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과학

제 1879 호/2013-06-03

대기 중 CO₂ 농도 400ppm, 지구 온도에 빨간불!

1958년 3월, 313ppm.
2013년 5월, 400ppm.


미국 하와이 마우나 로아(Mauna Loa) 관측소에서 최초로, 그리고 가장 최근에 측정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다. 이 기록은 55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기 중 CO₂ 농도가 무려 87ppm이나 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지구 온도는 높아졌고 이상기후 현상도 많아졌다.

여기서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할 부분은 가장 최근 기록인 ‘400ppm’이다. 지난 2007년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제시한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IPCC는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이지 않으려면 대기 중 CO₂ 농도가 400ppm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야 그나마 지금의 지구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세계 각지에서 측정한 CO₂ 농도가 400ppm을 넘긴 데다 마우나 로아 관측소 기록까지 이 선을 넘어버렸다. 2013년 5월 9일에는 400.03ppm으로 발표됐고, 가장 최근 측정값인 5월 27일치는 400.27ppm이었다.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빨간색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55년 간 살펴본 지구 상태 진단서, ‘킬링 곡선’

마우나 로아 관측소의 기록이 특히 중요한 경고가 되는 까닭은 ‘킬링 곡선(Keeling Curve)’에 있다. 이 그래프는 1958년부터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대기 중 CO₂ 농도의 추세를 나타내는데, 매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1950년대 말에는 연간 0.7ppm 꼴로 높아지다가, 최근 10여 년 동안에는 매년 2.1ppm씩 높아지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등 인간의 활동이 많아지면서 CO₂ 농도가 급격히 늘어나고 지구 온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지구 상태의 진단서’인 셈이다.


[그림] 미국 하와이의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대기 중 CO₂농도를 측정한 값을 그래프로 나타낸 킬링 곡선. 1958년 3월 313ppm이었던 CO₂농도는 2013년 5월 27일 400.27ppm으로 측정됐다. 출처 : 미국 Scripps 해양과학연구소.

이런 귀한 자료가 만들어지게 된 건 1958년 당시 서른 살이었던 젊은 화학자 찰스 데이비드 킬링(Charles David Keeling) 박사 덕분이다. 그가 맨 처음 마우나 로아 화산 중턱 해발 3,397m에 세워진 관측소에서 수집한 공기를 분석해 대기 중 CO₂ 농도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처음 1년 동안 측정한 CO₂ 농도는 평형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식물의 광합성 등의 영향으로 대기 중 CO₂ 농도가 높아졌다 낮아지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르자 CO₂ 농도가 확실히 늘어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2005년 77세로 죽을 때까지 이 작업을 지속했으며, 이후에는 그의 아들이 이 일을 계속하며 지구 상태를 꾸준히 살피고 있다.

결국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CO₂ 농도가 400ppm을 기록했다는 점은 중요한 경고다. 이런 속도로 CO₂ 농도가 늘어난다면 곧 450ppm도 넘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지구 온도도 섭씨 2도 높아져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여유 온도는 0.65도, 마지막 시간 벌었나?

지구 생태계를 어느 정도 유지하기 위해 IPCC에서 제시한 지구온난화의 기준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아지지 않는 것’ 이다. 현재 여기까지 남은 여유는 섭씨 0.65도에 불과하다.

이미 지구 온도가 섭씨 0.75도 높아졌고, 앞으로도 섭씨 0.6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섭씨 0.6도 상승은 2005년 국립기상연구소의 기후변화모델로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농도를 고정시키고 미래를 전망한 결과 나온 값이다. 그러니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남은 여유는 섭씨 0.65도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은 지구온난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연구결과다. 영국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소(Environmental Change Institute)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이 포함된 국제공동연구진은 지구 온도가 높아지는 게 생각보다 느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2013년 5월 19일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었다.

2007년 IPCC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히말라야 빙하가 오는 2035년까지 완전히 녹아 없어질 수 있고, 지구 온도가 단기간에 섭씨 1~3도 높아질 거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그 상승폭이 섭씨 0.9~2.0도 정도일 것으로 예상돼 최대 섭씨 1도 차이가 났다. 또 향후 수 십 년간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예상치의 약 20% 정도만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최근 바다가 대기 중의 열 흡수를 크게 늘린 데서 찾고 있다. 지난 10년 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열을 흡수해 대기 중 CO₂ 농도가 400ppm을 돌파하는 와중에도 지구온난화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바다가 열을 흡수하는 일을 멈추게 되면 대기의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구온난화를 경계하는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늘어나면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높아지는 건 여전히 시간문제일 수 있다. 결국 약간의 여유는 생겼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덜 할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미 400ppm이라는 위험한 지점을 넘어서고 말았지만 아직 완전히 늦지는 않았다. 지구와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을 맞을 수 있도록 오늘부터 지구 살리기에 동참하는 건 어떨까.

반세기 세월을 하와이 화산 위에서 묵묵히 CO₂ 농도를 측정한 킬링 박사가 꿈꾼 건 어쩌면 매번 꼬물꼬물 올라가는 킬링 곡선의 기울기가 조금이라도 누그러지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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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6-03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 식민지 계획에 관련된 다큐를 본 기억이 나는데요.

목성인가 토성의 위성이 인류가 살기 가장 적당하다고 하면서 단지 위성의 대기 온도가
너무 차갑다라는 언급을 하더군요.

그런데 워낙 행성 열 올리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인류가 대기 온도만 조그만 올려도
그 위성이 제 2의 인류 거주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란 말 듣고 참 민망해졌답니다.ㅋㅋㅋ

마노아 2013-06-03 14:47   좋아요 0 | URL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으로 어디서든 살아남을 것 같은 인류네요.
목성으로 가면 워낙 커서 땅싸움은 좀 줄어들까요? 거기서도 누군가는 땅 투기를 할 것 같네요....;;;;;;;
어느 세대부터는 '아름다운 지구'라는 단어를 자료로만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다큐 영화 '모래가 흐르는 강 ' 보면서요.
이 엄청난 만행들을 인류는 어떻게 갚아야 할지, 참 갑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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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69 호/2013-05-20

[FUTURE]미래 신소재, 군대를 더 강력하고 스마트하게!

 

2013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매월 1편씩 [FUTURE]라는 주제로 미래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칼럼에서 언급된 미래기술은 KISTI에서 발간한 <미래기술백서 2013>의 자료를 토대로 실제 개발 중이며 10년 이내에 실현 가능한 미래기술들을 선정한 것입니다.
미래기술이 상용화 된 10년 이후 우리의 생활이 어떨지, 또 이 기술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를 이야기로 꾸며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여기는 코앞에 북한땅이 보이는 강원도 철원의 전방 부대. 2023년이 됐는데도 아직 우리나라는 통일이 되지 않았다. 남북한 지도자들이 심심할 때마다 대화를 하고, 만나고, 통일하자고 합의는 하지만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 동안 서로간의 불신의 골이 깊긴 깊었나 보다.

하지만 저출산·초고령화 사회에 군대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산업현장에서는 일할 젊은이가 턱없이 부족한데 평시에 젊은이들을 무조건 군대로 보내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없다. 해답은 소수정예! 2018년부터 대대적인 군비 축소와 사병 감축으로 군인의 수는 약 60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3분의 1 가량 줄었다. 그러나 전체 군인 수를 줄이는 대신 첨단 전력 장비 도입과 구조 개편을 통한 군의 정예화로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고 있다. 특히 장교, 부사관 등 군 간부 비율을 25%에서 80%로 크게 늘려, 직업군인과 전문인력 중심으로 군 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군대에서 내무반이라는 단어는 이제 옛말. 단체 생활이라는 미명하에 군대의 온갖 추억과 사고(?)의 근원이었던 내무반이 사라지고 군인들도 2인 1실의 기숙사 같은 숙소에서 생활하게 됐다. 평시에는 6시면 군 업무를 마치고 각자 숙소에서 고참이나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부나 자기계발 또는 휴식을 맘껏 취할 수 있게 됐다.

이덕재 중사. 올해 나이 25세. 군대 온지 6년이 지났다. 중사란 계급은 군대 내에서 핵심적인 위치. 군대의 실무를 도맡아 하면서 신참들을 잘 가르치고 다독여야 할 책임이 있다. 이덕재 중사는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먹기 위해 줄을 섰다. 플라스틱 식판에 밥과 국, 고기반찬과 채소를 담고 자리를 잡았다. 뭐든 일을 끝내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저녁식사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식사를 다하고 이 중사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수저와 식판을 그대로 버린다. 요즘 수저와 식판은 모두 플라스틱 대체 신소재(환경친화형 플라스틱 소재)¹⁾로 만들어졌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음식쓰레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기 때문에 따로 들고 다니거나 씻을 필요가 없다. 군대처럼 늘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곳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또한 숙소 및 모든 군 시설의 창문에는 자가세정 기능을 갖춘 펩티드 숲(forest of peptides)²⁾이 코팅돼 스스로 먼지와 수분을 제거하는 능력이 갖춰져 별도 청소가 필요 없게 됐다. 특히 창문마다 태양전지 패널이 설치돼 있어 웬만한 전기는 군 자체적으로 생산·조달하고 있다. 옛날의 태양전지 패널은 매일 닦고 씻지 않으면 이물질이 껴 태양에너지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 펩티드 숲이 코팅된 태양전지 패널은 스스로 청소가 돼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다. 장병들은 점호나 생활검열이 있을 때마다 창문을 청소하던 번거로움이 사라지고 좀 더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이 군인들의 사기 진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군인의 상징인 군복은 강철보다 20배 튼튼하고, 방탄복 소재인 케블라 섬유보다 4배 강한 거미실크³⁾로 만들어졌다.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모방·활용해 대량생산에 성공했는데, 정말 거미줄처럼 가벼워 아무리 힘든 훈련과 행군을 하더라도 체력을 아낄 수 있다. 특히 전투 시 적의 총탄이나 포탄도 거뜬히 견뎌낼 수 있도록 제작됐다.

게다가 군복에는 상상을 초월한 또 하나의 첨단 기술이 숨어 있는데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스마트 섬유 기술⁴⁾이 바로 그것이다. 환경대응 또는 자기감응 기능을 갖춘 섬유로서 섬유나 의복 자체가 외부자극을 감지하고 스스로 반응한다. 훈련 시 땀이 많이 난 경우 습도를 측정하고 통풍, 건조 기능을 스스로 강화한다거나 몸에 체온이 떨어졌을 때 발열 기능을 하는 등 알아서 처리해 주는 스마트 기능이 군복에 장착돼 있다.

2023년에는 그래핀 활용 차세대 반도체 소자기술⁵⁾이 상용화돼 첨단무기에 쓰이고 있다. ‘그래핀’은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연구주제였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기술로 구현된 것이다. 그래핀은 두께가 0.35nm밖에 안 되는데도 강철보다 100배나 강하다. 전기적인 특성도 강력해 상온에서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를,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이 그래핀을 이용해 현재 최첨단 초소형 반도체부터 투명하고 구부러지는 터치스크린, 태양전지판을 만드는 등 활용 범위가 광범위하다. 꿈의 신소재 그래핀은 모든 무기의 초경량, 최첨단을 가능케 해 대한민국 군인 하나하나를 최첨단 장비로 무장케 하고, 일당백의 전투 능력을 가지게 만들었다.

2023년. 군대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건강한 신체와 영특한 두뇌를 가진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되고 부러워하는 직업 중 하나가 됐다. 비록 수적인 면에서는 적지만 첨단무기와 투철한 애국심으로 무장된 군인들이 있기에 국민들은 두 발 뻗고 편안히 잠들 수 있다. 이덕재 중사는 다시 한 번 직업군인으로서 자신의 소명과 의지를 다지며 오늘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글 : 정영훈 과학칼럼니스트

[각주-미래 기술]

1) 플라스틱 대체 신소재(환경친화형 플라스틱 소재) : 석유 합성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신소재. 생분해성 플라스틱 핵심기술개발을 토대로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화학 플라스틱에 비해 물성이 낮은 점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 새로운 용도를 창출하고 있음. 5~6년 후 기술 실현 예정

2) 자가세정 기능을 갖춘 펩티드 숲(forest of peptides) 활용 기술 : 창문, 태양전지 패널 등에 펩티드 숲을 코팅해 스스로 먼지와 수분을 제거하도록 한 기술. 1~2년 후 기술 실현 예정.

3) 거미실크의 생물 공학적 대량생산 기술 : 강철보다 20배 튼튼하고, 방탄복 소재인 케블라 섬유보다 4배 강한 거미실크가 생산되는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모방·활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는 기술. 3~4년 후 기술 실현 예정.

4)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스마트 섬유 기술 : 스마트 기능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환경대응 또는 자기감응 기능을 갖춘 섬유로서 섬유나 의복 자체가 외부자극을 감지하고 스스로 반응하는 섬유소재 및 제품. 3~4년 후 기술 실현 예정.

5) 그래핀 활용 차세대 반도체 소자기술 : 기존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포스트 실리콘 그래핀 기술. 전자전하 이동 시 산란이 발생하지 않아 이동속도가 빠르며 우수한 열전도로 인한 발열문제 저감 등의 장점을 가짐. 10년 후 기술 실현 예정.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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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68 호/2013-05-15

이미테이션 피자치즈, 먹어도 괜찮은 걸까?

“5월은 어린이 달 무조건 사주는 달~~ 무조건 외식 하는 달~~ 내 맘대로 다 하는 달~~ 달다라달달달!”

5월 1일 0시부터 하루에도 몇 십번씩 울려 퍼지는 태연이의 ‘5월 송’에 아빠, 이제 거의 멘탈붕괴의 조짐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5월의 ‘5’자와 어린이의 ‘어’자만 들려도 경기를 일으킬 지경. 중학생만 돼 봐라, 온갖 선물을 동결함으로써 지금의 괴로움을 천 배 만 배 갚아 주리라 다짐하는 아빠다.

“딩동댕동! 오늘 외식은 피자 되시겠습니다.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기름지고 고소한 피자를 배꼽이 튀어나오게 먹는 것이 이 어린이의 소망이온데, 어떤 가게로 갈깝쇼?”

“정말 양심도 없다. 이번 달 외식비가 벌써 100만원이야. 그리고 5월은 가정의 달이지 어린이의 달이 아니에요. 외식비로 가정이 파탄나면 그게 과연 화목하고 아름다운 가정이겠냐?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테이션(모조) 치즈를 쓰는 피자집이 많아서 너의 건강을 위해, 아빠는 피자집에 갈 수가 없어요!”

“아니, 어찌 그런 일이! 아름다움의 결정체 피자치즈를 무엄하게도 모조한 것이 있다고요? 내 이놈을!!”

“예상이 어긋나지 않는구나. 넌 역시 먹는 일 앞에선 잔 다르크가 되는 아이였어. 치즈는 ‘흰 고기’라고 불릴 정도로 단백질이 아주 풍부한 식재료란다. 동물 젖에 들어있는 ‘카제인(casein)’이라는 단백질을 어린 소나 양의 위에서 나오는 ‘레닛(rennet)’이라는 효소로 굳힌 다음 6개월 이상 숙성시킨 것을 자연치즈라고 하지. 자연치즈는 집에 사 온 뒤에도 계속 숙성이 진행되기 때문에 ‘살아있는 치즈’라고 불리고, 그만큼 유산균도 풍부하단다. 또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칼슘과 악성 빈혈을 예방해주는 비타민 B12가 풍부하고, 치아에서 산성 성분이 형성되는 것을 억제해줘서 충치 예방에도 도움이 돼요.”

“그러니까요, 그토록 아름다운 맛과 성분을 가진 자연치즈를 누가 베끼냐고요!!”

“근데 뭐, 모조식품이라고 해서 다 못 먹을 것은 아니야. 버터의 모조식품이 마가린이고, 우유크림의 모조식품이 커피 프리머(Non-dairy creamers)니까 말야. 모조치즈는 천연치즈와 맛도 거의 같고 영양 면에서도 지방과 단백질이 주성분이라는 점에서 비슷하지. 다만 재료와 만드는 방법은 완전히 다르단다. 모조치즈는 카제인을 레닛으로 처리해 만든 ‘레닛카제인’에 비싼 유지방대신 싼 팜유를 넣은 다음, 재료가 잘 섞이도록 유화제를 쓰고, 치즈향 등의 첨가물을 넣어서 맛과 냄새를 천연치즈와 비슷하게 만들거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자연치즈는 전혀 들어있지 않지만 맛과 향은 비슷하다는 거지.”

“뭐야, 그럼 먹어도 안 죽는다는 거잖아요. 난 맛만 좋으면 그만인데요?”

그래도 치즈 성분이 일절 들어있지 않은 식품에 치즈라는 말을 붙이는 건 문제가 있지. 또 모조치즈를 비싼 자연치즈라고 속여서 파는 식당이 상당히 많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고 말이야. 모조치즈는 앞서 얘기한 몸에 좋은 치즈의 성분들이 전혀 들어있지 않을뿐더러, 첨가물도 너무 많이 들어가고, 주재료인 팜유는 식물성기름임에도 불구하고 포화지방산 함량이 동물성 기름과 비슷할 정도로 많아서 건강에 좋다고 볼 수 없단다. 살도 많이 찌고 말이야.”

태연은 살이 찐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인다. 포크같이 날카로운 턱선을 만들어 과일을 턱으로 찍어주겠다고 친구들 앞에서 큰소리 뻥뻥 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건만 몸무게는 오히려 늘고만 있다. 혹시 모조치즈로 만든 값싼 피자를 너무 많은 먹은 걸까? 그렇다면 어떻게 자연치즈를 구별해 내지?

“방법이야 있지. 일단 아빠 같은 미식가는 딱 냄새만 맡아도 구분할 수가 있어요. 그러나 천재적인 미각은 아무나 타고나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면 첫째, 자연 모짜렐라 치즈는 죽죽 잘 늘어나는데 반해 모조치즈는 뚝뚝 잘 끊어지고 둘째, 빨리 식고 빨리 굳으며 셋째, 팜유를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식었을 때 치즈가 기름처럼 투명해지는 것을 볼 수 있고 넷째, 고소함보다 화학적인 느끼함이 강하다면 모조치즈라고 의심해 볼 수 있단다.

“참 답답도 하셔요. 식당에서 피자가 나와요, 흡입을 해요, 콜라로 입가심을 해요. 그게 몇 분 안에 끝날까요. 5분! 단 5분이라고요!! 그런데 언제 그런 걸 일일이 관찰하느냔 말이에요. 차라리 자연치즈 피자는 포기하고 슬라이스 치즈나 먹을래요.”

“그것도 완전 자연치즈는 아냐.”

“예에?? 그것도 모조라고요??”

모조는 아니고 가공치즈야. 자연치즈를 60~70% 정도 넣고 거기에 분유, 버터, 유화제 등을 섞어서 만든단다. 자연치즈보다 빨리 녹아서 먹기 쉽고, 대량생산하기도 편하고, 야채 같은 성분을 보충해 영양을 보강할 수도 있지. 하지만 한 번 끓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숙성은 멈춘 상태라고 볼 수 있어.

“암튼 몸에 좋다는 거잖아요. 저는 그것까지 모조라는 줄 알고 눈앞이 얼마나 캄캄했는지 몰라요. 슬라이스 치즈 없는 햄버거, 슬라이스 치즈 없는 크래커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단 말이에요. 그런데요. 문득 무척이나 신기한 생각이 드네요.”

“무슨 생각?”

“너훈아, 넘진, 임희자, 현찰 같은 이미테이션 트로트 가수들은 진짜 노래를 잘하잖아요. 어쩔 때는 나훈아, 남진, 이미자, 현철보다도 구성지게 쿵짝쿵짝 잘도 넘어가는데, 왜 모조치즈피자는 몸에 별로인걸까요.”

“헐~ 방년 12세에 트로트를, 그것도 이미테이션 가수까지 모두 섭렵한 네가 더 신기하구나.”

“아빠가 트로트를 모르니까 철이 없다는 얘기를 들으시는 거예요. 트로트엔 인생이 담겨 있다고요. 자, 절 따라해 보세요. 섬~마을~~ 선생님~~~ 뽕짜자작!”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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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5-15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 브랜드 피자보다 동네 곳곳에 있는 5,000원짜리 피자학교가 더 안전한 치즈를 쓴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런 건가???

아무개 2013-05-15 13:44   좋아요 0 | URL
진짜요? 헐..이번 주말에 처음으로 도미노 피자시켜 먹을까 했는데 ....
그냥 동네에 있는 오구피자에서 시켜먹어야 겠네요.

서중석 교수님 현대사 특강 신청란에서 마노아님 이름을 봤어요. 저도 신청했는뎅 ㅎㅎ

마노아 2013-05-15 22:00   좋아요 0 | URL
오구피자 어때요? 궁금했는데 먹어보질 못했네요.^^
피자같이 맛있는 음식을 의심해야 한다는 게 슬퍼요.(>_<)

후애(厚愛) 2013-05-15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피자핫만 좋아합니다.ㅎㅎ
한국 피자핫은 어떤 맛인지 궁금해요.^^

마노아 2013-05-15 22:01   좋아요 0 | URL
한국 피자핫은 느끼해서 맛나달까요. ㅎㅎㅎㅎ
저는 미스타 피자도 좋아합니다. 샐러드바가 피자핫보다 낫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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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58 호/2013-05-01

‘스마트’한 안경으로 보는 놀라운 세계~

스마트폰, 스마트 태블릿, 스마트 PC, 스마트 TV….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스마트’란 단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주요 IT 업계에서는 ‘스마트’의 다음 전장이 ‘스마트 안경’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 안경과 스마트 시계 등 몸에 부착하는 IT 제품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 안경. 그중 선두로 나선 구글은 2012년 4월경 이미 구글 글래스를 공개했다. 웹서핑, SNS, 내비게이션, 사진·동영상 촬영, 음악·영화 감상은 물론 통화까지 가능하다고 밝힌 구글 글래스는 가급적 손의 사용을 최소화한 음성인식이나 특정 동작을 통해 작동될 예정이다.

이리 둘러보고 저리 둘러봐도 안경이다. 그런데 그냥 안경이 아니다. 말도 알아듣는다. 안경 낀 사람이 보는 그대로 동영상도 촬영한다. 날씨, 메시지, 이메일 등도 안경으로 확인한다. 마치 ‘로보캅’이 범인과 주변 환경을 헬멧에 붙은 안경으로 확인하는 듯하다.

미래 공상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3년 2월, 구글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구글 글래스 테스터를 모집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구글 글래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제출하라는 구글의 요청에 참가자들은 앞다퉈 아이디어를 내놨다.

“미식축구팀의 팬들에게 경기장 밖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또 헬멧에서 보이는 선수들의 시선으로 생생한 경기 영상도 제공하고 싶다.”

“구글 글래스가 있다면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앱을 만들겠다. 하이킹, 런닝, 바이킹, 별보기 등”

“위급상황에서 직접 911 직원이 내 글래스를 통해 조치 사항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앱을 만들고 싶다.”

“운동경기의 정보를 보여주는 앱을 만들겠다. 나와 내 동료들은 운동경기를 직접 보러 가서도 절반은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정보 앱, 911 응급조치 앱부터 안전한 식품 골라내는 앱, 암벽등반 앱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글래스로 보는 세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매우 간단합니다. 글래스를 착용한 후 ‘오케이, 글래스’라고 말하고 ‘사진을 찍어줘’라고 명령만 내리세요. 영상을 촬영하고 싶으면 ‘동영상을 촬영해줘’라고 하면 돼요. 당신이 글래스로 보고 있는 것을 친구들이 볼 수도 있고, 때로는 길도 알려줍니다. 말만 하면 친구에게 메시지도 보낼 수 있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글래스 화면에 답을 친절히 알려준답니다.”

어찌 보면 간단하다. 구글 글래스 홈페이지에 나온 소개 내용이다. 대략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독특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합쳐지면 구글 글래스가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할 때처럼 말이다.

구글 글래스는 겉으로 보기엔 약간 특이하게 생긴 안경 같지만 내부 속사정은 다르다. 정밀한 공학기술과 소프트웨어, 재료공학, 디스플레이, 무선네트워크 기술 등이 세밀하게 녹아들어가 있다.

구글 글래스에서 나온 레이저로 손바닥에 가상 키보드를 만들어 타자를 칠 수 있는 구글 기술도 최근 공개됐다. 구글 글래스에 레이저 빔을 쏠 수 있는 프로젝터를 장착하고 손바닥에 가상 키보드를 레이저로 쏜 뒤 인식하는 기술이다. 구글 글래스는 기본적으로 음성 인식으로 동작을 수행한다. 그러나 보다 복잡한 문서 작업까지 할 수 있는 입력장치에 대한 고민이 레이저 키보드에 담겨 있다. 구글은 이미 ‘가상입력장치에 관한 방법과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특허 등록을 한 상태다.

구글 글래스를 비롯한 스마트 안경은 현재 애플, 삼성 등 주요 IT 기업들에서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 안경으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더 스마트해질지, 이 다음에는 또 어떤 스마트한 제품들이 개발될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만 같다.

구글 글래스를 이해하기 위한 힌트
• 스마트폰으로 얻을 수 있었던 이동성(모바일)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손을 쓰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 터치패드가 따로 있어 손으로도 조작할 수 있고 중력센서가 있어 구글 글래스를 쓴 채로 머리를 움직여서 손을 전혀 대지 않고 조작할 수도 있다.
• 생활 도중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동영상과 사진을 찍는 것은 구글 글래스의 아주 일부다. 카메라를 매일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지 말고 컴퓨터를 가장 가까운 곳에 항상 착용하고 다닌다고 생각해야 한다.
• 클라우드 컴퓨터와 연결돼 언제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캘린더에 저장된 일정을 시간이 되면 구글 글래스 화면에 띄워줘 사용자가 곧바로 알 수 있게 된다.
• 인터넷 접속은 스마트폰 중계기를 통해 언제나 가능할 것이며 글래스와 스마트폰은 블루투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된다.
•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해킹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 구글 글래스 내부는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로 구동된다.
• 2013년 상반기에 미국인(개발자)에게 우선 제공된다. 이유는 국가별로 상이한 각종 법적 규제 때문이다.
• 몸에 착용하는 것이므로 국가별·인종별·성별로 서로 다른 인체공학적 측면을 다양하게 고려해(예를 들어 코의 높이) 좋은 착용감도 고려한다. 카메라가 아니라 컴퓨터를 언제 어디서나 가장 가까운 곳(여기서는 눈이다)에 가지고 다니면서 손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자. 거기에 구글 글래스의 진짜 실체가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글 : 김민수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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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5-0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션 임파서블의 스파이 장비 목록의 현실화일지도 몰라요...ㅋㅋ
(이미 미국에서는 구글 글라스 착용금지구역을 지정해 놓는다고 하더군요.)

마노아 2013-05-02 11:48   좋아요 0 | URL
기사 보는 순간 섬뜩했어요. CCTV도 부담스러운데 안경이라니요...;;;;;
저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떠오르더라구요. 둘 다 탐이 주인공이네요.ㅎㅎㅎ

2013-05-02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2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CUS 과학

제 1854 호/2013-04-29

채식의 배신? 가공식품의 배신!

2013년 2월 ‘채식의 배신’이란 책이 출간되며 채식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책의 저자인 리어키스는 20년간 채식을 했는데 오히려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밝히며 자신의 사례를 들어 채식의 단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정제 곡물이나 설탕 등을 근거로 채식이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채식을 반대하고 비난하던 사람들은 이 책을 근거 삼아 채식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채식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에는 온전히 동의하기 어렵다. 저자의 경우는 잘못된 채식을 해서 고생을 많이 하고 몸이 상한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채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채식을 한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설탕, 정제 곡물 등 가공한 식물성 식품은 건강한 식품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가공한 식물성 식품을 먹느냐는 것이다. 가공해도 식물성이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가공식품산업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채식의 배신’이 아니라 ‘가공식품의 배신’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때문에 곡식에 도정을 한다거나, 곡식을 가루로 만든다거나, 곡식을 액체로 만들거나 발효하는 것, 이런 모든 것이 잘못된 채식의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곡식뿐 아니라 채소나 과일도 이와 같은 가공과정을 거치는 것은 좋지 않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채식의 배신’이라는 책 때문에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저자가 주장하는 여러 가지 것들 중 논란의 여지가 있는 몇 가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반론 1]반추위가 없어 식물성 식품을 먹으면 안 된다?
채식의 배신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초식동물에게는 ‘반추위’라는 특별한 위가 있다. 사람에게는 반추위가 없기 때문에 식물성 식품을 먹으면 섬유소를 온전히 소화시키지 못한다. 그러므로 동물성 식품을 먹어야 된다….’

하지만 사람은 곡식을 먹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현미에는 100g당 1.3g 정도의 섬유질이 들어있고 녹말이 77% 정도나 들어있다. 그러니까 아주 소량에 속하는 섬유질이 들어 있으므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녹말조차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논리의 지나친 비약이다.

또한 섬유질이 들어있지 않은 음식만 먹게 되면 우리 몸에는 대변의 찌꺼기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 섬유질은 체내로 흡수되지는 않지만 대변에 남아서 큰 역할을 한다. 대변에서 물을 붙잡고 있어 변비를 예방해 주고 해로운 물질들을 희석해 주는 것이 그것이다. 게다가 콜레스테롤을 붙잡아서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동맥경화증을 예방해 주는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반론 2] 감기가 잘 낫지 않는 이유가 채식 때문?
채식의 배신 저자 리어 키스는 채식하고 난 이후에 감기를 자주 앓게 되고 감기가 잘 낫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채식을 잘못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로 보인다.

감기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려면 항산화 성분이 충분히 들어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자연 상태의 식물성 식품에는 항산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항산화 성분은 몇 가지 비타민과 식물에 들어있는 색, 향, 맛을 내게 하는 독특한 성분을 말한다. 이런 성분들은 가공을 하면 많이 줄어든다. 열을 가해 요리를 해도 많이 파괴된다. 때문에 가능한 적게 요리한 자연 상태의 식물성 식품을 먹으면 감기를 비롯한 다른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매우 강한 저항력을 키울 수 있다. 또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었다 하더라도 잠이 부족하면 감기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반론 3] 채식으로 생리가 끊어졌다?
저자는 채식을 하고 3개월 후에 생리가 끊어져서 힘들었다는 고백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채식을 잘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극도의 저칼로리 다이어트나 단식처럼 우리가 섭취하는 칼로리가 급격히 낮아지면 생리는 끊긴다. 올바른 채식을 할 경우 대부분 생리주기는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일례로 중학교 3학년생 여학생이 6개월 정도 생리가 멈춰 내원한 적이 있다. 이 학생은 현미 채식을 한지 7일 만에 다시 생리가 시작됐다.

채식의 배신에 나온 내용 중 몇 가지에 대해 반론을 제시했지만, 결국 이 책은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어 의미가 있다. 우리의 먹거리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채식주의자라고 다 같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채식주의자 중에도 닭이나 해산물 등은 섭취하는 약한 수준부터 달걀이나 우유 등 동물에게서 나온 모든 식품을 먹지 않는 엄격한 수준까지 부류를 나눌 수 있다.

· 세미(semi) : 채식을 하면서 닭과 같은 조류/가금류를 먹는 단계
· 페스코(Pesco) : 채식을 하면서 어패류까지는 먹는 단계
· 락토오보(LactoOvo) : 달걀, 우유같은 유제품과 꿀처럼 동물에게서 나오는 식품까지는 먹는 단계
· 락토(Lacto) : 달걀을 제외한 유제품까지는 먹는 단계
· 비건(Vegan) : 동물에게서 나온, 혹은 동물 실험을 거친 식품을 모두 거부하는 단계


글 : 황성수 의학박사(황성수클리닉 원장)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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