02 02:09   좋아요 0 | URL
둘다 교보에 있더군요. 알라딘의 '속보성'이 예전같지 않나 봅니다. 그러저나 이젠 자야겠네요.^^

2007-02-02 0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바 2007-02-02 09:47   좋아요 0 | URL
이번에 앨피에서 <트랜스 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도 함께 나왔더군요.^^ 어제 서점에 들렀는데 두권이 나란히 놓여 있더군요...

사량 2007-02-02 20:11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하는 "데리다에 관한 가장 쉬운 입문서"는 김형효 교수의 [데리다의 해체철학](민음사, 1993)]입니다. 데리다의 원문을 많이 인용하면서도 이를 쉽게 풀이하는데다, 데리다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관련 배경지식(후설, 소쉬르, 하이데거, 레비나스 등)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어, 데리다의 초기 저작들([회화 속의 진리]까지)을 개관하는 데는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한국사람이 한국어로 썼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로쟈 2007-02-02 22:12   좋아요 0 | URL
에바님/ 귀가길에 두 권 모두 사들고 왔습니다. <제임슨>도 복사해둔 듯한데, 어디에 있는지는 신만이 아시겠죠.^^;
사량님/ 예, 아주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저도 다시 읽으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데리다의 책들과 강의에 본격적으로 접하기 이전에 읽은 책이라서요. 다시 들춰볼까 했더니 아마도 박스에 들어가 있는 듯하네요.^^;

기인 2007-02-06 03:34   좋아요 0 | URL
모스크바.. 그 추위.. 체험해보고 싶은 것이기는 합니다.
생각해보면, 왜 모스크바 여행은 안 땡기나 몰라요. 사회주의 본국인데, 꽁꽁 얼어있다는 생각때문인지, '소련'의 이미지는 역시 여행과는 거리가 먼 것인지.. 춘원 이외에 러시아 여행기(?)를 읽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네요 ^^;
 

이 주에 나온 역사서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탐史>(푸른역사, 2007)이다. 공식 출간일자는 2월 9일로 돼 있지만 책은 그보다 조금 일찍 나온 듯하다. 제목인 '탐史'는 '역사를 탐하다' 내지는 '역사를 탐구하다'란 뜻으로 지은 듯한데, 유치찬란이다.

제목으로 책을 골랐다면 전혀 주의를 두지 않았을 터인데, 역사가들의 고백과 대담이라는 게 눈길을 끈다. 원저를 보니 'The New History: Confessions and Conversations'(2002)로 멀쩡한 제목이 붙어 있는데, 왜 '새로운 역사학'이란 제목을 붙이지 않았을까? 요즘 다소 남용되는 듯한 '새로운 역사학'이 너무 식상해서? 그렇다고 '탐史'라 붙일 것까지야...

그런 불만을 제쳐놓으면 책은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현대 역사학의 거장 9인의 고백과 대화'란 스타일 말이다. 분량도 600쪽이 넘으니 흡족하다, 라고 적었다가 원서의 쪽수를 확인해보니 고작 256쪽이다. 아무리 불가피하다고는 해도 607쪽으로 두 배가 훨씬 넘게 불어날 수밖에 없었을까? 독서의 편의성을 '너무' 고려한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니 별로 흡족하지 않다.

여하튼 소개에 따르면, "20세기 후반의 이른바 '새로운 역사학'을 선도한 역사가 9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역사학계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거기에 "그들의 출신, 유년 시절, 역사학을 하게 된 동기, 지적 영향을 준 책 등 배경적 측면에서부터 저작의 의도, 내용상의 의문과 모순, 다른 문화에 대한 반응, 학문의 기본 방향 등 학문 전반을 보는 관점과 태도에 이르기까지 모두 담았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프랑스 역사학자들의 문집 <나는 왜 역사가가 되었나>(에코리브르, 2001)와 겹쳐 읽는 것도 흥미롭겠다.

 

 

 

 

'새로운 역사학' 혹은 '신역사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짐작으론 미시사, 지성사, 문화사, 탈신민주의 등을 트렌드로 하는 포스트모던 역사학을 가리키는 게 아닌가 싶다. 이때 '포스트모던'의 상대가 되는 것은 E. H. 카로 대표되는 '모던' 역사학이다. 말하자면, '굿바이. E. H. 카'가 이들의 구호인 듯싶다. 그리고 그런 관점의 역사라면 국내에서도 적잖은 연구논저들이 출간돼 있다. <탐史>의 역자가 엮은 <미시사란 무엇인가>(푸른역사, 2000)를 필두로 하여 <'역사란 무엇인가'를 넘어서>(푸른역사, 2000), <포스트모더니즘과 역사학>(푸른역사, 2002),  <포스트모던 시대의 역사란 무엇인가>(휴머니스트, 2006) 등이 그 예들이다. <탐史>에서 다루어지는 역사학자들의 작업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자리매김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럼, 그 9인의 역사학자들은 누구누구인가? 알라딘의 소개를 번역/소개된 책들과 함께 나열해본다.

1 잭 구디(Jack Goody):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일류학자로, 영국 켐브리지대학교 세인트존스대학의 펠로이다. 저서로는 <아프리카의 기술 전통 및 국가>, <야성의 순치>,  <생산과 재생산>, <유럽의 가족과 결혼 발달> 등이 있으며 편저로 <정통사회의 교육>이 있다.

 

 

 

 

2 에이사 브릭스(Asa Briggs): 영국의 역사학자로 빅토리아 시대 전문가이다. 국내에는 아직 소개돼 있지 않다.

3 내털리 제이먼 데이비스(Natalie Zemon Davis): 1959년 미시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6세기 프랑스사를 연구하는 역사가이며, 사회사, 문화사, 여성사 및 인류학적 역사학을 주도하여 널리 알려진 학자이다. 2004년 현재 프린스대학교 역사학 석좌교수(Henry Charles Lea Professor of History)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책으로 <마르탱 게르의 귀향>,<근대 초기 프랑스의 사회와 문화 (Society and Culture in Early Modern France)>, <변두리의 여성들, 17세기 세 명의 삶(Women On the Margins, Three Seventeenth Century Lives) 등이 있다. 


 

 

 

 

4 케이쓰 토머스(Keith Thomas): 역시나 국내에 소개돼 있지 않은 듯한 영국의 역사가. 대표작은 <종교와 마술의 몰락>(1970/1991)인 듯하다.  

5 다니엘 로슈(Daniel Roche): 프랑스의 역사가. 국내엔 <지방의 계몽주의>가 번역돼 있다.

 

 

 

 

6 피터 버크(Peter Burke): 1937년 런던 태생으로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했다. 2006년 현재 케임브리지대학 이매뉴얼 칼리지 교수(문화사)로 재직중이다. 주로 역사를 어떻게 이야기할지를 둘러싼 방법론적인 접근과, 르네상스에서 프랑스혁명에 이르는 근대 초기 지식인들의 문화적 동향을 면밀히 파악한 저작들을 집필해 왔다. 지은 책에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와 사회>, <역사학과 사회이론>등이 있다.


 

 

 

 

7 로버트 단턴(Robert Darnton): 1939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필립스 아카데미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 타임스' 기자를 역임한 뒤, 1965년부터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했다. 1968년부터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유럽사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은 책으로 <고양이 대학살>, <책과 혁명>, <앙시앵 레짐 시대의 문학적 지하세계>, <조지 워싱턴의 틀니> 등이 있다.


 

 

 

 

8 카를로 긴즈부르그(Carlo Ginzburg): 1939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났다. 1961년 피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70년부터 1976년까지 볼로냐 대학교 조교수를 했다. 1976년부터 1978년까지는 레체대학교에서, 1978년에서 1988년까지는 볼로냐 대학교에서 정교수로 근대사를 가르쳤다. 1988년부터 미국 UCLA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 연구의 프랭클린 D. 머피 석좌교수로 있다. 2002년부터는 UCLA에서 연구년을 받아 이탈리아 시에나 대학교와 3년 계약을 맺고 근대문화사를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치즈와 구더기>, <니코메디즘>, <신화.상징.실마리>, <밤의 이야기>, <재판관과 역사가>, <어떤 섬도 섬이 아니다> 등이 있다.


 

 

 

 

9 퀜틴 스키너(Quentin Skinner): 1940년 영국 랭가셔의 올덤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1965년부터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정치학과와 역사학과에 재직하고 있으며, 크리스티스 컬리지의 특별 연구원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는 울프슨 문예상을 수상한 <근대 정치 사상의 토대(The Foundations of Modern Political Thought)>, <의미와 컨텍스트>, <철학, 정치 그리고 사회> 등이 있다.

 

 

 

 

저명한 행동주의 심리학자 B. F. 스키너와 성이 같은 퀜틴(켄틴) 스키너는 국내에 <현대사상의 대이동: 거대이론에의 복귀>(강원대출판부, 1989)의 편자로 처음 소개됐다. 이후 강정인 교수 편역의 <마키아벨리>(문학과지성사, 1993)에서도 이 정치사상사학자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마키아벨리>(시공사, 2001)는 그의 저작이며 주저인 <근대 정치사상의 토대1>(한길사, 2004)도 부분적으로 번역됐다. 논문 모음집인 <의미와 콘텍스트>(아르케, 1999)는 그의 정치철학과 정치사상 연구에 대한 평가와 쟁론을 담고 있다(*거기에 보태어 <퀜틴 스키너의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주의>(푸른역사, 2007)이 새로 출간됐다).

07. 02. 01 -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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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7-02-01 22:32   좋아요 0 | URL
오호호. 진행중이지만.. 저 두번째 칸 세 권 책 전부 있고, 읽었어요. 뿌듯뿌듯... ^^;(로쟈님 서재에서 이런 일 처음이라 자랑중.. ㅋㅋㅋ) 근데 역사학 관련 시간 소식도 늘 이 서재에서 들으니 좋기도 하고, 좀 거시기하기도 하고.. ^^ 첫번째 책도 관심이 가네요...

로쟈 2007-02-01 23:51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클리오님의 전공이 역사시군요.^^ 내용은 더 채워넣다가 날려버리는 바람에 좀 지지부진하고 있습니다. 새로 나온 책은 관심도서이지만 제목이 제 취향이 아닌데다가 분량이 좀 부폴려진 게 불만스럽네요...
 

커피 브레이크 시간에 신간들을 둘러보다가 제목 때문에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던 책은 제드 러벤펠드의 <살인의 해석>(비채, 2007). 분류상 '외국문학'이고 '미국문학'이고 '추리문학/미스터리'이다. 이런 부류의 책에 별로 흥미를 갖고 있지 않은데 (물만두님보다 먼저!) 소개를 거들게 된 건 순전히 제목에 대한 흥미 때문이다. <살인의 해석>?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대한 비틀기 아닌가.

책에 대한 정보들을 읽어보니, 일단 저자가 흥미롭다. "프린스턴 대학 재학 당시 졸업논문으로 프로이트를 택했고, 줄리아드 연극원에 진학해 셰익스피어를 전공했다. 2007년 현재 예일대학 법과 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살인의 해석>, <사법부에 의한 혁명 - 미국 헌법의 구조>, <시간 속의 자유 - 입헌 자치 정부 이론> 등이 있다"고 소개돼 있는데, 간단히 말해서 멀쩡한 법학자인데다가 명문 법대 교수가 아닌가(그의 아내마저 직장 동료라고 한다. 남편 이상으로 유명한 에이미 추아이다). 웬 스릴러? 아무래도 '문학적 끼'를 주체하지 못했나 보다. 미 헌법 전문가로 돼 있는데, 아무래도 전공은 형법쪽이어야 했을 거 같고.

더 찾아보니 <살인의 해석>은 그의 첫 소설이다. 원저는 작년 9월에 나왔으니까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아 한국판이 나온 셈(이 순발력이라니!). 거의 '동시출간'이라고 봐야겠다. 일본소설들의 경우도 그렇거니와 이런 장르소설들에 오면 '문학의 위기'라는 게 적어도 상업적으로는 엄살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까 그 위기는 그냥 '특정한 한국문학의 위기'로 이해해야 하지 않나 싶고(물론 고진이 말하는 진지한 '근대문학'이라고 할 때는 사정이 또 다르지만).

소개에 따르면, "미국의 법률학자 제드 러벤펠드가, 20세기 사상가 프로이트와 융의 학설을 바탕으로 쓴 범죄 추리극.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꼼꼼히 취재해 프로이트와 융을 살인사건에 개입시켰다. 20세기 초반 뉴욕의 풍경이 소설 속에서 생생히 묘사되며, 프로이트와 융의 정신분석학이 이야기 속에 아로새겨진다. 이야기는 프로이트가 실제로 미국을 방문한 해인 1909년 뉴욕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당시 뉴욕은 건축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닮은 마천루들이 매일 경쟁하듯 세워지고 있었다. 그 고층 빌딩에서 어느 날 미모의 여성이 살해되고, 프로이트가 그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Jed Rubenfeld's The Interpretation of Murder is one of the new historical fiction titles that publishers and booksellers predict will be hot this fall.

그러니까 프로이트의 이론을 살인 해석에 갖다 쓰는 게 이나라 프로이트가 직접 등장하는 소설인 것. 현지에서 나온 한 서평을 보니 '프로이트가 햄릿을 만났을 때'란 제목을 달고 있다. 서평이라기보다는 작가 탐방 같은 기사이군. 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까 기사부터 쉬엄쉬엄 읽어두면 되겠다.

 The Scotsman Sat 29 Jul 2006

When Freud met Hamlet

JACKIE McGLONE

JED RUBENFELD WEAVES HIS SILVER BMW SPORTS car expertly around the wide streets of New Haven, Connecticut, sighing heavily and murmuring that he wishes he could leave the country over the next few weeks. Certainly, he could afford to escape. The law professor at Yale University has recently received a whopping seven-figure sum for the sale of his first novel. He refuses to confirm the exact figure, but it is thought to be a US record.

Running away is not an option, however, since Rubenfeld becomes deputy dean of the law faculty at Yale in the autumn and his book, The Interpretation of Murder, is due out here next month and in September in the US. Already something of an international publishing phenomenon, the novel has been sold in 28 countries and his publishers have flown in fleets of booksellers to meet the "spectacularly entertaining storyteller". Soon, he faces a long, gruelling book tour across the States.

For once, though, the hype is not exaggerated. Rubenfeld's The Interpretation of Murder is a classy, literary crime novel that's also a thrilling, heart-in-the-mouth read. Set in early 20th-century Manhattan, it takes its inspiration from Sigmund Freud's visit to New York in 1909, accompanied by his protégé and rival Carl Jung. Once you start reading the atmospheric 400-page book, it's impossible to put down. Someone should snap up the film rights.

Bestseller-dom beckons, I tell 47-year-old Rubenfeld. He looks doubtful and insists that he awaits publication with trepidation. "I just don't want to be in this country when the reviews come out," he says over lunch.

His last book - Revolution by Judiciary: The Structure of American Constitutional Law - sold all of six copies when it came out last year. "And four of those were bought by members of my family!" Nonetheless, he has been described as "the most elegant legal writer of his generation," and his first academic tome, 2001's Freedom in Time: A Theory of Constitutional Self-Government, was acclaimed.

But, he says, a work of fiction is something else entirely, although "a very great deal" of The Interpretation of Murder is fact-based. "It's not a genre of literature with which I was familiar," says Rubenfeld, although he's since read Caleb Carr's The Alienist and Matthew Pearl's The Dante Club, and admires both. He wrote his first draft in six months. "It's doubly odd to me because I've never written a line of fiction before - The Interpretation of Murder just poured out.

"I was re-reading EL Doctorow's Ragtime while writing my own novel, mainly for his marvellous descriptions of turn-of-the-century New York, and I'd forgotten that Freud's visit to New York is mentioned in that book. He's a tremendous writer - if only I'd an eighth of his talent - but the details about Freud are not all that accurate because Doctorow is doing something much more fanciful than I am."

Rubenfeld spent months researching his novel. "You can get old newspapers on the internet now - a tremendous resource," he says. "I put countless hours into researching the New York City of 1909, which was far more fascinating than the city of my imagination. Sadly, I lack a vivid imagination. Taking so much from real life made the whole book possible."

As for the novel becoming a bestseller, he jokes: "I have to have a bestseller for my own self-respect." His wife is Amy Chua, also a professor of law at Yale. Her book, World On Fire - based on her immensely readable academic essays - argues that when Third World countries embrace democracy and free markets too quickly, ethnic hatred and even genocide can result. It has become an international blockbuster, reaching the dizzy heights of the New York Times bestseller lists this spring.

His wife is brilliant, he tells me over black bean soup. Indeed, The Interpretation of Murder was her idea and she's his most acute critic, along with their daughters, Sophia (13) and Louisa (10), who saw mistakes in the novel no-one else had spotted, starting on the very first page. For instance, Louisa noted that the sentence "Even the keening gulls could be only seen, not heard" should read "Even the keening gulls could be only heard, not seen".

"It took a ten-year-old to point this out, after the manuscript had been read by five or six editors, proofread by a dozen others, and countless agents!" he exclaims. "Our daughters are little geniuses; I don't know what we're going to do with them."

For Sophia and Louisa, he wrote a bowdlerised version of The Interpretation of Murder, lest anyone accuse him of corrupting minors since the book takes in not only the moneyed salons of Gramercy Park and glamorous society balls, but opium dens in New York's Chinatown, sleazy brothels and mental asylums. It also includes Rubenfeld's unique take on Freudian theory and the eternal mysteries of Hamlet, as well as discussions and descriptions of certain sadistic sexual practices.

The novel opens with Freud's arrival in New York to deliver a series of lectures at Clark University, in Worcester, Massachusetts. Shortly afterwards, the bound, whipped and strangled body of a wealthy young debutante is discovered in a luxurious Manhattan apartment. When another wealthy society beauty narrowly escapes a similar fate, the mayor of New York - George B McClellan, one of many historical figures featured in the gripping story - asks Freud to use his revolutionary new ideas about psychoanalysis to help the survivor recover her memory of the attack.

The 17-year-old girl is called Nora. "For Nora, read Dora, the young woman described in Freud's most controversial case history, which reads like a 19th-century sensation novel, and which I've always thought someone should fictionalise," says Rubenfeld, adding that Dora, whose real name was Ida Bauer, was not an American, although she died in New York in 1945.

Nora is by no means a carbon copy of Dora, but her predicament is the same: advances are made on her by her father's lugubrious best friend and her father refuses to take her side when she protests, because he's having an affair with his friend's seductive wife, to whom Nora is erotically attracted.

The Oedipal interpretation of Nora's hysterics, which Freud offers Dr Stratham Younger - the book's dashing main narrator who falls in love with Nora - is the actual interpretation that Freud offered the real-life Dora. The case fascinates Rubenfeld, as does Freud's brief American sojourn.

Despite the great success of the Viennese psychiatrist's visit to the US, he always spoke, in later years, as if some trauma has befallen him there. "Freud called Americans 'savages'. He blamed America for physical ailments that afflicted him long before 1909. His biographers have puzzled over this mystery, speculating about whether some unknown event might have happened in America that would make sense of his otherwise inexplicable reaction," says Rubenfeld.

While there is no evidence that Freud was ever asked to investigate a murder, Rubenfeld has drawn directly and extensively from letters, writings or other published sources for much of the dialogue attributed to both Freud and Jung in his novel.

Since Rubenfeld grew up in a highly intellectual household in Washington DC, he was steeped in the works of Freud from an early age. The son of a psychologist and psychotherapist father - "not a Freudian" - and a renowned art critic and biographer mother, he read philosophy and psychology at Princeton, before attempting to fulfil his lifelong ambition to act.

After graduating, he studied acting at the Juilliard School of Drama in New York, where he was one of 18 students chosen from 1,000 applicants. He spent a year "pretending to be an unemployed actor but being a well-employed waiter," suffering rejection after rejection at "cattle-call auditions".

Eventually, after failing to land a single role, he repaired to Harvard University, where he read law and met his wife. "I don't know how I became a professor. I swore I wouldn't become an academic. I wanted to be in the real world and to deal with people's real problems, but now I really love my job. "As for a sequel to the novel, well, the jury's out. I do have this day job and it's time I produced another legal work, which will probably sell another six copies." Before we part, I tell Rubenfeld how riveting I found his theories on Hamlet, although I won't ruin it for prospective readers by revealing his thoughts on the gloomy Dane. "I have to admit I am worried about that, too," he says. "I hope that I haven't written too highbrow a book. There comes a point in this novel when the demands on the reader are perhaps just too great."

To paraphrase his favourite Shakespeare play, the gentleman doth protest too much.

07. 02. 01.

P.S. 사진은 소설의 배경이기도 한 1909년 클라크대학 앞에서 찍은 프로이트(앞줄 왼쪽)와 그의 수제자 융(앞줄 오른쪽)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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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오마이뉴스에 책동네 서평을 쓰고 있는 시민기자 정민호씨의 에세이집 <산티아고 가는 길>(에세이, 2007)이 출간됐다. 알라딘 동네 상주민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소식일 테지만, 오마이뉴스에 동료기자의 서평이 게재되었기에 옮겨놓는다. 한때 알라딘에도 '중복' 연재되었던지라 나도 멋진 사진들과 에세이들을 (다는 읽지 못했지만) 접해본 기억이 있다. '젊음이 좋긴 좋은 거구나'란 생각을 갖게 만들었던, 그래서 약간은 질투마저 느끼게 했던 에세이들인데, 책으로 만나는 감회는 또 색다를지 모르겠다. '산티아고'가 스페인 지명이라는 것밖에 모르지만 '젊음'과 동행할 수 있다는 게 또 얼마나 멋진 일인가(물론 고생은 젊은이만 하면 된다). 김현자 기자의 서평기사와 함께 박스 인터뷰도 같이 옮겨놓는다.

오마이뉴스(07. 01. 30)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세상을 만나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규칙 같은 건 없다. 대신 자기 조절이 필요하다. 얼마나 걸을지 알아서 판단해서 적당한 곳에 있는 알베르게에 머물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몸이 좋다고 무리해서 걷는 것도 경계해야 하고 아무것도 모른 채 계획세운대로만 하겠다고 무리하게 몸을 놀리는 것도 위험하다. 이 길은 하루에 끝나는 것도 아니거니와 산티아고에 간 뒤에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알고 배려하는 것이다."

언뜻 평범한 이 부분을 읽다가 멈추어 섰다. 나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앞서가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곁눈질하고 부러워하면서 조바심을 낸 나머지 지나친 욕심을 종종 부리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에. 나는 나의 삶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가? 우리 삶이 그런 것처럼 산티아고 가는 길에는 정해둔 규칙이 없다. 다만 걸을 뿐이다. 산티아고 성당을 향하여!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누구의 발걸음도 나의 것이 될 수 없다. 끝까지 걸어가는 것도 중간에 포기하고 주저앉는 것도 자기 몫일뿐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다른 사람이 가는 길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는가!



<산티아고 가는 길>은 최근 한 달 새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오마이뉴스>에 서평을 쓰고 있는 정민호 시민기자. '보디랭귀지만 믿고 떠난 여행'이란 제목으로 지난해(10~11월) <오마이뉴스>에 실렸던 산티아고 여행기 22꼭지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저자가 배운 외국어는 프랑스어가 전부. 그마저도 가물가물 하단다. 그야말로 가장 절박한 만국 공통어인 보디랭귀지만 믿고 떠난 여행이다. 그런데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들의 언어로 함께 걸어가는 그 길, 산티아고 순례자의 800km가 아름답고 생생하게 펼쳐진다. 게다가 저자에게 외국여행은 처음인 아마추어인지라 여행에서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준비물까지 빠뜨리고 만다. 도시에서 걸어 보았자 얼마나 걸었을까. 그 걸로는 턱도 없지. 그러니 한 달로 안 되는 빠듯한 일정으로 800km를 걸으려면 다리에 물집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잖아?

그런데 저자는 비상약품은커녕 작은 손전등하나도 준비하지 않아 여러 사람이 곤한 잠을 자고 있는 '알베르게(여행자들의 숙소)'에서 라이터 불에 의지하여 한밤중의 급한 볼일을 보거나 동트기 전 어두컴컴한 미명 속에 짐을 싸서 알베르게를 나서기도 한다. 그래서 무모하고 불편해 보이는 여행이다. 하지만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와 가치관이 전혀 다른 사람들끼리 이른바 드림팀을 만들만큼 산티아고 가는 길이 감동스럽게 펼쳐진다. 매일 걸아야만 하는 30km에 달하는 여정을 동행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그들은 그렇게 걷고 있다. 단지 몇 시간, 단지 몇 마디를 나누었을 뿐인 그들이 같은 길을 함께 간다는 이유만으로 끈끈한 관계가 되고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감동이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펼쳐진다. 그래서 산티아고 가는 길은 아름답다. 애초부터 아름다웠던 길은 아니었다.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에 만들어진 길이 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길이 되었다. 예수의 제자 야곱이 복음을 전파하러 가던 길이 순례자의 길, 즉 산티아고 가는 길이 되었단다. 저자는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과 함께 산티아고 가는 길의 여정에서 인생의 참뜻과 인간이 인간에게 제일 아름다울 수 있는 인간애를 배우고 있다. 저자는 그 감동을 22편의 에세이로 전하고 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여행 에세이지만 산티아고 가는 길의 풍경보다 그 길을 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들의 마음과 배려, 아름다움. 그렇게 만나는 세상(삶).

"산티아고 성당을 향해 손을 흔들어본다. 내 가방 끈 고쳐주던 프랑스 할머니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부엔 카미노! 산티아고 가는 길, 무모한 여행은 끝났지만, 인생이라는 길은 계속된다. 이제부터 이 길에서 배운 것을 내가 가는 길에서 꼭 실천하리라. 부엔 카미노! 내가 미처 걷지 못한 길을 다시 걷기 위하여 올 때, 이 다짐이 무색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걸어야겠다.

산티아고, 고마워, 다시 올 때까지 무사하게 있어라!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나를 위하여,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리고 이미 걸었던 사람들과 앞으로 걸을 사람들을 위하여. 부엔 카미노! 웃으며 돌아섰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끝났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많으니까 다시 힘을 내야 한다. 신발 끈을 고치고 다시 걷는다. 무모한 여행은 계속되는 것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 맺는 글


<오마이뉴스>에 서평을 함께 쓰면서 동지애 같은 것을 느끼고 있던 터라, 저자의 스페인여행 소식은 한마디도 부러움뿐이었다. 여행지가 외국이라는 것이나 한 달 가까운 날들이라는 것은 둘째고 잠시 일상을 접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스페인? 산티아고? 그런데 왜 하필 산티아고야? 아마존이나 아프리카도 좋지 않을까? 아님 쿠바?...그런데 대체 사람들은 왜 산티아고에 가고 싶어 하는 걸까?'

이런 궁금증과 함께 스페인어를 모르고 영어도 그다지 신통치 않은 실력으로 보디랭귀지만 믿고 떠나는 무모한 젊음이라니. '모든 것이 부럽다!' 솔직히 그랬다. 한 달? 이젠 돌아오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어느 날부터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저자의 여행기가 <오마이뉴스>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생생한 여행기를 읽으며 책으로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뜻밖에 날아든 기념품 <산티아고 가는 길>이었다.

책을 모두 읽고나자,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느꼈던 그 부러움은 더 커졌고 산티아고 가는 길은 나의 꿈이 되기도 했다. 문학 속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들을 더러 만났지만 단 한 번도 꿈꾼 적 없는 산티아고였는데 말이다. 몇 년 후, 내 아이들과 꼭 함께 가고 싶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는 우리들이 가야 할 세상과 삶이 그대로 압축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아름다움을 더 많이 나누려면 영어를 더 배워야겠지만.

"언제부턴가 제 삶과 관련된 고민 몇 가지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끙끙대보았자 풀리지 않을 고민들. 그래서 무작정 걷고 싶었고, 걸으면서 생각하면 고민이 풀릴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시작한 여행이었습니다. 국토종단도 떠올랐지만 내 성격으론 중간에 핑계를 대고 돌아올 것이 뻔하고. 때문에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자!' 고 생각했고 그렇게 가게 된 곳이 산티아고였습니다.

산티아고를 처음 만난 것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통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막연히 알고 있는 정도였지요. 그런데 외국여행을 하자 마음먹었을 때 문득 <온 더 로드>에서 읽은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왜 꿈만 꾸는가. 한번은 떠나야 한다. 떠나는 건 일상을 버리는 게 아니다. 돌아와 더 잘 살기 위해서다' 결국 이 글귀 때문에 산티아고로 갔는데 지금 가장 행복하고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역시 가길 잘했습니다."

- 산티아고 여행의 의미? 여행 후 달라진 점은?
"산티아고를 다녀온 후에 세상이 무섭지가 않더라고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혼자서 산티아고에 갔다 왔는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도 붙고 힘이 나거든요. 얼마 전부터 다니기 시작한 회사에 면접을 볼 때도, 입사하여 일을 배우면서도 그랬죠. 일종의 든든한 부적 같은 거랄까. 아, 무섭지 않다는 것보다는 여유로워졌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것과 좋았던 것은.
"물집의 고통이 심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나 때문에 늦게 걷게 만드는 것 같아서 민망하기도 하고 고마우면서도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최소한 걷기 여행 준비라도 했어야 하는데. 손전등이나 비상약품 등을 준비하지 않은 준비부족으로 인해 생겼던 일들이 힘들고 불편했습니다. 산티아고를 생각하면 모두 다 좋아요. 지금도 가끔씩 순례자 여권을 보거든요. 그러면 지나간 길들이 다 보이는데 왜 이리 웃음이 나오는지... 정말 그 길이 다 좋네요. 그래서 저는 5년 후에 또 가려고 한답니다. 5년차에 휴가가 한 달 주어지거든요. 그때는 영어를 더 자유롭게 구사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 산티아고 가는 길을 꿈꾸는 분들에게 꼭 하고픈 말은?
"두려워하지 말자. 바로 그것이겠지요. 사실은 아까 저녁 먹을 때도 친구한테 그 말을 하고 왔어요. 이것저것 다 따지면 끝이 없고 갈 수도 없는 것 같고... 그냥 자신을 가지고 일단 떠나고 보자. 돌아와서 더 잘살기 위해!"



혼자 걷는 여자들도 많을 만큼 산티아고 가는 길은 안전하다는 것이 그의 귀띔이다. 매일 20~30km를 걷고 공동 숙소에서 잠을 자고, 이국 사람들과 낯선 시간들을 떠듬떠듬 말을 나누며 어울리면서 언제 이 많은 글들을 썼을까? 틈틈이 메모해 와서 정리하였다고. 산티아고에 가려고 마음먹고 정보를 찾아보았는데 자료가 너무 부족하더란다. 그래서 더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에 <산티아고 가는 길>을 썼고 책으로 묶어냈단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없는가?"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한다.

"글쎄요. 제가 좋아졌어요. 전에 보다 훨씬 강해졌고 삶에 대한 구체적인 애정과 자신감이기 생겼어요. 가끔씩 생각해요. 내가 정말 어떻게 그렇게 많이 걸을 수 있었고 많은 고통들을 참아 낼 수 있었는지를! 그런데 정말 했더라고요. 제 힘으로. 그래서 제가 자랑스러워요."
 
07. 0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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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7-01-31 11:04   좋아요 0 | URL
오, 제목만 보고 김남희씨의 책 이야기하시는건가 생각했답니다. 새로운 책이군요. 저도 산티아고. 한 번 걸어보고 싶다 꿈꾸게 되던데(이놈의 게으름을 생각하면 그저 꿈일 뿐이겠지만;).. 이 책, 궁금해지네요. ^^

paviana 2007-01-31 11:10   좋아요 0 | URL
로쟈님의 유머에 점점 중독되는거 같아요.
에구 정군님이 다시 생각나네요.흑흑흑

나비80 2007-01-31 12:55   좋아요 0 | URL
몇 부분 올려놓으신 것만 봤는데도 사진이 참 좋네요. 글도 재밌을 것 같아요. 저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열망이 솟는데요. 뿅~~!!

stella.K 2007-01-31 13:55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문득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현자 씨는 동료기자지만, 전 순수 독자란 입장에서...^^

비연 2007-01-31 15:59   좋아요 0 | URL
예전에 정군님 서재에 산티아고에 대한 글들 열심히 보았었는데....
책으로 써도 좋겠다 싶었는데 정말 나온 모양이군요!
서재에 계속 계셨더라면(항상 ~면..은 뒷북이지만..ㅠㅠ) 축하한다는 메세지라도 남길 수 있을텐데 말이죠. 쩌업. 그래도, 이렇게라도 소식 전해주시니 다행~^^

로쟈 2007-02-01 00:01   좋아요 0 | URL
다들 반가워하시는 걸로 보아 정군님이 인세를 좀 챙기실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리뷰 좀 쓰는 것보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