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독성 얼마나 강할까  

제 1676 호/2012-08-20

 

피서철이 되면 해수욕장에서 해파리에 쏘였다는 사고 뉴스가 종종 들려온다. 그런데 해파리의 독성은 얼마나 강할까?

일부 맹독성 해파리의 경우는 뱀이나 벌, 거미보다 강한 독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해파리 독은 웬만한 뱀이나 거미보다 강하다. 강력한 독성을 자랑하는 상자입방해파리에게 한 번 쏘이면 2분 만에 사망에 이를 정도다.

해파리에 쏘이면 고통도 엄청나다. 마치 뜨거운 인두가 살에 닿는 것과 같다고 비유될 정도다. 해파리는 사람이 다가오면 촉수에서 독침을 뽑아내는데, 많을 때는 수백 개의 독침을 한꺼번에 쏘기도 한다. 독은 혈액을 타고 전신을 돌면서 심장 박동을 억제하거나 혈압을 떨어뜨린다. 그밖에도 용혈과 같은 적혈구 파괴가 일어나고 체질에 따라 알레르기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독이 다양한 성분으로 이뤄진데다 증세도 복합적이어서 뾰족한 해독제가 없다는 것. 때문에 해파리에 쏘이면 상처 부위를 즉시 바닷물로 헹구고 플라스틱이나 조개를 이용해 독침을 빼내야 한다.

 

물만 많이 마셔도 두통 예방된다  

제 1677 호/2012-08-20

두통이 오면 흔히 진통제를 찾게 된다. 하지만 ‘물’만 꾸준히 마셔도 두통과 편두통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대학의 마크 스피그트 박사팀은 두통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기, 수면 개선하기, 카페인 섭취 끊기 등을 하게 했다. 그리고 이 중 50명에게는 하루 마시는 물의 양보다 1.5L 더 마시도록 한 후 3개월간 관찰했다. 3개월 후 ‘편두통을 기준으로 한 삶의 질’ 설문에 응한 결과, 물을 더 많이 마신 환자들의 점수가 훨씬 높았다.

연구팀은 “두통이 있는 사람들은 단기간에 물을 더 많이 마셔보고 그 효과를 관찰해 보는 방법을 한 번 시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굳이 두통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수분 보충은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다.

이 연구결과는 ‘가정의학(Family Practice)’ 저널 2012년 8월에 실렸다.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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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8-24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나도 열심히 물을 마셔야겠네요.
여름에는 물을 많이 마시지만 날이 서늘해지면 덜 마시게 되던데, 꾸준한 수분 보충 잊지 않을게요.

마노아 2012-08-25 23:36   좋아요 0 | URL
올 여름 어찌나 덥던지 물을 많이 마셔도 소변량이 별로 안 늘더라구요. 다 땀으로 나갔나봐요.
우리 계절이 바뀌어도 열심히 물을 마셔요~ ^^
 

   FUN 과학

제 1673 호/2012-08-15

굶으면 굶을수록 살찌는 다이어트의 비극!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찜통더위 속에서 운동장을 열 바퀴나 뛰고 돌아온 태연이는 집에 오자마자 물 한 병을 다 마시고 바닥에 널브러진다. 몽몽이가 태연의 찝찌름한 얼굴을 맛깔스럽게 핥아대는데도 태연은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한다.

“에고, 여름엔 운동 강도를 평소보다 10~20% 낮춰야 해! 높은 기온 때문에 땀이 발산되기 어려워서 체온이 급상승하고, 심박수도 높아져 위험할 수 있다고! 운동을 끝낸 다음에도 그렇게 털썩 누워버리면 심장에 몰린 혈액이 근육 쪽으로 순환되지 못해 급격히 맥박이 떨어지고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도 있단다. 어서 정리운동이라도 좀 해!”

“아빠… 헥헥…. 삼복더위에 살 빼려다 장렬히 전사했다고 친구들에게 전해주세요.”

“태연아, 아무리 워터파크 비키니를 위한 초스피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해도 이건 아니지. 왜냐! 결과적으로 살이 빠지지 않거든. 흔히 운동을 하면 바로 지방이 연소돼 살이 빠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뇌의 뇌하수체에 있는 체중조절 중추가 그렇게 내버려 두질 않아요. 체중이 일정하게 유지(setting point)되도록 끊임없이 조절을 하거든. 굶어서 단시간에 살을 뺐다가도 곧바로 요요현상이 오는 것도, 체중조절 중추가 예전 체중으로 돌려놓아 버리기 때문이란다.”

“그럼 이렇게 운동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단 말씀이세요?”

“아니지!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니까 당연히 좋고, 장기적으로 보면 다이어트 측면에서도 아주 도움이 많이 돼요. 운동을 하면 근육량이 많아지고, 그렇게 되면 기초대사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살이 덜 찌는 체질로 바뀌게 된단다. 다시 말 해 체온유지, 심장박동, 호흡, 근육의 긴장 등 생명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하는데 남들보다 훨씬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는 체질로 바뀔 수 있다는 말이야.”

“와, 그거 짱인데요? 얼마나 운동하면 기초대사량을 팍팍 늘릴 수 있어요?”

“그거야 근육 생성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일 년 정도 꾸준히 근육량을 늘리는 운동을 하면 확실히 기초대사량을 높일 수 있단다.

“네에? 아 진짜, 지금 농담하세요? 친구들이랑 워터파크 가기로 한 날이 딱 5일밖에 안 남았단 말이에요. 안되겠어요. 이젠 밥도 아주 쪼금, 병아리 눈물만큼만 먹을 거예요.”

“아이고, 그렇게 굶었다간 점점 더 살찌는 체질로 바뀌게 돼요. 우리 몸은 음식 섭취량이 크게 줄어들면 급격히 위기감을 느끼면서 지방 축적률을 높인단다. ‘어? 왜 밥을 조금만 주지? 큰일 났다. 최대한 지방으로 많이 축적해 두자! 그래야 버틸 수 있어!!’ 이러는 거지. 심지어는 기초대사량까지도 크게 떨어뜨려서 버린단다. 그래서 굶는 다이어트를 자주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초대사량은 낮고, 지방축적률은 높아요. 굶을수록 더 살찌는 체질로 바뀌어서 평생 살과의 전쟁을 벌여야만 하는 거지.

“그래도 아빠, 삼겹살 같은 지방 충만한 음식을 먹지 않으면 좀 낫지 않을까요?”

“아이고, 그렇지 않아요. 미국 보스턴아동병원의 카라 이벨링 박사팀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지방을 안 먹는 다이어트를 하면 저당(低糖) 또는 저단백질 다이어트를 할 때보다 평균 기초대사량이 220Cal나 줄어든다고 하는구나. 지방을 지나치게 적게 먹으면 기초대사량이 줄어 오히려 살찌는 체질이 된다는 거지.”

“지방만 안 먹으면 살이 빠지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살찌는 체질이 된다고요? 엄청 의외인걸요. 암튼 그래도 지방은 나쁜 거잖아요. 콜레스테롤이 있으니까.”

“콜레스테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콜레스테롤은 체내에서 세포의 안정성과 막 투과성을 유지하는 일을 하고,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 담즙산 등 스테로이드 계열 호르몬을 합성하는 원료가 되는 매우 중요한 성분이란다. 그런데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는 식품만 먹으면 몸속의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크게 낮아질까? 그렇지 않단다. 적게 섭취하면 간에서 많이 합성하고, 많이 섭취하면 덜 합성하는 식으로 일정수준의 콜레스테롤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간이 활동을 하거든. 그래서 채식만 하는 스님들의 콜레스테롤도 일반인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란다.”

“엥? 지방을 많이 먹으면 그게 몸속에 쌓여서 살이 찌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아져서 심장병 같은 거에 걸리는 게 아니었어요?”

“이미 공식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게 밝혀졌어요. 지난 2010년 농촌진흥청은 “식품으로 섭취된 콜레스테롤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단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고. 물론 지나치게 많은 지방을 섭취하면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만, 적당한 섭취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얘기야.”

“아, 정말. 그럼 어쩌라고요! 운동은 일 년씩 해야 된다 그러고, 굶었다간 살찌는 체질로 변한다고 하고, 지방을 안 먹는 것도 소용없다 그러고. 그럼 어떡하란 말이에요! 아빠 닮아 두툼하게 늘어진 이 뱃살들을 커버할 수 있는 비키니 수영복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욧!”

“방법이 없는 건 아냐. 당분 섭취를 줄이는 건 크게 도움이 되지. 당은 포만감을 거의 주지 않기 때문에 과식을 유도하는데다, 체내에서 지방으로 매우 쉽게 전환되거든. 그러니까 당이 많은 탄산음료나 흰쌀밥, 빵 같은 음식의 섭취를 확 줄이면 확실히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지. 하지만 그것보다 비키니를 안심하고 입을 수 있는 훨씬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 있단다.”

“지, 진짜요? 그게 뭔데요? 빨랑 알려달라고요!!!”

“너처럼 푸짐한 배 둘레 타이어를 가진 여자가 이상형인 남자를 찾으면 된단다.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힘들 테고, 어디 케냐나 우간다 혹은 알레스카 쪽에는 있지 않을까? 물론 거기에도 있을지 확신이 서진 않지만 말이야.”
“아빠!! 증오해버릴테야요!!!!”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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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68 호/2012-08-08

[이달의 역사]마라톤은 왜 42.195km일까?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며 다양한 육상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육상 경기는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달리고, 뛰고, 던지는’ 동작 없이 이루어지는 스포츠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보다 빨리!(Citius), 보다 높이!(Altius), 보다 힘차게!(Fortius)의 올림픽 표어도 결국은 육상의 정신과 같다.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 숫자가 가장 많은 종목도 육상으로, 무려 47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육상 경기라 하면 100m, 200m, 마라톤 등의 달리기 외에 멀리뛰기, 높이뛰기,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등을 통틀어 말한다. 육상 경기의 유래는 고대 5종 경기에서 찾을 수 있다. 고대 5종 경기는 달리기, 멀리뛰기,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레슬링으로 고대 병사들의 종합적인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고대 5종 경기에는 원시 사냥의 흔적이 남아 있다. 먹잇감을 쫓으려 달려야 하고(달리기), 개울을 훌쩍 뛰어넘어야 하고(멀리뛰기, 높이뛰기), 돌을 던지거나(포환던지기, 해머던지기, 원반던지기), 창이나 화살을 날려야 한다(창던지기). 즉 육상은 ‘인간이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흔적’이고, 인간이 사냥을 안 해도 먹고살 수 있게 되자 스포츠로 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대 올림픽은 기원전 776년부터 기원후 393년까지 1169년 동안 그리스 제우스 신전에서 5일간 펼쳐졌다. 첫째 날에는 개회식을 열고, 제우스 신을 기리는 제사를 지냈다. 둘째 날에는 약 700m 길이의 U자 트랙 경기장에서 5종 경기가 열렸으며 다음날부터는 그 외의 육상 경기가 펼쳐졌다. 마지막 다섯째 날에는 완전 무장을 한 남자 선수들의 중거리 경주가 벌어졌다. 고대 올림픽 종목은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열리면서 시대에 맞게 바뀌게 된다.

오늘날 육상 경기는 크게 트랙 경기, 필드 경기, 도로 경기, 혼성 경기 4가지로 나뉜다. 우리가 잘 아는 달리기는 100m, 200m, 400m등의 단거리와 800m, 1500m의 중거리, 5000m, 1만m의 장거리가 포함된 트랙 경기다. 트랙을 벗어나 도로를 달리는 마라톤은 도로 경기에 속한다. 그런데 100m, 200m 등 딱 떨어지는 거리를 달리는 필드 경기와 달리 마라톤은 42.195km를 달려야 한다. 40km도 아니고 42.195km가 된 이유가 있을까.

마라톤의 유래는 전설로부터 시작된다. 기원전 490년 아테네군 1만 명과 페르시아군 10만 명이 아테네 동북방으로부터 40.2km 떨어진 마라톤 평원에서 대전투를 벌였다. 아테네군은 격전 끝에 페르시아군을 물리쳤고, 이 기쁜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페이디피데스(Pheidippides)’라는 병사가 아테네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페이디피데스는 아테네에 도착해 수많은 시민들에게 “기뻐하라, 우리가 정복했다.”는 한마디를 전하고 그대로 쓰러져 죽었다. 페이디피데스가 달린 거리가 42.195km라서 이를 기리기 위해 마라톤 거리로 정해졌다고 전해지지만, 알고 보면 이 이야기는 전설에 불과하다.



[그림] 마라톤 경주로에 세워진 페이디피데스의 동상.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마라톤 전투를 자세히 기록한 헤로도토스의 『역사』 책은 물론, 플루타르크가 기록한 마라톤 전투에도 위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이 전설은 기원후 2세기 때의 작가 루키아노스에 의해 처음 언급됐는데, 아테네까지 달려간 병사가 페이디피데스라고 하는 것도 의문이 많다. 페이디피데스는 원래 페르시아군이 마라톤 평원 근처 해안에 상륙하자 아테네군 사령부가 241.4km 떨어진 스파르타에 긴급 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보낸 병사의 이름이다. 그는 꼬박 이틀 동안 달려 원병을 요청했지만 스파르타군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틀 동안 241.4km를 달려가서도 끄떡없었던 페이디피데스가 마라톤 평원에서 전투가 끝난 뒤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아테네까지 40km를 달린 뒤 쓰러졌다는 것도 의문의 여지가 많다. 일부에서는 페이디피데스가 마라톤 평원에서 스파르타까지 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달렸던 내용이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마라톤 거리가 241.4km가 돼야 한다.

아무튼 아테네에서 열린 제 1회 근대 올림픽에서는 이 마라톤 전쟁의 이야기를 스포츠로 승화시켜 마라톤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마라톤 경기의 첫 우승자는 그리스의 목동 스피리돈 루이스(Spiridon Louis)였다. 국왕은 루이스에게 금메달과 우승자의 증서, 그리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물을 나르는 데 필요한 좀 더 좋은 마차와 힘센 말만 받겠다고 했을 뿐이다. 한 초콜릿 공장에서는 그에게 평생 무료로 초콜릿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으며, 결혼하자는 청혼도 많이 받았다. 그만큼 당시 마라톤 우승자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렇다면 마라톤 거리가 42.195km로 결정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의 거리로 결정된 것은 1908년에 열린 제 4회 런던 올림픽에서부터다. 처음에는 출발 지점을 주경기장으로 해 총 42km를 달리기로 정했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영국 황실 사람들이 “마라톤 출발 모습을 보고 싶다. 출발선을 윈저궁 황실 육아실의 창 아래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 바람에 거리가 195m 더 늘어났고, 이후부터 42.195km로 굳어졌다.

그러나 1912년 스톡홀롬 올림픽 마라톤 거리는 또 변해 40.2km였고, 1920년 앤트워프 올림픽 땐 42.75km나 됐다. 이렇듯 올림픽 마라톤 코스 길이는 주최 측의 사정에 따라 달라졌다. 결국 1924년 파리 올림픽 때 ‘1908년 런던 올림픽 때를 기준으로 하자’는 의견이 채택돼 현재의 42.195m로 확정됐다. 당시 영국은 모든 분야에서 영향력이 가장 강력했기 때문이다.

육상 경기 중 최장시간이 소요되는 마라톤은 인간의 지구력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의 스포츠다. 총 거리도 길지만 트랙이 아닌 도로를 달리는 경기이기 때문에 더위나 주변 소음, 완만하지 않은 경주로 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달리고 또 달린다. 오는 8월 12일 남자 마라톤 경기가 열린다. 전쟁에서 시작해 이제는 만인이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 잡은 마라톤. 마라톤에 얽힌 역사를 알고 보면 경기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글 :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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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4 0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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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4 1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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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63 호/2012-08-01

여름의 불청객이라고? ‘땀’의 항변

“그래, 나 뚱뚱하다!”

인기리에 방송 중인 ‘개그콘서트’의 네 가지 코너. 이 코너의 백미는 ‘뚱뚱한 남자’의 대변인으로 나서는 개그맨 김준현 씨다. 빨간 넥타이가 빈약해보일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가진 그가 단상에 올라 손수건을 꺼내는 순간부터 관객들은 포복절도한다. 뚱뚱한 이에 대한 오해를 늘어놓는 그의 입담도 입담이지만, 온몸을 적셔버릴 듯 흐르는 땀이 뚱뚱한 자의 비애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이 깊어질수록 김준현 씨와 비슷한 몸매를 가진 사람들은 괴롭다. 두꺼운 피부와 늘어난 피하지방 때문에 남들보다 더 덥고 땀도 많이 흘리기 때문이다. 특히 땀은 흘리는 모습이 지저분해 보이는데다 마르는 과정에서 냄새도 나기 때문에 이들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된다.

그러나 사실 땀은 인간에게 고민거리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다. 몸의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진화과정에도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또 특정 부위에서 나는 땀은 사람의 감정 상태를 반영하기도 한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더운 환경에서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게 체온조절은 필수적이다. 뜨거워진 몸을 식히기 위해 동물이 쓰는 방법은 복사와 대류, 전도, 증발이다. 예를 들어 동물의 털이나 새의 깃털은 들어온 열을 붙잡아서 다시 주변 환경으로 내보내는 복사 형태로 배출한다. 사람의 머리털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머리가 뜨거워지지 않도록 보호한다. 또 땅을 밟는 발 등을 통해 몸으로 들어온 열을 전도 형태로 내보낸다. 대류에 따른 공기의 흐름은 몸 주변의 열을 빼앗아간다.

그런데 기온이 높아질수록 체온과 외부 온도의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위에 설명한 세 가지 방법으로 내보낼 수 있는 열의 양이 줄어든다. 결국 땀을 흘리고 이를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 가는 ‘증발’의 방법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또 동물이 활동을 더 많이 할수록 신체 내 대사가 많이 일어나서 큰 근육을 중심으로 많은 열을 발생시킨다. 이때 증발을 통해 열을 효과적으로 내뿜는 게 생존에 필수적인 능력이 된다.

동물에 비해 털이 없는 인간에게 땀은 더 중요한 냉각 체계다. 인간의 몸을 식히는 땀은 주로 ‘에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물처럼 맑은 땀이다. 대량의 땀을 내보내고 빨리 증발시키는 에크린 땀샘은 신체 표면에 200~400만 개 정도 있으며, 평균 밀도는 1㎤ 당 150~340개 정도다.

반면 포유류의 피부에는 ‘아포크린 땀샘’이 많다. 아포크린 땀샘은 뿌연 점액질의 땀을 적게 배출하며, 이 땀이 건조되면 끈적거리는 방울 모양이 된다. 말 같은 동물은 아포크린 땀이 피지샘에서 나오는 피지와 결합해 거품 형태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체온을 조절하기도 한다. 인간 피부 중에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귀 부분에 아포크린 땀샘이 소량 분포하고 있다.

인간이 에크린 땀샘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다른 동물들이 그늘에서 쉬는 낮 시간 동안 활동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먹이를 구하거나 도구를 만들 재료를 찾기 위해서 인간은 멀리까지 이동해야 했다. 결국 우리 조상은 트인 환경에서 오랫동안 빠르게 움직여야 했으므로 몸을 효과적으로 식힐 방법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뇌의 크기가 커졌다는 것이다. 신체 기관들이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온이 일정해야 하는데, 특히 뇌는 온도에 취약하다. 고열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대화와 사고에 문제가 생기며, 뇌의 온도가 섭씨 40도를 넘기면 의식이 혼미해진다. 섭씨 42도를 넘은 상태가 계속되면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른다. 진화를 거치면서 인간의 뇌는 점점 커졌고, 뇌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다량의 땀을 흘려 동맥 속에 흐르는 혈액의 온도를 조절하고 뇌를 효과적으로 식히게 된 것이다.

결국 인간은 활동량이 늘어나고 뇌가 커지기 시작한 직립보행 시기 즈음부터 땀을 많이 흘릴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아포크린 땀보다 에크린 땀을 잘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실제로도 지구에서 에크린 땀을 가장 잘 만드는 동물이 인간이다.

땀의 또 다른 기능은 감정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에크린 땀샘은 열에 반응해 땀을 만들고 체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손바닥과 발바닥은 예외다. 이곳은 우리 몸에서 가장 오래된 에크린 땀샘이 있는 곳으로, 열이 아니라 ‘정서적 자극’에 반응한다.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는 순간, 우리는 손이 차갑고 축축해진 걸 느낄 수 있다. 또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응원하는 야구팀이 역전 홈런을 치는 모습을 볼 때 손에 땀을 쥐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손바닥에 있는 에크린 땀샘이 불안과 초초, 흥분의 감정을 반영해 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안이나 흥분을 느끼면 교감신경계가 약하게 자극되고, 손바닥에 있는 에크린 땀샘에서 땀이 배출된다. 날씨나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흐르는 땀이라고 해서 이런 땀을 ‘감정적 땀’이라고도 한다.

손바닥과 발바닥의 땀샘이 왜 감정에 반응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그러나 오래 전 인간의 조상이 나무 위에서 살 때 이런 특징이 만들어졌다는 의견이 있다. 작은 영장류의 손과 발에 있는 지문에 습기가 약간 있으면 피부감각이 더 예민해진다. 예민해진 촉각은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유리하므로 나무 사이를 더 안전하게 이동하려면 손바닥과 발바닥에 있는 땀샘이 자극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감정적 땀은 현대 법의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범죄 용의자의 손바닥에 땀이 난다면 초조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땀샘이 활동해 손과 발이 축축해지면 전기전도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이용해 용의자의 불안 정도를 추정하거나 거짓말 탐지기를 만들기도 한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오래 볼수록 소중한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존재들이 있다. 땀과 땀샘이 바로 그렇다. 땀샘과 거기서 나오는 땀은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는 땀 덕분에 낮에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고 뇌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이렇듯 땀은 오늘날 인간의 모습을 만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셈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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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8-0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땀도 나이 들수록 양이 더 많아지는걸까요?
요즘 땀구멍이 만개했나? 싶을정도로 예전보다 땀이 많이 나더라구요.ㅋ
뇌가 큰 사람은 땀을 더 많이 흘릴까요??ㅋ
이상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군요.
더워서 그런가봐요~^^
여름 시원하게 잘 보내세요~~

마노아 2012-08-03 10:26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더위를 더 많이 타게 되는 것 같긴 해요. 열불이 난다고 할까요. ㅎㅎㅎ
머리가 크다고 뇌가 크지는 않겠죠? 그런 위안이라도 있음 좋겠어요..;;;;;
책읽는나무님도 이 더운 여름 지치지 말고 즐겁게 보내셔요~
요새는 정말 불타는 햇볕이에요...(>_<)
 

   FOCUS 과학

제 1659 호/2012-07-30

기생충, 공포영화 소재 될 만하네~

언제부터인가 공포영화의 소재가 초자연적인 존재에서 ‘있을 법한 생물’로 옮겨가고 있는 듯하다. 예전에는 처녀귀신이나 지박령, 늑대인간 등 상상의 소재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세균이나 변종 동물 등 현실세계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것들이 주역으로 등장한다. 그럴싸한 과학적 근거도 붙어서 말이다. 한강의 ‘괴물’에도 몰래 폐기한 화학약품 때문이라는 설정이 붙고, 고전적인 공포영화의 주인공인 ‘좀비’마저도 이젠 바이러스나 기생충에 감염된 결과로 묘사되곤 한다.

이러한 트렌드에서 최근 각광받는 것이 바로 ‘기생충’이다. 기생충은 숙주(먹이)의 몸을 빌어 번식하는 생물이다. 다른 생물을 먹이로 한다는 점에서 기생충은 포식자이기는 하지만 특이하게도 먹이를 가급적 살려두려는 이상한 포식자다. 먹이의 몸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생충에 감염되더라도 겉으로 보기에는 별달리 특이한 점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멀쩡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몸속에는 무서운 생물이 자라고 있더라’ 라는 식으로, 익숙한 일상이 공포로 변하는 장치에 딱 적합한 소재인 셈이다.

올해 7월 초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연가시’는 이런 공식에 충실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기생충이 실존하는 기생충의 변종이라는 설정이다. 연가시에 캐릭터성을 부여하기보다 감염과 전파 과정에 초점을 맞춰 현실감도 제법 살렸다. 게다가 실존하는 제약회사와 구충제가 실명으로 버젓이 등장한 탓에 실제로 영화 개봉 이후 영화에 등장한 구충제를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다고 한다.

◆곤충을 좀비로 만드는 무서운 기생충들
연가시는 유선형동물문 연가시강에 속한 동물을 한데 묶어 이르는 말이다. 생김새 때문에 실뱀, 철사벌레 같은 이름으로도 불린다. 영어명은 아예 ‘말털(Horsehair)’일 정도다. 연가시는 산 속의 맑은 물가에 떠다니기도 하는데, 이름 그대로 은빛을 띤 양파 뿌리처럼 보인다. 몸에 눈이나 숨구멍, 하다못해 플라나리아에게도 있는 안점(眼點)조차 없어서 얼핏 보면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자극에 대한 반응도 워낙 느려 손에 닿더라도 꿈틀대지 않는다.

물속에서는 이렇게 얌전해 보이는 연가시지만 곤충의 몸속으로 들어가면 에일리언이 따로 없다. 물속의 연가시 성충이 낳은 알은 물가로 온 곤충들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부화한다. 깨어난 애벌레는 숙주의 내장을 차근차근 먹어치우고 10~15cm 정도가 될 때까지 자라서 내장 대신 배 속을 빽빽하게 들이 채운다. 경우에 따라서는 1m가 넘게 자라는 경우도 있을 정도니, 연가시가 자랄 대로 자라면 곤충은 말 그대로 껍데기밖에 남지 않을 정도다. 연가시의 주요 숙주 중 하나인 메뚜기의 배 길이가 3~4cm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저 커다란 녀석이 어떻게 자그마한 뱃속에 들어갈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죄다 뜯어 먹혀서 텅텅 빈 뱃속을 기생충이 꽉 채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러운데, 연가시는 숙주의 행동을 조종하기까지 한다. 연가시는 공기 중에 노출되면 얼마 살지 못한다. 숙주의 몸속에서 자란 연가시가 성충으로 자라 번식하려면 가급적 빨리 물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연가시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숙주가 스스로 물에 빠져 죽도록 조종하며, 이때다 싶으면 숙주의 배를 찢고 물속으로 튀어나온다.

[그림]연가시는 숙주인 곤충을 조종해 물속으로 뛰어들게 만든 뒤 숙주의 몸속에서 빠져나온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이처럼 무시무시한 생활사 덕분에 연가시는 대표적인 혐오곤충 중 하나인 ‘꼽등이’와 엮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지와는 다르게 연가시는 1급수에서만 사는 청정 생물이다. 사체나 썩은 유기물을 주로 먹는 꼽등이와는 상종할 일이 별로 없다. 영화에서 연가시가 1급수가 아닌 한강으로 풀려나오는 설정은 고증오류 중 하나인 셈이다.

이밖에 연가시처럼 숙주의 생각까지 조종하는 무서운 기생충으로 ‘케르카리아(cercaria)’가 있다. 정확히는 란셋흡충(Dicrocoelium dendriticum)이라는 디스토마의 한 종류의 유충을 일컫는 말로, 성충은 양이나 소에 기생한다. 포유류에 기생하는 많은 기생충처럼 란셋흡충도 곤충을 중간숙주로 삼는다.

란셋흡충의 알은 감염된 소나 양의 배설물에 섞여 나온다. 이 알이 흙 속에 섞여 달팽이에 먹히면 달팽이 몸속에서 부화한다. 달팽이는 몸속에 사는 유충인 케르카리아를 점액질로 둘러싸서 몸 밖으로 쫓아낸다. 여기까지만 보면 케르카리아가 달팽이에게 대책 없이 퇴치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추진력을 얻기 위해 웅크리는 과정일 뿐이다. 케르카리아가 잔뜩 들어찬 점액덩어리는 개미가 먹어치우고, 개미의 몸속으로 들어간 케르카리아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성체가 될 채비를 마친다. 특이하게도 한 마리의 케르카리아만은 다른 것들과 다르게 식도 아래의 신경중추로 이동해서 개미를 말 그대로 ‘조종’한다. 이 한 마리의 영향으로 개미는 저녁마다 집단을 빠져나가 풀 꼭대기에 올라가서 새벽이 될 때까지 꼼짝 않고 기다린다. 소나 양과 같은 동물들이 밤참을 즐기다가 케르카리아에 감염된 개미까지 덥썩 베어 물면 개미를 조종하던 한 마리는 죽고 나머지 유충들은 무사히 숙주의 몸속으로 들어가 성장한다.

◆사람에게도 연가시 감염이 가능할까?
물론 현실에서는 연가시나 케르카리아가 사람 생각과 행동을 조종하는 일은 없다. 기생충들이 생물의 몸속이라는 매우 특수한 환경에 적응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곤충을 숙주로 삼는 기생충이 포유류에게 기생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연가시와 비슷하게 생긴 기생충이 사람에게 기생하는 일은 있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 만연하는 병 중 ‘기니아충병’이라는 것이 있다. 이름 그대로 기니에서 많이 발견되는 질병으로 ‘메디나충병’이라고도 한다. 이 병은 ‘메디나충(Dracunculus medinensis)이라는 기생충이 일으키는 질병으로, 고대 이집트의 미라에서 발견되고 성서에 ‘불뱀’이라는 이름으로 언급될 정도로 역사가 길다. 연가시보다 조금 더 긴 모양의 메디나충은 유충 시절을 물속에서 보내다가 사람이 물을 마시면 몸속에 들어가서 기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유충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이 병이 유행하는 동안은 학교들이 몇 달을 쉴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다.

인간의 몸속에 침투한 메디나충은 피하조직으로 들어가 꿈틀꿈틀 움직이며 주변의 조직으로부터 양분을 얻는다. 다 자라면 50~80cm나 되는 기생충들이 피부 속을 헤집으며 기어 다니니, 감염된 사람으로서는 미칠 노릇이라고 한다. 메디나충은 사람의 몸속에서 교미를 한 후 알을 밴 암컷이 발목 쪽으로 내려와서 다시 물속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암컷이 수정한 후 1년 정도가 지나면 환자의 다리는 걷지 못할 정도로 퉁퉁 부어오르며 가렵고 따가운 수포가 생긴다. 수포가 생긴 부분에는 작열감이 아주 강한데, 이를 식히려고 물속에 발을 담그면 수포가 터지면서 알주머니가 나오는 것이다.

그나마 뇌를 조종하는 식의 엽기적인 일은 하지 않지만 메디나충으로부터 받는 고통은 대단하다. 일단 몸속에 침투한 메디나충은 피하조직 깊숙이 파고드는지라 구충제도 듣지 않는다. 때문에 메디나충이 피부 가까이에 있을 때 칼로 째서 막대에 감아 천천히 꺼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1m쯤이나 되는 것들을 하루에 2~3cm씩 감질나게 빼내니 완전히 뽑아내는 데도 한달이나 걸린다. 이 과정에서 겪는 고통도 엄청나서 기절하는 환자도 있다고 한다. 다행히 기생충학자들의 노력으로 피해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메디나충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기생충은 생물의 몸속에서 생활하는 탓에 기괴하고 나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엄청나게 진화한 생물에 해당한다. 살아있는 생물의 몸속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수많은 효소와 화학적 방어체계를 뚫어야 하고, 침투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숙주의 면역체계를 회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숙주의 몸속에서 생활하므로 실제 생활사를 관찰하기도 쉽지 않은 탓에, 기생충에 대한 연구도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기생충의 모티브가 연가시나 에일리언과 같은 공포영화에 자주 등장하는지 모른다. 미지의 대상일수록 경이롭고 무서운 법이니까.

글 : 김택원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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