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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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선생의 인도 여행기는 인도의 유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니었다. 그것은 구도의 길이자 자신 속에 내재한 절대적 존재와의 만남을 위한 여정이었다. 이름없는 어느 소년의 삶의 태도에서도 나이 든 수도승의 깨달음의 말도 끊임없이 펼쳐지는 광할한 대지도 작열하게 타오르는 태양도.... 모든 것이 그에게 있어 수쳔년 전에 이미 예정되어진 경험들이었을 것이다.

어리숙한 외국인 수행자가 그들에게 베푼 조그만 물질적 도움은 그보다 훨씬 큰 정신적 보답으로 그의 여행을 충만하게 했다. 그가 어느 호텔에서 머문 다섯 날의 아침마다 그의 아침을 축복해주던 피리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을 받고 있다고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리라....

비록 외형적으로는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인도인들이지만 그들이 삶의 윤회과정을 통해 깨우친 여러 가지 교훈들은 이미 인생의 의미를 통달해있었다. 수행승이 아니더라도 일반 서민들의 삶 하나하나가 그에게는 진리에게로 가는 길을 제시해주고 있었다.

그것은 산업화의 물결에서 뒤쳐져서 많은 빈민자들과 거지들이 거리에 득실거리는 이 나라 인도가 삶의 정신적인 면에서는 얼마나 윤택하고 사람사는 본래의 의미에 닿아 있는가 하고 다시금 생각하게 하였다.

물건을 사면서 가격을 터무니없을 정도로 깍아서 돈을 지불하고 뒤돌아서는 뒤통수에다가 대고 하는 말 '아 유 해피?'는 과연 자신의 행복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단적인 말이 아닌가? 늘 우리는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과연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야 하는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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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성
바바하리 다스 지음, 박광수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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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서 일상의 온갖 상념이 생겨나서 때로는 마음을 기쁘게 하거나 즐겁게 하고 때로는 슬프게 하거나 분노케하는 경험들을 해보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러한 생각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러한 감정들이 매 순간 자신의 감정을 지배하고 마음을 지배하는 구조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마음공부의 길로 들어선 지금, 아주 느린 걸음으로 나를 변화시키고 있는 지금, 나는 내 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상념들과 부정적인 에너지의 기운들(분노, 슬픔, 좌절, 짜증, 권태로움, 시기심 등)을 어떻게 하면 좀 더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바바하리 다스의 수행법은 나에게 많은 정신수련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마음의 표면에서 생겨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의 물결에 휩싸이지 말고 차분한 마음으로 그것을 응시하라는 가르침이 있다. 그러면 놀랍게도 그것은 순전히 자신의 자아로부터 생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자아의 강한 욕망과 집착을 스스로 다스릴 줄 알게 된다면 일상적인 삶과 사회적 관계에서부터 비롯되는 부정적인 감정의 에너지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키우는 쉬운 방법으로 '사랑'을 말한다. 자신의 이기심에 얼룩지지 않은 순수한 이타적 사랑을 통해 우리는 여러 가지 사회적 관계들로부터 영혼의 성장을 꿈꿀 수 있다고 한다. 대상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가 자신의 몸과 그 몸의 욕구로부터 벗어나 영혼의 관점으로 변화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순수의식을 통해 우주와 연결되고 신을 체험할 수 있다면 우리는 영혼의 질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영혼의 성장을 이루는 많은 방법 중 그는 명상을 통한 수련을 권한다. 침묵의 명상 속에서 더욱 더 깊은 자아와 만날 수 있게 되고 마음을 생각의 파동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나아가 명상은 질병 등의 육체적 통증, 불안정을 극복할 뿐 아니라 전생의 업을 극복하게도 한다. 우리들이 모르게 마음에 생기는 전생의 대가와 그로 인한 압력을 극복하여 영원한 시간과 만나게 되면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넘어서서 영적인 길을 걸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마음 속 하늘에 있는 구름 한 점을 지워서 푸른 하늘인 순수의식과 대면하는 것, 그것은 우리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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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6
헤르만 헤세 지음, 임홍배 옮김 / 민음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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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문트의 성장을 통한 감각적 인식과 정신적인 인식의 성장과 그 의미를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적에 비추어볼 수 있게 해주는 원형적인 작품이다. 골드문트에게 있어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적인 길은 지성을 통해 정신적 세계를 추구하는 길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에게 잃어버린 어머니의 형상을 쫓아 어머니의 모습을 한 여자들의 육체를 탐닉하면서 감각적인 세계인식을 통해 그 좌절과 허무를 경험하고 삶의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그런 길이었다. 사실 우리들에게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한 인간 속에 내재한 동전의 양면적 모습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헤세는 50즈음이라는 나이에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쓴다. 그에게는 이 작품이 자신의 성장과정을 되돌아보는 작품이자 인생을 어느 정도 경험하고 난 후 그 인생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삶의 목적을 다시 명징화시켜보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 있어 인생이란 단지 금욕적이고 정신적인 지성의 추구에 의해서 온전히 그 사명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어지는 그의 노벨상 수상작인 유리알 유희에서도 같은 맥락의 스토리 전개가 이어지듯이 그는 삶에 있어서 인간이 가지는 감각적인 측면과 그 감각을 통해 배우는 인간 삶의 불완전함을 온전한 자신이 경험하지 않고서는 삶의 목적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때로는 정신적인 이성과 지성이 분별없는 감각적 쾌락을 제어하고 그 감각이 추구하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듯이 보이지만 감각적 체험이 결여된 정신적 지성의 추구 또한 허무하고 공허한 것임을 그는 강조한다. 삶을 인간의 몸으로써 주어진 그대로 온전히 느끼며 그것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인간으로서의 삶의 의미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헤세가 그의 온갖 굴곡을 거친 인생에서 깨우친 교훈은 나에게도 커다란 이정표가 되어 준다. 사실, 나에게 정신적이고 영적인 삶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내가 가진 감각적이고 육체적인 삶에서 온전히 그 몫만큼 배우지 못한다면 나의 삶은 기형적인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그의 말대로 깨우침에 이르는 길은 무수히 많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길이 어떠한 것이든 나에게 주어진 운명적 삶의 한 장면 장면이 나에게 온전히 그 의미를 다하지 못한다면 내 인생은 불완전한 것이 되고 어쩌면 인생의 굴곡에서 내가 배워야 할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넘기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선악이 공존하는 모순 속에 우리의 삶이 던져졌고, 그것은 인간이 내리는 구분 기준일 뿐 사실은 그 선악의 모든 것이 신이 내리는 깨달음의 축복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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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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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육지로부터 떨어지고 고립화된 공간이다. 그곳에서는 쓸데 없는 육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다. 만약 우리가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있는 섬속에 갇혀 있다면 외부의 시선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섬은 외롭다. 마치 사방으로 닫힌 벽처럼 어느 곳으로도 마음을 열 수가 없다. 그래서 자꾸만 자기 자신에게로 깊이 들어가 자아와 만나는 여행을 해야 한다.

장 그르니에는 섬이란 공간을 통해 자신에게로 가는 길을 클로즈업시키면서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그 자신의 깊은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에는 상관없이 자신의 눈으로 현실을 새롭게 해석하고 창조한다. 고양이 물루에서는 물루 자신은 사건 후에도 삶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잘 살아가고 있지만 주인공은 자신이 떠난 후의 물루의 삶이 너무나도 걱정이 된다. 차라리 그런 불행하고 불확실한 삶보다는 편안한 죽음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러한 주인공의 걱정은 물루를 죽음으로까지 이끈다.

섬에 갇혀 바라보는 현실은 언제나 바라보는 자에 의해 생성되며 그에게만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섬은 때로는 외부의 시선과 행동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안식처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환상과 꿈의 왕국이기도 하다. 그 환상의 왕국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운영된다. 오로지 자신의 의지가 무엇인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쉽게 해결된다. 자신이 소박하고 겸손한 삶을 원한다면 이 곳에선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반대로 허풍스럽고 자만적인 삶을 원한다면 그 역시 가능하다.

그것은 언제나 우리들의 상상속에서만 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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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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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을 지은 저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적은 글이다. 체로키 인디언족의 혈통을 받고 태어난 포리스트 카터는 문명화된 교육을 거쳐 48세라는 늦은 나이에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는 일생을 거쳐 자신의 어린 성장 시절을 인디언으로서 보냈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인디언의 삶에서 배우는 대자연과 영혼에 대한 여러 가지 교훈들이 문명화된 사회에서의 교육보다 더욱 소중하며 가치로운 것이라 여겼다. 이후 그는 마음의 고향이었던 인디언의 생활을 떠올리며 자신의 성장기에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산속에서의 생활을 이 책 속에 담게 되었다.

정당한 이유로 필요한만큼만 가짐으로써 대자연의 이치를 깨우치고 자연의 변화속에 담겨진 인생의 의미를 깨우치는 것, 나무와 달, 시냇물이 내는 목소리를 듣고 별들과 대화하며 개, 여우, 칠면조들과 교감하며 사이좋게 삶을 공유하면서 모든 생명체들은 인간의 지배물 또는 부속물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은 영혼을 소유하고 있음을 알며 삶의 동반자이자 같은 우리로서 이해하는 것, 깊은 관심과 이해 속에서 참된 사랑을 키워 가는 것 등 너무나도 많고 깊은 진리들을 접하며 영혼의 성장을 이루었던 날들의 기억은 그의 영혼의 안식처이자 고향이었던 것이다.

자본의 횡포와 인간의 이기심과 음모와 폭력, 인권의 유린과 대량 학살, 대자연의 파괴와 영혼의 메마름을 겪고 있는 우리들의 삶을 돌이켜볼 때 과연 우리가 수백년 전의 인디언들의 삶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군대의 총칼앞에 그들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생명도 잃어버리고 종족의 멸종을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 문명과 백인에 대한 분노를 삼키었지만 그들의 정신만은, 그들의 영혼만큼은 다시 부활하여 현실을 반성하고 영적인 성장을 통하여 우리 사회를 그리고 이 우주를 보다 따뜻하게 만들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이 책은 우리들로 하여금 바로 그 희망을 살려 주는 '작은 싹' 또는 '작은 나무'가 될 것이다. 그것이 모이고 번져서 숲이 되고 이 땅을 뒤덮는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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