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북한 아이들 이야기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이은서 지음, 강춘혁 그림, (사)북한인권시민연합 감수 / 국민출판사 / 2011년 10월
장바구니담기


그래요, 여기는 사람이 죽어도 동정하거나 울 수 없는 곳이에요. 수감자들 사이에 동요가 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자식이나 부모 형제가 죽어도 마음껏 울 수조차 없어요.-55쪽

곧 금만이네 엄마 아빠도 금만이가 죽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하지만 금만이가 어디에 묻혔는지는 평생 모를 거예요. 수용소에선 사람이 죽으면 늘 이렇게 처리하니까요.
수용소를 지키는 군견이 잘못을 하면, 군견재판을 한 다음 총살을 한 대요. 나이가 들어 군견이 죽게 되더라도 고기로 먹지 않고 묻어 준대요. 그런데 우리는 수용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죽어서조차 개만도 못한 취급을 당해요.-58쪽

누가 엿듣기라도 하면 큰일이에요. 북한에서는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는 날엔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끌려가요. 혹시라도 불만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늘 감시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가족이나 동무들 사이에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북한이에요.-73쪽

그런데 언젠가부턴가는 도둑을 잡고도 눈감아 주는 군인들이 늘어났어요. 가진 것을 모두 빼앗고 그냥 놓아주는 거예요. 군인들도 굶주리기는 마찬가지다 보니 그렇게 해서라도 배를 채우는 거지요. 몰래 빼돌리는 양은 점점 늘어나고 그 때문에 당에 바쳐야 할 수확량은 계속 미달되었어요. 수확량을 채워야 하니까 해마다 일은 더 많아지고 굶주리는 사람들 역시 늘어났지요.-76쪽

꽃제비치고 이와 벼룩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근지러워 손을 대면 어김없이 이가 잡히고, 옷 솔기마다 벼룩이 득실득실해요. 심한 아이들은 머리가 노인처럼 하얘요. 이가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알을 깐 거예요.-96쪽

방금 전까지도 죽은 사람이 그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거나, 죽은 사람이 먹던 음식이었다는 건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아요.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발견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죽은 사람이 꽃제비일 때는 경쟁자가 하나 줄었다고 생각할 정도지요. 잔인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건 꽃제비 생활에서 흔히 있는 일이에요. -99쪽

처음엔 붙잡힐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는데, 몇 번 덮치고 나니 무서울 게 없어요. 세상에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울 게 뭐가 있겠어요? 그것도 어린 동생을 혼자 두고 말이에요.-104쪽

"형, 많이 아프지……?"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져 붉게 얼룩졌어요.
동생이 꽉 잠긴 목소리로 말했어요.
"형, 우리 이다음에는 부자로 태어나자. 부자로 태어나서 먹고 싶은 거 다~ 먹자."
나는 퉁퉁 부은 눈으로 동생을 보며 설핏 웃었어요.
"명환아 ……."
"응?"
목구멍이 울컥하더니 피를 한 움큼 토해 냈어요.
‘우리 다시는 이런 세상에 태어나지 말자.’-109쪽

우리는 불법체류자로 분류되면서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되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적도 없고,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에요.-119쪽

엄마와 나는 공안에게 붙들리면 그 즉시 먹으려고 주머니에 늘 독약을 넣고 다녀요. 다시 북한에 끌려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거든요. -120쪽

우리는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도록 잘 때도 꼭 신발을 신고 자요. 대대적으로 단속이 뜰 때는 뒷산으로 올라가 찬 바닥에 비닐박막을 깔고 자요. 언제 발각될지 모른다는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매 순간을 사는 거예요. 우리에게 미래 같은 건 없어요. 그저 오늘도 무사히 넘기기만을 바랄 뿐이랍니다.-122쪽

중국에 와서 놀란 건 흰 쌀밥도, 으리으리하게 높은 건물도 아니에요. 나를 정말 놀라게 한 건 길가에 서 있는 가로수들이었어요. 북한에는 산에도 나무가 없는데 여긴 눈만 돌리면 어디에든 나무가 있었으니까요.-147쪽

할아버지는 북한에 남겠다고 했어요. 불편한 몸으로 가다 붙잡히면 나까지 곤혹을 치른다며 거듭 안 가겠다고 했어요. 아무리 떼를 써도 이번에는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어요.-14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운 메이 아줌마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13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5년 4월
장바구니담기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도 그렇게 사랑받았을 것이다.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날 밤 오브 아저씨와 메이 아줌마를 보면서 둘 사이에 흐르던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 엄마는 살아 계셨을 때 윤기나는 내 머리카락을 빗겨 주고,존슨즈 베이비 로션을 내 팔에 골고루 발라 주고,나를 포근하게 감싼 채 밤새도록 안고 또 안아 주었던 게 틀림없다. 엄마는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그래서 다른 엄마들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나를 안아 주었던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 때 받은 넉넉한사랑 덕분에 나는 다시 그러한사탕을 보거나 느낄 때 바로 사랑인 줄 알 수 있었던 것이다.-9쪽

오하이오에서는,항상 누군가가 해야만 하는 숙제 같은 신세였던 그 곳에서는 먹는 일이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 내가 잠깐씩 지냈던 집들은 하나같이 음식에 대해 몹시 까다로웠고,내가 먹을 음식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랬다. 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쨌든 나는 어느 단추를 눌러야 컵 속에 먹을 것이 떨어질지 몰라 허둥대는 실험실 속의 생쥐가 된 심정이었다. 우리에 갇힌 채 먹이를 구걸하는 생쥐. 바로 그런 심정이었다.-14쪽

클리터스가 왜 나를 자기 집에 데려오지 않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클리터스네 부모님 때문인 줄만 알았다. 자기 부모님이 부끄러워서 내게 보여 주기 싫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상냥한 두 분을 만나고 보니,클리터스는 부모님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바로 나였다. 클리터스는 나라는 아이를,쌀쌀맞은 내 태도를 부끄러워했고, 자신의 특이한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모습을 부모님에게 보여 드리기 싫었던 것이다. 자기를 벌레 보듯 하는 나를 차마 보여 드릴 수 없었던 것이다.-88쪽

한때는 왜 하느님이 너를 이제야 주셨을까 의아해하기도 했지. 왜 이렇게 다 늙어서야 너를 만났을까? 나는 집 안이 좁을 만큼 뚱뚱한데다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고,아저씨는 해골처럼 삐쩍 마르고 관절염까지 앓고 있으니 말이야. 3,40년 전에 너를 만났다면 쉽게 해줄 수 있었던 일들을 이제는 해주지 못하잖니.
하지만 그 문제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니, 어느 날 답이 떠오르더구나.
하느님은 우리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길 기다리신 거야. 아저씨와 내가 젊고 튼튼했으면 넌 아마도 네가 우리한테 얼마나 필요한 아이인지 깨닫지 못했을 테지. 넌 우리가 너 없이도 잘살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가 늙어서 너한테 많이 의지하고, 그런 우리를 보면서 너도 마음 편하게 우리한테 의지할 수 있게 해주신 거야. 우리는 모두 가족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었어.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꼭 붙잡고 하나가 되었지. 그렇게 단순한 거였단다.-124쪽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던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부재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부재인 동시에 한 공간 속에서 그와 함께 있었던 '나'의 부재를 뜻한다. 곧 그 존재의 상실과 더불어 '나'의 상실이 초래되는 셈이다. 그 상실과 부재의 공간을 메우고, 살아남고, 살아가는 것은 이제 살아 있는 자들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는 부재와 상실의 아픔과 화해해야 한다. 작가는 그 화해의 열쇠를 '사랑'에서 찾는다.-13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구판절판


한 가지 분명한 차이라면 구제금융 상여금은 납세자에게서 나왔고, 잘나가던 시절에 받은 상여금은 회사 수익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분노가 상여금이 부당하게 지급되었다는 확신에서 나왔다면, 상여금의 출처는 도덕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들어 있다. 상여금이 납세자에게서 나오는 이유는 회사가 망했기 때문이다. 이 점이 불만의 핵심이다. 미국인이 사여금과 구제 금융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탐욕을 포상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실패를 포상했다는 사실이다.

-29쪽

사람들이 실패에 지급된 상여금에 분노하자 최고경영자들은 금융 수익은 전적으로 자기들의 노력에 달린 것이 아니라 통제 불능의 힘에도 좌우된다고 주장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잘나갈 때 지나치게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행위에도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냉전종식, 무역과 자본시장의 국제화,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 그 외에 수많은 요인이 1990년대와 21세기 초 금융 산업 성공에 기여하지 않았던가.

-32쪽

아이를 출산하는 행위와 전쟁을 수행하는 행위만큼이나 서로 이질적으로 보이는 행위도 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인도의 대리 출산과 앤드루 카네기가 남북전쟁에서 자기 대신 싸울 군인을 고용한 사례에는 뭔가 공통점이 있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를 생각하다 보면, 정의의 개념을 서로 다르게 규정하게 하는 두 가지 질문에 직면한다. 자유시장에서 우리의 선택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세상에는 시장이 존중하지 않는,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미덕과 고귀한 재화가 과연 존재할까?

-143쪽

소수집단우대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정책의 요지가 불리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는 것이라면, 인종이 아니라 계층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종별 우대정책의 목적이 노예제와 인종차별정책이라는 역사적 부당함을 보상하려는 것이라면, 그 부당 행위에 가담하지도 않은 홉우드 같은 사람에게서 보상을 끌어내는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소수집단우대정책을 지지하는 보상 논리가 이 반박에 답할 수 있을까? 이는 집단적 책임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달렸다. 우리는 과거세대가 저지른 잘못을 보상할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도덕적 의무가 어떻게 생기는지부터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 우리는 개인의 의무만 다하면 되는가, 아니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과거 역사에도 책임을 느껴야 하는가?
-239쪽

모든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찬양하는 시민권을 누리지는 못했다. 여성은 자격이 없었고 노예도 마찬가지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여성과 노예의 본성은 시민이 되기에 적절치 않다. 지금 생각하면 누가 봐도 부당한 일이다. 그런데 이 부당함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런 주장을 한 뒤로도 2000년 이상 지속되었다. 미국에서도 노예제는 1865년까지 폐지되지 않았고, 여성은 1920년에야 비로소 투표권을 얻었다. 그러나 이러한 부당함이 끈질기게 이어졌다고 해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부당함을 인정했다는 사실이 용서되지는 않는다.

-280쪽

애국심은 논란이 많은 도덕 감정이다. 이를 반박의 여지가 없는 미덕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각 없는 복종, 국가 우ㅜ얼주의 발상, 전쟁의 근원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31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 법이라고? - 10년을 거꾸로 돌리는 MB악법 바로보기
강풀 외 지음 / 이매진 / 2009년 3월
절판


박권일이 세제개편안을 말하다.

재정 확충이 절실한 경제 위기에, 엄청난 국가 재정을 최상위계층에 몰아주고도 정권이 유지되고 심지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진귀한 상황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부자들의 탈세를 합법적으로 대행해주며 내세운 명분은 경기진작인데 어찌된 일인지 경기는 갈수록 경기를 일으킨다. 몇 푼의 유가환급금과 함께 우리의 미래는 그렇게 '땡처리'됐다.-36쪽

하종강이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말하다.

비정규직 고용은 노동자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매우 해롭다. 기업이 잠시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뿐 국가 경제에도 결코 유익하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를 줄이고 차별을 없애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같은 인간이 자신의 유익을 위해 다른 인간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들 권리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서부터 배웠다.-63쪽

노정태가 수도법과 의료법을 말하다

각각에 어울리는 효율적 처리 방법. 수돗물을 페트병에 담아서 파는 것, 의료 서비스를 호텔 객실에 담아서 파는 것, 이것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영하ㅗ', 즉 효율성 제고의 한 방편이다. 2. 각각의 재화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수돗물은 수도관으로, 환자는 병실로. 덧붙여 정치권의 '사이코패스'들은 '국립 호텔'에서 처리해주어야......-6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로워서 그랬어요 - 열일곱을 위한 청춘 상담, 2011년 문광부 우수문학도서
문경보 지음 / 샨티 / 2011년 7월
장바구니담기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은 왜 늑대가 왔다고 거짓말을 했을까요?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도 그 친구에게 지혜와 용기가 있어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거기다 목동이라는 직업까지 갖고 있으니 생활력까지 갖춘 친구인데, 그런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반복해서 했을까요? 어쩌면 외로움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산 위에서 긴긴 시간 홀로 보내야 하는 그 외로움 말예요. 허겁지겁 산으로 달려간 마을 사람들 중에는 어른도 많았을 텐데, 왜 양치기 소년의 미음을 헤아려서 등을 다독거려주지도, 따스한 위로의 말 한 마디 건네주지도, 아니면 우스갯소리라도 한 자락 풀어내 주지 못했을까요? 무엇 때문에 거짓말하는 건 나쁘다는 도덕의 잣대만 날카롭게 들이대며 버럭버럭 화만 냈을까요? 그것은 올바름에 대해 가르치려는 마음보다는 자신들의 손상된 자존심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을까요? 결국 그 때문에 양치기 소년은 무서운 살육 상황 속에 혼자 남게 되었죠. 과연 그 양치기 소년에게 외로움과 함께 공포감과 좌절감, 그리고 세상에 대한 분노까지 품게 만든 것은 누구일까요? 마땅히 양치기 소년 혼자서 모두 치러야 할 대가였을까요? -21쪽

사람이 살고 죽는 건 어쩌면 신의 영역이겠지. 그런데 신의 결정에+는 생각해. 그건 신을 울리는 거야 신을 울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이라고 나는 믿는다.

-57쪽

한솔아,아버지가 편찮으신 걸 친구들이 아는 게 싫다고 했지? 아버지가 편찮으신 게 부끄러운 일이니? 다른 친구들이 너를 염려하는 것이 잘못일이야? 동정받는 것이 부끄러워서,그러니까 너의 자존심 때문에 아버지가 아픈 것이 무슨 잘못이라도 타는 것처럼 친구들에게 비밀로 히는 널 보면 아버지 마음은 어떠실까? 내가 한솔이 아버지라면 한솔이에게 무척 미안할 것 같다. 괜히 내 몸이 아파서 자식이 학교에서 주눅 들어 지내게 한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더 힘들어하실 것 같아.

-58쪽

"십 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십 년이 지나면 강산을 바라보는 눈이 변한다"는 말로 새겨도 될 것이다.

-85쪽

새끼들 중 처음으로 엄마 배를 열고 세상에 나오느라 너무 힘을 쏟은 나머지 젖을 빨 힘조차 없는 아기 돼지, 그 아기 돼지와 같은 첫째들을 '무녀리’라고 부른다. 무녀리들, 그러니까 첫째들은 세상을 개혁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의 문제를 헤쳐 나가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버겁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무녀리는 '말이나 행동이 좀 모자라 보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원래 뜻과는 좀 다른 뜻으로 쓰이는지도 모르겠다.

-101쪽

진수가 쓴 글은 짧았다. 글씨는 당연히 엉망이었다. 그러나 그 엉망인 글씨를 쓰기 위해 뇌성마비의 아픔을 겪고 있는 진수가, 손을 사용하기가 부자연스러운 진수가 얼마나 애를 썼는지 나는 안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저를 평범한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이렇게 평범하게 키우기 위해서 얼마나 힘드셨어요? 할머니, 감사합니다."

-110쪽

무엇보다도 ‘영빈이에 관한 것’보다 ‘영빈이 자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모님 또한 정말 좋은 부모님이십니다. 세상에는 ‘자식’보다 ‘자식에 관한 것’에 더 신경을 쓴 나머지 자식들에게 아픔을 주는 부모님이 많으시거든요.

-119쪽

"아들! 울지 마! 난 네가 담배보다 소중해. 왜 담배 때문에 우리 아들이 울어야 해? 괜찮아. 울지 마. 엄마 괜찮아!"

-141쪽

죄인과 해결사
베드로가 말합니다. "예수님을 만난 것을 기적으로 생각하냐구요? 아니요. 그건 선물이죠. 기적은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는데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한 것이죠. 그건 물고기 잡는 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거든요. 내 능력과 내 지혜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도 없는 일, 우리 가족이 굶어죽을지도 모를 일, 정말 무섭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런데 그 사건이 나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했어요. 어두운 절망의 바다, 물고기 한 마리 없는 빈 그물이 나를 세상을 향해 진리를 외치는 사람이 되게 했어요. 그게 기적이에요. 그리고 그날 이후 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그 뒤에 숨은 선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기적의 의미는 생각보다 더 깊은 거예요. 그 기적의 의미를 깨닫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요. 지금 당신에게 그 말을 해주고 싶어요."- 김형갑 목사(필리핀 선교사)의 설교 중에서
-146쪽

저는 제 아들들이, 그리고 여기에 앉아 있는 노민이 친구들이 모두 앞으로 더 건강하고 물질적으로도 여유 있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오로지 부모님 때문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들들의 등에서 히말라야 산을 오른 것보다 더 큰 기쁨을 누린 것처럼, 여러분 자체로 우리 부모들은 이미 충분히 부자가 되어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우리 부모들에겐 최고의 보석이니까요. 그러니까 여러분의 행복을 위해서 건강한 부자들이 되기 바랍니다.

-150쪽

어머니,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벌판을 달려가다가 우뚝 서서 뒤를 향해 손짓을 하는 풍습이 있다고 하대요. 몸이 너무 빨리 달려서 마음이 미처 따라오지 못할까봐 마음을 기다리며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는 거래요.

-183쪽

사람이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법인데, 오늘날 청소년들은 사람은 보지 않고 오로지 목표만 바라보며 달려가도록 교육받아 왔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스무 살이 된 이후에도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기보디는 다시 각종 자격증이나 고시 뒤로 숨는다. 그러나 고시에 합격하고 자격증을 취득해도 그들이 만나게 되는 것은 또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그래서 그들은 여전히 어색하고 어려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사물‘로 대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처리해야 할 한 가지 일’로만 보게 된다. 이때 문제는 본인도 하나의 사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참으로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느끼는 그 황홀하고 아름다운 감정들을 겪어보지 못하고 우울함과 건조함 속에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가여운 일인가!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는 지혜로운 말이 자꾸만 귓전에 맴도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185쪽

그리고 용이 되겠다고 했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다른 식구들을 무시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구나. 왜 네가 출세해야 너의 가족이 행복해질질 수 있다고 생각해? 가족들은 모두 각자의 몫이 있는 거야. 그게 가족이고 식구야. 어쩌다가 그럴 때가 있긴 하지만 한 사람이 다른 사람 짐 다 지고 가는 건 가족이 아니야.

-194쪽

아! 그리고 혹시 지렁이를 ‘토룡土龍’이라고, 그러니까 ‘땅에 사는 용’이라고 부르는 거 알고 있어? 지렁이가 흙을 먹고 그 속에 있는 양분을 섭취한 뒤 다시 배설한 흙은 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거 너도 알지? 가만히 생각해 봐. 지렁이는 그저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 지렁이를 흙 속에서 살아가는 ‘용’으로 대접하잖아? 나는 네가 진짜 용이 되고 싶으면 토룡이 되었으면 싶다. 자기도 배부르면서 남도 배부르게 해주고, 옆에 있는 이들이 주눅 들지 않으면서도 고마워할 수 있는 토룡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런 토룡 같은 사람이야말로 나는 '성자’라고 생각해. 나는 경한이가 외로운 영웅이 되기보다는 즐거운 성자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19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