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과학

제 1823 호/2013-03-13

알록달록 픽시 바이크, 알고 보니 자전거의 고전!

유난히도 길~~고 춥던 겨울이 가고 살랑살랑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자, 태연과 아빠도 뭔지 알 수 없는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강아지 몽몽이까지 봄바람이 났는지 택배 아저씨만 와도 반갑다고 깡충깡충 좋아 난리! 아무리 구들장에 붙어있는 게 유일한 특기이자 취미인 아빠라 하더라도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 가는 거야! 우리도 봄볕을 받으며 뛰어보는 거야! 이 상쾌한 봄바람을 만끽해보자고!”

간만에 간지 나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천변 길을 뛰기 시작하는 태연과 아빠 그리고 몽몽이. 마음은 봄바람 같으나 몸은 천근만근인지라, 셋 모두 영 폼이 나지 않는다. 아빠의 두부살 배는 걸음을 뗄 때마다 시계추처럼 양 옆으로 쿨렁쿨렁 움직이고, 겨우내 복지부동 움직이지 않았던 태연의 근육들은 불과 삼 분만에 지쳐 뛰기를 거부하는데다, 간만에 바깥구경을 나온 몽몽이는 지나친 행복을 배변으로 표현해버리고 말았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

그때 하얀색과 분홍색이 섞인, 진정으로 심플하고 예쁜 자전거를 탄 여인이 향기 나는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태연과 아빠의 옆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지나간다. 그녀의 잘록한 허리와 탄탄한 허벅지는 말 그대로 예술이다. 스톱워치를 누른 듯 일시 정지해 버린 두 사람. 멍 하니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본다.

“아빠, 정신차려욧!! 침이라도 좀 닦고 쳐다보든가…. 엄마한테 확 일러버릴 거예욧~!!”
“뭐얏? 너, 너도 엄청 쳐다봤잖아!”
“난, 자전거를 본 거라고요! 저 놀랍도록 아름다운 자전거를 아빠가 저에게 선사해주신다면, 저도 저 언니처럼 환상 몸매의 어린이로 거듭날게요.”

“이거 왜 이래~, 나도 자전거를 봤다고. 흠흠, 저 자전거는 우리가 흔히 타는 기어변속 자전거가 아니라 ‘픽시드 기어 바이크(Fixed Gear Bike)’, 일명 ‘픽시’ 자전거란다. 고정 기어(Gear, 톱니바퀴의 조합에 따라 속도나 방향을 바꾸는 장치) 자전거라는 거지. 70~80년대 뉴욕의 우편배달부들이 타던 자전거에서 유례 했는데, 최소한의 부품으로만 이뤄져 있어서 매우 단순하고 심플한 매력이 있단다. 또 개인이 원하는 컬러로 타이어에서부터 핸들까지 맞춤형으로 주문할 수 있어서 개성도 살릴 수 있고. 도시 멋쟁이들이 즐겨 타는 자전거라고나 할까?”



[그림] 기어가 축에 고정돼 있는 ‘픽시드 기어 바이크(픽시)’. 변속기 등 부속장치가 없어 자전거 외관이 심플하고 가볍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그러니까 나도 저거 사달라고요! 완전 사랑스러웡!!”

“겉으로는 저렇게 예쁘지만, 너 같은 몸치에 저질체력은 함부로 도전하기 힘든 자전거야. 고정기어라서 네가 페달을 돌리는 힘만큼, 딱 고만큼밖에 움직이기 않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고, 브레이크가 없어서 발로 멈추거나 뒤로 페달을 감아줘야 한단다. 그뿐만이 아니야.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도 페달을 끊임없이 굴러줘야 바퀴가 회전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단다. 자전거 치고는 완전 고조할아버지뻘 되는, 상당히 원시적인 자전거 형태지.

“정말요? 생긴 건 완전 현대의 극치 같은데…. 원래 옛날 자전거는 다 힘들었어요?”

“그렇지, 기어를 적용하기 전까지는. 자전거는 생각보다 역사가 짧은 기계란다. 바퀴 자체는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자전거라는 형태가 만들어진 건 1870년대에 이르러서야. 최초의 자전거는 앞바퀴는 엄청 크고 뒷바퀴는 있는 둥 마는 둥 작게 달려있는 하이휠러(high-wheeler)라는 자전거였는데, 너도 옛날 영화나 사진에서 한두 번쯤 본 적이 있을 거야.”

“것두 엄청 멋지던데요? 근데 타기는 힘들었나 봐요?”

“하이휠러는 페달을 한 바퀴 돌리면 앞바퀴도 따라서 한 바퀴 돌아 원둘레의 거리만큼 앞으로 이동하는 자전거였단다. 바퀴가 클수록 한 번에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큰 앞바퀴를 만들었던 거지. 그런데 바퀴가 너무 커서 자전거에 올라타고 내리는 게 매우 힘들었고, 균형 유지도 어려운데다, 언덕 같은 오르막길에서는 거의 탈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단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앞바퀴와 뒷바퀴가 적절한 힘의 분배를 이뤄내면서 힘들이지 않고 탈 수 있는 자전거를 끊임없이 개발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기어 자전거였어. 기어와 톱니바퀴 아이디어는 이미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 처음 제안됐지만, 자전거에 적용되는 데까지는 400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지.”

“그래서요? 기어가 적용되면서 어떻게 변했어요? 자전거, 생각보다 흥미로운데요?”

“그치? 예를 들어 설명하면 좀 더 쉬울 거야. 페달 체인휠(chain wheel)의 톱니가 48개고, 뒷바퀴 휠의 톱니가 14개라면 3:1의 비율이 되겠지? 이건 페달을 한 바퀴 돌리면 뒷바퀴가 세 번 회전한다는 의미란다. 그만큼 한꺼번에 먼 거리를 갈 수 있다는 뜻이고, 바퀴가 작아져도 빠르고 멀리 갈 수 있다는 뜻이지.

“아, 그래서 바퀴가 요즘 것처럼 작아질 수 있었던 거네요?”

“바로 그거야!! 장소에 따라 기어변속을 하면 더 편리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단다. 예를 들어, 앞 체인휠 톱니가 22개, 뒤 톱니가 30개라면 비율은 0.73이 돼. 당연히 한 번에 멀리갈 수는 없겠지만 대신 힘은 적게 든단다. 그러니까 오르막이 나올 때 이런 저단기어를 사용하면 되겠지? 또 빨리 달리고 싶을 때는 비율이 높은 고단기어를 쓰면 돼. 페달을 한 번 돌릴 때 뒷바퀴를 6~7번 돌아가게 하려면 힘은 많이 들겠지만 아주 빨리 갈 수 있단다. 또 자전거를 탈 때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헬멧을 유선형으로 만든다거나, 몸에 딱 붙는 스킨수트(skinsuit)를 입는 등의 방법도 고안되고….”

그때 태연과 아빠 옆을 지나가는 한 무리의 자전거 아저씨들! 하나같이 총천연색의, 지나치게 몸에 밀착돼 흔들리는 뱃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당췌 알 수 없는 스킨수트를 입고 지나간다. 태연, 순간적으로 눈을 감아버린다.

“아, 조인성 오빠나 원빈오빠가 저렇게 촥 달라붙는 스킨수트를 입고 내 눈앞으로 지간다면 정말 좋을텐데….”

“5분도 안 뛰고 또 남자생각이야?! 얼른 운동에나 집중해~!!”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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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19 호/2013-03-11

갑자기 실신하는 사람들, 남들보다 ‘이것’ 예민하다?

장나라, 신현준, 김선아, 티아라 효민의 공통점은?

모두 촬영 중 실신해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연예인이다. 이들이 갑작스레 쓰러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팬들은 뇌나 심장에 문제가 있는 등 큰 병이 아닐까 걱정한다. 또 혹자는 촬영 중인 드라마나 영화 홍보를 위한 마케팅이라 수군대기도 한다. 하지만 대게는 중병도 꾀병도 아닌 부교감 신경의 오버(?)로 인한 ‘미주신경성 실신’일 때가 많다.

실신은 부교감신경 때문?
미주신경은 부교감신경의 하나다. 부교감신경은 교감신경과 함께 신체를 구성하는 여러 장기와 조직의 기능을 조절한다. 교감신경은 신체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한다. 근육 대동맥에서 갈라져 나온 동맥이 넓어지면서 심장박동수가 증가한다. 반면 피부와 소화관의 동맥은 수축하면서 혈액이 뇌와 심장, 근육으로 집중된다. 털세움근도 영향을 받아 털이 바짝 서고 땀이 난다. 너무 긴장하면 배고픔은 잊고 손에 땀이 나며 심장이 빨리 뛰는 이유다.

부교감신경은 정반대작용을 한다. 심장박동수는 떨어지면서 혈압이 낮아지고 소화관의 연동운동은 촉진된다. 중요한 시험을 마치고 시험장을 나설 때 밀려오는 안도감, 이때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된다. 교감신경이 공포와 분노, 긴장을 했을 때처럼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고 반응한다면 부교감신경은 소화는 촉진하고 온몸에 힘을 빼 편안하게 만드는 등 신체 에너지를 절약하고 저장하는 작용을 한다.

두 신경은 상호작용을 한다. 한 쪽이 너무 흥분하면 이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다른 한쪽도 활성화된다.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이렇게 두 신경이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극도로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반작용으로 부교감신경도 흥분한다. 이 때 부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 되면서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감소해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부족해져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이다.

따라서 미주신경성 실신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 발생한다. 촬영 중 실신한 연예인의 경우, 무리한 촬영 스케줄이나 특정 신(Scene)에 대한 부담감과 압박감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이다. 어린 시절 아침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의 긴 훈화말씀에 한두 명씩 쓰러졌던 것도 같은 이유다. 다리는 아프고 햇빛은 뜨거운데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훈화가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이다.

이것은 강한 햇빛을 오래 받았을 때 일어나는 일사병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부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흥분해 일어난다. 반면 일사병은 고온의 환경 탓에 땀을 많이 흘리면서 체내의 수분 부족으로 혈압이 낮아져 쓰러지는 것이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교회실신’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사람이 많으면서 밀폐된 공간에 들어서면 긴장을 하게 되고 이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인은 다양하다.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요소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신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심한 생리통으로 오는 경우부터 소변을 오래 참다가 화장실에서 쓰러지는 경우 등 다양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오랜 시간 서 있는 경우, 목욕탕이나 온천 등 뜨거운 물에 장시간 머물렀을 때, 혹은 햇볕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피를 보거나 신체의 일부가 다칠 위험에 처했을 때, 온도의 변화 등 주변의 환경이 급격히 변했을 때, 교회나 역 등 사람이 많은 밀폐된 공간에 갔을 때 미주신경성 실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미주신경성 실신을 예방하려면?
다행히 미주신경성 실신은 간단한 예방법만 지켜도 막을 수 있다. 우선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개인별로 스트레스 요소를 피해야 한다. 청룡열차를 보기만 해도 쓰러지는 사람은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이나 자이로드롭 등 높은 곳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놀이기구는 피해야 한다.

소변이 마려우면 바로 화장실로 가야 한다. 방광근육이 흥분하면 부교감신경도 함께 흥분하면서 혈압이 떨어져 쓰러질 수 있다. 소변을 본 뒤에는 잠시 앉아 있는 것이 좋다. 방광근육의 이완은 부교감신경이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이때는 혈압이 낮다. 따라서 바로 움직일 경우 쓰러질 수 있다.

목욕탕에서는 냉탕, 온탕을 번갈아 들어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 급격한 온도변화가 실신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나 교회, 지하철 등 사람이 많은 밀폐된 공간은 폐쇄공포증을 느끼기 쉽고 이 경우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증가해서 미주신경성 실신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평소 아침 식사를 챙기고 물은 자주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아침은 하루 중 몸 안에 수분이 가장 적을 때로 혈압이 낮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침 식사를 꼭 챙기고 평소 물을 자주 마셔 혈압이 낮아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과식은 금물이다. 음식물이 많이 들어가면 소화가 활발해지면 부교감신경이 빠르게 활성화된다. 또 배가 아프거나 메슥거림을 느끼면 바로 앉는 것이 좋다.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 실신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방법으로는 서 있을 경우 한 발을 다른 발 앞쪽에 둬 다리를 X자 형태로 만들기가 있다. 앉아 있을 경우에는 한 쪽 다리를 다른 쪽 허벅다리 위에 접어 올려두는 등의 동작으로 혈압을 올려 실신을 예방할 수 있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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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3-11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 이야기가 아냐....ㅜ.ㅜ

순오기 2013-03-12 01:18   좋아요 0 | URL
빈혈이 아니고 이런 이유였군요.ㅠ

마노아 2013-03-12 09:54   좋아요 0 | URL
예방 방법이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해서 안습이에요. 그게 어디 말처럼 쉽냐 이거지요. 크흑....ㅠ.ㅠ

hnine 2013-03-1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마노아님도 이 증세였던거예요? ㅠㅠ
제 친구 딸도 건강한 아이인데, 성당에서 미사보다가 갑자기 픽 쓰러져 정신을 잃기에 응급실 갔더니 바로 이거였다고 하더라고요.
오늘도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마노아 2013-03-12 09:55   좋아요 0 | URL
작년 한해는 다행히 실신 없이 넘어갔는데 앞으로도 쭈욱 없었으면 해요.
집에서만 넘어가란 법이 없기 때문에 참 불안하거든요.
어휴, 미사보다가 그랬으니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참 놀랐겠어요.
흔한 증상이라고는 하지만 당사자야 어디 그런가요.
과학향기에 내 얘기 나와서 깜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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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18 호/2013-03-06

[이달의 역사]최초로 이식된 장기는 ○○, 장기이식의 역사

병든 장기를 새로운 장기로 바꿔주면 건강이 회복될 것이라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기원전 2000년 이집트에 장기이식과 관련된 신화가 있고, 기원전 700년 인도에서도 자기 조직을 이식해 코 성형수술을 한 기록도 남아있다. 11세기에는 치아이식이, 15세기에는 피부이식이 시도됐다. 하지만 자기 조직을 이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근대의학의 여명기라고 할 수 있는 18세기부터 의학자들은 동물 실험을 통해 이식에 관한 지식을 얻기 시작했다. 영국의 외과의사 존 헌터는 닭의 고환이나 동물의 아킬레스건을 동종끼리 이식했다. 이러한 노력이 축적돼 1880년에는 각막이식에 성공했다.

그러나 피부나 각막 같이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체내의 장기 같은 기관을 이식하는 것은 20세기가 될 때까지 불가능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작은 혈관이라도 막히지 않고 혈액을 통과시킬 수 있게 하는 봉합기술과 미세수술 기술이 부족했다. 둘째, 수술 후 이식한 장기가 염증을 일으키며 손상돼 버리는 현상, 즉 ‘거부반응’이 생겼다.

이 중 혈관 봉합기술은 1910년대에 해결됐다. 동맥을 자르고 이어줄 때 혈관 조직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잠시 피가 흐르지 않도록 집어주는 가위 모양의 동맥 겸자가 등장했고, 미국의 의학자 알렉시스 캐럴이 서로 이어줄 양측 혈관 단면을 삼각형처럼 만들어 봉합하는 ‘삼각봉합법’을 고안해 냈다. 캐럴은 삼각봉합법을 고안해 동물 이식 실험을 한 공로로 19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혈관을 이어주는 수술 기술이 확립되자 가장 먼저 이식 수술의 대상으로 떠오른 장기는 신장이다. 신장이식수술은 이미 1936년 러시아의 보로노이가 처음으로 시도했다. 비록 환자는 수술 후 이틀 만에 사망했지만 장기이식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수술로 기록된다. 이후 많은 의사들이 신장 이식수술에 도전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1969년 3월, 서울 명동의 성모병원에서 신장이식수술에 성공했다. 이는 국내 최초의 장기이식수술로, 국내 이식 의학의 바탕이 된 의미 있는 수술이었다.

그런데 최초로 시도된 장기이식이 심장, 간, 폐 등 다양한 장기 중 왜 하필 신장이었을까? 신장은 우리 몸에 두 개가 있기 때문 장기 제공자를 얻기 쉽다. 또한 내장 뒤에 위치해 비교적 쉽게 떼어낼 수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긴 동맥과 정맥, 요로를 이어주면 되기 때문에 다른 장기에 비해 수술이 쉽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수술이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하지 못해 실패로 돌아가는 동안, 극소수이지만 희망적인 결과도 있었다. 예를 들어 1947년 미국 보스턴에서 있었던 신장이식 수술이 그랬다. 독일의 의사 후프나젤은 임종 직전인 여자의 신장을 떼어 생명이 위독한 임산부에게 일시적으로 이식했다가 거부반응이 일어나기 직전에 이식한 신장을 도로 떼어냈다. 비록 완벽한 이식은 아니었지만 이식한 신장은 산모의 신장이 급성신부전에서 회복하는데 필요한 3일간의 시간을 벌어줬다. 1950년에는 혈액형만 동일한 타인의 신장을 이식받은 터커라는 사람이 11개월이나 살아남는 기적적인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거부반응은 여전히 장기이식에서 최대의 난관이었다. 이식에 필요한 외과적 문제들은 이미 극복했지만 거부반응은 정확한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1954년 미국의 조셉 머레이가 일란성 쌍생아끼리의 신장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이로써 일란성 쌍생아끼리는 장기를 이식하더라도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머레이의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절반의 성공이었다. 거부반응이라는 장애물을 완전히 해결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머레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거부반응 문제가 일란성 쌍생아라는 편리한 도구에 의해 잠시 우회됐을 뿐’이었다.

그러다 1960년 프랑스의 장 도세가 백혈구 항원이 거부반응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로써 의사들은 백혈구 항원이 비슷한 사람끼리 장기를 이식하면 거부반응의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거부반응의 원인이 우리 몸을 방어하는 수단인 ‘면역 시스템’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식수술에 면역억제제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결국 머레이는 1962년 쌍생아가 아닌 타인 사이의 신장이식 수술에 성공하고 199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는다.

거부반응의 원인이 면역의 문제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면역억제제 개발이 중요한 변수가 됐다. 하지만 거부반응을 완전히 억제해 주는 면역억제제가 없어 이식수술의 성공률은 매우 낮았다. 그러던 1972년 획기적인 면역억제제가 등장했다. 스위스 제약회사 산도즈의 보렐이 이끄는 연구팀이 노르웨이의 흙 속에서 발견한 곰팡이의 부산물로 강력하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을 탄생시킨 것이다. 사이클로스포린은 당시 18%에 불과하던 간장이식 성공률을 단번에 68%로 끌어올리는 기적을 만들었다.

그 후로 사이클로스포린과 다른 면역억제제를 함께 쓰는 ‘칵테일요법’은 장기이식에서 가장 큰 문제였던 거부반응을 극복하게 해 줬다. 조금 과장해서 사이클로스포린 발명 이후 장기이식은 단지 외과 기술의 문제가 됐다. 하지만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늘 넘치는데 비해 장기공여자는 늘 부족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장기를 개발하거나 돼지 등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이종간이식’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렇듯 여러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는 장기이식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글 : 이재담 울산대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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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14 호/2013-03-04

 

마른땅에 날벼락…싱크홀의 비밀

#1.
2013년 1월 28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의 도로에서 지반이 갑자기 주저앉는 사고가 발생했다. 넓이 약 50㎡, 깊이 9m로 뚫린 커다란 구멍은 그 자리에 서 있던 건물을 순식간에 삼켜 버렸다.

#2.
2012년 2월 18일, 인천시 서구의 지하철 2호선 공사장에서 지반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왕복 6차선 도로 한 가운데 가로와 세로 12m 길이에 깊이 27m 가량이 둥글게 주저앉으며 인부 1명이 매몰됐다.

멀쩡하던 도심 한복판에 뚫린 이 구멍들은 모두 ‘싱크홀(sink hole)’이라 부른다. 싱크홀은 글자 그대로 가라앉아 생긴 구멍을 말한다. 본래 싱크홀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구덩이를 말하며, 산과 들, 바다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인천에서 발생한 사고로 대한민국 역시 싱크홀의 안전지대가 아니란 것이 알려지면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림 1] 2012년 2월 18일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장 지반이 무너지며 생긴 싱크홀. 사진 제공 : 인천서부소방서

세계적으로 볼 때 싱크홀의 크기와 모양새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지각운동이 매우 안정적인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생각도 못할 경관이 많다. 예컨대 멕시코에 있는 제비동굴(Cave of Swallow)은 세계 최대의 수직 싱크홀로 지름 50m에 깊이가 376m에 달한다. 베네수엘라의 해발 2,000m가 넘는 산 정상부에는 사리사리나마(Sarisarinama)라고 불리는 지름과 깊이가 350m에 이르는 싱크홀이 단층선을 따라 연속적으로 나 있다.

이들은 모두 경이롭다 못해 보는 이의 심장을 멈추게 할 만큼 전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최근 도심지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은 공포의 대상이다. 도심지에서 싱크홀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려면 싱크홀이 왜 생기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싱크홀은 한마디로 땅속에서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생긴다. 땅속에는 지층 등이 어긋나며 길게 균열이 나 있는 지역(균열대)이 있는데, 이곳을 지하수가 채우다가 사라지면 빈 공간이 생기면서 땅이 주저앉게 된다. 이것이 싱크홀이다. 싱크홀은 퇴적암이 많은 지역에서 깊고 커다랗게 생긴다. 빈 지하공간이 쉽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토 대부분은 단단한 화강암층과 편마암층으로 이뤄져 있어 땅 속에 빈 공간이 잘 생기지 않는다. 우리나라 싱크홀이 얌전한 축에 속하는 이유다.

겨우 지하수가 빠져나간다고 싱크홀이 생길까 생각한다면 지하수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땅속은 2.5m 깊이 들어갈 때마다 1기압씩 압력이 증가한다. 깊이 25m의 암반층은 10기압의 압력을, 250m 지점에는 100기압의 압력을 받는다. 이 힘을 지하수가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지하수가 사라지면 땅속 공간은 막대한 압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가라앉는다. 사라지는 지하수의 양이 많을수록 싱크홀의 규모도 커진다.


[그림 2] 베네수엘라의 해발 2,000m가 넘는 산 정상부에 있는 사리사리나마(Sarisarinama) 싱크홀. 지름과 깊이가 350m에 달하며 단층선을 따라 연속적으로 나 있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그렇다면 땅속을 잘 버티고 있던 지하수가 왜 갑자기 사라지는 걸까. 땅속에는 복잡한 지하수 네트워크가 있다. 장구한 세월 동안 땅속 깊숙이 침투해 들어간 빗물이 암반으로 스며들어 암반지하수를 형성한다. 이런 복잡한 지하수 네트워크가 융기와 침강, 단층과 습곡, 지진 등 지각변동과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변동 등으로 변하면서 싱크홀이 생겨나는 것이다.

자연 상태의 싱크홀은 주로 석회암 지역에서 발견된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지하수에 녹으면 서서히 땅이 꺼져 내리며 용식돌리네가 만들어진다. 땅속에 석회암 공간이 생긴 경우에는 함몰돌리네가 생겨난다. 흐르는 지하수가 지하의 소금층이나 석고층을 녹여도 지하에 빈 공간이 생겨 싱크홀이 만들어진다.

도심에 생기는 싱크홀은 지하수 네트워크에 이상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지하수를 너무 많이 끌어다 쓰면 지하수위가 낮아지면서 지하수가 감당하던 압력을 땅 속 공간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이 결과로 지표가 무너져 싱크홀이 만들어진다.

지하수를 너무 뽑아 쓰면 멀리 떨어진 곳의 지반도 내려앉는다. 지하수도 지표수처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해 흐르는데, 지하수위가 낮은 지점에서 물을 많이 끌어 쓰면 높은 곳에 있는 지하수가 이동해 공동이 생기면서 땅이 내려앉게 된다. 2005년 6월 전남 무안과 2008년 5월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싱크홀도 이 같은 원인으로 생겼다.

싱크홀의 원인은 이 밖에도 많다. 지표수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릴 경우 그동안 물이 많지 않았던 흙에 물이 가득해진다. 이 때문에 응집력이 떨어지면서 지반이 약해져 땅이 내려앉을 수 있다. 또 공장에 쓸 저수지를 모래가 많은 지표층 위에 만들거나 도시 상하수관이 새면서 주변 흙에 물이 많이 스며들어도 싱크홀이 생길 수 있다.

지하수가 잘 흘러도 싱크홀이 생길 수 있다. 지하수가 흐를 때 점토, 실트, 모래 등 크고 작은 알갱이들도 함께 흐르며 지하수가 흐르는 구멍을 점점 깎아낸다. 지하수길이 침식돼 점점 커지면서 싱크홀의 위험도 높아진다. 2007년 2월과 2010년 5월 과테말라 도심지를 습격한 싱크홀은 허리케인이 쏟아 부은 빗물이 화산재층을 함몰시켜 만든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도 싱크홀이 점점 자주 출현하고 있다. 근본 대책은 무분별한 도시개발의 중단뿐이다. 지하수는 결코 우리가 맘대로 빼내 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싱크홀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도시 주요 지역에서 지하수의 흐름을 늘 모니터링 해야 한다. 특히 도심지 공사장의 무분별한 공사는 싱크홀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만큼 예의주시해야 하겠다.

글 : 박종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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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SION 과학

제 1808 호/2013-02-20

아이디어 원천으로 떠오른 동물, 뱀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지.”

우리 조상들의 낙천성을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제자리에 있어야 할 무엇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지만, 결국 어떻게든 해결하게 돼 있다는 긍정성이 담겨 있다. 이가 없으면 조금 불편하기는 하겠지만 잇몸으로 씹어 넘길 수 있고, 스포츠 경기에서 뛰어난 선수가 빠진다고 반드시 지는 게 아니다. 주어진 상황이 나쁘더라도 할 수 있다는 ‘의지’와 ‘긍정성’을 가지라는 게 속담이 전해지는 이유가 아닐까.

2013년 계사년의 주인공인 ‘뱀’은 이 속담이 가진 의미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생물이다. 뱀은 애초에 다리 없이 태어나지만 네 발, 혹은 두 발 달린 다른 동물에게 뒤지지 않고 살아남았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 듯 다리 없이 껍질로 사는 법을 터득한 덕분이다.

뱀 껍질도 기본적으로 다른 동물의 피부나 털이 하는 역할을 한다. 온몸을 둘러싸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의 껍질은 단백질의 일종인 젤라틴으로 이뤄져 습도 변화에 대응하기 좋다. 젤라틴으로 온몸을 휘감고 있기 때문에 몸 밖에서 들어오는 습기를 잘 막고, 몸에 있는 습기도 잘 뺏기지 않는다. 그 덕분에 뱀은 습도에는 큰 상관없이 서식할 수 있다.

언뜻 뱀 껍질은 물고기의 비늘처럼 하나씩 따로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가 하나로 연결돼 있고 비늘 사이에는 주름이 잡혀 있다. 자기보다 몇 배나 큰 먹이를 통째로 삼키면 비늘 사이의 주름이 늘어나서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소화시킬 수 있는 구조다. 비늘이 모두 연결된 덕분에 뱀이 벗어놓은 허물도 뱀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뱀 비늘은 이동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리가 없는 뱀은 온몸을 지면에 밀착해 기어 다닐 수밖에 없는데, 이 때 땅이나 물에 비늘이 직접 닿는다. 효과적으로 이동하려면 각종 표면과 맞닿은 비늘의 마찰력을 조절해야만 한다. 또 늘 어딘가에 닿는 비늘이 잘 닳지 않도록 신경도 써야 한다. 뱀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미세한 표면 구조를 발달시켜 해결했다.

잘 이동하기 위한 첫 번째 비결은 몸통 각 부분의 마찰력을 다르게 만든 것이다. 뱀은 직진만 하는 성질을 가졌는데 이는 뱀의 배 비늘이 앞으로 갈 때는 마찰력이 가장 작아서다. 뒤쪽이나 옆쪽은 마찰력이 강해서 온몸을 움츠렸다가 펴면 앞으로 나가도록 이뤄졌다.

실제로 미국 조지아공대 데이비드 후 교수팀은 뱀 몸통의 마찰력을 측정해 2009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싣기도 했다. 연구진은 작고 온순한 뱀인 ‘퍼블란 밀크 스네이크’를 마취시켜 몸통을 앞과 뒤, 그리고 옆으로 기울여 각 방향의 마찰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앞 방향의 마찰력이 가장 작고 옆 방향의 마찰력이 가장 컸다. 마찰력이 큰 몸통 옆쪽은 브레이크 장치처럼 작용해 뱀이 S자 곡선을 그리면서 이동하도록 만든 것이다.

뱀 비늘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머리 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일정한 형태의 무늬가 잘 발달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무늬는 뱀 비늘이 지표면에서 잘 지나갈 수 있도록 마찰을 최소로 줄이고, 최대한 덜 닳도록 도움을 준다.

이런 뱀 껍질의 구조는 사막에 사는 도마뱀인 ‘샌드피시’와 비슷하다. 샌드피시는 모래 속을 파헤치고 다니면서도 반짝거리는 껍질을 유지하는데, 이는 껍질 표면이 마이크로미터(μm·100만 분의 1m) 에서도 매끄럽고 미세한 칸막이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미세한 작은 칸막이에는 아주 작은 모래 알갱이 등이 담기는데, 이는 샌드피시나 뱀이 윤활제로 쓰게 된다. 이렇게 되면 뱀은 모래 표면에서도 부드럽게 지나갈 수 있고, 오랫동안 바닥에 닿아도 껍질이 쉽게 닳지 않는다.


[그림]뱀이 움직이는 힘은 껍질의 독특한 무늬에서 나오는데, 서식환경에 맞게 진화했다. 샌드피시(좌)와 보아뱀(우).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뱀이 사는 환경에 따라 표면 무늬는 조금씩 달라진다. 사막이 아닌 동남아시아처럼 습기가 많은 환경에 사는 뱀은 표면에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무늬뿐 아니라 나노미터(nm·1nm=10억 분의 1m) 크기의 작은 돌기도 발달시켰다. 이렇게 볼록볼록 튀어나온 표면은 물기를 머금게 되면 뱀 비늘과 물이 맞닿는 부분에 충격이 줄어든다. 그 덕분에 뱀이 이동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며 비늘도 덜 닳게 되는 것이다.

결국 뱀은 다리를 가지지 못한 대신 껍질의 마찰력을 조절하고 독특한 무늬를 발달시키는 쪽으로 진화했다. 다른 동물들처럼 날쌔게 달리지는 못해도 이동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껍질도 많이 상하지 않게 됐다. 이들이 ‘다리 없음’을 극복한 지혜는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기도 한다.

레인보우 보아뱀 껍질을 마이크로미터와 나노미터 크기에서 관찰해 표면의 무늬를 찾아낸 문명운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계산과학연구단 선임연구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런 표면을 자동차 엔진 등에 적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자동차 엔진에 있는 실린더는 마찰이 많이 일어나는데, 이 표면을 뱀 비늘에 있는 무늬처럼 만들면 마찰이 작고 마모가 거의 없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의 한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 엔진의 실린더 부분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어서 비슷한 효과를 얻기도 했다.

또 1년에 2~3차례 허물을 벗으며 아예 새로운 껍질을 가지게 되는 원리도 새로운 영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새로운 표면을 만들어내 벗겨낼 수 있다면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고, 닳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은 ‘이 없으면 잇몸’이라는 전략으로 살아남은 뱀이 주인공인 해다. 올해는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해낼 수 있다는 의지와 잘 될 거라는 긍정으로 헤쳐 나갈 수 있길 빌어본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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