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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1994-2005 Travel Notes
이병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산문에 공감하는 것이, 적어도 내게는 그리 만만찮은 일이다. 산문은 리포트에 비해, 사실은 적고, 느낌이 많다. 사실이 적은 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상상을 위한 여백을 마련하지만, 문제는 느낌이다. 서술의 양과 질이 조금만 지나치거나 부족해도, 읽는이는 쉬이 지쳐 글쓴이에게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 나도 이병률의 산문이 좋더라. 그의 글이 가진 문학적 성취에 대해서는 논할 깜냥이 못된다. 다만, 글을 물론 편집에까지 묻어나는, 1인칭이 배제된 검박함도 좋더라. 읽는이의 호흡을 배려한 듯, 길고 짧은 글들도 좋았다. 그는 어떤 대목에서는 두 면 가득 사실만을 보도하다가도, 어떤 대목에서는 한면에도 여백 있는 감상을 툭, 하고 놓아두는 것이다.
- 전체적으로 보면, 여타의 여행산문에 비해 극도로 절제되어 있는 감상이, 이 책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저 신변잡기에 그칠 수 있는 개인의 활자들에도, 타인의 시선이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의 섬세한 배려 덕분이다. 아 참, 그의 프로급 사진도 분명히 한몫을.
[보탬] 아랍 노인의 책방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일전에 이 부분을 읽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은희경의 문장배달'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