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과학

제 1784 호/2013-01-21

미래 자동차 상상도, 현실이 된다!

오늘은 2018년 1월 21일. 새해가 벌써 20일 이상 지났다. 금연, 다이어트 등 새해에 두 손 꼭 모아 다짐했던 결심들이 손가락 사이 모래알 빠지듯 스르르 빠져나가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다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인생이란 게 이렇게 결심만 하다가 모래알처럼 흔적 없이 흩어져버리는 건가.

내 이름은 고수완. 올해 35세. 모출판사의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도서 시장은 전자책이 7할, 종이책이 3할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태블릿PC의 보급으로 종이책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노인과 어린아이, 또 마니아층으로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탓인지 아직 건재하다. 늘 그렇듯 아날로그 시장은 일시에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를 유지하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LP판이 그렇고, 신문이 그렇고, 재래시장이 그렇다.

이번 달에 나올 책을 교정교열 보느라 어젯밤 늦게 잠이 드는 바람에 평상시보다 늦게 일어났다. 보통은 재택근무를 하지만 오늘은 출판사에 기획회의가 있어 출근해야 하는 날. 씻는 둥 마는 둥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집을 나섰다. 급히 자동차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그리고 시동을 걸자마자 상냥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주인님, 어디로 모실까요?”
“홍대앞 대박 출판사”
“곧 길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요즘 내비게이션은 일일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할 필요가 없다. 음성인식 기능이 장착돼 목적지를 얘기하면 알아서 안내해준다. 자동차는 경기도 광명시를 출발, 서울의 구로동과 신도림동을 경유해 양화대교로 진입했다. 아침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차가 가다 서다를 지루하게 반복하고 있다.



“삐뽀! 삐뽀!”

그때 갑자기 자동차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나는 깜짝 놀라 경보 정지 버튼을 눌렀다.
이때 차에서 와이프의 잔소리 같은 쌀쌀맞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금 주인님은 졸음운전을 하셨습니다. 안전운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어젯밤 늦도록 일을 하다 보니 피곤이 쌓여 순간적으로 깜박 졸았나 보다. 차가 어떻게 알고 졸음운전을 알려 주냐고? 이것이 바로 2018년에 상용화된 ‘운전자 상태 자동 감지 및 대응기술’¹⁾이다. 자동차에 설치된 카메라와 컴퓨터가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해 안전 운전을 돕는 기술이다. 이로 인해서 교통사고가 10% 이상 감소됐다고 한다. 기술이 인간의 안전과 행복을 증진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기술을 믿고 방심하면 안 된다. 졸음이 오면 차에서 내려 스트레칭을 하거나 심호흡을 해서 잠을 깨는 게 사고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양화대교를 건널 때 쯤 충전계기판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앗!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자동차 배터리를 충전해 놓는다는 걸 깜박했구나!’

작년 가을에 나는 유류비 부담이 적고 환경오염 걱정 없는 전기자동차를 구입했다. 장거리 주행에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출퇴근이나 가까운 근교 운행에는 전기차가 제격이다.

지방 출장이나 여행 등 장거리 운행에는 다양한 방식의 자동차들이 운행되고 있다. 휘발유를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여전히 운행 중이지만 유류비가 높고 환경오염이 심해 계속 감소하고 있다. 디젤 엔진의 기능을 대폭 향상해 연비가 높고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은 고효율/초저배기 클린디젤차²⁾나 배터리 가격이 높아 부담이지만 리튬이온전지의 개발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자동차³⁾,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모터를 장착해 연비 향상과 배기가스 저감을 실현한 하이브리드 자동차⁴⁾, 그리고 수소와 산소가 만나 물을 생성하는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 전력으로 모터를 돌리는 무공해 연료전지 자동차⁵⁾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무공해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에너지 관련 법령이나 제도가 미비하고 수소저장시설의 안전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 상용화가 늦춰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아마 10년 뒤면 판가름 나겠지?

근처 충전소에 들러 방전된 배터리를 반납하고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했다. 트렁크를 열어 롤 케이크 박스만한 배터리를 빼내 충전된 배터리와 바꾸면 된다. 요금은 단돈 1만원. 이걸로 일주일 동안 출퇴근이 가능하다. 참 저렴하다고? 쩝! 이것도 어제 집에서 플러그에만 꽂았어도 5천원은 아낄 수 있는 건데. 아무튼 전기차가 상용화된 요즘 유류비 걱정은 거의 하지 않는다.

요즘 주유소는, 아니 충전소⁶⁾로 이름이 바뀌었지! 옛날처럼 기름만 넣는 곳에서 많이 업그레이드됐다. 냄새 나는 주유기가 있던 자리에 넓은 주차장이 마련됐고, 다른 한쪽엔 카페가 차려져 있어 운전에 지친 고객들이 커피를 마시며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카페에 앉아서 오전에 넘겨야 하는 원고를 편집장에게 넘기고 검토를 부탁했다. 충전소에서 오전 업무를 끝낸 셈이다. 늘 부산하고 기름 냄새나는 주유소가 도심 속 생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충전소가 배터리만 충전해주는 게 아니라 삶의 에너지도 충전해주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삶의 질과 여유는 점점 높아져 간다. 옛날처럼 24시간 각박하게 일하던 시대는 지났다. 또 그렇게 바쁘게 일한다고 일의 능률과 효율이 오르는 건 아니다. 충분한 여유와 휴식 속에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나오고 건강한 몸이 만들어진다. 기분 좋게 출판사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소화 좀 시켰다가 오후 업무를 시작해야겠다.

글 : 정영훈 과학칼럼니스트


각주
1)운전자 상태 자동 감지 및 대응기술 : 주행 중 운전자의 머리 움직임이나 시선, 생체신호 등을 분석해 운전자의 상태를 센싱 및 인식하고 이를 통해 운전자의 주의와 집중도를 분석, 운전자가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전운전 지원 기술. 기술 예상 실현시기를 7~8년 후로 보고 있다.
2)고효율/초저배기 클린디젤차 : 경유 연소가 기관의 내부에서 이루어져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는 기관을 동력원으로 Euro-6 기준* 이상을 만족해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고, 연비가 높은 친환경 자동차. 기술 예상 실현시기를 3~4년 후로 보고 있다.
3)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자동차 : 차량에 탑재돼 있는 대용량의 에너지 저장시스템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만을 이용해 주행하는 자동차. 대기오염이나 화석연료의 소비, 소음 없이 장거리(수백 km 이상)를 주행할 수 있는 친환경 자동차로 1~2년 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하이브리드 자동차 : 두 가지 이상의 동력원을 이용해 달리는 자동차.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모터를 장착해 두 동력원이 서로 고효율 영역에서 작동하도록 하며, 엔진의 불완전 연소구간에서는 모터를 이용해 구동함으로써 연비 향상과 배기가스 저감을 실현한 기술. 현재 국내외적으로 실현된 기술이지만 제품 경쟁력 향상 및 사후관리가 중요한 기술.
5)연료전지 자동차 : 수소와 산소가 만나 물을 생성하는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 전력으로 모터를 구동하며, CO2, HC, NOX 등의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 연료전지 자동차. 기술 예상 실현시기를 9~10년 후로 보고 있다.
6)충전소 : 전기자동차에 효율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급속․완속 충전기, 충전 인터페이스 부품 및 인증․과금 등을 위한 전기자동차 ICT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술. 배터리 교체는 충전소에 방전된 배터리를 반납하고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하는 방식을 사용. 기술 예상 실현시기를 3~4년 후로 보고 있다.

참고 : <KISTI 미래백서 2013>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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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1-2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는 여자 3명의 말만 잘들으면 된다고 하죠.
1. 어머니
2. 아내
3. 네비게이션 여자음성.

^^

마노아 2013-01-22 10:57   좋아요 0 | URL
프하하핫!!!! 아주 지당한 말씀이에요. ㅋㅋㅋ
 

항공기 기내식 맛없는 이유는 소음 탓? 소음의 역할   FOCUS 과학

제 1779 호/2013-01-14

항공기 기내식 맛없는 이유는 소음 탓? 소음의 역할

흔히 항공기의 기내식은 맛이 없다고 평가된다. 이용자들은 항공사에 맛있는 음식을 요구하지만, 항공사는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소음’ 때문이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앤디 우드 교수는 2010년 10월 ‘음식품질과 선호(Food Quality and Preference)에 실린 논문에서 소음과 맛의 관계에 대해서 밝혔다. 그는 소음이 증가할수록 음식의 맛을 사람들이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앤디 우드 교수는 48명의 실험자의 눈을 가린 뒤 이들에게 비스킷과 감자 칩과 같은 맛있는 음식을 주고 헤드폰을 쓰게 하면서 소리에 따라서 맛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 실험을 했다.

실험자들은 소리가 커질수록 단맛이나 짠맛을 느끼지 못했다. 그 이유는 주의가 분산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소음이 많은 식당에서는 사람들이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를 뒷받침해 준다. 통상적으로 조용한 가정집의 음식보다 시끌시끌한 식당의 음식이 단맛이나 짠맛이 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맛이 강하지 않으면 맛이 없다고 느낄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소음은 사람들에게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당장 일에 집중을 못하게 하며 두통이나 불안과 초조함, 불면증, 착란증을 일으키고 정신분열증이나 편집증은 물론 심혈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하지만 소음이 완전히 없어도 안 된다. 미국 미네소타 미네아폴리스의 실험실에 있는 ‘무향실(anechoic chamber, 외부의 소음을 완벽히 차단한 음향측정용 방)’에 사람들이 들어가면 45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아예 소음이 없으면 사람들은 감각의 혼란이 생겨 버리기 때문이다.

소음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2012년 6월 미국 컨슈머리서치 저널에 발표한 미국 일리노이대의 라비 메타 교수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조용한 공간보다 소음이 있는 공간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실험자들에게 세상에 없는 물건을 만들라거나 평소에 익숙한 물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용하라고 과제를 냈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환경(50dB)에 비해 소음이 있는 환경(70dB)에서 참가자들이 흥미로운 답변을 내놓았다.

70데시벨(dB)은 청소기나 TV, 커피숍에서 트는 음악 소리 정도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시끄러운 상황에서는 문제에 더 집중하게 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접근하던 방식이 방해를 받으면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면서 보통은 생각지도 못하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러나 85dB 이상에선 창의력이 떨어졌다. 또한 음악이 있는 매장에서 신제품이 팔렸다. 이는 새로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창의성을 증가시킨 것이라는 맥락이다.

친환경적인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는 소음이 환경오염을 덜 시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내연기관이 아니라 모터를 사용하고 그 모터의 소리마저 흡음재가 흡수한다. 하지만 소음이 없어서 오히려 위험한 차가 돼 버렸다. 일반 보행자도 그렇지만 시각장애인이나 어린이들이 자동차가 접근하는지 판별을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 일반 휘발유 자동차의 경우 8.5m 밖에서 차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2.1m 앞에 올 때까지도 감지가 불가능 했다. 그래서 한 스포츠카 회사는 가짜 소음을 만드는가 하면 범퍼에 스피커를 달기도 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고주파보다 저주파가 더 위험하다고 한다. 저주파는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그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두통과 불면증, 만성스트레스를 일으키고 위궤양, 고혈압, 당뇨병, 암까지도 발생시킨다. 소리 없이 사람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저주파다. 더 시끄럽다면 사람들이 이를 피하거나 방지하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시동을 걸 때 나는 소리는 크지만 불쾌감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렁차게 나야 사람들은 기분 좋게 느낀다. 길거리의 빗자루 소리도 경쾌해야 깨끗해진 듯싶고 청소기는 소음이 있어야 청소가 잘 되는 것 같다. 칫솔 역시 시원하게 소리가 나야 잘 닦이는 듯싶다. 변기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슬그머니 없어지기만 한다면 찜찜하다.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왁자지껄해야 하고 홈 쇼핑 채널은 진행자가 호들갑을 떨어야, 쇼핑센터에서는 사람들이 웅성거려야 제 맛이다.

청량 음료수의 캔을 딸 때 소리가 없다면 시원한 맛이 덜할 것이다. 기름으로 튀겨낸 스낵 봉지를 열 때나 튀김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맛이 덜할 것이다. 맥주를 따랐을 때 시원하게 올라오는 거품의 소리는 술 마실 맛을 나게 한다. 폭포에는 폭포소리가 나야 하며, 도마에서는 칼과 도마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야 한다. 시끄러운 아이들의 소리는 잔칫집에서는 제 맛을 준다. 좌판에서 엿을 쪼개며 두드리는 가위 소리는 주택가에서는 짜증이지만 축제 행사장에서는 더욱 정겹다. 이런 곳에서는 조용한 클래식보다 시끄러운 트로트가 더 어울리고 기분도 낸다. 이른바 감성 소음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소음인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음악이 되기도 한다. 특히 본인에게는 잘 들리는 음악이지만 거리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노이즈에 불과하다. 사람에게 잘 들리는 주파수는 3500㎐ 대역인인데, 이보다 낮아지면 음량의 폭이 가늘어져 소리 크기는 작아지지만 훨씬 민감하고 자극적인 소음이 된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음악을 들려주면 소는 젖을 잘 만들어낸다. 일본의 연구에 따르면 젖이 2~3%늘고 젖의 질도 좋아졌다고 하는데 돼지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완전한 공유가 이루어진다면 소음이라는 것은 없는지도 모른다. 미국 코넬대학 심리학과의 로렌 앰버에 따르면 옆 사람의 대화 내용이 짜증을 일으키는 이유는 대화 내용이 드문드문 들리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뇌가 피로해지는 결과라고 했다. 큰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옆 사람의 대화가 소음으로 들리는 이유다.

이렇듯 지나친 소음은 우리를 괴롭게 만들지만, 알고 보면 소음은 우리생활에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글 : 김헌식 문화평론가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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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동물의 부활, 가능할까?   FUN 과학

제 1758 호/2012-12-12

멸종동물의 부활, 가능할까?

“고 백여우 같은 주연이가, 내 남친 원표한테 꼬리를 치더란 말이지?!”

“아이고!! 그렇당께. 아주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가 따로 없더랑께로!”

“고것이 원표 간을 빼먹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난 원표 맘이 변한건가 걱정만 하고 있었다니깐! 안되겠다. 당장 고 백여우를 혼내줘야지!”

태연과 전라도 출신 짝꿍은 두 주먹 불끈 쥐고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들을 본 아빠는 문 앞에서 아이들을 막고 선다.

“얘들아~ 진정, 진정, 싸우지 말고 대화로 풀어야지. 주연이가 진짜 백여우 짓을 했는지 안했는지 확실치도 않잖니. 그리고 여우는 사람 간을 빼먹는 그렇게 사악하고 못된 짐승이 아니란다. 단지 눈매가 날카롭고, 몸놀림이 매우 날쌘데다, 밤에 돌아다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쁜 이미지를 심어줬을 뿐이지. 심지어 여우는 멸종돼 버린 불쌍한 짐승이란다.

“예에? 하이고, 태연 아부지 뭐라능교? 한 살짜리 얼라가 보는 그림책에도 여우가 있고만, 멸종이 우째 돼요?”

“믿기지 않지? 동화책에 워낙 많이 나오니까 당연히 산에 가면 여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국 토종여우는 벌써 20여 년 전에 멸종되어 버렸단다. 원래는 가장 개체수가 많은 짐승 중에 하나였고, 얕은 언덕이나 물가 즉 인간의 거주지역과 가까운 곳에 주로 서식했었지. 근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짐승이라서 옛날이야기에도 그렇게 여우가 자주 등장했던 거란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여우털로 만든 목도리와 옷이 대유행을 하면서 여우사냥이 급증한데다, 1960년대 이후 대대적인 쥐잡기 운동이 벌어지면서 여우의 주된 먹이인 쥐가 거의 사라져버렸단다. 그렇게 여우도 덩달아 멸종하게 된 거지. 또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여우가 다시 먹어서 죽는 경우도 적지 않았단다. 그렇게 한반도에서 여우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게 1989년의 일이야.

“1989년이요? 와,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멸종이 됐구나. 불쌍해라. 그럼 지금 동물원에 있는 여우는 다 수입한 거예요?”

“그렇지. 그런데 얼마 전 한국 토종여우 복원 프로젝트가 추진됐단다. 2008년 토종여우 한 쌍을 북한에서 데려다가 국내 동물원에서 키웠는데, 그 여우들이 올 초에 새끼를 낳았거든. 그 아이들에게 야생훈련을 시켜 지난 10월 31일에 소백산에 방사를 했단다.

“야생훈련이라고요? 아니 야생이 아닌데서 우째 야생훈련을 시킨대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사람을 피하는 훈련이란다. 사람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새끼들을 키우고, 가끔 사람이 나타날 때면 콧등에 전기 자극을 주거나 피리를 불어서 도망가도록 훈련을 시키지. 만약 이런 대인기피 훈련을 하지 않으면 사람에게 해를 입히거나 농작물에 손을 댈 수도 있고, 반대로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또 살아있는 닭을 절대로 먹지 않는 훈련도 받는단다. 그래야 야생에 나간 뒤에도 인간이 키우는 닭을 훔쳐 먹지 않거든. 이것 말고도 야생 쥐를 잡아먹는 법이나, 은둔할 장소를 만드는 법 등 배울 것이 아주 많단다. 물론 이런 훈련을 거친다고 자연 방사된 동물이 모두 자연에 잘 적응하고 사는 건 아냐. 불행하게도 10월 31일 소백산에 방사된 여우 한 쌍 중 암컷은 6일 만에 죽은 채로 발견됐단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비가 자주 내릴 때 여우를 방사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어. 이를 계기로 앞으로는 자연방사에 좀 더 구체적이고 섬세한 계획을 세울 예정이야.”

“하이고, 사람이 참으로 바보같당께라우. 멸종을 안 시키고 잘 보존하면 될 것을 왜 고로코롬 허투루해서 큰 돈 쓰게 맹그나 몰라잉.”

“맞는 말이야. 토종여우뿐만이 아니라, 반달가슴곰과 산양도 복원 중이란다. 지리산에 34마리가 방사된 반달가슴곰은 현재 27마리(출산 8마리, 폐사ㆍ회수 15마리)가 야생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자체 증식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어 야생적응 성공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지. 또 2007년부터 월악산에 방사된 14마리의 산양은 이제 38마리로 늘어났다고 하는구나. 원래 90년대 후반에 10마리를 방사했었는데 근친교배로 전멸 위기에 놓여 있다가, 2007년에 다시 복원사업을 시작했고 현재는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 성공적으로 복원이 진행 중이란다.”

“그럼 성공의 기준은 뭐예요? 몇 마리나 야생에 살아있어야 복원에 성공한 거예요?”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복원 성공의 기준은 최소 50마리란다. 50마리가 넘으면 추가 방사 없이도 개체수가 유지 혹은 증가될 수 있다는 거지. 공단은 ‘멸종위기종 증식·복원 종합계획(2006)’에 따라서 앞으로 사향노루, 시라소니, 남생이 등 14종에 대한 복원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란다.”

“하이고, 멸종된 동물은 과학기술로 복원이나 한다카지, 멸종되부런 사랑은 우째 복원한다냐. 원표 마음이 버얼써 몽땅 주연이헌티 가부맀당께. 주연이가 꼬리친 게 아니라 원표가 바람이 났다 그말이여. 이를 우짜고~~!!”

“뭐어~? 아까는 주연이가 구미호라며!! 그럼 원표 마음이 바뀐 거란 말이야?”

“아깐, 니가 허벌나게 맘 상해 할까바 거짓부렁한 것이징….”

“엉엉~ 나는 어떡해 엉엉…. 아빠, 토종여우 복원 말고 원표 마음 복원 프로젝트를 해주세요. 엉엉엉~ 내 첫사랑이란 말이야. 엉엉….”

2012년의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아있던 어느 날, 태연의 첫사랑은 그렇게 떠나버렸다. 과연 태연의 사랑은 언제쯤 다시 복원될 수 있을까?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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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SION 과학

제 1753 호/2012-12-05

[이달의 역사] 20세기 최대 산업재해, 보팔 대참사

‘보팔에 정의를!(Justice in Bhopal now!)’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시대가 달라져도 비슷한 상황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된다는 이야기다. 그 덕분에 우리는 역사적인 사건을 보면서 반성하고 교훈을 얻는다. 만약 그 역사를 잊어버린다면 똑같은 결말을 맞게 될 테니 말이다.

2012년 9월 27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에서 일어난 ‘불산가스 누출사고’는 역사가 반복된다는 말을 절실하게 떠올리게 한 사건이다. 28년 전 인도 보팔에서 일어났던 ‘보팔 대참사(Bophal disaster)’에서 교훈을 얻어 철저히 대비했다면 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보팔 대참사의 전말은 이렇다. 때는 1984년 12월 초, 장소는 인도 보팔에 있는 유니언 카바이드(Union Carbide Corporation)의 공장이다. 이 공장의 직원이 농약과 살충제를 만드는 데 쓰는 ‘메틸 이소시안산(Methlyl IsoCyanate)’을 저장하는 610번 탱크의 온도가 갑자기 올라가고 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메틸이소시안산은 1차 세계대전 때 독가스로 쓰인 ‘포스겐’과 ‘시안화 가스가’ 섞인 맹독성 화학물질이다. 이를 보관하는 탱크 내부는 섭씨 0도로 유지돼야 하는데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당황한 공장 측은 할 수 있는 모든 안전 대책을 총동원했지만 저장탱크의 온도는 내려가지 않았다. 속수무책으로 시간만 흐르고 계속 온도가 높아지던 610번 탱크의 콘크리트에는 균열이 생겼다. 결국 610번 탱크는 폭발했고, 42톤 규모의 메틸이소시안산 가스가 본격적으로 유출되기 시작했다.

뒤늦게 도착한 경찰이 주변을 차단하고 12월 3일 새벽 1시에 비상경보를 발령했다. 그러나 가스는 이미 퍼질 대로 퍼진 뒤였다. 공기보다 무거운 이 유독가스는 지상에 낮게 깔려 도시 구석구석에 스며들었다. 깊은 잠에 빠져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런 고통에 깨어났다. 눈을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따가웠고, 숨이 턱턱 막히며 토할 것 같은 증상이 계속됐다.

새벽 2시 즈음 병원에 실려 온 환자 중에는 입에 거품을 문 사람도 있었고 이미 앞을 볼 수 없는 상태인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은 유독가스로부터 멀리 도망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가스가 퍼져나가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가라앉은 가스는 키 작은 아이부터 덮쳤고 주민들은 극심한 호흡곤란과 폐부종 증상을 보이며 죽어갔다.

사고 다음 날 보팔 시내에는 동물 사체가 가득했다. 하루 만에 사망자가 8,000여 명이나 발생했으며, 사고 이후 후유증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2만 명이 넘는다. 도시 전체에 시체가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시신들은 강에 던져지기도 했다. 주변 공기와 물이 오염되고 먹거리도 찾기 어려워 사람들은 고통 속에 죽어갔다.

이 대참사의 원인은 안전관리가 미비하고 비상대책이 부족했다는 데 있다. 메틸 이소시안산 저장탱크는 온도가 올라가면 내부 압력이 높아질 우려가 있어 항상 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때문에 안전수칙에 따라 철저하게 감독해야 하는데, 보팔 공장의 시설은 안전시설이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았다. 보팔이 인구 밀집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최대한 설계비용을 줄이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설계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공장의 안전관리도 소홀해 사건 발생 당시에도 가장 기본적인 조기 경보체계마저 작동되지 않았다. 1981년 포스겐 가스 누출로 위험성이 보고 됐지만 시정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유니언카바이드사의 책임이 명백한 것이다.

그럼에도 유니언카바이드는 피해자 보상과 후유 장애 치료, 선천성 기형을 타고난 2세들에 대한 대책 등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다. 보팔 참사 피해자 대표로 인도 정부가 유니언카바이드에 요구한 보상금은 33억 달러였지만, 1989년 인도 대법원은 4억 7,000만 달러를 받는 것으로 판결 내렸고 이후 민사 책임도 인도 정부가 떠안게 됐다.

2004년이 돼서야 그동안 지연됐던 보상금 지급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이뤄졌고, 57만 명 이상의 피해자가 보상금과 구호 프로그램을 받게 됐다. 폐기물 처리와 오염된 수질 관리, 사고 생존자와 2세에 대한 집단 의료보험도 도입됐다. 1984년에 일어난 사고 처리계획이 20년 후에나 확정된 것이다.

당시 사고책임자에 대한 형사소송도 이로부터 6년이 지나서야 나왔다. 26년 만에 내려진 판결이었지만 형량이 말도 안 되게 가벼웠다. 법원이 유니언카바이드의 당시 책임자 7명에게 과실치사 협의로 내린 처벌은 ‘징역 2년에 벌금 약 250만 원’이 고작이었던 것. 이들 7명은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고 법원에 항소신청을 했으며, 특히 최고경영자였던 미국인 워런 앤더슨은 법정에 나타나지 않아 인도인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1984년 보팔 사고 희생자 중에는 아기를 사산하거나 유산한 경우가 많고, 그 당시 어린이들이 성장해 출산한 아이 중에는 선천적으로 기형인 경우도 보고 됐다. 기형이 아니더라도 심장질환, 언청이, 정신지체 등 여러 가지 장애를 갖는 경우도 많다. 이렇듯 보팔 대참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인구밀집 지역에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을 세우면서 안전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팔 대참사와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는 닮은 점이 있다. 또 주민들에게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과 사고 수습이 허술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점도 비슷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억하지 않으면 역사는 되풀이된다. 보팔 대참사와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에서 얻은 깨달음을 잊지 않아야 다시는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이 했던 말을 되새겨야 한다.

“우리가 이겨야 할 대상은 결코 자연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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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5 22: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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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 0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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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 0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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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 09: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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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 1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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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 0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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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 02: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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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9 1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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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9 17: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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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1 17: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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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2 16: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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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18: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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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22: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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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7 0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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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우면 왜 잠이 올까?  

 

제 1741 호/2012-11-19

 

추운 곳에 오래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잠이 온다. 추운데서 자면 얼어 죽는다는 말도 있다. 그 상태로 잠이 들면 체온을 빼앗겨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추울 때 잠이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운 곳에 오래 있을 때 잠이 오는 것은 실제로 졸려서가 아니라 의식을 잃는 과정이다. 우리 몸은 더운 환경에 노출되면 땀을 흘려 온도를 낮추고,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몸을 떨어 열을 내는 등 체온을 유지하려는 방어기전이 있다.

그런데 이 방어기전에도 한계점이 있다. 추운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체온이 떨어지면 세포에 전달되는 에너지양이 감소하고 모든 생체활동이 둔화된다. 혈관은 수축해 혈액 내 산소공급도 더뎌지고, 이로 인해 뇌신경도 둔해진다. 때문에 점차 의식이 사라져 일종의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실제로 이 상태가 계속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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