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61 호/2012-07-30

“여름이니까 아이스커피~ 여름엔 ○○아이스~”


무더위가 찾아올 때쯤이면 어김없이 출시되는 아이스커피믹스. 뜨거운 물을 부어야 하는 일반 커피믹스와 달리 찬물에도 잘 녹아 편리하다. 찬물에도 잘 녹는 비법이 따로 있는 것일까?

일반 커피믹스에는 야자유로 만든 크림이 들어간다. 야자유는 상온에서 고체 상태로 존재하는 지방으로, 물 온도가 섭씨 25도 이상이 되어야 녹는다. 때문에 아이스 커피믹스에는 야자유 대신 해바라기유로 만든 크림이 들어간다. 해바라기유는 녹는점이 낮아 찬물에도 잘 녹는다.

또 아이스 커피믹스의 커피 입자 크기가 일반 커피믹스 입자에 비해 더 작다. 입자들의 표면적이 넓어져 물에 녹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이다.

 

출처 : 과학향기

 

탈수증보다 수분 과잉이 더 위험하다고?  

제 1662 호/2012-07-30

물을 많이 마시면 피부는 물론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체내 수분이 과할 경우, 탈수증보다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학의 팀 노아케스 박사는 ‘지구력 운동에서 체내 수분 과잉의 심각성(The Serious Problem of Overhydration in Endurance Sports)’이라는 책의 저자다. 노아케스 박사는 이 책에서 탈수증으로 인한 신체 마비는 체내 수분이 15% 이상 줄었을 때 일어난다고 밝혔다. 사막에서 물 없이 이틀간 지낼 때 줄어드는 양이다. 하지만 체내 수분이 2%만 늘어나도 전신에 부종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인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저나트륨 뇌장애가 일어나 의식장애, 발작, 뇌졸중, 혼수상태로 발전할 수 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학회 회보(BMJ)’ 2012년 7월에 실렸다.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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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과학

제 1654 호/2012-07-23

방탄복보다 강하다? 펜싱복의 비밀

2012년 7월 27일, 런던올림픽이 개막한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종목에 참가하는데, 그중 한국의 펜싱팀은 한국에서 펜싱이 시작된 이래 최다 선수들이 출전해 세계인들과 실력을 겨룰 예정이다.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스포츠인 펜싱은 첨단 과학의 보고다. 알고 보면 두 배로 즐길 수 있는 펜싱의 과학을 소개한다.

1945년 일본 유학생들로부터 국내에 처음 도입된 펜싱은 유럽 강국의 선수들과의 체격과 기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남자 플뢰레 김영호 선수가 금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 플뢰레 남현희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펜싱(Fencing)의 핵심은 ‘검’이다. 펜싱 경기는 플뢰레(Fleuret 또는 Foil), 에페(Epee), 사브르(Sabre) 세 종목으로 나뉘는데 이 생소한 용어들도 사용하는 검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플뢰레는 1567년 프랑스에서 펜싱 학교인 루이 아카데미를 창설하며 시작됐고, 에페와 사브르는 이탈리아와 헝가리의 검법에 근거를 두고 시작됐다.

펜싱은 무기(검)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16세기 앙리 드 생크 디디에(Henry de Sainct-Didier)라는 프랑스인이 플뢰레 검법을 처음으로 제시했는데, 근접 거리에서 가늘고 긴 칼로 빠른 몸놀림을 사용해 찌르기를 수행하는 경기 특성상 눈 부상이 속출했다. 때문에 플뢰레 경기는 18세기말 프랑스의 펜싱 지도자였던 ‘라 보에시에르(La Boëssière)’가 정교한 마스크를 만들고 나서부터야 보편화됐다.

1982년에는 펜싱 경기 도중 부러진 칼이 마스크를 뚫고 들어가 구소련 선수가 사망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처럼 격렬한 경기 도중 칼날이 부러져 선수의 보호 장비를 뚫고 들어가는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펜싱은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보호 장비 제작에 첨단과학을 이용하고 있다.

국제펜싱연맹(FIE, Federation Internationale dEscrime) 공인 대회에서는 의무적으로 선수보호용 재킷을 합성섬유인 케블라로 만들도록 한다. 케블라는 가볍고 튼튼한 특성으로 인해 방탄조끼나 헬멧에 많이 사용되는 소재다. 또 바깥재킷(800N, 81.6㎏)과 안쪽 재킷(800N)을 합쳐 총 1600N(163.3㎏)의 저항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한다. 얼굴을 보호하는 마스크는 스테인리스 강철로 만든다. 그물코의 짜임새는 구멍 뚫기 테스트에서 허용되는 힘의 두 배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조밀하게 구성돼 선수들을 날카로운 칼날로부터 보호한다. 마스크의 목보호구(bib)는 1600N의 저항과 12㎏의 압력을 견딜 수 있게 제작된다.

펜싱용 칼은 마레이징 강철(검의 몸 : lamé 람므)을 사용해 만든다. 마레이징 강철은 제트 전투기를 만들 때 사용되는 합금 강철로, 탄소 강철보다 강하고 잘 부러지지 않는다. 칼끝(부똥 : 검의 최전방에 달려 있음)에는 상대방의 칼에 닿자마자 채점이 가능하도록 센서가 달려 있다.

[그림] 펜싱복에는 금속선이 고르게 분포돼 있어 상대 선수의 유효 부분을 찌르면 바로 센서가 작용해 공격이 성공했음을 알려준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그런데 어떻게 펜싱 칼이 닿자마자 점수가 매겨지는 걸까? 펜싱 경기를 자세히 보면 선수들 옷 뒤에 긴 전선이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펜싱은 각 종목별(플뢰레, 에페, 사브레) 득점부위에 금속선이 고르게 분포된 경기복을 입는다. 그리고 재킷 뒤로는 전선이 길게 연결돼 있어 상대편의 득점 부위를 찌르면 센서가 바로 작용해 알려준다. 이런 센서들은 대부분 압력 센서로, 자극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심판의 눈으로 놓칠 수 있는 공격도 순간적으로 반응해 전등의 불을 밝히며 공격의 성공을 알린다.

검투에서 시작돼 오랜 역사를 가진 고전적 스포츠 종목과 현대 첨단 기술의 만남을 곧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관전할 수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을 위해 그동안 피땀 흘리며 연습했을 선수들. 이렇듯 과학의 발달은 선수들이 더욱 안전하게 경기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전자심판을 통해 자칫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정확히 기록하며 그들의 실력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있다.

글 : 김태완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국가대표 펜싱담당연구원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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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과학

제 1653 호/2012-07-18

보양식, 알고 보니 비만식?

7월 18일은 초복(初伏)이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복날이 되면 개나 닭 등 보양식을 챙겨 먹으며 무더위를 견디는 풍습이 있었다. 여름철 기운이 없고 입맛을 잃었을 때 찾는 대표적인 음식이 소위 말해 ‘보양식(保養食)’이다. 보양식은 문자 그대로 몸을 보하고 강하게 한다는 의미의 음식이다. 그런데 과연 보양식을 먹으면 무더운 여름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까?

과거에는 보양식을 먹고 나면 왠지 힘이 나는 것 같고 기분도 좋아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렇다면 요즈음은 어떤가? 기분은 그렇다 쳐도, 체력이 좋아지는 느낌이 드는가? 보양식 몇 번 먹었더니 오히려 배만 더 나오는 것 같이 느껴지지는 않는가?

현재의 보양식은 과거에 비해 그 맛이나 영양 면에서 더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양식을 먹어도 그리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보양식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우리 몸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전체적으로 섭취하는 칼로리가 부족했고 식단도 채식 위주였다. 이런 식생활에 익숙했던 우리 몸에 고칼로리의 동물성 단백질 및 지방을 공급하면 우리의 몸은 일시적으로 반짝하는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이미 영양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몸은 보양식을 먹더라도 잉여 에너지가 돼 지방 및 뱃살 축적만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그림 1] 여름철 대표적인 보양식, 삼계탕. 사진 출처 : 동아일보


보양식이 비만식이 된 것이다. 아래 [표 1]은 대표적인 보양식 1인분을 먹을 때의 섭취 칼로리와 영양소의 구성비를 보여준다. 보양식의 공통적인 특성은 고칼로리, 고지방식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의 지방질 평균 섭취량이 20%인데 반해, 보양식에 함유된 지방질은 우리 몸에 해롭다고 알려진 패스트푸드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35%를 상회한다. 게다가 보양식을 먹을 때는 평소보다 많이 섭취하기 때문에 실제 섭취량은 1.5~2배 정도가 된다. 활동이 그리 많지 않은 현대인들의 하루 칼로리 소모량이 2,000kcal 전후라고 하면, 하루 소모량의 2/3 또는 거의 전부를 한 끼의 보양식으로 채우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식사는 전부 잉여 영양으로 우리 몸에 쌓이게 되는 것이다.

열량(kcal)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
장어양념구이 1551 39 18 43
흑염소샤브샤브 1380 41 23 36
삼겹살 1183 33 18 49
양갈비 1133 37 23 40
보신탕 995 37 21 42
삼계탕 1001 16 38 46
잉어찜 1118 39 39 22
버거킹와퍼세트 1263 47 10 43

           [표 1] 보양식의 열량과 영양 구성

보양식 또는 보신식품은 음식으로 건강하려는 한국인의 염원을 가장 잘 표현하는 용어가 아닐까. 한국인만큼 섭생을 제일의 건강관리법으로 생각하는 민족은 그리 많지 않다. 건강기능식품의 소비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몸에 좋다고 알려지면 거의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녹용, 웅담, 곰 발바닥 등이며 이들의 세계소비량의 80~90%가 한국 사람들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으로 건강해 지려는 한국인의 속성을 살펴보면 [표 2]와 같다. 각 원 속 부채꼴의 크기는 그 요소가 차지하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실제로 음식이 건강에 큰 영향을 못 미침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는 가장 큰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인의 이러한 속성을 증명하는 예로는 음식, 건강과 관련된 TV 프로그램의 양이다. 세계 어디를 가 봐도 음식과 관련된 프로를 이렇게 많이 편성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음식과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지대하다 보니 TV는 당연히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또 다른 증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오르는 산 아래나 골프장 근처에 수많은 음식점이 있는 나라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표 2] 한국인의 건강에 관한 음식관


재미있는 사실은 ‘식품으로 병을 고친다’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 중에 건강이 나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영양가 높은 음식을 많이 먹는다는 믿음 때문에 실제로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체중, 운동, 술, 담배 등의 습관은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보양식은 단지 우리가 즐기는 많은 음식 중 하나여야 한다.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감사하게, 그리고 덜 먹는 것이 최고의 보양법이다. 보양식을 즐기더라도 1인분의 2/3 정도의 양이 적당하다. 음식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나는 진정한 보양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 유태우 신건강인센터 원장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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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7-19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복날 같은거 챙겨가며 음식하지 않는데, 여기 사람들은 굉장히 챙기는 분위기에요.
전에 와일드보이 엄마가 준 전복으로 전복죽 쒀 줬으니, 나름 보양식을 먹인 건가?^^
우리집은 빈약한 식단이지만, 보통은 영양과잉 시대를 사니까 특별히 보양식 챙길 필요가 없을 듯...

마노아 2012-07-19 18:59   좋아요 0 | URL
집에선 닭죽을 만든 것 같은데 저는 못 먹었어요. 오늘도 못 먹고 나왔어요. 요새 이것저것 일이 많아서 말이지요.^^;;;
그치만 요새 직장에서 영양 과다로 체중이 불었어요. 아흐 동동다리예요..ㅜ.ㅜ

2012-07-19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19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2-07-24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에 일하면 꼭 야식을 먹게 되죠. 그래서 마노아님 체중이 불었나봐요.

마노아 2012-07-24 15:34   좋아요 0 | URL
학생들도 배가 고프니 먹거리가 늘 넘쳐요. 게다가 탄수화물과 기름의 결합은 치명적이에요. 비만 오면 부침개가 어찌나 쌓이던지.. 부장님이 툭하면 오밤중에 회식을 시키는 것도 저의 다이어트에 적이네요.^^;;;;
 

   FUN 과학

제 1648 호/2012-07-11

[납량특집]인류의 식인 풍습이 진짜라고?

캠핑장 뒷산으로 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그릴 위에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이때가 태연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삼시 세끼 고기를 구워달라는 무식한 주장을 해도 별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는 유일한 공간, 캠핑장이 있어 태연은 여름이 좋다.

“가족여러분! 다시 여름이 찾아왔고, 우리는 캠핑장에 왔고, 배꼽이 튀어나올 만큼 바비큐도 실컷 먹었습니다. 자, 이제 그럼 오랜만에 납량특집 무서운 얘기 배틀을 시작해 볼까요~~?”

태연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오늘을 위해 식인종에 관한 무서운 얘기를 미리 준비해뒀던 것이다!

“롱~롱~어고, 아프리카 정글에서는 마을에서 가장 예쁜 처녀를 뽑아서 신께 제물로 바치고 부족전체가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고 합니다. 입가에 피를 질질 흘리면서… 으흐흐… 무섭죠~~!”

“에고, 우리 태연이 또 오버한다 오버해. 그런 얘기는 영화에서나 나오는 거고, 실제로 식인 현장을 목격했다는 사람은 거의 없단다. ‘그렇다고 하더라’ 또는 ‘그랬었다고 하더라’ 식의 자료가 대부분이지. 식인 이야기들은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만들던 시절에 식민 세력의 선두로 파견된 사람들이 ‘원주민은 사람을 먹는 미개인 중 미개인’이라고 강조하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수집했다는 설이 많아요. 미개인이기 때문에 정복해 식민지로 삼아도 된다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지.”

“와, 말도 안 돼! 남의 땅을 뺏는 것도 모자라서 식인종이라는 천인공노할 누명까지 씌운 거예요?”

“그런데 식인 습관이 거짓말은 또 아니에요. 아프리카 남단 클라지즈강 유역의 동굴에서 발견된 현생 인류의 골격 파편들이 인위적으로 잘려있는 것이나, 베이징 원인(일종의 직립 원인)의 두개골 하단부가 크게 손상을 입은 것 등을 보면, 세계 도처에 식인 풍습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란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인류학자들이 인간의 식인 풍습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

이야기가 진행되는 사이 해가 서산으로 꼴딱 넘어가고, 캠핑장은 서서히 검은 어둠에 휩싸였다. 아빠는 납량특집에 걸맞게 점점 목소리를 낮게 깐다. 서늘한 바람 한 줄기가 목 줄기를 스쳐 지나가고, 급격히 으스스한 분위기가 된다.

“암튼, 식인 풍습이 있긴 있었다는 얘기죠? 그럼 그 얘기는 여기서 끝내기로 해요. 뭔가… 기분이 후덜덜 하단 말이에요….”

“아니 왜 그러냐, 네가 먼저 꺼낸 얘기면서. 그렇다면 옛 사람들을 왜 같은 종족을 먹었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있는데, 우선 영양학적인 이유란다. 오스트레일리아 북쪽에 있는 뉴기니 섬의 내륙 고산 지대에서는 광범위하게 식인 풍습이 나타났어. 인류학자들은 그 이유가 포유류, 어류, 파충류 등 단백질 공급원이 풍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다음으로는 영양학적인 이유와 종교적인 이유가 뒤섞인 경우인데, 중앙아메리카 멕시코 분지의 고대 아즈텍 제국에서는 매우 많은 수의 사람들이 신께 제물로 바쳐졌고, 의식이 끝난 다음 귀족과 군인들이 그 시신을 먹었다고 하는구나. 심지어는 아즈텍 제국이 끊임없이 전쟁을 한 이유가 제물로 바칠 인간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있어. 또 고대 이집트에서는 태양이 떠오르면 다른 별들을 먹듯이(별이 사라지듯이) 인간도 같은 인간을 먹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던 기록이 남아 있단다.

“아, 아빠는 참 소설도 잘 쓰셔…. 지, 진짜는 아니죠?”

“아냐, 진짜야~. 식인의 이유는 이 밖에도 많은데, 파푸아뉴기니 포레족의 경우 식인이 일종의 장례문화였단다. 사람이 죽으면 모계 친족 여성들이 시신(뇌를 포함한)을 다듬어 모두 함께 나눠 먹었는데, 이렇게 하면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일부가 돼 옆에서 계속 살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구나. 같은 이유에서, 아마존의 야노마모 족은 죽은 사람을 화장한 뒤 그 재를 죽에 섞어 친척끼리 나눠 먹었다고도 해. 그런데 포레족 사람들 사이에서는 식인 장례풍습 때문에 근육과 신경이 마비돼 죽는 ‘쿠루’라는 무서운 병이 창궐하기도 했단다. 쿠루는 소의 ‘광우병’이나 사람의 ‘크로이츠펠트-야코브(CJD)병’처럼 뇌가 광범위하게 파괴돼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신경질환인데, 1957년 이후 12년 동안 무려 1,100명의 희생자가 나왔다고 하는구나. 다행히 식인 풍습이 금지된 이후에는 극히 드문 병이 됐지.”

“처, 천벌을 받은 게 아닐까요? 조상을 먹어서요…. 그런데, 아빠 혹시 제 뒤에 누가 있는 거 아니죠? 왠지 으스스해요.”

“글쎄다, 아까 돌아가신 증조할아버지 얼굴이 슬쩍 보이는 것도 같던데…. 아이고, 깜짝이야! 방금 옆으로 지나간 목 없는 여자 봤니? 목이 많이 아팠겠다. 아주 그냥 시뻘건 피가 강물처럼 흐르네. 쯧쯧쯧….”

“악!!! 아빠, 그러지 마세요. 제발!! 제가 다 잘못했어요. 시키는 대로 뭐든지 다 할게요!!”

“고뢔? 그럼, 저쪽 으슥한 개수대로 가서 설거지를 해 오련? 목 없는 여자랑 같이. 다행히 손은 잘 붙어 있는 거 같더구나.”

“아빠아!!!!!!!”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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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7-13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맞아요. Kuru병과 관련된 식인 풍습은 전공책에도 나와요 ^^
전 이런 글 다른 데서 보면 잘 안 읽어요. 그런데 마노아님이 올려주시는건 꼭 읽어요. 재미있어요. 참 이상해요.

마노아 2012-07-14 14:38   좋아요 0 | URL
저도 다른 데서는 전혀 관심두지 않는 분야인데 과학향기는 일부러 찾아가서 읽고 와요. 이상하지요? hnine님이 재밌게 읽어주셔서 제가 다 으쓱이에요.^^
 

   FOCUS 과학

제 1639 호/2012-07-02

과학적으로 시원함을 입다, 쿨맵시룩

‘올 여름은 쿨비즈룩이 대세!’, ‘2012년 서울시 쿨맵시 캠페인 시작’, ‘휘들옷 입고 에너지 절약하세요’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면서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말들이다. 쿨비즈, 쿨맵시, 휘들옷 등의 생소한 용어들은 ‘에너지 절약’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 쿨비즈는 시원하다의 ‘Cool’과 사업․업무의 약어인 ‘Biz’를 합성한 단어로, 여름철 재킷과 넥타이를 매지 않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근무하는 것을 뜻한다. 옷차림을 가볍게 해 실내온도를 섭씨 28도로 유지하도록 하는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해 생겨난 용어다.

이 캠페인은 일본에서 시작됐으며, 영국에서는 ‘쿨 워크(Cool Work)’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쿨맵시’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시작해, 올해 역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012년 서울시는 기온이 가장 높은 6월부터 8월까지 일반시민 접촉이 많은 부서를 제외하고 공무원들의 반바지, 샌들 등 자유 복장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일부 유력인사들이 솔선수범해 쿨맵시 복장을 선보여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단지 넥타이를 푸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는데, 반팔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샌들을 착용하면 실제로 체온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을까? 이 캠페인이 과연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에너지 절약 효과가 있을지 궁금증이 생긴다.

과학적 조사에 의하면 재킷을 벗은 반팔 셔츠 차림에 넥타이를 풀면 체감온도가 약 2℃ 낮아진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낮아진 체감온도가 사무실 냉방온도 조절에도 영향을 미치는 지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쿨맵시 복장을 할 경우 얼마나 온도 절감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성인남성 4명과 마네킹 1대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일반 복장과 쿨맵시 복장을 착용하고 평균 사무실 온도인 25℃와 여름철 적정온도인 27℃에서 평균 피부온도를 측정했다. 복장별 피부온도의 변화와 더불어 국소발한량, 주관적 쾌적감 등을 측정해 이를 바탕으로 냉방에너지 절감량과 온실가스 감축잠재량도 산정했다.

실험자들은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사무실에서의 일상적 업무인 컴퓨터 작업 또는 독서활동을 했다. 각 실험자별로 3회 반복실험을 한 결과, 평균 피부온도는 27℃ 일반 > 27℃ 쿨맵시 > 25℃ 일반 > 25℃ 쿨맵시 순으로 나타났다. 의복 내 상대습도는 27℃ 일반 > 27℃ 쿨맵시 > 25℃ 일반 > 25℃ 쿨맵시 순으로 나타났다. 국소발한율은 일반 복장 착용 시 쿨맵시 복장보다 최대 4배까지 상승했다.



[그림] 일반 복장과 쿨맵시 복장 착용 시 평균 피부온도. 자료 제공 : 국립환경과학원.

실험자들의 개인적인 느낌을 알기 위해 주관적 온열감, 습윤감, 쾌적감 등을 조사한 결과, 27℃에서 쿨맵시 복장을 한 경우 가장 쾌적하게 느꼈다. 25℃에서 쿨맵시 복장을 한 경우엔 오히려 약간 춥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온도에서는 일반 복장이 쿨맵시 복장보다 덥게 느낀 것으로 나타나 주관적 온열감은 실내온도보다 의복에 의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주관적 습윤감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일본에서 진행한 조사결과도 있다. 니케이BP 컨설팅사의 온라인설문조사에 의하면 쿨비즈를 실시하는 사무실이 그렇지 않은 사무실보다 냉방 설정 온도가 1.5℃ 높았다. 또 쿨비즈를 시행하는 사무실의 약 60%가 냉방온도를 28℃로 설정하고 있다.

냉방온도를 높이는 것은 우리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시원한 실내에서만 생활하면 더운 기후에 대한 우리 몸의 방위체력이 저하된다. 방위체력이란 체온조절능력, 면역력,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 등의 체력을 말한다. 방위체력이 저하되면 외출 시 기온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불쾌감이 증가하게 된다. 때문에 여름철 실내 온도를 26~28℃로 맞춰 실내외 온도차를 줄이면 내열성이 점차 증가하고 혈관조절에 의한 체온조절 범위가 확대돼 더위도 잘 극복할 수 있다. 또한 지나친 냉방에 의한 두통, 어지럼증, 피부 건조증 등의 냉방병 증세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만일 모든 사무실에서 쿨맵시 복장을 하고 냉방온도를 2℃ 올린다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 에너지관리공단의 조사에 의하면 여름철 전력사용량이 약 17% 줄어 29억 kwh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이는 금액으로 3천억 원, 원자력 발전소 2기분에 해당되는 양이다.

환경부는 온 국민이 쿨맵시를 착용해 전국의 실내 냉방 온도를 2℃ 높이면 연간 39만 TOE(1TOE=1,000만 kcal)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연간 160~290만 톤 줄일 수 있다. 이는 약 3,000억 원의 비용 절감, 약 7억 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것과 동일한 효과다.

쿨맵시 복장으로 인한 체감온도 저하 효과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절감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다만 이를 빌미로 과도한 노출이나 요란한 복장을 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격식을 갖춘 옷이라도 통기성이 우수하고 땀의 흡수와 건조가 빠른 기능성 소재를 통해 충분히 쿨맵시가 가능하다. 이미 쿨맵시 캠페인의 파급효과는 기능성 섬유소재 개발 등 다방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과학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아닐까.

※ 참고자료 : 제품․생활패턴별 온실가스배출량 산정 및 감축잠재량 평가, 국립환경과학원, 2010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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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2-07-06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쿨비즈고 쿨맵시고간데, 40명씩 들어차있는 교실의 아이들에게 정식으로 반바지와 반팔티를 허용해주면 좋겠습니다. 고참 교사들은 '그러면 아이들은 속옷 차림으로 학교 올거다!'라고 펄쩍 뛰시지만...두발 지도를 안해도 크게 문제되는 아이들이 없는 거 보면 너무 걱정 안해도 될 거 같은데 말입니다.

마노아 2012-07-08 12:32   좋아요 0 | URL
시청 공무원도 반바지를 입는 세상인데 교실도 변화가 필요해요. 에너지 절약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에어큰 끄지도 않고 체육 수업 나가는 애들이 다반사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