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과학

제 1999 호/2013-11-13

계절이 바뀌면 사람도 변한다

휘잉~ 찬바람에 길바닥 가득 쌓였던 낙엽이 덩어리로 뭉쳐 굴러간다. 찬바람은 자꾸만 불고, 낙엽이 쓸려간 자리에 딱 그만큼의 낙엽이 다시 쌓인다. 바야흐로 가을, 아니 초겨울이 시작된 것이다. 태연, 창가를 지나가다 낙엽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아빠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아빠의 손에 뭔가 수상쩍은 검정 뭉치가 들려있다.

“아빠, 울어요? 왜? 어디 아파요?”

“아프다… 마음이….”

“누가 욕했어요? 엄마가 뚱뚱하다고 구박했어요?”

아빠가 손에 들려있던 불길한 뭉치를 태연에게 보여준다. 머리카락 뭉치다. 태연은 아빠의 유난히 허전해진 정수리와 머리카락 뭉치를 번갈아 보고는 그제야 아빠의 눈물을 이해한다.

가을이 아빠의 머리카락을 훔쳐간 거구나. 계절은 왜 자꾸 바뀌어가지고 울 아빠를 슬프게 하는 걸까. 나쁜 계절!”

“그렇다고 계절이 바뀌지 말라고는 할 수 없잖냐. 1년 주기로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걸 말릴 수도 없고, 삐딱하게 기울어진 자전축을 똑바로 세울 수도 없으니 말이다.”

“예에? 계절이 지구의 공전 땜에 생긴다고요? 헐, 대박! 난생 처음 듣는 얘기에요!”

“태연아, 틀림없이 교과서에 나오는 걸로 아는데 그걸 난생 처음 듣는다니, 나도 많~이 당황스럽구나. 지구가 자전축을 기준으로 약 23.5도 삐딱하게 기울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지구까지 오는 태양빛의 양이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그래서 계절이 생겨나는 거란다. 또 바다와 육지의 분포, 해류, 해발고도 등에 따라서도 약간의 차이가 생기지.”

“가만가만 기억을 떠올려보니, 배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해요. 그런데 아빠, 계절이 바뀌면 낙엽만 떨어져야지 아빠 머리카락은 왜 자꾸 빠지는 거예요? 날도 추워지는데 정수리가 그렇게 허전하면 머리까지 나빠지는 거 아닐까요?”

결국 아빠는 태연의 머리를 꽁 쥐어박는다.

“우리 태연이는 공부는 못해도 염장은 참 잘 질러 그치?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 겨울로 넘어가면 우리 인체도 많은 변화를 겪는단다. 머리카락의 경우, 봄과 여름에는 활발히 자라다가 가을, 겨울에는 잘 성장하지 않는 휴지기를 겪는데 이때 체내의 남성호르몬이 탈모호르몬으로 바뀌게 되면서 머리를 감을 때마다 추풍낙엽같이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서글픈 현상이 나타나지. 흑흑흑….”

“아빠, 그만 울어요. 뚝!”

“또, 따듯한 곳에 적응했던 몸이 찬바람을 맞으면 바이러스에 취약해지면서 감기에도 잘 걸려요. 습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면역계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해 온갖 감염병에 걸리기도 쉽고, 특히나 예민한 걸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눈은 안구건조증과 함께 충혈, 따가움, 각막염 등이 오기 쉽지. 가을만 되면 머리가 당기듯 아프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안구건조증이 원인인 경우도 많으니까 두통약만 먹지 말고 안과에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다. 뿐만 아니라 추위 때문에 근육과 혈관이 수축되면서 심혈관질환은 물론 어깨, 허리, 무릎, 발목 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심지어는 얼굴 근육이 수축되면서 인상까지 찡그린 형태로 바뀌기 쉬워요.

“안 좋은 게 뭐 이렇게 많아요?”

“아냐, 좋은 것도 있어. 날씨가 추워지면 살이 빠지거든.”

“아빠, 지금 저 무식하다고 놀리시는 거예요? 가을이 천고마비(天高馬肥), 즉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라는 것쯤은 저도 안다고요. 설마 말만 살이 찌고 사람은 빠진다는 얘길 하시는 건 아니겠죠?”

“어허, 아빠가 명색이 과학잔데 거짓말을 하겠냐? 날씨가 추워지면 인체는 심장박동이나 소화 같은 기본적인 생명유지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쓰게 돼 있어. 다시 말해 기초대사량이 높아진다는 거지. 가만히 있어도 더 많은 에너지를 쓰니까 ‘같은 조건’이라면 살이 빠질 수밖에 없어요. 보통 가을, 겨울엔 여름보다 10% 정도 기초대사량이 높아진단다. 지난 2011년 서울대학교 교수팀이 비만인 20대 1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추위에 자주 노출이 되면 체지방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이상해요. 대부분 겨울이 되면 살이 찌던데요? 나도, 아빠도, 엄마도. 기초대사량이 높아지는데 왜 살이 찌는 거예요?”

“아빠가 ‘같은 조건’에서 살이 빠진다고 했잖니. 여름하고 똑같이 움직이고 똑같이 먹으면 살이 빠지지만, 보통의 경우 날이 추워지면 실내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떨어진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기름지고 달달한 음식이 당기기 마련이거든. 그러니 더 살이 찌는 거지.

“아~ 그래서 아빠의 배가 찬바람만 불면 임신 6개월 배에서 8개월 배로 급격히 커지는 거구나. 근데 아빠, 남자들은 정말 가을을 타요? 첫사랑이 막 생각나고? 아빠도 그래요?”

“그건 맞아. 남자든 여자든 가을을 탈 수밖에 없어. 일조량이 감소하면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분비는 감소하고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는 증가하거든. 이럴 때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계절성 우울증’이 오기 쉽단다. 만사에 흥미가 떨어지고 예민해지는 건 보통의 우울증과 같지만, 과다수면을 취한다는 점에서 좀 다르지. 흔히 계절성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울증은 워낙에 잘 재발하는 병이라서 자칫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 해. 그리고 첫사랑은…. 음, 생각이 안 난다고 할 수는 없지.”

“아빠 첫사랑은 누구에요? 지난번에 취해서 부르던 그 가영씨 맞아요?”

“가영씨? 처음 듣는 이름인데? 아빠 첫사랑은 추현숙이야. 가을 추(秋), 추현숙. 그래서 가을이면 더 생각나….”

“아싸, 낚였다. 엄마! 아빠 첫사랑이 추현숙이래에에~~!!”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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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은 우리 몸속 돌 찾기!   FOCUS 과학

제 1995 호/2013-11-11

꼭꼭 숨은 우리 몸속 돌 찾기!

“악! 이 부러질 뻔 했네….”

어쩌다 밥 속에 섞여 들어간 돌을 씹으면 외마디 비명과 함께 얼얼해진 턱을 잡게 된다. 작아도 거칠고 단단하다. 이런 돌은 놀랍게도 우리 몸 구석구석에 숨어있다. 눈, 코, 입은 물론 기관지와 위, 췌장과 맹장, 전립선과 방광, 요도에도 있다. 색과 형태, 크기도 다양하다. 공통점은 모두 통증과 병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얼굴에는 눈과 코, 입 안쪽에 꼭꼭 숨어있다. 눈은 눈꺼풀 속에 생기는데, 건조하거나 염증이 생기면 눈을 보호하는 점액질이 결막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딱딱하게 돌처럼 굳어진다. 이런 결막결석은 최근 들어 20~30대 여성에게 자주 발견된다. 원인은 짙은 눈화장으로 미세한 화장품 가루가 각막과 결막을 자극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눈을 깜박일 때마다 마치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불편하고 그대로 둘 경우 눈동자에 상처를 내 시력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결막결석 예방을 위해서는 눈에 가루성분의 화장품 사용을 줄이고 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촉촉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특히 건조한 가을과 겨울, 따뜻한 수건으로 2~3분간 눈을 찜질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콘택트렌즈를 자주 끼거나 라식 수술을 한 뒤에는 눈이 쉽게 건조해지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는 코 뼈 안쪽에 생긴다. 코 주변에 있는 뼈에는 굴 같이 속이 빈 공간이 여러 개 있는데 이곳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주변에 칼슘염과 마그네슘염이 침착되면서 돌이 된다. 돌이 커지면 콧물이 계속 나거나 반대로 코가 막힌다. 코 뒤쪽에서 목으로 연결되는 편도선에도 돌이 생긴다. 편도선도 코와 마찬가지로 작은 구멍들이 있다. 편도선염을 자주 앓아 만성이 되면 그 구멍들이 커지는데 목으로 넘어가는 음식물찌꺼기나 균들이 구멍 속으로 들어가 쌓이면서 돌을 만든다. 돌은 알갱이 크기로 노란색인데 고약한 입냄새를 만든다.

침샘에도 돌이 생길 수 있다. 침이 마르거나 침샘이 굳어지면 침샘 주위가 건조해지면서 결석이 생기는데,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한 느낌을 받으며 심할 경우 미각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침이 자주 마르는 사람은 입 안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시고 침 분비가 잘 될 수 있도록 신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위와 장 등 소화기에 생기는 돌은 더러운(?) 경우가 많다. 위석은 머리카락이 뭉쳐서 굳은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채소와 말린 과일, 음식물이 뭉쳐 돌처럼 되기도 한다. 이렇게 생긴 돌은 움직이면서 위벽을 손상시켜 위궤양을 일으키는가 하면 소장을 막아 음식물과 소화액, 가스 등 장 내용물이 통과하지 못하게 해 장운동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증상으로는 복통이 가장 흔하며 돌이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식후에 포만감이 일찍 찾아온다.

의료진은 위석 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콜라를 권하기도 한다. 콜라는 위산(pH 1~2)에 가까운 산성(pH 2.6)을 띠고 있어 돌을 부드럽게 하고 일부 분해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0년 대한내과학회지에는 위석으로 배가 심하게 아픈 60대 환자에게 의료진이 콜라(30㎖)를 여러 차례 마시게 한 뒤, 이를 내시경 올가미와 쇄석기 등으로 분쇄해 제거한 사례가 실리기도 했다.

위석은 사람 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있다. 공룡에게도 위석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사람과 달리 공룡이 섭취한 음식을 갈아서 소화를 돕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닭 모래집 역시 닭의 소화를 돕는 모래들로 가득 차 있다.

대장에서 배출되지 못한 대변 일부가 돌(분석)처럼 굳어진 분석은 급성충수염(맹장염)의 주요원인이 된다. 대장의 시작부분인 맹장 바닥에는 약 10cm 길이의 가늘고 긴 충수가 달려있는데 분석이 충수의 입구를 막아 염증을 만들기 때문이다. 시작이 지나 충수가 터지면 급성복막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굳은 대변조각보다 더러운 것은 배꼽에 생긴 돌이다. 배꼽은 모낭, 피지선, 땀샘 등이 풍부해 각질과 땀, 피지 등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뭉쳐 돌이 된다. 게다가 대부분 움푹 들어가 있어 때가 끼기 쉬운데 우리나라에서 배꼽 때를 파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때문에 외국에서는 드물지만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견된다. 전문가들은 “처음에는 통증이 없다가 세균에 감염되거나 궤양이 생기면 아프기도 하다”며 “다행히 마취 없이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이하게 기관이 아닌 관절에 생기는 돌도 있다. 병명은 석회화건염인데 어깨 힘줄에 돌(석회질)이 생기는 것이다. 어깨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주로 40대에 많이 생기는 병으로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초기에는 물리치료나 약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경우에는 어깨에 1cm 내외의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을 넣어 염증을 치료하고 돌(석회질)을 제거한다.

정형돈의 세븐스톤(담석), 남 일이 아니야~


[그림] 담낭에 생기는 돌인 담석은 10명 중 1명꼴로 발견되는 흔한 질환이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몸의 기관 중 돌과 연관된 단어는 ‘돌머리’ 하나뿐이다. 흔히 어리석은 실수를 한 사람에게 핀잔을 줄 때 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몸에서 돌이 생기지 않는 유일한 부위가 뇌라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뇌를 제외한 어떤 부위에도 돌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담석(담낭에 생긴 결석)은 10명 중 1명꼴로 발견되는 흔한 질환이다. 지난 5월 MBC 예능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정형돈이 뱃속에 ‘세븐스톤’이 있다며 방송 중 복통을 호소한 적이 있는데 세븐스톤의 정체가 바로 담석이다. 방송에 나온 것처럼 심한 복통이 있다가도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조금 후에 다시 괜찮아지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비만이 있고 부주기적인 복통을 호소하는 사람이라면 병원을 찾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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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과학

제 1980 호/2013-10-21

[FUTURE] 신재생에너지, 준비하는 만큼 돈 번다!

2013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매월 1편씩 [FUTURE]라는 주제로 미래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칼럼에서 언급된 미래기술은 KISTI에서 발간한 <미래기술백서 2013>의 자료를 토대로 실제 개발 중이며 10년 이내에 실현 가능한 미래기술들을 선정한 것입니다.
미래기술이 상용화 된 10년 이후 우리의 생활이 어떨지, 또 이 기술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를 이야기로 꾸며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23년, 10월 각 기업의 경영전략실은 비상이 걸렸다. 10월로 예정돼 있는 탄감에 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탄감이란 정부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에 대해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감사를 말한다. 여기서 탄소 배출 기준을 지키지 못한 기업은 막대한 벌금을 물거나 영업정지 같은 엄격한 제재를 당하므로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12년 5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및 할당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2015년부터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정한 뒤, 이를 초과한 기업은 초과한 양만큼 배출권을 사야 한다. 반대로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덜 발생시킨 기업은 그만큼 배출권을 팔 수 있다.

철강회사 (주)만만디 경영전략실의 최미적 부장은 요즘 좌불안석이다. 하루 종일 전자계산기를 두드려 보지만 답이 보이지 않는다. (주)만만디는 값싼 철광석을 수입․가공해 부가가치가 높은 제철, 제강 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수출하는 기업으로, 창사 이래 한 번도 불황을 겪어보지 않은 내실이 튼튼한 기업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상황이 녹록치 않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너무 쉽게 보고 별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그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철광석을 녹이는 데는 엄청난 화석에너지가 들어간다. (주)만만디는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매년 초과해서 쓰고 모자란 것은 다른 기업들로부터 구입해서 써왔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팔려는 기업들이 사라졌다. 자기들 쓰기에도 모자라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게 되자 온실가스 배출권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주)만만디 영업이익은 몇 년째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최 부장은 왜 미리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는지 땅을 치며 후회해 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건설자재를 제조하는 중견기업 (주)미리미리의 경영전략실 신미리 부장은 콧노래가 절로 난다.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 틈틈이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왔기 때문이다. 건설자재를 만드는데도 석탄, 석유 등 많은 화석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는 없다. 처음 설치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란 액화석탄, 수소에너지 등‘신에너지’와 동식물의 유기물, 햇빛, 바람, 물, 지열 등을 이용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통합해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8개 분야의 재생에너지(태양열,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 풍력, 소수력(산간벽지의 작은 하천이나 폭포수의 낙차를 이용한 발전), 지열,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와 3개 분야의 신에너지(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수소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규정하고 있다.

신 부장이 주목한 것은 첫 번째로 투명 태양전지¹⁾였다. 투명 태양전지를 건물의 유리창에 설치하면 유해한 자외선을 차단하는것은 물론 전기까지 생산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태양광으로 물을 분해하는 수소제조기술²⁾, 세 번째는 공중풍력발전기³⁾였다. 이렇듯 태양에너지, 수소에너지, 풍력에너지를 이용해 기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했으며, 점차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왔다.

처음에는 설치비가 비싸고 효율이 낮다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현재는 회사 전체 에너지 비용을 아끼는 것은 물론, 남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고가에 팔아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런 성과로 (주)미리미리는 올해 신 부장에게 임직원들의 최고 영예인 ‘미리미리 대상’을 수여했다. 내년 임원 승진도 따 놓은 당상이다.

공로상 수상 소감으로 신 부장은 “이런 큰 상을 받을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단지 지구온난화로 병들어 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나부터 동참해야겠다는 작은 꿈을 실천한 것뿐이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회사도 살리고, 지구도 살림 셈이다.

글 : 정영훈 과학칼럼니스트

[각주-미래 기술]

1) 투명 태양전지는 건물의 유리창 등에 설치하여 유해한 자외선을 차단하면서 전기까지 생산할 수 있는 투명 태양전지로서 빛에 반응하는 염료 분자와 티타늄 산화물을 이용해 만드는 것으로, 입사각이나 온도가 변화해도 효율에 미치는 영향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훨씬 덜 민감하여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SDI와 KAIST가 공동으로 건물 일체형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발표하였다. 기술 예상 실현 시기 1~2년 후.

2) 태양광으로 물을 분해하는 수소제조기술 :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물을 원료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태양전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한 후 물의 전기 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한다. 이 기술로 인해 수소에너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 기술 예상 실현 시기 5~6년 후.

3) 공중풍력발전기 : 원통 모양의 내부에 다른 기체보다 가벼운 헬륨가스를 채운 후 하늘에 띄워, 중심에선 바람의 힘으로 돌아가는 프로펠러가 전기를 생산하여 헬륨 튜브를 묶은 선을 통해 땅으로 전달하는 공중풍력발전기. 지상의 풍력발전시스템보다 더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또한 하늘에 떠있기 때문에 자연경관도 손상시키지 않고 소음도 거의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 예상 실현 시기 3~4년 후.

참고 : <KISTI 미래백서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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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10-2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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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75 호/2013-10-14

타인의 뇌를 조종할 수 있다면?

“파일럿과 파일럿 연결! 합체 완료!”

2013년 7월 개봉한 SF 영화 ‘퍼시픽림’에는 높이 80m 이상의 초대형 로봇 ‘예거(jaeger)’가 등장한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출몰하는 거대 외계괴물 ‘카이주(kaiju)’를 무찌르기 위해 만든 인류의 최종병기다. 예거 조종은 로봇과 신경을 연결한 사람이 담당하는데 특이하게 2인 체제를 구축했다. 거대한 몸집이라 한 사람의 신경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로봇을 조종하는 건 생각처럼 간단치 않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아주 멋진 장치가 하나 더 등장한다. 뇌신경을 연결해 둘이 하나가 되는 방법, ‘드리프트(drift)’다.

드리프트는 두 사람의 뇌를 연결해 기억과 직관, 전투 스타일 등을 공유하는 작업이다. 여기에 성공하면 두 사람은 몸을 똑같이 움직이는 건 물론이고 정신적인 모든 것까지 공유하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 남녀도 드리프트를 통해 어린 시절은 물론 숨기고 싶은 상처까지 단숨에 알아버렸다. 빛의 속도로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환상적인 장면을 보노라면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가능할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퍼시픽림’이 개봉된 지 한 달 뒤에 현실에서 드리프트를 연상시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이 사람끼리 뇌를 연결한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 그려진 것에 비하면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실제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 뇌 신호를 직접 전하는 인터페이스를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실험을 주도한 라제시 라오(Rajesh Rao) 교수는 10년 이상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연구해왔는데 이 분야가 더 발전하면 ‘뇌-뇌 인터페이스’ 개념도 가능할 거라고 믿고 있다. 이번 실험에는 몇 년 전부터 뜻을 함께한 같은 대학 심리학 분야 연구자인 안드레아 스토코(Andrea Stocco) 교수가 동참했다. 이들이 계획한 실험은 한 사람이 뇌 신호를 보내 상대방의 손동작을 제어하는 것이었다.

실험 당일인 2013년 8월 12일, 두 교수는 떨어져 있는 각자의 연구실 앉았다. 뇌파를 보내는 쪽인 라오 교수는 뇌파를 기록하는 전극을 가진 모자를 썼고, 뇌파를 받기로 한 스토코 교수는 역시 뇌를 자극하는 기능을 가진 보라색 수영 모자를 착용했다. 손동작을 제어하는 기능은 뇌의 왼쪽 운동피질이 담당하므로 스토코 교수의 모자는 이 부분을 자극하도록 설계됐다. 두 사람이 쓴 장치는 스카이프(Skype)로 연결됐지만 서로 상대방의 화면은 볼 수 없었다.

이 상태에서 라오 교수는 컴퓨터 화면을 보며 간단한 비디오 게임을 했다. 그는 표적에 대포를 쏴야할 때 오른손을 움직여 발사 단추를 누르는 상상을 했을 뿐 실제로 오른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컴퓨터 화면을 보지 않은 채 귀마개를 하고 있던 스토코 교수가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움직여 키보드의 스페이스바를 눌렀다.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손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비록 오른손을 움직이는 단순한 행동이지만 라오 교수가 생각만으로 스토코 교수를 움직인 건 사실이다. 앞으로 진행될 연구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 여기에 쓰인 기술이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다. 우선 두피에 전극을 붙여 뇌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뇌파 전위 기록술(EEG, Electroencephalography)’은 임상의가 뇌 활동을 살피는 데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스토코 교수의 뇌를 자극한 ‘경두개 자기 자극(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은 특정 부분의 뉴런을 활성화해 뇌에서 명령을 보내는 것으로 기존에도 알려졌다. 그러니까 이번 실험은 두 기술을 연결해 동시에 쓰면서 뇌 연결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연구진은 이 실험을 ‘발칸인의 정신 결합(Vulcan Mind Meld)’에 견주기도 했다. 발칸인은 ‘스타트랙’에 나오는 인물인데 제한된 텔레파시 형태로 다른 발칸인의 생각, 경험, 기억, 지식을 공유한다. 이 실험이 앞으로 발칸인처럼 소통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가 더 완벽해지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스토코 교수는 인터넷으로 컴퓨터 여러 대 연결한 것처럼 뇌를 연결해 각종 지식을 뇌에서 뇌로 직접 전송하는 모습을 전망했다. 예를 들면 사람들 머리에 교과서를 바로 입력하고, 외국어로 말하게 하거나 무술을 배우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또 장애인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 갑자기 조종사가 쓰러진 비행기에서 승무원이나 승객의 뇌를 지상 관제국에 있는 사람과 연결해 무사히 착륙하는 상황도 상상해볼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내 몸을 통제하는 으스스한 상황이 벌어질까 염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라오 교수는 아직 이 기술이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간단한 뇌 신호를 읽는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동을 조작하는 기술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번 실험의 다음 단계로 연구진은 더 복잡한 정보를 다른 사람의 뇌로 전달하는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성공하면 더 많은 실험 참가자를 모아 실험을 진행하고 신뢰도를 높일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차근차근 연구하다 보면 뇌로 더 복잡한 신호를 보내고 받는 날도 오지 않을까. ‘퍼시픽림’의 드리프트가 서로를 믿고 화합하는 데 필수적이었듯 뇌 연결 기술도 인류가 서로를 믿고 뜻을 나누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그 날이 오면 세상이 한결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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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73 호/2013-10-07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진 아이들에게 학교까지 걸어가도록 하면 증상이 개선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건강 IT 기업인 ‘인텔리전트 헬스(Intelligent Health)’의 윌리엄 버드 박사팀은 2,500여 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ADHD와 걷기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10명 중 8명꼴로 학교를 걸어가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수업시간에 집중이 더 잘된다고 말했다.

또한 비슷한 비율로 더 건강해졌다고 느끼며 외모도 더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드 박사는 “운동과 학업 성적 간 상관관계는 매우 강력하다”며 “특히 ADHD가 있는 어린이들은 학교까지 걸어다니면 그 효과가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2013년 9월 26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보도됐다.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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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9 1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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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9 12: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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