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중력 문학과지성 시인선 400
홍정선.강계숙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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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머나먼 / 최승자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먼 데 갔다 이리 오는 세계
짬이 나면 다시 가보는 세계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노자가 살았고
장자가 살았고 예수가 살았고
오늘도 비 내리고 눈 내리고
먼 세계 이 세계

(저기 기독교가 지나가고
불교가 지나가고
(도가)道家가 지나간다)

쓸쓸해서 머나먼 이야기올시다.

-최승자. 『쓸쓰랳서 머나먼』(372)에서
-44쪽

나는 나를 묻는다 / 이영유


가을이 하늘로부터 내려왔다
풍성하고 화려했던 言語들은 먼 바다를
찾아가는 시냇물에게 주고,
부서져 흙으로 돌아갈 나뭇잎들에게는
못다 한 사랑을 이름으로 주고,
산기슭 훑는 바람이 사나워질 때쯤,
녹색을 꿈꾸는 나무들에게
소리의 아름다움과
소리의 미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거친 大地를 뚫고 새싹들이
온 누리에 푸르름의 이름으로 덮힐 때쯤
한곳에 숨죽이고 웅크려
나는 나를 묻는다
봄이 언 땅을 녹이며 땅으로부터
올라온다

이영유, 『나는 나를 묻는다』(330)에서
-47쪽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정일근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 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이뤄지지 못할 사랑처럼 아프게 사라진다
생의 엔진을 모두 끄고
흔들리는 파도 따라 함께 흔들리며
뜨거운 햇살 뜨거운 바다 위에서
떠나간 고래를 다시 기다리는 일은
그 긴 골목길 마지막 외등
한 발자국 물러난 캄캄한 어둠 속에 서서
너를 기다렸던 일
그때 나는 얼마나 너를 열망했던가
온몸이 귀가 되어 너의 구둣발 소리 기다렸듯
팽팽한 수평선 걸어 내게로 돌아올
그 소리 다시 기다리는 일인지 모른다
오늘도 고래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에서부터 푸른 어둠이 내리고
떠나온 점등인의 별로 돌아가며
이제 떠나간 것은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지금 고래가 배의 꼬리를 따라올지라도
네가 울며 내 이름 부르며 따라올지라도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사람의 서러운 사랑 바다로 가
한 마리 고래가 되었기에
고래느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 아니라
놓아주어야 하는 바다의 사랑이기에

-정일근,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358)

-54쪽

퀵 서비스/ 장경린


봄이 오면 제비들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씀바귀가 자라면 입맛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비 내리는 밤이면
빗소리에 발정 난 고양이 울음소리를 담장위에
덤으로 얹어 드리겠습니다 아기들은
산모의 자궁까지 직접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자신이 타인처럼 느껴진다면
언제든지 상품권으로 교환해 드리겠습니다
꽁치를 구우면 꽁치 타는 냄새를
노을이 물들면 망둥이가 뛰노는 안면도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돌아가신 이들의 혼백은
가나다순으로 잘 정돈해 두겠습니다
가을이 오면 제비들을 데리러 오겠습니다
쌀쌀해지면 코감기를 빌려 드리겠습니다

-장경린, 『토종닭 연구소』(310)
-57쪽

머리맡에 대하여 - 이정록
1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머리맡이 있지요
기저귀 놓였던 자리
이웃과 일가친척의 무릎이 다소곳 모여
축복의 말씀을 내려놓던 자리에서
머리맡은 떠나지 않아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던 첫사랑 때나
온갖 문장을 불러들이던 짝사랑 때에도
함께 밤을 새웠지요 새벽녘의 머리맡은
구겨진 편지지 그득했지요
혁명시집과 입영통지서가 놓이고 때로는
어머니가 놓고 간 자리끼가 목마르게 앉아있던 곳
나에게로 오는 차가운 샘 줄기와
잉크병처럼 엎질러지던 모든 한숨이 머리맡을 에돌아 들고 났지요
성년이 된다는 것은 머리맡이 어지러워지는 것
식은 땀 흘리는 생의 빈칸마다
머리맡은 차가운 물수건으로 나를 맞이했지요
때론 링거 줄이 내려오고
금식 팻말이 나붙기도 했지요
-75쪽

2

지게질을 할 만 하자/ 내 머리맡에서 온기를 거둬 가신 차가운 아버지/ 설암에 간경화로 원자력병원에 계실 때/ 맏손자를 안은 아내와 내가 당신의 머리맡에 서서/ 다음 주에 다시 올라올게요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와 서울역에 왔을 때/ 환자복에 슬리퍼를 끌고 어느새 따라 오셨나요/ 거기 장항선 개찰구에 당신이 서 계셨지요/ 방울 달린, 손자의 털모자를 사 들고/ 세상에서 가장 추운 발가락으로 서울역에 와 계셨지요/ 식구들 가운데 당신의 마음이 가장 차갑다고 이십 년도 넘게 식식거렸는데/ 얇은 환자복 밖으로 당신의 손발이 파랗게 얼어있었죠/ 그 얼어붙은 손발, 다음 주에 와서 녹여드릴게요/ 그 다음 주에 와서/ , / 그, /그 다음 주에 와서 녹여드릴게요/ 안절부절이란 절에 요양오신 몇 달 뒤/ 아, 새벽 전화는 무서워요/ 서둘러 달려가 당신의 손을 잡자/ 누군가 삼베옷으로 꽁꽁 여며놓은 뒤! 였지요
-76쪽

3

이제 내가 누군가의 머리맡에서
물수건이 되고 기도가 되어야 하죠
벌써 하느님이 되신 추운 밤길들
알아요 이마와 정수리 시린 나날들이
남은 내 삶의 길이란 것을 말이에요
쓸쓸하다는 것은 내 머리맡에서
살얼음이 잡히기 시작한 거죠 그래요
진리는 내 머리 속이 아니라
내 머리맡에 있던 따뜻한 손길과 목소리란 것을
알고 있지만 말이에요 다음 주에 다음 달에
내년에 내 후년에 제 손길이 갈 거예요
전화 한 번 넣을게요 소포가 갈 거예요 택배로 갈 거예요
울먹이다가 링거 줄을 만나겠지요
금식 팻말이 나붙겠지요
내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기도소리가
내 머리맡에서 들려오겠지요 끝내는
머리맡 혼자 남아 제 온기만으로 서성거리다가
가랑비 만난 짚불처럼 잦아들겠지요
검은 무릎을 진창에 접겠지요

-이정록, 『의자』(313)에서
-77쪽

인중을 긁적거리며 / 심보선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천사가 엄마 뱃속의 나를 방문하고는 말했다.
네가 거쳐 온 모든 전생에 들었던
뱃사람의 울음과 이방인의 탄식일랑 잊으렴.
너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부터 시작해야 해.
말을 끝낸 천사는 쉿, 하고 내 입술을 지그시 눌렀고
그때 내 입술 위에 인중이 생겼다.*

태어난 이래 나는 줄곧 잊고 있었다.
뱃사람의 울음, 이방인의 탄식,
내가 나인 이유, 내가 그들에게 이끌리는 이유,
무엇보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
그 모든 것을 잊고서
어쩌다보니 나는 나이고
그들은 나의 친구이고
그녀는 나의 여인일 뿐이라고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 뿐이라고 믿어 왔다.

-120쪽

태어난 이래 나는 줄곧
어쩌다보니,로 시작해서 어쩌다보니,로 이어지는
보잘것없는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깨달을 수 있을까?
태어날 때 나는 이미 망각에 한 번 굴복한 채 태어났다는
사실을, 영혼 위에 생긴 주름이
자신의 늙음이 아니라 타인의 슬픔 탓이라는
사실을, 가끔 인중이 간지러운 것은
천사가 차가운 손가락을 입술로부터 거두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든 삶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태어난 이상 그 강철 같은 법칙들과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어쩌다보니 살게 된 것이 아니다.
나는 어쩌다보니 쓰게 된 것이 아니다.
나는 어쩌다보니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다.
이 사실을 나는 홀로 깨달을 수 없다.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121쪽

추락하는 나의 친구들:
옛 연인이 살던 집 담장을 뛰어넘다 다친 친구.
옛 동지와 함께 첨탑에 올랐다 떨어져 다친 친구.
그들의 붉은 피가 내 손에 닿으면 검은 물이 되고
그 검은 물은 내 손톱 끝을 적시고
그때 나는 불현듯 영감이 떠올랐다는 듯
인중을 긁적거리며
그들의 슬픔을 손가락의 삶-쓰기로 옮겨 온다.

내가 사랑하는 여인:
3일, 5일, 6일, 9일……
달력에 사랑의 날짜를 빼곡히 채우는 여인.
오전을 서둘러 끝내고 정오를 넘어 오후를 향해
내 그림자를 길게 끌어당기는 여인. 그녀를 사랑하기에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죽음,
기억 없는 죽음, 무의미한 죽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일랑 잊고서
인중을 긁적거리며
제발 나와 함께 영원히 살아요,
전생에서 후생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뿐인 청혼을 한다.

-심보선, 『눈앞에 없는 사람』(397)에서


* 탈무드에 따르면 천사들은 자궁 속의 아기를 방문해 지혜를 가르치고 아기가 태어나기 직전에 그 모든 것을 잊게 하기 위해 천사는 쉿, 하고 손가락을 아기의 윗입술과 코 사이에 얹는데, 그로 인해 인중이 생겨난다고 한다.
-122쪽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렇게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335)에서
-129쪽

주저흔 / 김경주


몇 세기 전 지층이 발견되었다

그는 지층에 묻혀 있던 짐승의 울음소리를 조심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발굴한 화석의 연대기를 물었고 다투어서 생몰 연대를 찾았다
그는 다시 몇 세기 전 돌 속으로 스민 빗방울을 조금씩 긁어내면서
자꾸만 캄캄한 동굴 속에서 자신이 흐느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굴 밖에서 횃불이 마구 날아들었고 눈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간을 오래 가진 돌들은 역한 냄새를 풍기는 법인데 그것은 돌 속으로
들어간 몇 세기 전 바람과 빛 덩이들이 곤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썩지 못하고 땅이 뒤집어져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동일 시간에 귀속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서로 전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화석의 내부에서 빗방울과 햇빛과 바람을 다 빼내면
이 화석은 죽을 것이다

그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바람은 죽으려 한 적이 있다'

어머니와 나는 같은 피를 나누어 가진 것이 아니라
똑같은 울음소리를 가진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김경주, 『기담』(354)에서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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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2-05-02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쪽에는 html태그가 찍혀 있다. 설마 일부러 써놓은 것은 아니겠지? 정체가 궁금하다.
시집 제목 옆의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역시 궁금하다.

2012-05-02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3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anne_Hebuterne 2012-05-0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퀵서비스로 상품권 받아야 겠습니다.

마노아 2012-05-03 16:25   좋아요 0 | URL
저는 입맛을 선물해 드리고 싶어요.^^
 
악어에게 물린 날 푸른도서관 47
이장근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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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옆에 있는 목련나무
며칠 전에는
주먹 꽉 쥐고 있던 봉오리였는데
오늘은 손바닥만 한 꽃이 폈다
겨울이랑 화해를 했나 보다
둘 사이에서 기회를
보던
봄이
슬쩍 끼어들었다

봄은
본다는 걸까

너를 보고 있으면
얼어 있던 내 마음이 녹으며 찰랑찰랑 물소리가 들리고
꽃처럼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고
칠판에도 교과서에도 눈 감으면 눈꺼풀에도
네가 보이고

하하하, 그래서 봄일까-12쪽

잃어버린 부호

언제부터인가
내 노트에서
느낌표가 사라졌다
초등학생 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부분에
야구 방망이 닮은 느낌표
홈런 치듯 딱딱 찍어 놓았는데
요즘 내 노트에는
별표만 가득하다
뭐가 그렇게 중요한 건지
내 노트에는
중요하지만 느끼지 못하는
일들로 가득하다-19쪽

부자 엄마 가난한 딸

시간이 부족해
두 문제 못 풀었다
엄마는 또
빨리 푸는 것도
실력이라 말하겠지
바쁘게 사는 엄마에게
시간은 돈이니까
나는 또
두 문제 못 푼 만큼
가난해진 딸이 되겠지
그러나 내게
시간은 엄마다
엄마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을수록
부자가 되는 느낌이다-55쪽

이에는 이

동민이는 욕쟁이다
말의 70%가 욕일 거다
오늘은 수업 시간에 핸드폰 하다 들켰다
선생님께 뺏기는 순간
"에이 씨팔!"
분위기 살벌해졌다
별명은 원시인, 무식하기로 소문난
생활지도부 선생님이었다
핸드폰을 주먹도끼처럼 치켜들 때
동민이 움찔 두 손으로 머리를 막았다
쩍! 찍히는가 싶었는데
선생님 동민이 앞에 핸드폰 내밀며
10초 줄 테니 네가 한 말 열 번 입력해서
문자로 보내라 하셨다
1초 넘어갈 때마다 일주일 압수라 하셨다
동민이 독수리보다 빠르게
12초 걸려 보냈다
다 끝났나 싶었는데
선생님 받은 문자
동민이 아빠께 보낸다 하셨다
안 보내는 대신
동민이 2주 동안 욕도 못하고
선생님께 충성하기로 했다-66쪽

징검다리

좁은 골목
꾸불꾸불
높은 계단 길

사람들이
징검다리처럼
길게 줄 서 있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연탄

연탄이
겨울 강을
건너고 있다-70쪽

넘버원 아저씨

같은 빌라 지하에 살던
넘버원 아저씨가 고향으로 간단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아저씨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라며
엄지손가락 들어
넘버원을 만들곤 했었는데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 네 개 잘리고
몇 달 동안 붕대 감고 다니더니
지금 커다란 여행 가방 들고 서 있다

오른손 들어가 있는
볼록한 주머니를 못 본 척
꾸벅 인사를 하니
의외였다
왼손으로 넘버원을 만들어 주었다-83쪽

물감

물감이 한 방울
떨어졌을 뿐인데
세면대에 받은 물이
모두 물들었다
너의 말 한 마디에
어제는 까맣게 물들었다가
오늘은 빨갛게 물드는
내 마음
사랑은 물감이다
내가 눈물 한 방울만 흘려도
너는 쩔쩔맨다-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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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2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2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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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지가 다 먹고 남은 것들, 그 찌꺼기, 자투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를 놓고, 거기서부터 경제라고 얘기하지. 지가 처먹는 것까지는 경제가 아냐. 그건 분배의 대상이 될 수 없어. 그건 경제에 포함되지 않아. 그건 그냥 당연한 내 권리일 뿐이지. 내가 배 터지게 먹고 남는 게 생기기 전에는 나누자는 말은 꺼내지도 말라는 말을, ‘파이를 키우자’로 바꿔 이야기하지. 공포라는 게 많이 가진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거든. 그래서 만족할 줄 모른다고. 자기가 먹는 것만 생각하니 항상 부족하고 그걸 나누는 건 아깝기만 하다고. 그런데 나누자는 말을 반박하자니 욕먹을 것 같아서, 파이를 키우자고 돌려 말하는 거지.
-41쪽

우를 유일하게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자존심. 그게 없으면 그냥 동물. 그리고 기질적 우가 그런 자존심을 가져야 비로소 하나의 정치 세력, 우파라고 불러줄 수 있다. 우리나라 우파는 그게 없어. 우파가 자존심이 없으면 겁먹은 동물. 자존심이 없으니까 미국에 빌붙는 걸 그저 이익의 문제로 치환. 전시작전권 반환이나 한미동맹 이야기하면 우파는 항상 돈 이야기를 한다고. 미국에 분담시키는 게 국방비가 더 저렴하다고. 그게 무슨 우파야. 장사꾼이지. 군사작전권을 남에게 넘겨준다는 건, 전장에 나가 죽으라고 말하는 권리를 남에게 넘겨준다는 건데, 자기 자식더러 죽으러 가라고 명령할 권리를 남에게 넘겨주면서, 그게 더 싸게 먹히니까 넘긴다는 논리를 내세운다는 게 말이 되냐고. 자기 재산을 지켜주기만 하면 그게 누구든 상관없다는 거잖아. 어쨌든 나만 살고 나만 배부를 수 있다면 좀 비굴해도 된다는 거잖아. 그래서 걔네들은 그렇게들 군대를 안 가려고 하는 거야. 친일도 친미도, 결국 자존심 없는 우가, 동물 주제에, 인간 우파인 척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우리 정치는 우파가 많아서가 아니라 우파가 없어서 문제라고. -42쪽

우가, 쎈 놈은 더 가져가도 된다는, 질서와 위계를 당연시하는 수직적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좌는 누구나 같은 조건에선 같은 정도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지. 그러니 연대가 키워드가 되는 거고, 그 연대를 작동시키는 엔진은 염치가 되는 거지. 인간이 가진 염치. 우의 엔진이 욕망과 공포인 데 반해서. 그렇게 우는 동물의 반응이고, 좌는 이성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지.
-44쪽

좌의 취약점이 뭐냐. 좌는 스스로 지적으로 우월하고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는 거. 그게 왜 문제냐면, 좌가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다 보니 부지불식간 드러나는 지적 오만이 대중들로부터 좌를 유리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거. 자기들만의 언어로, 자기들끼리만 대단하고 자기들끼리만 정당하지. 그러고는 자신들의 언어로 거대한 담론을 설법하려들지. 예를 들어 우리 좌파가 입에 달고 사는 ‘신자유주의’란 용어만 해도 그래. 그 언어로 대중을 설득하려는 시도 자체가 어리석은 거라는 걸 인정하지 않고선, 자기들끼리의 리그에서 자기들끼리의 언어로 자기들끼리만 잔치를 하고 만다고. 자기들끼리 거룩한 순교자가 되는 거지.
-47쪽

우에게 격차는 자연스러운 거라고 했잖아. 지가 못사는 건 그냥 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들에게 그런 불평등은 당연한 거고, 자연의 이치인 거지. 그러니 복지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그들의 게으름을 방조하고 조장하는 거라고 생각해. 아니 왜 자기가 잘못한 걸 국가가 대신 책임져주냐는 거지. 그렇게 돈이 아깝다는 소리를 ‘모럴 해저드’라는 그럴듯한 용어로 돌려 말하지. 그들이 복지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훨씬 더 강한 내가, 약해빠진 널 불쌍히 여겨 다소간의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 지. 그건 복지가 아니라 시혜라는 걸 몰라. 복지란 불쌍해서 돕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공동으로 보장해주려는 사회적 염치라는 걸 이해할 수 없는 거야. 나는 우리나라 우파는 원시인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백 퍼센트 해석된다고 봐.
-52쪽

미국에서도 보면 총기 소지의 절대적 자유를 주장하는 애들이 우파란 말이지. 우란 게 결국은 이 두려운 무한 경쟁의 세계에서, 나 혼자서 나를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공포감에서 출발한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내가 날 보호하는 자위의 수단을 갖는 건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일 수밖에 없는 거지. 미국에선 그게 총이지. 우리나라에선 부동산이고. 그래서 우파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자위, 국방 같은 개념에 대단히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자신을 지킬 권리를 설파하지.
-53쪽

우파들은 본능적이고 일차원적인 만큼 나름의 매력도 분명히 있거든. 자존심 있는 우파들이, 자기 목을 내놓더라도 그건 못하겠다고 덤빌 때의 결기, 그 비장함, 짠함 같은 게 분명 있거든. 내 머리카락을 자르려거든 차라리 내 목을 따라는 식의. 그럴 때 우파는 대중의 정서를 다이렉트하게 자극한다고. 열광시킨다고. 그런데 이명박은 완전 유인원인 거야. 창 대신 돈을 든. 그래서 조갑제가 이명박을 싫어하는 거야. 자존심 있는 우파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폼이거든. 비장미가 거기서 나오거든. 그런데 이명박은 압도적인 수준의 동물적 천박함을 발산하고 있으니까. 인류가 쌓아온 정신적인 성과물 자체가 흔적도 없는 거지. 난 그래서 이명박이야말로 순결하다고 봐. 뇌에 구김살이 없어. 뇌가 완전 청순한 거야. 그래서 이명박에게 중요한 건 이념이 아니라 이권인 거지. 오로지. 그래서 내가 만날 그러잖아. 이명박은 국가를 수익 모델로 삼는다고. 비유가 아니라 실제라니까.
-54쪽

이명박이 그동안 안겨준 피로감은 정말 역대 최고 수준이거든. 난 군사정권보다 훨씬 심각한 규모의 피로를 안겨주고 있다고 봐. 군사정권이 구사한 전략은 물리적 협박이었어. 그런 주먹을 휘두르는 위협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고. 그래서 그게 무서워 입을 다무는 사람은 기분이 나쁘긴 해도 적어도 스스로 초라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그 정도면 무서운 게 당연하니까. 하지만 이명박의 방식은 밥줄을 끊는 거야. 정치 보복의 금전화, 정치 탄압의 생계화, 긴급조치의 민사화가 바로 이명박 식이라고. 국민이 직원이고 자기가 대한민국 CEO니까. 까불어, 그럼 벌금 먹이고 정직시키고 파면시키고 소송 걸고. 이게 본질은 다 돈이고 생활이거든. 한마디로 밥줄공안의 시대가 개막된 거지.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이명박의 이념은 돈이니까. 그런데 물리력이 아니라 이렇게 자기 밥줄 걱정에 입 닥치는 건, 자조와 자괴로 돌아온다고. 너무 초라하잖아. 이게 진짜 나쁜 거야. 자기 하나 살자고 나머지 국민들을 자기비하하게 만드는 거니까. 그로 인한 정신적 피로감이 대단하다고.
-59쪽

삼성이 나쁘다는 주장에 적극 동의하는 사람들조차 품질이 더 우수해서 쓰고 있는 삼성 제품이 분명히 있거든. 그럼 그런 사람들은 죄의식을 느끼거나 자기 합리화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게 된다고. 삼성과 이건희를 동일시하는 전략의 성공이 사람들에게 그런 딜레마를 안긴 거지. 삼성 제품 불매운동이 효과적이지 않은 요인 중 하나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삼성 물건을 좀 불매한다고 해서 이건희에게는 전혀 타격이 안 가요.
-167쪽

진보 진영이 대중을 상대하는 자세를 보면 딱 사제야. 자신들의 율법이 절대선인데 왜 너희는 그렇게 살지 않느냐. 자기들은 그걸 이미 알고 믿고 실천하건만 너희는 왜 이렇게 올바르고 참된 가치를 좇지 아니하느냐. 그러면서 외치지. 회개하라, 그러면 구원을 얻을 것이니. 그 절대 가치의 전도를 위해 헌신하는 자신들의 노고가 어쩌면 당대는 아니더라도 먼 훗날 진짜 진보 정권의 탄생으로, 그 구원으로 보상받을 거라고 서로서로 위로하면서. 그렇게 그들의 주장은 말씀이고, 그들의 언어는 방언이며, 그들의 희생은 순교가 되는 거지. 그렇게 모두를 절대적인 진보 가치를 외면한 죄인으로 만들어버리지. 그래서 불편한 거야. 그 죄의식 마케팅이. 그래서 듣기 싫다고.
-192쪽

우린 섬이 아닌데도 섬처럼 사고하잖아. 삼면이 바다고 나머지 한 면은 벽이니까. 분명 육지로는 이어져 있는데 ‘프랑스에 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해 가봐야겠다.’, 이런 상상이 불가능하잖아. 그래서 항상 우린 세계를 우리와 별도의 공간으로 인지하지.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이런 구호, 조금만 생각해 보면 웃긴 말이라고. 그럼 우린 화성인인가. 우리도 세계 속에 있어. 그런데 자꾸 세계로 가자고 하잖아. 섬나라 의식이지. 세계는 우리 바깥에 존재하는 거야. 예를 들어 북쪽엔 스웨덴·핀란드가 있고, 남쪽엔 벨기에·프랑스 동쪽엔 룩셈부르크·독일이 있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아이를 생각해보자고. 걔는 이미 중고생 시절부터 배낭 지고 주변국들을 여행하며 자기의 상대적 위치를 입체적으로 인지하게 된다고. 나는 혼자가 아니라, 세계와 분리된 게 아니라, 그 속에 있다는 의식. 그래서 나로부터 시작해 가족, 지역, 국가, 세계로의 인식 확장에 단절이 없는 거야. 로컬과 글로벌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그래서 걔네들은 바이크 타고 북경까지 오는 상상을 할 수가 있는 거야. 땅이 연결되어 있잖아.
-204쪽

그 나이대 청년들이 군대 가지 않고 취직해서 받을 평균 급여를 생각해보자고. 아무리 낮게 잡아도 최소 100만 원대는 될 거야. 그러니까 그 나이대 청년들은,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도, 월 100만 원씩 나라에 내면서 군 복무를 하는 거라고. 이걸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말 한마디로 다 덮어버리는 건 대국민 사기지. 그렇게 신성한데 왜 거지 대우를 해, 씨바.

그러니까 군가산점 문제로 여자들과 싸우는 남자는 스스로의 멍청함을 자백하는 거야. 왜 여자들과 싸워. 정부와 싸워야지.
-209-210쪽

난 이명박이 역사적으로 굉장한 일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찌나 시대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지, 정치에 전혀 관심 없던 일반인들까지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온몸으로 자각하게 해준 공로를 따로 기록해서 역사에 길이 남겨야 마땅하다고 봐. 난 이명박 퇴임 후에는 동상 세워줘야 한다고 봐. 정치사에서 전무후무한 안티히어로로.
-240쪽

자신은 권력이 작아서 부조리한 걸 알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면 인간적으로는 이해 가. 하지만 그럼 정치하지 말아야지. 좋은 교수, 착한 기업인, 성실한 검찰 해야지. 그런 말은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이 국회에 취직한 직장인이란 소리밖에 안 돼. 할 일이 그건데. 해야만 할 말을, 하라고 국회 보냈는데. 그따위 정치인 코스프레는 다 집으로 돌려보내야 해. 물론 그러면 국회가 거의 텅 비겠지만.
-249쪽

가장 중요한 건 균형 감각이야. 행정은 언제나 생활과 관련이 있어. 생활이란 결국 욕망인 거고. 그런데 그 욕망의 주체가 개인만 있는 게 아냐. 기업도 기업의 욕망과 그로 인한 생활이 있거든. 기업뿐이 아니지. 욕망의 주체는 엄청나게 많아. 그래서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는 갈등이 반드시 있다고. 이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균형 감각이야. 행정적 균형 감각이 아니라 철학적 균형 감각. 하지만 행정과 실무의 균형만으로는 세상의 균형을 찾을 수 없어. 사실은 둘 다 옳을 때가 많거든. 둘 다 옳을 때 우선순위의 문제가 생기고 바로 그때 가치의 문제가 발생해. 그럴 때 필요한 게 철학이야. 그래서 대통령은 사상가가 되어야 하는 게 맞아. 지금이 세계가 어떠하고, 어떤 가치가 우선 구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철학과 통찰이 분명하게 있어야 해.
-257쪽

그러니까 투표는 사실 민주주의를 위한 게 아니야. 그런 건 교과서에 있는 이야기야. 투표는 내 스트레스의 근원을 줄이려는 노력이야. 그게 줄어야 내가 행복해지니까. 내 행복과 정치의 연결 고리를 처음으로 깨닫게 해준 이명박이 얼마나 고마워.
-259쪽

현재 대중의 거대한 결핍이 뭔가를 봐야지. 그것부터 받아 안아야지. 당장의 요구도 받아 안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20년 뒤를 이야기해. 사람들은 당장 죽겠다는데, 20년 뒤를 이야기하는 건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야. 두 달 뒤도 모르는 인간이 어떻게 20년 뒤를 이야기해. 그건 사기야. 자신 없는데 딴 길은 안 보이니까 사기 치는 거야. 도망가는 거야, 씨바.
-309쪽

이념이 사람을 구하리라. 아니다. 이익이 나라를 구하리니. 아니다. 인간이 모두를 구해야 하는 시대다. 이념과 명분과 논리와 이익과 작전과 조직으로 무장한 정치인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보편준칙을, 담담하게, 자기 없이, 평생 지켜온 사람이 필요하다. 시대정신의 육화가 필요하다.
-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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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2-26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비수로 와박습니다.
정말 필독해야겠어요.ㅋㅋ

마노아 2012-02-26 20:28   좋아요 0 | URL
재밌고도 바람직한 교과서랄까요.^^;;;
 
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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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이야말로 이 파업에서 우리를 무너뜨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절대 잊지 마십시오! 노동자들에게는 오직 하나의 국적, 하나의 민족, 하나의 신념만이 있을 따름입니다. 여러분은 공장주들과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십시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에 쓸모 있는 구성원과 쓸모없는 구성원. 우리의 대의명분에서 연대는 필수라는 점을 결코 잊지 마십시오."-75쪽

"만 명, 2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감옥에 가둘 수 있다니? 그렇게 큰 감옥은 공장뿐이고 우린 이미 그 감옥에 있었어."-90쪽

"로사! 이 아파트를 봐! 그가 우리에게 이 집을 줬고, 우린 집세만 조금 내면 여기 살 수 있지. 어찌나 마음씨를 곱게 쓰시는지, 일 좀 했다고 나한테 일주일에 6달러 25센트씩이나 주시고 집세로 도로 6달러를 걷어간단다. 아, 그래, 나를 퍽이나 생각해주지. 집이 여섯 채 있고, 자동차가 하도 많아서 몇 대인지 셀 수도 없는 바로 그 사람 말이야. 오, 그렇다마다, 그는 자기 공장 사람들을 몹시 아낀단다."-105쪽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하지. 두려움이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거야."
"그 사람들이 무서울 게 뭐 있어요?" 살이 말했다. 마침내 우적우적 씹는 걸 멈주고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다들 총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런 유의 싸움은 총으로 못 이기지." 자기 가슴을 쿵쿵 치며 제르바티 씨가 말했다 "가슴으로 이기는 거야. 이 안에 있는 강한 가슴으로."-2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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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찰을 전하는 아이 푸른숲 역사 동화 1
한윤섭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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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곳을 확실히 찾은 것 같구나.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앞으로도 그 길을 잃지 마라."-102쪽

나는 '행복'이란 말을 알고는 있었지만,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었다. 또한 내 앞에서 아무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아버지와 함께 장터를 옮겨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들은 항상 힘들고 고단했다. 그래서 누구도 행복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나는 그런 말들은 양반들의 말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천주학 어른이 처음으로 내게 행복이란 말을 쓴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내가 정말 행복한 것처럼 느껴졌다.-102쪽

"아이아, 행복하다는 말...... 난 칠십 평생을 살면서 그 말이 양반의 것인 줄 알았다. 네가 그 말을 쓰는 걸 보니 동학 농민군의 말처럼 좋은 세상이 오려나 보다."-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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