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시즈 7SEEDS 22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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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헤어졌던 동료들을 만났다. 똑같이 봄 팀에 있었던 후지코와 치사다. 그런데 이럴 수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천천히 나오는 책을 읽었더니, 이 인물들이 앞에 어떤 내용으로 나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ㅜ.ㅜ

 

아무튼 이들은 만났고, 서로의 존재에 안도했다. 서바이벌 훈련을 받고 이 이 지옥같은 근미래에 온 하나와 달리 아마도 평범하게 살았을 후지코와 치사는 확실히 생존 능력이 하나만큼은 충분하지 못했다. 하나가 합류하는 바람에 이들의 생활의 질이 달라질 정도였으니.

 

타무라 유미 작가는 늘 독자를 먹먹하게 만든다. 냉동 캡슐에 담겨 운석이 충돌해서 생명체가 거의 사라진 지구로 보내진 이들은 아주 혹독한 환경에서 늘 생존을 위해 싸운다. 그들이 먹어오던 것들이 지금 이곳에 있지 않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서 저장하고 또 조리해서 먹어야 한다. 날마다 장작을 구하고 비상 사태에 대비하며 경계를 한다. 우기와 건기가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이동도 해야 하고 물도 구해야 한다.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악어 고기든, 도룡뇽 알이든, 애벌레로 만든 크림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습진이 나서 혹시 약으로 쓸까 했던 알로에도 귀한 거니 먹는 게 남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존은 치열하고도 모든 조건들에 앞서서 반응하게 만든다.

 

그러나. 사람은 인정이라는 게 있어서 자신이 키우거나 키우다시피 했던 짐승을 먹는 일이 쉽지 않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곁에 두었던 녀석을 먹게 되었다. 자신이 잘해 주었기 때문에 경계심을 잃고 사냥감이 된 작은 짐승. 미안한 마음과 역겨운 마음이 다투지만 토해낼 수 없다. 이미 먹은 거니까 영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생존이 최선의 과제인 이곳에서는 그것이 최선의 예의인 것이다.

 

타카히로와 아유 편도 재미 있었다. 여름 A팀에 속한 아유는 어려서부터 미래에 보내지기 위해서 생존 훈련을 받았다. 가족의 사랑이라나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놀이라는 것도 모른다. 아유가 살아갔던 세계에서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체득할 수가 없었다. 우수한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서 보다 강하고 건강한 상대와 결합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그런 사고 체계를 갖고 있다. 그런 아유에게 무려 15년이나 이곳에서 살아남은 타카히로는 신기한 존재다. 수영도 하지 못하면서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인지 그녀는 궁금해졌다. 이곳의 환경이 척박할수록 외로움에 사무친(15년이나 사람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외롭지 않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지!) 이 남자의 성정이 대조적으로 보여서 더 두드러진다. 그가 끝까지 하나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고, 살아서 다시 만났으면 한다. 비록 하나의 남자 친구는 아라시지만.

 

하나와 다시 만난 친구들이 살던 지역에 정체 모를 버섯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처음엔 무심했던 하나마저도 공포감을 느끼면서 22권이 끝났다. 동물은 미리 알아차렸던 공포의 대상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어떻게 해서 그토록 많은 버섯들이 징그럽게 자라나버렸는지...

 

하나의 음식만 먹고서는 살 수 없는 인간의 까탈스러운 생존 스타일은, 그러나 멸종위기에 좀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다. 유난히 사람과의 친화력이 좋아서 여름 A팀 같은 조건에서는 개를 키우지 않게 했던 것이 더 나았다는 아유의 깨달음도 좋았다. 개란 인간에게 꼭 그런 존재. 안고에 의해서 몹쓸 경험을 해버린 하나는 자신이 이 세계에 보내진 것이 무임승차 같아서 개운하지가 않았는데, 후지코와 치사와의 대화에서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들은 안고처럼 고깝게 여기지 않고 하나 아버지의 발언권이란 결국, 그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몸이 부서져라 일했던 사람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설득력이 있었다.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 생각하게 해주는 작가님이 참 좋다. 매번 감동받고, 고개 끄덕이며 가슴이 벅차게 된다. 이런 가혹한 미래에 몇 안 되는 사람으로 뽑혀서 가고 싶은 마음은 네버, 네버지만... 이런 이야기는 계속해서 만나고 싶다. 책 사두고서 바쁜 나머지 한달 만에 읽게 되었는데,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다. 이제 다시 다음 권을 기다리자. 그 사이에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이나 흑집사가 나와주면 좋겠다. 에뷔오네 완결도 곧 나올 것 같고... 아자아자. 볼 것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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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3-04-28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22 나왔네요. 저도 오랜만이라 가물가물.
세븐시즈는 볼 때마다 우리의 가까운 미래 같애서 조마조마해요. 키우던 짐승까지 식량으로 해야 되는 상황이라니..아고..
비밀창고의 식량은 다 떨어졌나봐요..ㅠ.ㅠ

마노아 2013-04-28 17:20   좋아요 0 | URL
키우던 짐승은 아니었고 그냥 따라다니던 애들이었는데, 같이 있다 보니 인간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져서 다른 사람에게 잡혀서 고기 반찬이 되었어요. 그런데 하나는 그게 그녀석인 줄 모르고 오랜만에 먹는 고기를 아주 맛있게 시식했죠. 뒤늦게 자신이 뭘 먹었는지 알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아요. 이 작품은 매 순간순간 아주 절절하게 만들어요. '근미래'라는 설정이 섬뜩해요. 정말 이게 상상이 아니라 미래의 어느 한부분을 가져온 것만 같아서 말이지요. ㅜ.ㅜ
 
설희 8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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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이번 편도 웹툰으로 읽은 부분이다. 그렇다면 9권도 내가 이미 읽은 내용이 실려 있을 거라는 이야기. 9권의 새 내용을 기대하며 밀린 숙제하듯 책을 읽고 있었는데, 아직도 출간을 더 기다려야 함을 깨달은 순간 김이 좀 빠져버렸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지만. ^^

 

세라는 설희와 함께 설희가 갇혀 지내다시피 했던 섬으로 들어갔다.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컴퓨터를 쓰기가 어렵고, 시나리오 작업을 해보자니 기존에 쓰던 내용이 없어서 연결이 안 되고, 이래저래 할 일이 없어지니 더더욱 심각한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설희가 몇 살인가? 같은 질문 말이다. 설희는 아직 깊은 얘기를 해줄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세라는 좀 더 자신 안으로 침잠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은 말해줘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더 깊은 이야기를 하려면 세라가 잊고 지낸, 잊고 싶어한 과거의 어느 시점을 꺼내야 한다. 그래서 설희가 침묵을 지키는 것은 세라에 대한 배려가 컸다. 오래 산 만큼 확실히 어른스러울 수밖에 없는 설희다.

 

한국에서 설희와 세라 소식을 모르고 있던 아라시는 그 바람에 아영이와 엮여서 조금은 곤란한 시간을 겪고 있다. 이 얼굴만 예쁜 민폐녀는 주변에 얼마나 사악한 오로라를 뿌리는 지도 모르는 채 제 실속만 열심히 차리지만, 그러다가 큰 코 다칠 날이 곧 올 거라고, 강력히 바라마지 않고 있다. 그것도 기왕이면 설희 말고 세라 스스로 좀 한방 먹여줬으면!!

 

세라 어머니는 난감한 인물이었다. 아들 편애하고, 사기 당해서 여기저기 폐 끼치고, 좀 막무가내 식 캐릭터이다. 이 인물이 속상한 것은, 그런 스타일의 어머니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니 세라에게 또 감정이입이 되어서 어찌나 가엾던지...

 

그러나 세라의 봉인된 기억이 풀리고, 거기서 설희와의 첫 인연이 소개되면서, 그리고 그 시절부터 설희가 보여주었던 배려와 마음씀이 고마워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세라가 뒤이어 치를 홍역을 생각해서 스스로 봉인을 해지하지 않으려 했던 설희는 진정 세라의 멘토 같은 존재다. 그리고 잊어도 좋을 약속을 끝까지 지켜낸 것은 더 멋지다. 긴 시간 살아오면서 약속은 지키려고 했던 그 다짐도 어쩐지 짠하다. 바꿔말하면, 마음으로 다짐한 복수도 그만둘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 사랑과 증오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다는 것은 그래서 그녀의 딜레마다.

 

비록 한권 남은 9권도 내가 이미 본 내용일 가능성이 99%이지만, 모처럼 복기해보는 설희는 재밌고 의미심장하다. 완결이 되면 정주행 또 한번 해야겠다. 그래야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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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7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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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9권을 며칠 전에 샀는데, 책장을 살펴보니 7권부터 비닐이 뜯겨 있질 않다. 아마도 7,8권은 다음 연재 때 이미 보았기 때문에 책만 사두고 다시 안 봤나 보다. 이제 유료 연재로 바뀌었으니 다시 단행본으로 봐야 할 때가 됐는데, 그러자니 앞에 책을 다시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하여 오랜만에 책을 펼쳤는데, 안 읽었음 큰일날 뻔했다. 무척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기억은 점점 가물가물해져서 분명 보았지만 보지 않은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상태로 자꾸 돌아가곤 한다. 흑... 슬프다...

 

아마도 6권에서는 세라가 설희가 수혈하는 장면을 보고서 충격 받고 끝났을 것이다. 그때 설희의 비밀 하나를 알았지만 자세한 내막은 알 수도 없고, 물어보자니 무섭고, 넘어가자니 걸리고 해서 여러모로 고민하게 된 게 이번 편의 이야기이다.

 

늘 주저할 때가 더 많고, 지레 짐작으로 포기할 때가 더 많은 세라의 성격은 일견 답답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무척 공감이 가기도 한다. 남일 같지 않아서 말이다. 그런 세라가 설희를 따라 일주일에 불과하지만 선뜻 학교며 알바며 다 내려놓고 비행기를 탄 것은 장족의 발전이었다. 알바 하는 곳에는 무척 무책임한 짓을 한 것이지만, 평생에 한번도 해보지 못한 나름의 일탈이었다. 기왕이면 더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설희의 큰 비밀 하나를 알게 될 터이니 그건 쉽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씬에서 설희의 나이를 묻는 장면은 무척 섬뜩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실제로 연재 때에도 바로 그 부분에서 한달간 휴식기를 가지셨는데, 단행본으로 다시 보면서 또 한 번의 서늘함을 느꼈다. 호러퀸 답달까. 강경옥 작가님은 미스테리하게 극을 이끌어가는 실력이 탁월하다.

 

전생을 꿈을 통해 확인하고, 400년 넘게 늙지도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등장한다. 무척 비현실적이지만, 얼마든지 상상하고 소망해봄직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400년을 이어온 원한과 사랑의 매듭은 과연 어떻게 풀 것인지 궁금하다. 얼른 8권 읽고 9권으로 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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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3-15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웹툰으로 딱 요기까지만 봤나봐요.^^
강경옥씨 작품은 별빛속에, 노말시티를 학창시절에 봤던거 같아요.
이미나, 신일숙 이런 작가들 아직도 작품활동 하는지 급 궁금해지는군요.

마노아 2013-03-15 13:27   좋아요 0 | URL
저는 전생 이야기까지 봤으니 8권까지 연재분을 본 것 같아요.
그것도 랩핑 뜯어서 확인해야겠어요.^^
이미라 작가님은 통 소식을 모르겠고, 신일숙 작가님은 개정판만 계속 나오고 있네요. 정말 다들 뭐하시는지 궁금해요.(>_<)
 
노다메 칸타빌레 11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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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키는 결국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다. 결승 직전에 쟝은 스승 비에라와 통화를 하다가 치아키의 소식을 전한다. 열두 살 꼬맹이적부터 자신의 제자였다고 말하는 비에라. 치아키가 직접 들었다면 얼마나 벅찼을까. 비에라와 슈트레제먼의 제자답게 치아키는 해냈다. 그리고 모두가 탐내는 지휘자가 되었다. 그 바람에 엘리제의 마수(?)에 걸려서 납치되어 고문(?) 끝에 계약을 체결하지만...

 

슈트레제먼을 따라 치아키는 몇달에 걸쳐 연주 여행을 다녔다. 육지에서 육지로 연결된 유럽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그게 비행기든 기차든 몇 시간 만에 이웃 나라로 가서 투어 공연을 할 수 있다. 반도지만 섬나라와 다를 바 없는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순간이다.

 

석달이나 만나지 못하는 사이 노다메는 학교에 입학을 했다. 일본과는 많이 다른 체제고, 무척 진지하게 공부하는 분위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치아키같은 수재가 우글거리는 공간이랄까. 게다가 악보를 잘 보지 못하는 노다메는 여러모로 눈이 팽팽 도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윤롱. 가난한 고학생이자 향수병에 찌들어 있고, 그러면서도 나름 왕자병도 있는 솔직한 친구다. 노다메와 함께 파스타 집에서 맛나게 식사를 했는데 알고 보니 둘 다 돈이 없다. 이럴 때 노다메의 무대포 정신이 놀랍다. 옆 테이블 아저씨께 돈 빌려달라는 노다메. 그렇지만 돈보다 더 멋진 교환권이 있으니 그건 바로 피아노다. 음악 좋아하는 식당 주인 덕분에 멋진 연주로 밥값을 톡톡히 해낸 두친구. 이럴 땐 돈 많은 것보다 재능 귀한 게 더 부럽다.

 

억지스럽게 계약을 맺긴 했지만 치아키는 치아키대로 슈트레제먼의 수족이 되어 거장의 많은 것들을 배워냈다. 그 바람에 극적으로 데뷔 지휘도 했고 말이다. 이제 노다메도 스스로 성장해나갈 차례다.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유학을 오긴 했지만 아직은 음악에 좀 더 집중하지 못했다. 스스로의 음악의 색깔도 잘 모르고 있다. 알을 깨고 나올 노다메를 좀 더 응원해 본다. 더불어 치아키와 재회하는 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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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10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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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와 치아키는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존경하고 선망하던 비에라 선생님의 오페라 지휘를 보며 새롭게 다짐하고 맹세하는 신이치. 거주하게 된 아파트는 신이치네 집 소유다. 그 덕분에 이곳에서도 왕자님 같은 숙소를 사용하게 된 신이치다. 정말 부럽군!  새 집에는 음악학교 학생들이 살고 있는데, 프랑스인 프랑크는 노다메처럼 프리고로타 광팬이다. '오타쿠'의 뜻을 아주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던 프랑크는 진정한 오타쿠 노다메와의 만남으로 오타꾸의 참뜻을 온몸으로 체험했달까. 러시아인 타냐는 치아키에게 매력을 발산하고자 애썼지만 치아키의 엄격한 음악 충고에 바캉스마저 반납할 지경이다.

 

그리고 치아키는 지휘자 콩쿠르에 나가게 되었다. 30살 이하까지만 참여할 수 있는 젊은 지휘자 콩쿠르다. 여기서 운명적 라이벌을 만나는데 바로 비에라 선생님 밑에서 공부를 하는 프랑스인 쟝이다. 벨기에 지휘 콩쿠르에서도 우승을 했던 유명인사인데, 그의 일본인 여자 친구가 좀 지나치게 나낸다. 아주아주 얄밉도록! 그밖에 일본인 참가자로 카타히라도 있는데 올해 30세로 네번째 참가라고 했다.

 

지휘 콩쿠르도 무척 재미있었다. 제비뽑기와 기본 과제곡을 연주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참가자의 평소 역량을 알아보는데 적격인 테스트였다.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의 곡을 뽑았다고 울상인 참가자가 있었지만, 같은 하이든의 곡을 뽑고는 '영광'이라고 말을 하는 치아키가 있다. 다가가는 마음가짐이 달랐고, 결과 역시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화사하고 화려한 쟝의 선 지휘를 보고는 같은 곡을 지휘하게 된 치아키는 초조해졌다. 그 바람에 'S' 오케스트라 때처럼 엄격하게 나갔다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말았다. 스스로에게도 실망하게 된 치아키. 나름 위로를 해주려고 하지만 오히려 염장을 지르는 노다메 때문에 치아키는 여러모로 심기가 불편하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치아키를 다독인 것은 앞서가는 쟝이었고, 그런 쟝을 긴장시킨 것은 또 치아키였다. 이들의 본선 재대결도 무척 궁금해진다.

 

꽤 오래 전 일인데 열린음악회에서 여성 지휘자가 오래도록 지휘하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보통은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반주의 의미로 보던 연주자들이 주인공이 된 시간, 그리고 그 주인공들을 빛나게 만들어줬던 지휘자가 인상적이었다.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무척 절도있게 지휘봉을 휘둘렀는데,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지휘란 저렇게 멋있는 거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 지금은 여성 지휘자도 꽤 있을 거서 같은데 그때만해도 흔치 않아 보였다. 새삼 그때 반짝이던 지휘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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