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카오루 습유집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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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이 독특하다. 표지가 무려 두 개다!
겉표지 안쪽에 표지가 하나 더 있는데 좌우가 반전된 그림이다.
원하는 그림으로 씌우라는 소리!
속 표지가 더 얇기는 하지만 어차피 이중 커버니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맨 아래쪽은 껍데기 벗겨놓은 단행본과 부록으로 들어 있는 스케치북 사진이다.

'습유집'이라는 말이 낯설다.
빠진 글을 보충해 엮은 책이란 뜻인데, 헤이안 시대에 이치죠 천황의 칙명으로 편찬한 노래집의 제목이기도 하단다.
그러니까 이런 제목의 책이 일반화된 것은 아니고 작가 모리 카오루가 이곳저것에 연재하거나 부록으로, 또 특집으로 만들어두었던 것들을 모아모아 모아서 펴낸 그림책으로 보인다.
사실 일본 작품 중에는 이런 식의 특별 부록이 많았더랬다.
흑집사는 그걸 캐릭터화 해서 팬시용품을 많이 만들었고, 여러 작가님들은 아예 일러스트집을 내기도 했다. 이 책은 일러스트집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보다 낙서장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작가님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깨알 같은 재미가 있으니 무척 신선하다 하겠다.
목차만 봐도 얼마나 많은 것들을 넣었는지 알 수 있다.
참 창작욕이 넘치는 작가님이다.

안경 낀 여중생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으로 탄생한 그림이다. 아주 짧았다. 4쪽 정도 되던가? 그 다음에는 아주아주 큰 교복을 입고 다녀서 헐렁이라고 불렸던 여학생의 이야기인데 졸업식 때 단추 뜯어가는 일본 문화가 보여서 흥미로웠다. '네가 없는 낙원'에서 이런 풍습을 보고 재미있어 했다. 밀가루 뿌리는 것보다야 훨씬 건전하지!

저 빵빵한 바디라니! 엄청 육감적이다. 뒷모습이 도리어 더 섹시하다. 꼭 노출을 해야 섹시미가 보이는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건강미까지!
잡지 이름을 사용한 일러스트인데 깜찍한 홍보로 보인다.

그리고 신부 이야기의 첫번째 신부 아미르의 신부 의상이다.
이 그림을 그리며 석류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감을 잡았다고 한다.
여백이라고는 없는 꽉 찬 그림인데 그렇다고 답답해 보이진 않는다.
엄청난 공력을 기울인 그림이다.

윗 그림은 서점 배포용 깔개 커버라고 한다. 자유롭게 그려달라는 소리에 말떼를 그려 보았다고.
말의 체온과 바람까지 느껴지는 현장감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성공했다.

중앙아시아라고는 하지만 그루지야나 아제르바이잔 같은 코카서스 지방 쪽에 더 가까운 설정이라고 밝혔다.
연재 전에 구상해 둔 얼굴과 옷인데, 얼굴의 느낌이 좀 변한 듯하다.
나로서는 지금의 그림이 더 좋다. 좀 더 유목민스런 느낌이랄까?
조금은 더 동양적인 느낌도 들고...

취재 시간 동안 동영상을 찍으며 밑그림부터 스크린톤 마무리까지 해낸 그림이라고 한다.
우와, 이걸 직접 보았다면 엄청 더 놀랐을 것이다.
정면에서 바라보는 흑마는 섹시함 그 자체.
아미르는 사냥을 해도 멋지고, 다소곳이 앉아 있어도 근사하다.

아래 그림은 오랜만에 접하는 엠마다.
안경 쓴 메이드라는 설정이 여전히 독특하다.

이쪽은 셜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코제트를 처음 만났을 때 사준 인형의 느낌이다.
소녀 셜리가 성장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여전히 청순 그 자체일지도...

제복도 좋아하나 보다. 교복은 특히 넥타이를 좋아한다고.
나도 넥타이 좋아한다. 무척 답답한 도구지만...

정말 습유집스럽고, 작가의 개인 취향을 느끼게 해준 게 바로 이 코르셋과 난로 편이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19세기에 유행한 코르셋과 난로를 서민에서부터 귀족까지,
여러 쓰임새와 다양한 악세서리까지 세밀하게 담아냈다.
글자가 많지만 이런 걸 뜯어보는 재미도 크다.
참고자료까지 소개해 주었는데 이런 책도 있구나 싶어 놀라웠다. 대단대단!!

히나마츠리 그림 보면서 모리 카오루 작가가 기모노 입는 배경으로 그림을 그려도 훌륭하겠다 생각했다. 이마 이치코 작가처럼 말이다. 워낙 섬세하고 세밀한 그림들도 귀찮아하지 않고 즐겁게 그리는 분이니 취향에도 잘 맞지 않을까?

오른쪽 그림은 마지막 부분인데 감상문을 적어서 출판사(대원씨아이)로 보내면 모리 작가님께 보내준다고 쓰여 있다.

이 책은 작년 8월에 출간됐고 나는 올해 6월에 읽었으니 감상문을 보내는 것은 무리!
(물론 시간이 맞았어도 쓰진 않았겠지만...ㅎㅎㅎ)

초판 한정본 부록으로 같이 들어 있는 '러크 스케치집'의 그림이다.
습유집 본편보다 이쪽 스케치집이 더 재밌었다. 개인적으로는!
돌려라 셜리~ 돌려라 엠마~라니, 재밌다. 빨리 돌려보면 입체로 보일지도 모른다.
프릴 블라우스에 쇼트 팬츠, 삭스에 뮬까지. 작가님 표현처럼 파괴력 있는 조합이다.
카리스마 있는 눈매까지 더해져서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이 동시에 보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

마치 무슨 서커스를 보는 기분으로 감상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그림을 그리니 운동감과 리듬감이 같이 느껴진다.
대단한 작가님!!

있는 힘껏 메이드에게 바람을 보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린 아래쪽 그림.
바람을 맞은 뒤의 어떤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을 것만 같다. 이를테면 몹시 로맨틱한 쪽으로!

안경 매니아라면 이 구도를 싫어할 사람이 없을 거라고 단언하며 그린 그림이다.
하하핫, 안경 매니아는 절대로 아니지만 분위기 있어 보여 좋다.
엠마는 무척 교양미가 있는 여자였다.
메이드 복을 입어도 귀부인처럼 우아함이 보였다.
수다스럽지 않은 성격도 그녀의 분위기에 한몫을 해냈을 것이다.

육감적인 인물이라서 클로즈업 해봤다. 하킴 걸즈라고...
그라비아 포즈란다. 음... 에로 영화 포즈란 소린가???
가슴 계곡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팔등신이 아니어도 충분히 모델이다.

엄청나게 동물원에 가고 싶던 날 그림을 그리며 참았다고 한다.
우와, 만화가란 그런 사람이구나. 동물원 대신 동물을 그리며 마음을 달래다니,
놀라운 능력자다! 물개 포즈가 가장 마음에 든다.

마수직 언니가 은행 입금하러 갈 때 유니폼에 자전거 타는 모습이 좋았다고 한다.
치마 입고 자전거 타는 일본 사람 영화에도 많이 나오던데(주로 등교 길 학생)
그럼 속에 체육복이라도 입지 않을까?
유니폼 입은 언니는 어떤 안전장치가 있을지....

치마 저고리 입은 한국 학교 학생이 엄청 귀여워서 쫓아가고 싶었다고 한다.
이 그림을 보면 나도 쫓아가고 싶어진다.
이 그림에서 양말이랑 구두가 제일 마음에 든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톰 소여!
넓게 펼쳐진 배경과 당당히 우뚝 선 채 보여주는 뒷모습이 의젓하다.
마음에 든다!

스케치집 두 권의 표지 그림이다.
거친 그림이지만 여전히 섬세하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매력적인 모리 카오루 작가의 습유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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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3-06-0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리 여사의 메이드에 대한 애정이 절절한 언제가 모리 여사 스케치 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본적 있었는데 몇시간에 걸쳐 그리는 그림이 진짜 대단한 왠만한 애정없이는 이런 그림이 나오기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마노아 2013-06-08 13:50   좋아요 0 | URL
뭔가 마이나스러운 취향을 굉장히 메이저스럽게 표현하는 재주가 있어요.
스케치 동영상 보셨군요! 어땠을지 궁금해요. 막 장인정신이 느껴질 것만 같아요. 모리 작가님 참 좋아요.^^

BRINY 2013-06-09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셨군요. 참 보물상자같은 책이에요. 모리 작가님, 존경스럽구요~~

마노아 2013-06-09 01:30   좋아요 0 | URL
꿈과 직업이 일치된 사람을 보는 느낌이에요. 한획 한획 심혈을 기울인 그림들이 돋보여요.^^
 
은밀하게 위대하게 1
최종훈 지음 / 발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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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개봉했다. 예매를 해두고서 생각해 보니 원작을 먼저 읽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예전에 1권을 사두었던 게 생각이 나서 영화 시작 전에 부랴부랴 읽어 보았다. 기대 이상으로 재미 있었다. 원래 첩보물이라는 게 흥미진진하기 마련이지만 북한에서 넘어온 엘리트 공작원이 바보 행세를 하고 있다는 설정은 더더욱 관심을 끌어버렸다.

 

 

똑똑한 녀석이 멍청한 역할을 하는 건 속아주는 재미가 있기는 한데, 2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인간 병기가 되어버린 이 청년이, 무려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이 똑똑하고 강한 사내가 2년 씩이나 바보 역할을 하면서 썩었다는 건 좀 설득력이 없다. 개연성은 꽤 떨어지지만 하여간 그 설정 때문에 이 작품에 개그가 성립된다. 동시에 북한과 남한의 차이로 인한 반응으로도 웃음을 자아낸다. 월 2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는 주인공은 스스로를 부자라며 벅차 한다. 월세 15만원을 받으며 네 개의 방을 세주는 달동네 할아버지는 최고의 갑부로 여기고 있다. 에이 설마, 공화국에서도 자본주의 사회 남한에 대한 공부가 있었을 텐데 진심으로 믿진 않았겠지????

 

반년에 한 번은 동네 주민들에게 길에서 대변 보는 장면을 노출시켜야 했다. 날마다 주민들 보는 앞에서 슬라이딩을 하며 바보 행세를 하는 것 가지고는 부족했나 보다. 예쁜 아가씨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여주었으니 청춘 로켓이 날라간다고 해도 틀린 표현이 아닐 것이다. 가엾은 것!

 

문제는 간첩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간첩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보면 고정 간첩, 특파 간첩, 이중 간첩 등등등... 정말 많은 간첩들이 등장한다. 모르긴 해도 정말 그렇게 숨어들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다르다. 무려 '꽃미남' 간첩이 셋씩이나 등장하니까! 영화가 흥행이 된다면 바로 그 꽃미남 파워지 싶다. 액션이 있으니 영상이 주는 효과가 크지만 함량으로 본다면 아무래도 원작 만큼은 아니었으니.

 

 

한 팔로 물구나무 서서 팔굽혀 펴기를 100개나 해낼 수 있다면, 공화국 특급 전사 맞아 보인다. 영화에서는 이 장면을 양손으로 해 보이는데 피아노줄 안 썼나 모르겠다. 영화 '올드 보이'에서 유지태는 유선으로 휘어지는 매끄러운 요가 씬을 피아노 줄 달았다고 했는데 말이다. 그림처럼 저렇게 매끈한 근육을 김수현도 만들었는데 너무 규격화된 식스 팩이 도리어 야생 들개보다 헬쓰 트레이닝의 결과라고 힘주어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쨌든, 고생은 했으리라.^^ 

 

내가 기대를 건 것은 딴따라로 위장한 리해랑보다 어린 조장 리해진이었다. 어떤 배우가 연기를 했나 보았더니 선덕여왕에서 어린 김유신과, 대왕 세종에서 어린 세종 역을 맡았던 이현우라는 아역배우 출신 연기자였다. 그가 원류환에게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서 원작만큼 설명을 다 해내지 못한 건 좀 아쉽지만 분위기나 이미지의 느낌으로는 좋은 캐스팅 같다. 그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의형제에서 강동원이 그랬듯이, 이렇게 북에서 남파되어 온 엘리트 간첩은 우락우락 힘깨나 쓰게 생긴 얼굴보다 여리여리해서 힘 못 쓰게 생긴 얼굴이 더 설득력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마냥 기다리며 바보 행세하는 건 무척 답답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달동네 순박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것은 그가 살면서 한번도 누려보지 못한 평화였고 사치였다. 그도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아마 저때는 절절하게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바로 아래 사진의 제목이 마음 아팠다.

 

 

들개로 태어나서 괴물로 길러진 인생. 특수 임무를 띠고 간첩이 되어 내려온 것도 가혹했지만, 이유도 모른 채 제거 대상이 되었다. 제거의 이유도 설득력이 좀 약했다는 게 흠인데, 그나마 영화보다는 원작 만화가 좀 더 개연성이 있기는 했다. 그리고 이들 셋을 훈련시켰으면서 이들을 제거하러 온 북한 교관 출신 김태원! 이 역할을 배우 손현주가 맡았다. 얼굴의 흉터와 의안인 듯한 눈 분장으로 아주 무시무시한 얼굴을 하고서 출연했다. 역시 연기파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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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7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7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13-06-0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영화 보고 싶은데... 주말에 애들을 떼어놔야 보러갈 수 있는데 말이죠.

마노아 2013-06-07 13:56   좋아요 0 | URL
지금도 상영관을 휩쓸고 있으니 천천히 보셔도 일찍 내려갈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거예요.
배급사에서 몇 백만은 알아서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세실 2013-06-0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봐야지~~~ 김수현 매력에 풍덩 빠져볼래요^^

마노아 2013-06-07 13:58   좋아요 0 | URL
주말에 풍덩 빠졌다가 오셔요. "해줄 거지?" 할 때의 매력적인 미소가 오래오래 생각나네요.^^

세실 2013-06-10 13:52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맞아요. 어제 봤어요^^ 해줄 거지? 아아~~~
바보 연기도 좋았고, 슈트 입은 모습도 멋지더라구요~

마노아 2013-06-10 15:08   좋아요 0 | URL
남자배우는 역시 슈프빨이죠!
신세계에서 이정재가 그리 멋졌던 것도 슈트빨! ㅎㅎㅎㅎ
 
설희 9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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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9권도 사두고서 한참만에 보았다. 다음 연재 분량으로 내가 본 마지막 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열어 보니 내가 본 연재분이 더 남았다. 그러니까 아마도 10권까지는 내가 본 내용일 것이고, 11권이나 되어서야 보지 못한 내용이 나올 것이다. 두권을 기다려야 된다고 생각하니 벌써 애가 탄다.

 

 

이 부분은 연재 분을 볼 때도 열받았던 부분이다. 저 얄밉고 싹퉁머리 없는 아영이를 제발 누군가 혼구녕을 내줬으면 하는 마음! 이왕이면 설희보다 세라가 직접 해줬으면 한다. 낮에 무척 황당한 일을 겪었는데, 그때 톡 쏘아주지 못하고 돌아온 게 무척 속상했다. 늦게 타올라서 오래 가는지라 꼭 그렇게 한발자국씩 어긋난다. 이 책에서 세라를 보면서 자꾸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응원도 하게 되고 그렇다.

 

그래도 설희를 만나고 난 뒤부터 세라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록 연애에 있어서는 여전히 진전이 없어 답답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마음 속 소리를 조금은 더 내보이는 세라다. 파티도 그렇게 해서 가게 되었다. 설희의 특급 카드로 결제한 옷차림은 일본에서 온 리카의 안목으로 골라준 옷이다. 그렇게 말하지만, 사실 이런 스타일의 옷은 강경옥 작가님의 책에서 자주 보는 옷차림이다.ㅎㅎㅎㅎ 예쁘다고 생각해서 한컷 찍었는데 이렇게 전신을 보여주니 어째 머리가 너무 크게 그려진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일본에서 아라시 때문에 건너 온 리카는 그야말로 불같은 여자였다. 너무 뜨거워서 이런 여자의 사랑을 받는다는 건 어째 부담스러울 것 같다. 그녀를 여동생 정도로만 생각하고 여자로 보지 않는 아라시 때문에 그녀의 사랑은 외롭고 괴롭고 서럽다. 이제라도 아라시가 바른 말을 해주는 것은 다행이지만 지난 십년 세월은 어쩌라고.. 아라시 나빠요!

9권에서 꿈의 진전을 보인 세이는 설희와 사귀기로 결정한다. 설희는 세이에게 강원도로 여행을 가자고 요청하는데, 그 여행의 의미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는 어째 가슴이 서늘해진다. 전생의 인연을 찾아 머나먼 곳까지 온 설희의 여행 종착지는 어디가 될까? 찾고자 한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에게서 기억시키고픈 진실도 각인시켰다. 그리고 그 다음은?

 

아직은 더 진행되고 나서야 일이니 천천히 기다리는 게 독자의 도리일 듯! 9권을 한참만에 비닐 뜯어 읽었으니, 10권은 예상보다 일찍 나오겠지. 체감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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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3-06-04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아직도 나오고 있었나요?
도대체 언제적 책인지... 기다리다 지쳐서 아예 잊고 있었어요. ^^

마노아 2013-06-04 09:25   좋아요 0 | URL
하하핫, 계속 나오고 있어요. 다행히도요~
다음에서 무료 연재할 때까지는 보다가 유료로 전환되면서 단행본으로만 보고 있는데, 제가 본 연재분량이 아직 단행본으로 다 나오지를 않았어요. 새로운 내용은 한참 기다려야 해요.^^;;;

후애(厚愛) 2013-06-0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희는 나중에 꼭 보고 말 겁니다.ㅎㅎ

마노아 2013-06-05 23:30   좋아요 0 | URL
완결되면 한꺼번에 보셔요~ 아마 더 재밌게 느껴지실 거예요.^^
 
신부이야기 5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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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자매가 시집을 간다. 유목 민족의 성대하면서 화려한 혼인 예식을 보는 재미가 아주 컸던 5편이다.

 

 

말괄량이 자매들이 혼인식 날 예뻐 보이기 위해서 찜통 더위 속에서 담요를 몇 겹이나 둘러싸고 땀을 뺀다. 땀을 잔뜩 흘리면 피부가 뽀송뽀송해 지겠지.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예쁘단 소리 들으니 독자도 괜히 기분이 좋다.

 

이 책의 배경은 19세기 중앙 아시아. 영국인 의사 스미스 씨는 이동 중에 아랄 해협 근처의 이 마을에서 혼인식을 구경하느라 잠시 머물고 있다. 그 바람에 독자도 관객이 되어 이들의 진기한 혼인 풍경을 관찰할 수 있었다. 마을이라는 거대한 공동체가 한몸처럼 움직이면서 마을의 큰 경사를 치르고 있다. 어르신들부터 어린 꼬맹이들까지 제 몫의 일을 해내고 있다. 듬직하다.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사냥하는 장면까지도 아주 자세하게 묘사했다. 이방인의 눈으로 볼 때 호기심이 일 법한 대목에서는 스미스 씨가 궁금함을 표시해준다. 독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있다. 마을을 한바퀴 돌고서 신부의 집으로 가는 것도 마음에 든다. 우리의 옛 혼인 풍습이 이러했을 텐데, 지금은 참으로 낯설다. 

 

 

얼굴도 감추고 내내 기다리는 것에 지쳐서 신랑들을 다그쳐서 몰래 빠져나온 쌍둥이 신부가 음악 소리에 흥이 겨워 춤을 춘다. 요청에 의해 신랑 형제들은 노래를 부른다. 역시 참 보기 좋은 모습! 혼인식의 주인공도 같이 즐거워야 마땅하지~

 

집을 떠나 이제 시댁으로 가게 되자 뒤늦게 출가외인 되는 의미를 깨닫고 서러워 울어버리는 쌍둥이 자매. 지난 토요일 친구는 친정 부모님께 인사 드릴 때 울어버렸다. 아마 친구의 어머니도 우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보는 내가 괜히 감정이입 되어서 울고 말았다. 둘째 언니 시집갈 때 그랬던 것처럼 큰언니나 내가 시집 갈 때도 울 엄니는 많이 우실 것 같다. 살아온 사연들이 얼마나 주마등처럼 스쳐갈까. 시집갈 예정이 전혀 잡혀 있지 않건만, 아무튼 상상만으로도 슬펐다. 꼬마 색시들은 우는 모습도 귀엽지만, 나이 먹어서 뒤늦게 시집갈 때 가급적 울지 말자고, 벌써부터 계획을 세워 본다. 어이쿠, 지나치게 앞서가기는!

 

메인 이야기는 시집가는 쌍둥이 자매 편이었고, 그밖에 번외편이 몇 개 실려 있다. 그 중 하나는 할머니의 노익장이 눈부셨던 이 대목이다. 어린 아이가 벼랑 끝에 매달려서 울고 있는데 말이 올라갈 수 없는 가파른 길이어서 모두들 속수무책일 때, 할머니는 산양을 끌어와 비탈진 절벽을 올라가 아이를 구해낸다. 결의에 찬 저 표정을 보시라. 강단 있을 할머니의 젊은 날들이 마구 그려진다. 

 

맨 처음 1권에서 시집 오면서 이 책의 주인공으로 뛰어든 아미르 편도 조금이나마 실렸다.

사냥 실력 좋은 아미르의 저 집중력 쏟아지는 표정이라니, 여자인 내가 봐도 참으로 매혹적이다. 

 

상처 입고 날지 못하는 매를 주워와서 지극정성으로 돌봐준 아미르. 그러나 상처가 다 낫고도 매는 날아오르지 못했다.

그냥 키우자고 하는 어린 신랑에게 야생에서 자란 매를 집에서 먹이를 받아먹는 새로 키우면 안 된다고 잘라 말하는 아미르에게 다시 한번 반했다. 정성껏 키우던 매를 보내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렇다고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유목민들의 지혜가 돋보였달까. 그 말에 수긍하며 어려운 일을 도맡기로 한 어린 신랑은 또 얼마나 믿음직하던지! 카르르크가 어른이 되면 이보다 더 멋져질 것 같다. 마음의 그릇이 단단하고 넉넉해서 독자로서도 신뢰가 간다. 아미르 부럽구나!

 

초판 부록이다. 책갈피라고 해야 하나. 하나는 크고 하나는 그 절반 사이즈다. 아까워서 잘 못 쓰게 되지만 쟁여놓는 것은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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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빌에서 만나요 2
유시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2권 표지와 속표지 그림이다. 역시 앞 그림과 차이가 있다. 일부러 구성을 뒤섞어 놓은 것도 개성 있다.

 

이번 이야기에선 도윤이의 어릴 적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꽤 까칠하고 고집이 센, 다가오는 친구도 조금은 밀어내는 성격의 도윤이를 이해시키는 장면들이 많았다. 결국 아이의 바탕색을 칠해주는 것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나오는 듯하다. 엄마하고의 관계 형성이 잘 되어 있지 않은 도윤이는 인간관계가 힘들다. 어색함을 못 견뎌하고, 그 어색함을 만들지 않기 위해 먼저 피해가는 게 익숙하다. 아빠와 이혼하고 자주 보지 못하는 엄마, 그 엄마의 전화를 기다리지만 막상 전화를 자기 쪽에서 걸면 침묵이 부담스럽고 뭐라 말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어려운 엄마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그 엄마가 도윤이를 향해 활짝 웃어주었던 때가 있다. 풀룻을 배워보지 않겠냐고 했을 때다.

 

 

그때 그 미소가 감격스러워서 얼떨결에 시작한 풀룻. 그러나 본인의 의지로 시작한 게 아니고 그 성취 동기도 불확실해지자 풀룻은 도윤이에게서 멀어졌다. 한껏 기대하게 해놓고서 아무 것도 내주지 않는 이렇게 차가운 엄마는 잔인하다. 원래 하던대로 기대를 갖지 않게 했다면 상처가 덜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엄마는 도윤이에게 자신이 어떤 상처를 냈는지 모를 것이다. 이렇게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결혼도 하고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닮아가는 차가운 아이를 만들었다. 안타까운 악순환이다.

 

 

도윤이가 바다에게서 엄마와 닮은 점을 무의식 중에 깨닫고 불편해진 뒤의 모습이다. 숨아 가빠와 호흡하기 힘들어진 그에게 바다가 해준 말이 인상적이다. 공기야 당연히 많지만, 그걸 말로 해주고 인식을 시키자 숨쉬는 게 보다 편해졌다. 그렇게 당연한 한마디가 정곡을 찌를 때 안심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바다는 아주 쿨한 캐릭터로 보이지만 보기와 달리 4차원적 모습이 있다. 뭐 그게 또 잘 어울리지만...

 

 

사씨 남매는 여전히 유쾌하다. 눈으로 하는 건 다 잘하는 사이비가 비즈 공예에 손을 뻗쳤고, 못지 않게 손재주 좋은 이언도 이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웹 디자인도 하는 이비가 사이트를 만들어서 아예 직접 팔기로 했다. 순식간에 창업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진 이들이어서 가능하기도 하지만, 즐거운 것을 찾아내고, 그쪽으로 더듬이를 내밀어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이들의 생활태도가 무척 부럽고 또 마음에 든다. 저렇게 산다고 누구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엄마와 어릴 적 기억 등등, 여러가지로 마음 복잡하고 심난한 도윤이가 사이비 덕분에 마음의 안정을 찾은 부분이다. 꿈속 풍경답게 몽환적으로 그려졌다. 아이가 마음의 안정을 찾고, 감아두었던 족쇄를 풀어낸 것 같아서 나도 다행스럽게 느낀다. 그렇게 마음의 짐을 덜어내게 해줄 도우미가 누구에게나 필요한 법. 그 사람을 만나고, 또 그런 사람이 되어주면서 우리가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거지...

 

결말을 이미 알고 다시 읽는 건 또 독특한 재미가 있다. 전에 느끼지 못한 것들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고, 조금은 안타깝고 초조하게 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다시 만난 건 반가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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