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06 호/2012-10-01

집먼지진드기는 0.1~0.5mm 크기로 사람의 피부 부스러기 등을 먹으며 침구, 방바닥 등에 서식한다. 아토피피부염이나 알레르기비염, 천식 등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제거하는 방법은 없을까?

김준형 연세대 의대 교수팀이 2006년 ‘천식 및 알레르기(Journal Of Asthma,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서울 지역 침구먼지의 집먼지진드기 농도는 7월을 전후해 급격히 늘어나 10~1월까지 지속됐다. 방바닥의 집먼지진드기 농도는 여름, 가을과 겨울, 봄 순으로 높았다.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선 일단 생존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된다. 이들이 왕성하게 번식하는 습도는 75~80%, 온도는 섭씨 18~29도로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때문에 습도를 60% 이하로, 온도를 섭씨 25도 이하로 낮추면 집먼지진드기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집먼지진드기는 자외선, 고온, 충격에도 약하기 때문에 햇볕이 강한 오후 2~3시경 침구를 자주 말리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침구를 걷어낸 뒤 진공청소기로 매트리스 구석구석의 먼지를 빨아들이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불이나 베개는 섭씨 55~60도의 물에 일주일에 한 번씩 세탁하거나, 빨래대에 걸어놓고 방망이로 두드리면 진드기를 없앨 수 있다.

매트리스는 3개월마다 좌우로 돌려주기, 6개월마다 상하 뒤집어주기, 일주일마다 커버 세탁하기, 소독용 알코올 뿌리기 등을 해 주면 진드기 퇴치에 도움이 된다.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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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08 호/2012-10-03

못 배운 과학자의 위대한 업적

지난 9월, 한국영화계의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손꼽히는 김기덕 감독이 영화 ‘피에타’로 제 69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주목받았다. 그간 흥행률 저조, 평단의 혹평 속에도 묵묵히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 왔는데, 영화 관련 정식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꾸준히 수상할 만큼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인정받고 있다. 과학기술계에도 소위 이런 류의 이단아들이 있다. 정식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관련종사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과학기술계에 기여한 과학자들. 그들의 업적은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오늘날 우리생활에 꼭 필요한 가전제품으로 빼놓을 수 없는 전자레인지는 우연한 기회에 발명됐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퍼시 스펜서’라는 한 과학자의 끊임없는 노력 뒤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미국의 공학자이자 발명가였던 퍼시 스펜서(Percy Spencer, 1894~1970)는 미국 메인주(州)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뒤 어머니에게도 버림받아 남의 손에서 자라야 했다. 어려운 가정을 돕기 위해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의 교육만 받은 채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제지공장에서 일했다. 밤에는 공부를 하며 기계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채워나갔다.

그렇게 ‘주경야독(晝耕夜讀)’ 생활을 하던 중, 16세 무렵 그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찾아온다. 당시 제지공장에서는 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관련 기술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퍼시는 책으로만 알던 내용을 직접 시험해 보기 위해 사장을 설득했고, 갖은 시행착오 끝에 전기를 설치하는데 성공한다. 관련 서적을 독학해 얻은 실력임에도 다른 기술자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그 후로 그는 메사추세츠 주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전기 기술자로 통했다.

해군에 입대해서는 학력을 속이고 무전병과를 지원해 삼각함수, 미적분, 화학, 물리학, 야금학 등을 배우게 된다. 관련 분야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그의 실력은 나날이 늘어갔다. 제대 후 25세의 나이로 레이시온이라는 무전장비회사에 들어간다.

1945년,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근무하던 그에게 일생의 사건이 일어난다. 당시 레이시온에서는 마그네트론을 제조하고 있었는데, 마그네트론이 작동 중이던 실험실에 들어갔던 퍼시가 주머니에 넣어둔 초콜릿 바가 녹은 것을 발견한 것이다. 마그네트론은 마이크로파 신호를 생성하기 위한 진공관으로 당시 레이더에 필수적인 장치였다.

이 우연한 사건에 호기심을 느낀 퍼시는 초콜릿 바가 녹은 이유와 마이크로파와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진행한다. 우선 옥수수 알맹이를 마그네트론 옆에 놓아두었다. 그러자 알맹이가 터지며 팝콘으로 튀겨졌다. 다음날은 달걀을 옆에 두어 달걀을 익게 만들었다. 이를 본 퍼시는 마이크로파가 음식 조리에도 쓰일 수 있다고 추측하고 오늘날 전자레인지라고 불리는 상자를 만들어냈다.

레이시온은 이 발명을 요리에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보스턴의 한 레스토랑에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실험과 개량을 통해 마침내 1947년 첫 번째 전자레인지인 ‘레이더랜지(RaderRange)’를 만들어냈다. 최초의 전자레인지는 높이가 무려 167cm, 무게는 340kg에 달하는 ‘거구’의 장치였다. 가격은 무려 5,000달러로 가정용으로는 보급될 수 없는 사양이었다. 하지만 냉동식품을 빨리 해동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레스토랑이나 항공사 등에서 이용됐다.



[그림] 1961년경 레이시온사에서 출시한 전자레인지 레이더랜지.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가정용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는 1952년부터였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팔려나간 시기는 1970년 이후였는데, 이미 퍼시가 사망한 다음이었다.

“교육 받은 과학자들은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에 대해 미리 예단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퍼시는 무엇이 불가능한지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다.”

퍼시의 동료 과학자는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정식으로 교육받지 못했지만 아이 같은 호기심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기의 발명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전자레인지 외에도 그는 생전에 무려 225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오늘날 예술과 과학을 모두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로 꼽히는 다빈치 역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빈치는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업적이나 그의 작품이 끊임없이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 과학자로 불려도 부족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공증인이었던 아버지와 그의 시중을 들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두 부모 모두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서 사생아가 돼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다. 당시 사생아는 대학에도 갈 수 없었다. 심지어 아버지로부터 성도 물려받지 못했는데, 다 빈치(Da Vinci)는 ‘빈치 지역의’라는 뜻이다.

그가 15세가 되던 해, 공방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스승인 베로키오 곁에서 그림을 배웠으며, 여러 예술가들을 지켜보았다. 30세에는 밀라노에서 화가이면서 동시에 군사 기술자,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해부학, 광학, 지질학, 천문학, 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몰두한다. 그가 그림을 그릴 때에는 무서울 정도로 몰입했는데, 새벽부터 저녁까지 붓을 놓지 않고 작업에만 몰두하는 경우도 많았다.



해부학에도 관심이 많던 그는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시체 한 구당 일주일 이상 해부하며 세밀하게 관찰해 스케치로 남기기도 했다. 당시 시체를 보관할 냉동기술이나 방부제가 없었음에도 총 30구 이상 해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 역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과학자로 꼽힌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통찰력으로 전자기학의 기초를 쌓았으며 평생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위해 무료 강연을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어쩌면 이들 외에도 수많은 과학도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못 배웠기에 오히려 겸손했고, 남들보다 더 성실히 노력한 그들의 성과는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지 않을 것이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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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04 호/2012-10-01

한가위 햅쌀밥, 더 맛있는 이유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우리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다.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어 먹고, 보름달을 보며 소원 빌고, 강강술래를 하고 놀며,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하는 풍요로운 날이다. 이렇듯 ‘추석’ 하면 다양한 것들이 떠오르는데,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햅쌀밥’이 있다. 봄부터 자라난 벼가 황금들판을 이룰 때 즈음 음력 팔월 보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벼를 길러 쌀을 먹는 나라는 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지만, 밥맛으로 따지자면 우리나라를 따라올 데가 드물다. 중국 청나라에서도 조선의 밥짓기를 ‘밥알에 윤기가 있고 부드러우며 향긋한데다 솥 안의 밥이 고루 익어 기름지다’고 칭찬한 바 있다. 쌀을 물에 불려 익히는 우리 솜씨가 그만큼 탁월했던 것이다.

솜씨 좋은 우리나라 사람이 지은 밥맛 중에서 으뜸을 꼽자면 햅쌀밥이다. ‘새로 얻은 곡식’이라는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여기에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쌀은 찧은 뒤 7일이 지나면 산화가 시작되고 15일이 지나면 맛과 영양이 줄어든다. 또 쌀의 수분이 16%일 때 밥을 지으면 가장 맛있다고 알려졌는데, 갓 수확해 도정했을 때 수분이 딱 그 정도다. 햅쌀로 지은 밥에서 괜히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촉촉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쌀 품종도 맛있는 밥을 만드는 데 한 몫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찰지고 기름진 밥은 ‘자포니카’라 불리는 쌀로 만든다. 자포니카는 쌀알이 짧고 둥글면서 끈기가 있는 계열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에서만 재배된다. 전체 쌀 생산량에서 10%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밥맛 면에서 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다는 ‘인디카’보다 뛰어나다.

인디카는 인도와 파키스탄 등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재배하는데, 쌀알이 길고 찰기가 없는 종이다. 안남미라고도 불리던 이 쌀은 우리나라가 과거에 구호미로 받아먹기도 했다. 찰기가 없는 인디카로 지은 밥은 푸석푸석한 느낌이며 주로 카레 등 소스에 버무려 손으로 먹는 풍습이 있다. 이밖에 ‘자바니카’라는 종도 있다. 이 쌀은 두 종의 중간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섬에서 재배된다.



[그림] 쌀알이 짧고 둥글며 끈기가 있는 자포니카 품종(좌)과 쌀알이 길고 푸석한 인디카 품종(우).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sxc

그런데 최근에는 날씨가 문제다. 우리 입맛에는 자포니카가 딱 맞지만 지구온난화가 지속되고 이상기후가 많아지면서 기존과 같은 쌀 품종은 점점 재배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입맛에 안 맞는 인디카를 들여와 재배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자포니카처럼 끈기를 가지면서 인디카처럼 열대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품종을 개발하려고 준비 중이다.

사실 두 종을 합쳐서 만든 쌀은 이미 1960년대에 등장했다. 우리가 ‘보릿고개’를 넘는 데 크게 기여한 ‘통일벼’가 그 주인공이다. 故 허문회 박사는 수확량이 많은 인디카와 밥맛이 좋은 자포니카의 장점을 모으려는 계획을 성공시켰다. 당시로서는 일본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획기적인 기술이었는데, 그 이유는 인디카와 자포니카의 교잡이 유전적으로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었다.

유전학적으로 너무 먼 종끼리는 교배도 쉽지 않고 ‘잡종불임’의 문제가 생긴다. 이는 암말과 수탕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가 새끼를 낳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당시 인디카와 자포니카를 교배시켜 얻은 벼에서는 쌀알이 쭉정이가 됐다. 허 박사는 인디카와 자포니카의 잡종이 쭉정이가 될 때, 다시 제3의 품종과 교배시켜 불임 현상을 없앴다. 이렇게 탄생한 통일벼 ‘IR 667’ 품종은 쌀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려 보릿고개를 이겨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통일벼는 수량은 많지만 쌀의 품질과 밥맛이 좋지 않았고, 저온에 약했다. 1972년에는 추수를 앞두고 닥친 냉해 때문에 대흉작을 거뒀고 1978년 도열병과 1980년 냉해를 겪으면서 약점을 드러냈다. 결국 정부가 1992년 쌀 수매 대상에서 통일벼를 제외시키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통일벼만큼 쌀 수량이 많으면서 밥맛도 좋은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는 1970년부터 계속됐다. 그 결과 개발된 주남벼와 대안벼, 계화벼 등은 수확량이 많고 품질도 좋은 자포니카 품종으로, 벼의 키를 낮춰 바람이 불어도 덜 쓰러졌다. 이후에도 태풍이나 봄철 저온현상 등을 견디는 품종 연구가 계속됐고, 동진벼나 운봉벼처럼 재해에도 견디면서 수확량도 많은 벼 품종이 꾸준히 나왔다.

까다로워지는 입맛을 공략하기 위한 품종도 개발됐다. 쌀의 모양과 씹는 느낌 등에 초점을 맞춰 생산된 벼는 운광벼와 고품, 삼광, 호품 등으로 모양과 밥맛, 내재해성까지 갖춘 최고 품질로 꼽힌다. 밥맛이 좋다고 널리 알려진 일본 쌀 ‘추청벼(아까바리)’에도 뒤지지 않는다.

이런 ‘맛 좋고 수량 많은 품종’들을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전체적으로 기온이 높아지는데다 여름에 폭우가 내리는 등 날씨가 아열대처럼 변한 만큼 쌀 품종도 새로 개발해야 한다. 특히 벼는 한 품종을 새로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고온에서도 잘 자라고 품질 좋은 쌀 품종’에 대한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

현재는 기온이 미세하게 올라도 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재배 방법을 개선하고 있다. 모내기를 늦춰 벼 이삭이 피는 시기를 평균 기온 섭씨 23도 정도가 되는 때로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개발된 우리 쌀 품종의 이삭이 익는 최적 온도가 섭씨 21~23도이므로, 이 날씨가 될 즈음 이삭이 여물도록 늦게 이앙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는 재배 방법 개선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봤지만 앞으로 기온이 더 높아지면 여기에도 한계가 온다. 특히 쌀은 우리의 주식이기 때문에 생산량에 문제가 생길 경우 나라 전체적으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에 국내 연구자들은 보릿고개를 넘게 한 통일벼처럼 새로운 품종의 쌀을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기후변화에 잘 적응하고 다량으로 수확 가능하면서도 맛있는 쌀을 맛보게 될 듯하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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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신교통시스템, 자기부상열차의 부상   FOCUS 과학

제 1699 호/2012-09-24

차세대신교통시스템, 자기부상열차의 부상

한국 대도시 교통망의 핵심은 버스와 지하철이다. 전통적으로 버스는 단거리 이동을, 지하철은 중장거리 이동을 담당했으나 근래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확대되면서 버스의 중장거리 부담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버스와 지하철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틈새가 있다.

한국의 대도시 환승시스템은 비교적 잘 구축된 편이지만 지하철과 간선버스가 이르지 못하는 지역을 지선버스와 마을버스만으로 커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버스는 수송력에 한계가 있으며 지하철은 사업규모가 너무 커서 쉽사리 건설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신교통시스템’이 있다. 신교통시스템은 버스와 지하철 양쪽의 장점을 취하는 교통수단으로, 주로 전기를 이용해 친환경적이고 궤도를 이용한 버스에 비해 정시성이 높으며 굴착이나 대규모 역사 등이 필요하지 않아 지하철에 비해 가설비용이 저렴하다. 국내 신교통시스템으로는 기존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BRT나 M버스, 경전철 등이 있다.

BRT(Bus Rapid Transit)는 주요 간선 도로에 버스 전용 차로를 설치해 급행으로 버스를 운행하는 방식이고, M버스(Metorpolitan Bus)는 수도권 주요거점을 중간정차 없이 연결하는 광역급행버스다. 경전철은 수송량과 운행 거리가 기존 지하철의 절반 수준인 경량 전철로,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용이 저렴하고 공해와 소음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 ‘차세대 신교통시스템’이다. 차세대 신교통시스템이란 말 그대로 현재 신교통시스템의 다음 세대를 말한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 신교통시스템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것 중 하나가 자기부상열차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6년 사업단이 출범해 본격적으로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해 왔다. 국토해양부의 국가건설교통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돼 한국기계연구원에서 개발 및 실용화중인 자기부상열차는 오는 2012년 10월 인천국제공항에 시범노선이 설치돼 공항 이용객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이 될 예정이다.

[그림 1]인천에 선보일 도시형자기부상열차로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시험운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도시형자기부상열차실용화사업단


목표는 최고속도 110km/h, 1량 탑승인원 100명, 무인운전이 가능한 자기부상열차 개발과 인천공항 내 6.1km 시범노선을 구축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11~12월이면 시속 110km/h 도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약 1년간 시운전을 통한 안정화 기간을 거쳐 2013년 9월 공식 개통할 계획이다.

자기부상열차는 자석의 같은 극끼리 밀치고 다른 극끼리 당기는 힘을 이용해 차량을 선로 위에 띄워서 움직이는 열차를 말한다. 도시형자기부상열차에 사용되는 자석은 강력한 영구자석이다. 선로와 열차가 직접 닿지 않기 때문에 마찰력이 매우 적어 가속이 빠르며 소음이 65dB 수준으로 낮다. 바퀴와 레일의 마찰로 인한 진동과 분진도 없어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꼽힌다. 또한 탈선, 전자파 등의 위험요소가 없고 건설비와 운영비도 기존 철도에 비해 저렴해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복잡한 도심에서도 운행할 수 있어 차세대 도심대중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통 자기부상열차라고 하면 상하이 도심과 푸동 공항을 연결하는 열차처럼 초고속열차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발하는 자기부상열차는 중저속 도시형자기부상열차다. 교외와 도심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내에서 지하철이나 경전철을 대신하는 용도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구자석을 이용한 방식 외에 열차에서 튀어나온 전자석이 철판으로 만든 선로 아래를 감싸듯 설치한 ‘상전도 흡인식’도 있다. 상전도 흡인식은 자석이 철판으로 달라붙으려는 흡입력으로 열차를 띄우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은 저속은 물론 고속열차에도 적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초고속 열차 전용으로 개발된 기술도 있다. 강력한 초전도 자석의 반발력을 이용해 높은 속도를 낼 수 있는 초전도 반발식이 그것이다. 자기부상열차 바닥에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초전도 자석을 놓고 레일 위치에 전자석을 놓아 만든다. 초전도 현상이란 섭씨 영하 200도 이하의 매우 낮은 온도에서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것 외에도 아주 큰 자기장을 만들거나 가두어 둘 수 있다.

열차 바닥의 초전도자석과 전자석의 자기장 방향을 반대로 두어 열차와 레일 사이에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생기고, 무거운 열차가 공중에 뜰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마찰력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적은 동력으로도 먼 거리를 갈 수 있다.

현재 도시형 자기부상열차가 개통돼 영업 중인 노선은 세계적으로 일본 나고야가 유일하다. (중국 푸동공항과 상하이를 연결하는 노선은 시속 300km를 넘는 고속형이다.) 최근에는 중국이 자체 기술로 저속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해 선보였지만, 상용화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인천에서 시범운행을 시작할 자기부상열차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운행을 시작하는 도시형자기부상열차가 된다. 2013년 9월 성공적으로 상용화 돼 향후 최첨단 녹색교통시스템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글 : 김택원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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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9-25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부상열차가 드디어 시범운행하는군요, 것도 인천에서~
바쁜 마노아님, 소식이 궁금해서 심야에 다녀갑니다~ ^^

마노아 2012-09-25 16:48   좋아요 0 | URL
제가 아무리 바쁜 척을 해도 순오기님을 따라잡을 수 없을 거예요. 헤헷, 근데 서재 마실이 왜 이리 힘들까요...>_ㅡ
 

태풍 신문지, 비닐하우스 찢기…태풍 대처도 ‘과학’   FUSION 과학

제 1698 호/2012-09-19

태풍 신문지, 비닐하우스 찢기…태풍 대처도 ‘과학’

2012년 강력한 태풍이 연이어 우리나라를 지나갔다. 태풍은 평년 기준(1981~2010년)으로 연 25.6개가 발생한다. 이 중 2~3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데, 2012년 올해는 9월 중순까지 16개의 태풍이 발생했다. 발생 빈도는 평년(1~9월 18.4개)과 비슷하지만,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태풍의 수는 4개로 평년보다 많았다.

8월에 발생한 제14호 태풍 ‘덴빈(TEMBIN)’과 제 15호 태풍 볼라벤(BOLAVEN), 9월에 발생한 제 16호 태풍 산바(SANBA)가 잇따라 우리나라에 근접하게 지나가거나 상륙해 인명․재산 피해를 냈다. 특히 볼라벤은 순간 최대풍속 30~40㎧의 강한 바람을 동반한다고 알려지며 건물 유리창까지 위험 대상이 됐다. 이에 유리창마다 물에 적신 신문지를 붙이라는 예방법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기도 했다. KBS 2TV ‘위기탈출 넘버원’에서는 이를 직접 실험해 보였는데, 여기에는 어떤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있는 걸까?

이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명을 이해해야 한다. 공명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태풍은 바람에 의한 진동과 소리에 의한 공명 둘 다 온다. 공명은 물체의 진동을 유발하는데, 물체의 탄력성이 낮을수록 공명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파손되기 쉽다.

유리 역시 고체지만 어느 정도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위에 신문지를 붙여주면 진동의 일부를 신문지가 흡수한다. 진동의 일부를 흡수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굳이 신문지가 아니라 탄력성 있는 재질을 붙여도 될 것이다. 하지만 신문지가 주변에서 구하기 쉽기 때문에 널리 알려진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단, 유리창에 신문지를 붙일 때는 신문지 위에 분무기를 뿌려 유리창과 빈틈없이 밀착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틈이 없어야 진동을 잘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문지에 물이 마르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물을 뿌려줘야 한다.

신문지 대신 테이프를 X자 모양으로 붙이는 방법도 자주 거론된다. 이 방법은 신문지처럼 진동을 흡수하는 대신 유리창의 탄력부분을 보강해 준다.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면 유리의 탄성 강도가 상승해 바람에 좀 더 잘 버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볼라벤과 같이 최대 풍속이 큰 태풍에는 그닥 효과적이지 않다.

태풍은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여러 농작물에도 영향을 끼쳤다. 태풍이 올 때 비닐하우스와 같은 시설들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농촌진흥청은 농촌지역에서 태풍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제시했다. 우선 비닐하우스는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에 약하므로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밀폐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비닐은 하우스 끈으로 단단히 묶고 환풍기를 가동해야 한다. 태풍으로 골조가 파손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신속하게 비닐을 찢어야 한다. 비닐을 찢는 것은 바람이 부는 반대방향부터 찢어야 쉽다.

바람세기가 강해지면 하우스가 넘어지거나 뽑혀 날아갈 위험이 있으므로 안전에 주의하고, 하우스가 침수되지 않도록 사전에 하우스 주변 배수로를 정비해 물 빠짐이 잘 되도록 해야 한다. 태풍이 오기 전 붕괴 위험이 있는 축대를 사전에 보수하고 축사 주변 배수로를 정비한다. 또한 축사 내에 있는 전선은 미리 점검해 누전으로 인한 축사의 화재를 예방해야 한다.

물에 잠긴 벼는 빠른 시간 내에 물이 빠지도록 만든다. 태풍이 통과한 후에는 흰잎마름병 상습발생지나 벼가 침수된 논은 흰잎마름병을 포함한 복합 살균제를 뿌려야 한다. 그 외 포장(밭고랑 하나 혹은 벼가 심어진 논 하나)에도 복합 살균제를 뿌려준다.

태풍으로 쓰러진 고추는 세워주고 지주대를 보강하며, 침수된 밭작물은 빠른 시간 내에 물을 빼준다. 습해를 입어 생육이 부진한 포장은 요소나 제4종 복합비료를 뿌려주며, 피해가 심한 포장에는 다른 작물을 재배한다.

초지나 사료작물 포장은 배수구를 정비해 습해를 받지 않도록 관리하고 사료는 비에 젖지 않도록 받침대 위에 보관한다. 이미 젖은 사료나 풀은 가축에게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또 가축분뇨 저장시설과 퇴구비장의 배수구는 빗물이 들어가거나 오폐수가 유출되지 않도록 점검한다. 축사 환풍장치를 가동해 환기하고 우리 바닥에 까는 톱밥이나 짚은 자주 교환해 습도를 낮추고 가축 사육환경을 청결하게 한다.

최근 21세기 말이 되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수가 지금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기상연구소가 한국,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총 8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이용해 서태평양의 태풍발생 가능성과 한반도 남서 해상의 태풍 잠재강도를 전망한 결과,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태풍은 발생 횟수와 잠재강도가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를 저감하지 않을 경우 21세기 말에는 37%나 증가한다고 한다.

태풍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다. 하지만 태풍이 오기 전 꼼꼼한 사전준비를 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더불어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노력해 태풍의 증가를 막는 노력도 필요하겠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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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9 2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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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0 2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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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1 08: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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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2 0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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