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교실 2
우메즈 카즈오 글 그림, 장성주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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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가 '공포만화'라는 걸 진심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미래 사회로 학교가 뚝 떨어지고, 그 안에서 온갖 고초를 겪다 보니 이성은 마비되어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도 공포스럽지만, 폐허가 된 지구 안에서 망상이 만들어낸 벌레 괴물과 싸우고, 갑자기 페스트가 창궐하고, 독버섯에 중독된 학생들은 신흥 종교를 일으키며 폭주해버렸다. 이 아이들이 매순간 겪는 끔찍한 상황들도 공포스럽고, 그때마다 광기를 보이며 서로를 죽이다 못해 같이 죽자고 널뛰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이보다 무서운 공포가 또 어디 있겠나 싶다. 게다가 괴물벌레나 독버섯, 그밖에 외눈신을 섬기는 행태까지, 그림들도 하나같이 지나치게 징그럽고 무섭다. 재밌는 것은, 이걸 보고 있자니 5학년 남자 조카가 궁금해 하더라는 것이다. 이건 무서워서 네가 보는 건 좋지 않아, 라고 하니 자신은 좋아한다며 보고 싶어 한다. 이게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차이인 것일까? 나도 호기심에 이 책을 사서 읽고 있지만, 리뷰가 아니라 그림을 먼저 봤더라면 참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오늘 오전에 호랑의 웹툰 '마성터널'을 보고서 얼마나 놀랐던가. 게다가 저녁에는 영화 '숨바꼭질'도 예매해 두었다. 본의 아니게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쭈욱 공포물 특집이다. 너무 더워서 나도 모르게 납량특집을 선호하게 된 것인지...;;;;;


공포 만화인데 어느 정도 판타지적 속성도 갖고 있다. 공포에 휩싸여 망상을 만들어 내고, 그 망상이 현실이 되어 아이들을 공격하는 장면도 그렇거니와, 미래 사회가 과거의 일본과 어찌 연결이 되었는지 주인공 쇼가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엄마가 그 소리를 듣고 미래의 아이를 위해 무기와 약 등을 준비해 둔다. 아무도 못 들었지만 엄마만이 아이의 소리를 들었다. 모두의 눈에는 미친 여자로 보였지만 엄마는 모성으로 무장해서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자세가 되어 있다. 이쪽도 광기를 보여서 무섭긴 마찬가지다. 여러모로, 무서운 작품이다. 그리고 대단한 작품임에도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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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교실 1 세미콜론 코믹스
우메즈 카즈오 글 그림, 장성주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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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를 보지 못하므로 공포소설이나 공포만화를 좋아할 리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이 출간되었을 때 사람들이 보여준 반응이 흥미를 자극했다.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길래 이렇게 격찬을 할까 싶었다.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책을 읽게 되었다. 오, 놀랍다. 다 읽고서 더 놀라웠던 건 이 작품이 출간된지 40년이 넘었다는 것이다. 그림체가 좀 옛날 식이고 지저분한 게 소년만화 느낌이 가득하다 정도였는데 이렇게 오래된 작품일 줄 몰랐다. 


어느 날 갑자기 큰 폭발이 일어나고 학교가 송두리째 사라졌다. 학교 바깥 사람들 입장에선 학교가 사라진 거지만 학교 안에 있던 학생들 입장에선 자신들을 둘러싼 세상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알고 보니 자신들은 폐허로 변해버린, 지구 멸망 단계의 미래에 가 있었던 것이다. 모두 합해서 862명의 사람들이었다. 그 학생들이 통째로 사라졌다. 일본 내에 있던 사람들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학교 안에 있던 사람들의 공포는 더 무시무시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 앞에서는 어른이거나 교사인 것이 큰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그들 모두 나약한 인간일 뿐! 오히려 이런 끔찍한 현실 앞에서 보다 이성적이고 보다 냉정해질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또 여기서 함정이 있다. 어른들만 극단적인 상황 앞에서 이기적이고 잔인한 존재로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초등학생에 불과한, 열살 남짓한 아이들이 보여주는 폭력의 양과 질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몇몇의 위험한 순간을 넘기고, 또 그만큼의 희생을 치른 뒤에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 애를 썼다. 투표를 통해서 학교의 대통령을 뽑았고 장관도 선출했다. 그리고 위기가 닥쳤을 때 똘똘 뭉쳐서 적을 막기 위해 애를 썼다. 괴물 벌레를 퇴치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만든 무기의 역동성에 깜짝 놀랐다. 미래가 아니라 서바이벌 지옥 훈련을 받아도 거뜬히 살아남을 것 같은 아이들이다. 


11권이나 되는 책을 3권으로 합본해서 낸 것인데 그 바람에 책이 지나치게 두껍고 무겁다. 800쪽이나 되는 책을 들고 보자니 손목이 아프다. 그런 사소한 불편함을 빼면 놀라운 작품이다. 뒤이어서 바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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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17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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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장인이 된다는 것... 거장이 된다는 것.... 그 말의 무게가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치아키의 지휘는 훌륭했고, 피아노 연주는 근사했다.  그렇지만, 객석에 앉아있는 아버지를 보게 된 순간, 그는 무섭게 동요하기 시작했고, 지휘자로서의 자각을 상실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 의해서 가까스레 커버가 되긴 했지만, 평론가들의 귀를 속일 수는 없었다. 그의 마음을 어지럽게 한 것은 평론가들의 냉정한 평보다, 아직도 따라가지 못한, 극복하기 힘든 아버지와의 거리였다. 그것은 마음의 거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실력의 거리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노다메에게도 똑같이 다가온다.  피아노를 치는 그녀는, 지휘자이면서 피아노도 자신보다 더 잘 치는 치아키에게 경쟁심을 느낀다.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라 할지라도 같은 분야에 매진하는 사람으로서 배도 아프고 서럽기도 하고 속상한 기분을 느낀다.  
그녀는 그녀의 자리에서 열심히 매진하고, 치아키는 다음 무대를 위해서 새 각오로 준비를 하면서 이야기를 마친다.  노다메가 있는 그곳을 떠나서 치아키가 새 출발을 하게 될 지는 다음 이야기를 보아야 알 듯 싶다. 


어김 없이 이번에도 유머를 빼먹지 않았는데, '불멸'을 얘기하면서 '바순'도 멸하지 않는다!고 오라를 풍겼던 연주자, 치아키에게 식사대접을 받은 윤롱의 처절한 빌붙기가 폭소를 터트리게 했고, 지각하는 바람에 외투 속에 속옷만 입고 달려온 노다메라던가, 치아키의 자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일주일치 충전을 채웠다고 좋아하는 노다메는 이 작품의 독특한 별미다. 


늘 못되게 굴기 일쑤였던 콘서트 마스터가 사람들 많은 곳에서 '우리' 상임 지휘자 잡일 시키지 말라고 따끔하게 충고할 때는 오옷! 하며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못되게 굴지언정 다른 사람에게 위신 깎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은, 이미 '애정'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었다. 


이번 편에선 유독 치아키의 공연 모습이 마음에 남는다.  2차원의 종이 예술을 뛰어넘어 3차원으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드라마가 만화처럼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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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3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3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다메 칸타빌레 15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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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작가의 유머 감각은 녹슬지 않았다.  읽는 내내 웃고 있으려니 식구들이 무슨 일이냐고 한번씩 물어본다.  타냐가 바캉스 예행 연습을 할 때 타월 잡고 운동하는 씬이라던가, 브누아 가의 성에 도착했을 때 모차르트 복장을 하고 맞아주는 성주의 모습이나 그의 콜렉션(?) 등을 볼 때, 그리고 노다메의 특제(?) 카레에 모두들 된통 당할 때 등등 말이다. 
작품은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하지만 본업(?)을 잊지 않는다.  노다메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간직한 채 멋진 모차르트와 리스트, 라벨, 슈베르트 등을 들려주었고, 음악하는 친구들은 나름대로의 자극과 감동을 받는다. 
뿐이던가?  이번 이야기에선 치아키와의 로맨스도 제법 분위기가 익어갔다.  여전히 아웅다웅 다투던 중에서의 일이었지만.  그들이 성장해가고 활약해 가는 일상은 거의 '모험'에 가깝다.  마치 원피스를 볼 때의 느낌이랄까. 
참 독특하다.  보통의 작품들은 이렇게 진지하면서도 엽기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이끌어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른 소재도 아닌 정통 클래식을 다루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오히려 섬세하지 않은 그림이 더 이 작품에 맞아 떨어지는 걸지도...^^;;; 
작가의 다른 작품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 아직까진 보지 못했다.  이 작품처럼 재밌는지... 소장 가치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제목이 안 떠오름...;;;; 
하여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했는 지는 모르지만, 작품을 보면서 모차르트의 곡들이 궁금해졌다.  라벨도 마찬가지고... 
오늘 밤은 클래식을 몇 곡 들어야겠다.  생각났을 때, 듣고 싶을 때.. ^^ 

(지금 3연속으로 들은 것은 경쾌한 왈츠 곡. 유튜브에서 멋진 영상을 보았다. 오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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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속에 8
강경옥 지음 / 애니북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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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님은 이 작품을 87년도에 썼다. 작가님 나이 23세였다. 이야, 젊어서, 아니 어린 나이에 대작을 쓰셨구나. 갑자기 존경심이 팍팍 든다. 개정판은 97년도에 나왔고, 현재 애니박스는 그 다음 버전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 온다. 마지막 권을 읽는 동안에는 소름도 돋았다. 이 비극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라니!

(아르만의 마음을 끝내 거절해야 했던 시이라젠느가 마지막 인사를 하던 장면이다. 그의 아버지를 죽이고 만나지 못했는데, 미안하단 말 대신 아주 많이 좋아한다고 했다. 미안하단 말보다 그게 나았다.)


초능력자 왕족이 존재하는 카피온에서는 그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 근친혼도 자주 일어났다. 기레스의 선조 대에서 2계급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고, 그것이 결점이 되어 기레스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지 못했다. 그녀는 여왕이 될 왕녀였고, 자신은 집안에 문제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한 세기 전의 유전이 시이라젠느의 대에 일어나서 발현되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의 여자아이를 기레스는 불온함의 상징으로 보았지만, 결국 그녀는 멸망을 앞둔 카피온과 카라디온 모두에게 구원이 되는 존재였다. 그 대가로 그녀의 삶은 이토록 고통 속에서 헤엄치게 되었지만.


기계의 힘으로 유지되던 카라디온. 모행성 카피온으로부터 자치권을 얻었지만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완벽한 독립, 나아가 카피온을 제압하고 발 아래 꿇리기를 원했다. 카피온도, 카라디온도... 모두 '공존'을 생각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기를 원했을 뿐. 그리하여 나온 결과가 사만 작전이었고, 그 대가는 '파멸'이었다. 


사만호는 거대한 폭발 장치다. 핵무기가 가득 들어 있는 항공 모함 정도로 상상하면 될까? 카라디온은 물론 카피온까지 함께 날릴 정도의 규모다. 세상에, 이런 미친 물건을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것도, 그것을 발사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게 놀랍다. 슈퍼 히어로물이나, 혹은 SF액션물을 보면 지구를 날려 보낼 위기나, 아니면 그 만큼의 위험한 무기가 등장한다. 이 작품 속에서 등장한 무기는 그보다 더 거대해 보인다. 일견 핵무기에 대한 은유로도 여겨진다. 점점 더 경쟁을 올리며 많이 만들지만, 그럴수록 서로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엄청난 무기. 

(성역에 들어가기 전 그녀는 여왕의 화려한 예복 대신 활동성이 편한 새옷을 골랐다. 그녀다운 선택이다. 카피온의 새 여왕은 모든 면에서 파격적이다. 누군가는 그것 때문에 더 싫겠지만, 누군가는 그래서 더 그녀가 좋다!)


시리아젠느. 그녀는 또 다시 성역으로 들어가서 신의 음성을 찾았다. 그리고 카피온의 앞날도 내다보았다. 그리하여 자신이 이곳에 있어야 했던 이유도 찾았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이라는 것도. 신은 알려주었지만 선택은 그녀의 몫이었다. 카피온도, 지구도. 


레디온은 어떠했던가? 그는 제2계급으로 태어나서 그 신분의 굴레에 사로잡혀 껍질을 깨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 그가 시이라젠느를 지구에서 데려오면서부터 바뀌었다. 스스로 주군을 선택했고, 충성을 다했다. 그 충성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그 마음 전달할 수 있을 만큼은 늦지 않았다. 그 역시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결과였다. 이제껏 살아온 그 어떤 시간보다 행복한 얼굴로 그는 눈을 감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서.


시이라젠느는 다시 지구로 돌아갔다. 그것이 어느 세대인지, 어떤 환경인지 알지 못한다.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지조차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결국 돌아갔다. 그녀가 카피온에서 여왕으로서 해야 했던 모든 책임을 지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내고 이제야 자유를 얻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을 잃고 그녀 자신도 온갖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녀는 또 다시 별이 흐르는 하늘 아래 놓여 있다. 마지막 순간에 모두를 사랑할 수 있었던 그 마음은 모두를 내려놓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복수도, 증오도 다 내려놓은 그 시점은 그러나 사랑하는 많은 것들을 잃은 뒤였다. 그녀가 생에 대한 의지를 놓을 수도 있는 입장이었다. 마지막 언덕 위에서 그녀가 잊어버린 한 사람이 가슴 아팠다. 그러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었을까. 살아달라는 그의 유언을, 그의 마지막 부탁을 지키기 위해서 그녀는 그 마음 속 가장 아픈 것 하나를 내려놓아야 했을까. 

(모든 걸 다 끝내고 지구로 돌아온 시이라젠느다. 자신도 모르게 레디온의 부재를 느끼면서, 그러나 그 사람을 떠올리지 못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마지막 부분이 절절하게 아파 와서, 고등학교 1학년 시절에도 다 보고 나서 집에 울면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왜 2부 안 써주냐고 마구마구 원망했던 기억도 난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 결말은 여전히 아프다. 


작가님도 애니 이야기를 언급했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게 애니로 만들어진다면 보다 섬세하게, 보다 스펙터클한 연출도 가능하겠지만, 여긴 대한민국이어서 말이다. 만화는 여전히 어린이 전유물로 여기는 사람이 많고, 애니메이션도 여름방학을 기대하며 어린이를 공략하느 영화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지극히 매니악하니까.... 그러니 이 작품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재현해 보는 상상은 내 머리 속에서나 가능하겠다. 


강경옥 샘은 이 작품 이후에도 다작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다. 현재도 '설희'가 진행되고 있으니까 80년대 데뷔한 작가들 중에선 그래도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분이시다. '별빛속에'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이후의 작품들도 좋았지만 이 작품만큼 좋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필생의 작품이 너무 젊어서 일찍 나왔던 건 또 나름이 아쉬움이 될 수도 있겠다. 그림이나 보다 깊은 연출에 대한 아쉬움. 


오랜만에 추억을 보듬어 보고 이 안에서 내가 인상깊어 했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찾게 되었다. 하하핫, 내가 이 부분에 꽂혔었구나. 이게 그렇게 가슴에 남았구나 싶은 것들. 가끔은 이런 것도 좋다. 오래도록 꺼내보지 않았던 추억 한자락을 다시 재생시켜 보는 것 말이다. 별빛속에. 아름답고, 쓸쓸하고, 그래서 위태롭고 그러나 또 그럼에도 소중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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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8-1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울면서 봤던거 같은 기억이 나긴 하는데
내용이 전혀 떠오르질 않네요.

술좀 고만 마셔야 해마가 정신을 차릴텐데 말입니다~

마노아 2013-08-12 11:49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랜만에 봤더니 막 낯설었어요. 그러면서도 그 애틋하고 안타깝던 감정은 살아나더라구요.
어휴, 어느새 이 작품이 순정만화의 고전이 되었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