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나무 우리시대의 논리 5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5월
장바구니담기


그들은 정말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박하사탕>의 주인공 영호처럼 처절한 가책 끝에 자살이라도 했을까. 국민의 대표로 국회에도 들어가고 정부 요직에도 들어가고 언론에도 들어갈 만치 그들은 개과천선한 걸까. 그들이 반성하는 말이나 사죄하는 말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도대체 누가 그들을 용서한 걸까.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음지에서 번뜩거릴 필요가 없어졌다. 문민정부, 국민의정부를 거치면서 그 눈빛들은 당당히 합법화되었으니까. 세상이 달라졌다고 얼마나 좋아졌냐고 믿어버리는 꼭 그만큼씩 그들은 자란다. 우리 머릿속에서 우리 가슴속에서 우리 눈 속에서.
-32쪽

회사 옥상에 높다랗게 붙어 있던 ‘수출만이 살길이다’라는 큰 간판이 언젠가 ‘수출강국’으로 바뀌어도 전혀 강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그 간판 아래 짓눌린 채 버려진 배추 잎사귀처럼 누렇게 시들어 가고 있었다.
-39쪽

더군다나 나는 어쩌자고 겨우 열아홉 살이었던 것이다. 순진하고 세상 물정을 몰라서라기보단, 무력했다. 무력하기 짝이 없다 보면 타협하게 되고, 타협에 길들여지다 보면 그게 사는 요령이라고 믿게 된다. 인간임을 끊임없이 부정당하다 보면 스스로 부정하게 되고, 오로지 연명하는 일이 지상 과제이자 존재 이유인 이들에게 인간의 품위와 계급적 자존감이란 깨달을수록 성가신 일일 뿐이다.

요즘 십대들이 무섭다지만 그때 십대들이 더 무서웠다. 먹고사는 일에 목숨 걸었던 그 무서운 십대들이 결국은 독재를 유지시켰던 균주였고 지금도 먹고살게만 해 준다면 인권이나 환경이나 인간에 대한 예의 같은 건 삽시간에 나발이 되고 마니까.
먹고 살기 위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넘어간 일이 얼마나 많았을 것이며, 죽고 싶도록 부끄러웠으나 내가 무슨 힘이 있냐는 체험과 타협한 일은 오죽이나 많았겠는가.
-53쪽

출근을 재촉하는 그들의 처진 어깨가 오늘은 서글퍼 보이지만, 묵묵히 침묵의 강을 건너는 그들에게서 나는 거역할 수 없는 희망을 읽는다. 굴종의 강을 건너 본 사람만이, 그 강물이 다디단 꿀물이 아니라 빠져 들수록 깊디깊은 오욕의 수렁임을 안 것이기에......
-92쪽

아들만 둘을 낳은 부모에게 "자녀가 몇입니까."라고 물으면 "아들 둘입니다."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딸만 둘입니다."한다지 않던가. 어쩌면 이 문제는 사상이나 운동성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본능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107쪽

노예가 품었던 인간의 꿈. 그 꿈을 포기해서 그 천금같은 사람들이 되돌아올 수 있다면,
그 단단한 어깨를, 그 순박한 웃음을,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자본이 주인인 나라에서,
자본의 천국인 나라에서, 어쩌자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꿈을 감히 품었단 말입니까?
어쩌자고 그렇게 착하고, 어쩌자고 그렇게 우직했단 말입니까?
-111쪽

노동 해방은 하루아침에 오는 것도 아니고 자본가들이 우리에게 베푸는 것은 더더구나 아닌, 우리가 투쟁으로 쟁취할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이 땅 천만 노동자의 조직적 단결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염원이 하나가 되어 마침내 올려졌던 전노협의 깃발.
적들은 당신으로부터 그 깃발을 빼앗으려 했지만 당신은 죽음으로 기필코 그 깃발을 지켜 내셨습니다.
-116쪽

박창수 열사는 1981년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 배관공으로 입사하여, 1987년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으로 1990년 7월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93% 찬성이라는 신화적인 지지를 얻고 당선됨으로써 그동안의 어용노조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듬해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산하 부산지역노동조합총연합 부의장으로 선출되었고, 대우조선노조 파업과 관련, 3자개입 혐의로 구속되어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그러나 구치소 안에서 의문의 부상을 입고 안양병원에 입원했다가 이틀 만에 병원 마당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1991년 5월 6일). 그때 그의 나이 서른셋이었다. 안기부의 전노협 탈퇴 압력에 저항하다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나 노태우 정권은 시신이 안치된 영안실 벽을 부수고 열사의 주검을 탈취, 부검 후 ‘자살’이라고 발표하여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장례식은 최초의 전국노동자장으로 치러졌으며, 박창수 열사의 죽음은 그해 노동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118쪽

21년 된 노동자의 임금이 105만 원, 세금 떼면 80만 원, 그마저도 가압류로 12만 원. 129일을 크레인에 매달려 절규를 해도, 늙은 노동자가 88일을 애원해도, 청와대․노동부․국회의원 누구 하나 코빼기 내미는 놈이 없었습니다.
-120쪽

애비 잘 만난 조양호, 조남호, 조수호, 조강호는 태어날 때부터 회장님, 부회장님으로 세자 책봉받는 나라. 이병철 회장님의 아들이 이건희 회장님으로 재계 순위 1위가 되고, 또 그 아들 이재용 상무님이 2위가 되는 나라. 정주영 회장님의 아들이 정몽구 회장님이 되고, 또 그 아들 정의선 부사장님이 재계 순ㅇ뉘 4위가 되는 나라.
태어날 때부터 그 순서는 이미 다 점지되고, 골프나 치고 해외로 수백 억씩 빼돌리고, 한 달 수천만 원을 써도 재산이 오히려 늘어나는 그들이 보기에 한 달 100만 원을 벌겠다고 숨도 쉴 수 없고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탱크 안에서 벌레처럼 기어 다니는 우리가 얼마나 우스웠겠습니까? 순이익 수백 억이 나고 주식만 가지고 있으면 수십 억이 배당금으로 저절로 굴러들어오는데, 2년치 임금 7만 5,000원을 올리겠다고 크레인까지 기어올라 간 그 사내가 얼마나 불가사의했겠습니까?
-121쪽

비자금으로, 탈세로 감방을 살고도, 징계는커녕ㄴ 여전히 회장님인 그들이 보기에, 동료들 정리해고 막겠다고 직장에게 맞서다 해고된 노동자가 징계 철회를 주장하는 게 얼마나 가소로웠겠습니까? 100만 원 주던 노동자 잘라 내면 70만 원만 줘도 하청으로 줄줄이 들어오는 게 얼마나 신통했겠습니까? 철의 노동자를 외치며 수백 명이 달려들다가도 고작해야 석 달만 버티면 한결 순해져서 다시 그들 품으로 돌아오는데, 그게 또 얼마나 같잖았겠습니까?
‘조선강국’을 위해 한 해 수십 명의 노동자가 골반 압착으로, 두부 협착으로 죽어 가는 나라. ‘물류강국’을 위해 또 수십 명의 화물 노동자가 길바닥에 사자밥을 깔아야 하는 나라. 섬유 도시 대구, 전자 도시 구미, 자동차 도시 울산, 화학 도시 여수, 온산. 그 허황한 이름들을 위해 노동자의 목숨이 바쳐지고 그들의 뼈가 쌓여 갈수록 자본의 아성이 점점 높아지는 나라.
쉰이 넘은 농민은 남의 나라에 가서 제 심장에 칼을 꽂고 마지막 유언마저 영어로 남겨야 하는, 참으로 세계화된 나라. 전 자본주의가 정말 싫습니다. 이제 정말 소름 끼치게 무섭습니다.
-121쪽

1970년에 죽은 전태일의 유서와, 세기를 건너뛴 2003년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 두산중공업 배달호의 유서와, 지역을 건너뛴 한진중공업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 민주당사에서 농성하던 조수원과, 크레인 위에서 농성하던 김주익이 죽는 방식이 같은 나라.
세기를 넘어, 지역을 넘어, 국경을 넘어, 업종을 넘어, 자자손손 대물림하는 자본의 연대는 이렇게 강고한데 우리는 얼마나 연대하고 있습니까? 우리들의 연대는 얼마나 강고합니까? 비정규직을, 장애인을, 농민을, 여성을, 그들을 외면한 채 우린 자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무리 소름끼치고, 아무리 치가 떨려도 우린 단 하루도 저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저들이 옳아서 이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연대하지 않으므로 깨지는 겁니다. 만날 우리만 죽고 천 날 우리만 깨집니다. 아무리 통곡하고 몸부림을 쳐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한시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 억장 무너지는 분노를,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이 억울함을, 언젠가는 갚아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언젠가는 고스란히 되돌려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123쪽

어버이날 요구르트 병에 카네이션을 꽂아 놓고 아빠를 기다린 용찬이. 아빠 얼굴을 그려 보며 일자리 구해줄 테니 사랑하는 아빠 빨리 오라던 혜민이. 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동지 여러분! 좀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2003년 10월 22일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노동탄압 규탄 전국대회’에서
-123쪽

2002년, 한진중공업에서는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임금을 동결하고 650명의 노동자를 해고하면서 파업이 시작되었다. 회사는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김주익 지회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 20명의 임금, 주택, 노동조합비 등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가압류를 함으로써 생활에 고통을 주는 동시에, 이들을 사법 당국에 고소, 고발하였다. 검찰과 경찰은 10월 1일 김주익 지회장을 포함한 여섯 명의 금속노조, 지회 간부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김주익 지회장은 높이 35미터의 85호 크레인 위에서 회사 측에 대화를 촉구하며 129일을 버텼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자, 10월 17일 회사와 싸움을 계속할 것을 유서로 남긴 뒤, 재벌의 노동자 탄압에 죽음으로 항거하였다.
뒤이어 10월 30일 15시 50분, 김주익 지회장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던 곽재규 열사가 85호 크레인 근처의 4도크에서 투신하였다.
-124쪽

준하야.
너마저 이런 세상에 살게 할 순 없지 않겠느냐.
통일을 향한 발걸음들이
아직도 간첩이 되고 빨갱이가 되는 이런 세상에
널 살게 할 순 없지 않겠느냐.
평생을 일해도 집 한 칸 지닐 수 없는 이런 세상에
널 살게 할 순 없지 않겠느냐.
평생을 일만 해 온 애비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잘리고
하루에 서른 여섯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밖에는 도무지 할 게 없는
이런 세상에 널 살게 할 순 없지 않겠느냐.
비정규직이라는 차별과 서러움의 이름을 수번(囚番)처럼 달고 살다가
그마저 쫓겨나 1년을 넘게 천막을 치고
그 천막에서 사계절을 맞고 보내게 할 순 없지 않겠느냐.
세상에 남겨졌던 유일한 거처였던 그 천막마저 뜯겨 나간
어느 날 아침.
천막이 신기루처럼 사라진 빈자리에 무릎이 꺾인 채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어야 하는
이런 세상을 너한테마저 물려줄 순 없지 않겠느냐.
비정규직은 울고 정규직은 잔업과 성과금에 영혼을 파는
오로지 이 두 가지의 선택이 네 미래가 되게 할 순 없지 않겠느냐.
어린 자식들은 애비를 잃고 늙은 부모들은 자식을 잃는
이런 세상은 이제 끝내야 하지 않겠느냐.
-129쪽

IMF 시기에 김대중 정부가 한국중공업을 두산그룹에 헐값에 매각하면서 이름이 바뀐 두산중공업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2002년 노조 간부 여든아홉 명을 징계해고하고, 65억원 손해배상 청구, 노조원 재산 가압류 신청 등을 단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스물두 명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22년 동안 두산중공업에서 일해 왔던 배달호 열사는 두산의 부당 해고와 징계에 맞서 싸우다가 2002년 7월 23일 구속, 9월 17일 집행유예로 석방되었으나 모든 재산과 임금을 가압류당했다. 노무관리 대상자로 회사의 감시를 받던 중, 생계를 담보로 회사에서 노조 활동 중단 각서를 요구하자, 2003년 1월 9일 가족을 부탁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회사 안 ‘노동자 광장’에서 분신했다.
-136쪽

길은 걷는 만큼 줄어든다. 이 길도 언젠가는 끝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머잖아 우리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게 되겠지만 예전의 우리는 이미 아닐 것이다. 한나라당의 압승이라는 게 맹목적인 초종의 결과라는 것도 알게 됐고, 월드컵 경기장은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고, 50만 원의 보상금을 받고 그 터전에서 쫓겨났던 철거민들의 눈물 위에 지어졌다는 것도 알게 됐다. 축구공을 농락하는 선수들의 현란한 발재간보다는, 다섯 살부터 하루 300원의 임금을 받고 공을 만들다가, 강한 본드의 영향으로 일곱 살에 두 눈을 실명한 인도 소녀 소니아의 노동에 우리는 주목하게 될 것이다.
절망해 보지 않은 사람은 희망의 가치를 모른다. 좌절해 보지 않은 사람은 다시 서는 일의 거룩함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승리했다.
2006년 5월 31일 부지매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뒤 조수원 열사를 추모하며
-141쪽

조수원 열사는 대우정밀에 입사, 병역 특례자로 편입되어 4년 6개월을 복무하던 중 노조 편집부장을 맡았다가 1991년 6월, 복무 만료 6개월을 남기고 해고되어, 병역 특례자의 신분을 박탈당했다.
1993년 마포 민주당사에서 38일 동안 단식 농성을 했고, 대우 그룹으로부터 1994년 5월 27일 복직 합의를 받아 냈다. 그러나 정부는 병역 문제가 복직 합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병역 특례 해고자들에게 입대할 것을 요구했다.
‘정든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어머니, 아버지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간절한 소망을 말하던 조수원은 1995년 12월 15일 새벽, 부당 징집을 거부하며 민주당 서울시 지부에서 목매어 세상을 등졌다.
-142쪽

돈만 있으면 판검사도 사고, 국회의원도 사고, 장관도 사고, 대통령까지 사 버리는 나라, 이 공화국은 누구의 공화국이란 말입니까?

-145쪽

산다는 게 날마다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전쟁임을 그땐 몰랐습니다. 목숨 부지하고 살아남는 게 얼마나 힘든 세상인지 그땐 참 몰랐습니다.
전쟁은 60년 전에 끝났다는데 날마다가 전쟁인 사람들. 1년에도 수십 명이 길바닥에서 개구리처럼 터져 죽고, 전쟁 때도 자살은 없었다는데 2002년 이후 죽어 간 예순 여섯 명 중 25%가 자살인 기가 막힌 사람들.
열사도 되지 못했던 개죽음들로 고속도로마다 스프레이 자국으로 남겨지는 사람들. 보릿고개 넘어선 지가 언젠ㄴ데 하루 한 끼는 물배로 채우는 날도 많다는 전설의 고향에나 나오는 보릿고개를 아직도 꾸역꾸역 넘고 있는 사람들.
-146쪽

죽어야만, 누군가 목숨을 바쳐야만 문제가 해결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동지 여러분! 비정규직은, 노동자도 되지 못하는 사람은 죽어도 안 됩니다. 분노가 조직이 되지 못하는 현실, 통곡조차 투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 모여 있는 잠시 동안은 동지지만 흩어져 이랗는 대부분의 시간은 적이 되고, 경쟁 상대가 되는 현실.
죽은 사람을 묻어 줄 용기나 결단이 없다면 죽은 시체의 미숫가루를 훔쳐 목숨을 부지하는 전쟁 같은 삶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2005년 10월 1일 김동윤 열사 정신 계승 촛불 문화제에서...
-147쪽

화물운송 노동자는 일명 지입제라는 ‘차량위탁관리’ 형식의 불평등 계약에 따라, 책임은 사업자처럼 무한으로 지고, 권리는 노동자처럼 침해받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005년, 고유가와 어려워진 경기로 김동윤 열사도 이미 1,200만 원의 부가세 체납자가 되었다. 그해 추석을 앞두고 경유가 인상분에 대한 유류 보조금 환급이 있었는데, 환급 과정에서 세금과 과태료 등 미납자의 보조금을 압류키로 하였다. 김동윤 열사도 6개월 만에 환급받은 유류 보조금 420만 원 전액을 세무서에 압류당했다. 장시간의 노동과 생존권이 위협당하는 극심한 압박 속에서, 2005년 9월 10일 오전 10시경 부산 신선대 부두 정문 앞에서 유가 보조금 압류 현실에 분개하며 분신, 죽음으로 화물 노동자의 현실을 세상에 알렸다.
-148쪽

이제 아무도 기적을 말하지 않을 때
온몸으로 기적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우리가 단지 역사를 추억할 때
스스로 역사가 되어 가는 사람들.
서러움이 뭔지를 알려거든 그들을 보라.
우리가 잃은 게 뭔지를 알려거든 그들의 눈빛을 보라.
연대를 말하려거든 100일째 펄럭이는 천막엘 가 보라.
우리들의 미래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몹시 궁금하거들랑
비정규직이라 불리는 그들을 보라.
-149쪽

정규직의 적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자본입니다. 우리가 맞장을 떠야 할 건 약자가 아니라 구조조정이라는 사시미 칼을 든 깡패입니다.
자본의 발밑에 짓밟혀 파들파들 떨고 있는 민들레를 한 번 더 짓밟은 게 아니라 그 발을 치워 줘야 합니다. 민들레에게 너희도 시험 쳐서 소나무가 되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민들레에게 숨 쉬고 씨앗 흩날릴 영토와 햇볕을 나눠 줘야 합니다. 민들레에게 숨쉬고 씨앗 흩날릴 영토와 햇볕을 나눠 줘야 합니다. 민들레가 죽어 가는 땅에선 어떤 나무도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살아나야 우리가 살 수 있습니다. 그들이 승리해야 우리가 지켜질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칼날엔 눈이 없습니다.
-154쪽

적개심도 아니고 이데올로기도 아닌, 그 순결한 꿈이 이루어지는 봄이길. 부디 저 고운 영혼들이 꽃보다 먼저 환해지는 봄이길. 봄마저 쟁취해야 하는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그런 봄이 부디 저들의 것이길 간절히 바랍니다.
2006년 2월 23일 부산지하철 매표소 비정규 해고노동자 고용승계 쟁취 결의대회에서
-157쪽

그때 우리는

봄이 오면 피어나는 게 꽃들뿐이었겠는가.
봄이 오면 되살아나는 게 나무들뿐이었겠는가.
꽃보다 먼저 피고 나무보다 먼저 일어서던 사람들.
그때 우리는 기적이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으나
서 있으면 멈추는 게 아니라 넘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던
그때 우리는 기적이었다.
함께 해야 강해진다는 걸 거리에서 배웠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야 대오가 전진할 수 있다는 걸
스크럼을 짜며 저절로 알게 됐던
그때 우리는 기적이었다.
-158쪽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야 했고
차마 묻을 수 없는 천금 같은 사람들을 땅에 내려놓으며
그들을 죽인 세상과 결코 타협하지 말자 맹세했던
그때 우리는 분노조차 희망이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늙어 가기 시작했고
분노하는 일에도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알기 시작했다.
뛰는 것보다 걷는 게 편하고 걷는 것보다는 차를 타는 게
훨씬 편하다는 자본의 말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고
서 있는 것보다는 앉아 있는 게 편하다는 걸 알면서는
오래 앉아 있으려면 큰 집이 필요할 거라는
자본의 유혹을 믿기 시작했다.
-160쪽

민들레에게 올라오라고 할 게 아니라 기꺼이 몸을 낮추는 게 연대입니다.
낮아져야 평평해지고 평평해져야 넓어집니다.
겨울에도 푸르른 소나무만으로는 봄을 알 수 없습니다.
민들레가 피어야 봄이 봄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생에 처음 민들레는 기다리는 봄. 이 설렘을 동지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2006년 3월 11일 부산지하철 매표소 해고 노동자 고용승계 쟁취 3차 결의대회에서
-163쪽

신입사원이 들어와도 비정규직이니 환영식도 없고 수시로 잘려 나가니 환송식을 할 수도 없는 수많은 현장들. 아무도 노 젓는 법을 나누지 않고 친구의 노를 몰래 부러뜨려 놓아야 내가 강물을 건널 수 있다고 믿었던 자들은 결국 그 강의 끝이 유토피아가 아니라 망망대해로 이어져 혼자 탄 뗏목으로는 난파할 수밖에 없다는 걸 처음엔 잘 몰랐습니다.
제일은행 노동자들이 잘릴 때 주택은행 노동자들은 시금치를 무치거나 아이의 장남감을 고르는 일이 더 중요했고,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잘릴 때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은 대부분 잔업을 하거나 축구를 보고 있었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먼저 잘릴 때 남성 노동자들은 이제 시집이나 가라고 농담처럼 말했고 형님들이 잘릴 때 동생들은 ‘헹님은 인자 낚시도 실컷 댕기고 땡잡았네.’라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웃으면서 했던 똑같은 말을 울면서 듣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219쪽

아이들은 꿈을 잃어 가고 선생들은 영혼을 잃어 가는 학교에서 중간고사 끝난 나른한 봄날의 4교시, 선생님께 첫사랑 이야기를 조르는 아이들도 더는 없을 테고 그 아이들에게 진달래를 불러 주는 친구 같은 선생님도 더는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을 상대로 첫사랑의 황홀한 꿈을 꾸는 아이들도 없을 테고 선생님들은 더 이상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지 않게 될지도 모릅니다.
-221쪽

학번을 얘기하는 모습을 볼 때면 묘한 울타리 같은 게 느껴진다. 끼리만의 울타리. 학번이란 말에선 기득권의 냄새가 난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학번이 가지는 울타리는 참으로 견고하다.
-224쪽

부모 잃고 가난한 숙부 집에서 어려서부터 갖은 노동을 하며 매질을 밥으로 욕을 반찬으로 자란 사람. 숙부의 집을 나와 식모살이를 하던 집에서 열네 살 때부터 주인아저씨와 아들의 몸뚱아리 밑에 밤마다 번갈아 깔렸다던 사람. 온종일 이어진 숙모의 부지깽이 매질보다는 차라리 그 짓이 나았다던 사람. 남이 해주는 밥은 징역 살면서 처음 먹어 본다던 사람. 공범이 돼 버린 정부에게서 받은 머리핀 하나가 세상에 태어나 받은 유일한 선물이었다던 사람. 그래서 그 사람이 그렇게 좋았다던 사람.
내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던 날. 두고 온 딸내미 이름을 수백 번도 더 명토박으며 그 아이를 꼭 찾아 봐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던 사람. 진숙 씨는 아는 사람 많으니까 꼭 탄원서를 꼭 좀 넣어달라던 사람. 천 명쯤 서명을 받으면 나라에서 살려주지 않겠냐던 사람.
윤수가 죽던 날, 그도 죽었다. 짤막한 신문 기사를 통해 그의 형 집행 소식을 접하면서야 탄원서를 넣어주겠노라던 도무지 지킬 길이 없어져 버린 그 약속이 생각났다. 세상 어느 누구도 그를 사랑한 적이 없는데 누구에게 그를 죽일 권리가 있는가라는 허탈한 질문과 함께.
-248-24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쥐를 잡자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18
임태희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6월
장바구니담기


쓸고 닦고 털어내고 지우고...... 아무리 해도 깨끗해지지 않았다.
왜? 왜?
이제야 알았다. 내가 쥐였기 때문이다. 스무 살을 감당할 수 없게 한 나의 열아홉, 열여덟, 열일곱......이 쥐였다.
아니, 이 세상이 쥐로 득시글거리기 때문이었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아이를 낳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깜빡한 세상이 바로 쥐였다.-75쪽

우리는 마침내 냉장고 문을 열었다. 쥐는 없었다. 그걸 확인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좀더 일찍 함께 문을 열어 보았더라면...... 그랬다면 지금 뭔가 달라졌을까? 모르겠다.-102쪽

혼자서 물 속으로 걸어간다. 물결이 얼음을 깎아 만든 비수처럼 차갑게 내 살갗을 훑는다. 발목에서 허벅지로, 허리에서 가슴으로, 어깨에서 머리끝으로 물이 차오른다. 무섭도록 차갑다가 차츰 몽롱해진다. 잠이 쏟아진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신은 나를 버렸다.
나는 신마저도 구원하기로 했다.-128쪽

낳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사실 고맙다는 말은 부족하기만 합니다. 제 맘 속에 가득한 이 터질 듯한 감동을 표현할 더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해 비루하기 짝이 없는 표현을 빌려 씁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어머니가 살린 작은 사람
진주홍 올림-141쪽

작업실에 홀로 서서 하염없이 조각을 바라본다. 검은 돌덩이 속에서 앙상한 선으로 피어난 두 사람. 한 사람은 크고 한 사람은 작다.
나는 두 사람을 찬찬히 뜯어본다. 주홍이를 찾는다. 큰쪽이 주홍이, 작은 쪽이 나. 내가 더 작은 것은 당연했다. 내가 주홍이를 낳은 순간 주홍이도 나를 낳았고 내가 삶을 외면할 때에도 주홍이는 나를 길렀으니까.
-150쪽

텅 빈 삶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형벌. 나는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것은 주홍이가 내게 남긴 교훈이자 선물이었다.


생명을 낳고 기르는 일이
한 사람의 희생이 아닌
온 우주의 축복일 수 있기를......-15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놀아요 선생님 - 남호섭 동시집
남호섭 지음, 이윤엽 그림 / 창비 / 2007년 1월
장바구니담기


만우절
(간디학교1)

"오늘은 쉽니다."

교무실 문에 이렇게 써 붙여놓고
선생님들 다 도망갔다.

남의 교실에 들어가 시치미 떼기,
선생님 앞에서 싸우다가
의자 집어 던지고 나가기,
우리가 음모 꾸미는 사이에

한발 앞서
선생님들 다 도망갔다.
-14쪽

스승의 날
(간디학교2)

아이들은 선생님을 쌤이라 부른다.
아이들은 그날 쌤들에게 드릴 김밥을 쌌다.

밥을 너무 많이 넣어 뚱뚱한 김밥
단무지를 빠뜨려 싱거운 김밥
옆구리 터진 김밥

아이들이 등 떠밀어서
쌤들은 도시락 하나씩 들고
소풍을 갔다.

따스한 봄볕이 다 모인다는 다볕당 앞뜰에서
쌤들은 그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김밥을 먹었다.-15쪽

한근이
(간디학교8)

말이 느리면
행동도 느리고 생각도 느리다고
한근이를 놀립니다.

말이 빨라서
행동도 빠르고 생각도 빠른
친구들이 놀립니다.

느린 대신에
바위처럼 생각이 무거운
한근이는 그저 웃습니다.-26쪽

기숙사
(간디학교9)

백혈병 치료 중인 아이가
머리를 박박 깎은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보고
여럿이 가슴 아파하며 울더니

문득, 청란이 머리를 깎았다.
안 그래도 작고 귀여운 청란이
동자승처럼 더 맑아졌다.

다음날 친구들하고 목욕탕 가서
목욕하고 나와 옷 입기 전
할머니 한 분이 조심스레 물으셨다.

어느 절에서 오셨어요?
청란이 잠깐, 우물쭈물하다가 말했다.
기숙‘사’에서 왔습니다.
-27쪽

시 읽어 줄까
(간디학교16)

-시 읽어 줄게 얘들아.
-시 읽어 줄게 얘들아.
아침 조회 시간마다 우리 선생님
우리를 귀찮게 하신다.

싫다고 하면 슬퍼하시고,
좋다고 하면 우리 마음하고
저렇게 잘 맞을까 싶은
시들만 골라 읽어 주신다.

-오늘은 내가 쓴 신데 들어 볼래?
이런 날은 우리가 시의 주인공이 된다.
선생님은 일부러 야단치지 않아도
우리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놓으면
스스로 잘하리라는 걸 아시는 모양이다.
-40쪽

불 끈다

우리 집 방충망에
달라붙은
매미, 풍뎅이, 태극나방, 사마귀야

안녕,
우리 집 이제
불 끈다.-46쪽

봄비 그친 뒤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빨리 달리는 건 산안개다.

산안개가 하얗게 달려가서
산을 씻어 내면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잘 생긴 건
저 푸른 봄 산이다.-51쪽

사랑

우산을 같이 씁니다.
동무 어깨가
내 어깨에 닿습니다.

내 왼쪽 어깨와
동무 오른쪽 어깨가
따스하게 서로 만납니다.

우리 바깥쪽 어깨는
사이좋게 비에 젖고 있습니다.-52쪽

한 여름 소나기

저 멀리서 울 때는
바람에 마른 잎 구르는 소리 같았다.

옆집 마당에 왔을 때는
급하게 달리는 수십 마리
말 발굽 소리 같았다.

우리 집 마당에 닥쳐서는
하늘까지 컴컴해지고,
하늘이 마른땅에 대고
큰북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빨래 걷을 틈도 주지 않고
금세 또 옆집으로 옮겨 가더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64쪽



풀 뜯는 소가 똥 눈다.

긴 꼬리 쳐들고
푸짐하게 똥 눈다.

누가 보든 말든
꼿꼿이 서서
푸짐하게 똥 눈다.

먹으면서 똥 눈다.
-86쪽

잠자리 쉼터

손을 쭉 뻗어
검지를
하늘 가운데 세웠더니
잠자리가 앉았습니다.

내 손가락이
잠자리 쉼터가 되었습니다.

가만히 있었습니다.

내가 나뭇가지가 되었습니다.-89쪽

고래의 죽음

먼 나라 바닷가 모래밭에 몸무게 십 톤인 범고래 한 마리가 스스로 올라왔습니다. 뜨거운 태양 빛을 받으며 몸뚱이가 바싹바싹 타들어 갔습니다. 숨도 점점 가빠졌습니다. 그러나 고래는 무슨 까닭인지 꼼짝 않고 그대로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죽으려는 작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놀란 마을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연락을 받은 동물 보호 단체 사람들까지 멀리서 달려왔습니다. 불나면 줄지어 서서 양동이로 물을 뿌리듯 말라 가는 고래 몸뚱이에 바닷물을 뿌려 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고래를 바다로 밀어 넣어 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십 톤이나 되는 무게를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고래의 몸은 더욱 바싹 말라 가고 숨쉬기도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냥 그렇게 두면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을 것 같았습니다.-90쪽

이때 한 사람이 생각을 내놓았습니다. 고래의 생각도 아니고, 갈매기의 생각도 아니고, 동물 보호 단체에서 온 사람의 생각이었습니다. 고래 몸에 폭탄을 달아서 폭파하자는 거였습니다. 천천히 오래가는 아픔을 큰 아픔 한 번으로 끝내자는 거였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안락사라 했습니다. 조금 뒤, 큰 폭발이 있었습니다. 바다 저 멀리까지 소리가 퍼져 나갔습니다. 멀리서 다른 고래의 울음소리가 들려온 것도 같았습니다. 모래밭은 온통 붉을 대로 붉어졌습니다.-91쪽

지렁이

시멘트 길 위에서
어딜 가려다가
길을 잘못 들었는지
지렁이 몇 마리가
앞으로도 못 가고
뒤로도 못 가고
뜨거운 햇살에
몸이 타고 있다.

나도 사막에서
길을 잃으면
저럴 거라는 생각에
징그러운 줄 모르고
길가 풀숲
촉촉한 흙 위로
가만히 옮겨 주었다.
-98쪽

다모

네 이름 뜻을 누가 묻거든
뜻이 아니라 느낌이라고 말하렴.

다모야!

세상에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니라
느낌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라.

사람을 만나서도 첫 느낌을
늘 기억해라.-107쪽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9-14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래...사람들이 고래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한 행동이라는 점은 기특하지만..
어쩌면, 고래가 고래답게 죽어야 하는 의식과도 같은 행위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인간들이 고래의
'성스러운 마지막'을 지저분하게 망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래는...늙어서 바다 깊은 곳에서 죽기도 하거든요.
굳이 태양 아래 누워 죽고 싶었던 것은, 그 고래만의 특별한 뜻이 담겨 있지는 않았는지.
단순한 동정으로, 인간의 무지함으로 고래는 원치 않는 죽음을 맞이한건 아닌지 살짝 안타깝군요...^^;
(그냥, 제 생각이었습니다)

지렁이 말이에요.
저도 옮겨준답니다. 남들이 밟아 죽일까봐. 태양에 타 죽을까봐.
다른 곤충도 마찬가지고. 그러나 저렇게 다른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인간이 몇이나 될까...

좋은 글들입니다.^^

마노아 2007-09-14 19:14   좋아요 0 | URL
저도 고래의 진심이 궁금해서 옮겨보았어요. 고래의 생각도 아니고 갈매기의 생각도 아니라고 미리 표현을 한 것을 보면, 저자도 저 의견을 낸 사람의 생각에 동조하지 못했음이 아닐까 싶어요.
모든 안락사를 같은 기준으로 보기 어렵지만, 어쩐지 저 고래의 이야기에선 고래의 성스러운 의식을 망친, 눈치없는 인간들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좀 어려웠어요. 지렁이도 곤충도 모두 소중히 대해주는 멋진 엘신님, 그 따스한 마음씨가 참 예뻐요~

승주나무 2007-09-14 22:04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 개미 안 밟으려고 발목 돌리다가 삐끗했어요.
친구가 '왜 발목 삐었니?' 하고 물으면
'개미 피하려다 그랬다'라고 얘기하지 못하고 냉가슴만 삭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나저나 지렁이 일은 참 안타깝게 됐습니다~

마노아 2007-09-15 08:59   좋아요 0 | URL
지렁이도 개미도 보는 순간 도망가는 저는 부끄럽군요..;;;;;
개미는 한마리 있으면 도망갈 정도는 아니지만 엄청시레 모여있으면 무서웠어요.
지렁이는 수년 간 보지 못했네요. 너무 자연과 먼 삶을 살고 있나봐요...

2007-09-14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09-14 19:15   좋아요 0 | URL
일요일이군요. 저는 3시 이후에 움직일 수 있답니다. 괜찮죠? 네시쯤 만나는 것^^;;;
숫자는 저도 마음에 들어요. 9월 23일. 발음이 예뻐요. 이번엔 어디서 볼까요?
체스, 이번에 둘까요? ^^

2007-09-17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09-17 18:55   좋아요 0 | URL
그때 실패(?)했던 민들레 영토는 어때요? 이번엔 어디쯤에서 만날까요? ^^

승주나무 2007-09-14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동시를 봤더니 마음이 한결 맑아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마노아 2007-09-15 09:00   좋아요 0 | URL
동시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저도 읽으면서 참 좋았답니다. ^^
 
이어달리기
장차현실 외 지음 / 길찾기 / 2006년 12월
절판


이야기 하나. 넘기 힘든 벽, 성차별

2006 전세계 성격차보고서에서 한국은 전세계 115개국 중 92위를 차지했습니다. 중등교육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동일노동 임금평등부분에서는 105위를 차지했습니다.
왜 여성에게는 이런 차별의 굴레가 씌워져 있는 것일까요?

이는 첫째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가부장제 때문입니다. 이는 가족과 사회의 중심이 남성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계는 남성을 중심으로 세습되고, 사회는 남성을 축으로 돌아갑니다. 여성의 자리는 주변화 되어있고, 중심으로의 진입은 넘기 어려운 벽으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힘을 가진 자는 자신의 권력을 내어 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기득권층은 권력을 갖지 않은 이들이 사회의 중심으로 진압하는 것을 차단합니다. 평등이란 가치는 기득권층에게는 못 가진 자의 발버둥처럼 들릴 뿐입니다.
-25쪽

두번째는 자본의 계급화 전략입니다. 자본은 언제나 최저의 비용으로 최대의 수익을 올리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모든 노동자들을 차별로서 차등화하고 계급화하여 저임금을 지급하려 합니다. 결국 남성과 여성의 차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 등 무수한 차별을 통해 차등화된 임금을 지급하고, 이로써 비용을 낮추려는 것이지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할 때는 여성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냈다가 경제위기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여성을 해고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라고 외칩니다. 이러한 사실은 6-70년대 어린 여성들을 공장으로 끌어냈던 과거와 97년 우리나라 경제위기 이후의 여성우선해고 상황을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최대이윤추구의 시장논리로 필요에 따라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시장 진입과 이탈을 주무른 것입니다.-25-26쪽

우리 사회는 여성을 부차적인 노동력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노동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된 노동이 아닌 보조적 노동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이는 가부장제와 자본의 계급화 전략에 따라 생성된 가치에 다름 아닙니다. 그 결과 여성이 직장내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남성보다 몇 배의 노력과 능력이 요구됩니다. 아예 그러한 진입자체가 차단되기도 하죠. 성별에 따른 직종분리를 통해 한 회사 내에서도 여성이 일할 수 있는 분야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여성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급속도로 악화된 노동시장에서의 입지와 일자리 양극화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인구는 증가했지만 많은 수가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 일할 권리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할 때입니다.-26쪽

이야기 둘. 노동권과 인권의 침해, 직장내 성희롱
성희롱은 전적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가해자의 의도가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아 성적인 굴욕감, 수치심을 느꼈다면 그것은 성희롱인 것입니다.

직장내 성희롱은, 피해 여성을 직장동료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여성을 자신과 동등한 업무동반자가 아닌 여성이라는 성적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존중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직위나 성별, 나이에 따른 서열의식이 강한 분위기나 여성을 비하하거나 성적 대상화하는 회식자리가 잦은 직장분위기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직장내 성희롱은 여성의 노동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회사입장에서도 달가운 상황이 아닙니다. 여성의 업무환경이 저해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결국 그 피해는 회사로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피해 여성들에게 성희롱의 기억은 오래 지속되는 고통입니다.
-47-48쪽

성희롱은 사소하고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노동권과 인격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사회문제라 볼 수 있습니다.

직장내 성희롱은 1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계속되는 특징을 가집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기 때문이죠.
-48쪽

이야기 셋. 엄마=해고? 출산휴가&육아휴직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고 하죠.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여성의 늘어나는 경제활동에 따라가지 못하는 직장문화와 육아환경일 것입니다.

모성보호관련법제도는 최근 몇 번의 개정을 통해 산전후휴가 90일에 산전후휴가 급여는 모두 사회분담화(2008년부터 전사업장)되어 있습니다. 육아휴직도 아이가 한살이 되기 전까지 남녀노동자 모두가 쓸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법상으로는 여성노동자들의 경력단절은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법과 너무나도 멉니다.
-63쪽

2006년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모성보호관련법에 따른 산전후휴가 급여의 확대와 비용의 사회부담화를 통해 기업 부담이 대폭 해소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의 모성보호에 대한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은 당장의 손익계산만을 따져 여성을 해고하고 노동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숙련된 노동력의 손실로 이어지고 결국 생산성의 저하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여성의 출산을 단순히 여성 개인의 것으로 보는 인식도 문제입니다. 여성의 출산은 사회적 문제입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다음 세대를 이어갈 사회 구성원의 재생산입니다. 아이는 여성이 혼자서 낳아 기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사회의 문제인 것이죠. 모성이 보호되는 사회는 여성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사회입니다.
-64쪽

이야기 넷. 이건 전쟁이다, 일하며 키우기

여성이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육아와 가사노동을 "도와"주어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나누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야근과 회식이 많은 우리나라 직장문화도 가족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가 있는 여성들은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는 말이 있죠. 그러나 이런 말들은 여성들이 야근과 회식에 참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아이를 찾기 위해 땡 퇴근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어려움은 헤아림 없이 단순히 여성 개인의 자질문제로만 치부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또 너무나도 긴 노동시간 때문에 집에서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없다는 우리나라 아버지들. 이는 아이들에게도 아버지들에게도 불행입니다. 아버지의 권리와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일과 가정의 양립은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89-90쪽

아이는 여성 개인이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가족이 함께 키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육아의 사회화가 시급한 문제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전적으로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 되어 있는 구조 속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 되고 맙니다. 안심하고 맡길 곳이 없기 때문에, 별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높은 보육비용 때문에 엄마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노동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공공보육시설의 확충과 보육의 질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영아 및 야간보육, 방과 후 교육을 대폭 확충하여 여성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가 한창일 때 공약 중에 이런 말이 있었죠.
"낳기만 하십시오, 국가가 키우겠습니다."
언제쯤 그 말이 현실이 될까요?
-90쪽

이야기 다섯. 우리 사회의 아픔, 비정규직

2006년 현재 여성 비정규직은 전체 여성임금노동자 601만 명 중에 422만 명으로 69.2%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노동자 10명 중 7명이 비정규직이라는 말이죠. 비정규직의 문제는 크게 저임금과 고용불안, 그리고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집약될 수 있습니다. 정규직과 같은 인ㄹ을 하고도 임금은 절반, 각종 휴가, 상여에서도 제외되죠. 그리고 언제 계약해지가 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래를 설계하기도 힘이 듭니다.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남성 정규직의 34.7%. 고용의 불안정성이 높아 여성의 이직율은 남성의 1.4배입니다.
-111쪽

대형 할인마트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대부분 시간제, 파견직, 일용직 등 그 수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다양한 고용형태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고용형태가 존재하는 것은 사용자가 기본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법을 악용하기 때문입니다. 몇 년을 일하면서 자신이 소속된 업체와 고용계약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중간 관리자인 매니저와 고용계약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몇 명의 노동자만이 이 매니저와 계약을 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 사업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이 됩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일부만 적용되기 때문에 한결같이 몇 년을 일해도 퇴직금, 연월차수당 등의 기본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합니다.
-111-112쪽

국회에서 비정규 관련 3법이 통과되었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2년 사용시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한다는 조항은 2년 후 대량해고의 소지를 안고 있어 대량해고를 방지할 후속조치가 시급합니다. 또한 직접고용에서 간접고용으로의 전환과 외주화 확산이 우려되는 실정입니다. 기업은 법률적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직접고용보다는 간접고용으로, 고용보다는 도급형태의 계약을 통해 법률의 책임을 회피하려 할 것입니다. 이에 비정규직의 고용과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간접고용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 확대 등 법률적 보완장치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회사 내의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도록 명문화한 것은 진전된 내용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어디까지를 차별로 볼 것인가’하는 기준이 불분명해 실효성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실효성이 있는 법이 되려면 보완과 개정의 작업이 뒤따라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노동에 대한 존중이 시급합니다. 일한 만큼 대우받는 사회, 너무나도 당연한 요구가 왜 이다지도 힘이 들까요.
-112쪽

이야기 여섯. 비정규직, 여성, 그리고 KTX

......이 사건은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복합된 가장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KTX 남성 승무원들은 모두 철도공사 소속의 정규직입니다. 철도공사는 여승무원들만을 비정규직으로, 그것도 외주위탁으로 돌리고서 고용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133쪽

KTX 여승무원의 직접 고용은 KTX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무를 외주화하는 것은 ‘고객의 안전한 수송’이라는 철도공사 사업의 핵심과 공공성을 방기하는 것입니다.

KTX 여승무원의 성차별적 외주위탁 문제는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성차별적 고용관행 뿐 아니라, 무분별하게 남용하고 무책임하게 버리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 문제를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윤을 위해서라면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무시해도 된다는, 우리사회의 잔인할 만큼 반인권적인 고용 관행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134쪽

이야기 일곱. 일해도 가난한 우리, 근로빈곤

‘빈곤의 여성화’는 전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더 빠르고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165쪽

이전에는 열심히 일만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의식이 사회 전반에 팽팽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을 해도 빈곤한 근로빈곤층이 다수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근로빈곤층은 한 달 내내 열심히 일해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일을 할수록 빈곤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죠. IMF 이후 중산층의 1/3이 붕괴되었고 노동시장은 양극화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확대되면서 경제의 경쟁력, 이윤창출이 정책의 궁극적 목적으로 정당화되고 말았습니다.
-166쪽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확대는 사회의 모든 가치를 이윤 중심에 두게 만듭니다. 당연히 기업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수익을 거두려는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죠. 그리고 그것이 사회의 가치로 굳어지면서 일한 만큼의 노동의 대가는 기대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특히 그것은 우리 사회의 약자인 여성에게 가혹한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여성의 일자리는 여성에게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감내하도록 요구합니다. 아무리 일을 해도 너무나 낮은 임금 때문에 빈곤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또한 고용의 불안정성 때문에 수시로 일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들이 일할 권리, 특히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 그리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는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선 필수불가결한 조건들입니다.
-166쪽

이야기 여덟. 적어도 생활은 가능해야, 최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이란 노동자들이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수준의 설정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적어도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 평균급여의 50%는 되어야지 노동자들에게 최저선의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습니다. 이 금액은 2006년을 기준으로 하면 87만 7천 8백원 입니다. 이 금액이 과연 한 달을 꼬박 일하고 받아야 하는 최저임금으로서 무리한 금액일까요? 사회적 양극화 해소의 첫걸음은 바로 최저임금 현실화부터 시작합니다.
-188쪽

이야기 아홉. 홀로 일하고 키우며, 한부모 여성

여성가구주들의 빈곤 위험률은 남성가구주에 비해 3배 정도 높습니다. 또 가구주가 여성이면 학력수준이 낮고, 가구원 수가 많을수록 빈곤상태에 있을 확률이 높으며, 빈곤을 탈출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장기빈곤을 경험할 가능성도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방치됨으로 인해 빈곤이 되물림 된다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부모 여성의 아이들은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을 수 없어 교육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것입니다. 고용, 교육, 자산소유, 그리고 그 외 여러 가지 사회적 기회의 불평등 및 편견으로 인해 여성들에게는 기회가 적게 주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부모 가족의 가족해체와 빈곤방지를 위해서는 이들의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이들이 탈빈곤 하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의 가장 주요한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대책과 함께 취업의 질에 대한 대안이 근본적인 대책으로 함께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215-216쪽

이야기 열.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는 기존의 노동자와는 달리 노동자로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입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기사, 화물기사, 덤프기사 등이 포함됩니다. 대개 이들의 일은 ‘고객을 찾거나 맞이하여 상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한만큼의 소득을 얻는’ 형태입니다. 이들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특수고용노동자들은 91만 5천 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규모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습니다. 천만 노동자 시대. 열 명 중 한 명은 특수고용노동자란 의미지요. 기존에 쟁점이 되고 있는 직종뿐 아니라 방송사 구성작가, 퀵서비스 배달원, 대리운전자, 각종AS기사, 요금징수원 등 그 직종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보호방안이 시급합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는 노동자와 사용자 개념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231-232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9-03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3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禁止를 금지하라 - 지승호의 열 번째 인터뷰집
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1월
장바구니담기


군사독재라는 게 결코 전두환, 노태우 이런 사람만 한 게 아니잖아요. 그 밑에 하수인들이 있었던 건데, 그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하고, 법원이나 검찰에 있고, 변호사를 계속 한다는 것은 우리가 아직도 민주화의 도정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되겠죠.(박원순)
-71쪽

문제는 반공이라는 것이 분단현실 속에서 기득권이 되어버렸어요. 그들은 반공이라는 것이 없어지면 자기 기득권이 해체되기 때문에 불안 초조한 겁니다. 남북이 세계를 향해서 두 개의 독립된 국가로서 UN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계를 향해서 6.15 공동선언을 했습니다. 그 6.15공동 선언의 의미가 뭐냐 하면, 갈등과 충돌을 일으켰던 분단의 역사를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통일의 역사로 대전환시킨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일방통행식의 반공주의를 그때 해체하거나 없앴어야 했어요. 그리고 민족이 서로 화합해서 신뢰를 갖고 서로 돕고 이해하면서 통일해가려고 노력해야죠. 그런 역사의 대전환과 같은 물줄기를 억지로 뒤집으려고 하는 몸부림들이 보수 언론의 작태예요. 시대착오적이죠. 그리고 국민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요. 지금도 반공을 내세워서 기득권을 고수하려고 하는 그 작태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조롱당하고 불신당하고 있는지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86쪽

정치에 직접 가담하면 작가이기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를 바라보고 비판하는 것은 작가의 의무입니다. 그리고 국민이 직접 참여해서 국회의원을 뽑는 민주국가에서 모든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서 마음 놓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보장되어야만 민주국가죠.
-88쪽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문학이 기여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고, 참된 문학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역사를 개혁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조정래)
-103쪽

마 교수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좌파 이데올로기, 성 이데올로기 그 두가지에 대해서만은 못 참아주는 그런 보수 세력이 너무 많다"고 말했는데, 개인보다 국가를 더 우위에 둔다는 점에서, 개인의 생각을 공권력을 통한 처벌의 대상으로 통제하려 했다는 점에서 마광수 사건과 송두율 사건, 조정래에 대한 일부 시민단체의 고발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마 교수는 자신이 주장하는 ‘야한 정신’은 "정신보다는 육체에, 과거보다는 미래에, 국수주의보다는 세계적인 보편성에, 집단보다는 개인에, 관념보다는 감성에, 명분보다는 실리에, 교조주의보다는 다원주의에 가치를 두는 세계관"이라고 말한 바 있다.
-112쪽

권력지향적인 게 문제예요. 제가 학교에서도 있어보니까 교수들이 굉장히 권력을 지향해요. 예컨대 보직 같은 거, 처장이라든가 학장이라든가, 또 그런거 하면 연대나 서울대 교수는 장관도 잘 돼요. 지금 교육부 장관이 다 교수 출신이잖아요. 문단도 마찬가지야, 감투가 굉장히 많아요. .......그거 말고도 파벌이 있잖아요. ...... 그래가지고 계속 거기 들락거리고 같이 술 마시고 안면을 터야 원고 청탁도 오고, 상도 받는 거지. ......그래서 처신만 잘하면 (정치인이든 학자든) 전두환 때도 해먹고 지금도 해먹을 수 있는 거죠. 이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126쪽

21세기를 맞이한 지금에 있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가 가장 뼈아프게 절망하고 있는 것은 ‘문화적 촌티’다. 이것은 문화독재적 사고방식과 수구적 봉건윤리로부터 기인하는데, 이 ‘문화적 촌티’가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하고 극명하게 드러나는 현상이 바로 ‘표현의 자유 억압’과 변화의 거부 그리고 ‘성의식의 이중성’인 것이다.
-127쪽

옛날에 주로 빨갱이 서적을 판금시켰는데, 이제는 잡을 건수가 없으니까 전부 에로티시즘이야. 걔들도 월급 받으니까 건수를 올려야 되잖아요. 그런 게 엄연히 문광부 산하의 정부 기관으로 있으니까, 아직도 변한 게 없는 거죠.
-132쪽

중국에서는 <홍루몽>을 더 쳐주고 <수호전>도 많이 보는데, <수호전>은 산적 얘기잖아요. 따지고 보면 민중의 얘기일 수 있죠. 그런데 <삼국지>는 권력자들의 얘기거든요. 그 입장에서 서술한 거고. <삼국지>에 이렇게 열광하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권력 지향적으로 돼서 그런 것 같아요.
-138쪽

겸임교수라는 게 월급 반도 안 주고, 객원교수도 그렇고. 특히 겸임교수제도가 악법이지, 일은 똑같이 부려먹으면서 월급을 1/3만 주는 법도 있나요? 말이 ‘겸임’이지 딴 직업 겸한 게 없거든요.(시간강사에 비해 나아진 거라면) 강사료를 방학 때도 준다, 이 정도 생각하면 되요. 그런데 교수 TO에는 집어넣어 주니까 학교 실적으로는 올라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전부 (헐값에) 겸임교수를 쓰려고 하지.
-151쪽

제가 광화문 이순신 동상을 철거하자고 글 많이 썼는데요. 동상도 서울대 교수가 만든 건데, 완전히 깡패처럼 만들었잖아요. 어깨 올라가고, 눈 부릅뜨고... 이순신이 그런 사람은 아니었단 말이죠. 그런 식으로 아주 말하자면 武 숭상이지, 힘. 물론 이순신은 영웅이지만, 그런 영웅숭배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죠. ......우리나라는 천재는 박대하고, 영웅은 숭배해요. 영웅은 좋은 것만은 아니거든요. 굉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권모술수도 써야 하거든요. 천재들은 대개 괴팍하고 고독해요. 그런데 천재들이 언제나 시대를 이끌어가거든요. 장 자크 루소 같은 사람도 당대에는 판금당하고 잡혀가고 그랬거든요, <에밀> 때문에. 그런데 그게 프랑스 혁명의 원동력이 되잖아요. 그런 식으로 천재를 중시하는, 괴짜를 인정하고 개성을 인정하는 이런 풍토는 없고, 어떤 수단으로든 영웅만 되면 그 사람은 대단하다고 평가하잖아요. 박정희가 대표적인 예죠. 영웅숭배 굉장히 심합니다. (마광수)
-152쪽

우리는 군사정권 시절 김근태 의장이 고문을 당하던 당시의 회고를 들으면서 치를 떨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처절한 고문을 당하는 사람 옆에서 고문을 하던 사람들은 태연히 전화를 걸어 "우리 아이 오늘 소풍 갔다던데, 잘 다녀왔어?"라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더라는... 고문당하는 사람에게도 소풍갈 아이가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어찌 그럴 수 있었으랴. 5월 4일 행정대집행 다음날은 어린이날이었다. 대추리 아이들도 최소한 그 날만큼은 선물도 받고 뛰어놀 권리가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소박한 꿈마저도 뭉개버린 그들도 집에 가서는 "우리 딸, 무슨 선물 받았어?"라는 얘길 했을 것이다.
-156쪽

우리가 유신을 겪는 동안 얼마나 국가폭력에 시달렸습니까? 그러면서 화염병을 폭력이라고 하고. 여기에서 경찰의 폭력은 시작부터 폭력이야, 들어오면서부터 보십시오. 대추리 주민들은 자유롭게 찾아오는 사람을 맞이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입니까? 대추리 주민이 밖으로 이동했을 때 자기 집에 들어가면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줘야 하는데요. 자기 집에 들어갈 때 주민등록증 내고 들어가는 데가 어디 있습니까? 이 자체가 폭력이라고요. 이것에 항거하면 특수공무집행방해라고 하는 겁니다. 그걸로 벌금형을 받기도 하고, 재판중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문정현)
-169쪽

지금 멕시코에 변변한 은행이 없습니다. 미국 아니면 스페인이고, 나머지 부분은 국영기업들을 민영화하는데, 그것은 멕시코의 재벌들이 인수를 했어요. 그래서 전화료 등의 공공요금이 폭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철도 같은 경우에는 지방으로 나가는 노선이 끊겨 버립니다. 수익성이 낮으니까 끊어버리면 이익이거든요. 국가가 할 때는 산골까지 다 가야 하죠. 민주주의를 달성해야 되니까. 완전 민영화를 시켜버리면 돈 안 되는 오지는 안 가게 되는 거죠. 공공성의 훼손도 심각하고요. 물론 고급 의료시장, 교육 같은 데는 미국 자본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워낙 소득 수준이 낮고, 부자들은 다 북부지역에 살거든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아프면 미국 병원에 가면 되고, 애들은 미국 학교에 다니면 되거든요.
-192쪽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삼각동맹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습니다. 재벌, 재경부 등 고위 관료, 조중동 등 보수 언론들이 지배하고 있고, 그 정치적 대표가 한나라당이죠. 경제정책 기조에 관해서는 한나라당과 열린 우리당의 부총리 출신들이 전혀 다르지 않고 똑같습니다. 따라서 정책 환경이라고 하는 것은 최악이죠.
-206쪽

우리나라의 장점이 계층 간 이동성이었는데, 지금 상층부가 점점 굳어져가고 있거든요. 중하층에서 상층으로 진입하는 통로가 막히고, 과거에는 교육이 그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교육이 상층부를 폐쇄회로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12쪽

민영화라고 하는 것이 유효한 경쟁을 보장한다면 서비스의 질은 높아지고, 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기간)망 산업은 특징상 자연히 독점이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큰 것이 계속 작은 것을 잡아 먹어서 독점이 되는... 독점이 되면 서비스의 질은 낮아지고 가격은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더구나 외국 자본이 그것을 소유했을 때는 단기간에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보수유지비용을 극단적으로 아끼게 되죠. 그렇게 되면 사고도 많이 나고, 서비스 질도 낮아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214-215쪽

누가 그런 멋있는 표현을 썼더군요, "실현된 미래"라고. 한미 FTA는 굉장히 큰 쇼크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굉장히 많이 나올 정책입니다. 그게 현 정부에서는 나오지가 않죠. 현 정부는 협상만 하고 끝내겠다는 거잖아요. 그럼 다음 정부에서 다 튀어나올 텐데, 그걸 자기 잘못이라고 할 정부가 어디 있겠어요? 이전 정부가 이미 다 잘못해놨다고 얘기하겠죠. ...... 차기 정부에서는 자기들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떻게 해서 이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야겠다는 명분으로 대통령을 청문회에 세울 겁니다.
-217쪽

이론하고 정책 사이에는 만리장성이 있어요. 이번에 와보니까 현실적인 정책이라고 만들어도, 그 다음에 정치적 만리장성이 또 있습니다. 청와대 내부부터 시작해서 부처, 여당, 야당, 조중동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한 정치적인 만리장성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해야지 하나의 경제 정책이라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236쪽

사람들이 내가 노력만 하면 남들보다 잘 살지는 못해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하는 희망, 확신 이런 게 있을 때 그 사회가 안정적이 되고,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만일 사람들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최소한의 인간적 삶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회의주의/냉소주의에 빠지고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 부분들을 어떻게 노력에 비례해서 자기 삶이 개선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꾸느냐, 희망으로 바꾸느냐가 앞으로의 정치적/정책적 과제가 되어야 할 겁니다. (정태인)
-237-238쪽

우리는 자유주의가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안 되는 거고, 자유주의가 없기 때문에 똘레랑스도 없는 겁니다.
-251쪽

우리 사회의 문제가 뭐냐 하면 지나치게 어른들이 많다는 겁니다.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너무 많아요.
-256쪽

이건희 회장 측에서는 끊임없이 ‘이건희=삼성, 삼성=국익, 국익=국민의 행복’이라는 등식을 심어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각 등식 사이에는 엄청난 과장과 논리 단절이 있죠. 국익과 국민의 행복이 꼭 일치하지는 않거든요.
-261쪽

이게 우리 사회의 DNA구나, 저 사람들이 저렇게 만성적으로 부정을 저지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대한민국 당대 파워엘리트들한테 그렇게 돈질을 일상적으로 업무 삼아 하는데, 그 사람들 눈에 일반 국민들은 얼마나 하잘 것 없이 보일까. 돈으로 거래할 것 없는 그 헐벗은 사람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우습게 보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63-264쪽

이미 다 포섭되어 있어요.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 중에서 그런 전화를 안 받으셨거나, 그 네트워크에 안 계신 분이라면 삼성지배공화국에서는 한 3등 이하 시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69쪽

가장 낮은 자세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가서 있는 그대로 그들의 뜻을 전하고, 그런 게 기자의 역할 아닌가요? 이른바 우리 사회의 언로를 풀어주는 것, 그게 그들이 말하는 저널리즘인지는 몰라도, 저는 그게 음악이고, 시고, 미술이고, 연기고, 글쓰기라고 생각해요.
-277쪽

통상 윤리라는 것과 도덕성이라는 것은 성인군자의 옷자락 끝에 묻어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정당한 분노, 수오지심, 이런 게 의 아닌가요? 대한민국 농민들이 둘이나 죽었는데, 아무도 화 안내잖아요. 지금보다 훨씬 가난하던 1987년에는 이한열이라는 학생이 최루탄을 맞아 죽은 걸 가지고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났어요. 그래서 우리 시민사회가 형성딘 거죠. 그런데 지금 시민은 어디가 있어요. ...... 저는 좀 많이 울고, 많이 분노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다 웃고만 있어요.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이상호)
-281-282쪽

PD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골치 아픈 문제를 피하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에요. ‘왜 내가 굳이 그런 걸 보도해서 분란을 일으키고, 스스로를 힘들게 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거죠. 언론인 개개인이 팩트와 기자적 양심에 따라 보도하기보다는 점점 데스크나 언론사 전체가 요구하는ㄴ 방향에 함몰되는 것 같아요. 결국 조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보도만 남게 되고, 시청자나 독자가 아니라 조직 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즉 조직의 입맛에 맞는 보도 거리만 찾으려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는 듯싶어 걱정됩니다.(최승호)
-312쪽

책 나오면 홍보를 하는 걸 가지고도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자기 책 홍보가 지식노동자로서 굉장히 정직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책 내서 사달라고 얘기하는 게 뭐가 잘못된 겁니까?
-346쪽

모로코 속담에 "말로 입힌 상처는 칼로 입힌 상처보다 깊다"는 말이 있고, "글로 맺은 원한은 만 년이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심코 남긴 하나의 댓글이 어떤 사람에게는 두고두고 남아서 영혼을 파괴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356쪽

사실 경제적 궁핍보다 더 나쁜 건 그 궁핍에 대한 경멸이죠. 이건 돈을 좇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자부심도 인정하지 않는 태도잖아요.
-358-359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8-30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0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