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진 2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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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죠? 왜 당신은 비너스도 스핑크스도 이곳으로 가져오지 않았으면 망가지고 말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치있는 보물들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경우를 내 눈으로 직접 보아왔소. 그때마다 애석하기 짝이 없었지. 루브르로 오면 더 이상 손상되지 않아요. 프랑스에는 그럴 힘과 여유가 있소.

-그 점에서는 영국도 독일도 미국도 프랑스와 생각이 일치하는 것 같군요, 콜랭 일본이나 청나라나 러시아가 서로 자기 나라가 조선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요.-85-86쪽

호감에서는 구경거리로서든 관찰을 당하는 한 리진은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자유로울 수 없으면서 평등하게 느낄 수는 더더욱 없었다.-87쪽

당신이 조선의 서책이나 도자기들이 조선에 있는 것보다 여기에 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한 당신의 힘은 당신의 힘이지 내 힘이 아니에요. -89쪽

자신의 인생에 무관심하면 희망이 죽고 다른 사람의 삶에 무관심하면 죄를 짓게 된다고 하던 이도 모파상이었다. 그러면서도 모파상 자신은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관심이 없는 듯했다. -112쪽

조선식 기와집을 개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게 조선 기와집의 장점이기도 했다. 문을 떼어내고 유리창을 달아놓아도 지붕이며 구조 때문에 본모습을 잃지 않았다.-178쪽

변하지 않는 것은 마음을 애잔하게 한다.
리진은 반촌의 집에 들어서자 맨 먼저 매화나무를 손으로 쓸어보았다. 눈송이 같은 흰 꽃이 야윈 매화나무에 달려 있다. 지난 겨울의 혹독한 바람을 견디고 세상에 나온 꽃답게 단아한 모습이다. 얼마간 차가운 봄밤 공기 속에 선 채 리진은 귀를 기울여봤다. 주위가 시끄러우면 매화의 향을 맡을 수 없다고 하여 매화향을 두고 귀로 듣는 향이라고들 했다.-202쪽

희망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일이 희망을 갖는 일보다 더 힘겹다.-207쪽

나는 당신의 나라에서 '소인'이 아니라 '나'로 살았으며 행복했습니다. 에펠탑을 잊어도 루브르 박물관을 잊어도 나는 파리 대로변의 활기차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겁니다. .................나의 힘으로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박애가 무엇인지, 나의 자유로 나의 삶을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고 깨달았습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궁에서 지냈습니다. 나를 겹겹으로 에워싸고 있는 것들을 깨뜨리고 나를 느끼는 일은 설레지만 두렵고 심장이 뜨거워질 만큼 고통이 따르는 일이었습니다.
길린,
나를 당신에게서 내려놓으세요. 사랑하는지 아닌지 이젠 알 수 없어졌다는 당신의 말을 나는 이해합니다. 오해하지 않습니다. 서운해하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나를 버릴 수는 없다, 고 했던 당신의 갈등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는 처음부터 그랬는걸요. 당신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으면서도 당신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땐 내가 '소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신은 그리 많은 것을 내게 주었는데 나는 끝내 인색했습니다. 당신을 강자라고 생각했고 나는 약자라 여겼습니다. 나도 모르게 당신은 프랑스이고 나는 조선이라 여기는 마음이 내 안에 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이나 나나 우리는 남자와 여자였을 뿐이었는데.
길린,
나, 리진을 내려놓고 모쪼록 자유로우세요. 그래야 나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당신을 만나지 못해도 이따금 당신의 후두염이 염려되겠지요. 당신도 나를 만나지 못해도 이따금 내 머리를 빗기고 싶겠지요.
이것으로 우리는 충분하다 여깁니다.
1895년 6월 3일
조선에서 리진-241-243쪽

자신이 왕비를 어머니라 여겼음을 왕비가 칼을 맞는 순간에 리진은 깨달았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기조차 어려운 왕비가 아니라 사가의 다정한 어머니라 여겼음을. 그 사이에서 늘 분열했으나 속 깊은 곳의 리진의 마음은 왕비를 외롭고 고단하고 다정하고 힘이 세고 강건한 어머니로 여겼음을. 그래서 서운해하면서도 원망하면서도 미워하면서도 종내 사랑할 수 밖에 없었음을.-295쪽

(서영채 해설)
민족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을미사변은, 시해의 대상이 왕이 아니라 왕비라는 점에서 그 치욕스러움이 배가된다. 왕은 그 자신이 상징하는 질서와 운명을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왕의 죽음은 그 자신과 그를 포함한 칼을 쥔 손들의 집단이 책임져야 할 몫이다. 즉 왕의 죽음은 그가 표상하는 질서의 부오기에 대한 정서적 반응 정도로 족한 것이다. 그러나 왕비의 죽음은 경우가 다르다. 프로이트 화법으로 말하자면 여성들은 남성들의 전쟁터에 걸린 내깃돈이다. 남성들간의 전쟁에서 희생양이 되는 것은 여성과 아이들이되, 전쟁에서 승부가 결정되고 난 후 여성과 아이들이 당하는 수난은 전쟁터에서 결정된 승부를 재차 선명하게 의식화하는 절차에 해당된다. 전쟁터에서 패배한 왕의 왕비는 상대방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 승부가 결정되는 것은 전쟁터에서의 일이지만 그것이 한 집단 속에서 상징화되는 것은 이같은 왕비의 노예화를 통해서이다.
......................
그렇다면 시해당한 명성황후의 경우는 어떤가. 왕의 죽음이 있기도 전에 왕비의 죽음이 먼저 다가와버린 것이다. 그래서 왕비의 시해라는 사건은, 전쟁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끝나버렸고 이미 왕이 시체가 되었음을, 왕뿐 아니라 국체의 수호자여야 할 세력들이 모두 걸어다니는 시체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건인 것이다. 요컨대 왕비는 왕보다 먼저 살해당함으로써 한 왕국의 왕과 신하 모두가 시체임을 만천하에 선언한 셈이다. 전쟁터에 나갈 기회조차 얻지 못한 시체들.-325-326쪽

(서영채 해설)
한때 우리의 것이었으나 이제는 근대성의 밑지층이 되어버린 그 세계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애도의 대상이지 못했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근대성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부의 힘에 의해 강요된 것이었고 또한 우리의 전근대는 우리 자신에 의해 청산된 것이 아니었다. 요컨대 우리에겐 작별의 의례를 행할 그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근대성의 우울 밑에 억압되어 있던 그것은 언제나 일그러지고 기이한 모습으로, 혹은 되찾아야 할 전통이라는 지나치게 성스러운 이름으로, 더러는 민족 감정이라는 이상한 탈을 쓰고 회귀하곤 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니 비록 뒤늦은 것이라 할지라도 사적이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신경숙의 저 애도는 아직 유효한 것이지 않을까. -3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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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7-19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는 한줄 띄어쓰기가 안 됐는데 지금은 되어 있네@.@;;;

비로그인 2007-07-2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인생에 무관심하면 희망이 죽고"

마노아 2007-07-23 15:51   좋아요 0 | URL
끄덕끄덕...
 
리진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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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화된 세상에 나가보길 꿈꾸나 이 궁궐에서 한 발짝도 옮기지 못할 처지이니 네가 부럽구나.

왕비의 목소리가 땀에 젖어가는 그녀의 귀에 흰 구름처럼 일렁거렸다.

-너는 사랑을 얻어 개화된 세상에 먼저 나가는 것이니라. 서러워 마라.

리진은 춤으로 나무가 되려 하고 불이 되려 했다.

-다른 세상에 가서 여태의 족쇄를 풀어버리고 많은 것을 새로 배우고 익혀 새 삶을 가지거라.

리진은 춤으로 땅이 되려 하고 쇠가 되려 했다.

-조선의 여인으로 먼 길을 떠나는 건 네가 처음일 게야.

드디어는 물이 되려 했다.

-너를 보내는 이 가련한 나라를 잊지 말아라.-28쪽

씻어서 깨끗해지는 건 더러운 게 아니다. 그냥 뭐가 묻은 것이야. 누더기를 입은 사람을 더럽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더러운 게 아니라 가난한 것이지. 가난한 것은 그 사람 허물이 아니다.-62쪽

처음 조선에 왔을 때 블랑은 크게 세 번 놀랐다. 첫번째는 이 작고 외딴 나라에 자기들만 쓰는 말과 글이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양반들이 주로 쓰는 청나라 문자 말고도 그들 고유의 문자가 있다는 것은 적잖은 놀라움을 주었다. 두번째는 서책 때문이었다. 초가지붕 안에도 서책이 있고 글을 모를 것 같은 여종들도 이야기책을 필사해가며 나눠 읽고 있었다. 세번째로 블랑이 놀란 것은 조선인들이 죄다 대식가라는 점이었다. 큰 밥사발에 가득 담긴 밥을 어린아이조차 단숨에 비워내는 걸 보고 그만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때로 어떤 이들은 아무 반찬이 없이도 그저 큰 밥사발의 수북한 밥을 물에 말아서 먹었다. 감자밥, 강낭콩밥, 골동반, 보리밥, 찰밥, 콩탕밥 등 밥의 종류가 수십 가지 종류가 된다는 것도 알게 된 후 블랑은 조선인의 강인한 체구가 밥에서 온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물론 그들이 늘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 배를 곯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먹을 기회가 찾아오면 한껏 엄청난 양을 먹어대곤 했다.-71-72쪽

그러나 두 사람이면 마음도 두 갈래인 모양이었다. 웅덩이 앞에서는 냇물을, 냇물 앞에서는 강물을, 강물 앞에서는 바다를 찾는 게 인간의 생리이기도 하다. 바다 앞에서도 물이 모자라다고 느낄 수 있는 건 인간뿐인 것이다. -129쪽

블랑 주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콜랭의 마음이 과연 언제까지나 저럴 것인가. 열정에 차 있을 때의 맹세는 식으면 잊혀진다. 지금의 저 맹세를 어찌 믿겠는가. 선교라는 명목으로 조선에 들어와 살면서도 블랑 주교는 가끔 자신의 신분을 잊었다. 이따금 이게 옳은 일인가 싶은 회의에 빠질 때가 있었다. 이들은 이들의 방식대로 살게 두면 안 되는 것인가. 프랑스는 인도차이나를 차지하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목재, 쌀, 석탄, 진주들을 프랑스로 실어날랐다. 그것이 제국주의다. 그 아래서의 선교활동이 과연 올바르기만 한 것인가. 그런 회의를 무마하기라도 하려는 듯 블랑 주교는 조선의 고아원에 지금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해줄 것을 파리의 외방전교회에 청하곤 했다. 지금 리진을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콜랭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만도 없는 게 주교의 마음이었다. 인도차이나의 진주나 상아 같은 아름다운 것들을 파리로 실어나르는, 떠나온 곳 프랑스처럼 혹시 콜랭이 리진을 그리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깊은 우려가 들었다. -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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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9 - 인종.명종실록-문정왕후의 시대, 척신의 시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9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10월
구판절판


남편 중종은 집권 내내 끝없는 옥사를 일으켰지만, 이홍윤의 옥사 이후 그녀가 죽는 날까지 이렇다 할 옥사는 없었다. 그만큼 문정왕후의 국정 장악능력이 뛰어났다는 의미다. 또한 그녀의 정치는 중종처럼 우왕좌왕하지도 않았다. 냉혹하다고만도 할 수 없는 것이 인종비를 끝까지 문제 삼지 않았고, 신하들의 반대에도 윤임의 아비인 윤여필을 풀어주기도 했다.
사치, 향락을 추구하지도 않았고, 궁중연회도 좀처럼 열지 않았다. -103쪽

그녀의 패착은 사림을 혐오하고 측근들의 정보와 판단에 의존한 정치를 한 데 있었다. 측근들의 비대화와 부패는 당연한 수순.
거듭되는 흉년으로 인한 민생대책과 수령들의 횡포를 방지하는 데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였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았던 것은 그 측근들이 세상을 주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104쪽

그렇다 해도 그녀에 대한 사관들의 평가는 너무 박하다. 사관들은 심지어 조선 사회 자체의 모순에 의한 나라와 백성의 피폐함까지 모두 그녀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한마디로 그녀는 당대 유학자들의 '공공의 적'이었던 것. 왜 그랬을까?
을사사화 등 사림의 화가 한 원인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겠고,
어질고 사림을 사랑했던 인종을 배척한 데 대한 분노도 작용했으리라.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도 중요한 원인.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모든 유학자들을 분노케 한 그녀의 정책,
즉 '불교 되살리기'가 아니었나 싶다.-105쪽

수령의 횡포를 억제할 수 있게 수령 고소 금지법을 폐지하는 문제도 제기되었지만, 초록은 동색이라 했던가? 이내 묻혀버린다.
병폐는 명종 말년에 가도 개선되지 않았다. 개국 이래 점점 자라온 고름이었고, 명종이나 문정왕후의 잘못으로 쉽게 돌릴 수만은 없는 조선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였다. -172쪽

수령의 수탈이나 공납, 군역의 고통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백성들의 유랑도 유랑민 일부의 도적화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태평성대로 일컬어지는 세종이나 성종 시절에도 그랬고,
연산 시절에는 뒷날 소설의 모티프가 된 홍길동이 있었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임꺽정이 있다.-173쪽

왜 임꺽정은 도적이 되었는가? 당시 사관의 논평을 보면 사태를 정확히 읽고 있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 후로도 달라지지 않았다.

"도적이 성행하는 것은 수령의 가렴주구 탓이며, 수령의 가렴주구는 재상이 청렴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지금의 재상들은 탐오가 풍습을 이루어 끝이 없기 때문에 수령은 백성의 고혈을 짜내어 권세가를 섬기느라 못하는 일이 없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으니 도적이 되지 않고는 살아갈 길이 없는 형편이다. 그러므로 너도 나도 스스로 죽음의 구덩이에 몸을 던져 요행과 겁탈을 일삼으니 이 어찌 백성의 본성이랴?

진실로 조정이 청명하여 재물만을 탐하지 말고 어진 이를 수령으로 가려 뽑는다면 칼을 든 도적들이 송아지를 사서 고향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군사를 거느려 추적하여 붙잡으려고만 한다면 붙잡는 대로 또 뒤따라 일어나 장차엔 다 붙잡지 못할 것이다."-180쪽

당대의 대학자들답게 둘은 끝까지 서로에 대해 나름의 예를 지키며 표나게 대립하지 않았지만 뒷날 제자들은 상대의 스승을 비판하며 격렬히 대립하게 된다.

주자학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 퇴계 철학은 이후 조선 철학의 방향을 결정지었을 뿐 아니라 일본 주자학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유성룡, 김성일, 조목, 기대승, 이산해 등 그의 제자들은 퇴계학파를 형성하여 나중에 동인-남인의 중추를 이루게 된다.-202쪽

남명학파를 형성한 조식의 제자들로는 정인홍, 김우옹, 곽재우, 김천일 등이 있다.

실천을 중시하는 조식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그들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적극 활약했다.

동인-북인의 중추를 이룬 그들은 광해군과 함께 집권에 성공했으나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이 실각하면서 괴멸되다시피 했다.

게다가 조식도 이렇다 할 이론적 저술을 남겨놓지 않아서 남명학파는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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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1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품절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식은

엄격히 구분짓는 잣대가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이해입니다.

말하는 쪽의 입이 아니라
듣는 쪽의 귀입니다.

책 속의 깨알같은 글씨가 아니라
책을 쥔 손에 맺힌 작은 땀방울입니다.

머리를 높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낮게 하는 것입니다.-13쪽

햄버거 하나를 얻기 위해 소를 키우고,
소를 키우기 위해 숲을 태우고,
소고기 100g과 맞바꾼 1.5평의 사라진 숲은
지구의 온도를 매순간 높인다.-39쪽

2001년,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는 미국은 자국의 산업보호를 명분으로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였다.-41쪽

전통적으로 채식주의는 개인의 취향이나 건강상의 고려에 따라 선택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취향이나 건강상의 이유 외에도 생명체에 대한 존중, 환경적인 고려 등 신념·윤리적 운동의 측면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42쪽

전세계 수제 축구공의 70%를 생산하는 인도와 파키스탄 1만5천명의 아이들......
그들이 만든 축구공 한 개의 가격은 15만원,
하루종일 축구공을 꿰매는 아이들의 일당은 300원. -46쪽

아프리카 인구 절반의 하루 생계비는 630원,
아프리카의 전쟁 난민 1천5백만 명......

가진 게 많아서 가난한 땅
아프리카-55쪽

아프가니스탄과 아라비아 반도의 일부, 이집트의 베두인족 여성들이 주로 착용하는 '부르카'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신체의 거의 모든 부분을 가리는 복장을 말한다. 이란 등지의 시아파 여성들이 주로 착용하는 '차도르'는 검은색의 헐렁한 망토 형태이다. 흔히 이슬람 여성들의 상징처럼 언급되는 '히잡'은 이슬람 경전인 꾸란을 통해 유일신 알라가 명령한 여성의 기본 복장이다. 얼굴을 내놓되 상체를 모두 가리는 두건 형태로 시리아 등에서 주로 착용한다. -72쪽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 중에서
우리 땅에서 키운 것은 26.9%.
그 중에서 쌀 자급률만 95%.
우리 농민의 생명줄 쌀,
쌀은 우리 밥상의 전부다.-84쪽

"잦은 기상이변으로 10년 후 세계는 식량 부족에 시달릴 것이고 한국과 일본은 식량 확보를 위해 핵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미 국방성 비밀문서 펜타곤 보고서-84쪽

"30년 전, 나는 취재를 하기 위해 서울의 한 철거촌에 갔습니다. 어느 세입자 가정의 마지막 식사 자리......"

"목이 메인 가장은 밥을 잘 넘기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식사 자리를 지켜주기에는
벽은 너무 얇았습니다.
뚫려버린 담벼락 밑에서
나는 철거반원들에 맞선 주민들 속에 섞였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다니던 잡지사 부근의 문방구에 들러
볼펜 한 자루와 작은 공책 한 권을 샀습니다.
그것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시작이었습니다."
-조세희-106쪽

단일민족?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민족?-117쪽

나는 경비원입니다.
오후 다섯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하루 16시간을 일합니다.
오늘 기다리던 월급을 받았습니다.
한 달 539시간을 일하고
68만원을 받았습니다.
다음 달에도 그럴 겁니다.-124쪽

14.3%는 피해자,
16.8%는 가해자,
9.1%는 피해자이자 가해자,
왕따 경험으로 자살충동을 느끼는 학생은 9.5%......

피해자이자 가해자의 자살률은
일반 학생의 2.8배,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 역시 심각한 정신 장애를 겪는다.-134쪽

담배 판매로 발생하는 정부 수입 연간 7조원,
그 중 직접적인 금연사업에 책정되는 예산은 1.7%-140쪽

1960년 로마 올림픽 복싱 라이트헤비급 금메달리스트, 흑인이라는 이유로 식당에서 쫓겨난 금메달리스트는 그 길로 금메달을 강물에 던져버렸다.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한 영광은 아무 쓸모가 없다."

1964년 WBC헤비급 챔피언은 백인 주인의 성과 노예의 이름을 버렸다. 그리고 스스로 선택한 이름, 스스로 선택한 삶, 링 위에서보다 링 밖에서 더 많이 얻어맞았던 그의 새로운 이름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148쪽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후지오카 노부카쓰 부회장은 수요집회에 참여하는 할머니들을 "북한 공작원"이라고 표현한 바 있으며, 한국의 군사평론가 지만원씨는 참여 할머니들의 건강과 혈색이 너무 좋아보인다는 이유로 "가짜 위안부들"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190쪽

2000년 5월, 이옥선 할머니는 58년만에 남녘의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부모 형제는 이미 모두 작고한 뒤였다. 그동안 사망신고가 되어 있었던 탓에 힘들게 한국 국적을 되찾았으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과거사 문제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에 실망하여 2003년에 다시 국적을 포기했다.-191쪽

5.18 항쟁 당시 165명 사망,
5.18 항쟁 이후 약 376명 사망,
사망자들의 평균연령 27.5세,
고등학생 11명,
중학생 6명,
초등학생 2명


65명의 행방
불명
최초 발포 명령자 및 암매장 장소
불명

아직
끝나지 않은
끝낼 수 없는
5.18 광주-198-199쪽

유종선 씨의 주장에 따르면, 애초의 맹세문은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해 정의와 진실로써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라는 내용이었지만 유신정권이 전국적으로 확대시키는 과정에서 현재와 같은 문구로 수정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 존재하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뿐이다.

그 외 유사한 사례로는 일제 강점시의 '황국신민서사'와 2차 대전 당시 히틀러가 이끌던 독일국가사회당(NAZI)의 '국기에 대한 충성맹세문' 등이 있다.-212-213쪽

if 긴급속보

"정부는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를 평택 대추리에서 강남구 도곡동, 대치동, 삼성동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219쪽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접수된 총 7,229건의 미군 범죄 중에서 한국이 재판권을 행사한 경우는 233건(3.2%)에 불과했다.-222쪽

1953년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주한미군이 대한민국의 영토, 영해, 영공을 무상으로 무기한 사용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그 목적은 명시하고 있지 않다.-223쪽

2차대전 기간 동안
약 25만~50만 명,
유럽의 집시 중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우슈비츠 해방 50주년 기념식에 입장할 수 없었다.
'집시'였기 때문이다. -244쪽

1914년
기적 같았던 크리스마스 휴전은
단 하루......
이후 4년 간
1천 만명의 군인이 죽거나 사라졌다.

BC3,000년부터 1950년까지
약 1만 4,500건의 전쟁......

5,000년 인류 역사 중에서
평화기간은 단 8%......-266쪽

6줄의 기타가 태어난 지 200년 뒤,
왼손잡이었던 그는 기타줄을 모두 거꾸로 고쳐 매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왼손으로 악수합시다.
그쪽이 내 심장과 가까우니까."-272쪽

한국인 하루 평균 3시간 TV시청,
1년에 한달 반, 평생 10년.
Turn off TV, Turn on Life,
TV를 끄고 삶을 켜자!-287쪽

서울 집값 세계 6위
강남 33평형 아파트 평당 2,949만원
부동산 부자 상위 1%가 전국 사유지 50% 이상 소유
'쪽방' 수 해마다 증가

"도시 근로자 저축으로
강남 33평형 아파트 장만하는 데
평균 소요 기간 43.3년
단, 그동안 집값이 전혀 오르지 않아야......"-305쪽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little boy),
시속 320km로 돌진,
8만 여명 현장에서 즉사.
폐허가 된 땅......

시속 320km가 생명을 앗아간 그 땅에는 시속 0km의 나무만 남았다.

은행나무는
그 자리에서 천년 이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나무는,
태양, 물, 이산화탄소만 있으면
지구 어디에서나 자신의 자리에 서서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지 않은 채
지구 생명체 중 가장 크게
지구 생명체 중 가장 오래 살 수 있다.

시속 0km

다른 생물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영양분을 섭취하고 만들어내는
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독립적인 생명체.

시속 8,000km

갈수록 속도를 높이며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해야 살 수 있는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종속적인 생명체-339-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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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pix 2007-07-14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사고 싶네요. 감동이 오는 글이 많네요. 역시 지식e채널.

마노아 2007-07-14 23:43   좋아요 0 | URL
강추예요! 꼭 사서 읽으셔용^^

다락방 2007-07-1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정말 좋았어요. 읽어야 할 책이예요.

마노아 2007-07-15 20:13   좋아요 0 | URL
그쵸. 읽은 분들 모두 감동 받았을 것 같아요. ^^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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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기래, 할마니가 깜박했다. 생명수 약수를 달랬더니 그놈에 장승이가 말허는 거라. 우리 늘 밥해 먹구 빨래허구 하던 그 물이 약수다.
기럼 공주님이 헛고생한 거라?
바리야, 기건 아니란다. 생명수를 알아보는 마음을 얻었지비.-81쪽

나는 나중에 다른 세상으로 가서 수많은 도시들과 찬란한 불빛들과 넘쳐나는 사람들의 활기를 보면서 이들 모두가 우리를 버렸고 모른 척했다는 섭섭하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93쪽

말 좀 해봐, 우리가 받은 고통은 무엇 때문인지. 우리는 왜 여기 있는지.
누구 말을 빌려서 하는지 나는 저절로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변하며 공수가 터진다.
사람들의 욕망 때문이래. 남보다 더 좋은 것 먹고 입고 쓰고 살려고 우리를 괴롭혔지. 그래서 너희 배에 함께 타고 계시는 신께서도 고통스러워하신대. 이제 저들을 용서하면 그이를 돕는 일이 되겠구나.-282쪽

전쟁에서 승리한 자는 아무도 없대. 이승의 정의란 늘 반쪽이래.-282쪽

희망을 버리면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다름없지. 네가 바라는 생명수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만, 사람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 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286쪽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힘센 자의 교만과 힘없는 자의 절망이 이루어낸 지옥이다. 우리가 약하고 가진 것도 없지만 저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세상은 좀더 나아질 거다. -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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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7-07-1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세상의 승리는 반쪽이래..'하는 부분이 참 맘에 들었어요. 어쩐지 마음이 편안한 것이... ^^

마노아 2007-07-14 17:12   좋아요 0 | URL
앗, 저도 그 부분 참 맘에 들었어요. 얼라... 근데 안 적어놨네... 줄을 안 그어놓았더니 다시 못 찾았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