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 양장 합본 개정판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자크 로브.뱅자맹 르그랑 글, 장 마르크 로셰트 그림, 이세진 옮김 / 세미콜론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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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결국 봉준호 감독 때문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든다는 소문을 수년 전에 들었다. 그리하여 수년 전에 사두었던 책을 이번에 영화 개봉하면서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영화 보기 전에 읽고 싶어서. 


예고편으로 본 영화와 원작 만화는 꽤 차이가 있어 보였다. 원작 만화에는 송강호가 연기한 보안 설계자는 나오지 않으니까. 


설국열차는 인류가 전쟁으로 지구의 파멸을 불러와서 새로운 빙하기를 맞이했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얼어 죽지 않기 위해서는 자체 동력으로 일년 내내 움직이는 열차에 탑승해야 한다. 열차는 모두 1001칸으로 구성되어 있고, 꼬리 칸의 난민들은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바로 그 꼬리 칸에서 탈주한 자를 다시 사로잡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사로잡힌 이 자의 인권문제를 내세우며 도움을 주려한 여자마저 사로잡힌다. 이후 열차의 앞부분에 탑승하고 있는 자칭 높은 계급의 사람들이 열차의 떨어지는 속도를 보완하기 위해 뒤쪽의 불온한 세력들을 떨궈내려는 의도를 포착한다. 음모를 알았으니 막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법. 그렇게 이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작품은 3부작으로 되어 있는데, 3권의 책을 합본한 것이다. 원작 만화에는 설국열차가 두 대 나온다. 두번째 열차는 첫번째 열차와 충돌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열차 안의 사람들을 통제한다. 주기적으로 외부에 내보내는 훈련을 통해서 긴장감을 조성하고 사람들을 통제하는 모습은 '이키가미'의 '사망 예고장'을 떠올리게 한다. 모두 암울한 미래 사회를 예측하며 나온 이야기들이다. 


인류의 역사를 관찰해 본다면 미래 사회는 유토피아로 짐작하기는 힘들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미래 사회는 디스토피아로 그려지곤 한다. 사실 오늘날에도 저 열차 안의 모습처럼 철저하게 계급중심으로 나뉘어진 세상 아니던가. 더 추운 곳과 그나마 따뜻한 곳의 차이가 있을 뿐. 


주제는 무겁고, 그림은 더 무겁다. 캐릭터 간의 구별이 잘 가지 않아서 알아보는 게 좀 힘들었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모두 영어로 쓰고, 책 말미에 해석을 달아놓은 건 성실해 보이지 않았다. 본문에서 한글로 고쳤어야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기대치가 커서인지 작품에 대한 감동이나 재미는 다소 적은 편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둘 사이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려나. 그랬으면 좋겠다. 


덧글) 영화 보고 왔다. 영화 쪽이 훨씬 좋았고, 영화를 보고 나니 원작도 더 좋아졌다. 봉준호 감독 쵝오! 근데 사람들 평점은 그렇게 후하지 않은가 보다. 같이 본 울 언니도 그렇고... 우야튼 난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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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3-08-05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호불호가 갈리더라구요... 주위에는 보러가지 말라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네요.

마노아 2013-08-05 09:53   좋아요 0 | URL
중간에 조금 늘어지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것 빼고는 대체로 좋았어요. 송강호는 비중이 작아서 배우가 좀 낭비된 느낌이 있고요. 반전도 좋구 메시지도 좋구요. 평가가 갈릴 때는 내가 보고 판단하는 게 좋아요.^^

자하(紫霞) 2013-08-06 0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 지인도 그렇게 재미있지 않다고 하던데...역시 제가 직접 봐야겠어요.^^

마노아 2013-08-06 08:59   좋아요 0 | URL
드팀전님 글 보니까 저는 심지어 한번 더 보고 싶어졌어요. 해를 거듭할수록 저는 봉감독이 좋아지더라구요.^^

자하(紫霞) 2013-08-06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보고 왔는데 저는 정말 좋았어요! 봉감독 천재아냐!라고 속으로 감탄을 ....^^

마노아 2013-08-07 15:17   좋아요 0 | URL
헤헷, 통했네요~ 다시 생각해 봐도 봉감독이 대단하긴 해요. 오늘은 역대 한국영화 제작비를 보면서 완전 깜놀했어요. 디워가 700억을 들였더라구요. 세상에...;;;;
 
열사의 굴레 - 뉴 루비코믹스 913
타마키 렌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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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사막을 배경으로 한 아랍물이다. 사막의 정수시설 사업 허가서를 받기 위해 일본으로부터 날아온 마리. 그는 상사와 연애 관계에 있었는데 부장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이번 임무를 꼭 완수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우드 전하는 난공불락의 성같은 인물이었다. 사업권을 따내기는커녕 사우드 전하의 하렘에서 첩이 되어버린 마리. 하하핫, 잠시 웃자. 마리가 여자였어도 웃기는 진행이지만, 성별만 남자일뿐 아주 가느다란 선을 가지고 연약한 심성을 가진 마리라는 캐릭터는 참 한숨 나온다. 게다가 알고 보니 사랑을 속삭이던 부장님은 마리를 이용해서 사업권을 따내려던 계획이었다. 아랍의 사우드 왕자가 남성 취향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철저히 이용 당하고 농락 당한 마리. 그렇다면 다음 진행은 뭘까? 이용 당하고 버림 받고 여러모로 눈물 바람인 마리는 그제서야 자기가 정말 사랑한 건 사우드 전하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본으로 돌아가려는 자신을 그가 붙잡아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이 소심한 사내는 입밖에 내지 못하고 속만 끙끙 앓는다. 어휴, 요새는 막장 드라마도 이렇게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만들진 않는데 이 책은 참... 민망한 진행들을 보여준다. 그런데 나중에 가계도가 나오는데 사우드 전하의 형제 사촌 모두 동성애자들! 이슬람교의 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설정인데 모두들 어찌나 대놓고 들이대시는지... 아라비안 나이트 배경도 아니고 현대물에서 이런 설정은 너무 무리수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한승희 작가의 천일야화는 이야기의 개연성과 드라마적 강점을 포기하지 않고도 BL물의 강점을 잘 살려냈다. 물론 '천일야화'라는 기본 이야기 토대를 갖고 갔으니 가능한 거지만 그래도 무시 못할 내공이다. 이야기는 전진석 작가님이 썼으니 전작가님을 더 찬양해야 하려나. 그나저나 막 떠오른 건데, 내가 갖고 있던 천일야화 11권을 친구에게 빌려줬는데 이 친구가 못 찾고 있다. 만화책만 몇 상자를 빌려줬다가 몇 년만에 돌려받았는데 거기에 천일야화를 비롯해서 몇 십권이 빠져 있었다. 심지어 아르미안의 네 딸들까지...ㅠ.ㅠ 엉엉, 내 책 다 어떻게 찾아... 몹쓸 친구 같으니...;;;;


어제 오늘 이어 BL 만화 세 권을 내리 읽었는데 처음부터 별점이 5,4.3으로 계속 줄어든다. 반대로 읽었으면 몇 권 더 찾아 읽었을 법도 한데 이 책으로 관심이 사그라들었다. 당분간은 좀 멀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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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신부 - 뉴 루비코믹스 1040
히하라 마리코 글, 아마네 유키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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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막의 신부'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은 딱 할리퀸 문고다. 미남 재벌에 강인한 근력까지 가진 남자 주인공에 신데렐라 콤플렉스 가진 여주인공이 만나서 연애하는 이야기. 이 책은 거기서 여주인공을 남주인공으로 살짝 바꿨을 뿐이다. 남자 주인공은 모두 사막에 사는 사람들이다. 족장이거나 어느 나라의 황태자 정도쯤 된다. '석유왕'이라는 별명은 그들의 재력을 보여준다. 아랍 인물답게 구리빛 건강한 피부를 자랑하고 다들 '마초'스럽다. 또 다른 남자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예쁘장하게 생겼다. 말 조련사는 거의 소년처럼 보였고, 엘리트 의사는 샌님 스타일이지만 똑똑하게 가는 선을 가졌고, 호리호리 날씬한 체형의 표제적 사막의 신부 주인공은 무려 정보기관 특수요원이다. 여자처럼 가녀리게 생겼지만 특수요원답게 무술의 달인이다. 그런 인물들도 사막의 마초남 앞에서는 모두 한떨기 꽃처럼 변해버린다. 하하핫, 쓰면서도 좀 웃기다. 그러니까 이런 작품들은 그런 모든 막장드라마스러운 뻔한 설정들을 알고서도 봐주고, 알면서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그런 작품 되겠다. '사막'이라는 설정은 워낙 극한의 공간이기도 하며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고, 모르는 만큼 동경하게 되고, 거친 만큼 아름다운 공간이기도 하다.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에서 사랑이 언제나 아름답고 근사한 것처럼. 드라마에서도 주인공들은 재벌이거나, 재벌에 준하는 재력가이고, 직업들도 모두 잘 나가는 군에 속한다. 사막의 남주인공이 사막의 황태자가 아니라 사막의 건설 노동자인 법은 없다. 그런 건 현실적인 이야기이지 욕망과 환상을 자극하는 조건이 되지 못하므로. 비현실적이라고 욕할 필요도 없다. 막장드라마가 왜 시청률이 좋은데. 욕하면서도 즐기는 것 아닌가. 나도 그렇다. 코웃음 나게 만들지만 그런 재미로 본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그림은 꽤 매력적이라는 것.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따로 있던데 그림 작가 쪽에 좀 더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래도 어제 읽은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는 작가의 다른 작품을 챙겨보고 싶어졌는데 이 책은 그 정도는 아니다. 소모적인 독서였지만, 그 자체로 충분하다.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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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디즈 워즈 1 - MM 코믹스 인 디즈 워즈 1
Guilt|Pleasure 글 그림, 이혜리 옮김 / MM코믹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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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 보는 작가인데 무척 유명한가 보다. 출간 소식에 팬들이 환호를 했다. 호기심에 나도 구입해 읽었다. BL물을 딱히 싫어하지도 않지만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편이다. 이 작품은 그림도 영화를 보는 듯한 힘이 있고 내용도 무척 감각적이고 자극적이다. 1편이 끝나는 순간 2편이 몹시 궁금해질 만큼. 애석하게도 2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표지가 두개다. 해골에 입맞추는 본 표지가 있고, 껍데기를 하나 더 벗기면 책 속 또 하나의 주인공인 연쇄살인마가 체스판의 말을 들고 독자를 노려보고 있다. 작품을 보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보니 섬뜩해질 지경이다. 


주인공  아사노 카츠야는 정신과 의사다. 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기 위해 덫을 놓았다. 그가 저지른 범죄임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의 '작품'인 양 언론 플레이를 해서 놈을 자극시킨 것이다. 경찰에 잡힌 연쇄살인범은 카츠야 앞에서만 말을 하겠다고 의사를 지목해 놓았다. 그런데 이 일을 맡고 나서 카츠야는 악몽에 시달린다. 꿈 속에서 그는 연쇄 살인범에게 사로 잡혀 학대를 박도 강간까지 당한다. 소스라치게 놀라 꿈에서 깨어나면 범인과 대질해서 사건의 진전을 보여야 하는 임무가 이어진다. 그는 점점 초조해지고 무서워지지만 상대방은 여전히 포커 페이스다. 


그리고 마침내 사건이 일어났다. 터널 붕괴 사건으로 가까이 있는 경찰들이 모두 동원되는 바람에 수용소와 아파트를 출퇴근 시켜주는 운전수 역할을 하던 경찰이 오지 못한 것이다. 덕분에 수용소에서 하룻밤 자야 했고, 자신을 지켜주던 우락부락한 체격의 경찰마저도 살해되어 카츠야는 연쇄살인범에게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마치 그가 연속으로 꾸어 온 꿈처럼.


그러니 당연히 2권의 내용은 꿈속에서처럼 포로가 되어 학대받고 강제로 범해지는 순서가 될 것 같은데, 혹시 모르지. 그런 예측을 뒤엎고 색다른 반전이 일어날지도. 


내용이 무척 자극적이고 수위도 꽤 높다. 흡사 이건 포르노를 보는 듯한 느낌? 그렇지만 그 불편함만 걷어내고 본다면 문학적으로 가치 있어 보인다.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작가의 내공이 무척 뛰어난 듯. 2권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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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 1 - 뉴 루비코믹스 1355
요네다 코우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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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 어쩐지 문학적인 제목이다. BL물이 워낙 인기를 끌다 보니 아주 수준 낮은 이상한 책들도 쏟아지고 있지만, 반면에 BL이라는 장르의 틀 안에서도 나름의 예술성을 갖춘 책들도 종종 보인다. 얼마 전에 읽은 '인 디즈 워즈'도 무성히 쏟아지는 칭찬과 갈채만큼 이름값을 하는 작품이었다. 이 책도 그래 보인다. 아직 1권밖에 출간되지 않아서 긴 호흡의 이야기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등장하는 캐릭터의 성격을 파악하고 대략의 분위기와 배경을 설명하는 선에서도 만족스럽다. 글밥이 제법 많은 편인데 귀찮지 않을 정도는 된다. 그림은, 좀 취향이 나뉠 수도 있겠다. 순정만화라면 남자지만 아주 예쁜 주인공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이 책은 굳이 그런 식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남자로부터 '아름답다'는 표현을 듣는 주인공 야시로의 인물은 여성스러운 게 아니라 중성적으로 보인다. 그런 인물이지만 조직의 간부급 인사다. 게다가 성적 취향은 'M"이라고 하니 평범한 캐릭터는 결코 아니라 하겠다. 단순히 남성과 남성을 성적 판타지로 취급하는 그런 자극적인 책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는 각각의 사연들이 하나의 드라마를 이룬다. 야시로의 경호원이 된 도메키 치카라는 무척 무뚝뚝한 인물이다. 경찰이었던 그가 징역을 살고 나와서는 돈을 벌기 위해 조직폭력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남성을 좋아하는 성향도 아니면서 야시로에게 끌렸던 것이다. 첫눈에 끌린 것이지만, 바로 그런 그에게 한눈에 반한 야시로가 치카라에게 보여준 성의와 온정은 꽤 따스했다. 외모가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가 아름답다고 해야 하나. 그렇지만 역시 BL물답게 적절히 자극적인 면면도 보여준다. 19금 딱지 붙는 게 당연하다. 2편이 나온다면, 아마도 궁금해서 또 읽게 될 것 같다. 그게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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