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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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친구들과 함께 '알라딘에서 가장 많이 읽었어요 표시된 책이 뭘까'에 대해 궁금했던 적이 있다. 저마다 생각나는 책들을 찾아 보았다. 김영하의 책을, 연금술사를 찾아보았는데, 우연히 이 책에 대해 읽었어요가 만 개 넘게 표시되어있다는 걸 알고 뭐여.. 했더랬다. 내가 읽어볼 생각도 안한 책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고? 어린왕자야 이것저것 버젼이 달라져서 나오니 이것보다 횟수가 적을 수 있을 것인데, 이 책은 리커버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에 표시가 엄청 큰 것이다. 물론 이 책이 가장 많이 읽힌 책인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책들의 '읽었어요'를 살펴보지 않았으니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인데 나는 안읽었다니, 도대체 사람들 이 책 왜 이렇게 많이 읽었나 궁금해져서 이 책을 읽어봐야 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책을 잘 안읽는 사람의 집에 갔다가 그 집 책장에 이 책이 꽂힌 걸 보고 빌려오게 됐다. 그렇다. 일 년에 한 권 이상 읽을까 말까 한 사람도 이 책을 사서 읽고 자기 집 그 작은 책장에 꽂아둔 것이었다. 책을 안읽는 사람들도 사서 읽는 책이라니, 도대체 이 책안에 어떤 매력이 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네.. 그렇게 빌려왔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재미도 없고 후졌다. 60쪽 까지 읽었을 때 이미 나랑 맞지 않는 책이라는 걸 알고 한 번 책장을 덮었다. 더 읽으면 '아하 역시 베스트셀러가 될만하구나' 라는 무엇이 나올까? 에 대해 생각했지만 딱히 그럴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읽지말까... 고민하다가, 아니야 빌려왔으니까 누구나 다 읽은 책이니까 하고 끝까지 읽으면서 몇 번이나 후졌다, 구리다고 생각해야 했다.



나미야 잡화점에는 고민을 상담해주는 할아버지가 있다.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잡화점 우편함으로 편지를 넣으면 다음날까지 할아버지는 그 편지에 대한 답장을 우유 박스에 담아둔다. 이미 할아버지가 오래전에 돌아가셨는데 좀도둑들이 폐가와도 마찬가지인 잡화점에 숨어들었다가 문을 닫고 과거의 시간을 살게 되면서 고민을 상담해준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좀도둑들은 자기들을 반성하고.... 권선징악..... 해피엔딩.......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봐도 될듯한데, 후졌다. 이렇게 뻔하다니 돌아버리겠다. 게다가 이 책을 쓰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남자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겠다. 에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읽었다면 많이도 읽었는데 어느 순간 뚝 끊어버린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손에 쥐고 으으 후졌다, 구리다를 반복했다.

사람들이 많이 읽어서 놀랐고 평이 좋은 것에 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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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8-24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엔 그 후지다가 아닌 오묘하고 심오한 뜻이 있는 줄 알았어요.
저 이 책 안 읽은 사람임! 음하하.

다락방 2020-08-24 10:25   좋아요 0 | URL
저도 모두가 읽은 이 책 안읽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는데... 하아- 인생이란 무엇인가.....

얼음장수 2020-08-24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중에서 재일 재미없는데 제일 많이 읽힌 것 같죠? 다른 시장인들 다르겠냐만 출판시장은 진짜 모르겠어요.

다락방 2020-08-24 10:26   좋아요 0 | URL
오만년전에 [용의자 X의 헌신] 참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는데(나중에 소개팅한 남자랑 사귀기로 하고 그 책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하고 헤어졌어요. TMI), 어쩌다 이렇게 후진 책 쓰는 히가시노 되었나요..... 미래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Falstaff 2020-08-2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볼 생각 1도 하지 않은 1인입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0-08-24 10:30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하지 마세요, 폴스타프님. 폴스타프님의 독서력은 이 책을 용서할 수 없을 겁니다!! ㅎㅎ

그렇게혜윰 2020-08-2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꾹 참다가 얼마전 중고로 샀는데....ㅋㅋㅋ 히가시노가 기복이 심한데 이 책은 그럼 왜 베스트셀러가 된 걸까요???

다락방 2020-08-24 13:28   좋아요 0 | URL
정말 알 수 없어요.
이 책 많이 읽은 만큼 리뷰나 백자평도 많이 달려있는데 저처럼 후지다고 한 사람도 드문드문 보이지만 대부분 다 좋게 읽었더라고요. 취향은 다 다른것이니 그렇게혜윰님에겐 좀 좋은 책일 수도 있을거고요. 아 저는 근데 너무 후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20-08-2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저도 전에 동료가 읽길래 (책 잘 안 보는 분 ㅋㅋ) 저사람도 보니까 재밌나 보다 하고 빌려 읽었다가 개 실망 ㅋㅋㅋ 책 잘 안 보는 분들이 재밌다고 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그때 통렬하게 깨우쳤습니다. ㅠ

다락방 2020-08-24 14:29   좋아요 0 | URL
진짜 어이없는 책이었어요. 아 너무 후졌어..라는 말만 나오는 그런 책인 것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제 안읽어요!! 아오..

blanca 2020-08-2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는 이게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줄도 몰랐네요. 어마무시하게 팔리지 않았나요? 다락방님 ㅋㅋㅋ 빵 터졌어요. 히가시노 게이고가 혹시 여기 와서 화 내고 가는 것 아니예요? ㅋㅋㅋ

다락방 2020-08-24 14:30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많이 읽는 것 같긴했지만 이렇게나 많이 읽었을 줄 몰랐어요. 알라딘에서 <읽었어요> 표시만 해도 만 명이 넘더라고요. 누구나 다 읽는 책인것인가 싶은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진짜 너무 후져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블랑카님, 이거 읽지 마세요. 다른 책 읽으세요!!
히가시노 게이고가 설마 알라딘의 이 변방까지 와서 이 리뷰 읽고 화내겠습니까. 대한민국에서 자기 책 얼마나 많이 팔아줬는데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syo 2020-08-2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 이름이 ‘후지다 신고‘랄지 뭐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8-24 15:26   좋아요 0 | URL
이 상상력 풍부한 분들...그저 후졌다고 말했을 뿐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0-08-24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사춘기 애들이 책을 읽어줘야 돼요. 이 책 10대들도 많이 읽어요. 딱 10대 감성에 맞지 않던가요? ㅎㅎ

다락방 2020-08-25 08:0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10대 애들이 많이 읽을 책 같긴 했어요. 그렇지만 딱히 건전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마지막에 호스티스 나올 때는 너무 짜증났어요. 이 남자들은 왜 호스티스를 놓지 못하나..싶고요. 아 저는 정말 별로인 책이었어요. ㅎㅎ

han22598 2020-08-26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책 재밌게 읽고선 히가시노 게이고 다른 책 읽으면서 깨달았어요..내가 나미야 읽었을때 힘들었었구나 ㅎㅎ

다락방 2020-08-26 11:01   좋아요 1 | URL
책이 사람에게 모두 다르게 다가가잖아요. 정말로 읽는 이의 몫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나쁜 책도 또 누군가에겐 읽는 때에 따라서 어느 한 구절 때문에 좋은 책이 될 수도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한 권의 책에 대해서 감상 혹은 평가도 마구 갈리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책 특히나 소설에 대해서는 뭐랄까, 얄짤 없는 인간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봐주는 거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혹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an22598 2020-08-27 00:27   좋아요 0 | URL
알짝없지 않아요. 전혀 가혹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오히려 백이면 백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갖고 있다는 것이 더 소름끼치는 일인 것 같은데요.ㅎㅎㅎ 지금까지도 그러셨던 것 처럼 앞으로도..솔직하고 유쾌, 명쾌한 다락방님으로 남아주세요 ^^

다락방 2020-08-27 08:14   좋아요 0 | URL
히히 감사합니다. *^^*
 
이토록 멋진 곤충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지음, 니나 마리 앤더슨 그림, 조은영 옮김, 최재천 감수 / 단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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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어릴 적에 [파브르 곤충기]를 읽었었다. 꼬맹이어서 내가 읽었었단 사실만 기억날 뿐 그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처럼 곤충에 대해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은 이 책을 보는게 좋을 것이다. 친절하고 다정한 설명과 그림은 내가 곤충에 대해 알지 못했던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준다. 학창시절 곤충은 머리,가슴,배로 나뉘고 다리가 여섯개라는 걸 배워 알고 있었지만, 거미는 곤충이 아닌것을 다리가 8개인 걸로 알 수 있다고 해서 엇, 정말 그렇네! 했다.


<동물의 왕국>이란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조카 생각이 나서 이 책을 부러 구입했다. 나는 곤충에 대해 알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오늘 새벽에도 벌떡 일어나 모기랑 싸웠고 내가 졌다 ㅠㅠ), 조카는 제아빠와 집 앞에 매미 구경하러도 잘가고 어릴 때 걷다가 쪼그리고 앉아 개미도 한참 보았던 터라, 이거 주면 재미있게 보겠구나 싶어 사서 조카에게 주기 위해 구매했는데, 먼저 읽어보길 잘했다. 모르는 거 많이 알게 되어서 좋아. 그렇지만, 어떤 건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더라. 이를테면 진딧물 .. 에 대한 거. 아아, 진딧물 너무 무서워요. 좀비같아....




이거봐.. 암컷이 자신을 복제해 수컷이 없어도 새끼를 낳을 수 있는데 다 자란 진딧물을 낳고..그 새끼 진딧물 뱃속에는 또 새끼 진딧물이... 아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고 있구나. 잘살자... (응?)



내가 곤충에 대해 이 책을 읽기 전보다 좀 더 알게 되었다고 해서 바퀴벌레가 좀 더 좋아지거나 하진 않았다. 다른 곤충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존재를 모르면서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릇된 면이 있지만 안다고 해도 좋아지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만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곤충을 관찰하고 애정어린 눈으로 봐주고 공존하길 원하는 마음에 이렇게 책을 써주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조금 따뜻하게 느껴진다.



좀 더 많은 곤충을 얘기하는 좀 더 두꺼운 책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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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레코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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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매달 새로운 커피가 나오면 여동생이 잽싸게 사 마신다. 그리고 후기를 나랑 공유하는데, 이 커피에 대해서는 청국장 향이 난다면서 별로라고 하는거다. 지난번에 건자두 향이 난다는 모모스 커피를 마시면서 나 역시 된장 향..을 맡았던지라, 새로나온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레코에 대해서는 나의 경험에 여동생의 감상을 덧붙여 일단 드립백으로 사보기로 했다. 핸드 드립용 원두를 사기 전에 미리 테스팅 해보자, 한 것. 그렇게 오늘 이 드립백을 내리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봉투를 뜯자마자 웃음부터 나왔다. 왜냐하면, 정말 딸기 향이 나서! 보통 커피 구성에 대해 얘기하면서 다크 초콜릿, 감귤.. 등등 써있어도 그 향을 맡기 위해서는 좀 음미하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 커피는 음미고 뭐고 할 시간이 전혀 필요가 없어. 봉투 뜯자마자 똭- 아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러면서 딸기 향이 나는데, 딸기라고 써진걸 봤으니 딸기라고 생각했지, 만약 써진 걸 보지 못했다면 뭔가 상큼달큼한 과일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긴 하다. 딸기라고 콕 짚어낼 순 없었을 듯. 하하하하 진짜 딸기향 나네, 하면서 뜨거운 물을 붓는데, 그렇게 붓는 와중에도 딸기 향이 난다. 요점인즉슨, 내리기 전에도 내리고 난 후에도 딸기 향이 난다는 것.


아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딸기향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 내리고 있는데, 으이크, 평소보다 보쓰가 빨리 출근해버리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쩜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향이나 냄새에 예민한 보쓰... 그래서 커피도 본인이 마시는 것만 고집하는 보쓰인데, 사무실 들어서자 마자


"뭔가 볶는 냄새가 난다?"


하시는거다. 아이쿠 이런 어쩜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나는 들었지만 못들은척 이를 어쩌나..하다가, 보쓰가 재차 말하는 바람에 에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할 수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솔직하게 말했다.



"제꺼 커피를 내려서요."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처하기 짝이없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 커피 향 뭐야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하필 이거 내릴 때 왜 보쓰 출근 빨리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셔보니 드립백의 특성인건지 좀 싱겁다. 내가 물을 많이 넣은거겠지... 남아있는 엘 보르보욘 다 마시면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레코도 원두로 사도 괜찮겠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는데,



1. 뜯자마자 딸기향이 난다.

2. 그런데 장(그것이 청국장이든 된장이든)의 향도 난다.


그간 나온 알라딘 커피 중에서 호불호가 가장 갈릴 것 같은 커피다. 나에게는 좀 웃긴 커피다. 웃기고 난처한 커피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뭔가 커피 내리면서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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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8-14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향이라는 것도 신기한데 장 냄새 어쩌란 말이냐 ㅋㅋㅋㅋㅋㅋ 전 원두 차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상상하기 어렵지만 담에 책 살때 이건 꼭 사서 먹어볼려고요.
딸기향 플러스 청국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8-14 08:38   좋아요 0 | URL
저도 원두 차이를 잘 몰라서 무슨무슨 향이라고 해도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이 커피는 확실히 딸기향이 납니다. 뭔가 상큼한 과일 향이 뽝- 나요. 꼭! 한 번 경험해 보세요. 그런데 호불호 완전히 극과극으로 갈릴 것 같으니 일단 드립백 하나만 사보시길 적극 권장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반유행열반인 2020-08-14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딸기맛 커피는 처음먹어 봐요 ㅎㅎㅎ

다락방 2020-08-14 09:28   좋아요 1 | URL
뜯자마자 너무 웃겨서 웃었어요. 아니 진짜 딸기향이야! 이러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8-14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요? 저 어제 책 주문하면서 이거 같이 주문했는데 뭔가 상품하자 있는 거 발견된 게 있어서 나중에 보내준다는 메모와 함께 이 커피만 안 왔더라고요???? 알라딘도 장 냄새를 맡은 것인가....... 걍 취소할까 ㅠㅠㅠ 심지어 원두 200그램짜리로 했는데............. 커피 마시면서 된장 마시는 기분은 싫은데.... ㅠㅠ

다락방 2020-08-14 09:30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커피에 대한 구매자평 살펴봤는데요 된장 냄새 얘기한 건 저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잠자냥 님. 너무 두려워 마시옵소서 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산뜻하고 가볍대요. 근데 저는 식으니까 된장향이 더 강하게 느껴져요.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지금 이 원두를 살까말까 망설이고 엘 보르보욘이나 한 잔 더 내려마시려고요.

잠자냥 님 화이팅!

잠자냥 2020-08-14 09:33   좋아요 0 | URL
어쩌면 다들 커피 100자평 이벤트로 천원 받고 싶어서 된장 냄새 애써 무시했는지도 모르잖아요...ㅠㅠㅠ ㅋㅋㅋㅋ

다락방 2020-08-14 09:37   좋아요 1 | URL
아? 그런 이벤트 중이었나요? 전 땡투 목적으로 썼는데... 이 리뷰 땡투 받으면 70 원..

아아..나는 스케일이 작아도 너무 작구나....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근데 제 여동생도 장 냄새 나서 싫다고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장 냄새가 누군가에게 특히 예민하게 느껴지는가 봐요. 뭐, 모든 냄새가 그렇긴 하지만요... 잠자냥 님 내려 마셔보시면 꼭 알려주세요!! 궁금해요! >.<

Falstaff 2020-08-14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어떤 감각을 지녔으면 커피에서 청국장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진짜 진짜 진짜 궁금합니다!
예가체프는 제가 좋아하는 커피인데요, 이 커피 만큼은 로스팅 기계로 볶은 거 말고, 참나무 숯의 백탄으로, 직화 볶음커피를 구할 수 있어서 그것만 사서 마십니다.
ㅋㅋㅋㅋㅋ 근데 이 글 읽고 댓글 단 다음에 잘 생각하니까, 거의 모든 커피에서 된장 비슷한 냄새 나는 거 같아요. 아 이를 어째 앞으로 커피 마시면서 계속 된장, 청국장, 화초장, 고추장 냄새 맡을 거 같으니....
다락방 님 때문입니다. ㅜㅜ

다락방 2020-08-14 10:04   좋아요 0 | URL
식으니까 더 간장 향이 나는 것 같아요. 진간장도 추가합니다. ㅎㅎ

제가 위에 잠자냥 님 댓글에도 답했지만 다른 분들의 평 보면 산뜻하다는 게 주를 이루더라고요. 저처럼 장의 향이 난다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저랑 제 여동생만 이거 장냄새 나네.. 했습니다. 저랑 제 여동생이 장 냄새에 민감한 사람인가 봅니다. 아니면 과일의 어떤 향이 커피랑 섞이면 장냄새와 헷갈리는 건지도.... 아무튼 저는 장 냄새에 예민한 감각을 지닌 사람인것입니다. 하하하하하.

앞으로 폴스타프 님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커피생활을 응원합니다... 장냄새는 잊으세요..... 그럼 이만.....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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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리 작가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인데 박지리 작가에게 여성은 어떤 존재인걸까? 여러차례 의문이었다.
상황을 보는 눈은 날카롭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도 대단한데 여성혐오를 끝내 버리지 못한것일까.
대기업 연수원에서 남자 동기들은 안경잡이, 회색 셔츠, 친구, 꼬마 등으로 칭하면서 왜 여자동기는 여자1, 여자2 일까. 그리고 그 여자들은 왜! 매주 생리 핑계로 봉사활동에 빠지려하고 왜! 봉사활동 가서도 바지에 진흙이 튈까 염려하는걸까? 왜 본부장에게 사적인 질문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던지고 욕을 먹을까? 너무나 전형적으로 힘든 일 안하려는 얌체같은 여자들의 전형이며 심지어 한심하다. 왜 박지리 작가는 스스로도 여성이면서 남자 화자를 내세우고 여자를 이런 식으로 뒤로 치울까?

똑똑하고 힘있는 소설인데 찜찜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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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7-09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런 표현을 다분히 의도적으로 사용했다고 생각했는데 읽은지 벌써 오래되어 가물가물 하네요...

그렇게혜윰 2020-07-09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추천하길래 한 권 사둔 게 있는데 읽어보고 저도 한 번 판단해 봐야겠네요.
 
마스 룸
레이철 쿠시너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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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한 여자배우가 토크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첫결혼을 후회한다는 발언을 했었다. 그녀는 십대시절 유명한 남자 가수를 만나 스무살에 결혼을 했었고 이 일은 나중에 사람들에게 알려져 한창 시끄러웠다. 게다가 그녀는 후회한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남자 가수들의 여전한 팬들로부터도 엄청난 욕을 먹었다. 왜 스스로 한 선택이 만든 결과로 후회를 얘기하며 그 가수를 욕보이냐는 것이었다. 나 역시 십대 시절 그 가수의 팬이었고 만나고싶다, 친해지고 싶다는 당연한 사춘기적 열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수에 대해 잊게 됐고, 사실 그다지 팬심이란 것을 갖추지 못한 나로서는, 그 가수의 사생활 역시도 관심이 없었다. 여자배우가 나왔던 토크 프로그램도 보지 않아 정확한 워딩을 알 순 없지만, 나는 그녀가 어린 시절에 했던 선택이 자신에게 나쁘게 다가왔다는 걸 지금은 알고, 또 그에 대해 후회하는 것 역시도 당연하다 생각한다. 지금 그 당시 기사를 검색해보니 그 여자배우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한 살이라도 더 먹었다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말도 한 모양인데, 나는 이것도 역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사랑에 빠진게 열여섯살이었고 상대는 인기 있는 가수 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녀에게 '네가 한 선택인데 말 함부로 하지마, 네가 한 선택에 책임져'라고 돌려주었다. 나는 그 당시에 대중들의 이 반응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친구를 만난 술자리에서 '어떻게 십대의 여자가 한 선택에 대해 사람들이 그렇게나 잔인할 수 있지?' 놀랐더랬다.



'로미 홀'은 종신형으로 감옥에 들어와 살고 있다. 그녀가 감옥에 들어오기 전, '사회인'이었을 때 그녀의 직업은 '스트립 댄서'였고 그녀는 아들 하나를 낳아 키우고 있었다. 그녀가 스트립 댄서로 일하는 '마스 룸'에서 그녀에게 '정을 줘버린' 남자 '커트'가 그녀를 스토킹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님으로 그녀의 춤을 보는 걸 즐겼으나 그 관심은 점점 넘쳐서 그녀를 미행하고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를 무시하고 나타나지 말라고 소리도 쳐보지만 다 소용없다. 그녀는 그가 여행간 틈을 타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 이제 그를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집에 귀가해보니 현관에 그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쳤고 그녀는 질렸다. 그녀는 아이를 집 안에 들여보낸 후 다시 나와 그 스토커를 죽여버린다. 그렇게 그녀는 종신형을 받았다.



나는 지금 내 삶의 모습이 그동안 나의 선택들로 형성된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믿는다. 다른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이것 아니면 저것, 여기 아니면 거기의 선택에서 무언가를 분명 선택한 순간이 있었고, 그것은 내 생각과 내 결정이었으며, 그것들은 모여서 지금의 나와 지금의 나의 삶의 방식을 이루어왔다. 지금의 내 모습이 과거의 나의 선택들로 이루어진 거라면 앞으로의 내 모습 역시 지금부터 선택할 내 결정이 형성할 것이다.



로미 홀은 스토커를 죽이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녀가 스트립 댄서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 스토커를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스트립 댄서로 돈을 버는 것을 선택했다. 그녀가 스트립 댄서가 되기로 했던 것은 그렇다면 그녀의 온전하고도 순수한 선택이었을까? 그녀가 스트립 댄서가 되기 전의 생활은 어땠을까? 어떤 시간들이 그녀를 스트립댄서가 되는 삶으로 데려온 것일까. 그녀의 어린 시절, 더 어린 십대에 그녀에게는 가난한 동네가 있었고 마약이 가득한 동네가 있었다. 그녀가 여기에 이른건 정말 그녀의 온전하고도 순수한 선택들 때문일까. 그녀가 부잣집 딸로 태어났어도 그녀는 스토커를 죽이고 종신형을 받게 되었을까?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는 스토커를 죽였고 변호사를 선임하고 싶었지만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었다. 그녀에게는 국선변호사가 할당되었는데, 그에게는 그녀를 지킬 의지도 딱히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고 지독하게 괴롭히던 스토커를 죽였다'는 사실을 배심원들에게 전할 수 없었고, 배심원들은 그녀가 '남자를 죽였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다. 그녀에게는 종신형이 내려진다.




그런 그녀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다. 다행히 그녀에게는 어머니도 있었다. 어머니는 어린 아들을 보살펴주기로 했으니, 이것은 그녀가 가진 유일한 위안이요 행운이었다. 그러나 감옥에서 보내는 시간이 흐르던 어느날, 그녀는 교도관으로부터 그녀의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제 일곱살이 된 아이에게 돌보아줄 어른이 아무도 없는 것이다. 이건 감옥안에 있는 그녀를 미치게 만드는 소식이다. 그녀는 아들의 소식을 알고 싶다. 아들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누가 돌보아주고 있는지 그걸 알고 싶다. 아직 일곱살 아들의 소식을 알려달라고 그녀는 울부짖지만 교도관들은 그런 그녀에게 그러게, 잘못을 저지르지 말고 살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꾸할 뿐이다.



"제 아들이에요." 내가 말했다. "이제 겨우 일곱살이에요.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제가 가봐야겠어요."

"네가 가봐야겠다고? 넌 두 번의 부정기형을 선고받았다, 홀.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

"내 아들이라고요. 걔가 병원에 있는데, 내가 ……"

"홀, 누군가의 어미 노릇을 하고 싶으면 사고 치기 전에 그 생각부터 했어야지." (p.205)




존스가 말했다. "넌 그애의 보호자가 아니다, 홀."

"그럼 그 보호자가 누군데요? 내 아이 상태가 어떤지 알아야겠어요."

존스가 수감실에서 멀어져갔다. 그녀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목소리의 톤을 가다듬었다.

"제발요, 존스 교위님. 제발."

그렇게 되고 있었다. 나는 이 사디스트에게 어린 소녀의 목소리로 애원하고 있었다.

존스가 멈춰 서고는 내게 예의를 갖춰 대하는 척 굴었다.

"홀, 힘든 일이라는 것 안다. 하지만 지금 네가 처한 상황은 백퍼센트 네 선택과 행동의 결과야. 책임감 있는 부모가 되고 싶었으면 다른 선택을 했어야지."

"저도 알아요." (p.251)



그 누구보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고 있는 건 홀 자신일 것이다. 그 때 스토커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 아들과 떨어져 살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의 보호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채로 저 바깥에 엄마 없는 곳에서 아이의 삶을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펼쳐질 것을 스토커 앞에서 미리 내다볼 수 있었다면, 그녀는 스토커를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스토커를 죽이지 않았을 때의 선택이라고 해서 그녀에게 행복한 시간을 주는건 아니었다. 그녀가 스토커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디로 피해도 그를 마주치는 일을 계속 겪어야 했을 것이다. 피하고 도망치고 이름을 바꾸고 숨는 일들의 반복이 그녀에게 남겨졌을 것이다. 그녀가 선택했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그러나 그녀가 그것 말고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딱히 행복한 삶이 펼쳐지는 건 아니었다. 하나의 비극과 또다른 하나의 비극 사이에서 선택한 것은 과연 존스 교위의 말처럼 그녀의 '백퍼센트 선택과 행동'인것일까. 그녀에게 스토커가 없었다면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스토커가 그녀를 쫓아다니지 않았다면,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설사 그를 죽였어도 그녀를 변호해줄 좋은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있었다면 역시 다른 결과를 손에 들었을 것이다. 이런 로미 홀에게 교위를 비롯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건 네 선택이었잖아, 그러니 결과에 책임져'라고 말하는 것은 온당한가?




이 책은 감옥에 있는 로미 홀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그녀가 있는 감옥에는 이렇게 저마다의 선택으로 감옥에 오게된 여자들이 가득하다. 사형수도 있고 곧 풀려나갈-그러나 다시 잡혀 들어올게 뻔한- 사람들이 가득하다. 어떤 죄를 저질렀든, 그 순간 그 행동을 '선택'한 여자들이 지금 여기에 갇혀서 세상과 소통하지 못한 채로 뜨개질을 하고 나무를 다듬고 싸우고 약을 한다. 놀랍게도 이들 모두는 사회에 있었을 때도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고 또 그들이 살아온 어린 시절도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가난, 마약, 알콜, 양부모, 폭행. 그런 환경속에서 살면서 순간순간 내린 선택들은, 이 사람들의 백퍼센트 선택이며 그렇기에 지금은 그들이 선택한 결과이므로 합당한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를 수시로 떠올렸다. 우리는 그 때 우리가 선택했다고 했지만, 그것은 선택이었을까.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의지라한들 애초에 주어지는 선택지가 달랐다면 다른 삶이 펼쳐졌을텐데, 주어지는 선택지가 다른 것은 왜 고려되지 않는가.



성매매 집결지에 서 있도록 강요되게끔 내 자신을 최초로 허락했을 때, 이상하고 역설적이게도 과감한 결단을 내린 듯한 기분이 샘솟았다. 가출 이후 처음으로 삶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느꼈듯이 말이다. 몇 년 후 과거를 돌아보고 깊이 들여다본 뒤 그 감정이 주도권 상실에 대한 반작용이었음을 자각하고는 얼마나 어리석게 느꼈는지 모른다.
성매매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 사이에서 성매매는 자라난 가정에서 독립하는 일반적인 나이 혹은 권장되는 나이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독립한 10대 여성들이 흔히 진입하게 되는 삶의 국면으로 널리 인식된다.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 정말 알아야 할 때는 몰랐다.- 레이첼 모랜,《페이드 포》, P96





사회적으로 더 권력 있는 남성들에 의해 착취당하는 현실은 줄곧 수그러들지 않았고, 도망칠 수 없었기에 우리에게 실질적 혜택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착취를 경제적인 이유로 '선택했다'라고 표현하는 일이었다. 성매매를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뒷받침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성적인 이유가 아닌 경제적인 이유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성적인 요소는 즐길 수 없었고 견뎌야 했는데 우리가 진정으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더라면 업주에게는 빈 업소가, 성구매자들에겐 빈 필름이 남았을 테다. -레이첼 모랜,《페이드 포》, p.127



스토커를 때려 죽이는 여자가 나온다는 것 정도만 알고 봐서 그러나 그녀가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를 표현해줄 줄 알았다. 오랜만에 속시원해지는 책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이 책에는 자신의 선택으로 감옥에 오게된 수많은 인생이 담겨있었다.


1번과 2번 중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을 때, 그것은 그렇다면 우리의 순수한 의지이며 선택인가. 1번부터 5번까지의 선택지가 있는 사람도 있고, 애초에 7번부터 100번까지의 선택지를 받아든 사람도 있다. 주어지는 선택지가 다른데도 결국 절망에 놓여있는 사람에게 그것은 네 선택이잖아, 라고 일갈할 수 있을까. 앞으로 로미 홀의 어린 아들이 받아들게 될 선택지는 어떤 것일까.


절망은 이런 식으로 반복된다. 내가 받아든 선택지에서 선택하는 것으로.



토퍼스의 칵테일 웨이트리스가 술에 취하고 약에 절어서는 박사가 팬티 옆에 찔러준 지폐 두 장이 미국달러가 아니라 그보다 가치 낮은 캐나다달러라는 사실에도 성질머리를 부리지 않던 밤이 있었더랬다. 하 하 하. 그런데 칵테일 웨이트리스가 대체 왜 달랑 팬티 한 장만 걸치고 있었을까? 그건 토퍼스 미스터리의 일부였다. 토퍼스 유일의 미스터리였다. 그는 그 미스터리를 부수고 여자를 위장순찰차로 데려갔다. 팬티를 내리고 가랑이 사이로 손을 넣었다. 여자가 제모기인지 왁스인지로 정리한 저 아래가 꼭 아이처럼 느껴졌으니, 박사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아이들의 보호자이자 수호자가 아니던가. 털 없는 보지의 감촉에 소스라치게 놀라 손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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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7-0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별 네 개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7-08 11:31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른 책이었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무거운 책이었어요. 잠자냥 님 읽고나서 어떤 리뷰를 써내실지 너무 기대됩니다. 그리고,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잠자냥 2020-07-08 11:43   좋아요 0 | URL
지난번에 추천할 마음은 들지 않는다 이런 댓글을 본 적이 있어서 살짝 사볼까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사보겠습니다. ㅎㅎㅎ (땡스투는 거여유셀 다락방 님에게 ㅋㅋㅋ)

다락방 2020-07-08 11:59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스릴러 소설을 기대했다가 너무 절망적인 내용을 만나서 과연 이 절망을 추천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거든요. 그런데 절반을 지나고 나서부터 작품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앞으로의 일에 대해 자꾸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책장을 덮고 이것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요. 잠자냥 님 이라면 이 책을 읽고 아주 좋은 리뷰를 써주실 것 같아요.

비연 2020-07-0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도착했어요. 지금 간단하게 읽고 있는 소설 하나 다 끝나면 이 책 바로 들어가려구요.

다락방 2020-07-08 12:00   좋아요 1 | URL
비연님, 책장이 쉬이 넘어가는 책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에요. 천천히 읽어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