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오 드립서버 - 600ml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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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일은 정말이지 알 수가 없어서 내가 드립서버를 샀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넣어 마시는 프랜차이즈 커피점의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내가 알라딘의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도 예상치 못했던 일인데 아아 인생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가. 그러니까 핸드드립 분쇄로 원두를 사서 사무실에 있는 커피메이커에 넣고 내려 마시다가, 흐음, 드리퍼 사긴 싫지만 쫄쫄 내려볼까, 하고는 핸드드립커피필터를 사서 몇차례 쓰다가 흐음, 안되겠다, 하고는 드리퍼를 샀더랬다. 드리퍼를 사기까지는 나름 생각을 많이 해야 했다. 나는 사용하지 않는 모든 것은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사용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드리퍼 역시 플라스틱 쓰레기에 불과할 것이고, 나는 세상에 쓰레기를 더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거다. 어쨌든 샀고 이제 드리퍼를 이용해 텀블러에 커피를 내려마시기 시작했다. 내릴 때 나는 향을 맡으면서, 이것이 커피가 주는 행복이다, 맛이 아니라 향, 하면서 좋아했더랬는데, 아아, 슬금슬금 서버 욕심이 생겨버린 거다. 나는 또 갈등을 시작한다. 얼마가 됐든 공간을 차지할 것이고, 몇 번 사용하지 않고 처박아둔다면 역시 쓰레기... 쓰레기 만들고 싶지 않다...하는 마음과 투명한 용기에 커피 내려지는 걸 확인하고 싶은 이 마음.. 텀블러에는 얼만큼의 커피가 내려졌는지 몰라서 수시로 드리퍼를 들어 올려 확인해야 했었던 거다. 게다가 텀블러에 내려 머그잔에 따르노라면(커피는 머그잔이잖아요?) 반드시, 꼭, 예외없이 텀블러 바깥으로 커피는 쪼르륵 흘러내리는 거다. 좋다, 사자. 그렇게 나는 세상에 쓰레기 하나를 더 늘려버리는(에코페미니즘 읽은 부작용..) 것이었던 것이었다. 어제 도착했고 오늘 아침 내렸다.






아, 이게 뭐라고 이리 행복해. 나 왜 행복해? 이게 뭐라고 행복해? 아아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이여... 투명한 케이스에 커피가 쪼로로 내려지는 거 보는데 왜 행복해? 코끝에 커피 향기가 스며드는데 왜 행복해? 바깥에 비 오는데 빗소리 들으면서 커피 내리는 거 왜 행복해? 왜 이렇게 사소한 걸로 행복해? 흑흑.

다 내리고 나서 머그컵에 따르는데, 아아, 서버 바깥으로 커피가 흐르지도 않는다. 만세 ㅠㅠ 서버 만세 ㅠㅠㅠ



사진을 찍어두고 가만 보노라니 알라딘에서 산 커피, 알라딘에서 산 드리퍼, 알라딘에서 산 서버... 이것은 코로나 때문인가 싶어졌다.


사용하지 않으면 쓰레기이니 사용해야지. 사용하면 돼. 행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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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6-30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코페 읽은 부작용 ㅋㅋㅋㅋㅋㅋㅋ 머리핀 하나 사도 아 내가 이 지구에 쓰레기를 이렇게 하나 더 늘려가는구나 10년 쓰면 죄책감이 좀 사라질까 캔맥주 마시고난 후에 아 이 캔 어쩔겨 이거 재활용 안되면 또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죄책감 마구 상승하는 시점.... 에코페 읽고난 후......

다락방 2020-06-30 11:56   좋아요 2 | URL
저는 원래 예쁜 쓰레기 싫어하거든요. 필요한 것 실제 쓰는 것만 좋아해서 데코성 물건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안생기고, 드립 서버도 그런 물건이 될까봐 멀리한건데..아아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저도 캔맥주 다 마시고 버릴 때도, 와인병 다 마시고 버릴 때도, 아아 내가 너무 먹고 마시는가...쓰레기를 줄이려면 소비를 줄이는게 답이다... 하게됩니다.

얼마전에는 쿠키를 먹었는데 세상에 플라스틱 케이스에 들어있는게 아니겠어요? 집에서 아빠엄마한테 분노했어요. 세상에 왜 쿠키를 플라스틱에 담아, 이게 다 쓰레기야 쓰레기!! 이러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6-30 12:18   좋아요 1 | URL
저도 어제인가 재활용 쓰레기 내면서.. 와인병을 헤아리며.. 비연, 너 이래서 되겠니. 인류에 이런 병쓰레기를 마구 날려도 되겠니... 하며 한병씩 한병씩.. 차곡차곡 쌓아올렸다는. 그러니까 우리는 먹는 것만 좀 줄이면 세상에 쓰레기 양산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텐데요.. 그러나 그 맛마저 없다면... ㅜㅜ

비연 2020-06-30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살 예정임다... 집에서는 드립커피 먹는데 직장에서도 먹고 싶어서..
이것은.. 에코페 관점에서.. 그래도 네스프레소 같은 캡슐커피는 아니니까 라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나이다. ㅜ

수이 2020-06-30 11:41   좋아요 0 | URL
에코페 관점에서 드립도 마시고 네스프레소도 마시는 저는 흑흑흑 죄책감을 따따블로 안고 가고......

다락방 2020-06-30 11:54   좋아요 0 | URL
그렇제만 네스프레소는 캡슐 재활용이 되는걸요... 저 일요일에도 매장 가서 캡슐 반납하고 왔단 말이에요. 흑흑 ㅠㅠ

저 드립 서버 처음 써보는데 좋아요.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비연 2020-06-30 12:17   좋아요 0 | URL
아. 캡슐은 재활용이 되는군요.. 전 안 써봐서 잘 몰랐다는...ㅜㅜ
그러나 드립 서버 정도의 소박한(?) 사치는 우리 용서해도 되지 않을까요.. 라면서 막 에고페를 애써 밀어낸다..
다른 걸 안 사니까. 고럼요고럼요. 다른 걸 잘 안 삽니다.. (흠냐흠냐)

다락방 2020-06-30 12:1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다른건 잘 안사요. 책만...책만 사요..책은.... 쓰레기가 아니니까요. 계속 책장에 꽂혀 있으니까요...... 그쵸?

=3=3=3=3=3=3=3=3=3=3=3=3=3=3

비연 2020-06-30 13:00   좋아요 0 | URL
그쵸 책만.. 책만.. 책만. 책이 쓰레기라뇨. 인류지식의 보고이자.. 책장에 떡하니 자리를 잡은 제 재산.
.. 그래서 오늘도 내일 살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나이다. 오늘 사지? 아닙니다. 7월에 살 거에요.. 휘릭.

바람돌이 2020-06-3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콩을 갈지는 않나요? 좀 있으면 분쇄기도 하나 사실듯.. 심지어 여름에 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기 위해서 캡슐머신까지 산답니다. ㅎㅎ

다락방 2020-06-30 13:4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회사 직원이 이제 분쇄기 사셔야겠네요, 하더라고요 ㅋㅋ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분쇄기까지 사진 않을거야!! 정말 인간이란 모를 존재에요. 저도 제가 이럴줄은 몰랐습니다...

캡슐머신은 집에 이미 있습니다. 집에서는 네스프레소 내려 마시고 있어요. 우힛.

바람돌이 2020-06-3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행복할 일 맞습니다. 좋아하는걸 먹기 위한 장비가 늘어난걸요. 기쁘고도 기쁜 일이죠. ㅎㅎ

다락방 2020-06-30 13:48   좋아요 0 | URL
예전엔 시간 걸려서 핸드드립으로 커피 내려마시는 건 진짜 못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늘 쪼르르 물 내려가는거 보면서 행복하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사소한 걸로도 행복해하는 소박한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로나 사피엔스 - 문명의 대전환,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신인류의 미래를 말한다 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 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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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에 들었던 정희진 쌤 강연에서 정희진 쌤은 본인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은 책으로부터 얻는다는 말씀을 하셨더랬다. 나는 책을 좋아하고 책으로부터 얻는게 무척 많다고 자부하면서도, 필요한 모든 지식을 책으로부터 얻는다는 게 가능할까, 더 많이 읽는다면 결국 그렇게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심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책으로부터 모든 지식을 얻는 것은 가능할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책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속도가 있으니, 또 그 책을 내가 읽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하니, 모든 지식을 제때에 얻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필요한 지식을 얻는 것은 가능하겠구나.


나는 코로나19 이후의 삶에 대해서 처음부터 불안해하지도 않았고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마스크도 벗을 것이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예전처럼' 비행기를 타고 내가 가고싶은 곳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시간은 고작 한두달 정도였는데, 지금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고 있고, 그 사이에 나는 계획했던 여행을 취소해야 했다. 너무 가고 싶은 마음에 아직 9월 계획을 취소하지 못하고 비행기와 호텔에 예약이 잡혀있는 상태인데, 지금은 6월 초이고 9월까지는 세달 남았으니,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내심 바라고 있었다. 지금도 바라고 있다. 그러다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됐고, 이 책에서 여행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알라디너의 얘기를 듣고는 얼른 사서 읽었다. 내 생각보다 길어지는 이 코로나 사태에 대해서 좀 더 알아야 하겠기에.



처음 등장하는 최재천 박사의 이야기들로 아주 중요하고 당연한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자연과 화해해야 한다는 것. 사실 화해라기 보다는 자연을 더이상 침략하지도 공격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 맞겠다. 최재천 박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진 것은 '우리가 전례 없이 야생동물들을 건드려대기 때문' (p.25)이라고 말한다. 박쥐가 우리한테 부러 와서 옮겼느냐, 아니다, 우리가 박쥐를 잘못 건드린거다, 라는 것. 결국 인간이 자꾸 숲으로, 야생으로 들어가서 들쑤시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았다면 옮기지 않았을 바이러스들이 인간에게 찾아왔다는 거다.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것을 확실하게 정리해주니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라도 우리는 더이상 예전처럼 살던 방식을 유지해서는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된거다.



그리고 홍기빈은 여행에 대해 언급한다. 뭐라고 말할지 듣고 싶었지만 듣기 싫은 그런 양가적 감정으로, 알아야 하지만 알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여행에 대한 홍기빈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우리가 대체 왜 해외여행을 그렇게 다녀야 하느나며, 내 안의 욕망을 다스리자고 얘기한다. 홍기빈의 얘기를 읽고 또 읽으면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그 무엇보다 내 욕망에 스스로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겠구나, 싶다. 내 마음을 다스려야지. 실상 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건 내가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아는 거였다. 가고싶지만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대체 뭐란 말인가. 지금은 갈 수 없다고 나를 다스리는 것 밖에 더 있겠는가. 그러나 내가 이렇게 생각했다고 해서 마음먹은대로 되는게 아니었다. 아주 자주, 얼른 정리되어 날아가고 싶다고, 요이땅만 하라고, 그러면 바로 앞으로 튀어가겠다고, 의욕 충만한 상태였던 거다. 그러나 이렇게 누군가 활자로 얘기해서 정리해주니, 좀 더 단단하게 질서를 잡자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꼭 가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나에게 좀 더 자주 부드럽게 말해줘야 겠구나. 이렇게 쓰면서도 그런데 너무 속상해. 하...




이번 코로나 상황을 보면서 미국에 대해 가장 놀랐다. 너무나 급속하게 확진자가 생기고 사망자도 늘어나는 것에 너무 몰라서, 도대체 미국이, 우리가 알고 있는 선진국인 미국이 도대체 왜 이렇게 대책없이 무너져가고 있는가, 생각한거다. 게다가 뉴스 화면상에서 보는 미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예방에 참여하는 것 같지도 않은거다. 게다가 최근에는 백인경찰이 흑인을 사망케 하는 사건도 일어나 미국 전역이 들끓었다. 한마디로 지금의 미국은 총체적 난국인것 같았다.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분노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미국의 지도자에 대해 생각했다. 만약 지도자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렇다면 미국은 지금과 달라졌을까. 다른 지도자였다면 코로나가 확산될 때에 그리고 백인경찰이 '또' 흑인을 사망케 한 일에 대해, 다른 지도자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이것은 지도자의 문제인걸까. 곳곳이 들쑤셔진 미국은 그렇다면 안정이 찾아오긴 할까, 언제 찾아올까, 에 대해서 좀 충격적인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김누리' 가 말하는 미국에 충격받은 한국인중에는 이렇게, 내가 있었다.



미국은 사실 내게는 어릴적부터 가고픈 나라였다. 선망의 대상이랄까. 내가 보았던 영화, 내가 읽었던 책, 내가 들었던 음악에 미국이 있었다. 센트럴 파크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내가 살면서 꼭 가봐야 할, 가보고 싶은 곳이 되어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내 손으로 돈을 벌고나서 미국에 여러차례 다녀온 뒤에도 뉴욕이란 도시에 대한 열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현실적이 되어 '언젠가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여기는 내가 살 수는 없는 곳이구나'로 바뀌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언제든 또 찾아가고 또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다. 그런 곳이 이렇게 처참하게 엉망이 되는걸 보는 건 충격이었는데, 어쩌면 (이 책의 정관용 표현대로)엉망이 '되는'게 아니라 엉망이었던 모습을 내가 미처 보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나는 그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여기에 사는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미국에 '여행'차 갔을 때에는 단순히 여행자의 모드로 그곳을 보았지, 거주자의 눈으로 그곳을 보진 못했을 테니까.



그러고보면 반미정서가 가장 적은 나라가 한국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다. 내가 그런 사람중의 하나였으면서 그런 나라의 사람이라는 것이 씁쓸하다. 우리에겐 어떤 시간들이 있었던 걸까.


얼마전에도 미국에 저항하는 나라, 에 대해서 친구랑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에 대한 감상에서 얘기하게 된건데, 그때 나는 친구에게 '모신 하미드'의 《주저하는 근본주의자》의 인용문을 들려주었더랬다.



다음날 저녁은 우리가 마닐라에서 보내는 마지막이어야 했어요. 나는 방에서 짐을 싸고 있었어요. 텔레비전을 켰을 때 처음에는 영화가 나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계속 보니까, 영화가 아니고 뉴스더라고요.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건물이 하나둘 무너지더군요. 그때, 나는 미소를 지었어요. 그래요, 혐오스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의 첫 반응은 놀랍게도 즐거움이었어요.

(중략)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그 공격의 희생자들을 생각한 게 아니에요. 텔레비전에서는 어떤 허구 인물이 죽으면 마음이 많이 움직이죠. 여러 일화를 통해 내게 친숙해진 인물이 죽으니까 그런 거죠. 그런데그 순간은 그게 아니었어요. 나는 그 모든 것의 상징성에 빠져들었던 거죠. 누군가가 그렇게 가시적으로 미국의 무릎을 꿇렸다는 사실에 그랬던 거죠.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모신 하미드, p.66-67



파키스탄 사람인 주인공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 여자를 사랑하고 미국에서 직장을 잡고 살지만, 그러나 미국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에 대해 쓴 소설이다. 그는 이 거대한 미국,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배타적인 미국을 무릎 꿇게한 상징성에 대해 즐거워한다. 주인공도 이런 자신의 감정에 대해 혹여나 사람들이 혐오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 저어하긴 하지만, 그러니까, 어떻게 미국한테, 이렇게 거대한 나라를 어떻게, 감히, 무릎 꿇릴 생각을 했을까, 에 대해 생각한거다. 

미국은 나에게, 이슬람 사람들에게, 유럽 사람들에게, 아시아 사람들에게,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어떤 나라였던걸까.




미국에 친구들이 있다. 다른 나라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 멀리 있다는 것이 나에게 그동안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정말 그렇게 만나기도 했으니까. 그들이 내가 있는 곳으로 오기도 하고 우리의 중간지점인 다른 나라에서 만나기도 했었으니까. 나는 별 걱정없이 이런 삶이 언제든 가능할거라고 믿었다. 그러니까 내 '의지'와 '시간'과 '돈' 만 있다면, 아무리 먼 곳에 당신이 있어도 우리가 언제든 만날 수 있다, 고 나는 생각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산불 때문에, 태풍 때문에, 지진 때문에 우리는 더이상 그런 삶을 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일은 내게 가능해질까? 가능하다면 그건 언제쯤일까? 그리고 그렇게 내 욕심을 채우려고 하는 일은, 정말 괜.찮.은.걸.까?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내가 만나겠다는 것이, 또 다른 식으로 결국은 자연과 인간을 공격하게 하는 건 아닐까. 이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일에도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하는것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면 그런데,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이 책의 여섯학자들은 모두 우리가 '예전처럼' 살게될 순 없을 거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살게 될 삶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에게 잠재력이 있으니 희망을 갖자고 말하는데, 나 역시 이모든 상황이 안정될 것이고 우리가 적응할 또다른 삶의 모습에 우리는 결국 익숙해질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순간순간 우울해진다.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두렵고 간절히 원하는 것을 뒤로 밀어두어야 하는 것도 두렵다. 무엇보다 이 두려움이 오래 지속될까 두렵다. 마음의 질서를 찾자고, 반복해 속삭인다.






지금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백신밖에 답이 없다고 얘기하는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백신을 만들려면 적어도 1년은 걸린다면서요. 아마 실질적으로 2~3년 걸리겠죠. 그런데 만일 앞으로 바이러스가 거의 매년 우리를 공격한다면, 백신은 늘 뒷북을 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1년 동안 몇만 명 죽고 난 뒤에야 백신이 개발되고 유통되는 셈이죠. 백신은 독성을 약화시켰거나 죽인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로 만들거나 병원체를 둘러싸고 있는 표면 단백질 혹은 독소를 추출해 만들잖아요? 이런 화학백신보다 더 좋은 백신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바로 행동백신의 일종입니다. 옮겨가지 못하게만 하면 바이러스는 아무 힘이 없거든요. 그리고 숲속에서 우리에게 건너오지 못하게 하는 게 생태백신입니다. 우리가 행동만 확실하게 하면 옮아가지 않습니다. 그게 훨신 더 좋은 방법이죠.


바이러스가 번번이 나타날 때마다 백신 개발한다고 1년이나 3년을 허덕이다가 대충 넘어가게 되거든요. 바이러스의 창궐 시기가 점점 짧아져 3~5년마다 한 번씩 인류를 덮친다면 우리는 늘 뒷북을 칠 수밖에 없습니다. 백신의 안정성과 효과를 검증하려면 바이러스가 계속 유행하고 있어야 하는데, 수십만 명이 죽어나가고 세계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무렵이면 바이러스는 저절로 한풀 꺾이기 마련입니다. 사스와 메르스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고요. -최재천, p.33





소비가 미덕인 건 현대밖에 없죠.


그렇죠. 그리고 1년에 한 번씩 꼭 해외여행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명도 이 문명밖에 없습니다.


전부 새로 나온 거죠.


그런데 이런 무한한 욕망을 추구하는 원칙이 계속되는 한 생태 위기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코로나19 위기도 누그러지지 않을 거고요. 현대문명의 가장 근간이 되는 이 원칙에 대해서 반성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욕망에 우리 스스로 질서를 부여할 수는 없는 것인가. 무한한 욕망을 계속 무한하게 긍정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해야 합니다. -홍기빈, p.120-121



여기서 우리가 살아온 방식도 바꿔볼 게 있을 겁니다. 우선 매년 한 번씩 해외로 여행을 가서 공기를 더럽히고 돈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가서 피사의 사탑을 꼭 손으로 만져봐야 할까요? 지하수고 암반수고, 심지어 빙하 녹은 물까지 플라스틱 통에 담아서 도시에서 마셔야 하겠습니까? 덴마크 사람들도 우리도 농사 짓고 돼지 기르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단 몇백 원, 몇천 원이 더 싸다고 해서 우리 농산물을 덴마크로 보내고, 덴마크에서 돼지고기를 가져오다보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요?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삶의 질서는 무엇인가? 우리가 가진 욕구와 능력의 한계와 질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유한한 인생인데 수십 년을 한없이 먹고 한없이 입다가 끝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바이러스는 미물이지만 우리에게 인간과 이웃과 자연이 함께 지복을 누리는 '좋은 삶', 그걸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전령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홍기빈, p.125





미국은 뭐든 잘하는 나라인 줄 알았는데 엉망이잖아요.


미국이 저렇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나라가 한국이고,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국민은 한국인일 거예요. 대체로 유럽에서는 미국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이 넓게 퍼져 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사실상 미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어떤 학자는 전세계에서 가장 반미주의가 약한 나라, 거의 없는 나라라고 이야기할 정도예요. 우리에게 선망의 대상이었고 우리가 앞으로 선진국이 된다면 따라가야 할 나라라고 생각했던 미국이 저렇게 처참하게 무너지리라고는 생각 못 한 거죠.


사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제3세계 수준의 삶을 산다는 것, 게다가 생존과 생명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지켜줄 공공의료시스템이 없다는 걸 지금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 한국인들이 가진 미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너무나 좋은 계기라고 생각하고요. 왜 그런가 하면 한국은 사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미국화가 심한 나라거든요. -김누리, p.134-136





정말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사회적으로 원하는 걸 계속 추구하다보면 훨씬 더 많이 벌어야 합니다. 훨씬 더 많이 가지고 훨씬 더 많이 빼앗아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알아가면서 그에 대한 역량을 발전시켜가는 사회나 문화에서는 더 적은 걸 가지고 공존하면서도 다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겠죠. -김경일,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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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6-1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셔서 약간 의외였는데, 그런 동기가 있었군요.
저도 코로나 때문에 여행 못 가는 게 정말 답답하고 언제나 다시 갈 수 있을까. 우울하기만 했는데, 이 책 내용 보니 정말 여행을 그렇게 가야 하는가 싶어지네요...

최근 쏟아지는 코로나 관련 책 저는 1도 관심없었는데(왠지 다 졸속으로 냈을 거 같아서요;) 이 책은 좀 궁금해지네요.

다락방 2020-06-12 11:32   좋아요 0 | URL
저도 평소 같았으면 이 책을 읽을 생각을 전혀 안했을거에요. 잠자냥 님 말씀처럼, 저도 뭔가 이슈됐다 싶으면 후다닥 책으로 내는 것에 대해 좀 얄미워하고 있거든요. 뭐야, 똑똑하다고 소문난 사람들 입을 빌어 시류에 편승해 책 팔아먹자는 거잖아,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 ㅎㅎ
그런데 여행에 대해 어떤 말을 하는지 궁금해져서 읽게 됐어요. 그렇게 가야만 하는건가 이 책에서 얘기하니, ‘그래, 못가도 아쉬워말자, 그간 충분히 다녔잖아‘ 라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려고 하면서도 잘 안돼요. 너무 가고싶어요 ㅠㅠ
예전처럼은 아니더라도 새로운 안정은 언제쯤 찾아올까요. 언제까지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까요 ㅠㅠ

단발머리 2020-06-12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아직 읽지는 못 했지만, 이 시리즈 방송분을 모두 들었잖아요. 전, 홍기빈 소장 이야기랑 장하준 교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아서 페이퍼도 쓰고 그랬는데요. 음.... 전 여행을 자주 가는 사람이 아닌데, 최근 몇년 사이 아이들 데리고 간다는 핑계로 여러번 비행기를 탔었더랬죠. 그런 기억이 행복하고 좋고 그렇기는 한데, 홍기빈 소장 이야기가 마음에 와서 박히더라구요. 지나친 소비, 지구에 대한 파괴 행위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데, 상황이 바뀌면 또 그렇게 하겠다는 거냐? 전 속으로는 그렇게 하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 그러면서도 현재 우리 삶과 문명에 대한 경고를 그런 식으로 가볍게 여기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도 들었어요. 아직도 그 속에서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의료체계가 엉망이긴 해도 이 총체적 위기는 지도자 때문이라고 전 생각해요. 메르스 때 질본의 공무원들 지금 K방역 그 공무원들 이잖아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리더가 중요하다. 제일 윗대가리가 제일 중요하다. 트럼프는 시위 일어나니까 군대 동원한다고. 그러고도 남죠.... ㅠㅠ

다락방 2020-06-12 15:47   좋아요 1 | URL
맞아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의 갈등이 뭔지 알겠어요. 저도 이 책 읽고 나니까 그렇게 여행을 가야만 하는가, 라고 제 자신에게 묻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지금 이 상황에 욕망대로 행동할순 없는거잖아, 라고요. 그래서 홍기빈 소장 얘기에 막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하고..그러면서도 가고싶단 말야 ㅠㅠ 이렇게 되고.

이 책에 실린 모든 얘기들이 다 귀담아들을만한 좋은 얘기였어요. 처음 최재천 박사의 원인분석에 대한 글도 좋았고요. 자연을 침략했다는 부분에서 에코페미니즘 생각도 났어요. 우리가 자연에게 못할짓을 하고 그게 결국 우리에게 되돌아오는거죠.

저도 미국을 보면서 지도자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지도자가 다른 사람이었다면..하고 자꾸 생각하게 돼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요. 미국은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싶고요.

이번 주말이 우리 수도권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고비라고 하더라고요. 우리 주말에 나가지말고 에코페미니즘 읽어요!!

공쟝쟝 2020-06-18 08:07   좋아요 0 | URL
이 시리즈 방송이 뭐예용? 알려쥬세요~~~!!!

단발머리 2020-06-18 08:10   좋아요 1 | URL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코로나 19, 신인류 시대> 유튜브에 가면 바로 나옵니다. 굿모닝^^

공쟝쟝 2020-06-18 08:25   좋아요 0 | URL
굿모닝모모닝^.^ 내일은 엄마랑 그 프로그램을 보겠어요! 고맙습니댜!

다락방 2020-06-18 08:35   좋아요 1 | URL
오, 저도 시간될 때 한 번 찾아 봐야겟어요.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은 정말 다방면에 두루두루 관심이 많고 교양을 막 쌓으시네요. 멋져.. ♡.♡

단발머리 2020-06-18 08:44   좋아요 1 | URL
이렇게 유튜브 달인은 교양인이 되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믿어 주세요, 다락방님! 엄청 시간이 걸리겠지만 저, 진짜로 그런 사람 되볼려고 합니다요!!!!

psyche 2020-06-18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로나로 미국의 민낯이 드러났고 바닥 또한 드러나고 있는 거 같아요. 미국이 개개개인은 부족해도 시스템은 제대로 되어있는 줄 알았는데 대통령 하나로 이렇게 무너지는 나라라니 참 ㅜㅜ 이런 상황에도 트럼프가 재선될까 걱정해야 하는 것도 한심하고... ㅠㅠ

다락방 2020-06-18 08:34   좋아요 0 | URL
프시케님 계신 곳은 괜찮은지, 프시케님은 잘 지내시는지 걱정이네요. 하루속히 미국이 좀 안정을 되찾길 바랍니다. 지금 상황은 너무 괴로워보여요 ㅠㅠ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까요? 멀리서 보는 저로서는 당연히 성공하지 못할것 같은데 말예요. 하긴 대통령이 될 줄도 몰랐었죠... 미국은 대체 어떤 곳인가요..... ㅠㅠ
 
책 읽다가 이혼할 뻔
엔조 도.다나베 세이아 지음, 박제이.구수영 옮김 / 정은문고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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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취향이 너무 다른 부부가 서로 추천한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기획을 해 연재를 시작한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와 너무 재미없어서 중간에 그만 읽을까 고민하다 겨우겨우 다 읽었다.


책에 대한 책이라면 보통,


1. 내가 읽었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던가

2. 내가 모르는 책들을 읽고 싶어진다던가


해야 재미있을텐데, 이 책은 위의 1,2 번중에 해당사항이 아무것도 없는 거다. 모르는 책들 투성이에 아는 작가는 두어명쯤 나오고(한 명은 스티븐 킹!), 죄다 모르는 책인데 아무것도 읽고 싶은게 없는거다. 종이접기 같은 책은 뭐 어쩌라는건지... 책에 대한 책중 가장 재미없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내와 남편의 성격도 달라도 너무 다른데, 나는 내가 아내와 비슷한 성격인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남편의 성격이나 취향쪽이 더 잘맞았다.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건지 나랑 비슷한 사람은 싫어서인지 아내에게 묘하게 내가 싫어하는 성격적인 면이 있었던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 자체는 여러가지로 매력 없는 책이다. 걍 이 부부의 자아찾기... 정도의 책으로 마감한 듯.



마지막 부부작가의 대화도, 그리고 번역자 부부의 대화도 좀... 이게 뭐여..싶고...;;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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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 2020-06-1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믹~~^^ 배려...
 
나는 너를 본다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불법촬영, 스토킹, 데이트앱, SNS, 강간, 살인, 그리고 남자-아들, 남편, 애인, 직장동료-와 함께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여자들이 미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게 더 안타깝다. 실질적인 위험이 닥쳐와도 '내가 예민한건가' 스스로 검열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가 미친년 취급 당할까봐 걱정해야 하고. 게다가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오래 반복해야 하는걸까. 왜 위험에 노출되는 것도, 공포에 휩싸이는 것도, 죄책감에 가슴을 치는 것도, 네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하는 것도 여자들의 몫일까.


저자 '클레어 맥킨토시'는 12년간 경찰로 근무한 뒤 작가가 되어 이 소설을 썼다는데, 경찰로 근무하면서 얼마나 많이 억울하게 죽어간 여자들을 목격했을까. 여자가 자기 앞에 닥친 위험을 신고했는데 그냥 돌려보내는 경찰들이 영국에도 있다.


'조'는 퇴근길에 신문을 보다가 데이트앱 광고에 자신의 얼굴이 실린걸 보게된다. 자신은 애인과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고 데이트앱은 사용해본 적도 없는데. 애인은 그저 사진이 도용당한 거라며 예민하게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조는 그럴 수가 없다. 게다가 그 뒤에 일어나는 여성을 향한 소매치기, 살인, 강간 사건들의 피해자가 그 광고속의 여성들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그래서 경찰에 이 일을 알린다. 담당형사는 그 제보를 크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녀의 말을 믿어준 여성경찰이 연관성에 대해 주장하며 사건 해결에 합류한다. 피해자들이 실렸던 데이트앱의 사이트는 암호를 넣고 들어가면, 여성들의 외모부터 하루 일과까지 다 공개되어있다. 그녀가 타는 지하철, 자주 앉는 자리,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 그리고 사진까지. 남자들은 돈을 내고 그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원하는 여성들의 자료를 다운받고, 그녀들의 동선 그 어디쯤에 느닷없이 나타나 그녀에게 마치 우연인듯 자연스레 다가간다. 그렇게 소매치기를 하고, 강간을 하고, 살인을 한다.


조에게 접근했던 남자는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버느라 데이트할 시간이 없었고, 이제 데이트를 좀 해보자 하니 여자를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할지 몰라 이 사이트를 이용한다. 게다가 여자로부터 호감을 얻기 위해 백기사 역할을 자초한다. 백기사 신드롬이란 말을 이 책에서 처음 보았는데, 이 남자가 백기사 신드롬에 빠져있는 장면에서 나는 어릴적에 내가 보았던 숱한 한국영화들을 떠올렸다. 왜, 우리도 그런 장면 다들 한 번 이상씩 보지 않았나. 한 여자에게 호감을 가진 남자가 그 여자로부터 호감을 얻기 위해 자기 친구나 지인들에게 부탁해 그녀를 둘러싸고 범죄를 저지르도록 시키는 장면, 그리고 그 때 남자가 그 자리에 딱- 나타나서 여자를 구해주는거지. 멋지게 구하면 멋져서 그 남자는 여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얻어 터지면 얻어터져서 동정심에 사랑을 획득하는 그런 장면, 우리 봤잖아. 책 속의 조가 위험에 노출됐다가 구해지는 연출된 장면으로부터 나는 한국영화의 그런 장면들을 떠올렸고, 어릴 적에 별 생각 없이 봤던 그 장면들이 얼마나 큰 여성에 대한 위협인지를 깨달았다. 결과적으로 남자랑 사귀게 되는 로맨스의 한 부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막상 낯선 남자들이 내 주위를 둘러쌌을 때 내가 느낄 공포는 무엇일까. 영화에서는 언제나 남자와의 로맨스로 끝맺었지만, 그 여자는 남은 인생에 수시로 악몽에 시달리고 그 두려움이 떠오를텐데. 남자들은 '여자를 얻기 위해'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아주 사소한 일로부터도 여성들은 공포를 느낀다. 내 허락 없이 내 얼굴을 촬영하는 것(심지어 어디다 전송까지 했단다), 뒤에서 나를 따라오는 발소리 같은 것들. 그게 이 책안에서 여성들의 출퇴근길에, 일을 하려는 데에 벌어지는 일상적인 일들이다.



사람은 다 달라서 하나의 사건에 대해 느끼는 바도 그리고 영향을 받는 바도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책 속에서 언니는 동생이 당한 강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동생이 그 일로 아플까봐, 트라우마에 시달릴까봐, 자신이 더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나 동생이 강간범에 대해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걸 알고 혼란스러워한다. 왜, 그 놈을 잡아야지, 그 놈을 잡아 족쳐야지, 어째서 너는 그 일이 있는데도 마치 없는것처럼 살아가려는거야. 이 일로 사이좋은 자매는 수시로 긴장감을 형성하는데, 시간이 흐른 후에 비로소 언니는 우리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어떤 사람은 끝까지 범죄자를 쫓으려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 인생에 더 기쁜 일들을 떠올리며 그 일을 잊고 싶어한다는 것을. 서로에게 상처인 이 일에 대해 받아들이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울면서 눈물을 닦았다. 강간을 저지른 건 강간범인데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생각한 언니여야 한다는 건,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거 아닌가.




등장인물인 조의 성격이 좀 짜증나서 초반에 읽기가 힘들었지만, 다 읽으면서는 경찰로 일했던 여성이 쓴 책이라는 게 너무 좋았다. 여성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 그리고 의심과 피해의식까지, 모를 수가 없는 사람이 썼으니까.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서 강간피해자인 여성이 강간범을 만나면 묻고 싶다고 했다. '왜 나였냐'고, 자신의 어떤 점이 강간범을 자극한거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 다시 살 거라고. 자신의 하루 일과중에 그 부분을 바꾸겠다고.

피해자들은 모두 자기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다. 특별히 어떤 행동을 한 게 아니라 아침이면 일어나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저 자기 삶을 사는 사람들. 그것들 중에 어떤 것이 범죄자를 자극한 게 아니라, 범죄자는 그저 범죄를 저지르고자 하는 욕망이 있던 거였다. 조의 동생도 조에게 말한다. 언니가 나를 지켜주지 못한 게 아니라,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고자 작정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클레어 맥킨토시는 지금을 사는 작가이고 그래서 현재를 말한다. 데이트앱, 인터넷, 페이스북, 페이팔.. '여자를 찾고 싶어' 컴퓨터 앞에 앉거나 태블릿을 손에 쥔 남자들은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당신의 아들이거나, 남편이거나, 남자친구이거나, 회사 동료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정말 그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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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9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09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09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09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0-06-11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12년간 경찰이었다는 점과 현재 사회를 잘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저도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0-06-12 12:15   좋아요 0 | URL
고전은 고전의 의미가 충분히 있지만 현재를 말하는 작가는 또 그대로의 의미가 있는것 같아요. 경찰 생활 했던 사람이라 경찰의 부족한 면이나 집착에 대해서도 잘 써냈어요.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 - 금지된 소설들에 대한 회고
아자르 나피시 지음, 이소영.정정호 옮김 / 한숲출판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테헤란에서 문학 모임을 결성하고 함께 롤리타를 읽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이 책의 존재를 알고나서 나는 이 책이 너무 읽고 싶었다. 사려고 했지만 절판되어 구할 수 없었고 동네 도서관에는 이 책이 없었다. 다행히 책바다 서비스를 통해 이 책을 대여했는데, 대여한 후에는 2주간 이 책을 최선을 다해 읽고 싶은 마음에 좀 더 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다시 읽게된 것이다. 아무래도 이 책을 읽기 위해서라면 롤리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한채로 읽는것 보다는 생생할 때 읽는게 더 도움이 될것 같아서였다. 테헤란에서 여자들이 롤리타를 읽는데 과연 어떤 말을 할까, 나는 그들의 감상을 먼저 읽기보다는 내 느낌을 더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 그런 후에 테헤란에서의 롤리타를 읽는다면, 그것이 칭찬이든 비난이든 나의 감상과 견주어볼 수 있을 터였다. 저자인 '아자르 나피시'는 문학교수이니만큼, 내가 놓친게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었다.



아자르 나피시는 아버지가 테헤란 시장을 지내기까지 했지만 반정부적 행태로 쫓겨나자 스위스, 영국, 미국에서 공부하다 이란으로 돌아온다. 테헤란에 돌아와 테헤란 대학에서 문학 강의를 맡게되는데 그 해가 1979년, 이란혁명이 일어난 해였다. 이란의 국왕을 몰아내고 이슬람의 종교지도자가 나라를 통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들에겐 강제로 베일이 씌워진다. 여자들은 가장 먼저 직장에서 베일을 써야했고 그 다음엔 상점에서 베일을 쓴 여자만이 거래를 할 수 있었다. 이를 어기는 사람에겐 벌금과 채찍질형이 내려졌다. 여성들의 결혼 연령은 열여덟살에서 아홉살로 낮춰졌다. 대체 아홉살에 결혼을 허락하는 건 무슨 의미일까. 아홉살에 결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건, 누가, 무엇을 얻고자 함인가. 이게 대체 왜 필요한 법인가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부는 공공장소에서의 여성들의 의상을 제한하고 여성들에게 차도르나 긴 겉옷과 스카프를 강제로 착용하게 하는 새로운 규정을 통과시켰다.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이 규정이 준수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강제로 시행하는 것뿐이었다. 이 법에 대한 여성들의 엄청난 반대 때문에 정부는 우선 직장에서 새 법을 강제로 시행하였고 후에는 상점으로 확대했다. 상점에서 베일을 쓰지 않은 여성과의 상거래를 금지시켰다. 이 법을 어기면 벌금이 부과되었고 최고 일흔다섯 대의 채찍질과 구치소생활을 해야 했다. 후에 정부는 악명 높은 도덕분대를 창설했다. 네 명의 무장한 남녀가 흰색 도요타 순찰차를 타고서 이 법이 시행되고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거리를 순찰하였다.- P326



혁명으로 인해 수업이 종종 휴강되곤 하는데, 그 때 아자르 나피시는 학생들과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 대해 불만을 잔뜩 품은 학생으로부터 항의를 받는다. 이토록이나 나쁜 소설을 우리가 왜 배워야 하느냐는 거다. 그렇게 아자르 나피시의 문학 수업시간에, 개츠비에 대한 재판이 일어난다. 검사는 이 책을 고발한 남학생이고 변호사 역시 이 수업을 함께 듣는 여학생이다. 미국에 대한 증오, 서구문화에 대한 증오는 내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컸는데, 거기에는 이란이 미국에 석유 수출은 급증했지만 그로 인해 부자가 된건 정부관리들 몇몇 뿐이었다는 것도 크게 작용한다. 혁명의 배경에는 이렇게 미국에 대한 증오가 있었고 정부 관리들에 대한 증오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의 학생은 개츠비가 영 못마땅한 거다.



그는 논고를 계속하면서 점점 더 생기를 얻었지만 논고 내내 의자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개츠비는 정직하지 못합니다.˝ 그는 크게 외쳤고 목소리는 이제 쉰 소리를 냈다. ˝그는 불법적인 수단으로 돈을 벌었고 유부녀의 사랑을 돈으로 사려고 노력합니다. 이 소설은 미국인의 꿈에 관한 것이지만 그것은 어떤 종류의 꿈입니까? 작가는 우리 모두가 간음자가 되고 무법자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입니까? 미국인들은 퇴폐적이고 쇠퇴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의 꿈 때문입니다. 그들은 망할 것입니다! 이것은 죽은 문화의 마지막 발악입니다!˝- P252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라서 개츠비를 읽고 그 줄거리를 아는 사람이 많을텐데, 게다가 나는 개츠비를 두 번인가 세 번 읽었던 것 같은데, 개츠비를 읽고 작가가 '우리 모두가 간음자가 되고 무법자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맞닥뜨리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불륜 소설이라면 작가는 '불륜을 저지르자'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 미국에 대한 증오가 너무 커서 소설을 소설로 보지 못하고, 그 안에 일어난 이야기를 보지 못하고, 개츠비는 미국소설이고 불법으로 돈 번 자들의 불륜 이야기는 나쁘다, 라는 것으로만 생각하다니. 아아, 문학이란 무엇인가. 소설은 왜 읽는 것인가. 



˝우리의 존경하는 검사님은 놀이 공원에 너무나 가까이 다가가는 오류를 범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검사님은 허구와 현실을 더 이상 구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미소를 띠고 의자의 덫에 걸려 있는 ˝우리의 검사님˝을 향해 유연하게 돌아섰다. ˝검사님은 두 세계 사이에서 어떠한 공간도, 숨쉴 여지조차도 전혀 남겨두지 않습니다. 검사님은 자신의 약점-소설을 그 자체로 읽어내지 못하는 무능력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검사님이 아는 것이라고는 기고만장하게 옳고 그름만을 조야하고 단순하게 가치 판단하는 것입니다.˝ 니야지 씨는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시뻘겋게 변하면서 고개를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주인공이 고결해야지 소설작품이 훌륭합니까? 니야지 씨가 우리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소설에 부과하기를 고집하는 그 도덕심에서 어떤 소설의 등장인물이 벗어나게 되면 그 소설은 나쁜 것입니까?˝- P.254


소설을 그 자체로 읽어내지 못하는 무능력함, 이라고 개츠비의 변호사가 말했는데, 나는 무능력함 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자르 나피시는 이 책 전체를 통해서 '상상력'과 '공감능력'에 대해 거듭 강조한다. 상상력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만이 상상력이 아니다. 상상력이란, 내가 있지 않은 곳에 나를 둘 수있고 내가 경험하지 않은 일을 마치 내가 경험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 상상력이 있어야 비로소 공감이 가능해진다. 책을 읽고 그 안에 일어나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내것인것처럼 받아들이면 거기서 등장인물들에게 공감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거다. 상상력은 소설을 읽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고, 상상력 있는 사람이 소설을 읽어야 소설로부터 뻗어나오는 여러가지 감정을몸소 겪을 수 있는 것이다. 소설을 무시하고 별 거 아닌걸로 취급하는 사람들, 소설 읽으면 남는게 뭐가 있어 거짓부렁 이야기지, 라고 취급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는 이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다고 본다.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걸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소설이란 그 어떤 인문학이나 자기게발서보다 더 많은 것을 내게 가르쳐주고 일깨워준다. 소설은 다루지 않는 것이 없다. 차별받는 사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 보이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도, 역사적인 중요 사건들 앞에서 정면으로 맞섰던 사람과 그런것들로부터 멀어져 혼자 조용히 지냈던 사람의 이야기까지, 소설 안에는 이 모든 것이 다 있는 거다. 무엇보다 소설은 지금 여기, 현재의 나를 잠시나마 다른 곳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일전에 읽었던 '엘케 하이덴라이히'의 『세상을 등지고 사랑을 할 때』에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것도 모르는 채로 모텔에 들어가 섹스를 나누는 남자와 여자가 나온다. 혁명이 일어나 어지러운 시국에서 아자르 나피시는 위대한 개츠비를 두고 토론한 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 힘든 시간들에 이런 시간이 없었다면 그 시간들은 우울함이 채우지 않았을까.



나는 그 날 수업이 끝나고 기분이 괜찮았다. 끝나는 종이 울렸지만 많은 학생들이 종소리마저 듣지 못했다. 공식적인 평결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보여주었던 흥분은 나로서는 최상의 평결이었다. 내가 강의실 밖으로 나온 후에도 학생들은 논쟁을 계속했다. 그들은 인질들이나 최근의 시위집회들 또는 라자비와 호메이니 옹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츠비와 그의 빛 바랜 꿈에 대해 논쟁하고 있었다.- P270




혁명이 끝나고 전쟁이 찾아왔다. 이라크와 이란은 장장 8년간 전쟁을 시작한다. 테헤란은 수시로 폭발음이 들리고 사람들은 폭발음이 멈춘 뒤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너희들은 다 괜찮니, 나는 괜찮아.


이 소란한 시간들에게 아자르 나피시에겐 헨리 제임스가 있었다. 폭발음이 들리고 전기가 나가고 두려움과 우울함으로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은 때에, 아자르 나피시는 데이지 밀러를 읽고 또 읽는다. 


책을 계속해서 읽고 있을 때 세 가지 일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내 딸이 내 방에서 나를 불렀고, 전화벨이 울렸으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촛불을 집어들고 딸 네가르에게 곧 가겠다고 말하고는 전화기로 다가갔다.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고 어머니가 촛불을 들고 들어오면서 물었다. 너희들은 괜찮니? 두려워 말아라! 거의 매일 밤 폭발이 난 후에 어머니는 촛불을 들고 우리집으로 들어왔다. 어머니의 행동은 제의 형식을 갖추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 딸의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전화를 받았다. 친구였다. 그녀도 또한 우리들이 모두다 괜찮은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마치 폭발소리가 테헤란 시의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울린 것 같았다.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일은 또한 하나의 의식이 되었다. 우리가 안전하다는 것은 어떤 다른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P364


놀랍게도 어머니가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하기 전 아자르 나피시가 읽었던 데이지 밀러에서는, 데이지 밀러가 윈터본에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나는 두렵지 않아요, 라고 말한 부분을 읽고난 후였다. 적색 사이렌과 백색 사이렌이 교차되는 밤에 아자르 나피시는 끝도 없이 책을 읽는다. 그 후에 있을 강의들에 이 시간이 준비 과정이 되었다고 아자르 나피시는 말한다. 소설을 읽는 것, 좋아하는 소설들이 늘 곁에 있었던 것, 이미 읽었던 것인데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두려운 시간에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은신처이자 피난처가 되어주는 소설. 혁명에는 개츠비가 있었다면 전쟁에는 헨리 제임스가 있었던 거다.




아자르 나피시는 교수직을 사임한뒤에 그동안 자신이 가르치면서 명민했던 학생들 일곱을 모아 문학모임을 제안한다. 일주일에 한 번, 자신의 집에 모여 같은 책을 읽고 거기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모임이다. 학생들 저마다 개성이 강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이 모임은 2년동안 계속된다. 모두들 목요일 아침이 되어 교수님의 집에 도착하면, 자신을 감싸고 있던 검은 베일과 긴 옷과 검은 장갑을 벗고 비로소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다. 빨간 매니큐어도 있고 금발도 있다. 그렇게 홀가분한 자기 본연의 모습이 되어 그들은 책에 대해 말한다. 첫 책이 롤리타 였다. 롤리타에 대해 아자르 나피시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롤리타』를 예로 들어보자. 이 소설은 갈 곳이 한군데도 없는 열두 살 소녀의 이야기였다. 험버트는 롤리타를 자신의 판타지로, 죽어버린 자신의 사랑으로 바꾸고자 노력했고, 그녀를 파멸시켰다. 『롤리타』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최고의 진리는 더러운 늙은이가 열두 살 소녀를 강간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인생을 다른 사람이 몰수하는 것‘이다. 만일 험버트가 그녀를 완전히 삼켜버리지 않았더라면 롤리타가 어떤 인생을 살았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완성된 소설작품은 희망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 소설은 단순히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라 야씨처럼 롤리타도 박탈당한 삶을, 평범한 일상생활을, 모든 정상적인 즐거움을 옹호한다.
흥도 나고 갑자기 신도 나서 나는 나보코프가 사실 우리 자신의 유아론자들한테 복수할 기회를 노렸던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P71

롤리타를 읽을 때 내가 분노했던 게 바로 저 지점이었다. 롤리타에게서 유년시절을 빼앗아간것. 롤리타로 하여금 성학대 피해자로 살아가게 해서 보통의 아이들과 같은 경험을 하지 못하게 한것. 그 일이 앞으로의 롤리타에게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 아자르 나피시는 그 후에 롤리타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한 것이 롤리타가 험버트로부터 도망치고 자유로운 삶, 본인의 건강한 삶을 찾았다고 얘기하는데, 나는 그것과는 의견이 다르다. 만약 롤리타에게 험버트가 없었다면, 롤리타의 인생에서 험버트를 만나지 않았다면, 롤리타가 결혼하고 임신해서 생계를 해결하지 못해 아버지에게 돈을 좀 달라고 편지를 쓰는 일도 역시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롤리타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테니스를 해서 코치가 되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롤리타의 삶을 그 일로 인해 꺽여버린 중간에 부숴져버린 삶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롤리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지금 여기가 아닌, 지금 이 사람이 아닌 사람을 향해서 어쨌든 방향을 틀고 전력질주 하니까.



롤리타를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나서 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번 생각해야 했다. 롤리타에서 보여지는 이야기는 가슴이 아프고 또 나보코프가 이 글솜씨로 왜 하필이면 아동의 육체에 대해 묘사했는가부터 그리고 왜 아동성학대 이야기를 썼는가, 까지 괴로워하면서, 그러면서도 나보코프가 그 안에 담아낸 것들에 놀라워했으니까. 나보코프는 아동대상 범죄가 언제 주로 일어나는지 이미 알고 있다. 아동을 보호하기에 나라가 제대로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범죄자가 이렇게 범죄를 시작한다고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토록 잘 쓴 글에 대해 감탄했고, 그래서 고통스럽고 슬프면서도, 롤리타의 빼앗긴 유년시절 때문에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면서도, 그러나 책을 읽는 시간은 즐거웠던 거다. 아, 이런 책이 있어, 엉엉, 롤리타 어떡해, 하는 복잡한 감정이 독서하는 내내 따라붙었고, 롤리타의 빼앗긴 유년시절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이런 마음을 주는 것이 문학의 본질이 아니던가, 생각하게 된거다. 그리고 아자르 나피시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학생들과 문학 모임에서 하게된다. 




미트라가 생과자로 손을 뻗으면서 어떤 문제가 얼마 동안 자신의 망므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괴롭히고 있다고 말한다. 『롤리타』나 『보바리 부인』과 같은 소설, 즉 그토록 슬프고 비극적인 소설을 읽으면서 무엇 때문에 우리는 행복감을 느끼는가? 그런 소름끼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죄스러운 것은 아닌가? 만일 신문에서 그런 이야기를 읽게 되어도 아니면 혹시 우리에게 그런 일이 발생하여도 우리는 이런 식으로 느낄 것인가? 만일 우리가 여기 이란 이슬람 공화국에서의 우리의 삶에 대하여 글을 쓴다면 독자들이 행복감을 느끼도록 써야 하는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그날 밤에도 잠자리에 들어서까지 우리 모임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p.95


잠자리에 들지 못한 나자르 아피시가 그러나 그것이 고통과 괴로움 때문은 아니었다. 이 질문은 그 자체로 기쁨이었다. 흥분이었다. 그녀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거기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나는 나보코프가 모든 위대한 소설을 동화라고 한다고 말했다. 글쎄, 동의할 수 있다. 우선 우리가 기억할 것은 동화에는 어린아이들을 잡아먹는 무서운 마녀들이나 아름다운 의붓딸들을 독살하는 사악한 계모들, 그리고 숲 속에다 아이들을 두고 나오는 나약한 아버지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마력은 선의 힘에서 나오고 그 세력은 나보코프가 지어놓은 이름대로 맥페이트가 우리에게 부과한 제한이나 한계에 굴복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준다. 

동화는 모두 다 현재의 한계점들을 초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하므로 어떤 의미에서 동화는 동화는 현실이 부정하는 자유를 제공한다. 모든 위대한 소설작품에는 그들이 묘사하는 냉혹한 현실과 상관없이 그러한 삶의 무상함에 본질적으로 대항하는 삶에 대한 확신이 있다. 삶에 대한 이런 확신은 작가가 현실을 자기 식으로 다시 말하고,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를 창출함으로써 현실을 지배하게 되는 그런 방식에 들어있다. 모든 위대한 예술 작품은 찬양이고 그것은 배신, 공포, 삶의 배반행위들에 대항하는 불복종 행위라고 나는 호언장담할 것이다. 형식의 완벽함과 아름다움은 주제의 추악함과 비열함에 반항한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는 『보바리 부인』을 사랑하고 엠마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이고, 어리고 천박하며 시적이고 도전적인 고아가 된 주인공 롤리타로 인해서 우리의 가슴이 무너지도록 아플지라도 우리는 욕심스럽게 『롤리타』를 읽는 것이다. -P.100




그리고 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의 강의가 있고나서 한 남학생이 그녀를 따라나온다. 그는 제인 오스틴을 비난한다. 제인 오스틴이 반-이슬람적인 작가일 뿐 아니라 식민주의적인 작가라는 것이다. 그는 수업시간 중에는 조용히 있다가 수업이 끝나면 계속해서 연구실까지 따라와 오스틴을 비난한다. 그가 오스틴의 『맨스필드 파크』를 읽지 않은 것이 확실한데 그는 어떻게 맨스필드 파크가 노예제를 묵과했다고 말하는걸까. 아자르 나피시는 며칠 뒤에야 그가 에드워드 사이드의 책을 읽고 무조건 제인 오스틴을 비난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오스틴을 비난하려고 사이드의 책을 인용해야 하다니 정말 대단한 아이러니였다.(P.560)


어느 날 정말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인 후에 나는 그 학생에게 말했다. 나비 씨, 한가지 일러두고 싶은 말이 있는데, 나는 절대로 학생을 엘리자베스 베네트와 비교하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히 학생에게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이 하나도 없어요. 사람과 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서로가 다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엘리자베스가 얼마나 다아시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몰라요. 끊임없이 다아시의 결점을 찾아다녔고 그 사람이 자기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거의 반대 심문하다시피 했잖아요? 위캄과의 관계도 생각나죠? 엘리자베스는 동정의 기초를 위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기보다는 다아시에 대한 위캄의 악감정에 두었던 것도 아시죠? 나비 씨가 서구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세요.  나비 씨는 서구라는 단어에 형용사와 같은 한정사-퇴폐적이다, 타락했다, 오염되었다, 제국주의적이다-를 쓰지 않고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잖아요. 엘리자베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조심해서 보세요!

내가 이런 말을 했을 때 나비 씨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P560



집착적일 정도로 오스틴을 비난하는 저 학생도 남자였고, 공교롭게도 개츠비를 비난하던 검사도 남학생이었다. 같은 수업에서 같은 책을 읽는데 왜 유독 남학생들은 이 작품들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이 서구적인 것, 미국적인 것, 꿈과 자유, 낭만과 사랑,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고자 하는 욕망 같은 것들이 거기에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남학생들은 어떻게든 이것을 '나쁜것'으로 보아야만 했던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란에서 사는 여자들은, 이 독서모임의 멤버들도 그렇고, 결국은 이란을 떠나야만 우리가 그나마 삶다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를 생각한다. 그러나 남자들은 굳이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살기에 이란은 좋은 곳이니까. 남자들은 네 번까지 결혼할 수 있고(그들의 성욕은 존중되어야 한다!) 게다가 아홉살 짜리와도 결혼할 수 있다. 베일을 쓰는 것도 여자고 집이 폭발되었을 때도 점잖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안되니 집에서도 언제나 얌전한 차림을 입고 있어야 하는 것도 여자다. 여자들이 이곳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건 당연할것인데, 거기에 다른 세상의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것은 무엇보다 막아야 하는게 아니었을까. 나는 남학생들이 이 작품들을 비난하는 그 이유들은 사실 그들이 말하는 것일뿐, 오히려 그렇게 비난에 집착하는 그 태도가 그 책들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혁명은 수많은 정치범을 만들어냈다. 아자르 나피시가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도 아주 많은 학생들이 잡혀갔고 감옥에서 고문당하다 죽기도 했다. 어떤 학생들은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그냥 잡혀가 간수들의 윤간의 대상이 되기도한다. 너무 예쁘다는 이유였다. 이런 여자를 그냥 내보내서는 안된다고 간수들은 돌아가며 그녀를 강간한다. 여자들의 목소리도 머리카락도 성적으로 자극적이라고, 이란의 남자들은 생각한다.



대부분의 혁명 단체들은 개인의 자유 문제에 대하여 정부와 의견의 일치를 보았고, 짐짓 겸손한 체하면서 그것들을 ˝부르주아적˝이고 ˝퇴폐˝한 것이라고 치부했다. 이런 까닭에 새로운 지배계층 엘리트들은 몇몇 개의 아주 보수적인 법률 조항들을 쉽게 통과시킬 수 있었고 심지어 사랑을 포함한 감정의 표현이나 일부 제스처들을 불법화시키기까지 했다. 새로 들어선 정권은 새 헌법이나 국회를 확립하기 전에 결혼 보호법을 먼저 폐기했다. 새 정권은 발레나 춤을 금지시켰고 발레리나들에게 연기자나 가수 중에서 선택하라고 지시했다. 훗날 여자들은 가수도 할 수 없었는데 그것은 여성의 목소리가 머리카락과 마찬자기로 성적으로 자극적이므로 계속 감추어 두어야할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P214



체포되어 감옥에서 다른 학생들과 마주치기도 하는데, 그들은 그 안에서 아자르 나피시 교수의 강의를 들었던 것에 대해 얘기한다. 소설을 읽고 그 소설로 일어난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함께 웃는 일이, 감옥 안에서 가능했다. 


그가 나가자 마하타브는 저는 선생님과 우리 반 학생들을 생각했어요, 라고 말했다. 첫 번째 심문이 끝난 후 그녀는 다른 열다섯 명의 죄수와 함께 한 감방에 배당되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내 강의를 들었던 라지에를 만났다. 내가 권한 작은 찻잔을 한 손에 들고서 차도르를 내리지 않은 채 그녀는 말했다. ˝라지에는 알자라 대학에서 수강한 선생님의 헤밍웨이와 제임스 강의에 대해서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어요. 나는 그녀에게 『개츠비』논쟁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지요. 우리는 한참 웃었어요. 선생님도 아시지만 라지에는 처형당했어요. 저는 운이 좋았어요,˝ 라고 그녀는 말했다.- P423


감방에 갇혀 시간을 보냈지만 처형되지 않았기 때문에 '운이 좋다'고 말하여지는 삶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 안에서 문학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문학은 절대 선이 아니고 모른다고 해도 삶에 지장이 있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문학이 있는 삶은 확실히 더 나은 삶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혁명속에서도 전쟁속에서도 손이 닿을 곳에 문학이 있다면, 우리는 잠시나마 세상과 나 사이에 벽을 쌓아두는 시간을 만들어둘 수 있으니까. 책장을 덮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여는 순간, 내가 쌓아둔 벽은 금세 무너지겠지만, 그러나 다시 책장을 열면 그 벽은 얼마든지 금세 또 쌓을 수 있다. 



아자르 나피시가 테헤란에서 겪었던 것들-혁명과 전쟁-은, 살면서 겪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들이다. 내가 아는 사람 혹은 내가 언제 무슨 이유로 잡혀갈지 모르고 우리집에 언제 폭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시간들을 견뎌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테니까. 게다가 전쟁은 8년간이나 일어났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시간들은 과연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인 것일까. 아자르 나피시에게는 어린 아이들이 있었다. 폭발음이 들리면 아이들이 무사한지 살펴야하는 시간들은 맨정신으로 버텨내기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문학이 있었던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자신이 읽었던 책을 읽고 또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생각하고 토론하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녀가 가진 큰 능력이며 동시에 행운이다. 그녀는 책을 읽으면서 노트를 꺼내두고 메모를 한다고 햇는데(나도 그렇다), 그런 시간들이 그녀를 교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것이다.



그녀는 결국 테헤란을 떠난다. 지금은 미국에서 문학교수를 하고 있다는데, 문학 교수라니, 너무 근사하지 않은가. 좋아하는 소설을 읽고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그런 직업이라니, 너무 근사하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또 명확하게 어떤 것이다 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묻고 답을 구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지 않은가. 이게 너무 좋은데, 그런데 왜이렇게 좋은걸까, 하고 자꾸 생각해본다는 것. 어려움 속에서도 책장을 열고 그 안의 이야기에 빠지고 또 인물들에게 동화된다는 것. 이런 일을 경험한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은 알레고리가 아니라고 나는 강의시간이 끝나갈 즈음에 말했다. 소설은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육감적인 경험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그 세계로 들어가서 등장인물들과 함께 숨을 죽이고 그들의 숙명에 연루되지 않으면 여러분은 마음으로부터 공감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공감은 소설의 핵심입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분은 소설을 읽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경험을 흡입하는 것입니다. 자 이제 숨을 쉬세요. 나는 다만 여러분이 그런 점을 기억해주기를 바랍니다.- P220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의 글을 읽는 시간이라 너무 즐거웠다. 책장에 오래 잠자고 있던 데이지 밀러도 꺼내 읽어야 겠다. 맨스필드 파크도 민음사에서 새로 나왔던데 그것도 사야겠고. 나보코프의 서적들은 뭐가 있나 검색해보았다. 나보코프의 번역된 작품들도 하나씩 천천히 다 읽어야겠다. 무엇보다 읽어야할 소설이 아직도 이토록이나 많다는 게 너무 기쁘다.


이 책은 이 책 자체로 문학의 쓸모를 말해주는 것 같아서 너무 좋고 또 읽고 싶은데 절판이라 유감이다. 하루빨리 어느 출판사에서든 새로 내어주었으면 좋겠다. 








당시 사나즈에게는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아주 중요한 두명의 남자가 있었다. 첫 번째는 남동생이었다. 그는 열아홉 살 이었고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으며 부모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아들이었다. 두 딸(딸 하나는 세 살 때 잃었다)을 낳은 후 마침내 얻게 된 아들인지라 부모님한테는 아주 끔찍한 아들이었다. 그는 버릇이 없었고 오로지 집착하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누나인 사나즈였다.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누나를 감시했고 누나의 전화 통화내용을 엿들었으며 누나의 자동차를 몰고 돌아다녔고 누나의 행동을 일일이 참견했다. 부모님은 사나즈를 달래면서도 누나로서 인내하고 이해하며 동생이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모성 본능을 발휘해줄 것을 간청했다. - P38

사나즈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자기처럼 젊었을 때 어머니의 상황과 비교하고 있을까? 사나즈는 어머니 세대의 여자들이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거나 남성들과 즐겁게 교제할 수도 있었으며 경찰대에 들어가거나 비행기 조종사도 될 수 있었고 여자에 관해서는 세상에서 가장 진보적인 법률 하에서 생활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을까? 사나즈는 혁명 이후의 새로운 법률에 의해 결혼 가능 나이가 열여덟 살에서 아홉 살로 낮추어졌고 또 다시 간통이나 매춘에 대해 돌로 쳐죽이는 형벌이 허용되었다는 사실로 인해서 굴욕감을 느끼고 있을까? - P60

『천일야화』의 기본적인 틀이 되는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왕의 불합리한 규칙의 희생자가 되는 세 종류의 여성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셰에라자드가 등장하기 전에 이야기 속의 여인들은 배신하고 살해되는 사람(왕비)과 배신할 기회도 갖기 전에 살해되는 사람(처녀들)으로 구분된다. 셰에라자드와 달리 처녀들은 이야기 속에서 목소리가 전혀 없어서 대체로 비평가들이 무시하고 지나간다. 그러나 그들의 침묵은 의미심장하다. 그들은 저항도 항거도 없이 그들의 처녀성과 목숨을 내어준다. 그들은 제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개죽음을 당하다시피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왕비의 부정은 왕의 절대적인 권위를 앗아가지 못하고 단지 그의 균형을 깨뜨려 놓았을 뿐이었다. 두 타입의 여성-왕비와 처녀들-모두가 왕의 세력 범주 안에서 행동하고 자의적인 법률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왕의 공적인 권위를 암묵적으로 수용한다. - P45

셰에라자드는 다른 약속조건을 포용하기로 선택함으로써 폭력의 순환을 깨뜨린다. 그녀는 왕과는 달리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상상력과 사유를 통하여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 P45

야씨는 또한 녹색 정문을 통하여 대학을 들어설 때 느끼는 희열감도 묘사했다. 이 시와 그녀가 제출한 다른 글에서 이 (대학의)정문은 그녀의 삶에서 거부되고 있는 모든 평범한 일들이 가능한 금지된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마법의 입구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 녹색 정문은 야씨에게는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다른 아가씨들에게는 닫혀 있었다. 정문 바로 옆에 커튼이 달려 있는 조그만 통로가 있었다. 그것은 정도에서 어긋난 통로로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곳에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만한 침입자의 권위로 뻐끔히 벌어져 있었다. 이 통로를 통하여 내가 가르치는 아가씨들을 포함한 모든 여학생들이 점검을 받기 위해 조그맣고 어두운 방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첫 번째 회합이 끝나고 세월이 흐른 후에 야씨는 이 방에서 행해진 일들을 묘사하곤 했다. - P64

"우선 나는 옷을 제대로 갖춰 입었는지 검사를 받곤 했다. 코트 색깔, 유니폼의 길이, 스카프의 두께, 신발 형태, 가방 속에 들어 있는 물건들, 심지어는 눈에 띄는 아주 옅은 화장의 흔적, 반지 크기나 반지가 시선을 끄는 수준 등 내가 대학 캠퍼스에 들어갈 수 있으려면 이 모든 것이 점검되어야 했다. 바로 이 대학에서 남자들도 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그들에게는 대학의 표상과 깃발이 달려 있는 으리으리한 정문이 아무 편견 없이 활짝 열려 있었다." - P65

그녀(야씨)는 이슬람의 도덕체계와 번역을 가르치는 교수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교수님은 필즈베리 도우보이(빵 굽는 사람의 모자를 쓴 밀가루로 만든 사람으로 필즈베리 회사 광고에 나옴-역주)처럼 생겼어요 하고 야씨는 말했다. 아내가 죽고 삼 개월 후에 그는 처제와 결혼을 했다. 왜냐하면-이 부분에서 야씨는 목소리를 낮추었다-‘남자들한테는 특별한 생리적 요구가 있기‘ 때문이었다. - P65

궁극적으로 아버지는 불복종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혐의에서 벗어났다. 그 불복종을 나는 항상 기억한다. 그후 그것은 나에게 하나의 생활방식이 되었다. 한참 후에 나보코프의 ‘호기심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불복종이다‘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아버지한테 내려진 판결이 떠올랐다. - P97

나스린은 침착하게 종이들을 푸른 홀더에 집어넣고 각 파일마다 날짜와 주제를 적어 넣으면서 자기 막내 삼촌이 상당히 믿음이 좋고 신실한 사람인데 자기 나우 겨우 열한 살이었을 때에 조카인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말했다. 삼촌은 미래의 아내를 위하여 몸을 정결하고 순수하게 지키고 싶기 때문에 여자들과의 교제를 거부했다고 말하곤 했던 사람이라고 나스린은 이야기를 자세히 해주었다. ‘정결하고 순수하게,‘ 나스린은 조롱하듯이 그 말을 되뇌었다. 다루기 힘든 성격인 데다 가만히 있지 않고 부단히 움직이는 나스린을 삼촌이 일주일에 세번씩 일 년동안 개인교습을 했다. 그는 조카에게 아랍어를 가르쳤고 또 어떤 때는 수학도 가르쳐주었다. 책상에 나란히 앉아서 공부하던 시간에 삼촌은 아랍어의 시제를 반복해서 가르치면서 두 손으로 나스린의 다리와 온 몸을 더듬었던 것이다.

- P103

결혼승낙을 한 날 나는 내가 이혼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나의 자기 파괴적인 충동이나 내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는 모험은 전혀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 P167

이름: 오미드 가립
성별: 남자
체포날짜: 1980년 6월 9일
체포장소: 테헤란
감금된 곳: 테헤란의 카스르 감옥
죄목: 서구화된 가정에서 야육되어 서구화됨, 연구를 빌미로 한 유럽에서의 장기체류, 윈스턴 미제 담배를 피움, 좌파적인 경향을 나타냄.
선고 내용: 3년 징역, 사형 - P192

대부분의 혁명 단체들은 개인의 자유 문제에 대하여 정부와 의견의 일치를 보았고, 짐짓 겸손한 체하면서 그것들을 "부르주아적"이고 "퇴폐"한 것이라고 치부했다. 이런 까닭에 새로운 지배계층 엘리트들은 몇몇 개의 아주 보수적인 법률 조항들을 쉽게 통과시킬 수 있었고 심지어 사랑을 포함한 감정의 표현이나 일부 제스처들을 불법화시키기까지 했다. 새로 들어선 정권은 새 헌법이나 국회를 확립하기 전에 결혼 보호법을 먼저 폐기했다. 새 정권은 발레나 춤을 금지시켰고 발레리나들에게 연기자나 가수 중에서 선택하라고 지시했다. 훗날 여자들은 가수도 할 수 없었는데 그것은 여성의 목소리가 머리카락과 마찬자기로 성적으로 자극적이므로 계속 감추어 두어야할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 P214

전쟁에 대한 우리들의 양면적인 태도는 주로 이 정권에 대한 우리들의 양면적인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테헤란에 대한 첫 공긊에서 부유층이 살고 있는 지역의 한 가옥이 공격을 받았다. 그 가옥 지하에 반정부 게릴라들이 숨어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하세미 라프산자니는 겁먹은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금요기도회에서 아직까지 폭격으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폭격 희생자들은 조만간에 처형될 예정이었던 "거만한 부자들과 파괴 분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여성들에게 잠을 잘 때 옷을 점잖게 입으라고 충고했다. 그렇게 되면 집이 공습을 당하더라도 그들은 "이방인들의 눈에 점잖지 못하게 노출되지"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 P312

정부 내 몇몇 인사들과 과거의 일부 혁명가들은 이슬람 정권이 우리 지식인들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결국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를 강제로 지하로 끌어 내렸지만 정부는 또한 우리를 더 매력적이고 더 위험하고 이상하지만 더 강력하게 만들어버렸다. 정부는 지식인의 숫자를 줄여놓았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지식인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를 다시 불러들이기로 결정했다. 아마도 그들이 지식인들을 좀더 통제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 것도 그런 결정을 내리게 한 하나의 요인일 것이다. 그들은 한때 퇴폐적이고 서구화되었다고 낙인을 찍었던 나 같은 사람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 P344

나는 처형당한 내 학생에 대해서 그녀에게 물어볼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그들이 감방에서 어떻게 지냈으며 그들이 함께 있을 때 어떤 다른 추억들을 서로 나눴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만일 마하타브가 이야기해 준다면 내가 꼭 어리석은 짓을 할 것만 같았고 그러면 오후 강의를 할 수 없을 것처럼 느꼈다. 나는 아기의 나이를 물어보았으나 그녀의 남편에 관해서는 묻지 않았다. 그녀에게 내가 좋아하는 질문을 할 수 있었을까?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어요? 나는 많은 여학생들이 감옥에서 풀려 나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혼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여하튼 결혼이 정치활동에 대한 해독제라고 생각하는 교도관들의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또한 부모에게는 이제 그들이 "착한"딸들이라는 것도 증명할 수 있었으며 또 그저 결혼 이외에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결혼을 했다. - P424

"임시 결혼은 어때요?" 나스린이 오렌지 껍질을 퍼즐 조각처럼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으면서 말했다. "여러분들은 우리 대통령이 내놓은 개화된 대안을 잊고 있는 것 같군요." 나스린은 이란에만 있는 이슬람교의 규칙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규칙에 의하면 남자들은 네 명의 공식적인 아내를 얻을 수 있고 원한다면 임시 아내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이러한 규칙을 만든 논리는 아내들이 남자들을 충족시킬 능력이 없거나 아니면 필요할 때 그 자리에 없어서 충족시킬 수 없다면 남자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어떻게든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십 분 정도로 짧은 기간이나 아니면 길게는 구십구 년 동안 그러한 계약관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당시 개혁주이자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가지고 있던 라프산자니 대통령은 젊은 사람들이 임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498

남자들은 그저 이 나라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때때로 든다고 말하는 미트라는 초조해 보였다. 남자들한테는 더 쉽지요 하고 야씨가 말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곳은 남자들의 천국일 수 있잖아요. 하미드가 말하는데 만일 우리가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면 우리는 언제라도 해외로 휴가를 떠날 수 있을 거래요 하고 미트라가 말했다.
분명 남자들한테는 상황이 훨씬 낫지요. 하고 아진이 말했다. 결혼이나 이혼과 관련된 법을 보세요. 종교와 관련이 없는 소위 보통사람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두 번째 아내를 데리고 사는지 보시면 알잖아요. 만나가 말했다. 특히 일부 지식인들 말예요, 자유나 그런 모든 것에 대한 주장을 펼쳐서 유명해진 사람들도 그래요. - P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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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7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08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0-06-08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려고 롤리타를 다시 읽으셨군요.
이 소개글 정말 좋네요.
절판이 아니라면 바로 사서 읽고 싶어요.
저도 도서관을 한 번 뒤져봐야겠어요.

다락방 2020-06-08 15:17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 도서관에는 없어서 저는 광진구도서관에 신청해서 읽어보게 됐어요. 회원판매 중고가는 너무 비싸고요 ㅠㅠ 감은빛님 제인 오스틴 책 재미있게 읽으셨잖아요. 이 책도 아주 재밌게 읽으실 것 같아요!

감은빛 2020-06-11 15:24   좋아요 0 | URL
우리 지역구 관내 공공도서관 전체를 검색해봐도 이 책은 없네요.
다른 자치구까지 찾아보는 건 현재 제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요.
일단은 중고 알림을 등록했어요.
알라딘에 등록된 중고책들은 모두 정가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으로 등록되어 있네요. ㅠㅠ

책먹는고란 2023-06-14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갑작스러우셨겠지만 북플 친구 신청을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리뷰를 읽는데 다락방님이 많이 보이셔서 친숙하기도 했고, 아자르 나피시의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 리뷰 쓰신 것을 무엇보다 인상 깊게 읽어서 신청 드렸습니다. ㅎㅎ 중학생 때 이 책의 존재를 처음 인식하고 ‘hmm...노잼‘ 이랬는데(학생아...) 이 리뷰를 읽고 책을 샀습니다...! ㅋㅋㅋ 저도 잘 읽고 리뷰 보태서 다른 독자를 이 책으로 이끌고 싶네요. 앞으로도 올리시는 리뷰 재밌게 잘 읽겠습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다락방 2023-06-15 07:3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기묘한고라니 님. 2020년에 쓴 글인데 2023년에 이렇게 누군가에게 댓글이 달리네요. 글은 그대로 다 기록이 되고 흔적이 되어 남는 것 같습니다. 현재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는 절판인데 중고로 구매하셨나요? 저는 도서관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하여 빌려 읽었습니다.

앞으로 종종 뵙겠습니다, 기묘한고라니 님!

책먹는고란 2023-06-15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고로 구매했습니다. 정가랑 비슷한 가격이어서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ㅎㅎㅎ 롤리타 말고도 오만과 편견도 있잖아요. 저의 최애소설 top3 중 두 권이 있어서 그냥 샀습니다ㅎㅅㅎ 다락방 님 리뷰도 있어서 책이 맞지 않더라도 의미를 부여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