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과학

제 1634 호/2012-06-25

오디션 프로에서 우승하는 득음법이 있다?

최근 몇 년 새 TV에서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케이블 채널 ‘슈퍼스타 K’를 시작으로 KBS 위대한 탄생, SBS K팝스타‘, MBC ‘나는 가수다’까지, 일반인은 물론이고 가수들까지 경연에서 우승하기 위해 그야말로 열창을 한다. 그동안 허각, 존박, 장재인 등 오디션 프로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가수들도 줄지어 데뷔해 인기를 얻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슈퍼스타K는 시즌 4 제작을 앞두고 지원자를 모집한 결과, 4개월 만에 180만 명이 넘게 몰렸다고 한다. 이렇듯 노래를 잘 하고 싶고,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이 넘치는 상황에서 과연 과학적으로 노래를 잘 하는 방법이 있을까? 노래를 잘한다고 인정받은 가수들은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노력해서 얻은 결과일까.

삼성경제연구소의 평가에 의하면 국민가수로 불리는 이미자 씨의 노래 가치는 자그마치 1,650억 원에 달한다. 가수활동 46년간 약 560종의 음반과 2,069곡의 노래를 발표했으며, 1,500만~2,000만 장의 음반을 판매했다고 한다. 여기에 공연수익, 가요계 영향력 등을 감안한 평가금액이다.

“목소리가 변할까봐 치아 교정도 못한다.”

이미자 씨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치아 교정을 하게 되면 입안 모양이 변하며, 목소리도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자 씨는 얼굴에 비해 입이 큰 편이다. 입이 크다는 것은 입 안의 공간이 넓다는 것으로, 이는 소리가 커다란 울림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필수요건이다. 하지만 입이 크다고 해서 모두 다 노래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입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목소리 자체를 만들어내는 성대와 발성능력이다.

노래는 발성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발성의 기본은 허파에 공기를 모아 방출하면서 만들어진다. 즉 노래를 부르면서도 사이사이에 공기를 모아서 오래 동안 목소리를 지속하게 하는 폐활량이 중요하다. 이미자 씨의 빼어난 가창력은 바로 남들보다 2.5배 이상 길게 목소리를 유지하는 큰 폐활량에 그 근본이 있다.

그녀의 숱한 노래 가운데 초창기 노래인 섬마을 선생님, 동백 아가씨 등 몇 곡을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물론 다른 사람에 비해 발성하는 음역대가 넓고 빼어난 미성임은 당연한 것이었고, 무엇보다도 탁월한 성대 떨림을 보여주었다.

또한 성문분석기에 나타난 그녀의 목소리는 보통사람들의 목소리와 달리 톤이 명료하고 배음의 울림이 마치 악기음 같았다. 일반적으로 소리가 갈라지기 쉬운 고음대역에서도 음정의 대역 차이가 뚜렷했고, 음정의 높낮이 변화가 무려 3옥타브(8배 음폭)에 걸쳐 매우 안정적이었다. 특히 이미자씨의 목소리는 저음에서 중음을 거쳐 고음 영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강한 바이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어 구구절절 애절함이 더한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20대 때의 목소리와 60대 때의 목소리가 아주 유사했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수록 톤은 낮아지고 표현할 수 있는 음 대역은 좁아진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무척 희귀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천부적으로 매끄럽고 정교한 성대를 갖고 태어난 것이다. 한마디로 평가하면, 조물주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빼어난 악기다.

이미자 씨 만큼이나 빼어난 목소리를 가진 우리 선조들은 타고난 성대 외에 엄청난 노력의 결과로, 일종의 ‘득음’과정을 거쳐 명창으로 거듭났다. 명창이란 판소리나 민요 등, 우리 소리를 빼어나게 잘하는 사람에게 붙여주는 우리 국악계만의 별칭이다. 명창이 되려면 득음의 경지에 이르러야 하는데 득음을 이루기 위해선 ‘목구멍에서 피를 세 번 토할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사실 노래 솜씨란 아름답고 탁 트인 목소리에 음정과 박자, 기교가 어우러지면 충분할 것이다. 그럼에도 ‘피를 세 번 토해야 한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판소리는 2003년 유네스코의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된 일종의 솔로 오페라이다. 판소리는 노래와 대사가 쉼 없이 반복되며 무엇보다 완창을 하는데 무려 3~4시간 동안 줄기차게 소리를 내야 하는, 그야말로 엄청난 에너지와 다양한 목소리를 필요로 하는 장르다. 때문에 명창들의 소리 훈련과정인 득음을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첫째, 영화 <서편제>에서 나오는 한 장면처럼 산 속 계곡 폭포 아래서 소리를 내는 훈련이 그것이다. 모든 소리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폭포 소리를 뚫고 자신의 목소리가 뻗어 나갈 수 있어야 1단계 관문을 통과한다는 것이다. 우렁찬 폭포수의 백색소음을 뚫고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면 얼마나 크고 또렷해야 할까. 이 과정을 통해 일단 엄청난 음량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둘째 단계는 동굴에서의 훈련이다. 건조한 동굴 안에서는 모든 소리가 울린다. 동굴의 흙이나 바위벽 등이 고르지 못한 탓에 소리의 난반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목욕탕에서의 울림과 유사하다. 메아리 반사효과 때문에 음량은 목소리보다 크게 들리지만 소리가 뒤섞여 윙윙거림으로 무슨 소리인지 잘 알아듣기 힘들다. 따라서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마침내 동굴의 울림을 극복하고 목구멍에서 공명을 잘 일으켜 섬세하고 명료한 소리를 뽑아낼 수 있을 때, 명창의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한 셈이 된다.

다만 우리 주변의 산하에는 동굴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선조들은 시골의 토담집을 대신 활용했다. 토담집의 실내구조는 규칙적이지 못해 흙이 보일 정도로 울퉁불퉁했고, 여기 저기 지지대가 삐져나와 있기에 소리의 난반사를 불러일으켜 동굴에서의 소리울림을 잘 대체할 수 있었다. 술상이 차려진 허술한 주막집도 소리의 반사 특성을 고려한 울림현상이 두드러지는 잔향실로 사용하기에는 손색이 없어, 자신의 소리가 뚜렷하게 울려 퍼지도록 목청을 다듬는 훈련을 할 수 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셋째, 명창이 되려면 갖가지 소음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도록 훈련해야 한다. <서편제>에서 보면 왁자지껄한 시골장터에서 소리를 하는 대목이 나온다. 처음엔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 가닥 선율이 시장의 온갖 소음을 뚫고 뻗어 나온다. 장사치들의 호객소리, 다툼, 동물울음, 자동차 소리 등등, 다양한 소리가 뒤섞인 소음을 유색잡음이라 하는데, 명창이 되려면 이 모든 소리를 극복하고 독창적인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관문은 해변이나 들판 같은 광활한 곳에서의 훈련이다. 벌판이나 평지에서는 소리가 초라해진다. 소리가 부딪혀 되돌아오는 반향이 없기 때문이다. 파도소리가 끊이지 않는 해변이 특히 그렇다. 벌판에 바람이라도 불어대면 소리가 흩어지게 된다. 그런 어려운 조건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낼 수 있을 때, 그는 명창이 되기 위한 가장 어려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게 된다.

명창이 되기 위한 득음의 4단계. 옛 소리꾼들은 무심코 이런 과정을 밟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소리의 특성을 감안할 때 모든 훈련과정이 무척 치밀하고 과학적이라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선조들의 득음과정을 똑같이 따라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천부적으로 빼어난 성대와 발성기관도 중요하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일구어 낸 득음을 통해 명가수가 배출된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

과학향기 : http://scent.ndsl.kr/sctColDetail.do?seq=4984&classes=200&subclas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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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33 호/2012-06-20

건물은 지금 ‘친환경’ 변신 중!

건강과 웰빙, 에너지 절약, 지구환경보호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최근 몇 년 새 친환경건축물을 짓는 추세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를 도입해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친환경건축물은 이제 건설사들의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민감한 피부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새집 증후군’과 같은 부작용 때문에 새 아파트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새집 증후군에 대한 수요자들의 우려가 높아지자 건설사들은 유해물질이 적게 나오는 친환경적인 마감재를 사용하고 있다. 벽체는 물론 천장, 바닥에 사용하는 마감재와 도배지, 풀, 접착제, 집안 내부에 들어가는 가구 원자재도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다.

친환경건축물은 친환경 자재를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기술이 사용된 건축물까지 포함된다. 오히려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에너지절약 부분의 배점이 가장 크다. 친환경마감재, 태양광은 물론 분해해서 다시 조립할 수 있는 집, 화장실에서 사용한 물을 정수해 얻는 식수, 폐플라스틱을 태워 얻는 전기 등 친환경건축물의 종류는 다양하다.

새로 짓는 아파트 단지에 ‘중앙 정수시스템’을 설치해 1차 정수된 물을 각 세대에 공급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미생물로 발효시켜 악취가 나지 않고 유해물질이 없도록 걸러주는 ‘음식물 쓰레기 분해기’를 설치해 친환경적이면서도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한 건설사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도입한 태양광 발전시스템은 매일 전력 사용량의 5%에 달하는 600kW를 생산해 건물 복도와 주차장에서 쓰고 있다. 또한 지하 주차장 등에 햇빛이 통하도록 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태양광 집채광 시스템’도 개발돼 있다. 열병합 발전시스템은 발전기에서 전기를 만들 때 발생하는 열을 모아 난방과 온수 공급에 사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친환경은 창문을 통해서도 실현할 수 있다. 단순히 유리를 통해 햇빛을 받아들이고 환기를 시키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발전된 환기창이 이미 개발돼 있다. 이 환기창은 문을 여닫을 수 없는 밤에도 환기가 가능하도록 문을 닫은 채 환기를 시켜준다. 창틀 안에 필터를 내장해 깨끗한 공기를 집안으로 들여보내고 이물질이나 빗물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구조의 공기청정기 시스템을 창호 안에 넣은 것이다. 외벽이 유리로 이뤄진 아파트나 환기가 어려운 주상복합건물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고, 황사나 폭우 등으로 창문을 열고 생활하기 어려울 때도 유용하다.

창문으로 전기 생산도 가능하다. 건물 외벽 유리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도록 만든 ‘솔라윈’은 발전설비 설치를 위한 공간이 충분치 않은 도심에서 유용하다. 발전시설을 추가로 설치하지 않아도 돼 건축비용 절감효과가 있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어 환경 친화적이다.

이 밖에 이중창의 유리 사이에 공기 대신 적외선을 흡수하는 화학물질을 넣은 물을 채워 에너지 효율을 놓인 ‘물 창호’, 창문틀에 특수 장치를 달아 환기를 위해 창문을 조금 열어놓아도 밖에서는 열 수 없도록 한 ‘안전창호’ 등도 개발돼 있다. 창문도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저에너지소비형 창호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를 잡아먹는 주범으로 꼽히는 건물의 외벽도 에너지 절약 대상이다. 열전도율이 높은 콘크리트 안에 흰색 스티로폼을 넣어 열을 막는 기존 설계방식으로는 에너지 손실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콘크리트 바깥쪽에 스티로폼의 일종인 ‘네오풀’을 30cm 두께로 설치하면 단열 효과를 7배가량 높일 수 있다. 이런 시설들을 도입한 건축환경연구센터의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은 20%로 급감했다. 한 가정이 1년 난방비로 150만 원을 사용한다고 했을 때 120만 원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친환경건축물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유럽이다. 유럽에서는 초에너지절약주택(패시브하우스) 시범보급 사업이 2001년 마무리돼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중심으로 1만여 채 이상의 에너지 절감형 주택이 보급됐다. 또한 유럽연합 의회에서는 2019년부터 EU 내에서 지어지는 모든 신규 건물을 대상으로 건물 내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규정했다. 친환경건축물 건설을 필수사항으로 제도화 한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2012년 6월 현재 10%에 그치는 공공건축물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14년부터 2배로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부터는 공공건축물의 조명을 100% LED로 설치할 계획이다. 한국의 전체 에너지 소비 가운데 건물부문에서 소비되는 비중은 약 30%이다. 2002년 뒤늦게 친환경건축물인증제를 실시한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까지 친환경 인증을 받은 건축물은 300여 개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공공건축물을 시작으로 친환경건축물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며, 다양한 친환경 건축 기술들이 적용되길 기대해 본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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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28 호/2012-06-13

스푼 대신 커피믹스 봉지로? 안돼~~

한가로운 휴일 오후, 엄마와 아빠는 다정하게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있다. 태연, 그 옆을 킁킁거리며 돌아다닌다. 그러나 아무리 힐끗거려도 엄마 아빠는 전혀 커피를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아, 향기로워라~~. 그 누가 커피를 신의 축복이라 했던가! 커피를 즐겨 마시는 내 친구 말자와 순자는 축복을 받은 것들이로다. 고것들이 달달한 커피믹스를 컵에 넣고, 뜨거운 물 붓고, 봉지로 살살 저을 때 풍겨오는 그 향긋한 향은 나를 복장 터지게 한다네. 아아~~ 나는 불행한 여인, 커피를 금지당한 슬픈 종달새~~.”

“백날 노래를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다량의 카페인은 칼슘과 철분 흡수를 방해한단다. 키 크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거야, 알겠니? 안 그래도 무척이나 짤따란 너의 기럭지에 악영향을 줄 수 없어서 커피를 못 마시게 하는 거니까, 아빠의 깊은 뜻을 좀 헤아려 주렴. 그리고 커피믹스 봉지로 커피를 저어먹는 건 절대로 하면 안 되는 행동이야. 네 친구들한테도 꼭 얘기해주도록 해.”

“흥! 친구들까지 커피를 못 먹게 해서 커피를 향한 나의 강렬한 욕망을 막고자 하시는 거, 다 알거든요?”

“전생에 꽈배기 공장을 다녔나, 얘가 왜 이렇게 배배 꽈서 듣니? 진짜라니까! 커피믹스 봉지로 뜨거운 커피를 저을 경우, 인쇄면에 코팅된 플라스틱 필름이 벗겨져 인쇄 성분이 커피에 녹아들어갈 수도 있단다. 커피와 함께 인쇄성분까지 마실 수 있다는 얘기지. 또 커피믹스 봉지의 절취선 부분에는 소량의 납 성분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뜨거운 물에 담그고 저으면 납까지 마시는 게 되는 거라고.

“엥? 진짜요? 그럼 말자랑 순자가 지금까지 인쇄성분이랑 납을 마셔왔던 거예요? 어쩐지 애들이 날이 갈수록 얼굴이 창백해진다 했어.”

“커피믹스 봉지는 한 겹의 필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겹의 화학수지로 만들어진 다층포장재란다. 커피믹스뿐만 아니라 과자·라면·만두·케첩 등의 포장재는 다양한 환경으로부터 식품을 보호하기 위해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폴리아미드(PA),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알루미늄박 등 2~3겹 이상의 필름을 합쳐 만들지. 즉석카레 같이 끓는 물에 데워서 먹는 식품은 내열성, 차광성, 산소차단성 등을 고려해서, 또 냉동만두 같은 제품은 영하의 저온에서 충격을 받아도 찢어지지 않도록 한 거지. 또 토마토케첩 같은 소스류는 산화되거나 냄새가 나지 않도록 다층포장재로 만든단다.”




[그림]커피믹스 봉지가 다층포장재로 구성된 이유는 각각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자료 제공 : 식품의약품안전청


“아~ 그랬구나. 그런데 혹시 여러 겹을 붙인 거라서 몸에 더 해롭고 그런 건 아니에요? 환경호르몬 같은 게 나오는 건 아니겠죠?”

“에고,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다층포장재를 구성하는 재질 중에서 식품 접촉면에 사용되는 재질은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인데, 여기에는 가소제 성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호르몬(DEHP, 인성 내분비 교란물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단다. 다시 말해 포장재 성분이 네 몸에 흡수돼 너의 정상적인 호르몬 작용, 즉 내분비 작용을 방해할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거야.”

“휴… 다행이에요. 근데 말자는 라면봉지에 뜨거운 물 넣고 그냥 먹기도 하던데, 그것도 괜찮아요?”

“아빠도 군대 다닐 때, 일명 뽀글이 라면이라고 해서 뜨거운 물 붓고 그렇게 많이 만들어 먹었는데, 라면 봉지의 내면도 주로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재질로 돼 있어. 때문에 뜨거운 물을 붓는 정도에서는 환경호르몬이 방출되지는 않지만 뜨거운 물 때문에 라면 봉지가 찌그러져 밖으로 흘러나오면 손이 데일 수 있다는 점~ 앗 뜨거, 하면서 봉지를 놓치면 발까지 데일 수도 있다는 점~ 그럼 병원에 가야 한다는 점~ 등은 생각해야지.”

“뽀글이 라면을 먹어도 된다는 거예요, 안 된다는 거예요? 답답해 정말. 게다가 아빠의 개그맨 따라 하기는 정말 재미없다는 점~~.”

“당연히 100% 안전하다고는 장담할 수 없으니 그런 짓은 하지 말라는 거지! 라면 봉지는 내용물의 변질을 막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거니 꼭 냄비에 끓여먹도록 해라. 혹시라도 아빠 몰래 뽀글이 라면 해 먹으면 네 머리를 뽀글이 아줌마 스타일로 만들어줄 테니깐.”

“그런데 아빠, 완전 궁금한 게 있어요. 그렇게 포장재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신 분이, 왜!! 사랑하는 딸의 포장, 즉 얼굴 피부는 이렇게 형편없이 만드신 거죠? 제 볼떼기를 보시라고요. 우둘투둘 이건 흡사 악어 등껍질의 그것과 같은 느낌이라고욧!”

“그걸 왜 나한테 묻냐. 더러운 손으로 여드름을 쥐어짜는 너에게 물어야지. 세상에 그 어떤 좋은 포장재도 더러움 앞에서는 견딜 수 없다는 점~~~.”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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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6-19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그러니까 저는 다년간 인쇄물질에 납성분까지 포함된 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었던 셈이군요...^^;;

마노아 2012-06-19 17:31   좋아요 0 | URL
평소 숟가락을 애용한 습관에 안도의 숨을 쉬고 있어요.^^ㅎㅎㅎ

책읽는나무 2012-06-19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노아님!ㅠ.ㅠ
알고는 있었지만...납까지~
그야말로 허걱입니다.
가늘고 길게 가려면 이제부터 숟가락을 챙겨야겠군요.ㅡ.ㅡ;;

마노아 2012-06-19 17:32   좋아요 0 | URL
포장재는 문제있는 줄 알았는데 납까지는 몰랐거든요. 충격적이에요. 우리 가늘고 길게 잘 살아보아요.^^ㅎㅎㅎ

순오기 2012-06-20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얘기를 여러번 들어서 얼마 전부터 스푼으로 저어서 먹어요.^^
알면서 습관을 고치기는 쉽지 않지만, 이런 기사를 보면 당장 바꿔야죠.

2012-06-20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0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0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0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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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24 호/2012-06-11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식스팩의 과학적 이유

여름을 앞두고 몸매 만들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최근 들어 TV 속 연예인들이 남녀를 불문하고 복근, 일명 ‘식스팩’을 자랑하며 운동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웬만큼 독하지 않고서야 배에 선명한 식스팩을 새기기란 쉽지 않은 일. 여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우리 몸에는 약 600여 개의 크고 작은 근육이 있다. 그중 복근은 우리 몸의 다른 어떤 부분보다 근육을 만들기 어렵다. 근육의 특성 때문이다. 복근은 근육 중에서도 붉은 색을 띄는 ‘지근’의 비율이 높다. 그런데 이 붉은색 근육은 부피가 작고 성장 속도도 느려, 한두 달 운동으로는 발달하지 않는다.

근육은 붉은 ‘지근’과 하얀 ‘속근’으로 나뉜다. 지근은 미오글로빈 함유가 높아 붉은 색을 띈다. 쉽게 지치지 않는 근육으로 마라톤 선수들이 갖고 있는 슬림한 근육이 이에 해당된다. 속근은 미오글로빈 함유가 적으며 성장속도가 빠른 반면 쉽게 지친다. 단거리 달리기나 역도, 보디빌더 선수들은 단시간에 힘을 내는 속근이 발달해 있다. 아쉽게도 복근은 지근의 비율이 높다. 속근보다 만들어지는 속도가 느려 오랫동안 꾸준히 운동해야 모양이 나타난다. 최소 3개월 이상은 운동에 전념해야 배에 새겨지는 복근을 볼 수 있다.

복근을 덮고 있는 지방도 걷어내야 한다. 복근이 드러나려면 체지방률을 10% 이하로 낮춰야 하는데, 뱃살은 움직임이 거의 없는 부분이라 지방이 잘 빠지지 않는다. 복부에 낀 내장지방도 문제다. 피하지방과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내장지방을 없애려면 올바른 식습관과 함께 유산소 운동이 필수적이다.

미국 듀크대 운동생리학과 크리스 슬렌츠 교수팀은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 196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8개월 간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하게 한 뒤 내장지방 감소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유산소 운동을 한 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내장지방 연소량이 평균 67%나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김창근 교수는 “적절한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면 복근 밖을 싸고 있는 피하 지방은 물론 내장에 숨어있는 내장지방까지 없앨 수 있다”며 “복근 키우는 운동을 만날 해도 지방을 없애지 않으면 복근은 평생 지방 속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한 번 생긴 지근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 지방을 연소하는 양도 많아 운동을 잠깐 쉰다 하더라도 살이 덜 찌고 근육을 다시 만들기 쉽다.

식스팩은 타고나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도 식스팩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복근 모양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식스팩이 자리 잡은 복근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4개, 어떤 사람은 무려 8개의 복근을 갖는 경우도 있다. 개그맨 김형빈의 복근은 6개로 나뉘었지만 배우 배용준의 복근은 4개로 나뉜다.

복근은 가로무늬인 복횡근, 세로무늬인 복직근과 함께 갈비 쪽으로 뻗어있는 내복사근과 외복사근으로 이루어진다. 흔히 말하는 식스팩은 복횡근과 복직근으로 이루어지는데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복근의 모양과 개수도 차이가 있다. 복직근을 나누는 나눔힘줄 수가 3개면 복근이 6개인 식스팩, 4개면 복근이 8개가 되는 것이다. 한국인의 경우는 10명 중 6명만 나눔힘줄을 3개 가지고 있다.

김창근 한국체육대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는 “훈련을 한다고 복근에 있는 ‘팩’의 개수가 늘거나 줄어들지 않는다”며 “태생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통해 복근을 도드라지게 보일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6개를 만드는 것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유전자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나눔힘줄 수를 3개 갖고 태어나면 식스팩을 만들 수 있는 걸까? 여성의 경우는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복근이 잘 생기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과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말일까? 실제로 남성과 여성 복근의 차이는 없다. 다만 성 호르몬으로 인해 크기는 차이가 난다. 평균적으로 남성의 체중에서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40%. 근육에서 단백질 합성이 이루어지는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고 근육에서 단백질이 분해되는 것을 막는다. 남성 호르몬이 많으면 그만큼 근력, 근육의 크기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근육을 효과적으로 성장시키는 Tip
운동 후 다음날 생기는 근육의 통증은 기존 근육이 버틸 수 없는 힘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다가 근육이 찢어지며 염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상처가 아물 듯,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면 상처 입은 근섬유가 회복하면서 크기가 커진다. 때문에 근육을 효과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부위 별로 운동을 한 뒤 2~3일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임종필 서울종합예술학교 웰빙건강지도학과 겸임교수(JP GYM 대표)는 “근육이 상처를 입은 뒤 회복하는데 대략 72시간 정도 걸린다”며 “충분히 쉬고 근육을 구성하는 수분, 단백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기 전에 과학적으로 몸매 가꾸기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글 : 원호섭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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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6-19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뱃살...!!

마노아 2012-06-19 17:32   좋아요 0 | URL
인바디 체크 결과가 떠오르네요. 크흑....ㅜ.ㅜ
 

   FUSION 과학

제 1623 호/2012-06-06

건축물에 자연의 숨을 불어넣다, 가우디

‘신이 지상에 머물 유일한 거처’, ‘미완성인 상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건축물’. 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족 교회(사그라다 마필리아 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ilia)를 가리키는 말이다. 1882년 착공해 130여 년째인 2012년 올해도 여전히 공사 중이고 언제 완공될 지 기약도 없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이는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이 코르네트(Antoni Gaudi y Cornet, 1852.06.25 ~ 1926.06.10)다. 1883년 성가족 교회 공사 총 감독에 취임한 가우디는 일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는데 말년엔 교회에서 먹고 자며 일에 빠져 살았다. 그러다 1926년 6월 10일, 자신의 일터이자 작품인 성가족 성당 바로 앞길에서 전차에 치여 생을 마감했다. 그의 생은 불행하게 끝났지만, 성가족 교회를 비롯한 그의 건축물 중 7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돼 있다. 그는 현재 20세기가 낳은 가장 독특하고 천재적인 건축가로 추앙 받고 있다.

밀가루로 반죽한 듯한 구불구불한 외형과 척추동물의 몸속에 들어온 듯한 실내. 직선으로 이루어진 반듯한 건축물에 익숙한 이들에겐 한 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의 건축물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가우디의 건축물에는 직선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에는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괴테 자연론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어떤 건축사조에도 속하지 않았던 가우디에게 스승이 있다면 그건 자연이었다.

사실 과학기술은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자연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왔다. 자연은 단순한 재료, 단순한 방식으로 가장 효과적인 결과물을 얻어낸다. 최근 과학계에선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생체모사(bioinspiration)와 자연을 모방하는 바이오미메틱스(biomemetics)에 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소리를 내지 않고 하늘을 나는 외양간올빼미, 깊은 바닷속에서 소통하는 돌고래, 어둠 속에서 청각을 이용해 길을 찾는 박쥐, 물방울을 이용해 표면 오염을 제거하는 연꽃잎 등은 수많은 공학품에 영감을 주고, 해결책을 알려주고 있다. 가우디는 이러한 생체모사, 모방의 선구자로 여겨진다.

가우디의 건물 내부에는 동물의 뼈, 야자수, 곤충, 해골을 연상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성가족 교회 본당 회중석 천장은 식물 줄기를 지지하는 잎사귀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타일로 장식된 화려한 외관은 짚을 지은 뒤 조개껍질로 인테리어를 하는 정원사 새를 닮았다. 그는 아무리 아름다운 돔이라도 해골의 내부에 비할 수 없고, 산이 가진 완벽한 안정성을 따라갈 건물은 없다고 여겼다.

가우디 건축은 인간이 만든 어떤 기하학적인 건축보다 동물의 건축에 가까워 보인다. [생물의 건축학]의 저자 하세가와 다카시는 가우디 건축과 동물의 둥지가 연결 되는 두 가지 점을 지적한다. 하나는 동물의 둥지를 닮은 내부와 외부다. 동물의 둥지는 자연에서 재료를 끌어보아 조립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옹색하고 기이한 모양이지만, 내부는 둥지 주인의 생활과 재난 대비에 알맞은 공간이다. 가우디의 건축물 역시 겉모습이 낯설고 기이한 것과는 달리 내부는 온화하고 쾌적한 느낌을 준다.

[그림 1] 130여 년 째 공사가 진행 중인 성가족 교회. 사진 제공 : 위키미디어

공학적으로 더욱 중요한 또 하나의 특징은 가우디의 거대 건축물에 적용된 중력에 대한 고민이다. 인류가 만들어온 건축물은 다양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 땅을 다지고 기둥을 세운 뒤 지붕을 얹는 방법이다. 하지만 동물의 건축은 이렇게 일으켜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아래로 늘어뜨리는’ 방법을 택한다. 야자수와 바나나에서 섬유를 빼내 집을 뜨개질하는 베짜기새의 둥지가 대표적인 예. 가우디의 건축물에도 이런 늘어뜨리기 기술이 적용돼 있다.

가우디는 구엘 성지 교회의 매달린 사슬 형태를 만들기 위해 설계에만 10여 년의 시간을 바쳤다. 강철이나 시멘트 등의 공업화된 건축재료와 복잡한 구조학 계산 방식도, 컴퓨터를 통한 시뮬레이션도 가능하지 않았던 시대, 가우디가 거대한 건축물을 만든 힘은 모형을 이용한 구조실험에 있었다.

가우디의 건축물에는 아치형 다리가 거꾸로 매달린 듯한 형태가 보인다. 그는 쇠사슬을 묶는 고정점과 길이, 무게라는 3가지 요소를 고려해 가장 능률적인 아치 형태를 거꾸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천장에 매달린 쇠사슬이 늘어지고 서로 연결돼 하중을 버티도록 구성한 것이다. 이러한 해결책은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모형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찾았다.

가우디는 긴 와이어로프의 마디마디에 모래자루를 달아 옆으로 당겨 그 견디는 힘의 구조를 계산했다. 그리고 그 모양을 건물 디자인에 그대로 적용했다. 모래 자루의 무게로 인해 로프가 늘어지는 모양에 따라 건물 전체의 구조가 결정됐고, 그 형태에 대한 압력과 하중을 계산해 기둥의 위치와 숫자를 정해 나갔다. 이렇게 만들어진 실험 모델을 180도 돌려보면 이 구축물의 윤곽선은 가우디가 그린 구엘 교회 스케치와 유사하다.


[그림 2] 가우디의 늘어뜨린 모델을 재현한 것. 성가족 교회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그의 실제 작업 모델은 스페인 내전 중 소실됐다. 사진 제공 : 위키미디어

이렇게 늘어뜨린 기법(현수선 기법)은 스페인 카탈로니아 지방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돼 오던 건축 기법이었다. 계단 등 건축물의 일부 구조에만 사용되던 것을 가우디가 건축물 내부와 외부 전체로 확장한 것이다.

가우디 건축의 비밀을 풀기 위해 현대 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MIT공대 건축학과 악셀 킬리언 교수와 존 오웬도르프 교수는 지난 2006년 가우디 설계의 기법을 응용한 컴퓨터 설계 툴을 세상에 내놨다. ‘파티클 스프링 시스템(Particle-spring system)’이라 명명된 이 소프트웨어는 외관에 실리는 하중을 계산하는데 쓰이는데, 쇠사슬의 길이와 무게, 고정점의 위치 등을 데이터로 입력하면 구조물의 가장 효율적인 형태를 추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MIT 공대의 프로젝트인 ‘현수선CAD(Catenary CAD, CADenary)’라는 건축 디자인 툴은 가우디 건축 기법을 이용하는데 더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간단한 동영상을 통해 가우디의 늘어뜨리기 기법이 어떻게 다채로운 모양의 건축물 디자인으로 완성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http://vimeo.com/9662024)

“모든 것은 자연이 써 놓은 위대한 책을 공부하는 데서 태어난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작품은 모두 이 위대한 책에 쓰여 있다. 이 책은 전 인류에게 주어져 있으나, 이것을 읽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며 또 노력을 기울이기에 합당한 책이다.”

가우디가 남긴 말이다. 우리의 손에도 그 위대한 책이 주어졌음은 물론이다.

<가우디의 작품들>



[그림 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구엘 공원 입구, 성가족교회의 내부 석조 기둥, 구엘 공원 전경. 사진 제공 : 위키미디어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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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2-06-10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찬가지로 직선을 거부한 훈데르트 바서도 떠오른다.
http://blog.aladin.co.kr/manoa/459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